TRPG

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2

TRPG/제 13시대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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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바다로 온 거야
-이해인, 바다새 中


 

트랭글 해역

배가 출발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나스타샤들이 탑승한 배에서 드워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적지 확인, 스트랭글 해역."

그 한 마디 후에 배는 다시 조용해졌다.

"스트랭글 해역……? 이 배가 가려는 목적지인걸까요?"
"처음들어보는 해역이군요."

클라인이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철의 바다 쪽이 목적지가 아니면 좋으련만."
"다행히도 스트랭글 해역은 내륙해 내에 존재하는 곳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싶습니다, 백작님."

클라인의 걱정에 코스모스가 안심시켰다.

"목적지에 대해 알고 있는건가?"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모험가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 해역의 해류는 매우 기이한 방향으로 맴돌아서 한 번 들어가면 평범한 항해술로는 빠져나오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내륙해는 넓어서 파악할 수 없는 섬들과 바다가 많았지. 그런 바다 중 하난가보군."
"네, 거기다가 그 해류 때문에 여러 해조류와 노획물들이 서로 엉켜붙어 거대한 덩어리 섬을 형성했고, 생태계가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때문에 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별의별 소문들이 많습니다."

아나스타샤는 코스모스의 설명을 듣고, 왜 이니고 샤프가 그런 곳에 있는지 짐작이 되는 눈치였다.

"해류가 특이해 들어가기도 빠져나가기도 힘든 곳이라…. 숨기에는 최적의 장소네요"

미지의 바다로 향한다는 생각에 사뭇 긴장되기도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과는 정반대, 저 멀리, 비단처럼 반짝이는 돛을 단 엘프여왕의 표식을한 엘프 무역선 한 척이 지나갔다. 아나스타샤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탄 배가 일반적인 항로를 따르지 않는다는걸 실감했다.

"그 곳은 많이 위험할까요?"

걱정이 한 껏 묻은 질문이였다.
이 질문은 본인의 안위만을 위한 것이 아니였다. 오히려 혼자였다면 위험하든 말든 알 바 아니였을 것이다. 비열하거나 치졸하더라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남거나, 도망치거나 애초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테지.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아나스타샤를 지키고, 또는 아나스타샤가 지켜줘야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혼자 도망친다'란 선택지따윈 없었다. 그는 왠만하면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는 모두가 안전한 것이 좋았다.

"내륙해는 철의 바다와는 달리, 초대 황제 때 이미 안정화를 시킨 곳이죠. 어떤 곳이든 괴물이 나온다한들 걱정할만한 것은 없을겁니다."

클라인은 적어도 이것만큼은 확신했다.
제국 외에는 아직 위험한 야생이 많았지만, 제국의 손길이 닿는 곳 만큼은 안전하다고.
다른 표상들의 손길이 닿는 곳이라 해도 그렇다. 그 곳도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위험도의 차이일 뿐, 결국 언젠가는 정복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그 외의 곳은 달랐다. 철의 바다나 제국의 너머, 심연과 천공계, 신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어떤 세계들…….

미지라는 것은 기대감과 동경을 품게 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움과 무력함을 알게 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클라인은 그런 의미에서 제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완전하지 않고 변화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신선함을 떨어트리지 않아 새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동경을 품게 하면서도, 사람이 두려움과 무력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곳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민들을 위해 '미지'를 개척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과도 같았다. 다른 모두가 미지에 무력함을 느끼고 굴복하지 않도록.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지 아나스타샤의 사명은 아니였다. 자신의 사명은 밖에 있었지만, 아나스타샤의 사명은 안에 있었다. 자신이 제국 밖의 미지의 개척으로 인한 변화를 원한다면, 아나스타샤는 제국 내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올 것이다.
본인이 먼저 원한다면 모를까 할 일이 있는 그에게 굳이 또 다른 위험을 무릅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거 다행이네요…."

 


 

뱃여행은 힘들어

"목적지 확인, 스트랭글 해역."

배는 기약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으며, 그들은 바다 위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별다른 위험은 없었지만, 문제는 울렁거리는 파도때문인지 아도니스처럼 특별히 멀미를 하는건 아님에도 식욕이 들지 않았다. 대신 아도니스가 탈수로 쓰러지지 않도록 그에게 주기적으로 물을 섭취시기기만 반복했다.

"하루이틀이야 괜찮겠지만 그 이상은 몸에 해가 됩니다. 식욕이 없어도 건량이라도 조금 드셔야 합니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굴하지 않고 아나스타샤에게 식사를 할 것을 권유했다.

"어짜피 내륙해 안이데 몇날며칠이나 걸리겠어요? 그냥 어딘가 착륙한 다음 먹을래요. 식사를 안한건 코스모스도 마찬가지잖아요."

아나스타샤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다른 화제로 넘겼다.

"그나저나 이 배의 목소리, 정확하게 한 시간 간격으로 목적지를 말해주는 것 같지 않아요? 그동안 변함이 없다는건 이니고 샤프가 계속 같은 곳에 있다는 뜻이겠죠? 위치를 옮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전한 곳에 터를 잡았다던가, 아니면 표류를 했다던가…"
"또는 진짜 죽었을 수도 있겠죠."

다죽어 가는 목소리로 아도니스가 살벌한 말을 중얼거렸다.

"이런 배를 타고 몇 시간이고 표류할 바에는 죽는게 좋아……."
"아도니스, 힘든건 알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아나스타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내렸다.

"으윽…, 평소라면 정말 기뻤을텐데. 아나스타샤…. 근처에 있다간 봉변 당할 수 있어요. 떨어져, 주세요……."

다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는지, 얼굴이 새파래진 아도니스가 아나스타샤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런데 왜 나한테 가까이 오는거지."

클라인 옆에 찰싹 달라붙은 아도니스는 당연한걸 묻는다는 양,

"그야 너는 봉변 당했으면 좋겠으니까"

클라인은 아도니스를 들쳐올려 배 밖으로 던지려 했다.

"으아악! 이거 안 놔!! 이 자식!"
"죽는게 좋다고 하지 않았나?"
"언제부터 내 말을 잘 들었다고! 이거 놔! 안, 으웁…."

아도니스는 클라인의 등 뒤쪽, 배 안에다 속을 게워냈다.

"하아……."

아나스타샤의 식욕은 전보다 더 떨어졌다.


배는 점점 혹독한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해류도 불안정한지 아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파도가 위아래로 위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뱃멀미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아도니스가 바다에 빠질까, 그를 단단히 붙들어 잡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폭풍을 버티는 와중 배 아래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검은 파도가 일렁거리며, 배가 위 쪽으로 치솟아 올랐다. 아나스타샤들은 추락에 대비해 선채의 가장자리를 꽉 붙잡았다. 하지만 배는 추락하지 않았다. 파도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거대한 향유 고래였다. 배는 고래의 등에 얹듯이 올라와 있었다.

"이런, 이래서야 배가 움직일 수 없는데…!"

아나스타샤가 짜증을 내뱉기 무섭게 거대한 대왕 오징어가 바다 위로 튀어올라 향유 고래의 얼굴을 덮쳤다. 고래는 오징어를 떼어내고자 몸을 거칠게 비틀기 시작했고, 배는 바다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배가 뒤집혀요! 다들 조심, 으아악!!"
"깃털 낙하……."

바를로는 배가 뒤집히려 하자 붙잡고 있던 아도니스를 내팽겨 쳤다. 덕분에 배 위를 데구르르 구르던 아도니스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마법을 사용했다.
배는 공중에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다 위에 안전하게 안착했다.

"세상에…. 고마워요, 아도니스."

그는 아나스타샤의 감사의 말에 샐쭉하게 웃어보이기만 하고 다시 눈이 풀렸다.
그리고 전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가 배에 울려 퍼졌다.

"목적지 확인, 스트랭글 해역."


 

조류 섬

폭풍은 거짓말이였던 것처럼 사라지고 바다는 다시 잔잔해졌다. 구름에 가려 있던 해 역시 밖으로 나와 바다 위를 반짝반짝하게 비추었다. 보석같이 빛나는 바다 사이로 작은 돌고래들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전보다는 안정적인 해역에 진입한 것 같았다.
아마 해류가 급격하게 변하는 지점이라 바다생물들도 더 사납고, 파도와 날씨 역시 불안정했던것 같았다.

"목적지 접근, 스트랭글 해역."

매번 똑같은 단어를 내뱉던 목소리가 하루만에 다른 말을 내뱉었다.

"지금 우리가 스트랭글 해역에 들어왔나봐요."
"이제 배에서 내리는건가요오……?"

배에 탄 이후, 처음으로 아도니스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응? 저기 육지가 보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던 바를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가리킨 곳은 그들의 배가 향하는 방향이였다.
그 말처럼 고대 선박의 잔해로 장식되어 있는 '섬'이 보였다.
섬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평범한 대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코스모스가 말했었던 '해조류가 엉겨붙은 거대한 덩어리'라고 보는 쪽이 더 알맞았다.

아나스타샤들이 탄 배는 그 해조류 섬이 목적지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해조류섬 사이사이에 튀어나온 난파선들과 해초뭉치 사이로 미끄러지 듯 정박했다.

해조류로 된 바닥은 두께가 8에서 30인치까지로 일정하지 않았다. 바닥이 얇은 곳은 여기저기의 틈새로 인해 잔잔한 물을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해초를 뜯어 먹는 작은 물고기와 게가 움직이며 수면이 잔잔하게 움직이는 것까지 전부 보였다.
섬에서는 썩어가는 물고기와 바닷물 냄새가 섞여 좋지않은 비릿한 냄새가 가득했다.

"여기, 지면이 튼튼한걸까요…."

아나스타샤는 배에 앉아 섬 지면을 발로 꾹꾹 눌러보았다. 그러자 섬 아래의 물이 그의 부츠 주위로 꿀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약간 차올랐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눈에 띄게 가라앉는데요……."
"약간 불안정하지만 이정도는 괜찮은것 같은데요? 약간 거대한 물풍선 위를 걸으면 이런 느낌이지 싶은데."

그 사이 바를로가 배에서 내린 채 비틀거리며 땅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찝찝한 표정의 아나스타샤와 눈이 마주치자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방방 뛰며 지면을 흔들었다.

"으악, 하지마! 그만해! 가만히 있어!"
"하하, 이렇게 뛰는데도 멀쩡하잖아요. 괜찮으니까 내려오시죠!"

아나스타샤 해조류 섬 이동 기능판정 : d20 (5)+민첩 (2)+레벨 (1) vs 어려움 (20) 실패
아도니스 해조류 섬 이동 기능판정 : d20 (14)+민첩 (0)+레벨 (1) vs 어려움 (20) 실패
클라인 해조류 섬 이동 기능판정 : d20 (10)+민첩 (-1)+레벨 (1) vs 어려움 (20) 실패
코스모스 해조류 섬 이동 기능판정 : d20 (18)+민첩 (-1)+레벨 (1)+모험가 (1) vs 어려움 (20) 실패
바를로 해조류 섬 이동 기능판정 : d20 (13)+민첩 (3)+레벨 (1) vs 어려움 (20) 실패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며 한 발 내밀었고 불안정하긴 했지만 버틸만했다. 다른 이들도 처음엔 비틀거렸지만 금새 익숙해져 섬 위를 거닐었다.

'물컹물컹한건 그렇다쳐도 너무 미끄러운데.'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걷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얇은 바닥부분을 잘못 헛디뎌 버렸다.

"으헛!"

순식간에 해조류로 된 바닥에 구멍이 뚫려 바다로 빠져버렸다. 아나스타샤는 당황하지 않고 몸에 힘을 뺀 채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다른 이들의 경악한 모습이 비쳤다.

"괜찮아요! 금방 올라갈게요."
"그게 아니에요, 아나스타샤! 옆에!!"

아도니스가 다급한 표정으로 뒤뚱뒤뚱 뛰어왔다.


아나스타샤가 바다에 빠진건 순식간이였다. 방금 전까지 방방 뛰던 바를로는 행동을 멈추고 얼굴을 굳혔다. 다행히도 그는 수영을 못하는건 아니였는지 금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까지의 불안감은 거짓말이였던 것처럼 헛웃음이 나왔다. 바닥의 틈새로 천천히 순항하는 거대한 상어 모양을 보기 전까지는.
그 그림자는 아나스타샤의 모습을 인지하자마자 급격하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바를로는 빠른 속도로 아나스타샤에게 향하는 다른 이들을 제치고 나아갔다.

바를로 아나스타샤 구출 기능판정 : d20 (14)+민첩 (3)+레벨 (1) vs 보통 (15)

바를로는 아나스타샤쪽으로 달려가며 몸을 던졌다. 바닥은 해조류로 되어있어 미끄러졌고, 덕분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가까스로 아나스타샤의 손을 잡은 바를로는 그를 서둘러 끌어올렸다.
아나스타샤가 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그가 빠졌던 구멍으로 상어의 커다란 주둥아리가 올라왔다 사라졌다. 그리곤 상어 그림자는 주변을 몇 번 맴돌다가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게 뭐야…."
"괜찮으신가요, 누님?"
"아, 어어.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자신이 나온 곳에 나타난 커다란 이빨을 보고 안색이 파리해졌던 그는, 바를로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웃어보였다.

"안색이 좋지 않은데요. 역시 우리, 배에서 쉬었다 갈까요?"
"너야말로 나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은데. 그래, 우리 밥도 굶었잖아. 좀 쉬고 정신도 차리고 가자."

바를로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그렇게까지 안색이 좋지 않은가 싶었다.


에서 방랑하는 것

배를 든든히 채운 아나스타샤들은 근처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주변에 널려있는 낡은 난파선들은 산산히 조각나있고 표면의 페인트들도 벗겨져 있었다. 전부 아무런 가치가 없는 파편들이였다. 파편 사이에는 칙칙한 놋쇠 단추, 어디서 나온건지 모를 붉은 금속 파편, 바닷 속에나 있어야 할 듯한 이상한 맥동 산호, 바닥에 널린 다른 해초와는 다른 녹색의 매우 끈적한 녹색 해초, 더러운 새 둥지, 깨진 병 등 별의 별 잡동사니만이 굴러다녔다.

"적어도 근처에 표류되어 널부러진건 아닌것 같네요."

아도니스가 발치의 나무판자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런 불안정한 지형에 은신처를 만들었을거라고도 생각은 안드는데…. 뭐 일단 섬 중앙까지 가보죠."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돌릴 때였다. 아나스타샤들이 뒤지던 묻힌 파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파편 아래에 무언가 있었다.

"……!! 뭐지?!"

아나스타샤들은 무기를 쥐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파편을 들추고 해초들이 꼼지락 거리며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형상으로 뭉쳐진 해초 세 구, 머리카락같은 수십가닥이 흐물거리는 해초 두 구였다.

"해초들이 어떻게…?!"
"이 곳에 서식하는 특이한 생명체 중 하나가 틀림없습니다. 사람을 양분으로 삼는 괴물 식물 중 하나겠지요. 단지 종류가 해초일 뿐. 해치워 버리면 그만입니다."

코스모스의 말이 맞았다. 아나스타샤들은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전투에 돌입했다.



휘청거리는 해초 괴물
1레벨 병사 [식물]
행동순서 : +2
위족 타격 +6 vs. 장갑 : 5 피해, 표적에 인접한 것에 +1d6피해.
멀리서는 더 힘들어 : 잡초 야수 가짜는 원거리 공격에 대한 모든 방어에 +2보너스를 얻습니다.
체력 27 / 장갑 16 / 신방 13 / 정방12

해초 괴물 덫 사냥꾼
1레벨 방해자 [식물]
행동순서 : +2
칙칙한 위족 +6 vs. 장갑 : 5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이 고정됩니다. (극복 가능) 빠져나오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상은 칙칙한 위족 공격으로 5피해를 입습니다.
멀리서는 더 힘들어 : 잡초 사냥꾼은 원거리 공격에 대한 모든 방어에 +2 보너스를 얻습니다.
체력 27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3



배치

해1 덫1 해2

해3  바 아도    
          아나 코  덫2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11), 아도니스 (19), 클라인 (18), 바를로 (17), 덫1,2 (15), 해초1,2,3 (7), 코스모스 (3)

아나스타샤, 해초3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해초2에게 냉기광선, 명중 9냉기광선.
클라인, 덫1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7피해.
바를로, 해초3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덫1,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덫2,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해초1,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해초2,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해초3,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덫2에게 근접공격, 명중 8피해.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해초3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해초2에게 냉기광선, 창성학으로 증폭, 명중 18냉기피해.
해초2, 전투불능.
클라인, 덫1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명중 9피해.
바를로,해초3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덫1, 클라인에게 공격, 순수짝수명중, 5피해.
클라인, 자리에 고정됨.
덫2, 코스모스에게 공격, 5피해.
해초1,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해초3,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덫2에게 근접공격, 명중 8피해.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해초3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6피해.
아도니스, 덫1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클라인, 덫1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바를로, 해초3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덫1, 클라인에게 공격, 5피해.
덫2, 코스모스에게 공격, 5피해.
코스모스, 비틀거림.
해초1,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해초3,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덫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해초3에게 쌍수근접공격, 명중 5피해.
아도니스, 덫1에게 냉기광선, 치명타 34냉기피해.
덫1, 전투불능.
클라인, 고정에서 풀림, 해초1에게 근접공격, 강타 선언, 명중 10피해, 강타 2추가피해.
바를로, 해초3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8피해, 암습 4추가피해, 뒤로 이탈.
해초3, 전투불능.
덫2,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이 바닥에 엉켜 고정됨.
해초1,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코스모스, 덫2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12피해.
덫2, 전투불능.

고조주사위4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해초1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해초1에게 냉기광선, 명중 10냉기피해.
클라인, 해초2에게 근접공격, 명중 9피해.
해초1, 전투불능.



해초들의 공격은 단순했고 그리 힘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형을 이용해, 아나스타샤들의 발을 옭아맸고 그 때문에 바닷속의 해파리나 게들에게도 피해를 입었다. 해초괴물들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단순한 주먹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안쪽에 숨겨져 있던 갈고리나 선박 파편들이 나와 큰 상처를 남겼다.
가까스로 전부 토막내어, 해초괴물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아,하아…. 이젠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해초까지 조심해야겠네요. 휴, 바다생물들을 깨우지 않게 조심히 이동해야겠어요."

아나스타샤는 진저리가 나는 것처럼 소금물에 절여진 옷의 물기를 분노로 꽉꽉 눌러 짜내며 말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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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1

TRPG/제 13시대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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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ive and forget.
용서하고 잊어버려라.



황금 망루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나스타샤들은 산타 코라-뉴 포트 대로에 도착했다. 이 곳은 큰 드루이드의 숲에 걸쳐 있었기에 다른 대로들에 비해 습격이나 무너짐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이 지나가는 동안은 별 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산타 코라에서 뉴 포트까지는 상당한 거리였지만 마차를 탄 덕택에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은색 만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은색 만은 그 이름처럼 은빛으로 빚나지는 않았다. 햇살이 바닷물에 비쳐 하얗게 반짝이기는 했지만 은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듣기로는 이 근방 해역에서 은갈치 어획량이 꽤 좋다고 하더군요."

아나스타샤의 생각을 읽은 듯 코스모스가 말을 덧붙였다.

"의미 전달은 확실하지만 그리 낭만 있는 이름은 아니였네요…."

약간의 실망을 담은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다, 곧 바로 내륙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그렇게 큰 만도 아니건만 피리긴의 집이 어딨다는건지. 위치 설명이 애매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거, 수상하지 않아요?"

아도니스가 가리킨 방향은 유리에 반사 된 태양 빛 마냥 번쩍거려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뭐에요?? 저 시각 테러하는 건물은?!"
"여기선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다가가보죠."

클라인 역시 제대로 보기 힘든건지 인상을 한껏 구긴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한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백한 돔

자체발광하던 건물은 아무도 밟지 않은 첫 눈처럼 창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한치의 색조차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고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햇빛이 눈부시게 반사되던 것도 저 괴상할 정도로 둥근 돔 형태의 건물의 흰색 때문에 일어난 일 일것이다.
하지만 그 건물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울리지 않게 소란스러웠다.

"당장 나오는게 좋을걸!"

그 괴상한 돔은 건달처럼 보이는 인간들 5명에 의해 둘러싸여 공격 받고 있었다. 그들은 문과 창문을 마구잡이로 두들겼지만, 돔은 강력한 무언가로 지어졌는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들은 근처의 바위 암벽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았다.

"저 사람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건물에 다가가기도 어렵겠어요."
"어짜피 건달들 같은데 그냥 해치우죠?"

다른 이들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자 가장 먼저 그들을 기습하기 위해 나섰다.



인간 용병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숏소드 +5 vs. 장갑 : 5 피해
원.석궁 +4 vs. 장갑 : 4 피해
빠른 공격 : 인간 용병과 접전중인 상대는 물러서기를 시도 할 때마다 1피해를 입습니다.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체력 27 / 장갑 16 /신방 13 / 정방 12

몽둥이를 든 건달
1레벨 방해자 [인간형]
행동순서 : +3
몽둥이 +5 vs 장갑 : 4피해
순수 짝수 명중_갑옷 파괴자! 몽둥이를 든 건달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상대의 장갑을 1만큼 감소시킵니다.
원.석궁 +4 vs. 장갑 : 3피해
체력 27/ 장갑 16 / 신방 13 / 정방 12

마법사 후원자
1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단검 +4 vs 장갑 : 3피해
원.불꽃 로켓 +4 vs 신방 (단거리 또는 원거리 적) : 4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 주변의 적은 각각 1회의 피해를받습니다.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5

인간 활잡이
1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순서 : +4
단검 +4 vs 장갑 : 4피해
원.석궁 +5 vs. 장갑 5피해
기회 주의적 던지기 : 원거리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모든 상대는 이동 액션을 할 때마다 1피해를 입습니다. (처음 발생했을 때 플레이어에게 설명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체력 27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3



행동순서 판정 : 활잡이 (24), 용병1,2 (22), 아나스타샤 (19), 바를로 (19), 클라인 (19), 아도니스 (16), 마법사 (15), 몽둥이 (8), 코스모스 (6)

기습
바를로, 마법사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6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명중 6피해.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용병2,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4피해.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3피해.
바를로, 마법사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치명타 19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치명타 20피해.
아도니스, 마법사에게 냉기광선, 10냉기피해.
마법사, 전투불능
몽둥이, 코스모스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코스모스,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몽둥이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1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용병2, 클라인에게 근접공격, 명중 5피해.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용병1에게 확실한 베기, 명중 6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용병1에게 냉기광선, 창성학으로 증폭, 명중 18냉기피해.
몽둥이, 코스모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코스모스, 몽둥이에게 근접공격, 응징하겠다 선언, 명중 12피해, 응징 3추가피해.

고조주사위2
활잡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용병1, 바를로에게 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기세잃음.
용병2,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6피해.
바를로, 용병1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몽둥이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몽둥이, 코스모스에게 근접공격, 순수 짝수 명중, 갑옷파괴자, 명중 5피해.
코스모스, 몽둥이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17피해.
몽둥이, 전투불능.

고조주사위3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용병2,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1피해.
바를로, 용병1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활잡이에게 냉기광선, 6냉기피해.
코스모스, 용병2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14피해.
용병2, 전투불능.

고조주사위4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8피해.
활잡이, 전투불능.
바를로, 용병1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8피해, 기세획득.
용병1, 전투불능.



돔을 둘러싸고 있는 적들은 전부 맥을 못추리고 쓰러졌다.

"크흑, 자, 잠깐!"

완전히 끝을 내려할 때, 마법사 한 명이 소리쳤다.

"우리는 누가 시켜서 이러고 있던 것 뿐이야! 죽이지는 말아줘!"

마법사는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자신과 동료들을 살려줄 것을 애원했다. 다른 이들도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으며 고개를 숙인채 떨고 있었다.

"그게 누군데?"
"…뉴 포트 외곽의 교차로에서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날씬한 체형의 여자에게서 일자리를 얻었어. 원래 아는 사이는 아니야. 부탁 받은 일은 피리긴을 붙잡아서 이니고 샤프에 대해 캐내는 일이였지."
"그 여자와 너희가 동료가 아니라는 보장은?"
"보수가 꽤 괜찮아서 받아들였을뿐이야. 선불도 못받아서 굳이 목숨을 걸어서까지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그래, 그럼 그 여자에 대해선 더 아는건 없어?"
"우리한테 황제의 부하들이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 했었어. 물론 자기가 놀들을 이용해서 처리한다 했기에 별 신경 안 썼지."

'놀? 설마…, 고로간의 입 근처의 놀들이 그냥 습격한건 아니란 소린가?'

 

"네가 이 무리의 리더야?"

"맞아. 이름은 나다다."
"그래, 선불을 못 받았다고 했지? 그럼 보고하고 보수를 받는건 어떻게 할 생각이였지?"
"그를 만났던 곳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였어. 자기가 직접 전보로 연락준다 했지."

'다시 만날 예정이 있다는건가. 이걸 이용하는게 좋을것 같은데.'

"보수로 얼마를 받기로 했지?"
"…명당 은화 10개."
"그 돈, 내가 지금 줄게. 의뢰한 여자에게서 전보가 오면 나한테 알려줄래? 그리고 내가 여자를 만난 뒤에 또 은화 10개를 주지."

건달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려주면 되지??"
"이 새의 다리에 묶어서 날려보내."

아나스타샤는 휘파람을 불어 피요르를 불렀다. 피요르는 명령에 따라 마법사의 머리 위에 앉았다.

"목숨을 살려준 대가는 톡톡히 치르는게 좋을거야."

아나스타샤는 용병들에게 돈을 건넸다. 돈을 쥐어진 그들은 연신 고맙다고 하며 도망치듯 사라졌다.

"굳이 의뢰인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상황이 끝나자 아도니스가 입을 열었다.

"잡지 않으면 이니고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또 피리긴이 습격받을거잖아요. 거기다 이니고를 찾아서 황궁에 대려다 놓은들 또 습격받거나 쫓겨도 곤란하고요."
"정말 믿을만한 분이시구려."

갑작스런 소리에 아나스타샤들은 돔 쪽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은발의 마법사가 돔모양의 건물과 같은 새하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녀석들을 쫓아내줘서 정말 고맙구려. 괜찮다면 안 쪽에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지 않겠소?"

그는 거의 부서진 문을 열며 돔 안쪽으로 아나스타샤들을 초대했다.


 

리긴과 만나다

"반갑구려. 내가 피리긴이라오. 자네들도 날 찾고 있었던게지?"
"네, 이니고 샤프에 대해 당신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당신이 황궁 구조물 건축가에게 보낸 소개장을 보고 왔습니다."
"그 편지가 이제서야 닿았구만…."

피리긴은 자신 앞의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들기며 고민하는 듯 싶더니, 입을 열었다.

"…이니고를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이오? 정말 황실에서 온 자들이 맞는건지…?"

아나스타샤 피리긴 안심 기능판정 : d20 (13)+레벨 (1)+매력 (2) vs 보통 (15) 성공

"저는 황제의 후계자 경연 대회 임무의 일환으로 이니고 샤프를 찾고 있었어요. 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는데, 그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임무가 떨어진거지요."
"황궁으로 간다면 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보장은 있는게요?"
"그가 맡을 일은 농업 기술에 관한 일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거기다 밖을 떠돌아 다니는 것보다야 제국의 황제 아래서 보호받는 것이 더 안전하겠죠."
"그건 그렇지. 그래."

피리긴은 아나스타샤의 말에 동의하며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사실 나와 이니고는 한 때 연구 동료였다오. 그의 연구소에서 다양한 기술들을 같이 연구했었지. 물론 발명가로서의 나는 그의 실력에 미치진 못했었지만 말이지. 그래서 나는 그가 발명을 하는 동안에도 종종 집으로 돌아와 이 해안선에서 수채화를 그리곤 했었다오."

그는 자신의 실력이 이니고에 비해 보잘것 없다 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겸손같았다. 그가 살고 있는 창문 없는 이 흰색 돔이 쉽게 지어질 수 있는 형태의 건축물이 아니라는 것 쯤은 비전문가인 아나스타샤들이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니고가 황실 소속인지는 알고 있었다오. 하지만 그는 황제 외에도 여러 표상들에게도 의뢰를 받아 여러가지를 만들곤 했었지.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도 대사제나 투장의 의뢰를 수행했던 것 같았소."

'하필이면 서로 사이가 안 좋은 대사제와 투장의 조합이라니…. 겁도 없네.'

"거기다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고용주라면 표상이라 하더라도 그냥 무시하기도 했었더라지. 그런 강력한 고용주들을 쉽게 무시하는 그의 대담함에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어 말리기도 했다오. 하지만 이니고는 전혀 듣지 않았지…. 나는 그에게 왜 이렇게 무모한 짓들을 하는지 물어봤소. 그들에게 원한을 사도 괜찮냐고 말이야. 하지만 그는 최소 두 가지 정도의 안전장치가 있기때문에 괜찮다고 할뿐이였소."
"안전장치?"
"그렇소, 자세한 방법은 모르지만 아마 그의 요새에도 그런 장치가 있었던 모양이야. 혹시 그의 요새가 오크 두령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한 것은 알고 있소?"
"알고 있다. 제국의 요청으로 오크들을 처리할 수 있는 마법함정을 고안해내서 습격받은걸로 알고 있는데."

클라인의 말에 피리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모두들 이니고가 그 때 죽은걸로 알고 있을테고 말이오."
"하지만 죽지 않았다?"
"그렇소. 그는 요새의 안전장치로 혼자 도망가 버렸다오. '혼자'서 말이지."

피리긴은 과거를 회상하듯 먼 산을 바라보았다.

"오크들이 노리는게 내가 아니였던게 다행이였던게지……. 나는 오크들이 이니고를 찾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때, 그들의 눈을 피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오. …그 뒤로 나는 더 이상의 순회를 그만두고 이 집에 머물며 연구와 명상의 나날을 보내고 있소. 애초에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였고, 이니고 역시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보단 혼자인 쪽을 더 좋아하는것 같았으니까 말이오."
"당신의 말을 들어보면… 이니고를 별로 좋아하지도 좋아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걱정하는게 맞긴 한건가요?"
"허허, 참 예리하시구려. 처음엔 나도 그를 노리는 다른 이들처럼 이니고에 대한 복수를 계획했었다오. 그러기 위해 그 녀석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장치를 연구했지. 그 장치를 개발하는 동안의 나는 분노로 가득차서, 요새에서 탈출하느라 크게 다친 내 몸을 돌보지 않았었지. 그런 내 몸은 안과 밖으로 썩어들어가고 있을뿐이였다오. 그러던 어느 날, 떨어진 식료품 창고를 채우기 위해 뉴 포트에 갔을때였지. 난 그 곳에서 빛의 신의 자비를 만났소."

빛의 신을 입에 담은 그는 어느 때보다 경건해 보였으며, 그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것 같았다.

"빛의 신의 말씀은 내 마음에 평화를 찾아오게 했고, 그 분은 분노와 복수, 상처로 얼룩진 나를 돌봐주셨지. 난 그 날, 그 분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은게요. 내 사소한 복수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이지. 내가 설사 이니고를 찾는다 한 들 어쩔 수 있겠소? 그에게 내가 받았던 고통을 그대로 준다면 내가 편해질까? 아니지. 그 때에도 난 여전히 괴로울거요. 차라리 그를 용서하고, 더 이상 이전의 상처를 들쑤시지 않게 인연을 끊고 만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일테지. 거기다 그는 자신의 잘못으로 계속 도망치며 살고 있을테니, 오히려 죽는것보다 더 괴로운 상태일거요. 이미 자신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깨달았겠지. 나는 이젠 그 역시도 하루 빨리 마음의 안식을 찾길 바란다오. 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자가 아니라 보호해줄 수 있는 자에게 그를 구해달라 하고, 이 질긴 악연을 완전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지. 그래서 그가 소속되어 있던 황궁에 편지를 보내면 그를 찾아줄거라고 생각했소. 하지만 그게 여기저기 소문이 나 다른 녀석들까지 끌어들일거라곤……."
"확실히 이해했어요. …당신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 더 이상 괴롭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저희도 이니고를 안전하게 보호해서 당신이 더 이상 지난 날에 괴롭지 않도록 할게요"
"이해해줘서 고맙구려. 혹시 한가지 부탁을 들어줄 수 있소?"

아나스타샤가 말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피리긴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부탁은 이거요. 그를 만난다면, 이 말을 전해주시오. 나는 자네를 용서했으니, 자네도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다신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그 후로 피리긴에게 이니고를 찾는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피리긴은 이니고에게 가장 가까운 물길을 찾아갈 배를 가지고 있었다. 이니고와 같이 일을 할 적에 주인을 찾는 마법의 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연구를 응용해 이니고를 찾아가는 배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가 복수를 포기하면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날을 위해 그 배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배의 위치는 은색 만에서 수백야드 정도 떨어진 곳이였다. 그 곳의 뭍에 방수포를 덮은 채로 숨겨놨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장소는 아님에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피리긴에게 호의를 베풀며 도와준 노움 사제로부터 얻은 여러 주문으로 가려놨기 때문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챌 수 있었다고 했다.

피리긴은 배를 숨긴 주문을 푸는 방법을 알려줬다. 방법우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비밀 하나를 큰 소리로 선포하는것. 물론 농담같은게 아니라 진짜 비밀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주문을 풀게되면 그것이 끝이 아니라, 특정 노래를 불러야 배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톤걸의 발라드'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오래된 드워프의 노래 중 하나로 아나스타샤들 중에서는 자세히 아는 이가 없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리긴에게서 직접 배워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아나스타샤 노래 학습 기능판정 : d20 (19)+레벨 (1)+지능 (1)+가희 (1) vs 보통 (15) 성공

피리긴이 먼저 시범을 보였고, 아나스타샤는 한 번에 따라불렀다. 그가 부르는 발라드는 훨씬 서정적이고 감성적이였다. 마치 원래 그런 노래였던 것처럼 눈 앞에 드워프 소녀가 해질녘 하늘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구슬프게 그리워하는 모습이 자연히 그려졌다.

"스톤걸의 발라드를 처음 듣는게 맞는게요…?"
"응, 원래 이런 노래가 맞는지 잘 모르겠네. 분위기가 너무 애달픈가?"
"아니, 오히려 내가 잘못 부르고 있었던것 같은데……."

피리긴은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이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아나스타샤,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요…."
"마치 노래가 당신에게 불려지기 위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시인이 아니어서 이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지 못하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하. 과장이 심하네요, 다들."
"이렇게 잘 부르니 노래는 여기까지만 배워도 되겠구려. 밤이 늦었는데 바로 가실게요?"
"밤의 바다는 위험합니다. 왠만하면 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는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길 바랬다. 그의 말처럼 아나스타샤들 중에서는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가 없었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배를 타고, 또 다른 위험성을 질 필요는 없어보였다.

"괜찮다면 하루 정도는 묶게 해 줄 수 있소. 적적한데 늙은 마법사 말상대나 해주구려."

피리긴도 아나스타샤들이 하룻밤을 지내길 바랬다.
그 뜻대로 아나스타샤들은 그의 집에 짐을 풀었다.


다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내고 늦은 밤, 잠을 자기 위해 바닥에 침낭을 깔았다. 아도니스는 저녁동안 피리긴과 꽤 친해진건지 그의 침대 옆에 붙어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니까 이 마법 주문은……."
"오오, 그런 방법이! 이거 도학에는 제가 따라가지 못하겠구려."
"당신도 마법물품 개발 능력이 수준급이야. 이런 인재를 제국에서 몰랐다는게 아쉬울 정도야."

'아도니스가 저렇게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건 생소하네. 역시 마법사라서 그런가.'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보호자가 된 기분으로 그의 교우관계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니 관심사가 달라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을 뿐, 큰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자리에 누운 아나스타샤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아도니스와 피리긴의 작은 목소리만 오히려 또렷하게 들려왔다.

'스톤걸의 발라드 가사나 외워볼까?'

결국 스톤걸의 발라드의 가사를 속으로 몇 번이고 완곡한 뒤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덕분에 그가 가사를 잊어버리는 일은 없었다.


 

밀, 그리고 항해

피리긴의 조언에 따라 보트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근처에 도착하자 고급 마법 재료의 냄새가 강하게 진동했기 때문이였다. 아나스타샤들은 그 냄새를 알고 있었다. 페퍼민트의 냄새다.

"문제는 개인적인 비밀을 말해야 마법이 풀린다는거죠…."
"그,그거라면 제가 해볼게요!"

아도니스가 얼굴을 붉힌채 앞으로 나섰다.

"보나마나 누님을 좋아한다던가 그런거 아닌가요?"
"……!…!!!"

아도니스는 돌처럼 굳은채 삐걱거렸다.

"아나스타샤 말고는 말한적 없는데!"
"누가 봐도…, 아니 그 전에 누님에게 말한 순간 이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아니잖아요."

바를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도니스는 할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니였기 때문에 입을 다물은채로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으음, 내 비밀은 딱히… 없는데. 물어보면 얼마든지 얘기해줄 수 있는 정도…?"

아나스타샤는 되려 비밀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어 문제였다. 본인조차 몰랐던 출생의 비밀조차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으니 숨길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클라인밖에 없네. 뭐, 군사비밀이라도 말해보시지?"
"아니, 군사비밀은 좀 그렇잖아요…?"

클라인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나스타샤가 서둘러 막았다.

"뭐 어때요. 우리끼린데. 듣고 잊어줄테니까 뭐든 말해봐."
"흠, 다른 사람은 믿어도 넌 못믿겠는데. 적어도 어떻게든 이용해서 날 곤란하게 만들 것 같거든. 그러는 네가 마법청이나 호라이즌 정부의 기밀이라도 하나 말해보는건 어때?"

아도니스는 특별히 부정하지도 않고 조용히 혀를 찼다. 아무래도 클라인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리고 본인 역시 정부 기밀을 말하기 곤란한 것 역시 클라인과 같은 입장이였다.

"……그럼 제 비밀,"
"크, 어쩔 수 없죠. 제 비밀을 말하겠습니다. 군사 기밀이니 정부 기밀이니 그런 무시무시한걸 외치라고 할 순 없잖아요? 참…, 여러분들에겐 말하기 싫었는데…."

바를로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제 성은 울손입니다!"

그가 큰 소리로 자신의 성을 외치자 민트향이 한꺼풀 벗겨지듯 사라지더니 방수포로 덮인 배 한 척이 나타났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바를로의 외침과 그에 따라온 마법 해제 효과와는 다르게 아나스타샤들, 특히 아나스타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네 성은… 뚜껑따개 아녔어?"
"마법사님…. 그건 제 별명이에요."

바를로는 아도니스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클라인을 흘끗 쳐다봤다.

"……? 왜 쳐다보지?"
"아니, 그…… 모르시겠어요?"
"뭘 말인가."
"그러니까, 제 성이요…."

반응이 영 시원찮은걸 이제야 느꼈는지, 기세 좋던 전과 다르게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모르겠는데."
"하……. 이거 참…. 그, 제가 귀족이거든요. 하하. 작위는 없지만."
"어?? 네가? 왜???"

귀족이란 말에 아나스타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 반응은 예상했지만, 거 너무 놀라시네요. 엘돌란의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귀족인거 아시죠? 반대로 귀족들도 대부분 마법사고."
"그랬지. 근데 넌 마법사가 아니잖아?"
"그렇죠. 하지만 저희 가문이 엘돌란에서 꽤 유명한 가문인지라…. 엘돌란의 세 학파 중 미스릴 학파의 석좌교수 코니가르 울손이 저희 조부님이십니다. 사실 클라인님은 귀족이니까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기고만장했나봅니다. 하하…."
"미안하게 됐군. 사교계엔 관심없어서."

클라인은 바를로에게 내력을 들은 후에도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흠……. 사실 그가 누군진 모르겠는데, 석좌교수는 알겠어. 그 파란머리 하이엘프처럼 학교구역에서 명령하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잖아."

아나스타샤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멸었다.

"샤리사 다크볼트님 말이군요. 확실히 자존감이 높으신 분이죠. 저희 가문과 사이는 안좋지만."
"그럼 대체 평민구역 뒷골목에서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는 이유가 뭐야? 아쉬울게 뭐가 있다고."
"음, 쫓겨났다고 해야할까요…. 하하, 제가 마법에 영 소질이 없어서."
"흐음…."

바를로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들에게 지금은 그런 사적인 일을 캐물어야 할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대충 대화를 마무리 짓고 방수포를 걷어, 배를 물가로 밀었다. 여덟, 아홉명 정도 태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배는 아나스타샤 일행이 전부 타도 넉넉할 것 같은 돛이 없는 조각배였다.
아나스타샤는 배 앞에서 스톤걸의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는 승객을 태울 준비를 마친 선원처럼 편안한 고조파 진동을 울리며 아나스타샤들을 반겼다.
모든 사람들이 승선하고나니 배는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돛과 노, 어느것 하나 없는데도 배는 바다로 나가 안개 속으로 꾸준히 나아갈 뿐이였다.

단지 아도니스만이 뱃멀미가 있는 모양인지 널브러진 상태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런, 마법사님께서 배를 못 탈거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순회다니시기 힘들겠군요."
"닥쳐……."

아도니스는 말싸움할 기력도 없는 것인지 짧게 욕을 읊조리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나저나 바를로가 비밀을 말할 때, 코스모스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나스타샤는 코스모스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저 앞만을 바라볼 뿐이였다. 코스모스도 아나스타샤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가씨, 필요하신게 있으신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고개를 저었다.

'괜히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일리 없잖아. 굳이 알려달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아나스타샤는 더 이상 코스모스의 비밀에 관해 생각하기를 관두었다. 대신에 배가 향하는 쪽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과 목적지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배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정말 이니고 샤프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 것인가? 그들 중 누구도 그 사실에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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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푸른 보석

TRPG/제 13시대

2021.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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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쌍검 훈련

"여기를 이렇게 잡고 움직이는 편이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이렇게 말인가요?"

바를로는 황금 요새에서 새 무기를 얻은김에 새 전투방법을 배우고자 했다. 지금까지는 손에 잡히는 아무거나 잡고 휘두르는 길거리 싸움 방식을 고수해왔는데, 이번에 무기를 다루는 악귀들과의 싸움 이후로 그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에 계속 모험을 떠나야 하는 입장에서는 배울 수 있는 무술이 한정되어 있었다. 마법이야 애초부터 때려친지 오래고, 코스모스나 클라인처럼 정식으로 검술을 구사하기엔 쉬워보여도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였다.
그런 의미에서 아나스타샤의 사냥꾼 스타일의 레인저 검술은 바를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무기다루는 법과 흡사해, 스승삼기 좋았다. 본인이 그를 존경하는 것과 더불어 그의 검술을 배우는 이유로서는 충분했다.

요새를 떠나고 반나절이 훌쩍 지나 해가 떨어진 때, 바를로는 아나스타샤에게 검술 강습을 요청했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은 검을 가르칠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다며, 처음엔 거절했지만 바를로의 계속되는 회유에 결국 못이기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휙휙-

"제법인데? 원래 몸이 민첩해서 그런가, 좀 더 연습하면 단검 다루는건 나도 못따라 가겠어."
" 후후, 이게 다 스승이 좋아서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말은 잘해."

아나스타샤는 침낭 속에 몸을 뉘였다.

"너도 이제 적당히 하고 자. 내일도 늦게 일어나면 진짜 두고 갈거야?"
"네, 걱정마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바를로는 아나스타샤가 잠에 빠진 이후에도 연습에 시간을 보냈다.
생전 이렇게까지 열심히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바를로 자신도 본인의 모습이 신기했지만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외견이 다가 아니다

넓게 펼쳐진 평지가 끝나고 점차 바닥의 고도가 제멋대로로 걷기 힘든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임시거처로 보이는 판자로 만든 집들이 하나 둘 눈에 띄였다. 판잣집에는 장기적으로 쉬어가는 모험가나 상인들이 짐을 풀고 장사를 하거나 널부러져서 잠을 자는 등, 상당히 북적거렸다. 사람들은 중앙의 높은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석조건물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아졌으며 판잣집에 불과했던 구조물들도 제법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다.
요새의 망루로 보이는 높다란 건물은 저물어가는 때인데도 찬란하게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어, 마치 황금 요새가 옆에 있다면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게 다른점이 있다면 망루의 옆에 초라해보이는 여관이 하나 붙어 있다는 점이였다. 그 여관은 초라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거렸는데, 이 여관이 주변의 다른 오두막이나 판잣집 외에 요새의 주인들이 '공식적으로' 여행자들에게 제공한 숙박업소 같았다. 여관의 간판에는 한 눈에도 익숙한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황금거룡의 표식이였다.

"여기가 황금 망루인가 보네요."

사람들을 헤치고 건물의 문을 열자, 안 쪽도 밖과 마찬가지로 인산인해였다. 테이블은 저마다 사람으로 가득했고, 종업원들도 바쁜듯이 종종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빈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지만 남는 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어서오세요, 지금은 1층 자리는 만석이라 2층 룸과 숙박 예약만 받고 있습니다."

입구의 아나스타샤들을 눈치 챈건지 갑옷 위에 앞치마를 두른 남성이 다가와 안내했다. 아마 기사단 중 한 명인것 같았다.

'기사들이 나서서 장사를 도울 정도면 엄청 잘되나보네.'

"저희는 심부름 때문에 온 거에요. 황금요새에 있는 드미트리씨가 소울포지씨에게 물건을 전해달라해서요. 아, 물론 숙박도 할게요."
"소울포지씨요? 지금은 바쁘셔서 1층 마감 후인 9시 이후에 만나실 수 있을것 같네요. 방은 사람이 많아서 6인실 하나로 드려야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죠?"
"네."
"여기 열쇠 있습니다. 9시에 1층에 내려오시면 소울포지씨를 만날 수 있을거에요."

아나스타샤는 열쇠를 받아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아나스타샤와 바를로는 방 안에서 피요르에게 먹이를 주며 누워있었다. 아도니스는 주문 정리를, 코스모스는 명상을, 클라인은 요새 근처의 상인들에게 구한 것인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동안 완전히 캄캄해졌을 때, 코스모스가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했다.

"9시군요. 제가 갔다올까요?"
"그냥 다 같이 가요. 배도 고픈데 후딱 주고, 밥이나 먹죠. 창 밖으로 보니까 야시장 비슷한 곳도 있는 것 같네요."

황금 망루에 도착한 이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줄 모르는 식당의 손님들 탓에 별 다른 음식을 먹지 못한터라 아나스타샤의 말대로 다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

 


모그림의 이야기

"아! 이거 정말 고맙네. 고향과 연결된 마지막 물건이거든. 어디 갔나 했더니 황금 요새 관리 때 놓고 온 모양이구만. 괜찮다면 식사라도 하겠나?"
"밖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대접해 주신다면야 감사히 먹어야죠."

모그림은 푸른 돌을 받고 상당히 기뻐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는지 고민하더니 아나스타샤들에게 식사를 권유했다. 제안을 승낙하자 주방으로 들어간 그는 잠시뒤, 엄청난 크기와 양의 고기 음식을 내왔다.

"그리고 이건 내 특제 시트러스 맥주네.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은 과일맥주인데 자네들에게 먼저 맛보여 주는거야."
"오~감사해요."

기쁘게 받아들여 마시는 아나스타샤완 달리 바를로는 떨떠름해 보였다.

"왜그래?"
"아뇨, 이렇게 연속으로 술을 마시긴 또 처음이라…. 오늘도 저번처럼 마시겠죠…?"

그의 눈에는 이미 영혼이 빠져 있었다.

"그렇게 마시는게 싫어? 어쩔 수 없지…."

아나스타샤는 서운한 것처럼 표정에 잠시 그늘이 졌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지을지 몰랐던 바를로는 당황했다.

"그, 누님이랑 마시는게 싫은게 아니라,"
"그럼 내가 다 마셔야지~!~!"
"………."

바를로는 한숨을 내쉬곤 웃기 시작했다.

"역시 누님이 이런걸로 상처받을리가 없겠죠."
"당연하지. 같이 안 마신다고 서운할리가?"

아나스타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맥주 한 컵을 들이켰다.

"와, 이 맥주 향이 장난 아닌데요? 그냥 향기만으로도 취할것 같은 느낌."
"내가 살던 곳에서는 흔한 맥주 중 하나였지."
"모그림씨가 주조한 맥주 아니였어요? 그래서 소울포지인거고."
"아아, 용 제국 말고 아예 다른 곳말이다."

클라인은 음식을 먹다가 모그림의 말에 반박했다.

"용 제국 너머엔 오크들의 땅이 있고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
"맞아. 오랫동안 많은 역사학자들과 탐험가들이 여러 시대동안 연구한 결과 이 세계는 구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게 밝혀졌어. 대륙을 벗어나면 철의 바다, 철의 바다를 벗어나면 대륙이야. 대륙은 저 녀석이 말한 것처럼 용 제국과 주인 없는 땅 뿐이지. 아니면 그 위험천만한 곳에서 왔다고 주장할 셈이야?"

아도니스는 정확한 이유를 대며, 용 제국 이외의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세계겠지. 내가 살던 곳은 마워스란 곳이였다."
"그러니까 이세계에서 왔다는 말이에요?"
"그렇지. 너희가 가져다 준 이 돌도 그 곳에서 쓰이던거지."

아도니스는 그가 허황 된 소리를 한다 생각하고 대답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돌려준 푸른 돌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이 돌. 아니 보석인가? 계속 궁금했었는데 대체 무슨 광물이야? 생전 처음 보는데. 애초에 돌이 이렇게 빛을 발할 순 없잖아. 거기다 마력의 기운까지 느껴져. 마법물품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정확하네. 마력을 품은게 맞아. 이건 마력석이라고 하네. 마법물품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지. 이 돌 자체엔 아무런 힘은 없지만. 일종의 보조도구거든."
"마력석?"

마력을 품고 있다는 말에 아도니스는 흥미를 가진 듯, 마력석에 눈을 떼지 못한채 모그림에게 가까이 달라붙었다.

"이 마력석은 풍차의 바람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어. 바람없이도 제분을 할 수 있고, 말 없이 움직이는 마차가…."
"네? 마차가 말 없이요?!"
"운전자, 마부가 차를 움직이는데 말대신 이 마력석의 힘으로 혼자 굴러가는거지."

아나스타샤의 머리 속엔 말이 있어야 할 위치에 마력석이란 돌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 편리한 돌이 있다는게 말이 돼?"

아도니스는 몸을 뒤로 젖히며 조소했다.

"한 번 만져볼텐가? 지금은 마력이 거의 다한 마력석이지만 마법사라면 약간의 마혁이라도 분명 알텐데."

마력석을 드미트리에게 받아 옮긴건 아나스타샤였다. 아도니스는 돌을 특별히 만져볼 기회는 없었었다.

"흥, 이깟 빛나는 돌…."

'아까까지는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아도니스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곧바로 마력석을 모그림에게서 빼앗아 들었다. 하지만 돌을 쥐어든 아도니스는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 마력이 느껴지잖아??"

아도니스는 신기한듯 돌을 손 안에서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이런 돌…, 본 적 없어."
"하하, 이제 믿으시겠소?"
"그래.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물건이 있는 세상이 정말 평화로울 수 있나? 아니면 싸울 틈조차 없게 이 돌이 어마어마하게 많기라도 하는건가?"

그의 말에 모그림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부정은 않겠소. 사실 이 세계에 온 이유도 끝없는 괴물과 끊이지 않는 분쟁때문에 지쳐서 그런 것이였으니…. 하지만 여기 와서 깨달았지. 마력석은 싸움을 위한 아주 큰 대의명분이지, 그것이 없다하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여러 이유때문에 다툰다는걸. 결국 난 그냥 도망친거야."

그 말이 맞았다. 용 제국에는 모그림이 말한 것처럼 편리한 돌따윈 없다.
그럼에도 제국의 혼돈을 원하는 악귀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시체왕은 제국을 지배하기 위해 힘을 키우고 있었다. 큰 드루이드는 이 땅을 사랑하지만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발전하는 세계를 부정적으로 여겼고, 대마도사는 발전을 추구한 나머지 땅의 변화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오크 두령은 폭력으로 다스리는 원초적인 세계를 원했다. 용들은 자신들만이 우월하다고 믿고 있었으며, 드워프와 엘프들은 자신들 외의 세상사에는 관심없었고, 대사제와 투장조차도 자신들의 신 이외에는 관심없었다. 거기에 세상엔 남의 것을 빼앗아 가는 녀석들이 어디에나 존재했고, 사람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기 위해 묶어두는 사람도 존재했다.
이 갈등과 싸움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가지가 해결된다면 우습게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모그림이 왔다는 세계조차도 문명의 수준만 다를뿐이지 비슷할 것이다.

"어쩌면… 돌아갈 때가 왔는지 모르지."

모그림은 그리운 듯이 작게 읊조렸다. 그 혼잣말을 듣기라도 한걸까, 아나스타샤는 잔에 남은 마지막 맥주를 들이키곤 그에게 말했다.

"돌아가신다면 소울포지 맥주 맛이 그리울거에요."
"하하, 이 곳에도 뛰어난 주조쟁이들이 있는데 고작 이 맥주 하나 못마셔서 아쉬워하려고."
"술이야 어떻게 비슷한 맛이 난다해도 결국 모그림씨가 만든 소울포지 맥주는 아니니까요."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어."

모그림은 이 곳에서 만든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이른 아침부터 여관을 나섰다.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때, 익숙한 남자 한 명이 요새의 입구에 서 있었다. 모그림 소울포지였다.

"내 소중한 물건을 찾아줘서 다시 한 번 고맙다고 하지. 그리고 덕분에 어제 오랜만에 고향이야기를 하면서…, 새 목표도 생겼어."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이 소용없겠네요."
"그래, 어쩌면 여기가 우리가 만나는 마지막일 수도 있겠군. 자네들도 목표하는 바를 꼭 이루게나. 나처럼 도망치지는 말고."
"네, 모그림씨도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잘 지내세요."

그들은 서로의 마지막 만남을 미소로 끝마쳤다.
아나스타샤들이 여행길에 오르자, 모그림은 그들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때, 모그림의 모습도 자취를 감추고 영영 사라졌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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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황금 요새3

TRPG/제 13시대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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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施顰目(서시빈목)
서시(西施)가 눈을 찌푸리는 것도 따라한다.
자기의 주관도 없이 분수를 모르고 남을 따라하다 큰 피해를 보고 창피를 당한다.



 

황금 거룡의 방

휴식을 끝낸 아나스타샤들은 마지막 꼭대기 층으로 향하기로 했다.
4층짜리 건물인줄 알았지만 드미트리의 말로는 돔모양의 지붕에도 방이 하나 있다고 했다. 과거 황금거룡이 심연의 입구를 막기 전, 그가 거주하던 방이라고 했다. 이 방은 본래는 아무에게나 방의 존재를 말해주거나 들이지 않는다곤 하는데, 악귀들이 요새에 침범한 이 때만큼은 일의 해결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였다.
드미트리는 4층 복도 끝의 벽을 더듬거리더니, 장치 하나를 건드렸는지 천장에서 무거운 벽돌 끄는 소리를 내며, 나선 계단이 하나 내려왔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전설이 살던 방을 확인할 때가 다가오니 새삼스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방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고 검소한 분위기였다. 아나스타샤는 황금거룡의 이름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황금으로 장식된 방이 나올거라 기대했던지라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잘 것 없는 방은 아니였다. 둥근 방 안을 둘러싸는 거대한 책꽃이와 거기에 꽃힌 수많은 책들, 고급 원목으로 이루어진 책상과 의자는 서재, 아니 오히려 서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 책이나 한 권 꺼내봐도 상당한 역사적 사료가치가 충분한 고서들이 수두룩했다. 수백, 수천년동안 방의 주인을 기다리며 숨겨져 있었을 방대한 지식을 담은 이 책들은, 마치 장서관의 책들처럼 누구의 손도 타지 못한채 영구히 박제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심연의 문이 닫히지 않는 이상은 이 곳은 앞으로도 빛을 보지 못하는 책들도 가득한 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몇 권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책들이 많네"
"절대 안됩니다."
"안 가져가."

아도니스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드미트리는 그런 아도니스가 허튼 짓을 하지 않을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았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나봐요."

방 안을 한 번 훑은 아나스타샤가 아도니스를 주시하던 드미트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아, 그렇군요. 악귀들도 이 방의 존재까지는 몰랐나 봅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예상처럼 아무것도 없진 않았다. 그들이 안심하는 말을 내뱉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르릉'거리는 울음소리가 방 안을 채웠기 때문이다.
아나스타샤들은 경계태세를 갖추고 다시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장입니다!"

클라인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말하기 무섭게 악귀는 하늘을 날아올라 드미트리를 덮쳤다. 그는 뒷걸음질을 치다 뒤로 자빠지는 덕분에 악귀의 손톱을 피할 수 있었다. 약간만 늦었어도 저 손에 목이 뚫렸을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악귀의 다음 공격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취했다.



용을 따라하는 타락귀 드래고틀
타락귀는 적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이 장기입니다. 패배했을 때조차도 뼈아픈 조롱을 내뱉곤 합니다.
4레벨 술사 [악귀]
행동 순서 : +9
뿔과 이빨 +8 vs. 장갑 (2회 공격) : 5 피해
순수 16+_타락귀는 대상에게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원.부패의 숨결 +9 vs. 정방 (단거리 또는 장거리의 적 1d4) : 12 정신 피해. 대상은 혼란에 빠집니다. (극복 가능)
접.분란의 씨앗 +9 vs. 정방 (같은 대상과, 또는 서로 접전중인 단거리의 적 둘) - 대상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상시 근접 공격을 가합니다.
사용 제한_하루에 한 번. 짧은 행동.
체력 62 / 장갑 19 / 신방 14 / 정방 18


배치

 



행동 순서 판정 : 드미트리 (22), 아나스타샤 (20), 드래고틀 (16), 바를로 (15), 클라인 (11), 아도니스 (8), 코스모스 (5)

드미트리, 드래고틀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드래고틀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5피해.
드래고틀, 드미트리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5피해, 2회차공격, 명중 5피해, 짧은행동으로 드미트리에게 분란의 씨앗.
드미트리,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드래고틀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드래고틀에게 접근,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치명타 6피해.
아도니스, 드래고틀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드래고틀에게 신앙의 투창, 완전히 빗나감, 클라인에게 1피해.

고조주사위1
드미트리, 드래고틀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아나스타샤, 드래고틀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드래고틀,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드미트리에게 공격, 5피해, 2회차공격, 5피해.
드미트리, 비틀거림.
바를로, 드래고틀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드래고틀에게 근접공격, 강타 선언, 빗나감 1피해, 강타 4추가피해.
아도니스, 드래고틀에게 냉기광선, 명중 11냉기피해.
코스모스, 드래고틀에게 신앙의 투창, 명중 8신앙피해.

고조주사위2
드미트리, 드래고틀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아나스타샤, 드래고틀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8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드래고틀,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드미트리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5피해, 2회차공격, 빗나감.
바를로, 드래고틀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4피해, 기세획득, 뒤로 물러남.
드래고틀, 전투불능.




다시 달려드는 악귀를 드미트리는 검을 휘둘러 막으려 했지만 허무하게 빗나갔다. 악귀는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으며 말했다.

"나의 종복인 기사가 나의 방에 들어와서 날 해치려하다니!"

드미트리는 악귀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저이였다.

"뭔 소리냐! 여긴 황금거룡님의 방이다!"
"그래! 내가 그 황금거룡이란 말이다! 이 거대한 몸집과 날개, 황금색의 외피가 보이지 않느냐!"

확실히 그 악귀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인간과 파충류를 합친것과 가깝게 생겼다. 굳이 따지자면 용 보다는 뿔달린 하피나, 와이번 같았지만.

"설마 저 녀석, 자기가 황금거룡이라고 하는건가요? 진짜 믿을거라 생각하는거야, 아님 그렇게 믿고 있는거야?"

아나스타샤는 올해 들은 말 중 가장 어이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 역시 감추지 못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악귀는 그 표정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소리질렀다.

"내가! 이 드래고틀이 진짜 황금거룡이야! 감히 믿지 못하겠다는거냐?! 가만 안두겠다."

자신을 드래고틀이라 부르는 악귀는 다시 날개를 펼치고 달려들었다. 아나스타샤와 클라인은 각각 양쪽에서 드래고틀의 날개를 베어냈다. 큰 상처를 입은 악귀는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황금거룡님을… 모욕하지마!"

쓰러진 드래고틀을 향해 달려가누 드미트리는 지금껏 겁을 먹고 주춤거리던 모습과 달랐다. 진심으로 황금거룡을 존경하기에 분노하는 것이였다.
드래고틀은 드미트리의 마지막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하아,하아…."
"뭐야, 꽤 용기도 있고 실력도 있네요."
"으,아……."

아나스타샤가 악귀의 시체 앞에서 헐떡이는 드미트리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내,내가 악귀를 쓰러트렸어…. 감사합니다, 다 도움을 주신 덕분입니다."
"뭘요, 기사님이 가장 많이 다치고 가장 열심히 했잖아요."
"아닙니다. 저 혼자서는 여기까지 못왔을겁니다. 사례를 드리고 싶은데 가진게 없어서……."
"괜찮아요. 그냥 여기서 좀 편하게 쉴 수 있는 정도면."

안절부절 못하던 드미트리는 화색을 보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얼마든지 지내셔도 됩니다! 아, 하지만 요새가 너무 지저분하니, 저에게 청소할 시간을 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청소는 손이 많아야 빨리 끝나죠. 같이 돕겠습니다."
"아니, 은인분들에게 청소까지 맡길수는 없습니다!"

코스모스가 자신도 돕겠다고 나서자 드미트리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도니스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혼자해서 언제 다 치우려고? 그럼 오늘 안에 잘 수 있기는 해? 선심 쓸 때 받아들이는게 좋아."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해드릴게 없군요…."
"자,자. 그럼 1층부터 치우러 갈까요?"
"네? 저희도 같이 청소하는건가요?"
"무슨 소리에요, 아도니스도 같이 치워주려고 말을 꺼낸거 아니였어요?"

아도니스는 단지 아나스타샤가 잠시 지낼 요새를 청소하는 것을 그의 하녀인 코스모스가 돕는걸 동의했을 뿐이였다. 그것이 코스모스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 반문하는 아나스타샤를 보고, 그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마법사인 고급 인력인 자신이 청소를 하며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 싫은 것과는 별개로, 사실 무의식 중에 특권층인 자신은 누군가를 부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한마디로 자신이 청소할거라고는 생각도 안한거지.
마법사인 자신은 수많은 삶에서 특권층이 아니였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마법사는 귀족이니까 하인을 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있었다.
아나스타샤가 사생아라고 홀대 받는게 당연한가? 절대 아니다. 애초에 그런 자식들이 있으면 아도니스 본인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였다. 그가 할 일은 그저 아나스타샤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도 남들이 그에게 대해주었으면 하는 태도로 남들을 대하는 것. 그래, 존중.
거기다 아나스타샤는 코스모스를 하인으로서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 생각하고 있었다. 동료를 돕는 것이 아나스타샤의 모토임을 그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도니스는 여전히 청소는 귀찮았지만, 이 일은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자신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1층으로

"그나저나 악귀들은 대제 어디서 올라온걸까요? 해안?"
"글쎄요, 하지만 이게 흔한 일은 아니라는건 알고 있습니다. 몇 년에 한 번 드레치 정도만 기어올라오는 정도라고 했거든요."
"정말 흔한 일은 아니긴 하네요. 그러니까 요새 관리에 당신 한 명만 온 거겠지만요."
"죄송합니다. 하필이면 나약한 제가 온 탓에…."
"아니, 아니요! 기사님을 탓하는건 아니에요!"

급작스럽게 시무룩해지는 드미트리를 위로하며 내려갈 때였다. 2층 난간 아래로 불쾌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킥,킥킥!

바를로는 1층쪽을 내려다 보았다.

"으억, 저게 뭐람."

그가 바라 본 곳에는 악귀 셋이 춤을 추며 웃고 있었다.

"분명 1층의 악귀들을 전부 처리했을텐데…."
"어딘가에 악귀들이 나오는 장소가 남아있나보군요."

클라인의 말을 듣자 드미트리가 그제서야 생각난 듯 외쳤다.

"지하실! 지하실인가봅니다! 요새 아래에 술 저장고가 있었습니다!"
"그걸 왜 이제 말해?"

아도니스가 황당해 하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저도 듣기만하고 처음 와보는거라…."
"이미 악귀가 나타난 마당에 별 수 있나요.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면 빨리 처리하죠."



술취한 소악귀
소악귀들이 술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립니다.
2레벨 방해자 [악귀]
행동 순서 : +5
썩은 손톱 +7 vs. 장갑 : 3 피해 및 5 지속 피해
원.취기 분출 +7 vs. 신방 : 7 피해. 대상은 어지러워집니다. (극복 가능)
매 차례의 첫 순수 16+_대상이 어지러워지지 않고 쇠약해지게 하거나, 또는 자유 행동으로 다른 대상에게 부패 분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비행 : 취해 있기때문에 날고는 있지만 잡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체력 40 / 장갑 18 / 신방 13 / 정방 16



행동순서 판정 : 아도니스 (21), 소악귀3(20), 코스모스 (19), 아나스타샤 (18), 바를로 (18), 클라인 (13), 드미트리 (9), 소악귀1 (6), 소악귀2 (7)

아도니스, 소악귀1에게 냉기광선, 12냉기피해.
소악귀3, 2층으로 비행, 아나스타샤에게 취기분출, 명중 7피해.
아나스타샤, 어지러워짐.
코스모스, 소악귀3에게 신앙의 투창, 4신성피해.
아나스타샤, 소악귀3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1층으로 이동, 소악귀1에게 비도, 명중 6피해, 기세획득, 암습 6추가피해.
클라인, 짧은행동으로 1층으로 낙하, 낙하 기능판정, d20 (17)+레벨 (1)+건강 (3)+영웅 (2) vs 보통 (15), 판정성공, 소악귀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7피해.
드미트리, 1층으로 이동.
소악귀1, 바를로에게 취기분출, 명중 7피해.
바를로, 어지러워짐.
소악귀2,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섬.

고조주사위1
아도니스, 소악귀3에게 냉기광선, 완전히 빗나감, 1층의 인원 (바를로, 클라인, 드미트리)에게 1피해.
소악귀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명중 3피해, 5지속피해.
코스모스, 소악귀3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1피해.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소악귀3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극복판정 성공.
바를로, 소악귀1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5추가피해, 극복판정 실패.
클라인, 소악귀2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선언,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7피해, 강타 6추가피해.
드미트리, 소악귀2에게 접근, 공격, 5피해.
소악귀1,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소악귀2,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3피해, 5지속피해.

고조주사위2
아도니스, 소악귀3에게 냉기광선, 명중 11냉기피해.
소악귀3,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소악귀3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나스타샤, 소악귀3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7피해.
바를로, 소악귀1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5추가피해, 극복판정 성공.
클라인, 소악귀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만회의 일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2추가피해, 5지속피해, 극복판정 성공.
드미트리, 소악귀2에게 공격, 빗나감.
소악귀1, 바를로에게 공격, 명중 3피해, 5지속피해.
바를로, 기세잃음.
소악귀2,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3피해, 5지속피해.

고조주사위3
아도니스, 소악귀3에게 냉기광선, 5냉기피해.
소악귀3,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2층 난간 너머로 비행.
코스모스, 소악귀3에게 신앙의 투창, 2신성피해.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소악귀3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소악귀1에게 회피의 일격, 4피해.
소악귀1, 전투불능.
바를로, 5지속피해, 극복판정 실패.
클라인, 소악귀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5지속피해, 극복판정 실패.
드미트리, 소악귀2에게 공격, 빗나감.
소악귀2, 드미트리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3피해.

고조주사위4
아도니스, 소악귀3에게 냉기광선, 10냉기피해.
소악귀3, 전투불능.
코스모스, 소악귀2에게 신앙의 투창, 명중 3신성피해.
아나스타샤, 소악귀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소악귀2, 전투불능.




아도니스가 제일 먼저 냉기광선으로 1층의 소악귀들을 공격하자 한 마리가 위로 날아올랐다. 이상하게도 잘 날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비틀거렸다.
악귀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접근해오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 술 냄새가 장난아니야!"
"역시 지하에서 올라온 녀석들인가봅니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술취한 소악귀를 떼어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칼에 찔린 악귀는 온 몸을 비틀며 그제서야 아나스타샤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1층의 악귀들은 상황 파악을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었다. 그러다 2층으로 날아간 악귀의 비명에 그 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다른 악귀들도 이 쪽을 눈치챈 것 같군요. 전 1층의 녀석들을 상대하겠습니다."

클라인은 그 말을 하고선 바로 난간을 뛰어넘었다. 꽤 높이가 되었지만 그는 무사히 착지 후 바로 악귀에게 달려들었다.
바를로와 드미트리도 그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의 악귀들 역시 술에 잔뜩 취했는지 그 냄새가 올라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였다. 더군다나 악귀들의 썩은 손톱은 상처에 감염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클라인과 달리 중갑을 입지 않은 바를로는, 빠르게 치고 빠져 이들을 상대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악귀들은 술에 취해 바를로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고, 악귀 한 마리를 손쉽게 처리했다.
드미트리는 클라인의 옆으로 가, 그를 보조했다. 클라인은 한 눈에 봐도 뛰어난 전사였고, 드미트리는 그를 처음 보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곁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요새를 올라가며 싸우면서 코스모스가 자신과 같은, 오히려 훨씬 뛰어난 성기사임을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왠지모르게 클라인이 더 믿음직스럽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하인의 모습을 한 자보다는 귀족의 모습을 한 자가 더 믿음직스럽다는 드미트리의 무의식중의 편견이 본능적으로 드러난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악귀는 쓰러졌고, 드미트리는 예의바르지만 약간의 자신감이 없을뿐인 선량한 인간이였다. 그런 무의식을 인지하게 되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절대 겉으로 드러내면 안된다는 것 쯤은 충분히 알 정도로.

1층뿐만 아니라 2층도 완전히 정리 된 듯 싶었다.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 코스모스가 계단을 타고 내려왔으니까.
이들은 바로 지하실로 향해 일을 끝마치기로 했다.
드미트리를 따라 간 곳은 중앙 계단 뒤편이였다. 그 곳에 지하실의 문이 숨겨져 있었다.

"이런 곳에 문이 있으니, 올라갈 때 눈치를 못챘지…."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쉬며, 앞장서는 드미트리를 뒤따랐다.


에서부터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지하실은 드미트리의 말대로 술 저장고였다. 술통이 대부분이였지만, 작지만 약간의 양조시설이 있는걸로 봐서는 분명 과거에 이 곳에서 주조도 했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은 소악귀들의 술 잔치 판이 되어 있었다.

"얼마나 취했길래 우리가 근처에 있는데도 신경을 안쓰는건지…."

아도니스는 한심하다는 말투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오히려 흥미가 가는 눈치였다.

"얼마나 맛있으면 악귀들마저 정신 잃고 마시는걸까요? 술로 악귀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황금거룡 기사단의 승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한 번 마셔보고 싶어지는데."
"하하, 역시 누님. 재밌으시네. 근데 솔직히 저도 저 맥주 맛이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럼 이 녀석들이 바닥을 내기 전에 해치우도록 하죠."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에게 줄 맥주를 탈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악귀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4), 소악귀3 (23), 클라인 (20), 드미트리 (20), 바를로 (19), 아도니스(17), 소악귀1 (18), 소악귀2 (18), 코스모스 (1)

아나스타샤, 소악귀1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소악귀3, 클라인에게 취기분출, 명중 7피해.
클라인, 어지러워짐, 소악귀3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드미트리, 소악귀3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바를로, 소악귀3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6피해, 기세획득, 뒤로 물러남.
아도니스, 소악귀1에게 냉기광선, 명중 14냉기피해.
소악귀1, 아나스타샤에게 취기분출, 명중 7피해.
아나스타샤, 어지러워짐.
소악귀2, 코스모스에게 취기분출, 명중 7피해.
코스모스, 어지러워짐, 소악귀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소악귀1에게 접근,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쌍수근접공격, 4피해, 극복판정 실패.
소악귀3,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클라인, 소악귀3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5피해, 극복판정 판정실패.
드미트리, 소악귀3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소악귀3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명중 5피해, 암습 2추가피해.
아도니스, 소악귀1에게 냉기광선, 치명타 14냉기피해.
소악귀1, 아나스타샤 공격, 명중 3피해, 5지속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소악귀2, 코스모스에게 공격, 명중 3피해, 5지속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코스모스, 극복판정 실패, 소악귀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후광비춤, 짧은행동으로 자신에게 안수치료, 7회복.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소악귀1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7피해.
소악귀1, 전투불능.
아나스타샤, 5지속피해, 극복판정 성공.
소악귀3, 클라인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3피해.
클라인, 소악귀3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2추가피해, 극복판정 성공.
드미트리, 소악귀3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소악귀3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2추가피해.
아도니스, 소악귀2에게 색채분사, 1명에게 명중, 5정신피해.
소악귀2,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3피해.
코스모스, 극복판정 성공, 소악귀2에게 근접공격, 응징하겠다 선언, 명중 5피해, 응징 10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소악귀2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8피해.
소악귀3,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3피해, 5지속피해.
클라인, 소악귀3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극복판정 성공.
드미트리, 소악귀3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소악귀3에게 확실한 베기, 명중 10피해, 암습 3추가피해.
소악귀3, 전투불능.
아도니스, 소악귀2에게 냉기광선, 명중 15냉기피해.
소악귀2, 전투불능.



지하의 악귀들은 1층에 있던 악귀들과 큰 차이가 없던지라 금새 처리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악귀는 안 나오겠죠?"

아나스타샤의 말에 코스모스는 눈을 감고 악귀의 기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코스모스 악귀 확인 기능판정 : d20 (10)+지능 (3)+레벨 (1)+종교인 (2) vs 어려움 (20) 실패

"흠…. 악귀의 기운은 안 느껴지긴 하는데……."


아도니스 악귀 확인 기능판정 : d20 (12)+지능 (5)+레벨 (1)+궁정마법사 (3) vs 어려움 (20) 성공


"악귀가 없다니 그건 아니겠지만 저쪽에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긴 합니다."

아도니스는 저장고의 한 구석, 술통의 바닥에 가려진 쪽을 가리켰다. 코스모스는 가리킨 곳에 다가가 확인했다.

"이건… 심연의 틈새입니다. 아주 작긴 하지만."
"그런게 있었단 말야? 그럼 악귀들이 전부 여기서 나온건가."
"그런것 같습니다. 이 정도 작은 틈새라면 신성마법으로 막을 수 있겠어요. 아도니스님, 의식을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의식주문엔 미숙하기에."
"뭐, 그 정도쯤이야. 마법차단 주문을 베이스로 악귀들의 전이를 막는건 어때?"
"네, 거기에 신성주문을 더해서…."

아도니스와 코스모스는 의식마법에 대해 얘기하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의식을 진행할지 조율이 끝나자, 코스모스는 틈새 근처의 물건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도니스는 틈새를 중앙에 둔 원 하나를 크게 그렸다. 원아래에는 마법진 하나를 그렸고, 두 원을 하나의 직선으로 잇기 시작했다. 식이 완성되자 손을 맞잡은 두명이 아래쪽 마법진 앞에 눈을 감고 섰다. 그리고 그들이 영창을 시작하자, 맞잡은 손에서 전에 아도니스가 의식을 할 때 처럼 액체가 흘러내렸다. 아마 의식용 보석을 손에 쥐고 있던 모양이다. 액체가 스며든 마법진은 하얀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아도니스 의식주문 기능판정 : d20(13)+지능 (5)+레벨 (1)+궁정마법사 (3) vs 보통 (15) 성공
의식까지 걸리는 시간 : d4(4)분


영창이 끝나자 틈새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게 육안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졌을 때, 두 명은 그제서야 서로의 손을 놓았다.

"심연의 틈새는 완전히 막혔습니다."

코스모스가 미소지으며 요새에 평화가 찾아왔음을 알리자, 그제서야 모두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 중 가장 기뻐보이는 건 드미트리였다.


고난 끝이라 단걸까 원래 단걸까?

"악귀 녀석들 다들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것 같은게, 술통 바닥에서 기어올라 오느라 취해서 그런게 아녔을까요? 하하!"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 녀석도 술에 취하지 않고서야 자기가 황금거룡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아나스타샤들은 요새의 악귀토벌이 끝난 후 지하실의 맥주를 가지고 올라와 식당에서 술 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황금요새에 있던 맥주는 소울포지라는 드워프제 맥주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맥주는 아니였다. 드워프제 답게 그 맛이 깔끔하고 시원했는데, 다른 드워프제 맥주랑은 다르게 향이 꽤 독특했다.

아나스타샤는 이 맥주가 상당히 맘에 들었는지 벌써 혼자서 10갤런치의 맥주를 마셨다.
그와 같은 페이스로 술을 마시던 드미트리는 말은 똑바로 하고 있지만, 모습은 이미 양껏 취해 있었다.

"아~ 근데 맥주눈 더 업나요? 아니 잔이 차있눼?? 아닌가? 다 마셨나?"

바를로는 이미 술에 취한채 혀를 꼬고 있었으며, 클라인과 코스모스는 조용히 앉아 맛만 보는 느낌으로 홀짝일 뿐이였다.
유일하게 아도니스만이 술을 마시지 못해, 냉수만 벌컥벌컥 들이키며 육포를 씹었다.

"자자, 클라인이랑 코스모스는 왜이리 안 마셔요? 혹시 이 맥주가 별로에요?"
"그럴수가! 소울포지 맥주는 황금거룡 기사단의 영혼입니다! 맛없을 수가…."
"맛 없다고는 안했다."

드미트리가 절망하며 얼굴을 들이밀자, 클라인은 옆으로 밀어넘기고선 말을 이었다.

" 저까지 취한다면 남은 사람들이 곤란하겠지요. 단지 적당히 마시는 겁니다."
"에이, 그러지말고. 저번에 보니까 주사도 없고 잘 마시던데. 여기여기 받아봐요."
"저번이라니…. 언제말인가요! 이,이 자식이랑 술을 마신건가요?!"
"아…. 저번에 카스펜서 저택에서, 앗 벌써 다마셨네? 여기 1갤런 더 드리겠습니다~"

클라인은 아나스타샤의 권유에 못이겨 맥주 한 컵을 빠르게 비워냈다. 하지만 그의 잔이 비기 무섭게 아나스타샤는 잔을 다시 채웠다. 클라인은 곤란한 얼굴을 했지만 별다른 군소리 없이 술을 들이켰다.
아나스타샤의 강요로 술을 마시기 바쁜 클라인과 달리, 아도니스는 그의 옆에서 언제 같이 술을 마신거냐고 묻기 바빴다. 클라인의 잔을 다시 채운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물음에 답해줬다.

"저번에 클라인이랑 술 대결을 했어요. 참고로 제가 이겼고요."

아나스타샤는 자신이 이겼다는 부분을 가장 강조하면서 의기양양해 했다.

"둘이서요…?"

아도니스는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졌다.

"반드시…"
"네?"
"반드시 체내 알코올 분해 주문을 개발할거니까요! 그땐 저와도 같이 술자리를 가져요!"
"아…, 그럼요! 당연하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던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의 대답에 아도니스는 안심한 듯 다시 자리에 앉아 육포를 입에 물었다.



"흐아암-"

아나스타샤는 전날 술을 진탕 퍼부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멀끔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같은 방을 쓴 코스모스 역시 이미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아나스타샤의 세안준비까지 끝내놓은 상태였다.
코스모스의 배려에 그는 세수 후 옷을 갖춰 입고, 요새를 떠나기 위한 준비까지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침실을 나서니 누구도 나와 있지 않았다.

"…내가 너무 일찍 나왔나? 코스모스, 지금 몇 시인가요?"

코스모스는 허리띠에 연결되어 앞치마의 주머니에 넣어진 회중시계를 꺼내 보고는 입을 열었다.

"네, 9시 20분입니다."
"별로 이른 시간도 아닌데. 10시에 출발하기로 했죠? 기다려 볼까요?"

두 명은 약속한 때까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자리에 앉기 무섭게 1층쪽에서 클라인이 올라오는게 보였다.

"아, 클라인. 나와있었네요?"
"네, 아침 산보 겸 잠시."
"다른 사람들은요?"
"아마 아직 방 안에 있을겁니다. 때가 되면 나오겠죠."
"그럼 클라인도 같이 기다려요. 전 날 술을 많이 마셔서 다들 피곤한가 보네요."

클라인은 아나스타샤의 바로 옆에 앉았다.
그렇게 10분, 20분,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인 10시가 되어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지만, 기어코 11시가 될 때까지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 정도면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 아니에요?"
"제가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클라인은 예의상 몇 번 문을 두드리고는 벌컥 문을 열었다.

우당탕탕 쾅!

문을 열기가 무섭게 바닥에 누군가 떨어졌다. 헝클어진 검은머리와 부드러운 목소리, 바를로였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아직 술이 덜 깨서…, 하하."
"지금 일어난거야?"
"하하, 네, 뭐. 일단은. …제가 이 기사 분이랑 마법사님을 빠르게 일으켜 준비시킬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군요."

바를로는 바닥에 엎어진 몸을 일으키며 헤실헤실 웃었다. 그는 자는동안 옷을 벗어제끼기라도 한건지 반라의 몸을 이불로 말아 가리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가 부끄럽지 않게 적당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휴, 알았어. 빨리 나와. 너무 늦게 출발해도 곤란하니까."
"네~당연하죠."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쉬며 문을 닫았다.
문을 닫기 무섭게 아도니스의 비명이 들려왔다. 바를로가 다른 두 명을 깨우기 시작한 모양이였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아뇨, 뭘. 어제 늦게까지 술 파티하랴 주문 준비하랴 피곤했을텐데."

아무 이유 없이 늦게 일어난 바를로는 조용히 뒤로 빠졌다. 그 모습을 눈치 챈 아나스타사는 한 마디 던졌다.

"너는 앞으로 적당히 마셔. 아직도 숙취가 있어보이는데."
"아니아니, 저도 할 말이 많아요. 어떻게 그렇게 마시고서 다들 멀쩡할 수 있는건데요??"
"거 얼마나 마셨다고."
"얼마나라뇨?! 어제 밤에 고작 6명이서 마신 것만 2베럴은 될거라구요? 오크통 2개인데요??"

바를로는 도저히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역시 강해지려면 술도 잘 마셔야…."
"전-혀 아니에요."

드미트리의 말에 바를로는 딱 잘라 말했다.

"별 거 아닌걸로 그만 호들갑 떨고, 빨리 은색 만으로 가자."
"별 게 아니라니…."

황당해 하는 바를로를 뒤로하고, 아나스타사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바를로 역시 정신을 차리고 뒤를 따랐다. 그런 그들을 드미트리가 붙잡았다.

"떠나시는겁니까?"
"네, 가야죠. 원래 할 일이 따로 있었으니까. 기사님도 단원들 있는 곳으로 돌아가실 생각이세요?"
"아, 아뇨. 전 요새 관리로 파견 된거기때문에 맡겨진 기간동안 요새에 더 머물 예정입니다."

말을 마친 드미트리는 자신의 옷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무언가를 꺼내어 아나스타샤들에게 내밀었다. 푸른색으로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돌이였다.

"도움을 받은 상태에서 또 부탁을 드리기 죄송합니다만, 괜찮다면 황금망루의 모그림 소울포지라는 이름의 드워프에게 이 돌을 전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향하시는 동쪽방향에 저희 황금거룡 기사단의 주둔지가 있는데, 그 요새에 붙은 여관입니다. 거기 가시면 어젯밤에 마셨던 맥주도 더 마실 수도 있고 숙박업도 같이 하니 쉬어가시기 좋을겁니다."
"오, 그 소울포지 맥주말이죠? 이 보석의 주인이 주조장인인가 보네요?"
"네, 병맥주가 아닌 신선한 생맥주도 마셔보셔야죠!"
"좋아좋아, 꼭 전달해 드릴게요!"

아나스타샤가 호탕하게 웃자, 바를로는 지끈대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다음에 또 만날 일 있으면 좋겠네요."
"황금거룡님이 존재하시는한 또 만날겁니다."

드미트리는 멀어져가는 아나스타샤들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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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황금 요새2

TRPG/제 13시대

2021.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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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황금거룡의 비늘처럼 찬란하게 빛났을 황금빛 돔이 폐허가 된 채 초라하게 색이 바래가고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은 금방 낡는다

들어간 로비는 양쪽의 벽에 장식장과 석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순례자들이 쉬어가는 장소였었는지 긴 나무 의자들이 몇 개 붙어있었다.
정면에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3개 있었는데, 가운데에 작은 용조각상이 세워진 넓은 계단과 그 계단의 양 옆으로 곡선 모양을 이루는 좁은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2층의 복도는 탁 트여 있어 1층에서도 충분히 보였다.
로비의 정 가운데에는 거대한 황금거룡의 동상이 자리해 있었다. 웅장한 동상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이 요새의 주인이 본래 누구였는지 알려주는 것 마냥.

하지만 요새에 숨어든 불청객이 순례자들의 시간을 방해했다.
그들은 계단의 밑과 석상의 뒤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악귀가 될 뻔했던 찌꺼기였다.
그 뿐만이 아니였다. '찌꺼기'들이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운데 계단 앞에 놓여 있던 용모양의 조각상이 공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고일은 아니였다. 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조각품은, 받침대마저도 자신의 일부라는 듯이 함께 공중을 붕붕 떠다니고 있었으니까.



드미트리
"아,악귀들이여, 물러나라!"
보통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2
+6 vs 장갑 : 5피해
체력 27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드레치 찌꺼기
악귀라는 것만 간신히 알 수 있는,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악귀들이 여기저기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2레벨 조무래기 [악귀]
행동 순서 : +5
손톱 +6 vs. 장갑 : 5 피해
공포 : 드레치와 접전중인 적들은 체력이 12 이하일 경우 어지러워지고, 공격 판정에 고조 주사위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체력 10 / 장갑 16 / 신방 15 / 정방 12

석상 유령
계단 주변을 장식하는 작은 조각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2레벨 방해자 [언데드]
행동 순서 : +8
취약 : 신성
유령 부딪히기 +7 vs. 신방 : 5음에너지 피해
순수 16+_대상은 쇠약해집니다. (극복 가능)
원.석상 던지기 +6 vs 장갑 : 7피해
몸체 이동_자신이 빙의한 물체를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이후 접전 상태가 됩니다.
비행 : 망령은 허공에 떠서 배회합니다.
유령 : 망령은 모든 피해에 대해 피해 저항 16+가 있습니다. (신성 피해조차도) 단, 마력 피해만은 이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폴터가이스트 : 물체를 공중에 부양시키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 40 / 장갑 18 / 신방 12 / 정방 16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6), 드레치3 (25), 드레치4 (25), 코스모스 (20), 바를로 (20), 드레치2 (20), 유령1 (19), 클라인 (17), 유령2 (17), 아도니스 (16), 드미트리 (14), 드레치1 (1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시위조준, 드레치3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드레치3, 아나스타샤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드레치4, 클라인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코스모스, 짧은행동으로 음에너지 저항 물약 섭취, 드레치1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드레치1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8피해, 기세 획득, 뒤로 이탈.
드레치2, 코스모스 접근, 공격, 빗나감.
유령1, 아나스타샤에게 석상 던지기,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이동.
클라인, 드레치4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11피해.
드레치4, 전투불능.
드레치3, 1피해.
클라인, 자유행동으로 이어베기, 드레치3에게 근접공격, 명중 9피해.
드레치3, 전투불능.
유령2, 클라인에게 석상 던지기, 명중 7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아도니스, 유령1에게 냉기광선, 명중 13냉기피해.
드미트리, 유령2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드레치1, 코스모스에게 공격, 명중 5피해.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유령1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12피해.
코스모스, 드레치1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16피해.
드레치1, 전투불능.
드레치2, 전투불능.
바를로, 유령1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치명타 7피해.
유령1, 바를로에게 유령 부딪히기, 명중 5음에너지 피해.
바를로, 쇠약해짐, 기세잃음.
유령1,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아나스타샤로 접근.
클라인, 유령2에게 근접공격, 자유행동으로 강타 선언, 빗나감 1피해, 강타 5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유령2, 클라인에게 유령 부딪히기,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아도니스, 유령1에게 냉기광선, 명중 13냉기피해.
유령1, 전투불능.
드미트리, 유령2에게 접근, 명중 5피해.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유령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유령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유령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극복판정 실패.
클라인, 유령2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12피해.
유령2, 코스모스에게 유령 부딪히기, 명중 5음에너지 피해.
코스모스, 저항 물약 효과로 2음에너지 피해만 받음.
아도니스, 유령2에게 냉기광선, 명중 10냉기피해.
유령2, 전투불능.




기괴한 모습을 한 드레치들는, 그 외형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앞 쪽을 지키고 선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덮쳐왔다. 하지만 두 명은 어렵지 않게 무기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드미트리는 드레치의 속도에 놀라 뒤로 주춤거렸지만, 클라인과 코스모스의 실력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뒤로 조각품이 하나 날아들었다. 석상에 빙의 된 유령 같았다.
그 습격을 지켜본 드미트리는 자신도 가만히 있으면 안돼겠다 생각했는지,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조각품을 떨궜다. 조각품은 바닥을 구르더니 부들거리며 다시 공중에 떠올랐다. 드미트리는 자신을 향해 기괴하게 고개를 돌린 조각품을 보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도니스는 냉기광선을 사용해 드미트리에게 다가가는 조각품을 얼려 다시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가,감사합니다."
"아직 그런 말을 하기는 일러."

아도니스의 말처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 조각품에서 나온 유령이 드미트리를 덮쳤다.
드미트리는 소리를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기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유령은 끔찍한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드미트리가 석상 유령 하나에 고전하는 사이, 다른 이들은 이미 또 다른 석상 유령 하나와 드레치 찌꺼기들을 전부 쓰러트린 이후였다.

"다들 실력이 굉장하시군요.."
"별 말씀을. 빨리 다음 층을 청소하죠."

아나스타샤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2층으로 향했다.


소란스러운 2층

2층은 디귿자로 된 복도에, 정면에는 문이 두개 있었다. 그 중에서 오른쪽에 있는 두 쪽의 문 앞에 섰다.
안 쪽에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누가 있나봐요."
"설마요. 1층에도 드레치가 잔뜩 있었잖아요."
"혹시 말을 하는 악귀가 아닐까요?"

모두가 의문을 표하자, 드미트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럴 수 있겠군요. 만약 그렇다면 꽤나 강한 악귀일테니 조심해야 되겠어요."

악귀들은 기본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다면, 상대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아나스타샤들은 무기를 미리 준비하며 문을 열어 제꼈다.

방 안쪽은 넓은 식당이였다. 열 댓명은 앉을 수 있을만한 커다란 식탁과 의자 3세트가 놓여 있었다. 아마 요새가 찬란했던 시절에는 이 곳에 황금거룡의 기사들이 모여 다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하고 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산적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술에취한 것처럼 비틀대고 있을 뿐이였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죠?"
"크…흐흐흑, 너희들만 처치하면 우리도 부자가 될거야."
"뭐야, 왜저래?"

산적들은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웃는 것도, 동문서답을 하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도, 단순히 술에 취한 것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산적들은 총 다섯 명. 한 명당 산적 한 명을 맡으면 충분할 것 같았다.



소악귀에게 조종당하는 산적들

"두목님이 너희들만 처치하면 우리도 부자가 될거라더라."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 순서 : +3
커틀러스 또는 몽둥이 +6 vs. 장갑 : 5 피해
원.갈퀴 달린 올가미 +5 vs. 신방 : 2 피해. 대상은 고정됩니다. (극복 가능)
사용 제한_산적 두 명당 전투마다 한 번.
지형 친숙 : 자기 근거지나 그 근처 숲 속, 주점처럼 친숙한 지형에서 싸우는 선원은 공격, 장갑, 신방에 +1 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25 / 장갑 16 (17) / 신방 14(15) / 정방 12


배치




행동순서 판정 : 바를로 (20), 아도니스 (16), 클라인 (15), 아나스타샤 (14), 코스모스 (13), 드미트리 (11), 산적1~5 (10)

바를로, 산적3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10피해, 기세 획득, 뒤로 이탈.
아도니스, 산적1쪽으로 이동, 냉기광선, 명중 5냉기피해.
클라인, 산적5에게 접근, 근접공격, 자유행동으로 강타 선언, 빗나감 1피해, 강타 6추가피해.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시위조준, 산적2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4피해.
코스모스, 산적4에게 접근, 근접공격, 자유행동으로 응징하겠다 선언, 빗나감 1피해, 응징 4추가피해.
드미트리, 산적4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산적1,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김, 아도니스에게 갈퀴달린 올가미로 공격, 빗나감.
산적2,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드미트리에게 가로막힘, 드미트리에게 공격, 빗나감.
산적3,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5피해.
바를로, 기세잃음.
산적4, 코스모스에게 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산적5,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물러서기 판정, 판정실패.

고조주사위1
바를로, 산적3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9피해, 기세획득, 뒤로 물러섬.
아도니스, 산적1 근처로 이동, 냉기광선, 명중 15냉기피해.
클라인, 산적5에게 근접공격, 명중 7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아나스타샤, 산적2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4피해.
코스모스, 산적4에게 근접공격, 명중 7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드미트리, 산적2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산적1,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산적2, 드미트리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산적3, 바를로에게 접근, 아나스타샤에게 가로막힘,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산적4, 코스모스 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산적5,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2
바를로, 산적3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2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섬, 산적1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산적5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14피해.
산적5, 전투불능.
클라인, 자유행동으로 이어베기, 산적2에게 근접공격, 명중 13피해, 이동행동으로 드미트리 옆으로 이동.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산적3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1피해.
코스모스, 산적4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드미트리, 산적2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산적2, 전투불능.
산적1,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산적3,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산적4,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3
바를로, 산적3에게 확실한 베기, 명중 9피해, 암습 6추가피해.
산적3, 전투불능.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산적1에게 색채분사, 명중 1명에게 13정신피해.
산적1, 전투불능.
클라인, 산적4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13피해.
산적4, 전투불능.




산적들은 별로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1층의 유령이 훨씬 강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은 엄연히 '지성이 있던' 인간이였고 상태가 이상한 와중에도 전략적으로 행동했다. 특히 갈퀴달린 올가미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피해를 입혔고, 상처를 피할 수는 없었다. 상처를 입은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기력을 다하자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기절하듯 쓰러졌다.
죽은 것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대체 이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대체 이들은 뭐였을까요?"
"행색으로 보아하니, 단순히 식료품을 털러 온 산적처럼 보입니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공격한 이유는 모르겠군요…."

클라인 역시 잘 모르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흠, 마치 조종당하는 것 같았어요. 정신계열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이번에는 제가 앞장설게요. 설사 적이 그런 마법을 쓰더라도 차단할 수 있는 주문을 알고 있거든요."

아도니스가 씨익 웃으며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죠.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도니스 한 명뿐이니. 저도 충분히 원호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아나스타샤들은 식당 안쪽의 문을 바라보았다. 아도니스는 제일 선두에 서서 직접 문 손잡이를 돌렸다.


아나스타샤들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조리대였다. 상당한 크기의 식당에 걸맞게 조리대 역시 여러명의 요리사가 일 할 수 있을만한 크기의 조리대였다. 그리고 방 안 곳곳에 여러 상자와 잘 보존되어있는 건조식량들이 즐비해 있었다. 누구라도 이곳을 본다면 부엌이라 부를 것이다.
중앙에는 부엌용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소복히 먼지가 쌓여 있었다. 오른편에는 화덕과 이마에 뿔이 달린 붉은 악귀 한 마리….

"악귀…!!"
"흐흐…. 장난감이 또 굴러들어왔군. 너희들도 이 녀석처럼 내게 재밌는걸 보여줘봐!"

소악귀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부엌의 구석에서 남자 한 명이 몸을 기괴하게 꺾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눈쌀을 찌푸렸다. 살아있는 상태면 안될 것 같은 저 남자가 분명히,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인걸까? 그 남자의 기괴함에 불쾌한 기분밖에 들지 않았다.

"…악귀를 처리하든, 저 남자를 처리해서 쉬게 해주든 빨리 뭔갈 하는게 좋겠어요."



소악귀 코조르틀
적당한 귀에 몇 마디만 속삭이면 탐욕과 욕정을 더 심한 뭔가로 바꿀 수 있습니다.
3레벨 방해자 [악귀]
행동 순서 : +8
썩은 손톱 +7 vs. 장갑 : 3 피해 및 5 지속 피해
원.부패 분출 +7 vs. 신방 : 7 피해. 대상은 어지러워집니다. (극복 가능)
매 차례의 첫 순수 16+_대상이 어지러워지지 않고 쇠약해지게 하거나, 또는 자유 행동으로 다른 대상에게 부패 분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저주의 오라 : 소악귀를 공격했을 때 순수 1~5가 나오면, 공격자는 1d10의 정신 피해를 입습니다.
비행 : 소악귀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리 빠르지도 능숙하지도 않지만, 인간이나 엘프보다야 잘 날아다닙니다.
체력 40 / 장갑 20 / 신방 13 / 정방16

소악귀에게 조종당하는 산적 두목 블랙잭
"뭘 쳐다 봐?"
2배 위력 2레벨 강적 [인간형]
행동 순서 : +5
커틀러스와 단검 +7 vs. 장갑 (2회 공격) : 8피해
순수 홀수 명중_대상은 블랙잭의 치사한 속임수에 당해,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어지러워집니다.
빗나감_2 피해.
원.투척용 단도 +6 vs. 장갑 : 9 피해
탐욕과 욕정에 도취 : 블랙잭은 소악귀의 말을 믿은 나머지 자기가 무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자기 차례가 시작되면 블랙잭은 고조 주사위의 2배에 해당하는 임시 체력을 얻습니다. 이 생각을 깨뜨리면 (난이도 20 판정), 이 효과는 사라지고 정방도 2 줄어듭니다.
체력 65 / 장갑 18 / 신방 15 / 정방 14 (12)



행동순서 판정 : 소악귀 (24), 아도니스 (20), 클라인 (18), 아나스타샤 (16), 두목 (16), 코스모스 (15), 바를로 (15), 드미트리 (5)

소악귀, 아도니스에게 부패분출, 7피해.
아도니스, 어지러워짐, 소악귀4에게 산성화살, 짧은행동으로 창성학, 명중 40부식피해, 5지속부식피해, 극복판정 성공.
소악귀, 전투불능.
클라인, 두목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아나스타샤, 두목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7피해.
두목, 클라인에게 공격, 8피해, 두번째공격, 빗나감 2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두목에게 접근, 근접공격, 응징하겠다 선언, 빗나감 1피해, 응징 6추가피해, 짧은행동으로 세뇌 깨트리기 기능판정, d20 (12)+지능 (3)+레벨 (1)+종교인 (2) vs 어려움 (20) 실패.
바를로, 두목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5피해, 기세 획득, 암습 6추가피해, 뒤로 물러남.
드미트리, 두목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1
아도니스, 두목에게 냉기광선, 명중 7냉기피해.
클라인, 두목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9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섬.
아나스타샤, 두목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두목, 코스모스에게 공격, 명중 8피해, 두번째 공격, 명중 8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아나스타샤들에게서 물러남.
코스모스, 자유행동으로 후광비춤, 짧은행동으로 안수치료, 7회복, 두목에게 신앙의 투창, 명중 5신성피해.
바를로, 두목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10피해.
드미트리, 두목에게 접근, 공격, 5피해.

고조주사위2
아도니스, 두목에게 냉기광선, 명중 8냉기피해.
두목, 전투불능.




소악귀는 아나스타샤들이 전투태세를 갖추자, 몸 속의 부패를 분출해냈다. 끔찍한 악취와 독가스는 앞장 선 아도니스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주문을 사용할거라 생각했지 이런 가스는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이였다.

그동안 클라인과 코스모스는 달려드는 남자를 붙잡고 바닥에 드러눕혔다.

"아도니스, 정신차려요."
"네,네!"

아도니스는 정신을 차리고자 뺨을 몇 번 치더니 산성화살을 사용했다. 창석학으로 증폭시킨 주문은 소악귀를 한번에 녹여버렸다.
악귀는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역시 아도니스야.'

하지만 남자의 정신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도 코스모스와 클라인의 아래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왜 돌아오지 않는걸까요? 아까보단 움직임이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 악귀가 남아있나?"
"세뇌가 단단히 걸린걸거에요. 설득이나 마법으로 세뇌를 풀든, 한 번 기절시키든 해야할 것 같네요."

아도니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은 지금 악귀의 정신조작에 걸린겁니다! 정신차리세요!"
"으아악!! 다 없애버릴거야! 그래야 내가 살아!"
"역시 이 정도 말로 풀렸으면 세뇌가 아니겠죠. 쉽게 풀리는 일이 없네요."
"…농담도 할 줄 아네, 코스모스."

코스모스에 말에 피식했던 아나스타샤는 드미트리의 '이게 웃겨요?'라는 표정에 헛기침을 내뱉고는 다시 정색했다.

"어쩔 수 없지. 물리적으로 정신을 차리게 하자."
"아,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을…."

드미트리는 말을 내뱉고서는 아차 싶었는지 살짝 눈치를 보며 말을했다.

"그 제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다는건 아니지만, 도의적으로 조금 그렇지 않냐는… 말이였습니다."
"기사님이니까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근데 지금은 이 사람을 구할 가장 도의적인 방법이 기절시키는거밖에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죠…."

여전히 떨떠름해 보이는 드미트리를 보며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안 죽여요."
"아아아압니다……!!"

드미트리는 당황하며 손을 휘젓다 검을 떨어트렸다. 남자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을 잡기 위해 몸을 앞으로 뻗은 그는, 그대로 앞으로 미끄러지 듯 남자를 깔고 넘어졌다.
아래에 깔린 남자는 미동이 없었다. 드미트리는 묵직한 중갑옷을 입고 있었다. 멀쩡할리가 없었다.

"으허으아아아악!"

드미트리는 깜짝 놀라, 튀어오르 듯 일어섰다.
눌린 자국이 남은 남자는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그를 붙잡고 있던 코스모스가 맥박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남자는 살아있었다. 단순히 갑작스럽게 숨이 막혀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말과는 다르게 제일 먼저 나서서 해결해 주실줄이야."

바를로가 웃음기 어린 말투로 말했다.

"이럴려던 건 아닌데…."
"덕분에 빠른 해결했네요…."

딱히 해줄 말이 없던 아나스타샤는 드미트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숙박하기 딱 좋은 장소

3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아나스타샤들은 식당에서 짧은 휴식을 취했다.
부엌도 있겠다 재료도 있겠다 간단히 식사도 하고 차까지 마실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기절했던 산적들도 깨어나서 아나스타샤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음식마저 나누어주니, 감격하고는 다시는 산적질을 하지 않겠다며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였다.
그들은 요새를 떠나 자신들이 원래 살던 마을로 돌아갔다.
드미트리는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침대가 많네요. 오늘은 여기서 자면 딱이겠다."

요새의 3층은 중앙 복도를 사이로 두개의 큰 방이 존재했다. 제일 먼저 들어간 오른쪽 방은 10개의 침대가 들어선 합숙소 형태의 방이였다. 반대편 방도 비슷한 구조일 것이라 예상되었다.
침구들은 관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어서 약간의 먼지가 탄 것 외에는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가 침실로 한 발 내딛을 때였다.

바를로 덫 감지 기능판정 : d20 (19)+통찰 (2)+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성공

"누님, 저기 침대들 중 몇 개가 볼록해 보이는데 상당히 수상합니다. 무언가 숨어있는걸 수도 있겠어요."

바를로가 위협을 감지한 듯 막아섰다.
그의 말처럼 정말 수상해 보이는 침대가 몇 개 있었다.

"정말이네. 두 개, 아니 세 개…. 또 악귀들인걸까?"
"제가 먼저 조심히 다가가 이불을 뒤엎겠습니다."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끄덕이곤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럼 바를로가 침대를 들추면 뒤에 저와 클라인, 코스모스가 각각 저 무언가에게 검을 휘둘러 기습하죠."



천을 뒤집어 쓴 경비 두개골
눈에 박힌 반짝이는 유리, 그리고 이마에 새겨진 룬을 보면, 누군가가 일부러 이 두개골에 유령이 깃들도록 조치를 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레벨 병사 [언데드]
행동 순서 : +9
접.괴성 +8 vs. 정방 (단거리의 무작위 존재 1d3명) : 4 정신 피해
순수 16+_대상은 고정됩니다. (극복 가능)
순수 결과가 고조 주사위 이하_단거리의 적(하단의 드레치 찌꺼기 참조) 1d3명이 경보를 듣고 달려옵니다.
이동 불가 : 경비 두개골은 뛰지도, 달리지도, 구르지도, 날지도 못합니다. 심지어 자기 턱도 못 움직입니다.
기회 없음 : 경비 두개골은 기회 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보석 눈 : 이 두개골은 이 세계 밖에서 온 것들도,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볼 수 있습니다. 마법사의 잔상 주문, 도적의 그림자 걸음, 그 밖의 비슷한 능력들은 두개골에게 전혀 통하지 않고, 괴성의 영향도 받습니다. (PC들이 두개골에게 들키지 않을 만한 개연성 있는 전술을 생각해 냈다면 두개골은 보통 극복 판정에 성공해야 탐지할 수 있습니다.)
이동 감지 : 단거리에 있는 적이 이동 행동을 써서 이동할 때, 두개골은 그 적에게 자유 행동으로 괴성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공격이 명중하면 이동이 방해를 받습니다. 그림자 걸음, 순간이동, 그 의 특별한 이동도 괴성 공격을 발동시킵니다.
사용제한_한 라운드에 최대 2회.
체력 20 / 장갑 16 / 신방 11 / 정방 16

드레치 찌꺼기
악귀라는 것만 간신히 알 수 있는,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악귀들이 여기저기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1레벨 조무래기 [악귀]
행동 순서 : +5
손톱 +6 vs. 장갑 : 4 피해
공포 : 드레치와 접전중인 적들은 체력이 9 이하일 경우 어지러워지고, 공격 판정에 고조 주사위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체력 7 / 장갑 15 / 신방 14 / 정방 11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코스모스 (20), 드미트리 (18), 해골2 (19), 해골1 (18), 해골3 (18), 클라인 (17), 바를로 (15), 아나스타샤 (14), 아도니스 (10)

기습
바를로, 해골1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해골1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12피해.

코스모스, 해골1에게 근접공격, 명중 12피해.
해골1, 전투불능.

기습
바를로, 해골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해골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해골2에게 근접공격, 명중 7피해.
드미트리, 해골2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해골2, 1명에게 괴성, 드미트리 명중 4정신피해.
드미트리, 고정됨.
해골3, 이동감지함, 1명에게 괴성, 바를로 명중 4정신피해.
클라인, 해골3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선언,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강타 2추가피해.
바를로, 해골2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5피해, 기세 획득, 암습 5추가피해, 뒤로 물러남.
아나스타샤, 해골2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해골2, 전투불능.
아도니스, 해골3에게 냉기광선, 명중 12냉기피해.

고조주사위1
코스모스, 해골3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드미트리, 해골3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극복판정 실패.
해골3, 1명에게 괴성, 아나스타샤에게 빗나감.
클라인, 근접공격, 명중 6피해.
해골3, 전투불능.




바를로가 들춘 침대에는 해골의 머리가 하나 얹어져 있었다.

"이건… 경비 해골이다! 소리를 지르기 전에 없애야 돼!"

아도니스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다행히 코스모스의 묵직한 검은 해골을 산산조각 냈다.

"설마 저 침대에 있는것들 전부 경비 해골인가? 시트가 덮여있는게 천만다행이네요. 근처까지 다가가도 눈치 못챌정도로 싸구려 보석을 이용한 약한 마법이라…."

전리품 : 경비해골의 눈 (개당 20gp, 홍옥수 6개)

아도니스는 부숴진 해골의 눈에 박혀 있던 홍옥수 두 개를 집어들며 말했다.


아나스타샤들은 다른 침대 시트들도 들추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또 다른 경비해골이 붉은 두 눈을 번쩍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해골 쪽이 더 빨랐다. 경비 해골은 경보음과 같은 찢어지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세 번째 경비 해골도 그에 질세라 같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소리에 아나스타샤들은 발을 멈추고 귀를 막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아도니스는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의 냉기 광선은 각각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만 지르는 해골에 정확히 명중했고, 완전히 산산조각났다.

 



오른쪽 방의 해골들을 완전히 처리한 아나스타샤들은 곧바로 왼쪽 방으로 향했다.

"으…. 아직도 귀가 먹먹해."

아나스타샤가 자신의 긴 귀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렸다.

"옆 방에도 또 저 시끄러운 해골이 있을까요?"
"아마도요. 하지만 이번엔 저한테 한 번에 해치울 계획이 있어요."

다들 그 계획이 뭔지 궁금해하자, 의외로 쉽게 대답해 주었다.

"의식 주문을 시도하려고요.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해골에게서 얻은 카넬리안도 있겠다, 방에 들어가지 않고 한번에 휩쓸어버려야죠."


예상대로 문을 열자, 오른쪽 방과 똑같은 풍경이 아나스타샤들을 맞이했다. 조용한 방, 10개의 침대, 3개의 수상한 시트…. 아나스타샤들은 들어왔던 문을 조용히 닫고 나갔다.

모두 밖으로 나오자 아도니스는 문 앞에 마법진을 하나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리는 마법진은 아주 익숙한 모양이였다. 그가 냉기광선 주문을 사용할 때면 허공에 푸른색으로 반짝이며 펼쳐지는 그것이였다.
마법진을 전부 그린 아도니스는 홍옥수 1개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옥수 1개를 으깰 것처럼 손에 꽉 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린 식 위에 떨어트렸다. 손 밖에 나온 보석은 원래의 단단한 형태도, 바스라져 가루가 된 형태도 아닌 끈적해 보이는 점액체가 되어 흘러내렸다.
보석이였던 액체는 마법진에 닿자마자 식의 모양대로 따라 스며들었다. 마법진이 빛을 발하자, 아도니스는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아도니스 의식주문 기능판정 : d20(9)+지능 (5)+레벨 (1)+궁정마법사 (3) vs 보통 (15) 성공
의식까지 걸리는 시간 : d4(2)분


1~2분 정도 지났을까? 긴 주문의 영창을 끝낸 아도니스가 입을 다물자, 왼쪽 방문 안쪽으로 엄청난 빛이 번쩍이는게 느껴졌다. 거대한 바람소리 같은 굉음도 들리는 것 같았다.

"아, 그…, 방 안이 다 부숴지는건 아니겠죠?"

아나스타샤는 옆의 드미트리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음, 냉기 광선 좀 맞았다고 설마 부숴지겠어요?"
"냉기광선 주문인건 알았지만, 대체 어떤 의식이였던거에요?"
"방 안 전체에 냉기광선을 쏘아서 경비해골들을 한꺼번에 쓰러트릴 생각이였어요…."

자신있게 말했지만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됐는지 아도니스는 방 문을 살짝 열어봤다. 그 틈 사이로도 엄청난 한기가 복도로 빠져나왔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법은 아주 성공적이였고 방은 무사했다. 방 안 전체가 얼음장처럼 꽁꽁 언 것을 제외하면. 경비해골들도 시트에 덮인 채로 얼어있어 가볍게 무기로 내려치니, 시트와 함께 산산조각 나서 부숴졌다. 정도 없이 너무 성공적이여서 문제였다.

"더 이상 건들었다간 부숴질지도 모르니 방이 녹을 때까지 나가 있죠. 하하…."

아나스타샤는 시무룩해진 아도니스를 흘긋 보았다.

"그래도 역시 아도니스의 마법은 대단해요. 덕분에 위험에 처할 일 자체가 없었잖아요."
"그래도 상황에 따라 힘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연구해왔으면서 아직도 전 멀었나봐요…."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를 위로하려 노력했지만, 아도니스는 고맙다고 할 뿐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그도 그럴게 그는 전형적인 학자인지라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도출해야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것이다.


창고엔 별게 다 있네

아나스타샤들은 곧 바로 위 층으로 올라갔다. 4층은 복도를 가운데에 두고 양 옆에 방 두 개씩 총 4개의 방이 있었다. 문짝에는 팻말이 각각 붙어있었는데, 북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무기고, 서고, 저장고, 창고였다.

아나스타샤들은 가장 먼저 무기고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쓸만한 무구를 찾아볼 생각이였다. 거기다 악귀가 있다면 무기를 든 악귀에게 기습 당하는 것보다 먼저 선수를 치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기고에 들어가니, 무기를 걸어뒀던 거치대나 상자들이 굴러다닐 뿐 별다른게 없었다. 그저 무기고였던 흔적이 남은 창고였다.
진열대 사이를 지나며 건질 것을 찾는 도중, 무기고에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가니, 머리에 큰 뿔이 달린 인간형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 것은 양 손에 황금거룡의 표식이 새겨진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 사이로 분노에 가득찬 것처럼 보이는 눈빛이 번뜩였다.
그 자신의 머리보다 위쪽으로 둥근 호를 그리며 굽은 등은 기괴하게 움직이며 아나스타샤들의 쪽을 바라보았다.

"타,타락귀입니다!"

드미트리는 악귀의 모습을 알아 본 것 같았다.

"타락귀는 마법에 재능있는 악귀로 압니다만, 저건 지팡이보다는 검 같군요."

코스모스는 눈 앞의 악귀를 보고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이상한 점 하나를 정확히 집어냈다.

"감히 내 구역에 들어오다니!"
"지금은 얘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우선 저 녀석부터 처리하죠."

분노로 괴성을 지르는 악귀를 보며, 아나스타샤는 화살을 꺼내어 시위에 겨눴다.




전사 하급 타락귀
"인간 따위가 우리의 상대가 될 성 싶으냐? 절망해라!"
3레벨 방해자 [악귀]
행동 순서: +9
양손에 검 +8 vs. 장갑 (2회 공격) : 5 피해
순수 16+_타락귀는 대상에게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공포의 오라 : 접전 중인 적들은 체력이 악귀의 공포 한계선(15)까지 떨어지면 어지러워지고, 고조주사위 보너스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체력 45 / 장갑 19 / 신방 13 / 정방 17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전사 (24), 아나스타샤 (20), 클라인 (18), 드미트리 (15), 바를로 (13), 코스모스 (13), 아도니스 (10)


전사,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2회차공격, 5피해.
아나스타샤, 전사에게 원거리 공격, 치명타 16피해.
클라인, 전사에게 근접공격, 명중 6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드미트리, 전사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전사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전사에게 신앙의 투창, 치명타 10신성피해.
아도니스, 전사에게 냉기 광선, 빗나감 1피해.

참모 하급 광란귀, 무기고 진입.




참모 하급 타락귀
"너희가 생각하는 것 쯤이야 손바닥 안이지."
3레벨 술사 [악귀]
행동 순서: +8
날카로운 지팡이 +8 vs. 장갑 (2회 공격) : 5 피해
순수 16+_타락귀는 대상에게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접.분란의 씨앗 +9 vs. 정방 (같은 대상과, 또는 서로 접전중인 단거리의 적 둘) - 대상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상시 근접 공격을 가합니다.
사용 제한_하루에 한 번. 짧은 행동.
원.심연의 속삭임 +9 vs 정방 (단거리 또는 장거리 적 하나) : 12정신피해. 대상은 혼란에 빠집니다.(극복가능) 대상은 4d6의 정신피해를 입기로 하면 정신을 차리고 혼란을 면할 수 있습니다.
체력 40 / 장갑 18 / 신방 13 / 정방 16



행동순서 판정 : 전사 (24), 참모 (23), 아나스타샤 (20), 클라인 (18), 드미트리 (15), 바를로 (13), 코스모스 (13), 아도니스 (10)

고조주사위1
전사,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2회차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참모, 아나스타샤에게 심연의 속삭임, 12정신피해.
아나스타샤, 혼란에 빠짐.
아나스타샤, 혼란에 빠져 바를로 원거리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1피해.
클라인, 전사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으로 1추가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명중 14피해.
전사, 전투불능.
드미트리, 참모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바를로, 참모에게 비도,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참모에게 접근, 근접공격, 응징하겠다 선언, 빗나감 1피해, 응징 2추가피해.
아도니스, 아나스타샤에게 잔상 사용.

하급 타락귀, 무기고 진입.




하급 타락귀
"나가라, 우리의 안식처에서!"
3레벨 술사 [악귀]
행동 순서: +6
뿔과 단도 +8 vs. 장갑 (2회 공격) : 4 피해
순수 16+_타락귀는 대상에게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원.심연의 속삭임 +9 vs 정방 (단거리 또는 장거리 적 하나) : 10정신피해. 대상은 혼란에 빠집니다.(극복가능) 대상은 3d6의 정신피해를 입기로 하면 정신을 차리고 혼란을 면할 수 있습니다.
체력 42 / 장갑 19 / 신방 12 / 정방 16

 



행동순서 판정 : 참모 (23), 타락귀 (23), 아나스타샤 (20), 클라인 (18), 드미트리 (15), 바를로 (13), 코스모스 (13), 아도니스 (10)

고조주사위2
참모, 드미트리에게 분란의 씨앗, 명중.
드미트리, 코스모스에게 공격, 5피해.
타락귀, 바를로에게 심연의 속삭임, 빗나감.
아나스타샤, 혼란에 빠져 클라인에게 원거리 공격,빗나감 1피해, 극복판정 성공.
클라인, 타락귀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선언, 명중 8피해, 강타 1추가피해.
드미트리, 참모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타락귀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9피해, 기세획득.
코스모스, 참모에게 근접공격, 응징하겠다 선언, 명중 10피해, 응징 10추가피해.
아도니스, 참모에게 냉기광선, 명중12냉기피해.

뚱뚱한 하급 타락귀, 무기고 진입.




뚱뚱한 하급 타락귀
"인간을 타락시키는거고 싸움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3레벨 술사 [악귀]
행동 순서: +3
뿔과 단도 +8 vs. 장갑 (2회 공격) : 4 피해
순수 16+_타락귀는 대상에게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체력 45 / 장갑 18 / 신방 14 / 정방 16

 



행동순서 판정 : 참모 (23), 타락귀 (23), 아나스타샤 (20), 클라인 (18), 드미트리 (15), 바를로 (13), 코스모스 (13), 아도니스 (10), 뚱 (5)

고조주사위3
참모, 드미트리에게 공격, 5피해, 2회차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타락귀,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2회차공격,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아나스타샤, 참모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타락귀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드미트리, 참모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바를로, 타락귀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완전히 빗나감, 피해 없음.
코스모스, 참모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짧은행동으로 안수치료, 9회복.
아도니스, 뚱에게 냉기광선, 명중 12냉기피해.
뚱, 아도니스 접근, 공격, 4피해, 2회차 공격, 4피해.

고조주사위4
참모,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2회차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타락귀,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2회차공격,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물러남.
아나스타샤, 참모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참모에게 근접공격, 명중 11피해.
참모, 전투불능.
드미트리, 뚱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타락귀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4피해, 암습 6추가피해.
코스모스, 타락귀 접근, 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뚱에게 감전의 손길, 명중 2벼락피해.
뚱, 뒤로 물러남, 이동행동으로 아도니스에게 다시 접근, 공격, 빗나감, 2회차공격, 4피해.

고조주사위5
타락귀,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2회차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4피해.
아나스타샤, 뚱에게 원거리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1피해.
클라인, 뚱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5추가피해.
드미트리, 뚱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바를로, 타락귀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5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코스모스, 타락귀에게 근접공격, 8피해.
타락귀, 전투불능.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뚱에게 냉기광선, 치명타 22냉기피해.
뚱, 전투불능.




한참 검을 든 악귀를 상대하고 있을 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 단안경을 끼고 지팡이를 든 악귀 하나가 등장했다.

"시끄럽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인간들이냐?"

그리곤 지팡이를 든 악귀는 아나스타샤의 방향을 보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도니스만이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 위험해요!"

아도니스는 서둘러 차단 마법을 사용했지만, 타락귀쪽이 더 빨랐다. 아나스타샤는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어지러운 듯 비틀대기 시작했다.

'으……. 이게 뭐야, 머릿 속에 이상한 말이 자꾸 울려.'

타락귀의 주문에 당한 아나스타샤는 어지러움과 환청을 호소했다. 그 환청은 아나스타샤에게 눈 앞의 악귀들을 쓸어버리라며 계속 속삭여댔다. 아나스타샤에게 여러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어지러운 나머지 뚜렷하게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죄다 악귀와 비슷하게 보였다.

"갑자기 악귀가 이렇게나……."

아나스타샤는 악귀를 처치하기 위해 활을 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악귀라 생각되는 인영에 화살을 쏘았다.

"으아앗, 누님! 지금 쏘신 건 접니다!"

'뭐야, 난 분명히 악귀에게 활을 겨눴는데 왜 바를로 목소리가 들리지?'

바를로의 목소리에 아나스타샤는 서서히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악귀의 속삭임보다 동료들의 목소리가 더 뚜렷이 들릴때 쯤에는 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눈 앞에는 코스모스가 있었다.

"네…. 이젠 제대로 보여요."

코스모스는 안심한 듯 미소지여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아나스타샤에게 주문을 걸었던 지팡이를 든 타락귀를 노려보았다.
그 타락귀는 이번엔 드미트리에게 접근해서 귀에 무언가 속삭이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악귀를 떼어내기 위해 검을 마구 휘두르는 등 저항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결국 드미트리는 코스모스가 접근하자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그 공격을 손쉽게 방패로 쳐내고, 드미트리를 무시한 채 타락귀에게 응징을 선언했다.

"빛의 신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대가를 치루게 해주겠습니다!!"

코스모스의 도끼에 빛이 모이는게 육안으로 보였다. 그렇게 빛이 응집 된 도끼를 타락귀에게 내려치니, 여느 공격보다 훨씬 강력했다. 타락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나스타샤는 코스모스의 힘에 놀람과 동시에 자신도 돕기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이 혼란에 빠져있던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그 동안 소란을 듣고 악귀 2명이 무기고로 들어와 처음의 검을 양손에 든 악귀가 쓰러지고 코스모스가 지팡이를 쓰러트렸는데도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아나스타샤는 정확한 상황판단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쐈다고 생각되는 화살 하나가 바를로의 근처 바닥에 꽃혀 있었다. 아마 저 화살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쏜 걸 것이다.

"세상에…. 괜찮아, 바를로?"
"하하, 아슬아슬했지만 일단은 괜찮군요."

바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씨익 웃어보이고는 대치 중이였던 작은 크기의 타락귀와 계속 맞섰다. 그는 재빠른 몸짓으로 공격을 피하며 연속 공격과 암습으로 타락귀를 농락했다. 타락귀는 맥을 못추리고 그대로 당하기만 했다.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의 걱정은 의미없어 보였다. 그것보다는 아도니스에게 접근하는 저 덩치 큰 악귀부터 어떻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는 바로 악귀를 향해 활을 다시 겨눴다.


악귀와의 싸움은 큰 피해를 입고서야 끝이 났다. 악귀들이 다른 짐승이나 인간들보다야 당연히 훨씬 빠르고 강하기도 하지만, 거기다 다양한 저항, 능력, 주문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상대하기 곤란한 적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나스타샤들은 그들의 마법과 세뇌에 대항하느라 정신적 피로도 심각했다.

"하,정말 악귀랑은 두 번은 못싸우겠네요.
"

아나스타샤는 무기고의 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바닥은 전투의 흔적으로 지저분했지만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도 지쳤기 때문에 아나스타샤처럼 그대로 드러누울지, 앉을지 고민하는 이들밖에 없었다.

전리품 : 황금거룡 표식의 은제 롱소드 2개, 황금거룡 표식의 은제 지팡이, 황금거룡 표식의 은제 단검 2개, 모험가급 룬 2개

"악귀들이 가지고 있던 이 무기들 꽤 쓸만하겠는데요?"

모두가 휴식을 취하는 사이, 악귀가 사라진 자리를 훑던 바를로가 단검을 들고 말했다. 그 검을 본 아나스타샤는 양 손에 검을 들고 싸웠던 악귀를 생각해 냈다. 바를로 근처로 가니, 그 악귀가 쓰던 롱소드 두 자루도 떨어져 있었다.

"이 검도 은이라 날이 약간 무르긴 해도 괜찮아 보이는데, 한 번 써볼까? 장검은 어색하긴 해도 연습하면 그 악귀처럼 검을 쓸 수 있으려나."
"검을 휘두르는 품새를 보니 이미 충분히 숙달되었는데요? 대체 얼마나 강해지시려고…."

아나스타샤가 검을 몇 번 휘두르자, 그 모습을 본 바를로는 두렵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나스타샤는 그를 무시한채 바닥의 지팡이와 룬을 들었다.

"그 악귀들 가진 것도 많았네. 이 지팡이는 어때요, 아도니스?"

던져진 지팡이를 받아들어 확인한 아도니스는 지팡이가 꽤 마음에 든 눈치였다.

"은으로 되어서 예쁘네요. 마나도 잘 받아들일것 같고. 음, 황금거룡 표식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나쁜건 아니니 상관없겠죠. 나중에 새로 세공해야겠어요."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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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황금 요새1

TRPG/제 13시대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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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이번엔 내가 늦게 태어나 버렸네. 그런데 이거, 연하남의 매력을 어필하기 좋은 기회라는거지?'


 

엘돌란에서의 마지막 밤

"와, 진짜 방 좋네"

엘돌란의 마법사회는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를 잡아들이는데 공로를 한 아나스타샤들에게 학교구역에 머무를것을 추천했다.
덕분에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에 숙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5등급 호텔인 '마법사들의 휴식'에 방을 잡았다. 마법사들의 휴식은 이 곳이 마법사들이 주를 이루는 마법 도시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어지르면 자동으로 정리되는 호텔의 물건들, 쓰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일회용품들, 알아서 오는 룸 서비스 등 범상치 않은 서비스였다. 물론 마법만으로는 어려운 부분이나, 마법 서비스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일반적인 호텔리어도 있긴 했다.

사실 아나스타샤 역시 그 마법 서비스들이 신기해 의미없이 물건을 어지르고 음식을 이것저것 시켜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음식이 남아,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웃으며 각자의 방에 있을 동료들을 불러 처리했다.
그렇게 다함께 저녁을 먹으며 웃기도하고 큰 소리 치기도 하며 그들의 밤은 깊어만 갔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온 아나스타샤들은, 엘돌란을 떠나기 전에 사전 준비를 마치기로 했다.

그들은 돈슨의 의뢰를 완수하러 피리긴의 집까지 도보로 이동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피리긴의 집이 있는 은색 만 근처까지는 마차를 타고 갈만한 대로가 없었다. 더 정확히는, 호라이즌에서 산타코라까지 사이에서는 도시나 안전한 길목을 만나기 어려웠다. 애초에 대륙의 큰 도시들은 대체로 내륙해를 끼고 있었고, 제국민들은 도보보단 내륙해를 통한 뱃길 이동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보로 이동할 심산이라면 엘돌란에서 살 물건은 사고, 팔 물건은 팔고 움직이는게 현명한 선택이였다.


새 주문도 준비할 겸, 책을 엘돌란의 마법학교에 팔러 간 아도니스를 제외한 나머지 아나스타샤 일행들은 반지를 팔기 위해 보석상을 찾았다.

"이 반지들은 오닉스(Onyx)를 끼워넣은 반지군요. 음, 하지만 이건 오닉스를 해골 모양으로 세공해 값어치가 떨어지겠어요."
"오닉스…?"

아나스타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누님. '오닉스'를 모르십니까?"
"보석에 관심없으면 모를 수 있죠. 아가씨를 무안하게 만드지 마시죠."

바를로가 놀랍다는 듯 말을 하자, 코스모스가 바를로를 툭툭 쳤다.

"어… 아니, 이거 흑마노인줄 알았는데… 처음 들어보는 보석이라서요."
"아하하! 손님, 이거 '아게이트(Agate)', 그러니까 마노가 맞습니다. 흑색의 아게이트들만 별도로 오닉스라고 하는거고요. 흑색과 적색이 가장 인기 많고 예쁜 아게이트라서 별도로 명칭이 존재하는겁니다."

'뭔 소리야. 흑색이면 흑마노고 적색이면 적마노지, 이름이 왜 그래.'

"아, 네… 어쨌든 오닉스가 흑마노인건 알겠어요. 그래서 값어치가 떨어지면 얼마나 떨어지는데요?"
"25gp에 사겠습니다."
"아니 흑마노 인기 많다며?? 이게 무슨?"
"하,하지만 시체왕의 추종자가 나타났던지라 해골모양 보석은 값어치가 떨어졌다구요! 새 모양으로 세공하려면 크기가 절반이하로 줄어들테고…!"

보석상은 흥분한 아나스타샤에게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렇네요. 그럼 이 반지는요?"

아나스타샤는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이번엔 코스모스의 반지 가격을 물었다.

"이 은반지는 꽤 값어치가 나가, 어? 이 룬은… 이거 불길한 룬이 새겨진건 해제하는데 비용이 들어서 10gp정도밖에 못드리겠군요."
"……."
"최,최대한 양보해 드린거에요! 저도 마진은 남겨야죠!"
"그럼 그렇게 팔게요."


"아니 언제부터 흑마노를 '오닉스'라고 부르기 시작한거에요? 아게…, 아무튼 그건 또 뭐고."

반지를 팔고 나온 아나스타샤는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던 의문점을 입밖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음, 오닉스는 원래 오닉스였는데…. 오히려 저는 흑마노야말로 생소한 이름이군요."

오히려 바를로는 아나스타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였다.

"같은 광물이더라도 유달리 튼튼하고 미적가치가 있는것이 커팅과 세공을 거쳐 '보석'이 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간들은 보석을 좋아하죠. 어쩌면 광물을 캐는 드워프들보다도요…. 어쨌든 마법물품에도 고유한 이름이 있듯이 특별한 것에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법이고, 그래서 자신들의 언어로 새 이름을 붙인게 아게이트나 오닉스, 사도닉스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이 정착되어 지금은 주로 보석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간들이 적은 지역이나 드워프들이 많은 지역에 가면 여전히 광물이름을 사용할겁니다."
"…보석을 만질 일 없는 인생을 살아서 액시스에서 인간들 사이에 살았는데도 몰랐네요."

클라인이 두 명의 의문을 단번에 해결시켰다.

"그렇군요. 같은 물건이라도 종족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게 신기하네요. 그래도 누님은 금을 골드(Gold)라 하고 은을 실버(Silver)라 하는건 알지 않습니까~? 완전히 모르는게 아니니 기운 차리세요."
"응? 무슨 소리야? 금이 왜 골든데."
"금화가 gp인데요. '골드 페니(Gold penney)'를 줄여서 gp라고 하지요. sp는 '실버 페니(Silver penney)'고요."
"그럼 막 금룡을 골드룡이라고 불러? 그리고 은룡은 실버룡이겠네?"
"골드 드래곤, 실버 드래곤이라고 불러요."
"환장하겠네. 내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았나보다. 모르는게 많네, 참. 하하. 빌어먹을."

'인간들은 개체수가 많아 공동체 의식은 적은 주제에 공유하는 고유문화가 너무 많아. 이러니까 내가 인간 사회에 섞이기 힘들지. 하지만 엘프들은 그들보다 훨씬 공동체 의식도 강하고 고유문화도 많고……. 쉬운게 없군.'


에서 야영할 땐 언제나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가라도스가 모아놓은 연구자료가 왜 흑마술을 손대면 안되는지에 대한 좋은 사료집으로 쓰일 것 같아요"

어둑어둑해져가는 조용한 숲길에는 아도니스의 조잘거림과 일행의 웃음소리만이 가득했다.

아나스타샤들이 보석상을 들리고 무기점에서 얼쩡거릴 때, 아도니스는 엘돌란의 마법학교에 가라도스의 연구실에서 발견한 책들을 전부 처분하고 왔다.
그 책들은 단순히 구하기 힘든 서적들 뿐만 아니라, 흑마술과 관련된 자료도 있었던 모양이다. 아도니스의 말에 따르면 그 자료들은 흑마술을 연구할 시에 어찌되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는데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벌써 날이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야영하고 날이 밝으면 다시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숲은 해가 금방 지니까요."

클라인은 휴식을 권유했고, 아나스타샤 역시 동의했다.
나머지 일행은 곧바로 짐을 풀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특히 코스모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재빨리 불을 지폈다.

"와. 코스모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요?"
"저는 하녀니까요. 이런 일 쯤이야 별 거 아니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나스타샤의 칭찬에 코스모스의 입가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저녁으로 건량을 먹고나서 코스모스가 데워준 라벤더 차를 마시니, 온 몸의 긴장이 풀리고 노곤노곤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눈꺼풀이 내려앉기 시작한 아나스타샤는 침낭사이로 기어들어갔다. 내일도 끝없이 걸어다닐 생각을 하니, 더 피곤해지는 기분이였다.

욱끅끅- 우끄끅끅- 우욱끅끅끅끅-

늑대 소리인지, 원숭이 소리인지 이름 모를 짐승의 웃음소리가 숲 속을 헤집고 야영지까지 들려왔다. 아나스타샤에겐 그저 자장가의 반주 중 하나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갸릉-

경계심을 느끼는 고양이의 소리를 듣고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같은 위협을 느꼈던 것 같다. 이미 근처의 무기를 쥐고 경계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적의는 야영지의 모닥불 빛이 닿지 않는 사방을 둘러싼 숲 속에서 느껴졌다. 그 속에는 위협적인 짐승같은 눈빛이 희번덕 거렸다.
수는 아마도 여덟, 아니 열 명 같았다.
아나스타샤들이 적의 수를 확인하자마자, 하이에나와 같은 몸놀림의 놀 10명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고로간의 입에 거주하는 놀들은 오크두령을 따르면서 악귀술사를 따르고 있습니다. 들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조무래기 2레벨 조무래기 [인간형]
행동 순서 : +6
몽둥이 +6 vs. 장갑 : 4피해
포악한 무리_놀 두 명 이상이 같은 적과 접전중이면 그 적에 대한 이들의 근접 공격은 빗나가도 절반 피해를 줍니다.
체력 9 / 장갑 18 / 신방 15 / 정방 12


배치

 

 



북쪽의 클라인 주변 놀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손에 든 몽둥이로 공격했지만, 그는 검으로 막아내며 반격했다.
그러자 오른편, 동쪽의 놀 두 명은 클라인이 자신의 동료들과 접전 중인 사이, 옆을 파고들어 피해를 입혔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여러명의 놀들에게 둘러싸인 클라인이 바로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를 도와주고 싶어도 자신 역시 눈 앞의 놀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아나스타샤는 남쪽의 놀들에게 주문을 시전하는 아도니스를 보호하기 위해 검으로 무기를 교체하고 놀들에게 달려들었다.

코스모스는 서쪽의 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서쪽편은 놀들이 몇마리 없어 비교적 수월했다.
코스모스와 함께 있던 바를로는 다른쪽 방향의 놀부터 처리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는지, 눈 앞의 놀에게 일격을 가하며 재빨리 뒤로 이탈해 회피했다.
바로 클라인과 접전중인 놀의 뒤로 이동해 습격했다. 놀은 단번에 쓰러졌으며, 덕분에 클라인은 자신을 기습한 놀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놀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고,바닥에 쓰러졌다.

10명의 놀들은 전부 쓰러졌다. 아나스타샤들을 습격한 이 놀들은 그들 종족치고는 생각 외로 강한 녀석들이 아니였다. 아무래도 이들은 일종의 '정찰조'인것 같았다.

"아마 이 근처에 놀들이 모여있는 거점이 있는 모양이군요. 진짜 전투원들은 그곳에 있을겁니다."

클라인의 말에 바를로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 부근이라면 고로간의 입 근처겠군요. 거기서 온 놀들일거에요."
"고로간의 입이면 상당히 위험한데.. 원래 목적지가 있는데 굳이 방향을 틀면서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로간의 입과 좀 떨어진 곳에 새로 자리를 잡고, 한 명씩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도록 하죠."

 


 

에서 자는 것은 하루만으로도 충분

놀들의 습격 이후 별다른 위협없이 해가 떠올랐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녘의 햇살을 느끼며, 은색 만을 향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악귀해안은 이름과는 달리 잔잔하고 조용한 해안가였다. 모래사장에는 작은 자개 껍데기만 자리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짠내음이 섞인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녁으로 해안에서 잡은 생선을 먹을 이야기에 들떠있었다.
모래사장이 끝이나고, 평원위로 올라오니 태양의 반짝임과 같은 색의 높은 요새가 그들을 반겼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보다는 건물 안 쪽이 하룻밤 보내기에는 적당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요새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요새에 가까워질수록 그 앞에 서성이는 무언가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발의, 황금색 장식이 달린 하얀 갑옷의 남성이였다.
적일까싶어 경계심을 가지고 다가갔으나, 그는 아나스타샤들이 코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여기서 뭐하세요?"
"으,으아악!"

기사로 보이는 남자는 아나스타샤의 목소리에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당신들은… 순례자인지요?"
"순례자? 그냥 지나가던 모험가인데 하룻밤 묶을 곳을 찾고 있어서요. 요새인줄 알았는데 사원이라도 되나봐요?"
"모험가……. 요새는 맞습니다. 과거 황금거룡과 저희 황금거룡 기사단이 머물던 곳이지요. 폐허가 된 지금도 황금거룡을 존경하는 순례자들이 방문하곤 해서 그런 순례자 분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순례든 뭐든."
"어째서죠?"
"그게, 악귀들이 있거든요…."
"네?"

기사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였다.

"악귀들이 한 두 마리가 아니였던지라… 제 실력이 미숙한 탓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흠, 지붕 있는 곳에서 잘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아도니스가 아쉬운 것처럼 중얼거렸다.
사실 아나스타샤 역시, 아도니스처럼 요새 안에서 쉬고 싶었다. 어짜피 누군가는 처리해야 될 악귀라면 지금 처리하는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나스타샤는 뒤를 보며 다른 이들의 의사를 물었다.

"음, 그럼 저희가 악귀들을 처치하는건 어때요?"
"좋은 생각입니다."
"마침 몸도 근질거릴 때가 됐죠."

클라인도 바를로도 싫어하지 않았다.
말이 없던 코스모스쪽을 바라보면, 이미 악귀를 처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표정에서 드러났다.

"악귀를 처치해 주신다고요?"
"그렇게 됐으니, 악귀를 처리하고 나면 요새는 하루동안 마음껏 이용해도 괜찮겠죠?"
"다,당연하지요! 제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제 이름은 드미트리입니다. 저도 미약하지만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아나스타샤들이 요새 정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드미트리는 그들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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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10

TRPG/제 13시대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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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왕이 공포로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언데드인가, 사람인가?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

골렘 작업실을 벗어나 왼쪽의 방을 조사하면, 그곳엔 탐구회의 인원들이 모일만한 탁자가 있고, 그밖에 물, 포도주, 식량과 같은 평범한 물건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리고 탐구회의 인원들이 모여 회의를 할 법한 탁자 위에 그의 일기가 놓여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일기를 펼쳤다.


1205년 ...의달 4일


강력한 마법의 힘을 연구하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도서관의 깊은 곳에서 먼지 쌓인 낡은 일지 하나를 발견했다.

일지의 주인은 타틀록이라는 마법사다. 기록된 날짜를 보니 무려 200년 전의 마법사인 것 같다.

이 때의 마법사들은 무엇을 연구했을지 궁금한데, 내일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일기가 낡아 군데군데 페이지가 사라졌다~

...대마도사는 이런 대단한 마법들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분명 외눈왕의 마법이 자신보다 뛰어났다는걸 인정하기 싫으며, 또한 자신보다 강한 마법사들이 자라나는것을 두고 보기 싫었던 것이다. 때문에 외눈왕의 마법을 '흑마술'이라 부르며 마법사들이 어둠의 과목을 연구하는걸 금기해 왔던거겠지.
어쩌면, 내가 이 마법들을 전부 배울 수 있다면, 세계를 바꿀만한 힘을 얻게 되어 대마법사보다 강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가라도스의 일긴가 봐요."

"흑마술에 관해 적혀있는걸 보니, 탐구회에 관련된게 적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읽어보죠."

 

같이 일기를 읽던 클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장을 펼쳤다.

 


 

1205년 ...의달 13일


흑마술의 힘은 상상이상으로 강했다.
....료를 더 찾고싶지만, 대마도사가 흑마술을 금기하며 곳곳에 숨겨놓았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다.

가르쳐줄 수 있는 분은 오로지 외눈왕뿐이겠지.


나는 그 분과 감응할 수 있는 ....있을지, 타틀록의 일지를 찾아보았다.

~얼룩이 상당해 내용이 지워져 있다~

 

 

1205년 ...의달 15일


나는 ...을 이용해 소환 의식을 행했다. 외눈왕과 감응에 성공했다.
외눈왕께서는 '코스'를 보내주셨다.

코스는 외눈왕의 ....다. 코스는 나에게 왕의 지식과 의지를 전달해 주었다.

 


 

가라도스는 25년 전부터 흑마술에 손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코스' 라는 소환 된 패밀리어는 아마 아나스샤들이 가라도스로 착각하고 싸웠던 원숭이 모양의 해골이 틀림없을것이다.

 

아나스타샤는 다음장으로 넘겼다.

 


 

1211년 ...의달 ..일


오늘 등잔 공방을 물려 받았다.
나는 고작 이런 지위로 만족할 수 없다.

~페이지가 비어있다~

 

 

1215년 기품의달 ..일

점등사 길드에서 나와 뜻이 맞는 자들을 만났다.

나는 이들과 외눈왕이 남긴 지식을 함께 연구하며 힘을 키웠다. 확실히 혼자일 때보다 지식의 ....가 훨씬 수월한 것 같다.


우리는 이 ....에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대마도사에 의해 세상에 잊혀진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들.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 이 이름이 적절한 것 같다.

 

나는 이들에게 케스미르가의 권한으로 등잔 공방에 일자리를 주선하거나 뛰어난 자들은 엘돌란의 중책에 소개했다.

순수한 지식의 탐구를 넘어서서 출세를 바라는 자들도 나의 밑으로 들어왔고, 이들은 나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그래, 내가 바란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내가 외눈왕의 오른팔이 되어 대마도사의 자리를 갖게 된다면 이런 것이 일상이 되리라.

 

1215년 ...의달 8일

 

....누군가가 케스미르가를 의심하는 것 같다. 우리의 존재가 아직 드러나서는 안된다.

라레데스와 같은 친 대마도사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겠지.


 

드디어 아나스타샤가 찾던 내용이 나왔다.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 그들은 생각보다 오래 된 집단이였던 것 같다.

 

"엘돌란에 꽤 오랫동안 시체왕의 수하들이 잠복해 있었군요."

"..거기다 타틀록이라는 마법사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1,20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제국은 넓으니 시체왕이 사라지지 않는이상 흑마술을 완전히 뿌리 뽑긴 어렵겠죠.."

 

제국의 황제가 되고 나서도 어쩌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체왕의 위협을 마냥 손 놓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가라도스의 일지를 다시 내려다 보며, 탐구회에 대한 정보를 더 찾기로 했다.

 



....유물 사냥꾼에 흥미로운 흑마술서 하나가 들어왔다.

이 마술서의 내용대로라면, 내가 가진 힘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이 약품으로 지워져 있다~

시체를 엮어내, 사령에너지로 움직이게 만드는 공식을 거의 완성했다.

완전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무언가 부족하긴 한데 잘 모르겠다.

 

외눈왕의 조언을 얻고자 ...도움을 요청했다. 코스는 이 공식을 완성시킬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코스는 ...을 알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외눈왕의 힘을 빌리는 주제에 대마도사의 측근들과 너무 어울려, 내가 누구의 부하인지 의심이 되기 때문이란다.

나는 절대로 대마도사를 따르지 않으며 진심으로 외눈왕에게 충성을 바친다고 말했지만 코스는 들어주지 않았다.

아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년 ...의달 28일

 

나는 여러번 코스를 설득했다. 그리고 외눈왕에 대한 존경을 어떻게 해야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지 물었다.

코스는 외눈왕에 대한 충성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를 바랬다. 내가 만든 언데드들을 시내에 풀어 놓아, 죽음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대마도사를 따르는 자들과 그 동료들에게 알려주라고 속삭였다.

그러기만 한다면 외눈왕의 .....해 주는 것 쯤이야,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했다.

 

어짜피 언젠가 이 엘돌란에 내 힘을 보여줘야 됐다.

상당히 위험하지만, 주민 몇 명의 영혼을 암흑으로 보내서 그 분의 곁으로 보낼 수 있다면 그들에게 고마운 일 아닐까?

~곳곳에 피로 얼룩져 있다~

..이 계획을 아를리사에게 전달했다.

아를리사는 이 계획에 감탄했다. 그리고는 계획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방법까지 나에게 제안해왔다.
그는 명석하니까, 이 계획의 일부만으로도 내가 이룰려고 하는 목적을 금새 눈치 챘을것이다.

내가 지금보다 더한 강대한 힘을 손에 넣는다면 그를 가장 가까이에 둬도 괜찮겠지.


 

"하, 그러니까 자신의 연구 완성을 위해 좀비를 광장에 풀어놨단 말이야? 위대하고 대단한 마법 좋아하시네."

 

아나스타샤는 좀비 사건이 일어난 경위를 보고 혀를 차며 다음장을 넘겼다.

 


 

1230년 경각의달 12일


시체가 더 필요하다.

아에르토에게 시체수급을 더 진행하라고 지시했지만, 들어오는 수가 만족스럽지 않다.

더군다나 품질도 기대 이하다. 죽은지 며칠 지난 시체도 너무 많다.
아무래도 파울로스와 지그문트에게도 시체 수급을 지시해야 할 것 같다.

노숙자들을 납치하는 것은 어떨까? 평민 구역의 노숙자들은 사라진다해도 누구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다.

~피와 살점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눌러붙어 있다~

 

 

1230년 열의의달 17일

거사까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와중, 이상한 일이 있었다.
그레이슨과 잘렌이 좀비를 숨긴 수레를 옛 양조장에 숨겨놓았다는 보고를 받고, 남은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실로 들어왔을 때였다.

내 작업대 위에 못보던 주문서와 쪽지가 있었다.

대체 어떻게 경보를 건드리지 않고 이 연구실에 들어온 것인가? 같은 시체왕의 추종자라도 되기라도 하는건가?
쪽지는 태우라고 되어있었지만, 나중을 위해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일기의 사이에는 가라도스가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쪽지가 잘 펼쳐져서 끼워져 있었다.

 


 

엘돌란에 황제의 후계자 후보 한 명과 그의 동료 셋이 방문할 것이다.

한 명은 하프엘프 여성이고, 한 명은 아시마르다. 또 다른 두명은 인간 남성으로 각각 마법사와 기사의 차림을 하고 있다.
이들을 처리해 두지 않는다면 너의 계획에 큰 후환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두고간 주문서를 이용해 그들을 좀비 공격의 표적이 되게 하라.
네가 우리의 지시에 따른다면,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도주할 수 있는 선박과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쪽지를 읽은 후에는 불에 태우도록 해라.

 

우리는 언제나 그대를 지켜보고 있다.


 

"이 쪽지는..."

"황제의 후계자 후보와 그의 동료라면... 저희를 말하는거겠군요."

"대체 누군데 우리를 알고 있는거죠? 거기다 공격 지시... 가라도스 배후에 누군가가 또 있다는 소린가..."

"사흘 전이면 저희가 엘돌란에 오기도 전입니다. 아무래도 액시스 내부에도 적이 있는 것 같군요."

 

클라인의 표정이 심각해 졌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는 기사단의 사단장이자 용 제국, 그 중에서 액시스를 수호할 의무가 있는 자니까'

 

아나스타샤의 생각처럼 분명 액시스 내부에 시체왕의 추종자를 지원하는 자가 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문제일 것이다.

 

"...아나스타샤를 노리는 적이 액시스에도 있는걸 알았으니 수도에서도 방심할 수 없겠군요."

"엥, 그 쪽 문제였어??"

"네?"

"아,아뇨.. 전 당연히 액시스의 치안 걱정을 하시는 건 줄 알았어요."

"액시스의 치안은 언제나 염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의 표상 문제는 표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뿌리 뽑기 어려운 문제니, 아무리 액시스라 하더라도 추종자 한 둘 정도 섞여 있는거야 진작에 예상하고 있는 바입니다. 다만 전 저의 부하들과 동료들을 믿기 때문에 제가 자리에 없어도 큰 문제가 있더라도 잘 해결할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 임무는 아나스타샤, 당신을 지키는 것이기에 당신을 노리는 자가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걱정이겠죠."

 

아나스타샤는 갑자기 그 날 저녁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아나스타샤는 재빨리 고개를 피했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니잖아. 그는 호위기사야. 그가 기사로서 한 말인데 이 말에까지 이렇게까지 반응해야겠어, 아나스타샤?'

 

아나스타샤는 별다른 말없이 가라도스의 일기로 고래를 돌려 다시 읽기 시작했다.

 


 

1230년 열의의달 19일

오전에 유물 사냥터의 카운터를 보고 있는 와중, 놀랄만한 일이 있었다. 황궁에서 왔다는 4명의 사람이 방문한 것이다.
액시스에서 온 사람들이야 꽤 흔한 편이지만, 그런 편지를 받은 직후에 황제의 사람이 엘돌란에 방문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저들은 어째서 이 시기에 엘돌란에 온 것일까?

황제와 대마도사가 나의 계획에 냄새를 맡기라도 한걸까?

확실히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우리의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연관 없는 인물 하나를 고용해 뒷조사를 시켜야겠다.

 

1230년 열의의달 20일


좀비 공격은 성공적이였다.

도시는 충분히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좀비들의 머리에 호박이 씌워져 약간의 웃음거리가 됐다는 점이다. 그레이슨은 일을 대체 어떻게 진행한 것인지..

 

(급하게 휘갈겨져 있다)


좀 전에 황제의 사람이 좀비 사건의 배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은방패대가 깊이까지 파고들지 못하게 완벽하게 매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데 복병이 생길줄이야!

좀비들한테 죽어버릴것이지, 끈질기게 살아남아서는..

내일 사무엘을 보내야겠다. 그는 실력이 좋으니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처리할것이다.

~페이지가 구겨지고 찢겨져 있다~

 

 

1230년 열의의달 22일

아를리사 덴트가 죽었다!
젠장젠장,젠장할! 그 녀석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강한 녀석들인것 같다. 이대로면 내가 좀비 습격에 관여했다는걸 들키는건 시간문제겠지..
계획은 실패했지만 적어도 '그 지시'를 수행한 덕분에 도주로와 자금을 얻게 되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그 녀석들에게 먼저 선보여야 겠다.
외눈왕에게 공식을 완성 시킬 방법을 듣게된 지금은, 성공적으로 도망치기만 한다면 저런 것쯤이야 훨씬 안정적인 모습으로 양산할 수 있으니까.



일기의 내용이 끝났다.


가라도스의 일기대로라면, 그가 모든 일의 주동자였으며 도외로 도망친 그를 잡는건 불가능할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처음부터 도주할 계획까지 세워놨으니까.
그를 돕고 우리들을 공격하라고 지시한 후원자가 누구인것인가? 그건 가라도스도 마지막까지 몰랐던 것 같다.

"...우두머리인 가라도스가 도망갔으니, 적어도 이 엘돌란에서는 더 이상 또 이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겠네요."

"이 일기는 가라도스가 시체왕의 추종자였다는 좋은 증거가 될겁니다. 저희보다 그들이 가라도스에 대해 더 잘 알테니, 어쩌면 수사가 더 수월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은방패대와 엘돌란의 체계라면, 그를 잡는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쓴웃음을 지으며 일기를 몇 번이고 페이지를 되넘겼다.

 

그런데 일기의 커버 안쪽에서 접힌 종이 한장이 떨어졌다. 탐구회 인원의 명단이였다.

 

"이런걸 정리헤서 가지고 있다니.."

 

클라인은 아나스타샤에게 건네받은 명단을 훑었다.


"어때요? 가라도스는 차치한다해도 명단까지 나온 이상 아무리 그들이 매수를 당했다한들,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죠..?"

"네, 엘돌란에서 시체왕의 잔당이 완전히 뿌리뽑힐겁니다."

 

클라인은 아나스타샤를 보면서 온화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허탈해하는 그를 위로하기 위한 미소겠지.

 

"네... 바로 은방패대에게 가요."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찝찝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를 공격하려는 적은.. 결국 잡지 못했어요."
"적이 저희를 계속 노리고 있다면, 결국 또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다시 추적하도록 하죠."

 

반대편에서 선반을 조사하던 바를로가 아나스타샤와 클라인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가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누님. 적은 제 존재를 모를테니 제가 누님의 복병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바를로가 아나스타샤를 위로하려는 것처럼 씩씩하게 말했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그와 대조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들이 우릴 왜 없애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같이 다녀도 괜찮겠어?"
"아무 연관이 없다니요. 섭섭합니다. 연이란건 언제나 갑자기 생기는거 아닌가요? 저는 이 짧은 시간동안 누님.., 그리고 누님동료들과 충분한 연관이 생겼다고 생각하는데요?"

능청스러운 말에 이나스타샤는 웃음이 터졌다.

"그래, 맞아. 충분히 연관이 생겼고, 남 때문에 헤어지기도 아쉬운 일이지."


은방패대는 마법사회의 높은 자리에 위치한 가라도스에게 매수되긴 했지만, 그가 시체왕과 연관이 있을거란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듯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시체왕과 연관되어 있다는 추문에 휩싸일까 두려워 했고, 탐구회로 지목 된 사람들을 샅샅히 수색해 잡아들였다.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은방패대는 손쉽게 일을 처리했다.

다만, 도시 밖으로 도망친 가라도스는 잡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며, 엘돌란 내에서의 위협은 제거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수사는 그렇게 반쪽짜리로 종결 되었다.

 

전리품 : 500gp

그들은 아나스타샤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500gp라는 거액의 수고비도 받았다.

 

이 금액은 수고비 명목으로 건네주긴 했지만, 이 일을 함구했으면 졿겠다는 일종의 뇌물과도 같은거겠지. 제대로 된 정치보다는 자신들의 체면만 세울 줄 아는 엘돌란의 마법사들은, 그저 이번 사건으로 도시의 이미지가 깎여나가지 않기만을 바랄테니까.


 

다른 이야기

웅장한 외성, 달빛이 들어오는 창가, 섬세하게 금실이 수놓아진 고급스런 옷을 입은 여성이 분노로 가득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 로브를 뒤집어 쓴 채, 머리를 조아린 남성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뿐이였다.

"...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거야?"
"......"
"내가 황제의 후계자 후보만 처리하랬지, 다른 녀석들까지 죽이라고 한 줄 알아?"
"죄,죄송합니다..."
"애초에, 너희 같은 애들이 클라인을 이길 수 있을리 없잖아? 그러니까 계획이 실패한거겠지."

여자는 이를 부득, 갈며 뒤를 돌았다.

"그만 내 눈 앞에서 꺼져."

바닥을 뚫고 지나갈 듯이 머리를 조아리던 남성은 뒷걸음치며 도망치듯이 방을 나갔다.

"다음번엔.. 꼭 죽여주겠어. 아나스타샤 캄랜드..."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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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돌란의 그림자9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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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9

 

 

亡命逃走 (망명도주) 

죽을죄를 지은 사람이 몸을 숨겨 멀리 도망감.

 


 

아나스타샤들은 아를리사 덴트를 은방패대에 넘겼다.

 

그를 들쳐업고 공방을 나설 때 코르넬리우스─등잔 공방에 들어설 때 입구에서 맞이했던 노인 노움─는 깜짝 놀라 소리지르며 앞을 막아섰고, 아를리사가 시체왕의 하수인임을 설명해야만 했다.

코르넬리우스의 고함으로, 공방의 1층에 모인 다른 점들사들은 아를리사의 정체를 깨닫고는 자신들도 시체왕과 엮일까봐 불안에 떨었다.

 

은방패대를 찾아갔을 땐, 그들은 아나스타샤들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만큼 아를리사가 엘돌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인망도 있었다는 증거겠지. 하지만 아를리사의 가슴에 새겨진 상징이 진짜인 것으로 밝혀지자, 아무도 아를리사를 감싸지 못했다.

엘돌란의 시민들은 아를리사의 정체를 까발린 아나스타샤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진 않았다. 실제로 소란을 일으킨 것은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이지만, 어쩌면 평민 구역에서의 잠깐으로 끝났을 일을 깊이까지 캐내는 바람에, 엘돌란의 오랜 기틀이 조금씩 깨져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를리사와 가라도스가 귀족인 것도 한 몫할테지. 사람들, 특히 귀족들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겉으로는 내색할 수 없었다. 단순한 부정부패, 비리가 아니었으니까. 자칫하다가는 시체왕의 추종자와 같은 패거리라 의심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려운 것 위에 더 두려운 것이 존재하는 거다.


아도니스는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엄연히 피해자고, 심지어는 어떻게 보면 제국과 국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일을 해결하려 하는 이유가 순수히 엘돌란을 위한다는 마음이라는 건 아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일맥상통했다. 그런데 오히려 눈칫밥을 먹어야하는 신세라니!

 

평소였다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시비를 걸며 쏘아붙이거나, 자신들이 잘못했단걸 깨달을 때까지 직접 손봐주거나, 우리가 이 일에서 손을 떼면 무슨 일─지금 같은 경우에는 언데드들의 무차별한 습격이 일어날 거다─이 일어나는지 직접 느끼게 해준 다음 그들이 다시 부탁하러 올 때 모욕울 준다든가, …아무튼 절대 참진 않았을테지.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그런 걸 원하기는커녕, 자신을 한심하게 안 본다면 다행이었다. 영혼의 올바름 같은게 아니어도, 그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고, 남 시선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이 해라 마라 하는 명령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나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도니스는 자신도 그처럼 주변의 시선에 신경끄기로 했다. 자신은 아나스타샤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함께하기만 하면 될 일 이니까 말이다.

 


 

현인 라레데스

아나스타샤들의 사정은 이미 엘돌란의 고위층에 소문이 났다. 그들의 사정을 아는 문지기들은, 아나스타샤들이 학교 구역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


그들은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곧장 유물 사냥터로 향했다. 들어가자 가라도스는 없고, 다른 노인이 그가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가라도스가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라는 시체왕을 섬기는 조직의 리더라고 말했어요."

 

노인은 가라도스와 같이 유물사냥터를 운영한다는 현인 라레데스였다. 라레데스는 세련된 말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말랐고, 지저분한 금발에 염소 수염을 하고 있었으며, 그의 피부는 상당히 창백해서 색깔이 겨우 있는 정도였다. 골방에서 책만 읽는 학자들의 전형이었다. 그는 깔끔한 성격인지 한쪽 소매에 미스릴 학파의 톱니바퀴 무늬가, 오른쪽 가슴엔 가문의 문장인 매가 수놓아져 있는, 미스릴색 비단으로 만들어진 미스릴 학파 로브를 잘 다림질해 입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면과 양모로 된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하하….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그가 그럴리가 없죠. 저는 그와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색 같은 건 없었어요. 그는 순수하게 마법과 학문을 연구했습니다. 좀 오래된 물건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요. 어쨌든 그는 대마도사님을 존경하는 마법사들 중 하나였습니다."

라레데스는 말을 할 때 문장문장을 간결하게, 그리고 빠르게 대답했다. 당황해서 그를 변호하기 위해 말이 빨라진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나스타샤들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으며 일종의 헛소리 취급을 했다.

"호객 광장에서 벌어진 좀비 습격에 대해서는 아시죠?"


"네, 상당히 위험했다고 하던데…. 가라도스가 관련되었다고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처음에는 관련되어 있는지 몰랐어요. 하지만 흔적을 조사하다보니 탐구회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의 꼬리를 잡게 되었죠. 광장에 좀비가 든 호박 수레를 가져다 놓은 자, 좀비로 만들 시체를 준비한 자, 준비한 좀비들을 광장 하수도에 가져다 놓은 자, 세부적인 지시를 내린 자, 모두 한 사람에게 연결되어 있었어요. 바로 가라도스에게. 결국 이 모든 일을 계획한건 가라도스라는 거죠."


"증거가 있으십니까?"

 

라레데스는 가라도스가 친구이기도 하니 믿고 싶지 않은 거다. 우리와 직접 조사를 한 것도 아니었고.

아니면 그도 가라도스와 한 패거리던가.

아나스타샤는 아를리사의 방에서 찾아낸 쪽지를 보여줬다.
라레데스는 그 편지를 읽고서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연신 한숨을 내뱉으며 천장을 올려다 봤다가 쪽지를 봤다가를 반복했다.

 

'그는 탐구회 일원이 아닌가?'

"이름을 속인게 아닐까 의심했지만… 네, 가라도스의 필체가 맞군요. 말씀하신 모든 일들이 그의 필체로 적혀있어요."

 

"이제 믿으시겠어요?"

 

"…아뇨, 아닙니다."

 

"어째서… 지금 가라도스의 필체가 맞다고 한 건 라레데스 씨 잖아요?"

 

"이 마법 도시에서 필체정도야 쉽게 흉내낼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 심지어 아를리사 본인도 마법사죠. 그가 가라도스를 끌여들이려 한 걸수도 있겠죠."

 

'뭐, 뭐야…. 꽤 합리적인 의심이잖아. 진짜 그럴 수도 있겠네. 아, 안돼. 내가 설득당하면. 일단 확인은 해봐야 하는 거잖아. 심문, 심문.'

 

"거기다 편지의 말대로라면, 랜든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시체를 다섯 구나 옮긴 건가요? 가라도스의 연구실은 여기 있는게 맞습니다.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하지만 여긴 학교 구역이에요. 다른 구역들에 비해 감시가 삼엄한 편이죠. 그런데 시체가 옮겨졌다? 수상하지 않습니까? 저도 여기서 그런 걸 봤다면 그를 의심했을 겁니다. 하지만 본 적 없죠.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음이 틀림없어요."


아나스타샤, 라레데스 설득 기능판정 : d20 (20)+매력 (2)+레벨 (1)+아를리사의 편지 (5)+범인인 이유 (5) vs 매우어려움 (25) / 성공

 

라레데스는 잡아떼고 있지만, 이미 여러 증거와 이유들로 의심의 싹은 틔워졌다. 이제 그가 범인인 이유보다는 조사를 받아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오해라고 생각하시면 최소한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가 누명을 쓴 거라면, 왜 시체왕의 추종자들이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했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다음 조사가 가능하니까요. 어차피 그의 부하인 아를리사가 시체왕의 추종자로 밝혀진 이상, 연관이 없어도 조사를 받아야 할 거에요. 하지만 그 때까지 소문이 좋게 퍼져나갈 리가 없겠죠. 발 없는 말이 얼마나 멀리, 안 좋게 갈 수 있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게 된다면 가라도스의 명성에 큰 흠집이 갈 거에요. 그 전에 미리 나서서 관계 없음을 밝혀 소문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음…."

그는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대신 그가 정말 연관이 없다면 정식으로 사과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그럼 가라도스의 연구실로 향하는 비밀 통로를 알려드죠. 따라오세요."


라레데스를 따라가니, 가게 뒷방의 책장 뒤에 문이 하나 있었다.

"아마 이 곳을 지나가시면 가라도스의 연구실이 나올거에요. 항상 연구실을 간다고 할 때, 이 통로를 쓰더군요. 아마 그는 제가 이 비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걸 모를거에요. 그러니 제가 연구실을 알려줬다고 말하진 말아줬으면 좋겠네요."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아나스타샤들슨 라레데스에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 안쪽의 나무 계단을 조금 내려가면, 돌바닥을 깎아 만든 계단이 나선을 그리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200 발자국쯤 지나니 계단이 끝나고 어둠으로 이어진 터널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당히 긴 터널이였다.
그 터널을 지나고, 팔각형의 보통 크기 방이 나왔다. 방에는 출구가 왼쪽에 세 개, 정면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총 5개가 보였는데 전부 어디로 통하는 출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일일히 돌아봐야할 것 같아요."
"이번에도 나눠져서 찾는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저희 인원에도 딱 맞고."

아도니스가 나눠질 것을 제안하자, 아나스타샤는 이번만큼은 고개를 저었다.

"이 곳은 가라도스의 본거지나 마찬가지인 곳이에요. 아직 그가 진짜 적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흩어졌다가는 기습당했을 때 위험할 수 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같이 움직이도록 해요."


가라도스의 연구실

아나스타샤들은 왼쪽 출구부터 시계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첫번째 출구는 안장구역의 등잔공방과 골목을 잇는 터널이였다. 터널은 위험하지 않고, 단지 바깥쪽을 엿보는 구멍이 있는 비밀문만이 있었다. 아를리사가 이 통로로 가라도스의 연구실을 오가며 내통했을거라 짐작이 됐다.
두번째 출구는 사원구역의 망자의 금고 지하로 통했다. 망자의 금고의 수많은 통로 중 한 곳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 그곳의 통로는 미로같이 복잡하기 때문에 사원의 사제들조차도 모든 통로가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을것이다.
세번째 출구는 평민구역의 그리핀 광장 으로 이어졌다. 문은 그리핀 석상 뒤에 숨겨져있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이런 비밀문이 숨겨져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였다.
그다음 정면의 출구는 부두구역의 학교구역쪽 절벽 아래로 통했다. 이 절벽에는 사교도들의 은거지도 숨어있었는데, 가라도스의 은거지로 향하는 통로도 있었다는 점에 껄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외에도 많은 비밀통로가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 통로를 전부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탐구회들이 일을 벌였던 장소로 통해있었다.
수상하지 않을래야 그럴 수 없었다. 이런 통로가 있다면 그들이 숨어있으면서도 '리더'와 내통하고 들키지 않고 시체를 운반할 수 있었던 것도 납득이 갔다. 모든 증거가 가라도스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저 오른쪽 벽의 출구가 마지막이네요. 이제 진짜 위험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나스타샤들은 출구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정비를 단단히 했다.


터널을 따라가다보니 지독한 시체 썩는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그 냄새는 터널 끝, 앞에 있는 작은 방에서 오는 것 같았다.
도착한 방의 벽은 회를 바른 회색 벽돌로 되어 있고, 바닥은 판석으로 되어 있었다. 방의 반대쪽에 출구가 있었고, 왼쪽 중앙을 바닥을 보면 가로, 세로 2.5m 정도의 구멍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터널에서부터 느껴지던 악취는 그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밖에 크게 흥미로워 보이는 것은 없었다.

"대체 이 썩은 냄새는 어디서 나는걸까요?"
"저 구덩이 속에 시체나, 언데드가 있는걸 수도 있어요."
"이 방을 지나가면 그 녀석들이 기어나올 수도 있겠네요.."
"조심하면서 지나가도록 해요."

아나스타샤들은 무언가 튀어나올것에 대비해 주의를 기울이며 방을 지나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 주변 확인 기능판정 : d20 (17)+통찰 (0)+레벨 (1)+뒷전 (4) vs 매우어려움 (25) 실패
클라인 주변 확인 기능판정 : d20 (7)+통찰 (0)+레벨 (1)+영웅 (3) vs 매우어려움 (25) 실패
아도니스 주변 확인 기능판정 : d20 (11)+통찰 (1)+레벨 (1)+궁정마법사 (3) vs 매우어려움 (25) 실패
코스모스 주변 확인 기능판정 : d20 (5)+통찰 (2)+레벨 (1)+모험가 (1) vs 매우어려움 (25) 실패
바를로 주변 확인 기능판정 : d20 (19)+통찰 (2)+레벨 (1)+쥐잡이패 (5) vs 매우어려움 (25) 성공


방에 발을 들이는 순간, 바를로가 아나스타샤들을 제지했다.

"잠깐만요. 저 오른쪽 벽, 뭔가 수상하군요."
"오른쪽 벽...?"

그 말에 아도니스는 오른쪽벽을 유심히 보았다.

 

아도니스 마법 확인 기능판정 : d20 (8)+지능 (5)+레벨 (1)+궁정마법사 (3) vs 보통 (15) 성공

"마력의 기운이 여기서 나오는거였나..?"

아나스타샤들은 오른쪽 벽을 보며 무기를 들고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조심히 한발 한발 내딛는 순간, 좀비 셋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광장의 좀비들처럼, 배가 절개되어 있고 장기가 빠져 있었다.




인간 좀비 경비병
"으으으으으음"
2레벨 병사 [언데드]
행동 순서 : +1
취약 : 신성
잡아 끌기+8 vs. 신방 : 좀비는 대상을 붙잡고 구덩이쪽으로 당기거나 밉니다.
동반 추락_공격의 일부로서, 좀비는 대상을 붙잡고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려 합니다. 대상은 난이도 15의 근력이나 민첩성 판정으로 이를 모면할 수 있습니다. 좀비는 성공할 때까지 이 공격을 하거나 붙잡은 대상을 구덩이로 끌고 가려 할 것 입니다. (위의 기능 판정을 유발하는 일반 행동) 추락한 뒤에는 썩어가는 주먹으로 공격합니다.
순수 16+_좀비와 대상은 판정 없이 무조건 구덩이에 빠집니다.
썩어가는 주먹 +7 vs. 장갑 : 6 피해
순수 16+_좀비와 대상이 1d6 피해를 입습니다!
머리에 한 방 : 좀비는대성공에 맞으면 체력이 0이 됩니다.
체력 52 / 장갑 15 / 신방 13 / 정방 10

 

구울
킁. 킁. 후다닥. 와작!
3레벨 방해자 [언데드]
행동 순서 : +8
취약 : 신성
발톱과 이빨+8 vs. 장갑 : 8 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은 구울의 다음 차례가 끝날 때까지 언데드의 공격에 취약해집니다.
마비시키는 이빨_구울이 취약한 적을 순수 짝수로 명중시키면 대상은 멍해집니다. (극복 가능)
한 근의 살 : 구울의 발톱과 이빨 공격은취약해진 대상에게 +4 피해를 줍니다.
감염 : 구울에게 죽었지만 먹히지 않은 생물은 다음 날 밤 구울로 되살아납니다.
체력 36 / 장갑 18 / 신방 16 / 정방 12


배치

 

 


 

행동순서 판정 : 바를로 (18), 아도니스 (17), 좀비1 (17), 좀비3 (15), 클라인 (14), 좀비2 (11), 아나스타샤 (9), 코스모스 (2)

 

바를로, 좀비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9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아도니스, 좀비1에게 냉기광선, 13냉기피해.

좀비1, 클라인에게 접근, 잡아끌기, 성공.

클라인, 피하기 기능판정, d20 (14)+근력 (4)+레벨 (1)+영웅 (2) vs 보통 (15), 판정성공, 좀비1을 뿌리침.

좀비3, 코스모스에게 접근, 잡아끌기, 성공.

코스모스, 피하기 기능판정, d20 (19)+근력 (4)+레벨 (1)+모험가 (1) vs 보통 (15), 판정성공, 좀비3을 뿌리침.

클라인, 좀비1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묵직한 일격으로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13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좀비2, 바를로에게 접근, 잡아끌기, 빗나감.

아나스타샤, 좀비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섬, 좀비3에게 신앙의 투창, 치명타 12신성피해, 10 추가 신성피해.

 

고조주사위1

바를로, 좀비2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7피해, 기세 잃음,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섬.

아도니스, 좀비2에게 냉기광선, 10냉기피해.

좀비1, 클라인에게 접근, 잡아끌기, 빗나감.

좀비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잡아끌기, 빗나감. 

클라인, 좀비1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묵직한 일격으로 2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좀비2, 바를로에게 접근, 잡아끌기, 빗나감.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좀비3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2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섬.

코스모스, 좀비3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2피해.

 

고조주사위2

바를로, 좀비2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아도니스 뒤로 물러섬.

아도니스, 좀비2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좀비1, 클라인에게 잡아끌기, 성공.

클라인, 피하기 기능판정, d20 (13)+근력 (4)+레벨 (1)+영웅 (2) vs 보통 (15), 판정성공, 좀비1을 뿌리침.

좀비3, 코스모스에게 접근, 잡아끌기, 성공.

코스모스, 피하기 기능판정, d20 (14)+근력 (4)+레벨 (1)+모험가 (1) vs 보통 (15), 판정성공, 좀비3을 뿌리침.

클라인, 좀비1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묵직한 일격으로 3피해.

좀비2, 아도니스에게 접근, 잡아끌기, 성공.

아도니스, 피하기 기능판정, d20 (14)+민첩 (0)+레벨 (1) vs 보통 (15), 판정성공, 좀비2를 피함.

아나스타샤, 좀비3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6피해, 쌍수통달로 1추가피해.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섬, 좀비3에게 신앙의 투창, 7신성피해.

 

고조주사위3

바를로, 좀비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좀비2에게 물러서기, 판정 실패, 좀비2에게 색채분사, 9정신피해, 좀비1,3도 피해입음.

좀비1,2,3, 비틀거림.

좀비1, 클라인에게 잡아끌기, 빗나감.

좀비3, 아나스타샤 잡아끌기, 성공.

아나스타샤, 피하기 기능판정, d20 (10)+민첩 (2)+레벨 (1)+뒷전 (4) vs 보통 (15), 판정성공, 좀비3을 피함.

클라인, 좀비1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25피해.

좀비1, 전투불능.

클라인, 자유행동으로 좀비2 이어베기, 빈틈만들기 성공, 9피해.

좀비2, 아도니스에게 잡아끌기, 성공.

아도니스, 피하기 기능판정, d20 (14)+민첩 (0)+레벨 (1) vs 보통 (15), 판정성공, 좀비2를 피함.

아나스타샤, 좀비3에게 쌍수 근접공격, 5피해, 쌍수통달로 1추가피해.

좀비3, 전투불능.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좀비2 근처로 이동, 좀비2에게 신앙의 투창, 10신성피해.

좀비2, 전투불능.

 

좀비들 아나스타샤들을 구덩이 속으로 빠트리기 위해 덮쳐왔지만, 그들은 좀비들을 피하고 밀쳐내며 상대했고  결국 좀비들은 단 한명도 구덩이에 밀치지 못하고 전멸했다.

좀비들이 밀어넣으려고 했던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방 안에서 구울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만약 떨어졌다면 좀비와, 달려드는 저 구울을 혼자서 상대해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살아서 구덩이를 빠져나오긴 어려웠겠지.

 

"이 구울은 상대하지 않고 그냥 가도록해요. 굳이 체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겠죠."

 

아나스타샤들은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구울 구덩이 방을 지나 터널을 30m 정도 지났을까, 쇠테가 둘러진 큰 나무 문이 길을 막았다. 문에는 탐구회의 상징인 외눈 해골이 새겨져 있었다. 굳이 들어가서 가라도스를 심문할 필요도 없었다. 이 상징이 그가 시체왕의 하수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였으니까.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맞은 편 문의 양 옆에 숨어 있던 좀비 두 구가 움직였다.

그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까마귀처럼 생긴 무언가가 갑자기 나타나, 문 아래의 틈새로 들어가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막을 수는 없었다.

 

"아마 일종의 경보 마법이였을거에요."

 

아도니스가 자신들이 방문한 것을 가라도스가 눈치챘을 것이라 말해주었다.

 

"이 좀비들을 빨리 해치우고 안으로 들어가죠."

 

눈 앞의 좀비들은 별로 강해보이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들은 바로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좀비 경비병
"므어어어..."
0레벨 병사 [언데드]
행동 순서 : +0
취약 : 신성
썩은 주먹 후려치기+5 vs. 장갑 : 4 피해
순수 16+_대상은 멍해지고 좀비는 1d4 피해를 입습니다.
머리에 한 방 : 좀비는 대성공에 맞으면 체력이 0이 됩니다.
체력 16 / 장갑 14 /신방 12 / 정방 9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4), 코스모스 (20), 좀비2 (19), 아도니스 (17), 클라인 (14), 바를로 (13), 좀비1 (2)

 

아나스타샤, 이동행동으로 문 근처로 이동, 짧은행동으로 시위 겨눔, 좀비2에게 원거리공격, 7피해.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좀비2에게 접근, 근접공격, 9피해.

좀비2, 전투불능.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앞으로 전진, 좀비1에게 냉기광선, 치명타 30냉기피해.

좀비1, 전투불능.

 

힘 하나 들이지 않고 타격 한 번에 손쉽게 쓰러지는 좀비를 보며, 아나스타샤들은 주변을 빠르게 훑었지만 눈 앞의 쓰러진 좀비 외에 다른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것들은 단순한 시간끌기용이였던 것 같았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큰 사각형 방이 나왔다. 점등사 길드의 마법 등잔들이 있어 방 안은 꽤 밝았다. 그리고 방의 왼쪽에 있는 넓은 아치 너머로 작은 방이 보였다. 두 방의 작은 탁자들 위에는 실험 기구, 색색깔 액체가 담겨 있는 각종 유리병들, 그 밖의 마법 실험 도구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이 가라도스의 연구실 겸 서재, 그리고 탐구회의 집회소 같았다.

큰 방의 뒤쪽에는 로브를 입은 키 큰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는데, 그가 가라도스 같았다. 가라도스는 연구실에서 아나스타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 테이블에는 거대한 인간형의 무언가가 누워 있었다.

 

가라도스가 이쪽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훼방질은 그만하면 됐다. 이제 싫어도 무슨 일인지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어나라, 나의 창조물아. 그리고 이 멍청이들을 제거해라. 네 주인의 명령이다!"

 

가라도스가 여러 사람의 살을 붙여 만든 괴물이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이 방의 그 누구보다도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팔 하나는 아직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아 쪼그라든 모습을 하고 있었고,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으며, 무언가 부족한 모양새를 가진 것이 완벽하게 완성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가라도스는 호신을 위해 해골 병사들을 몇 준비해 놓기도 했다. 

그 미완성 된 '살덩이 골렘'은 아나스타샤들을 인지하자 마자, 근육이 잔뜩 붙은 반대쪽 팔의 거대한 주먹을 치켜들었다.

 


 
해골 병사
긁적. 챙. 딸그락.
1레벨 수호자 [언데드]
행동 순서 : +6
취약 : 신성
장검 +5 vs. 장갑 : 5 피해
수호 기동 : 라운드에 한 번, 적이 해골 병사의 뒤쪽으로 이동하려 할 때, 해골 병사는 자유 행동으로 적 하나로부터 이탈하여 이동하는 적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무기 저항 16+ : 해골들은 무기 공격의 대상이 되었을 때 공격 판정이 16+가 아니면 피해를 절반만 입습니다.
체력 22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가라도스의 모습을 한 코스 (패밀리어)
"헤헤헤."
3레벨 술사 [인공물]
행동 순서 : 코스/가라도스는 매 라운드 가장 먼저 행동합니다.
원.마탄 (적 하나, 공격 판정 없음) : 8 마력 피해
접.얼어붙는 안개 +8 vs. 신방 (단거리의 적 1d2명) : 6 음 에너지 피해
순수 16+_대상은 어지러워집니다. (극복 가능)
사용 제한_전투마다 2회.
복사 : 전투마다 한 번, 코스의 주인은 투명해지고 코스가 환상을 펼쳐 주인의 모습을 띨 수 있습니다. 코스는 매 라운드 짧은 행동으로 이 환상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환상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지속됩니다. 환상을 뚫고 보려면 먼저 환상의 존재를 의심해야 하고, 그 후에 난이도 20의 지능 판정에 성공해야 합니다. (마법에 관련된 출신이 도움이 됩니다)
환상 껍데기 : 코스는 가라도스의 환상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사실은 꽤 작습니다. 장갑이나 신방에 대한 공격은 명중해도
25% 확률로 빗나갑니다. (빗나감 피해는 적용) 칼이 몸을 바로 통과하기 때문에, 자기 공격이 이렇게 빗나간 캐릭터는 난이도 20의 통찰 판정으로 환상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작고 빠른 호문쿨루스 : 코스는 물러나기 판정과 기회 공격에 대한 방어에 +5를 받습니다. 일단 도망치기 시작하면 보통 인간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껑충껑충 뜁니다. (그 동안은 환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체력 40 / 장갑 18 / 신방 14 / 정방 16


미완성 살덩이 골렘
"그라라아아!"
대형 3레벨 수호자 [인공물]
행동 순서 : +4
육중한 주먹 +8 vs. 장갑 : 16 피해
순수 짝수 명중_골렘은 자유 행동으로 썩어가는 작은 주먹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순수 홀수 명중_대상은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어지러워집니다.
빗나감_4 피해.
[특수 발동] 썩어가는 작은 주먹 +6 vs. 장갑 : 5 피해
접.사령 에너지 토하기 +6 vs. 신방 (단거리의 적 1d2명) : 11 음에너지 피해. 대상은 골렘의 다음 차례가 끝날 때까지 쇠약해 집니다.
미완성작 : 골렘은 자기의 근접 공격이 대성공하면 상대의 살을 뜯어서 아직 형성되지 않은 작은 팔에 붙입니다. 그러면 체력이 2d6이 회복되고, 썩어가는 작은 주먹의 공격과 피해에 +2가 붙습니다. (누적)
에너지 흡인 : 냉기, 마력, 벼락, 불 피해를 주는 주문이 살덩이 골렘의 동료 (단거리 내)를 공격하면, 50% 확률로 살덩이 골렘이 주된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집단에 영향을 주는 주문은 살덩이 골렘으로부터 뻗어나갑니다. 또한, 골렘은 음 에너지 피해를 입을 때마다 체력 10이 증가합니다.
살은 약하다 : 다른 골렘들과 달리, 살덩이 골렘은 각종 효과에 면역이 아닙니다. 많은 생물들의 육체로 (때로는 전투 중에 급하게 뜯어낸 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살덩이 골렘들은 필멸자들이 가진 공포와 광기를 공유합니다.
체력 80 / 장갑 18 / 신방 16 / 정방 14


배치

 

 

 


 

행동순서 판정 : 가라도스, 바를로 (22), 아나스타샤 (19), 해골1,2,3,4 (18), 클라인 (17), 아도니스 (17),  골렘 (12), 코스모스 (2)

 

가라도스, 코스모스에게 마탄, 8마력피해.

바를로, 해골4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짧은행동으로 갑옷에 룬 발동, 보너스가 정방에도 작용.

아나스타샤, 짧은 행동으로 조준, 해골4에게 원거리공격, 5피해.

해골1,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해골2,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해골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해골4, 바를로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대실패.

바를로, 자유행동으로 기회공격,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해골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7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아도니스, 아나스타샤에게 잔상 주문.

골렘, 바를로 접근, 공격, 빗나감 4피해.

코스모스, 해골1에게서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섬, 해골1에게 신앙의 투창, 8신성피해, 파괴의 성물로 1추가 신성피해, 5추가 신성피해, 짧은행동으로 토기목걸이 발동.

 

아나스타샤들은 골렘이 쿵쿵거리며 다가와도 개의치 않고 눈 앞의 해골들을 먼저 상대했다. 한명씩 해골을 상대하고 있을 때, 살덩이 골렘은 아나스타샤 근처까지 다가왔다. 그 모습에 아도니스는 서둘러 잔상주문을 아나스타샤에게 걸었다. 덕분에 인지능력이 약간 떨어지는 골렘의 공격은 완전히 엉뚱한 곳을 내리쳤다. 

 

고조주사위1

가라도스, 아도니스에게 마탄, 8마력피해.

바를로, 해골4에게 회피의 일격, 기세획득, 치명타 8피해, 뒤로  이탈.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해골3에게 쌍수 근접공격, 7피해, 쌍수통달로 1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해골1,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해골2, 클라인에게 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해골3,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5피해.

아나스타샤, 잔상 실패.

해골3,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해골4,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클라인, 해골2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17피해.

해골2, 전투불능.

클라인, 자유행동으로 해골3에게 이어베기, 빈틈만들기 성공, 14피해.

해골3, 전투불능.

아도니스, 짧은행동으로 창성학 사용, 골렘에게 산성화살, 40부식피해, 5지속 부식피해, 수호학 발동됨.

골렘,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4피해.

코스모스, 해골1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골렘의 공격이 빗겨나가자, 방금까지 가만히 있던 가라도스가 아도니스에게 마탄을 쏘기 시작했다. 아도니스는 마법공격따윈 우습다는 듯이 손쉽게 차단해버려, 마탄이 중간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가라도스는 기분나쁘게 웃고 있을뿐이였다.

아도니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산성 화살을 사용했다. 오로지 살덩이로만 되어있는 골렘은 산성화살에 흐물거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를 공격하던 골렘은 괴성을 내뱉으며, 아도니스에게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던 클라인이 골렘을 가로막으며 크게 한 번 베어넘겼다.

 

고조주사위2

가라도스, 클라인에게 마탄, 8마력피해.

바를로, 해골4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5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오른쪽 구석으로 이동.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해골4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해골4, 전투불능.

해골1,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클라인, 골렘에게 강타 선언,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강타 2추가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8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아도니스, 골렘에게 접근, 색채분사 사용, 빗나감.

골렘, 사령에너지 토하기, 빗나감, 5부식피해, 극복 판정 성공.

코스모스, 골렘에게 접근, 자유행동으로 응징하겠다 선언, 근접공격, 치명타 18피해, 응징 11피해, 짧은행동으로 안수치료, 8회복.
골렘, 전투불능.

 

골렘은 육중한 몸을 비틀거리며 앞으로 넘어졌다. 그리고는 고개만 들어올려 검고 불쾌한 에너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클라인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 골렘이 내뱉는 에너지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그 불쾌한 음에너지에, 해골 하나를 베어 넘겨 쓰러트리던 코스모스는 목에 걸고 있던 대사제의 상징이 새겨진 토기목걸이를 발동시켰다. 목걸이는 강한 빛을 내뿜더니 완전히 산산조각나 사라졌지만, 그 효과만은 확실했던건지 방 안을 가득 채우던 불쾌한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졌다.동시에 골렘은 끔찍한 소리를 내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클라인은 그 골렘의 등 위를 검으로 깊게 찔러넣었다. 그제서야 골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작동을 완전히 멈췄다.

 

고조주사위3
가라도스, 코스모스에게 마탄, 8마력피해.

코스모스, 비틀거림.
바를로, 가라도스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5추가피해.
아나스타샤, 앞으로 이동, 가라도스에게 원거리공격, 13피해.

해골1,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클라인, 해골1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앞으로 이동, 가라도스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오른쪽으로 이동, 해골1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1피해, 파괴의 성물로 피해보너스 1추가피해.

 

가라도스는 자신이 만든 비장의 무기였을 골렘이 쓰러졌는데도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기분 나쁘게 헤실거리고 있을뿐이였다.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고."

 

아나스타샤는 분명 다른 수가 있기에 저렇게 여유만만한 것이라 짐작하고는 주의하며 가라도스를 조준했다. 가라도스는 화살에 맞은채 잠깐 고통의 신음을 흘렸지만, 이외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유일한 반응은 왼쪽 방을 흘긋 쳐다보는 행동밖에 없었다.

 

'혹시 저 방에 탈출구가 있는건가?'

 

바를로 역시 아나스타샤와 같은 생각을 한건지 가라도스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달려들었다.

 

고조주사위4

가라도스, 바를로에게 얼어붙는 안개, 6음에너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왼쪽방으로 이동.

바를로, 이동행동으로 테이블에 다가감, 일반행동으로 가라도스에게 테이블의 마법재료를 던짐, 7불피해.

아나스타샤, 앞으로 전진, 가라도스에게 원거리공격, 8피해.

해골1, 클라인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클라인, 해골1 근접공격, 치명타 16피해.

해골1, 전투불능.

아도니스, 가라도스에게 냉기광선, 16냉기피해.

가라도스, 전투불능.

 

하지만 가라도스는 바를로가 접근하자마자 얼어붙을만큼 차가운 암흑 구름을 입에서 내뿜었고, 바를로는 경직된 듯이 행동을 멈추었다. 가라도스는 그런 바를로를 밀치고 예상대로 왼쪽 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바를로는 그에게 밀쳐지자마자 경직이 풀렸고, 도망가는 가라도스를 향해 급하게 테이블에 있는 알 수 없는 병 하나를 던졌다. 그 병은 가라도스의 마법 약품의 병이였던건지, 가라도스에게 부딫혀 병이 깨지자마자 불꽃이 크게 발화했다. 가라도스는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을 뒹굴었다.

 

"불이 꺼지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주지."

 

아도니스는 그 말을 끝으로 냉기광선을 가라도스에게 사용했다. 불은 꺼졌지만 급속 냉동 된 가라도스는 전신에 하얀 살얼음이 낀 채 움직임을 멈췄다. 가라도스가 죽은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그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라며 다가가자 작은 해골 원숭이 모양의 무언가가 튀어 나갔다.
그리고 그가 누워있던 자리에는 어느것도 남지 않았다.

"젠장, 저 녀석을 잡아야해요! 가라도스는 저녀석만 두고 진작에 도망간건가...!"

아나스타샤들은 가라도스의 패밀리어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튀어나간 곳을 수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밀 문이 숨겨져 있었다.
문을 열자 긴 통로가 나왔고, 그 통로를 따라 달리자 부두구역의 한 항구 근처의 절벽으로 이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라도스를 코 앞에서 완전히 놓친 것이다.

"말도 안돼..."


 

도망친 시체왕의 하수인

가라도스의 연구실로 돌아온 아나스타샤는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가라도스의 행방을 찾을 단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전리품: 해부학과 언데드와 인공생명체 제조 책 (100gp), 모험가급 치유물약 2병, 모험가급 룬, 음에너지 저항 물약, 계몽된 육신의 서 (마법서)

가라도스의 작업대에는 다양한 마법약들 사이에 치유물약과 음에너지 저항물약, 그리고 룬 하나가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물약과 룬을 적당히 나눠가졌다.
이외에 건질만한 것이 없었던 그들은 바로 옆의 책꽃이를 확인했다. 책꽃이에는 해부학에 관련된 책과 언데드에 관한 책, 인공 생명체 제조에 관한 책들이 즐비했다.

"흠...상당히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네요. 이 책들 도시 내에서 팔면 꽤 도움 되겠어요. 몇 권은 읽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아도니스가 책들에 관심을 가지자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그럼 챙겨가죠. 몇 권은 제가 나눠서 챙겨줄게요."
"앗, 그렇게 하면 아나스타샤의 짐이.."
"됐어요. 읽고 싶은 것도 있다면서요?"

아나스타샤는 책들을 가방에 주섬주섬 챙겼다. 그런 아나스타샤를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아도니스도 기쁜 표정으로 책을 들었다.

"어...? 이 책..."

아도니스는 책을 가방에 넣던 중, 표지가 독특한 책 한 권을 펼쳐들었다.

펼쳐진 부분의 여백에는 죽은 살을 움직이게 하는데 이 책이 어떻게 도움이 될 지에 관한 주석이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가라도스가 골렘 제작에 사용한 책 같았다.

아나스타샤는 책을 유심히 바라보는 아도니스에게 물었다.

"왜요? 문제 있는 책이에요?"
"그런건 아니고.. 이거 마법서에요.
기록된 지식을 습득한 자에게 능력을 일부 부여하는 책이요. 이 책은 신체 능력을 향상 시켜줄 마법서 같아요. 이걸로 골렘을 강화하려 했나봐요."
"근데 결국 미완성이였죠."
"이 정도 지식들을 습득한 자라면.. 도망친 이상, 도구와 재료만 다시 얻는다면 아마 다시 만들어낼거에요. 더 강한 모습으로."

아나스타샤는 눈살을 찌푸렸다.

"항구에서 배를 타고 엘돌란을 떠났을텐데.. 할 일이 있어 당장에 추적할 수도 없고..."
"다른 증거가 더 있을겁니다. 이제 책 정리는 아도니스에게 맡기고 더 찾아보죠."

클라인이 아나스타샤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그런 그의 뒤를 아도니스는 불만스럽게 쳐다보았지만, 굳이 아나스타샤에게 책 정리를 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마저 책을 챙겼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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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돌란의 그림자8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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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8

 

 

Murder will out.

살인은 반드시 탄로 나는 법이다.

 


 

아플 때는 한 번쯤 억지 부려도 괜찮다

아나스타샤들은 안장 구역의 숙소에서 전처럼 4인실을 잡았다. 그리고 아도니스의 방은 개인실로 따로 잡았다. 여러 명이 있는 비좁은 방보다는, 깨어나고 나서도 편히 쉴 수 있을 테니까.

 

아나스타샤는 먼저 나서서 아도니스를 간호하겠다고 했다. 코스모스는 자신이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걱정되어서 제대로 잠을 못 이룰 거예요. 옆에서 상태를 직접 보는 게 나아요."

 

모두 방으로 돌아가고 조용한 방 안에는 아도니스와 아나스타샤, 둘만 남았다.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이마 위에 물수건을 얹으며 그의 긴 머리를 옆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얼굴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도니스와 만나고 짧은 시간─아도니스는 아니겠지만─이었지만 그는 정말 재능이 넘치고 뛰어난 인물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첫 만남 때,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서가 아니다. 그런 게 아니어도, 누구라도 아도니스의 행동을 본다면 알 것이다.


처음엔 아도니스가 말하는 감정이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어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제 아무리 열렬한 감정이어도 그의 길고 긴 감정도 어느 순간 변하게 되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아도니스의 마음에 보답해주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누구든 왔다가 떠나기 마련이니까, 굳이 마음 한편에 자리를 내어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란 걸 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지금의 자신도, 내세에 존재할 자신에게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리라.

 

대체 어떻게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던 걸까?

 

그걸 이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존재한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처럼.

이 짧은 시간 동안 쌓아올린 인연조차 이런데, 그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마음이 쉽게 무너질 리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아나스타샤."


"아도니스? 깨어났어요?!"


"네……. 눈을 떴는데 바로 아나스타샤가 보이니 좋네요."

아도니스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아나스타샤를 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지만, 평소와 같은 힘은 없었다.


"다행이에요. 쓰러졌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아나스타샤는 쓰게 웃었다.

"… 아니에요. 제가 동료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 더 강해져야 하는 게 맞죠. 이런 이상한 놈들이 시비를 걸지 않을 만큼."


"아나스타샤……. 제가 계속 옆에 있을게요. 아나스타샤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람이 되게 도와줄 거예요."

아도니스는 누운 채로 아나스타샤의 손을 꼭 잡았다. 기운이 없어 힘이 없는 건지, 일부러 조심스럽게 잡는 건지 모를 손길이었다. 아나스타샤는 거부하지 않고 그의 손을 같이 쥐며 미소 지었다.

"더 쉬어요. 오늘은 제가 옆에 있을게요."


"아뇨, 아나스타샤는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아도니스."

 

"네??"

 

"흠흠, 이런 말을 제 입으로 직접 하긴 뭐하지만…… 같이 있어주겠다고 할 때 옳다구나, 하고 승낙하세요. 거부해봤자 아도니스만 손해거든요? 쓰러져서 저의 간호를 받는 거, 두 번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아니면 또 쓰러질 작정이세요?"

 

"엣."

 

아도니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아나스타샤의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거기다 우리, 아직 시체왕의 하수인들을 다 처리 못했잖아요. 또 습격받을 수도 있다구요. 아에르토 녀석, 우리가 쫓는 이들과 동료였다구요. 그 녀석이 우리가 준 돈으로 암살자라도 보내면 어쩌게요? 아도니스는 아직 몸이 다 안 나았으니까 혼자 있으면 안 돼요."

 

"히힛, 그렇군요."

 

몰아치는 잔소리에 잠시 멍했던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쿡쿡대기 시작했다.

"왜 웃어요? 웃을 일 아니잖아요, 지금."

 

"아뇨아뇨, 하핫…. 그냥 좋아서요. 아나스타샤가 지금 엄청 걱정해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알면 됐네요."

 

웃음을 멈춘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의 손에 볼을 부비기 시작했다.

"그러면요, 제가 잠들 때까지 계속 같이 이야기 나눠줘요."


"그 정도야, 뭐."

그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두 명은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등잔 공방에 들어가기

점등사 길드원들은 주로 등잔 공방을 근거지로 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때문에 점등사 길드의 수석 마법사인 아를리사 덴트도 등잔 공방에 있을게 분명했다.

그래서 방문한 한낮의 등잔 공방은 전에 왔을 때에 비하자면 사람도 거의 없고 조용했다. 탑 꼭대기에 주황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던 등잔도 불이 꺼져있었다. 문이 열려 있는 걸 보면, 운영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닌 모양이었지만.

 

아나스타샤들은 열린 정문을 열고 들어갔다. 접수대에는 저녁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금발머리의 접수원도 있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텅 빈 접수대의,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긴 끈을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늙은 노움 점등사 한 명이 안쪽 문을 열고 나왔다.

"무슨 일이오?"

아브로스도 그렇고 수석 마법사로 추정되는 아를리사도 그렇고, 전부 등잔 공방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 점등사 길드의 다른 이들은 이 일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전에 이곳에 찾아왔을 때도 평범한 사람들 같아 보였으니까. 말 몇 마디로 그 사람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적대감을 대놓고 드러내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결론은, 아를리사를 만날 방법을 적당히 꾸며내야만 한다는 거였다.

아나스타샤, 설득 기능판정 : d20 (12)+매력 (2)+레벨 (1) vs 보통 (15) / 성공

"아를리사, 님을 만나러 왔어요. …아브로스에 대한 일로 찾아온 거예요."

그레이슨의 본명이 아브로스이며, 그가 점등사 길드의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이름을 숨기고 활동하고 있던 만큼, 아직 그의 사망 소식이 길드에 전해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왜 그가 직접 오지 않고?"

아나스타샤는 어찌 말을 해야 먹힐지 고민했다. 그러자 클라인이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대신 입을 열었다.

클라인, 설득 기능판정 : d20 (17)+매력 (1)+레벨 (1) vs 보통 (15) / 성공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그가 죽었다. 그와 관련해서 공방의 담당 마법사에게 전할 것이 있어 찾아왔지."

 

클라인이 한 말은 꽤 좋은 변명거리였다. 이 말은 거짓말도 아닌지라 탄로 날 걱정도 없을 테고. 그는 정말로 죽었으니까. 아나스타샤들의 손에.

 

"! 어찌 그런 일이!"

점등사는 아브로스가 죽었다는 말에 상당히 놀랐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면 당신들은 아브로스와 무슨 관계인 것이오?"

아도니스, 설득 기능판정 : d20 (7)-매력 (1)+레벨 (1)+수석 (3) vs 보통 (15) / 실패

"아브로스와는 몇 번 교류를 하며 친해진 일이 있었어. 나는 제국 마법 학교 출신이거든. 엘돌란의 마법 학교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났지."


"아브로스와 어울리기에 당신은 너무 젊지 않소?"

아도니스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거 참, 사람을 못 믿네."

점등사에게 한 마디 할 기세였다. 이 의심 많은 노움 점등사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바를로가 재빨리 말을 가로채며 수습했다.

바를로, 설득 기능판정 : d20 (14)+매력 (3)+레벨 (1)+마법학교 (2)+마법적 장난 (4) vs 보통 (15) / 성공

"하하, 요즘 엘돌란의 마법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중 자는 학생의 눈썹을 마법으로 몰래 하얗게 만들어 놀래키는 장난이 유행이라죠? 이 마법사님은 다른 도시의 학생들은 어떤 재미난 일을 꾸미는지 궁금해서 엘돌란의 마법 학교 출신인 아브로스와 교류한 겁니다. 아직 노는 게 더 재밌고, 호기심도 왕성할 나이지 않습니까? 아브로스도 분명 호라이즌에선 학생들이 뭐하고 노는지 궁금했을 겁니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자신이 그런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걸 들키면 부끄러우니 숨긴 거겠지요. 사실 그런 재밌는 일에 나이가 어딨겠냐마는……."


"오~ 그렇소? 그래서 호라이즌은 어떤 장난이 유행이오?"

노움 점등사는 관심 있는 주제인 듯 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노움들은 대체로 재밌어 보이는 일에 관심이 많고, 상대를 놀라게 하거나 웃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예 인생의 목표가 장난치기인 장난꾸러기 노움들도 많았다.

분명 이 점등사도 그런 노움들 중 하나일 것이다. 저 경계 많은 점등사가 바를로의 말에 완전히 경계를 푼 걸 보면.

"……이런 게 유행이야."

아도니스는 지팡이를 들어, 접수대의 끈에 소마법을 걸었다. 점등사는 끈을 잡아당겨 보았다.

뿡!

끈을 잡아당길 때마다 방귀소리가 났다.

"껄껄껄~ 환청 소마법을 이용한 거요? 이거 참, 이 마법을 의자에 걸어놓으면 앉을 때마다 이런 소리가 나겠구먼!"

'거 정말 악독하군.'

"아 참. 아를리사 님을 만난다고 했었지? 뭐…. 아브로스가 죽은 것은 당신들도 슬픈 일일 텐데, 붙잡아서 미안하오. 나머지는 아를리사 님과 만나 해결할 일이겠지. 안내해 주겠소."

점등사는 낡은 마법봉을 휘두르더니, 금색과 녹색을 띤 작은 올빼미 모양의 길잡이 정령을 소환했다.

"이 분들을 아를리사 님의 사무실로 안내하거라."

그는 정령에게 명령을 하고선 아나스타샤들을 돌아보았다.

"나는 문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아를리사 님께 가려거든 이 정령을 따라가 보시오."


노움 점등사가 소환한 정령을 따라 공방의 2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은 사무실과 회의실이 대부분으로, 적은 수의 사람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등잔 공방은 대부분이 저녁 시간에 활동을 하거나 일을 하기 때문에, 낮동안에는 필요 최소한의 인원이 근무하는 것이겠지. 낮동안 공방에 방문하는 사람을 상대하고, 고장 난 가로등 수리를 한다던가 말이다. 나머지는 합숙실에서 수면을 취하거나 집에 있을 것이다.

 

아를리사의 사무실은 공방의 탑이 있는 위치의 반대쪽에 있었다. 들어가자 비서의 방으로 보이는 작은 방이 나왔다. 비서의 방은 잉크와 깃펜이 놓인 단순한 나무 책상이 있었고 천장까지 닿는 책장이 둘 있었다. 크기는 사방 6m 정도 되어 보였다. 책장 안에는 각종 장부와 사업 문서가 쌓여 있었다.
비서는 일 때문에 나가 있는지, 자리에는 없었다.


비서의 방을 지나, 문이 없는 아치를 지나가면 가로 12m 세로 9m의 회의실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무거운 타원형 테이블과 의자 여덟 개가 놓여 있었다. 방의 구석에는 1m 정도 되는 크기의 비싸 보이는 가고일 석상 네 개가 각기 다른 자세로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끝에는 아를리사의 방으로 통하는 닫힌 문이 보였다.
길잡이 정령은 도착했다는 의미인 건지 방 문 주위를 빙빙 돌더니 사라져 버렸다.

아나스타사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방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백한 피부에 풍성한 검은 머리를 가진 인간 여자가 다른 여자 한 명과 같이 있었다. 저 '높아 보이는' 검은 머리 여성이 아를리사일 거라고 짐작되었다. 그는 그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보고서를 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빠 보이는 그는 방문객을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누구냐? 뭘 하러 왔어?"


"…아브로스가 죽었어"

 

"그렇군. 공방의 노동자가 한 명 줄었으니 안타깝게 됐어. 다른 마법사들의 일이 바빠지겠네."

 

아를리사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아브로스랑 관련이 없는 사람인 걸까?

아나스타샤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아브로스가 호객 광장에서 일어난 좀비 습격과 연관이 있다는데."

 

"흐응, 처음 듣는 소린데."

 

처음으로 아를리사가 이쪽을 쳐다봤다. 옆에 서 있던 여자도 같이.

 

"당신도 호객 광장의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있지?"

"우리 길드의 평판을 떨어트릴 생각인 거야?하. 코르넬리우스는 대체 경비를 안 서고 뭐 하는 거야?"


"평판을 떨어트릴 생각이라면 당신에게 안 찾아왔지. 당신,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 일원이잖아?"

 

아나스타샤는 제스킬의 일기에 쓰여있던 단체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자 아를리사의 한쪽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점등사 길드의 아를리사가 아를리사 덴트가 맞았군.'

그의 눈에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계산이 오고 간 것 같았다. 그리고 계산을 마친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짜증 나도록 끈질긴 거냐. 아직도 살아서 여기에 발 붙이다니."

 

그리고 그는 발뺌을 해봤자 소용없다고 결론 지은 모양이었다.

 

"우리를 습격하라고 지시한 게 너였구나."

 

"그래. 너희들이 끼어들면 내가 곤란하거든. 하지만 어차피 이제는 더 상종할 일 없겠지. 내가 직접 너희들을 주인님께 보내 주마. 영원히!"

아를리사의 호통에 같이 있던 여자도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 역시 등잔공방에 잠복해 있던 탐구회의 일원이었나 보다.


 

아를리사 덴트
"너희들이 끼어들면 내가 곤란하거든."
2배 위력 3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 순서 : +8
지팡이+7 vs. 장갑 : 15 피해
원.비명지르는 유령 해골 +8 vs. 신방 (단거리의 같은 집단에 있는 적 1d3명) : 6 마력 피해 및 5 지속 음에너지 피해
순수 16+_대상은 죽어가는 사람의 비명을 들어서5 지속 정신피해를 입습니다.
빗나감_3 지속 음에너지 피해.
시체왕의 충복 : 아를리사는 체력이 0으로 떨어져도 다음 차례가 끝날 때까지 죽지 않습니다. 몸 주변에 검은 그림자가 감돌아 쓰러지지 않게 해 주고, 아를리사는 다음 차례에 마지막 숨으로 단거리에 있는 1d6명의 적에게 비명지르는 유령 해골을 쓰고 죽습니다.
저주받은 노예 영혼들 : 전투마다 2회, 아를리사는 대성공이 아닌 공격에 맞으면 자유 행동으로 (그러나 한 라운드에 한 번만) 자기가 죽여서 속박한 영혼을 불러냅니다. 이 유령이 아를리사와 공격자 사이에 끼어들어, 공격자는 공격 판정을 다시 해야 합니다. 아를리사가 이 능력을 쓸 때마다 비명지르는 유령해골의 피해가 모두 1점씩 줄어듭니다 (지속 피해, 발동 효과 피해, 빗나감 피해 포함).
마법사의 도약 : 전투마다 두 번, 아를리사는 이동 행동을 써서 시야 내에 있는 단거리의 장소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 75 / 장갑 17 / 신방 13 / 정방 18


탐구회 잠복자
"외눈왕 만세!"
2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 순서 : +5
지팡이+7 vs. 장갑 : 5 피해
원.약화의 광선 +8 vs. 신방 : 5 음 에너지 피해. 대상은 다음 번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저해됩니다.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은 또한 다음 번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취약해집니다.
시체왕의 술수 : 전투마다 한 번, 탐구회 잠복자는 무기 공격에 맞았을 때자유 행동으로 그 공격에 대해 무기 피해 저항 16+을 얻습니다. 해골의 언데드 능력을 얻는 것입니다. 이 능력을 사용하면 전투 내내 얼굴과 손이 해골로 변합니다.
체력 30 / 장갑 18 / 신방 12 / 정방 16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6), 바를로 (20), 아도니스 (20), 클라인 (19), 아를리사 (14), 잠복자 (14), 코스모스 (6)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활 시위겨눔, 아를리사에게 원거리공격, 9피해.
아를리사, 자유행동으로 저주받은 노예 영혼 사용.
아나스타샤, 아를리사 공격 재판정,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아를리사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문쪽으로 이동, 짧은행동으로 창성학 사용, 아를리사에게 산성화살, 40부식피해, 5지속 부식피해, 수호학 적용.
클라인, 잠복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빗나감 묵직한 일격으로 1피해.
아를리사, 이동행동으로 마법사의 도약, 회의실의 중앙으로 이동, 코스모스에게 비명지르는 유령해골, 5마력피해, 4지속 음에너지피해, 아도니스도 피해입음, 순수 16+으로 4지속 정신피해.
코스모스, 비틀거림.
아를리사, 짧은행동으로 가고일1,2에게 명령내림.


아를리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해골 얼굴을 한 유령이 비명지르며, 아나스타샤들을 덮쳤다. 아도니스는 아를리사가 마음껏 마법을 쓰게 두지 않았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자신도 산성 화살을 날렸다.

 

"크읏……!"

 

아를리사의 고운 피부 한쪽이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자신이 노예로 부리는 유령 하나를 소환해 피해를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유령은 끔찍한 저승의 소리를 지르며 사라졌다.

다시 한번 냉기 광선을 뿜어냈다. 그러자 비틀거리던 아를리사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지?!"

 

"순간이동이에요!"

 

아도니스는 서둘러 아를리사가 사라진 자리에서 마력의 잔영을 읽어냈다.

 

"흐야압!"

 

챙─!

 

아를리사가 아나스타샤의 뒤에서 나타났다. 클라인이 빠르게 막지 않았으면 그의 흑마법에 직접적으로 피해 입을 뻔했다.

 

"쳇……."

 

아를리사의 공격이 막히자, 이번에는 아를리사와 같이 있던 탐구회의 일원이 지팡이를 휘둘러 왔다.

덕분에 아를리사는 공격 후 반격당하지 않고 뒤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는 회의실 쪽으로 물러났다.

회의실에 이동한 그는 어떤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마법에 문외한인 아나스타샤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지만,
마지막 말만큼은 똑똑히 들었다.

"나의 가고일들이여, 이 방에 있는 자들을 섬멸해라!"

회의실 네 귀퉁이 중 아를리사의 방 문 쪽 벽에 있던 가고일 석상 두 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고일은 일어나며 몸을 펴더니 머리를 이쪽으로 돌렸다. 가고일들을 부리는 주문이였던 것이다. 

"마법사의 방에 가고일 석상이 있으면 당연히 의심을 했어야 했던 건데!"

 

아도니스는 아를리사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가고일 석상을 미리 부숴놓지 않은 것에 대해 한탄했다.

 


 

하급 가고일
가고일이 일어나며 몸을 펴더니 머리를 이쪽으로 돌립니다.
3레벨 수호자 [인공물]
행동 순서 : 아를리사 바로 다음.
뾰족한 손톱 +7 vs. 장갑 (2회 공격) : 4 피해. 대상은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가고일에 대한 물러서기 판정에 -5 페널티를 받습니다.
순수 16+ : 가고일이 대상에게 자유 행동으로 송곳니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특수 발동] 송곳니+8 vs. 장갑 : 5 피해
돌 가죽 : 가고일은 순수 홀수 근접 공격을 당했을 때 절반 피해만 입습니다.
체력 36 / 장갑 20 / 신방 18 / 정방 12



300x250

 

가고일1,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2회째 공격, 빗나감.
가고일2,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4피해, 2회째 공격, 4피해.
잠복자, 클라인에게 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코스모스, 극복 판정 성공,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짧은행동으로 자신에게 안수치료, 7회복,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가고일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가고일은 회의실에 있던 바를로와 코스모스에게 각각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분명 '돌'일 텐데도 불구하고 원래 움직이지 못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상당히 빠르고, 날카로웠다.
코스모스는 가고일의 손톱을 방패로 막아냈지만, 팔이 떨리고 있었다.

보통 저 정도 되는 돌 석상의 무게는 100kg은 거뜬하다. 살아 움직이는 가고일이 되었다고 해서, 원래 재질과 무개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그런 가고일이 자신의 체중을 싫어하는 공격을 힘으로 막으며 버텨내고 있으니 힘든 게 당연했다.

 

바를로에게 갔던 다른 한 마리는 이미 힘으로 바를로와 아도니스를 날려버린 뒤였다. 두 명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바를로!"

 

그리고 바를로에게 볼일이 끝난 고블린은 코스모스를 공격하는 데에 합세했다. 저것마저 더해진다면 코스모스는 석상에 깔려 납작해지고 말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서둘러 가고일 하나를 검으로 내리쳤다. 하지만 아나스타샤의 단검은 돌에 약간의 흠집을 낼 뿐이었다. 심지어 시선조차 끌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아나스타샤."

 

코스모스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코스모스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신성족들이 태생부터 가진 빛의 힘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며 귓바퀴의 날개깃을 흩날리는 코스모스는 그야말로 천사의 현신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후광이 비추자, 가고일들이 눈─모양으로 조각된 것─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양 팔로 가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법 생물이라고 하더라도 앞을 보려면 눈이란 게 존재는 하니까요."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이동행동으로 회의실로 이동, 가고일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가고일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기세 획득, 7피해, 가고일2에게서 이탈.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나기, 판정 실패, 가고일1에게 근접공격, 5피해, 4지속음피해, 짧은행동으로 음에너지 저항물약 마심, 극복 판정 성공, 비틀거림.
클라인, 잠복자에게 강타 선언,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11피해.
잠복자, 시체왕의 술수 사용, 5피해만 받음.
클라인, 5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아를리사쪽으로 이동.
아를리사, 클라인에게 비명지르는 유령 해골, 빗나감 2지속 음에너지 피해, 짧은행동으로 가고일1,2에게 명령, 5지속 부식피해, 극복판정 실패.
가고일1, 아도니스에게 공격, 4피해, 2회째 공격, 빗나감, 자유행동으로 송곳니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가고일2, 코스모스에게 공격, 4피해, 2회째 공격,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잠복자, 회의실 입구로 접근, 아도니스에게 약화의 광선, 빗나감.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짧은행동으로 자신에게 안수치료, 9회복, 아를리사에게 신앙의 투창, 8신성피해.
아를리사, 자유행동으로 저주받은 노예 영혼들로 공격 막음.
코스모스, 공격 재판정, 9신성피해, 파괴의 성물 힘으로 1추가 신성피해, 8추가 신성피해.


그 사이, 사무실 안의 탐구회의 잠복자를 쓰러트린 클라인이 회의실로 나왔다. 그리곤 코스모스의 후광 때문에 주춤거리는 가고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클라인은 가고일을 벤다기보단 검으로 뭉개고 두드리듯이 공격했다.

 

'애초부터 가고일과의 싸움에 검과 활은 아무 도움이 안 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크윽… 아나스타샤! 시전자를 쓰러트리는 겁니다! 아를리사를 공격해야…"

 

가고일의 무시무시한 손톱과 주먹에 맞아 기절한 줄로만 알았던 아도니스가 아를리사를 공격할 것을 조언했다. 

 

마법은 보통 시전자를 공격하면 사라진다. 그렇지 않은 마법도 있겠지만, 그게 기본 원리였다.

 

"입 다물어!"

 

멀찍이 가고일에게 명령을 내리던 아를리사가 아도니스를 향해 마법을 퍼부었다. 아도니스는 공중에 떠다니는 두개골들에게 물어뜯겨 바닥을 몇 번이나 뒹굴었다.

 

'아를리사……! 그래, 코스모스와 클라인이 가고일을 상대하는동안 저 녀석을…!'

 

아나스타샤는 회의실 중간의 큰 테이블을 쓰러트려 엄폐물을 만들고 아를리사에게 화살을 쏘았다.

 

"꺄악!"

 

아도니스의 산성 화살에 녹아 약해진 피부에 화살을 맞은 아를리사는, 고통에 주저앉았다.

 

"아가씨, 가고일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습니다!'

 

아도니스의 말처럼 아를리사를 공격하는 게 정답이었던 모양이었다.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가고일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가고일2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7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나기, 판정 성공, 회의실 테이블 아래 숨음, 일반행동으로 원기 사용해 회복.
클라인, 아를리사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정밀공격으로 24피해.
아를리사, 전투불능.
가고일1, 아를리사 전투불능으로 움직임 멈춤.
가고일2, 아를리사 전투불능으로 움직임 멈춤.
클라인, 클라인 2지속 음에너지 피해, 극복판정 성공.
잠복자, 아도니스에게 약화의 광선, 2음에너지 피해, 이동행동으로 아를리사 책상 뒤에 숨음.
아도니스, 취약,저해 상태 됨.
코스모스, 잠복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나스타샤는 테이블 뒤에서 아를리사를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쏘았다. 감질나는 공격에 화가 난 아를리사는, 테이블을 날려버리기 위해 다른 주문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휘익─

 

버터나이프 하나가 아를리사의 등 뒤에 날아와 꽂혔다.

 

"커헉…!"

 

그리고 다시 한번 다른 단검이 아를리사의 뒤를 한 번 더 찔렀다.

마지막 공격이 치명상이었는지, 아를리사는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아를리사가 쓰러지자,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난 건 바를로였다.

 

"바를로! 기절했던 거 아니었어…?"

 

"제 주특기인 죽은척이죠."

 

바를로는 가고일에게 맞아 파랗게 멍든 오른쪽 이마를 만지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아를리사가 쓰러지자, 가고일들도 전부 움직임이 멈췄다. 두 석상 전부,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공격하던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가고일의 포즈가 제각각이었던 건 이 때문이었나.'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아를리사의 몸을 검고 퀴퀴한 연기가 감싸기 시작했다.

"!! 설마 또 언데드로 부활하려는 건가!"

 

옛 극장에서의 와이트로 변한 파울로스가 떠올랐다. 아나스타샤들은 주춤거리며 무기를 들었다.

 

'파울로스도 엄청 강해졌는데, 뛰어난 마법사인 아를리사가 언데드가 되면 얼마나 강해지는 거지…?!'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아를리사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저 연기만 넘실거리며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할 뿐이었다. 그 연기도 금방 사라져 버렸다.

 

"괜찮은… 거겠죠?"

 

"어휴, 깜짝 놀랐네요."

 

아를리사의 시체가 다시 바닥에 떨어지자, 아도니스가 로브자락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원 참.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공은 다 가져가 버리네."

 

"설마, 마법사님… 아를리사가 빙의한 언데드?!"

 

"뭔 개소리야. 니도 너처럼 죽은 척 좀 했다, 왜."

 

아무래도 첫 번째 버터나이프는 아도니스의 칼이었던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대마도사님이 보내주셨던 음 에너지 저항 물약이요, 엄청 효과가 좋더라구요. 미리 그걸 먹어두니까 흑마법도 별 거 아니던데요~"

 

엘돌란에 도착했을 때, 귀여운 자두색 빛무리가 가져다주었던 그 물약이었다.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대마도사님은 선견지명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아무래도 약간은 가지고 계시겠죠? 예언의 힘 같은 거?"

 

"진짜예요?! 그냥 한 말이었는데…."

 

'대마도사는 정말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잠복자에게 접근,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2피해.
바를로, 잠복자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2피해.
아도니스, 일반행동으로 원기써서 회복, 4회복.
클라인, 잠복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아를리사, 시체왕의 충복으로 마지막 일격, 클라인에게 비명지르는 유령해골, 아나스타샤들 전부에게 4마력 피해, 3지속 음에너지 피해.
잠복자,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테이블 던짐 기능판정, d20 (6)+근력 (4)+레벨 (1) vs 보통 (15) 실패, 잠복자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근데 아를리사가 빙의했다는 게 뭔 소리예요?"

 

"아, 그게………"


아도니스에게 아를리사의 이상 징후를 설명하려는 사이, 아를리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분명히 의식이 없고 눈이 뒤집어져 있을 터인데도 아를리사의 입이 스스로 움직였다.
아도니스는 그게 무엇인지 눈치챈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 조심하세요!!"

아를리사의 손이 들어 올려지더니, 싸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큰, 두개골의 형상을 한 어둠의 기운이 전방위로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은 방 전체를 휘감았다. 아나스타샤들은 무덤에서 피어난 폭풍 속 한가운데에 던져졌다. 온몸의 생명력들이 빠져나가, 마치 갓 장례를 치른 시체처럼 깨끗한 산송장이 될 것 같았다.

 

"부디 저희에게 가호를…."

 

코스모스는 무릎이 꺾였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무릎 꿇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는 열렬한 신도처럼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었으니.

아나스타샤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빛의 신들 중 아무나의 발끝을 붙잡고 사정하고 싶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었으니까.

 

그때, 코스모스를 중심으로, 어두운 기운을 정화시키는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점 커져 5명 전부의 몸을 감쌌다.

 

"이건…."

 

신성한 빛은 어둠의 폭풍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우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폭풍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 어둠을 전부 빨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다들 괜찮아요?"

다섯 명 모두 무사했다. 코스모스가 불러온 그 기적 같은 빛 덕분이리라.

고조주사위4
아나스타샤, 잠복자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2피해.
바를로, 잠복자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5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아를리사 방에 들어감, 잠복자에게 냉기광선, 13냉기피해.
잠복자, 전투불능.


"대체 그 빛은 무슨 능력이었어요?"

 

"성기사도 사제의 주문을 쓸 수 있었지? 흠, 근데 사제의 신성 주문 중에 그렇게 강력한 광역계가 있던가? 안전지대 주문…? 어쨌든 덕분에 살았지만."

 

아도니스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전부 빛의 신의 가호입니다."

 

코스모스는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체 뭐였을까. 갈수록 코스모스의 정체에 궁금함만 더해졌다.

 



아나스타샤들은 쓰러진 아를리사의 몸을 먼저 조사했다. 그가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부터 이미 시체왕의 하수인이라는 증거 중 하나였지만, 보다 확실한 증거를 위해 필요한 절차였
다.

아니나 다를까, 아를리사 역시 파울로스처럼 심장이 있는 쪽 가슴에 시체왕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코스모스, 언데드 부활여부 확인 기능판정 : d20 (9)+지능 (3)+레벨 (1)+종교인 (2) vs 보통 (15) / 성공

"이 자는 아까 전의 공격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데드로 부활은 하지 않을 거예요."

코스모스가 확인을 마치자, 모두들 안심했다.

 

전리품 : 모험가급 불 저항물약 (16+)

"우와, 역시 엘돌란의 명망 있는 점등사 길드의 등잔 공방 수석 마법사! 방에 귀중품이 정말 많네요! 심지어 우릴 공격했었던 가고일, 자세히 보니 눈이 상당히 질이 좋은 흑마노(黑馬瑙)로 되어있군요!"

바를로는 아를리사의 사무실과 회의실의 보물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 만난 물고기였다.

"바를로, 우린 도둑이 아니잖아. 안 그래도 이들의 수석 마법사가 죽었는데, 물건까지 가져갔다가는 괜한 트집을 잡힐 텐데."

 

"에이, 그래도 이렇게 많은데 하나 좀 가져갔다고 알까요?"


"에휴, 정 가지고 싶으면 이 불 저항 물약이나 가져가."


"역시 누님은 뭘 좀 아십니다."


"…이왕이면 보석 같이 어디다 팔아먹어야 하는 것보다야, 비싼 데다가, 쓰고 나면 흔적도 안 남고, 전투에 도움 되는 게 더 좋지."

 


 

아를리사 사무실 수색

아를리사의 방을 조사하던 와중, 그의 책상에서 아주 수상한 편지가 나왔다. '가라도스'라는 인물에게서 온 것이었다.

"가라도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바를로를 제외한, 모두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가라도스라면 이 점등사 길드의 수장입니다. 점등사 길드는 귀족 마법사인 '케스미르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 당주가 가라도스죠. 명망 있는 집안이니, 그냥 엘돌란 어디에선가 들어본 거 아닐까요?"

 

"아……. 접수원에게 들었던 것 같기도."

아나스타샤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긴 했지만, 바를로의 설명에 수긍했다. 그때, 코스모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라도스가 누군지 생각났습니다. 학교 구역의 골동품점을 운영하던 노인 아닙니까?"


"아~ 맞네.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더라니. 그 사람이 길드의 수장이었군요. 귀족치고는 되게 소박하고 착해 보이던데. 그럼 이 쪽지는 단순히 길드 관련 내용인 걸까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를리사가 소지하고 있는 이상 검증이필요했다. 정말 길드 업무적인 내용인지 확인하기 위해 펼친 편지는, 아를리사가 가진 문신보다도 훨씬 뚜렷한 증거이자, 다음 추적을 위한 단서였다.




아를리사야. 광장 습격의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아브로스가 수레를 준비했고, 목표를 노릴 것이다.

지그문트와 파울로스는 그 전날 밤에 하수도 입구에 버리는 것들을 준비해 둘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 새로운 망자 30명이 금고로 보내질 것이다. 랜든이 적어도 다섯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연구실로 보내줄 수 있겠지.


외눈왕은 이 살육으로 기뻐하실 것이고,
내 개인적인 목적도 달성이 된다.


내 대신 세부 조정을 하고,
우리 사람 하나를 골동품점으로 보내서 좀비 발동 암호를 받아가게 하거라.

 

- 가라도스


 

편지에는 안장 구역의 아브로스, 사원 구역의 랜든, 평민 구역의 지그문트와 파울로스까지. 아에르토는 언급될 가치도 없는 말단인 건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아나스타샤들이 지금까지 만나왔던 탐구회의 일원들이 전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아를리사는 탐구회의 리더가 아니었다.


"말도 안 돼…….그 평범해 보이던 노인이 시체왕의 하수인이고, 이 사건의 주모자라고?"


"여기에 나와있는 '목표'라는 것이 어쩌면 저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골동품점에 들렸을 때 황궁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되어서,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게 처리하려고 한 거겠죠."


"그렇구나. 그래서 코스모스와 클라인을"


"세상에, 케스미르가 당주가 시체왕의 하수인이라니…. 엘돌란도 정말 말세군요. 아니, 원래 말세였나. 대체 시체가 뭐가 좋다고 영혼까지 팔아넘기는 건지."

바를로는 팔을 양 옆으로 벌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범인의 정체에 상당히 어이없어하는 눈치였다.

"그나저나 누님, 아무리 그래도 아를리사는 점등사 길드의 수석 마법사예요. 그런데 그가 죽어버렸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제국은 시체왕의 상징을 지닌 자를 생사 불문하고 두(頭) 당 현상금 30gp를 걸고 있어. 은방패대에 아를리사의 시신을 넘기면 되겠지. 다행히도 시체왕의 표식이 새겨져 있으니까, 다른 증거는 없어도 될 거야. 하지만등잔 공방의 사람들에겐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지…. 뭐, 그들도 결국 그의 몸에 있는 상징과 이 편지를 보면 알아서 상황을 판단하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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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엘돌란에 점등사 길드의 수석 마법사가 시체왕의 종복이었단 사실이 퍼지겠군요. 등잔 공방의 평판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저희와 상관없으니 제쳐두더라도… 진짜 문제는 가라도스에게 그 소식이 들어갈 거라는 겁니다."

 

"맞아. 시체를 넘기자마자, 가라도스의 골동품점인 유물 사냥터에 바로 가는 게 좋겠어."

드디어 진상의 막바지에 도달한 그들은, 서둘러 아를리사의 시신을 들쳐업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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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돌란의 그림자7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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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7

 

 

악귀술사의 휘하에 있는 반쯤 미친 사교도들은 세계 각지에 있다.

이들은 악귀술사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존경을 표한다.

 


 

악귀술사의 사교

아에르토가 말한 제스킬의 창고는 2층짜리 벽돌 건물이었다. 학교 구역과 부두를 나누는 바위 절벽 옆에 세워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륙해 곳곳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곡물과 그 밖의 식료품을 저장하는 평범한 창고들과 별반 차이 없었다.
창고에는 출입구가 둘 있었는데, 하나는 수레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큰 쌍여닫이 문이었고, 그 옆으로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지붕을 따라 좁은 창문들이 줄을 지어 거리를 내려다보는 구조였다.

아나스타샤들은 한 블록 떨어진 골목에서 창고를 지켜보았다. 내부의 등잔 빛이 좁은 창문을 뚫고 새어 나오고 있었고, 작은 문 곁의 횃불 꽂이에서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곧이어 평범한 노동자 복장을 한 인간 남녀 다섯 명이 문에 다가갔다. 그들이 문에 노크를 하자, 문이 열렸다.

 

"이제 기다림이 끝나고 살육이 시작된다!!"

 

여자 하나가 창고에 들어가며 흥분해 소리쳤다. 그러자 나이 든 남자가 조용히 하라며 그를 제지했다.

 

'살육……'

 

그리고 마지막에 들어가는 이가 문 옆의 횃불을 가지고 들어가며 빗장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둠과 침묵이 동시에 찾아왔다.

"아까 들어간 인원이 마지막인가 봐요."

아나스타샤들은 조심스럽게 창고에 다가갔다.

"안에서 빗장을 잠궜었죠. 부수는 수밖에 없겠어요."

아나스타샤, 문 해제 기능판정 : d20 (5)+근력 (0)+레벨 (1) vs 보통 (15) / 실패
코스모스, 문 해제 기능판정 : d20 (4)+근력 (4)+레벨 (1)+모험가 (1) vs 보통 (15) / 실패
바를로, 문 해제 기능판정 : d20 (15)+근력 (0)+레벨 (1)+리더 (5) vs 보통 (15) / 성공


그 말을 들은 바를로가 문을 몇 번 걷어차더니, 큰 소리도 내지 않고 문짝을 떨어뜨렸다.

"오. 보기보다 힘이 있네?"


"하하,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인 게 아닙니다. 약간의 머리를 썼죠. 사람도 문도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바를로는 문을 부수고는 의기양양해했다.


바를로 덕분에 조용히 들어올 수 있었지만, 방금 전 사람들이 창고에 들어가며 횃불과 등잔을 전부 회수해 간 덕에 창고는 어두컴컴했다. 아나스타샤는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지길 기다리다, 문 옆에 희미한 빛을 발견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그 끝에는 막다른 길이었고, 작은 등잔 하나만 있었다.

 

"뭔…. 이런 데다가 등잔을 놔뒀어?"

 

혀를 차며 계단에서 눈을 떼자, 날카로운 이빨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창고를 지키는 수호수예요!"

 

아도니스가 소리쳤다.

수레가 두 개 엎어져 있는 곳에, 당나귀 정도의 크기의 짐승이 아나스타샤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 짐승은 몸에는 갑각이 있으며, 거의 입밖에 없는 머리가 둘 달려있는,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었다.
창고를 지키는 수호수는 빠르게 돌진해 왔다.


대체 무엇을 감추어 놨기에, 이런 괴물을 경비로 세워둔 걸까?

 



심연의 수호수
*이빨 부딪치는 소리*
2배 위력 3레벨 강적 [짐승]
행동 순서 : +8
침이 흐르는 이빨+8 vs. 장갑 (2회 공격) : 13 피해.
순수 홀수 명중_대상은5 지속 산피해를 입습니다.
빗나감_7 피해.
투명화 : 수호수는 전투에서 처음 비틀거리게 되었을 때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상태는 다음 번 수호수의 차례가 끝날 때까지, 또는 공격을 할 때까지 지속됩니다.투명한 동안은 침이 흐르는 이빨 공격에 +2 보너스를 받습니다.
악귀의 감각 : 수호수는 투명하거나 환상을 사용하는 적을 탐지할 때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체력 100 / 장갑 18 / 신방 18 / 정방 14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4), 아도니스 (20), 바를로 (18), 수호수 (14), 클라인 (9), 코스모스 (7)

아나스타샤, 짧은행동, 시위겨눔, 수호수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수호수에게 냉기광선, 13냉기피해, 이동행동, 2층 이동.
바를로, 수호수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기세획득, 9피해, 수호수에게서 이탈.
수호수,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13피해, 5지속 산피해.
바를로, 타격 완화로 6피해만 입음, 기세 잃음, 극복 판정 실패.
클라인, 수호수에게 접근, 강타 선언, 근접공격, 묵직한 일격, 빗나감, 1피해, 강타 6추가피해.
코스모스, 수호수에게 접근, 수호수를 응징 선언,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응징 5추가피해.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수호수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 도르레 앞으로 이동, 수호수에게 냉기광선, 13냉기피해.
바를로, 5지속 산피해, 비틀거림, 수호수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극복 판정 성공.
수호수, 클라인 접근, 클라인에게 공격, 13피해, 5지속 산피해.
클라인, 수호수에게 근접공격, 묵직한 일격, 빗나감, 2피해, 자유행동, 만회의 일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극복 판정 실패, 이동행동, 물러나기, 판정 실패.
코스모스, 수호수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바를로에게 접근, 짧은행동, 바를로 안수치료, 자유행동, 후광.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수호수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14피해.
아도니스, 수호수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수호수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 도르레 움직여 수호수를 들어올림, 도르레 작동 기능판정, d20 (16)+민첩 (0)+레벨 (1)+수석 (3) vs 보통 (15) / 성공.
수호수, 도르레에 걸려 올라가 고정.
클라인, 수호수에게 근접공격, 묵직한 일격, 빗나감, 3피해, 5지속 산피해, 극복 판정 성공.
코스모스, 수호수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수호수, 극복 판정 성공, 도르레에서 벗어남.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수호수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11피해.
아도니스, 수호수에게 냉기광선, 16냉기피해.
수호수, 전투불능.



사나운 개처럼 달려드는 수호수는 그 덩치만큼이나, 무시무시한 힘으로 공격했다. 특히 두 개의 머리는 제각기 움직여 여러 명을 동시에 물어뜯었다.

 

"큭, 이 개자식. 무언가 묶어둘 목줄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저 도르래는 어때?"

 

바를로의 욕지거리에, 아도니스가 2층의 도르래를 가리켰다. 창고의 물류 이동에 쓰이는 갈고리형 도르래였다. 그의 말대로 저 도르래의 밧줄을 이용해 수호수의 몸에 묶어 끌어올린다면, 팔이 없는 수호수는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저걸 조작하려면 2층까지 가야 할 텐데요?"

 

"내가 시선을 끌 테니 서둘러라."

 

클라인이 아도니스를 향해 이빨을 들이대는 수호수의 머리를 검으로 찍어 누르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평소에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싸울 때만큼은 정말이지, 잘 맞는 한 쌍이었다.

 

클라인이 앞을 지키며 수호수의 시선을 끌자, 아도니스는 2층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그리고는 도르래를 내려 보냈다. 아나스타샤는 도르래의 밧줄을 수호수의 몸에 칭칭 감았다.

수호수는 버둥거리면서도 계속해서 클라인과 바를로를 향해 덤벼들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바를로의 눈앞까지 왔을 때, 아도니스는 도르래를 2층으로 끌어올렸다. 수호수는 공중에 매달린 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하, 십년감수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수호수는 별 거 아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샌드백에 화풀이라도 하듯이 수호수를 향해 화살과 비수를 던져댔고, 수호수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수호수를 해치운 창고에는 이제 흥미로워 보이는 것이 없었다.

등잔이 놓여있던 지하실에 내려가 봐도 물이 담긴 통 몇 개와 국자, 물 잔, 양초 두 상자가 얹혀 있는 큰 나무 선반, 피처럼 붉은색에 장식은 없는 후드 달린 로브 3벌이 옷걸이에 걸려있었고,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옷걸이 12개가 전부였다.

"분명 비밀 통로 같은 게 있을 거예요. 그런 게 아니면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갔겠어요?"


"이 창고는 한쪽 벽면이 절벽에 붙어있었죠. 위치로 유추하건대, 비밀 통로가 있다면 절벽 쪽인 이 벽 방향 어딘가에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바를로도 비밀 통로가 있다고 확신했다.

 

바를로 비밀문 간파 기능판정 : d20 (20)+통찰 (2)+레벨 (1)+쥐잡이패 (5) vs 매우어려움 (25) 성공

그러면서 절벽 방향 쪽 벽에 착 달라붙어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부자들이 현물을 숨길만한 비밀 금고를 주로 어디에 설치하는지 잘 알았다. 너무 대놓고 은밀해 보이는 곳에 숨기면 들키기 좋았다. 평소에 손길이 잘 가는 곳. 그래, 이를테면 중앙 홀의 초상화 뒤라든가, 서재의 서랍 밑 가벽(假壁)이라든가, 선반의 밑면이라든가…….

바를로는 벽에 붙어 있는 나무 선반 밑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손이 쑥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창고 전체에 미세한 진동이 일어나며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빙고."


"잘했어! 어떻게 연거야?"


"벽돌 벽에 손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넣어봤는데 쉽게 열리네요?"

바를로는 다시 한번 의기양양해했다.


아나스타샤들은 비밀문이 열리고 나온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는 절벽을 파서 만든 인공 동굴 같았다. 그렇게 나오는 터널을 전부 통과하고 나니, 깜박이는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임에도 불길한 느낌이었다. 더불어 고약한 냄새와 주문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주문은……."

 

코스모스의 눈가가 떨렸다.

 

"왜 그래?"

 

"… 악귀 소환 의식입니다. 분명 악귀 숭배자 들일 겁니다."


사교도(邪敎徒)들이 심연의 말로 주문을 읊고 있었던 것이다.

 

통로의 끝에 도달해 목격한 건, 말로 전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들이 있는 방은 가장자리가 중앙보다 1m 정도 높아 경사가 진 곳이었다. 방 곳곳에는 쇠사슬과 갈고리가 걸려 있고, 여기에 사람의 팔다리, 몸통, 머리 등등이 매달려 있었다. 그 신체 부위들은 썩어가고 있지만, 동시에 신선한 피로 칠해져 있었다. 바닥에는 피와 내장으로 알 수 없는 복잡한 무늬가 그려져 있고, 새까맣게 그을린 두개골─어쩌면 진짜 인간의 두개골일지도 모르겠다─에 올려진 촛불들이 벽을 파내어 만든 선반에서 타고 있었다.
방에는 창고에서 봤던 것과 같은 붉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 10명이 있었고, 동굴 반대쪽 끝에는 쌍여닫이 철문 틈 사이로 3명의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돌로 된 탁자 위에는 사슬에 묶인 사람이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건지, 기괴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로브 입은 3명은, 그 발버둥을 물끄럼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마치 심연의 일부를 뜯어다 붙여놓은 것 같았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불쾌한 냄새는 시체가 썩는 냄새였던 걸까? 구역질이 올라왔다.

사교도들은 의식을 치르느라 무아지경에 빠져, 아나스타샤들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분위기로 보아, 의식이 막바지에 달해 있는 것 같았다.
의식이 끝나면 싫어도 아나스타샤들의 존재를 눈치채겠지. 그들의 의식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쳐야 한다. 말로 전하지 않아도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전해졌다.

 



신입 사교도
"육체는 약하다!"
2레벨 조무래기 [인간형]
행동 순서 : +5
의식용 칼+7 vs. 장갑 : 4 피해
죽음은 끝이 아니다 : 신입 사교도의 체력이 0이 되면, 남은 무리의 전원이 각각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공격에 +1 보너스를 받습니다. (누적됨. 최대 +4)
체력 9 / 장갑 17 / 신방 12 / 정방 15


사교도 장로
"그분의 노래가 들리지 않느냐?"
2레벨 방해자 [인간형]
행동 순서 : +5
의식용 낫 +7 vs. 장갑 : 6 피해
순수 홀수 명중_대상은5 지속 피해를 함께 입습니다.
빗나감 :2 지속 피해.
접.사슬과 갈고리 +7 vs. 신방 : 5피해.대상은 붙잡히고, 갈고리에서 벗어날 때 3 피해를 입습니다.
순수 16+_대상은갈고리에 붙잡혀 있는 동안 3 지속 피해를 함께 입습니다.
악귀술사의 충복 : 사교도 장로의 체력이 0이 되면, 장로와 접전중이던 적과 접전중인 사교도 신입이 최대 두 명까지 자유 행동으로 근접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 32 / 장갑 17 / 신방 12 / 정방 16


배치

 



행동순서 판정 : 클라인 (17), 아도니스 (16), 코스모스 (13), 아나스타샤 (13), 바를로 (9), 신입 5,6,7,8 (21), 장로2 (15), 신입 1,2,3,4 (7), 장로1 (7)

클라인, 신입1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정밀공격으로 8피해.
아도니스, 장로1에게 냉기광선, 13냉기피해.
코스모스, 신입5에게 접근, 근접공격, 7피해.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시위겨눔, 신입1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신입1, 죽음은 끝이 아니다 외침, 전투불능.
바를로, 신입5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신입5, 코스모스에게 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신입6 옆으로 이동.
신입6, 바를로 접근, 공격, 5피해.
신입7, 코스모스 접근, 공격, 5피해.
신입8, 바를로 접근, 공격, 5피해.
장로2,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6피해.
신입2,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신입3,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신입4, 클라인 접근, 공격, 5피해.
장로1, 클라인 접근, 공격, 빗나감 2지속피해.


사교도 무리는 원래 전투를 위해 배치된 인원은 아니었는지 금세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철문 안쪽의 무리는, 자신의 신도들을 구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걸어 잠갔다.

 

"지원군은 없을 테니 다행이지만, 비겁한 녀석들이네요."

 

"걱정해야 하는 건 너희 들일 텐데!"

 

사신처럼 거대한 낫을 든 노인이 말했다. 젊은 신도들을 앞세워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주제에 말이 많았다.

 

"크어억! 죽음은…… 끝이 아니다!!"

 

사교도 신도들은 쓰러질 때마다 이상한 주문을 외며 이상한 빛과 함께 죽었다. 처음엔 언데드처럼 다시 살아나는 줄 알고 경계했지만, 그런 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고조주사위1
클라인, 장로2에게 강타선언, 근접공격, 8피해, 강타 4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2지속피해, 극복 판정 성공.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나 통로쪽으로 이동, 신입3에게 냉기광선, 17냉기피해.
신입3, 죽음은 끝이 아니다 외침, 전투불능.
신입2, 8피해.
코스모스, 신입7에게 응징하겠다 외침, 근접공격, 8피해, 응징 6추가피해.
신입7, 죽음은 끝이 아니다 외침, 전투불능.
신입6, 5피해.
코스모스,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신입2에게 쌍수 근접공격, 3피해, 쌍수통달로 1추가피해.
신입2, 죽음은 끝이 아니다 외침, 전투불능.
신입4, 3피해.
아나스타샤, 이동행동으로 클라인 옆에 섬.
바를로, 신입6에게 회피의 일격, 11피해, 기세 획득, 접전에서 이탈.
신입6, 전투불능.
신입8, 7피해.
신입5, 코스모스 접근, 공격, 빗나감.
신입8, 코스모스 접근, 공격, 빗나감.
장로2,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2지속피해.
신입4,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8피해.
장로1,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6피해.
클라인, 비틀거림.


"대체, 무슨 주문이지……."

 

말하기 무섭게 다른 사교도가 아나스타샤를 공격해 왔다. 이번 녀석은 아까 쓰러진 남자보다 조금 더 힘이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교도는 아나스타샤의 검에 베여 피를 흘리며 죽었다. 이 남자 역시 몸에서 괴상한 빛이 발했다.

 

그 주문과 빛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검을 맞댈수록 이상하리만큼, 상대가 강해지는 게 체감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 한 놈씩 해치울 때마다 점점 강해져요."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게 좋겠어요."

 

아도니스는 뒤로 물러나 의식 마법을 준비했다.

아나스타샤들이 무얼 하려는 건지 눈치챈 사교도들은, 아도니스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아도니스가 주문 시전을 마칠 때까지, 공격을 멈추고 그를 보호하는 데에 집중했다.

 

고조주사위2
클라인, 장로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2지속피해, 극복 판정 실패.
아도니스, 신입4에게 접근, 색채분사, 4명에게 각각 11정신피해.
신입 무리, 전투불능.
장로1, 11정신피해, 쇠약해짐.
장로2, 11정신피해, 쇠약해짐.
코스모스, 장로2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1피해.
아나스타샤, 이동행동으로 뒤로 물러남,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장로1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10피해.
장로1, 악귀술사의 충복, 전투불능.
바를로, 장로2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7피해.
장로2, 전투불능.


아나스타샤들이 사교도를 더 이상 죽이지 않자, 낫을 든 노인이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

 

"홀홀…… 안 되지, 안 돼. 기세를 얻었다면 끝을 봐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수 있나 보자고."

 

노인은 가장 앞에 선 클라인을 향해 겁 없이 낫을 휘둘렀다. 낫은 그 크기만큼이나 공격 사정거리가 넓었지만, 동시에 빈틈도 많았다. 클라인은 노인의 거대한 낫을 가뿐히 피했다.

 

"잘 피하는구먼, 홀홀……."

 

공격이 비껴갔지만 노인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휘두른 낫을 안쪽으로 잡아당기며, 올가미처럼 클라인을 낫의 날로 잡아끌었다.

 

"크흑………."


"클라인!"

 

몸이 상하체로 분리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끔찍한 공격이었다. 다행히도 클라인의 하체는 상체에 꼭 붙어 있었지만, 상당한 양의 피가 흘렀다.

아나스타샤는 당장에라도 클라인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다른 신도들을 막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다.

"괜찮습니다…. 곰 발톱 목걸이가 상처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군요."

 

아나스타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걸이를 클라인에게 줘서 다행이야.'

"고작 그 정도로 비틀거린단 말이야?"

주문 시전을 막 끝냈는지, 아도니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눈을 감아!"

 

아도니스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동굴 안은 온갖 색채들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색채 분사 마법. 온갖 색의 빛이 산란하며 적의 시야를 막고 정신마저 새하얗게 어지럽히는 주문. 어두운 동굴 안이 빛무리들의 연회장이라도 된 것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색채 분사 마법을 사용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사교도 무리들은 자신의 눈과 머리를 감싸며 비명 질렀다. 악귀 소환 의식으로 이미 피폐해진 그들의 정신은 참으로 쉽게 무너져 내렸다.

"이제 된 건가요……?"


"네. 전부 쓰러졌어요."

눈을 뜬 아나스타샤는 사그라들고 있는 찬란한 빛의 향연에 감탄을 했다.

"와우, 동굴 안에서 쓰니까 굉장하네요."


바를로는 의식 마법으로 성능을 대폭 확장시킨 아도니스의 마법을 처음 보는 지라 무척 신기해했다.

"마법사님, 대단하신데요? 이야…… 엘돌란에 있는 다른 마법사들도 고개를 못 들겠어요."


"날 그런 마법사들이랑 비교하면 곤란하지."

바를로를 맘에 들어하지 않던 아도니스도, 그의 칭찬에는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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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이 쓰러져 가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안쪽 방에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덕분에 재정비와 방의 조사를 할 시간이 생겼다.


동굴에는 여기저기를 난자한 시체와 갈고리들을 제외하면 별다른 게 없었다. 사교도들도 가진 게 없었다. 다만, 다들 옷으로 가려질만한 신체부위에 악귀술사의 상징이 흉터로 남아있었다.

 

"악귀 숭배자들이니 악귀술사의 하수인인 건 당연하겠지만……"

 

"시체왕에 이어서 악귀술사? 대체 엘돌란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기가 막히는군요."

 

바를로가 고개를 내저었다. 본인의 고향이니 심란하겠지.

 

악의 표상들에게도 종류가 있었다. 필멸자의 가치관으로서는 악에 가깝지만, 절대적인 제국의 위협을 막아주기에 동맹의 관계를 취하고 있는 투장과 삼두회. 제국의 절대적인 위협인 오크 두령과 악귀술사, 그리고 시체왕.

 

이 동굴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리를 습격했던 시체왕의 하수인들과 호객 광장에서 벌어졌던 일과는 연관이 없어보였다.

다만 몰랐으면 모를까, 악귀의 소환을 하려는 사실을 알아챈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시체왕의 하수인이 아니더라도 악귀는 공공의 적이었으니까. 소환될 악귀가 어떤 악귀인지는 몰라도, 어떤 것이든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학살할 것이다.

"시체왕의 하수인들은 아니었네요. 하지만 저들이 악귀를 소환하려는 것을 보고도 그냥 갈 수는 없죠."

 

지금 저들을 처리하지 않아도 도시의 경비대인 은방패대나 제국의 지원군이 악귀들을 처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엘돌란의 사람들이 죽어나갈 테지. 하지만 지금 처리한다면 번거롭기는 하나,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거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보고도 모른 척한다? 솔직히 그런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긴 했지만, 일의 크기가 달랐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네, 언데드든 악귀든 이 제국에서 토벌해야 될 대상임에는 변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아나스타샤가 다스릴 곳을 파괴하는 녀석들은 누가 되었던 용서 못해요!"

 

"악귀는 세상을 파괴하는 혼돈……. 가만히 놔둘 수는 없습니다."

 

"쯧, 저도 엘돌란이 시체 소굴이든, 악귀 소굴이든, 그렇게 되면 곤란하니까요."

 

모두가 악귀 숭배자들을 토벌하는 데에 동의했다.

 

"그럼 우선, 기습하기 전에 저 안쪽 방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아야겠어요. 여기서 주문을 외던 신도들을 전부 죽였으니 소환 의식은 실패했겠죠?"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코스모스가 앞으로 나섰다. 세상에 혼돈을 가져다주는 악귀는 빛의 신들과 암흑의 신들, 모두의 적이다. 성당과 관련이 있는 코스모스 쪽이 아도니스보다 악귀에 관련한 지식이 많을 것이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기도하는 것처럼 손을 모았다.

코스모스, 의식 확인 기능판정 : d20 (10)+지능 (3)+레벨 (1)+종교인 (2) vs 보통 (15) / 성공


"바닥에 새겨진 무늬를 따라 안쪽 방으로 혼돈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직 의식이 끝나지 않은 것 같군요. 네, 오히려 저희가 사교도들을 죽임으로써, 일종의 제물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쪽에서 방해할 수는 없나요?"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스모스는 의식이 이뤄졌던 바닥에 손을 얹고는 눈을 감았다.


코스모스, 의식 방해 기능판정 : d20 (2)+지능 (3)+레벨 (1)+종교인 (2) vs 어려움 (20) / 실패

"읏……!"

코스모스가 외마디 신음을 뱉었다.

"왜 그래요?! 괜찮은 거예요, 코스모스?"


"네, 괜찮습니다. 에너지가 잠깐 역류해서……."

 

"역류?!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아나스타샤가 걱정의 눈길로 바라보자, 코스모스가 살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다음 전투가 남았는데, 자신의 상태를 속이는 것은 위험한 짓이지요."

 

"그렇담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의식을 방해하는 건 제 힘으론 어렵군요."


"어쩔 수 없죠. 어차피 들어가서 직접 방해해도 되니까."

아나스타샤는 침을 삼키며 철문 앞에 섰다. 문은 두터웠고 손잡이나 잠금장치가 없었다. 
아나스타샤들은 힘을 합쳐 철 문을 밀었다. 조금씩 문이 밀리며 안쪽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안에서 들려오는 주문이 멈췄다.

제일 안 쪽,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고급 로브를 입은 갈색 수염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이시여,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자녀를 하나 보내주시어, 이 불신자들을 죽여주소서!"

저 자가 아에르토에게서 시체를 구하고, 이 사교도들의 우두머리인 제스킬인 것 같았다. 그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칼을 치켜들었다. 칼 밑에 있는 탁자 위 남자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포박은 풀리지 않았다. 결국 남자는 제스킬에 칼에 찔려 제물이 되어버렸다.

 

"소환 의식이 끝났습니다! 다들 조심하세요!!"

 

코스모스의 외침 뒤로, 남자의 시신에서 차원문이 열리며 피를 뒤집어쓴 악귀가 나타났다.



사교도 장로
"그분의 노래가 들리지 않느냐?"
2레벨 방해자 [인간형]
행동 순서 : +5
의식용 낫 +7 vs. 장갑 : 6 피해
순수 홀수 명중_대상은5 지속 피해 함께 입습니다.
빗나감_2 지속 피해.
나는 돌아올 것이다 : 사교도 장로는 체력이 0이 되면 자유 행동으로 마지막 의식용 낫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 32 / 장갑 17 / 신방 12 / 정방 16


제스킬, 사교의 지도자
"신실한 자만이 상을 받을 것이다."
3레벨 리더 [인간형]
행동 순서 : 라운드 마지막에 행동
악귀의 검+8 vs. 장갑 : 8 피해
순수 16+_대상은 불, 냉기, 벼락, 천둥 중에서 마스터가 선택한피해를 5점 더 입습니다.
빗나감_제스킬과 대상이 모두 1d4 피해를 입습니다.
열정적 설교 : 한 라운드에 한 번, 제스킬은 짧은 행동으로 동료 하나에게 격려의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동료는 자유 행동으로 근접 공격을 하며, 그 공격의피해에 +5가 붙습니다.
혼돈의 가호 : 제스킬이 그 라운드에 처음으로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 혼돈의 에너지가피해를 반으로 줄여 줍니다.
체력 32 / 장갑 17 / 신방 12 / 정방 16


파르그투, 하급 광란귀
"제물을 받고 부름에 응했노라."
4레벨 강적 [악귀]
행동 순서 : +8
손톱+8 vs. 장갑 (2회 공격) : 8 피해
광란의 폭주 : 파르그투가 근접 공격을 해서 빗나갈 때마다 +1의 공격 보너스와 +1d4 피해 보너스를 받습니다.(최대 +4, +4d4) 보너스는 전투 내내 지속됩니다.
체력 55 / 장갑 20 / 신방 16 / 정방 15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6), 바를로 (23), 클라인 (20), 파르그투 (15), 장로1 (15), 아도니스 (14), 장로2 (13), 코스모스 (10), 제스킬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시위를 겨눔, 장로1에게 원거리공격, 5피해.
바를로, 장로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5피해, 기세획득, 장로2로부터 이탈.
클라인, 장로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묵직한일격으로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파르그투,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8피해, 2회째 공격, 8피해.
코스모스, 비틀거림.
장로1,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2지속피해.
아도니스, 짧은행동으로 창성학으로 주문증폭, 파르그투에게 산성화살, 40부식피해, 5지속 부식피해, 일일주문 사용으로 수호학발동됨.
장로2,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2지속 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코스모스, 파르그투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짧은행동으로 안수치료, 5회복.
제스킬, 짧은행동으로 장로1에게 열정적인 설교.
장로1, 자유행동으로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2지속 피해.
제스킬, 이동행동으로 클라인 접근, 빗나감 클라인과 제스킬 둘 다 1피해.

 

아나스타샤와 바를로는 앞을 가로막는 장로들과 합을 주고받았다.

소환된 악귀는 아나스타샤들과 사교도가 싸우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기만 할 뿐 먼저 공격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가……. 악귀와의 싸움은 드레치─악귀 찌꺼기─나 소악귀 정도밖에 없는데….'

 

소환된 악귀는 비명과 광란을 온몸에 두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악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악귀는 아니었다. 저런 녀석이 협공해 온다면 상당히 불리한 싸움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악귀가 공격해오지 않을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그것은 코스모스를 보더니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갸아아아악-!! 아시마르! 네 녀석은 대사제의 끄나풀이구나!! 우리 악귀들의 원수 중 하나!"

 

신성족인 코스모스가 악귀들을 본능적으로 불쾌해하듯, 그들도 신성족을 본능적으로 불쾌해하는 것 같았다.

악귀는 코스모스에게 달려들어 자신의 타오르는 붉은 손톱으로 마구 할퀴었다.

 

"으윽……!"

 

"하하…! 역시! 파르그투 님이시여!"

 

제스킬은 우리의 싸움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악귀에게 경배하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 악귀……!'

 

악귀는 지금껏 봤던 어떤 괴물들보다 강력했다. 악귀의 힘을 본 사교도들은 사기를 얻어 아나스타샤들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악귀들에게 있어서 세계는 두들기다 보면 어느 날 부서질 허술한 감옥이다.'

 

언젠가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저것에게는 지상에 사는 모든 것들이………

 

"아가씨!"

 

"………!!"

 

"저는…… 괜찮습니다. 우선 사교도들부터…

 

"갸야아아악!!!"

 

두려움에 떨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아직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어서 빠져나가야 해. 다 같이 힘을 합쳐도 안 될 상대라면, 지원군이라도 불러와야 돼!'

 

아나스타샤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사교도를 처리했다. 그 사이 아도니스는 방 밖으로 물러나, 자신이 준비한 주문 중 가장 강력한 주문을 외고 있었다. 아도니스의 앞에 만들어지는 건 산성 화살이었다. 창성학(昌成學)을 써서 증폭시킨 산성 화살은 그야말로 무엇이든 녹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살은 악귀에게로 날아갔고, 효과는 굉장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악귀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끔찍한 소리를 냈다. 반쯤 육체가 흐물거리듯 녹아내렸음에도 아직 목숨은 붙어 있었다. 오히려 그 끔찍한 모습이 공포감을 조성했다.

악귀는 고통보다 큰 분노에 사로잡혀 당장에라도 아도니스에게 달려가고 싶어 했지만, 코스모스는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꿋꿋이 그 앞을 지키며 악귀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장로1 쌍수 근접공격, 7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4지속피해, 극복 판정 성공.
바를로, 파르그투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7피해.
클라인, 제스킬에게 강타 선언, 근접공격, 치명타 정밀공격으로 23피해, 강타 6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뒤로 물러남, 2지속피해, 극복판정 실패.
제스킬, 혼돈의 가호로 23피해 중 11피해만 입음.
파르그투,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광란의 폭주, 2회째 공격, 빗나감, 광란의 폭주.
장로1,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6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장로1에게 냉기광선, 13냉기피해.
장로2,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6피해.
코스모스, 파르그투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제스킬,짧은행동으로 장로2에게 열정적인 설교.
장로2, 자유행동으로 클라인 공격, 11피해.
제스킬,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8피해.

 

바를로와 아나스타샤는 코스모스에게 가세해 흐물거리는 악귀를 공격했다.

 

'잘하면 쓰러트릴 수 있겠어!'

 

악귀는 자신이 밀린다는 사실에 납득하지 못했다. 코스모스를 발견했을 때보다 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파르그투. 광란(光亂)이 물질로 형상화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악귀는 제멋대로 폭주했다. 제대로 된 목표 없이 자신의 손톱을 마구 휘둘러댔다. 그 대상에는 근처에 있던 제스킬 역시 포함되었다.

 

"으악!! 파르그투 님…!"

 

제스킬은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럴 필요 따위는 없었다. 아나스타샤들의 끈질긴 공격에 소멸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악귀를…… 쓰러트렸어……!"

 

"마, 말도 안 돼……. 이렇게 쉽게…… 뭔가, 뭔가 잘못된 거야! 그분의 자녀가, 종복이! 한낱 마법사와 방랑자들에게 당할리 없어!!"

 

제스킬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한 사람처럼 머리를 쥐어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왠지 이쪽에서 공격하지 않아도 혼자 미쳐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냥 두진 않았다. 클라인이 먼저 제스킬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알 수 없는 검은색 기운이 제스킬의 몸을 감쌌다. 그리곤 제스킬이 받은 피해를 포식하듯이 집어삼켰다.

 

"역시…… 아직, 아직 주인님께서 나를 지켜주고 계신다! 그분의 권속이자 나의 형제, 자매여! 보았느냐!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

 

제스킬은 눈앞에 신도들이라도 보이는 것처럼, 쓰러진 사교도들의 시체를 보며 열정적인 설교를 지껄였다.

 

"하하하! 어디 덤벼봐라, 이 이교도(異敎徒)들아!"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파르그투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파르그투, 전투불능.
바를로, 제스킬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10피해, 기세 획득, 뒤로 물러남.
클라인, 장로2에게 근접공격, 1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2지속 피해, 극복 판정 성공.

장로1,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6피해, 5지속 피해.
아도니스, 비틀거림, 장로1에게 색채분사, 1명에게 10정신피해.

장로1, 나는 돌아올 것이다, 6피해, 5지속 피해, 전투불능.

아도니스, 전투불능.
장로2, 클라인에게 접근, 클라인 공격, 6피해.
코스모스, 쓰러진 아도니스에게 접근, 치유 기능판정, d20(18)+통찰(2)+레벨(1)+하녀(5) VS 쉬움 (10), 25+ 성공 (짧은행동), 제스킬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1피해. 
제스킬, 전투불능.

 

기운을 차린 제스킬은 제일 먼저 아도니스에게 달려들었다.

 

"우리의 의식을 방해한 마법사! 그분의 자녀를 쓰러트리다니!!"

 

"뭐라는 거야! 약해빠진 게!"

 

아도니스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교도에게 빠르게 색채 분사를 사용했다. 입은 피해 없애는 이상한 그 힘은, 처음 한 번이 전부였던 건지 제스킬은 색채분사를 코 앞에서 맞고 무릎이 꺾였다.

아도니스는 그가 더 이상 전투를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뒤처리는 클라인에게 맡긴 채 뒤를 돌았을 때였다.

 

"내가 죽더라도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는 눈이 하얗게 뒤집힌 채로 자신의 단검을 아도니스의 등을 향해 내질렀다.

그래,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광신도(光信徒)였다. 정신계 공격 따위는 그에게 거의 의미가 없었겠지.

아도니스가 입은 것은 얇은 로브 한 장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얇은 로브에도 충분한 마법적 보호가 걸려있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막는 건 아니었다. 그의 무결한 흰색은,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강력한 마법사는 소리 없이 무너졌다.

 

"아도니스!!"

 

모두의 시선이 아도니스를 향했다. 그는 원래 그랬었던 것처럼 스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괜찮다는 대답도, 자부심 넘치는 말투도, 쑥스럽다는 듯이 웃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방해한 결과다……!"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장로2에게 원거리공격, 11피해.

장로2, 나는 돌아올 것이다, 빗나감 2지속피해, 전투불능.

 

클라인은 입을 마음대로 놀리는 제스킬을 베어 넘겼다. 아도니스에게 단검을 휘둘렀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어이없게 죽어버렸다.

"아도니스……?"

아나스타샤는 정신이 멍해졌다. 죽은 건가? 정말로? 이렇게 어이없게?

"아가씨, 아도니스 님은 제가 치유하겠습니다."

"으, 응……. 부탁해, 코스모스."

'그럼 그렇지. 아도니스가 이런 걸로 죽을 리가 없잖아. 코스모스를 믿자.'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도니스는 괜찮을 것이다. 그냥 평소보다 조금 많이 피를 흘린 것뿐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코스모스는 빠르게 지혈부터 시작했다. 깊숙이 찔린 칼날이 빠져나가 피가 넘쳐흐르고 있는 상처부위를 강하게 압박했다. 방 안은 피가 꿀럭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어째서 아도니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단순히 불안감에 듣지 못하는 걸까?
지혈이 끝나고 코스모스는 서둘러 기도문을 외기 시작했다. 지금껏 했던 그의 안수치료 중에 가장 크고 환한 빛이 아도니스의 몸을 감쌌다. 코스모스가 자신의 신성력을 전부 쏟아붓고 있는 것일 테지.

 

"어때요…? 아도니스는……."

 

"처치는 완전히 끝냈습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다만…… 깨어나는 것은 아도니스님, 본인 몫에 달렸겠죠."

 


 

"젠장………. 아도니스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제 책임이에요."

절대 남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은 표정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아가씨. 어차피 해결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아뇨, 꼭 우리가 해결해야 됐던 것도 아니었죠. 다 제 책임이에요. 아도니스뿐만 아니라 모두가 계속 다치고……. 이럴 줄 알았다면 이곳을 조사하러 오지 말걸 그랬어요. 아니, 그냥 좀비 사건 자체를 깊게 조사하지 말고 엘돌란을 떠났어야 하는건데. 시체왕의 하수인에 대해 조사하려 하지 않았다면 사교도들을 만날 일도……"

 

횡설수설하는 아나스타샤의 어깨를 클라인이 퍽, 다정하게 붙잡았다.

"아나스타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떠올려 보십시오. 애초에 저희를 먼저 습격한 것은 그들 아닙니까. 어차피 이 싸움들은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엘돌란을 떠났다 하더라도 그들은 저희를 적대하는 이상, 계속 따라붙었을 겁니다."

 

"네, 조사하기 싫어도 계속했어야 됐을 겁니다. 그리고 아도니스 님을 이렇게 만든 건 악귀 숭배자들이지, 아가씨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건 조사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아도니스 본인이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자는 극도로 싫어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까…… 당신 혼자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모두의 잘못이겠지요. 아도니스는 약한 자가 아니니 반드시 깨어날 것이고, 언제나처럼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닐 겁니다."

 

"저는 중간에 합류해서 이전의 일들을 모두 아는 건 아닙니다만, 다른 분들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닌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클라인의 날카로운 지적과 격려가 도움이 됐다. 코스모스의 단호한 분석과 위로가, 바를로의 판단과 신뢰가 도움이 됐다.

책임을 나눠 가지고 싶다는 이들의 존재가 이토록 큰 것이었구나. 언제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던 내 삶에 이런 사람들이 나타나 줬구나.

"……그래요. 아도니스는 깨어날 거예요. 다들, 고마워요."

 

'제 곁에 있어줘서.'

아나스타샤는 다른 의미로, 더 이상 눈물 흘릴 일 없을 것 같았다.

"…조사를 속행하죠. 악귀술사 하수인들의 근거지이긴 해도, 비슷한 시기에 시체를 모았던 이들이니만큼 뭔가 관련된 게 한 두 개쯤은 있을 거예요. 코스모스는 아도니스를 잘 돌봐줘요."

"알겠습니다."

전리품 : 악귀의 문양이 새겨진 작은 철상자에 담긴 140gp, 모험가급 룬, 모험가급 파괴의 성물

클라인과 바를로, 그리고 아나스타샤는 방 여기저기를 샅샅이 조사했다. 방의 왼쪽 구석에는 벽을 파서 만든 책장이 몇 개 있었고, 그 이외에는 방의 한가운데, 제물로 바쳐진 남자가 눕혀져 있는 탁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선 탁자를 먼저 조사했다.
서랍을 여니, 안에서 쓸만한 것들이 몇 개 나왔다. 돈이 들어있는 악귀 문양이 새겨진 작은 철상자와 룬, 그리고 파괴의 성물이었다.

"이건 성물이네요. 신성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쓰면 좋은 마법 물품인데…… 어때, 코스모스가 가질래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코스모스는 성물을 받아 들어 대사제의 상징이 그려진 토기 목걸이에 같이 꿰어 붙였다.

"룬은 바를로, 네가 가질래? 넌…… 그냥 평상복이고 몸을 보호할만한 수단이 없잖아."

"이야~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살면서 룬을 다 만져볼 날이 오게 되네요~!"

 

바를로는 뭐가 그리 기쁜지, 옷소매로 룬을 박박 닦으면서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 번 쓰면 부서질 일회용품인데.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걸 보면 울겠구만.'


전리품을 적당히 나눠 가진 후, 이번엔 책장으로 갔다.
책장에는 악귀 숭배와 소환, 그리고 악귀들이 심연을 자유로이 떠날 수 있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끝날 지를 쓴 책들이 있었다.

 

여기에는 제스킬의 일기장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신실한 자'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고 자기가 세상의 주인이 되면 적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적혀 있었다.
일기의 내용에는 아에르토에 관한 이야기도 하나 있었다. 사교도 중 하나가 아에르토라는 암시장 상인과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제스킬은 아에르토를 관찰하고 점을 친 결과, 그가 사교의 일도 맡아 줄 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아에르토는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라는 시체왕을 추종하는 집단에 속해 있었는데, 그들은 엘돌란 곳곳에 숨어 있으며 망자의 금고의 랜든과 점등사 길드의 아를리사도 탐구회의 일원이라 적혀 있었다.

 

"아에르토……. 자신은 중간에서 다리 역할만 했다고 하더니, 좀비 사건을 벌인 녀석들과 한 패거리가 맞았잖아? 허, 참……."

 

"아에르토도 숨겨야 할 비밀이 있으니 자기들의 비밀 역시 쉽게 드러내지 못할 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자신들을 자기가 도망갈 시간을 벌 미끼로 사용할 줄은 몰랐나 보군요."

"지금쯤이면 이미 숨어서 찾기도 어렵겠네요.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 여기 일원들에게 저희 얘기나 안 했으면 다행이겠어요."

 

더 이상의 추적이 가능할지에 대해 클라인과 내가 제스킬의 일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바를로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일기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흐음~ 그래도 여기, 점등사 길드의 아를리사? 이 사람은 찾기 쉽지 않을까요? 만약 제가 아는 아를리사라면 쉽사리 자리를 못 뜰 거 같은데."

 

"네가 아는 아를리사?"

 

"네. 아를리사 덴트라고, 점등사 길드의 수석 마법삽니다."

 

바를로가 엄청난 사실을 입에 담았다.

 

"수석 마법사??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시체왕의 하수인을??? 아니, 정말 대마도사가 아니라 시체왕??"

 

진짜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되물었다.

 

"그, 동명이인이 없다면 말입니다……. 하하……."

 

"…바를로의 말대로라면, 정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겠군요. 수석 마법사 쯤 되는 인간이 자리에서 사라지면 큰 파란이 일테니 말입니다."

 

"그럼…… 아도니스도 깨어나야 하니, 오늘은 좀 쉬고 찾으러 가도 괜찮겠네요."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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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돌란의 그림자6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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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6

 

 

엘돌란의 부두 구역에 관해서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다.

선원들이 과장하는 경향도 있기는 하지만, 때때로 사실도 섞여 있다는 점이 방심한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부두 구역 탐문은 쉽지 않다

부두 구역은 엘돌란에서 비교적 위험한 곳이라고들 했다. 더군다나 은방패대는 전날 좀비 사건 뒤로 야간 순찰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애초부터 위험한 부두 구역보다 다른 곳의 경비를 강화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아예 경비대가 사라진 건 아니었고, 낮 동안에는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순찰하기는 했다.


부두 구역에는 항구가 있고, 창고, 어업 및 생선 가공 시설, 그리고 도시에 방금 도착한 선원과 여행자들이 머무르는 어두침침한 여관과 주점들이 있었다.

항구에는 큰 배들이 들어올 수 있는 주된 부두가 셋이 있는데, 작은 배들을 위한 짧은 부두도 많았다. 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어부들은 때때로 부두에서 떨어진 해안에 닻을 내리고 헤엄을 쳐서 오가기도 했다.

항구 근처에는 해산물을 파는 노점들이 많이 있고, 그 중간중간에 여행자들에게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있었다. 이곳엔 온갖 종족의 선원들이 다 오지만, 그 밖에도 배에서 짐을 내려 창고로 운반하는 드워프 노동자들이 유달리 많았다. 그들은 난폭하고 거친 사람들로 유명했다.

주점과 여관도 몇 곳이 있어, 선원, 여행자, 현지인을 모두 상대하는데, 이런 가게들도 난폭한 경향이 있지만 큰 곳은 그래도 여행자들이 엘돌란에서의 첫날을 보낼 정도로는 얌전했다.

 

온갖 위험한 소문이나 외지의 소문이 많이 모이는 곳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시체를 구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바를로의 인맥을 빌리기로 했다. 그런 종류의 사람은 물 밑에서 찾는 것이 적격이니까.

 

바를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기운찬 돌고래 주점'이었다. 그 주점의 무대에는 류트를 연주하는 여자가 있었다.

바를로는 그 음유시인을 우리에게 소개했다. 미칼 오를레비라는 건달이자 음유시인은 날씬한 빨간 머리 인간이었으며, 걸을 때 다리를 조금 절었다. 그는 부두의 주점 곳곳을 전전하며 공연을 다니는 자였다.

미칼은 원래는 뉴 포트 사람이고 엘돌란에 산 지는 2년이 되었다고 했다. 확실히 엘돌란에서 흔히 보기 힘든 동부 지방 외모의 사람이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먼 곳에서 온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낡은 옷과 류트를 보아선 기대한 만큼 돈을 벌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았다.

 

"미칼, 오랜만입니다."

 

"뭐야, 오늘은 처음 보는 녀석들이랑 함께네? 돈 좀 있어 보이는데, 네 새로운 고용인이야?"

 

"약간 비슷하긴 하지만, 고용인이 아니라 '동료'입니다."

 

"동업자가 아니라?"

 

동료라는 단어에 미칼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에 있던 아나스타샤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네가 아무 일 없이 날 찾아왔던 적은 없었잖아."

 

"눈치가 빠르시네요. 그럼 직접적으로 물어보죠. 아에르토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아에르토? 아…… 누군지는 알 거 같은데. 최근에 이 근방을 서성거리는 하프엘프잖아."

 

아나스탸샤는 미칼이 아에르토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빛냈다. 미칼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근데 그냥 알려달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내 모습을 봐. 요새 돈벌이도 별로 좋지 않다구."

 

"10sp 정도면 며칠은 배부르게 지낼 수 있지 않아요?"

 

"이야, 그 동료분들이랑 다니면서 돈벌이가 꽤 좋은가 봐. 이런 돈을 덥석 덥석 주는 걸 보면? 우리가 이런 좋은 시기에 이 정도밖에 못 나누는 사이였던가? 서운한데."

 

"나누고 싶어도 아직 직접적으로 벌어들인 게 없습니다. 그때 제가 한 턱 내기로 하고, 이 정도로 넘어가 주시죠?"

 

바를로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내뱉었다. 버려진 극장에서 그에게 넘겨준 돈만 얼마였었는지 알고 있던 아나스타샤는 그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뭐, 그래. 애초에 그 녀석을 본 곳이 여러 곳이거든. 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녀석인지, '드워프들의 집'에 있을 때도 있고, '뱃사람의 쉼터'? 거기랑, 여기서도 봤었지. '야성의 파도'에 있다는 얘기도 들었었고. 아, 엊그제는 '서쪽 바람 주점'에 공연 갔을 때 본 것 같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부두 구역에 있는 주점이 몇 갠데. 이 정도면 적은 수 아냐?"


"일일이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이번에도 나눠서 조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클라인의 말에 각자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바를로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뱃사람들의 쉼터'에 가보죠. 이곳은 위험한 부두 구역에서도 꽤 손꼽히는 난장판인 곳이랍니다. 제가 가는 게 좋겠죠."


"저는…… '야성의 파도'에 가볼게요."

아도니스가 야성의 파도에 가겠다고 하자, 아나스타샤는 남은 두 주점 중에서 고민을 했다.

"음, 드워프들의 집은 드워프 술집인가요? 그렇담 엘프인 저는 웬만해선 피하는 게 좋겠죠. 저는 '서쪽 바람 주점'에 가야겠네요."

 

드워프들이랑 엘프들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드워프 엘프 전쟁(Dwarf-Elf War)이 몇 세기, 아니 몇 시대 전의 일이라고 해도, 아직도 서로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자신은 하프엘프라 아무 상관없는데도 불똥이 튀었다.


"그럼 '드워프들의 집'에는 제가 가는 게 좋겠습니다. 드워프들은 성정이 포악하긴 해도 타고난 선량한 자들이니, 빛의 신을 믿는 신도가 있다면 도와줄 거예요."


"그래도 분명 시비를 거는 이들이 있을 거예요. 특정 종족이나 클랜이 많이 모이는 곳은 텃세가 심하니 혼자 가는 건 안 좋아요. 클라인이 같이 가줄래요? 두 명이면 걱정이 안 되니까."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두 시간 정도 후면 적당히 조사가 끝나겠죠? 그때 이곳에서 모이도록 해요."


서쪽 바람 주점은 부두 구역의 남서쪽 부근, 엘돌란의 관청 구역 절벽 아래에 있는 곳이었다. 주점의 외부는 부두 구역 답지 않게 깨끗하고 산뜻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걸걸한 목소리와 말투를 가진 금발의 하프엘프 여성이 미소를 띠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오십쇼! 한 분이신가요?"


"네. 사장님께서 추천하는 술로 한 잔 하고 싶은데. 어떤 건가요?"


"하하! 전 여기 고용된 바텐더고 주인은 아니에요. 탈리아라고 불러줘요."

여자는 사장이라는 소리에 기분 좋은 듯, 호쾌하게 웃었다.

"우리 '반쪽 친구' 분, 그렇담 '발렌시아(Valencia)'로 한 잔 어떠신지요?"


"발렌시아?"


"저희 주점의 특제 엘프제의 브랜디 베이스에 신선한 오렌지 즙을 넣은 칵테일이죠! 어때요?"


"음, 한 번 마셔보죠."

탈리아는 술들을 교반기(攪拌機)에 넣고 화려하게 휘저어내더니, 둥글고 납작한 잔에 따라냈다.

"여기 나왔습니다!"

아나스타샤는 칵테일을 한 모금 홀짝였다.

"굉장히 달콤하고 맛있네요. 술 같은 느낌도 거의 안 들고, 향도 상큼해서 좋아요."


"그래서 주스 마시 듯 마시다 바닥을 기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었죠. 그러니까 친구 분도 마실 때 조심하는 게 좋을 걸요?"


"하긴, 브랜디가 섞인 술이니까. 근데 발렌시아란 이름은 마치 사람 이름 같네요."

탈리아는 칵테일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아나스타샤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사람 이름. 굳이 따지자면 성씨지만. 발렌시아(Valencia)라는 우드엘프가 고안한 레시피여서 발렌시아. 고향이 오렌지가 풍부한 곳이어서 즐겨먹던 살구 브랜디에 오렌지를 넣을 생각을 했대요."


"오, 굉장히 자세히 아시네요?"


"그분이 우리 할아버지거든요."

 

"그럼 탈리아의 이름도……."

 

탈리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 칵테일을 마시려면 앞으로 여기만 와야겠네요. 원조의 손녀가 만들어주는 거라니. 진짜 맘에 드는 칵테일이에요."


"다음에 제 고향인 발렌시아 농장에도 놀러 와요."

칵테일 이야기로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아나스타샤는 본래 목적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친해진 만큼 가벼운 정보는 쉽게 얘기해 주겠지.

"그런데 아에르토라는 사람 알아요?"


"응? 아 그 다크엘프 혼혈인 남자 말하는 건가? 굉~장히 내성적인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죠. 근데 요즘 못 본 지 꽤 됐어요. 뭐 바쁜 일이 있나 보죠."


"사실 여기 오면 아에르토를 만날 수 있대서 온 거였는데, 그래도 수확은 있었네요. 좋은 칵테일을 알게 됐으니까."


"아거 참, 말 너무 잘한다~ 기분이다! 발렌시아 한 잔 더 줄게요! 이건 서비스니까 부담 갖지 말아요."

 


 

야성의 파도에 들어간 아도니스는 카운터에서 아에르토에 대해 물었지만 주인은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이 여관의 주점은 하나의 커다란 홀이 아니라 여러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때문에 주문할 때 이외에 손님들과의 접촉이 별로 없어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에르토라는 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는 이 시점에서 방을 일일이 뒤지며 확인해봤자 시간낭비였다.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채로 여관 밖에서 나왔다. 어째, 정보 수집에 영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아도니스를 불러 세운 건 한 하플링 여자였다. 새까만 머리를 아주 짧게 깎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자로, 검은 가죽 바지에 녹색 가죽조끼를 입고 있었다.

"너 아에르토를 찾는 거야? 찾아서 어쩌려고?"


"네가 알아서 뭐하려고. 어딨는지 아는 거 아니면 비켜. 난 바쁘거든."


"글쎄. 내빼지 말고 말해줘야 할 걸? 마법사인 것 같은데 그 녀석 동료라도 되는 거냐?"


"거 참 귀찮게 구네. 동료라면 이렇게 찾고 있지도 않겠지. 굳이 따지자면 적에 가깝거든."


"그래? 이거 잘됐네. 나도 아에르토에게 약간의 빚이 있어서 말이야."


"아 그래. 힘내고. 잘 해결해. 그럼 이만."

아도니스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위로를 건네곤 여자를 지나쳤다.

"야, 이봐! 잠깐만! 왜 그냥 가는 거야!"

아도니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여자는 당황하며 그를 따라가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니까?"


"무슨 도움? 아에르토가 어딨는지 아는 거 아니면 필요 없다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 형씨 혼자서 되겠어? 앞을 지켜줄 사람은 있어야지~ 마법사니까 어느 정도 돈은 있을 거 아냐? 난 많이는 안 바래."


"아 그래."

아도니스는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또다시 지나쳐 갔다.

"왜, 뭐가 불만인데? 난 그 녀석이 원하는 거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니까?"


"자꾸 귀찮게 구니까 말해줄게. 난 용병 같은 거 없어도 충분히 강해. 그리고 동료도 이미 있지. 됐지? 간다."


아도니스는 뒤도 안 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유유히 사라졌다.

"허…. 뭔 뒷골목 시정잡배 같은 마법사는 또 처음 보네."

 


 

바를로는 뱃사람의 쉼터에 들어가자마자 '지그스'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는 노움 노인으로, 우중충한 분위기에 약간 정신이 나가 있었다.
술집의 단골들은 그를 아는 게 없다고 여기며 무시했지만, 바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말을 좀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있기는 해도, 그는 여기에 온종일 죽치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전부 보고 듣는다. 거기다가 모두들 그가 자신이 한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 못 할 거라 여기니, 비밀스러운 이야기마저도 그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곤 한다.


바를로는 그 점을 상당히 잘 활용해 왔다. 물론, 지그스의 정보는 이미 소용없는 지나간 이야기일 때도 있지만, 예상외의 수확을 가져다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사소한 정보를 소중히 해야지.
아에르토라는 자를 이 주점에서 만난다면 좋을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대도 아에르토가 이곳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알게 된다면 그의 동향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 지그스 씨. 잘 지내셨나요?"

바를로, 지그스 교섭 기능판정 : d20 (16)+매력 (3)+레벨 (1)+귀족 (1) vs 보통 (15)

바를로는 특유의 날 것이지만 동시에 예의가 갖춰진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지그스는 정신이 나갔다며 자신을 온통 무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금이지만 존중을 잊지 않는 이 남자가 싫지 않았다.

"어? 히, 히힉, 힛. 바를로네? 왜, 웬일이야?"


"웬일은요. 지그스 씨 안부 좀 물으려 온 거죠. 요즘 괴롭히는 사람은 없지요?"


"아, 많지. 괴롭히는 사람. 킥, 킥킥. 그 녀석들도 악마 새끼들을 두 눈으로 봐야 돼. 그래야 정신 차리지. 언젠가 악마들이 여기까지 쳐들어 올 거야! 그리고, 나도…!"


"아이고, 또 살벌한 소리 하시는군요. 걱정마요. 여기까진 못 쳐들어 온다니까?"


"히히……. 바를로는 착한 사람이니까. 악마들도 안 데려갈 거야."


"그래요? 하……. 근데 전 악마들에게 끌려가기 전에 다른 녀석한테 먼저 끌려갈까 봐 고민입니다."


"누구! 누구야! 바를로, 괴롭히는 사람!"

지그스는 발작 하듯이 물어봤다.

"아에르토라고, 아십니까? 요새 시체를 모으는 녀석이라던데요. 그 녀석이 저를 노리는 것 같아요."


"아에르토! 뱃사람들의 쉼터에 자주 와! 아에르토는 다른 사람들한텐 다정한데 나한텐 아니야. 소름 끼치는 말투로 말해! 근데 아무도 안 믿어줘! 조금 전에도 봐서 너무 화가 났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 괴롭히면 도와주면서. 괴물들도 퇴치해야 하잖아. 다시 들어가기 싫은데! 왜 안 믿어주는 거야!!"

지그스는 바를로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순식간에 자신의 이야기로 빠졌다. 지그스의 말에서 자신이 원하던 정보만 정확히 집어내야만 했다.

이 주점에 자주 온다. 남들이 없을 때 소름 끼치는 말을 한다. 그리고 조금 전에 봤다?

중요한 정보가 섞여 있었다.

 

바를로는 그를 진정시키고 다시 물었다.

"진정하시죠, 지그스 씨. 저는 지그스씨가 한 말들 전부 다 믿습니다! 그 녀석 사실은 나쁜 녀석 맞죠?"


"맞아, 맞아! 역시 바를로는 믿어주는구나!"


"저도 아에르토에게 노려지고 있다고 했었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녀석의 위치만 알면 제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혼내주겠습니다. 예전에 봤지요? 험악한 인상의 녀석들."


"아! 이빨이 까만 깡패들! 무섭고 무례한 것들! 무례한 것들은 무례한 것들끼리 치고받고 싸워야 해!"


"그래요, 그래. 그래서 아에르토를 조금 전에 봤다고 했잖아요. 어디서 봤나요?"


"어…… 꼼지락 대는 인어에 심부름을 갔었어. 생선 재고를 나눠달라고 해서. 과메기랑 황태랑 숭어 몇 마리……. 아! 과메기는 냄새가 어찌나 비리던지!"


"……'꼼지락 대는 인어'에 있었다는 소리군요?"


"어어, 맞아! 아까 전에 거기 있었어."


"혹시나 해서 말인데, 심부름은 언제 갔었나요?"


"어, 언제 갔더라? 10분 됐나?"


"10분 전 저랑 대화하기 전에는 테이블 청소를 하고 있었잖아요."


"그, 그랬어? 헤헤, 그럼 1시간? 아니 어제였나? 응, 어쨌든 얼마 안 됐어."

언제 봤는지는 기억 안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숭어는 열의의 달(3월)의 제철 생선이니 그걸 가져다줬다는 건 적어도 이번 달 안에는 봤다는 소리일 것이다.


"고마워요, 지그스 씨. 역시 항상 제게 도움만 주시는군요!"


"헤헤……. 고맙긴."


"그럼 나중에 또 올게요. 그때까지 아프지 마시고요."


"알았어! 잘 가, 바를로!"

지그스는 음울하고 광기 어렸던 표정이 약간이나마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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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들의 집은 이름처럼 정말 드워프들이 많았다. 간간히 하플링이나 인간이 섞여 있긴 했지만 손에 꼽을 만큼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맥주가 가득했고, 남녀 가리지 않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소리쳤다. 한쪽에서는 크게 노래를 부르는 이가, 한쪽에는 탑전을 산처럼 쌓아두고 술 내기를 하는 드워프들이 있었다. 호라이즌 근교의 도시인데도 이곳에서만큼은, 호라이즌의 주화나 제국 주화 외에도 드워프들의 주화인 탑전도 많이 사용되는 모양이었다.

클라인과 코스모스는 주점의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적당히 메뉴를 골라 주문을 하기 위해 종업원을 불렀지만, 옆 자리에서 군가를 열창하는 드워프의 소리에 묻혀 전해지지 않았다. 클라인은 그 드워프를 한 번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고 직접 일어나 주문을 하기로 했다.

"맥주 두 잔에 곰 고기 꼬치구이 두 개."


"예에, 주문 받았수~"


"그리고 물 게 있는데, 이곳에 아에르토라는 자가 왔나?"


"아에르토? 아아, 그 하프엘프? 여기선 엘프를 보기 힘드니까 기억하지. 뭔 엘프가 겁도 없이 이런 데에 찾아와서는……. 그 녀석, 여기서 드워프 한 명이랑 같이 대화 몇 마디 하고는 그 뒤로 본 적 없수."


"그 드워프가 누구지?"


"저기 있잖수. 당신 옆자리에서 신나게 군가를 부르는 녀석."

방금 전 진상이었다.

"말 좀 묻겠다."


"어엉? 뭐야! 너도 나한테 불만 있냐? 내가 노래 좀 부르겠다는데, 꼬와?"


"그런 말은 안 했는데."

드워프는 술에 잔뜩 취해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도 날 한심하게 보고 있잖아!"

정말 뜬금없이 시비가 붙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코스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클라인에게 다가왔다.

"백작님, 무슨 일이십니까?"


"후, 이 드워프가 아에르토를 만난 적이 있다는군."

 

"근데 너무 취한 것 같군요."


"늬들끼리 뭘 그렇게 속닥이고 있는 거야! 엉?! 내 얘기지? 너희는 뭐 그렇게 잘난 줄 알아! 거기, 그, 훌륭한- 곰 발톱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데도 그따위로 가지고 다니지 않나. 네가 그 물건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기는 하냐?"

 

취객 드워프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원체 시끄러운 술집인 데다, 지그스가 원래 시끄러운 진상이었던지라, 관심을 가지지 않던 손님들도 하나둘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 잘하면 싸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나에게 시비나 걸고 말이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냐? 이 오크잡이 트라반 님의 실력을 보여줘?!"

 

"어째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걸까요."

"한 마디 하자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작님께서 시비를 걸고 다니실 분이 아니란 건 압니다. 그저 이런 종류의 취객들은 왜 항상 화가 가득한지 궁금할 뿐입니다. 신을 믿으면 화가 줄어들 텐데……."

코스모스는 뼛속까지 신앙심 깊은 종교인이었다.

 

"싸워라! 싸워라!"

 

술집의 손님들이 싸움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단순한 취객을, 사람들 있는 곳에서 무기를 들어 겁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일 테고…."

드워프는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향해 비틀거리며 손가락질을 하더니, 주먹을 날렸다.

클라인, 반격 기능판정 : d20 (12)+건강 (3)+레벨 (1)+영웅 (2) vs 보통 (15) / 성공

클라인에게 술 취한 드워프 정도의 주먹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클라인은 그냥 적당히 맞아주기로 했다.
트라반은 나름대로 혼신을 다해 주먹질을 날렸지만, 클라인에게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 그냥 본인 주먹만 아릴 뿐이었다. 몇 번에 걸쳐 주먹을 휘둘렀으나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에잉, 쯧! 술 값 못하는 싸움이네!"

 

"가자, 가!"


싸움 구경에 신이 났었던 다른 드워프들도, 트라반의 별 볼일 없는 주먹질에 실망하고 다들 제 자리로 돌아갔다.



"헉, 헉……. 어떻게 된 녀석이길래 꿈쩍도 안 하냐………."


"이제 술 좀 깼나?"


"………그래. 시비를 건 것은 미안하게 됐어."


"그 말 한마디로 끝낼 생각은 아니겠지?"

클라인이 입꼬리를 올리자, 트라반은 당황해서 뒤로 물러났다.

"왜, 왜. 맞은 만큼 날 때리기라도 하려고?"


"아니, 그냥 단순한 질문이다. 대답만 하면 돼."


"뭔데……?"


"아에르토를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아나?"


"아에르토라면…… 그 시체를 찾는 엘프?"

코스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시체를 모은다는 소문이 적힌 장부가 사실이었군요."


"몇 주전 그 녀석에게 고용된 적 있어서 알고 있지. 시체를 찾는 날이면 '꼼지락 대는 인어'에 주로 있어. 아마 오늘도 그날이니까 거기에 있을 것 같은데."


"그런가. 고맙군. 다음부터는 아무에게나 시비 걸지 않도록 술 좀 적당히 마시게."

트라반은 수치스러움에 머리를 붙잡고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아나스타샤들은 기운찬 돌고래 주점 앞에 모였다.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는 먼저 도착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다음으로 온 바를로에게 소득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아에르토의 위치는 파악했나요? 전 별다른 수확이 없었어요. 아도니스도 마찬가지래요."


"꼼지락대는 인어에서 아에르토를 봤다는 얘기가 있었죠.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를로가 말을 마치자 때 마침 클라인과 코스모스도 도착했다.

"아에르토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서두르시죠."


꼼지락대는 인어

클라인과 코스모스가 찾은 장소는 바를로가 알아온 곳과 같은 장소였다. 꼼지락대는 인어.


꼼지락대는 인어는 항구 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음침한 주점으로, 암시장 상인들과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자들이 들락거릴 법한 곳이었다.

건물은 난잡하기 그지없었는데, 부두 위에 지어진 2층짜리 목조 건물이고, 1층은 마구잡이로 확장하여 바다까지 비어져 나간 부분도 있었다. 덕분에 구석과 곁방도 많아 남의 귀를 너무 걱정하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왜 아에르토가 이런 주점에 들락거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점에 들어가자, 서로 언성을 높이던 두 남자를 향해, 주인으로 보이는 하이엘프 여자가 이마에 골이 파이도록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적당히 하시지. 더 이상의 소란을 피웠다간 호주머니만(灣) 앞바다에 네 모가지가 걸려 있을 거야."

 

그의 시선과 언동은 상당히 험악하여 난동을 부리려던 손님들은 길거리로 도망쳤다.

아나스타샤들은 투덜거리며 주점을 나가는 남자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주점을 둘러봤다. 꼼지락대는 인어는 놀랍게도 '향기로운' 생선 스튜가 솥에서 끓으며 주점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내륙해 주변 곳곳에서 가져온 것처럼 보이는, 주인처럼 험악하면서도 동시에  특이한 미술품들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트라반이 설명해준 것처럼 생긴 하프엘프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에르토는…… 저 혼자 상대할게요. 잘 구슬려서 버려진 극장 쪽으로 유인할 테니,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도착할 때쯤 피요르를 보낼게요."

바를로를 제외한 나머지는 알겠다고 말하며, 버려진 극장으로 향했다.

"너는 왜 안가?"


"이런 녀석들 수법이야 제가 잘 알지 않습니까. 누님께 도움이 될 일이 있을 거예요."

 

"허…. 글쎄. 그러기엔 너무 이 지역에서 유명인사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그럼 숨어서 뒤를 따라오며 망이라도 봐줘."

 

"뭐, 알겠습니다."

 

바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나스타샤도 별별 뒷거래를 하는 음침한 녀석들을 많이 봐왔다. 이런 이들과 거래를 할 때에는 너무 당당해도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이런 일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순진하거나 건실한 인상이어도 의심을 사기 좋지만, 반대로 바를로 같이 꾼으로 보이는 인상─애초에 이 도시에서 유명한 건달이었다─이어도 문제였다.


아에르토는 방의 뒤쪽 구석에서 목살이 늘어진, 마치 개와 같은 얼굴을 가진 인간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에르토?"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로브를 뒤집어쓴 하프엘프는 아나스타샤 쪽을 쳐다봤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서 소란을 피워봐야 도망가기만 쉽겠지. 거기다 아까부터 저 주인, 감이 좋은 건지 이쪽을 주시하고 있기도 하고.'

 

그 살벌한 분위기의 하이엘프라면 조금의 소란이 생기는 즉시, 쫓겨날게 분명했다.

아나스타샤, 아에르토 교섭 기능판정 : d20 (18)+매력 (2)+레벨 (1)+뒷전 (4) vs 보통 (15) / 성공

아나스타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꽤 괜찮은 돈벌이 수단이 있다고 해서 왔거든요. '사람'이 좀 많이 필요하다던데?"

아에르토는 아나스타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금세 눈치챘다. 그러고는 이야기 중이던 남성을 보내고 아나스타샤와 바를로를 자신의 앞에 앉혔다.

"아, 확실히 '사람'을 많이 찾고 있죠.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면 수고비는 두둑이 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까지 주실 수 있죠?"

 

"명 당 10gp."

 

"흐음…."

 

"아아, 좋은 상태의 '사람'이면 15gp정도까지도 드릴 수 있답니다?"


"나쁘진 않네요. 당장은 3명 정도 소개시켜줄 수 있는데, 어때요? 근데 여기서는 좀 그렇고."


"알고 있죠. 안내해 주시면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아나스타샤들과 아에르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점 밖으로 나갔다.


아에르토와 시체들

버려진 옛 극장으로 향하는 동안 별다른 말이 없었다. 간간히 아에르토를 떠 볼 생각으로, 시체로 무엇을 하는가 몇 마디 던져보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옛 극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에르토에 관해 얻은 수확은 없었다.

아에르토와 도착한 옛 극장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바닥에 기절해 있던 토르사의 부하들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나스타샤는 극장 안으로 들어서며 피요르를 날려 보냈고, 아에르토는 의심없이 옛 극장으로 들어섰다.

 

극장 안에 남아있는 건, 떨어진 조각상에 깔린 건달의 시체와 지그문트의 시체밖에 없었다. 물론 지하실에는 재가 된 파울로스와 산산조각 난 꿈팔이도 있기는 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아에르토의 눈빛을 살폈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들은 하나둘 그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게 누군지 알아보겠어?"

"그, 글쎄요. 이 시체는 너무 손상이 심해서 못 쓰겠는데요? 어… 음다른 시체도 이런 모양이면"

'끝까지 발뺌할 생각인가 본데?'

"아에르토, 나는 네가 누굴 섬기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협조해 준다면 눈감아 줄 수도 있고."


"누굴 섬긴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 하지만, 아까 시체를 어디에 쓰냐고 물으셨죠? 저는 그냥 중간 업자일 뿐입니다. 필요하다는 이들에게 넘길 뿐이지 제가 사용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요! 그냥, 이런 조금 위험한 뒷거래일 수록 돈이 더 될 것 같아서…."

'이 녀석도 꿈팔이처럼 단순히 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던 이가 시체왕의 하수인이었던 걸까?'

"너와 거래하는 이가 누군데?"


"어. 어어…. 그걸 말해주면 제 목숨이 위험해지지 않나요? 그, 음, 제가 목숨을 부지하도록 용병을 고용할 돈이라도 조금 주심이 어떠신지요? 저, 저는 실력도 어쭙잖은 일개 마법사뿐인지라…. 하, 하하…."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까지도 흥정이라니. 정말 시체왕의 하수인이라기보단 뼛속까지 장사꾼인 사람이었다.
아나스타샤는 그에게 금화 5개를 건넸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용병을 고용할 수 있겠지? 이제 말해보실까."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에르토는 바닥에 떨어진 금화를 실실거리며 주워 챙기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주 전, 갓 죽은 시체를 넘겨주면 군말 없이 돈을 주겠다고 한 남자가 셋, 있었습니다. 한 녀석은 파울로스고 한 녀석은 지그문트, 한 녀석은 제스킬이라고……."

 

파울로스와 지그문트. 이 극장에 있던 시체왕의 하수인이었다. 그리고 제스킬. 그도 앞선 흑마법사들의 동료일까?

 

"그저, 이렇게 시체를 찾는 사람이 많다면 꽤 괜찮은 사업이 되겠다 싶어 시도한 일이에요. 처음엔 부둣가 근처에서 술 먹다가 빠져 죽은 사람이라든지, 객사(客死)한 노숙자라든지, 그 시체를 넘기다가 원활한 시체 수급을 위해 제가 시체를 구입한다는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제스킬은 어딨는데?"


"으음 그게 잘"


"잘 모르면 시체를 어떻게 가져다줬는데? 장난해?"


"네, 네! 사실은 부두 구역의 동쪽 가장자리, 그러니까 학교 구역의 절벽 아래에 낡은 벽돌 창고가 있습니다! 거기에 시체를 가져다 놓고 돈을 지불받았어요! 이, 이제 정말 더 아는 게 없어요!"

아나스타샤, 거짓말 파악 기능판정 : d20 (17)+통찰 (0)+레벨 (1)+뒷전 (4) vs 어려움 (20) / 성공

"진짜? 아는 게 정말 없어? 시체를 가져다주고 돈을 지불받았다면서? 그럼 만나봤을 거 아냐. 근데도 정말 아는 게 없어?"


"그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그 돈을 들고 무사히 나가고 싶다면 아는걸 전부 말하는 게 좋을 걸?"

 

옆에서 클라인이 검집에서 칼을 살짝 꺼내 보였다. 은빛 칼날이 달빛에 비쳐 소름 끼치게 반짝였다.


"으으… 알겠습니다. 제스킬, 그 사람 어떤 악의 표상의 하수인인 것 같더라고요. 직접 제게 말해준 건 아닙니다! 그냥 거래할 때 우연히 들은 내용인데, 무슨 주술이니 의식이니 하면서 뭘 소환한다고 하지 않나…. 아무튼 엄청 의심스러운 녀석들이었어요!"


'시체를 사용한 의식이라면 역시 시체왕밖에 없잖아!'

"일단 알았어. 약속대로 풀어줄게."

 

풀어준다는 말에 아에르토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봐요, 형씨. 제 얼굴 아시죠?"

 

"…!!"

 

자리에서 일어나던 아에르토는 바를로의 얼굴을 보고 뒤로 주춤거렸다.

 

"형씨가 어디서 뭘 하든, 이 엘돌란에선 금방 찾아낼 수 있답니다. 친구끼리 뒤통수를 칠 생각이라면, 그만한 각오가 되어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다, 당연하죠. 제가 왜 그러겠습니까? 저는 단순한 사업가일 뿐, 시체랑은, 상관도 없는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제스킬이란 사람, 역시 시체왕의 하수인 같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에르토란 자… 여전히 수상하기는 하지만, 별 다른 방도가 없네요. 우선 제스킬이란 사람부터 붙잡아 봐요."

아나스타샤들은 부두 구역으로 다시 향하기로 했다.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해는 완전히 떨어져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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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돌란의 그림자5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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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5

 


"나는 꿈을 사는 것뿐이야. 동전 몇 닢이면 꿈을 꿀 수 있어."

 



뚜껑따개의 말처럼 극장 건물 주변에는 몇몇의 아이들이 노닥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 사방치기나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아나스타샤들을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어쩌면 소곤거리는 저 아이도 아나스타샤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바를로, 아이들 안심시키기, 기능 판정 : d20 (7)+매력 (3)+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 성공

뚜껑따개는 제일 먼저 앞장서서, 주변의 꼬마들과 시선을 맞추었다.

"제가 나서지 않아도 구역을 잘 감시해 주는 건 참 감사할 일이죠."

그 말에 노는 척, 서성이던 아이들이 흠칫하곤 주변에서 사라졌다.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도망간 것 같았다.

"뚜껑따개, 애들을 겁줘서 쓰나."


"하하, 제가 언제 겁을 줬다 그러십니까. 그냥 고마움의 표시일 뿐이에요."

아나스타샤의 지적에 뚜껑따개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것보다 뚜껑따개라는 별명보단 이름으로 불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바를로랬나? 싫은데. 뚜껑따개가 더 좋아."

 

뚜껑따개는 아나스타샤들을 안내하며, 진작에 소개를 마쳤었다. 그의 이름은 바를로. 성은 밝히지 않았지만, 평민들 중에서 성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이상한 일은 아니지.

 

"어째선 가요?"

 

"바를로라는 이름은…… 재미가 없잖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다고. 바를로, 발로, 롤로………. 뚜껑따개 쪽이 더 인상 깊고 좋은데. 아, 근데 왜 뚜껑따개야? 아까 보니 망치머리, 불쏘시개, 다양하던데?"

 

"…………."

 

매사에 의연하고 능글맞던 인간이 갑작스럽게 말이 없어졌다.

 

"……뚜껑을 따서, 입니다."

 

"응?"

 

"머리 뚜껑을 잘 따섭니다……!!"

 

"푸하하!!"

 

웃음이 터진 건 아도니스 쪽이었다.

 

"그럼 뭐야, 망치머리는 박치기를 잘하는 돌머리라서? 불쏘시개는 화염병이라도 던지나? 하하하!"

 

"비웃지 마시죠! 저희 패거리 중에서도 특출 난 사람들만 붙이는 이름입니다! 깽판 한 번 칠 때 보여준 주특기…… 음, 주특기……… 하아……."

 

"그런데 이번엔 뚜껑을 하나도 못 땄네?"

 

아나스타샤도 쿡쿡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네, 뚜껑따개 별명은 반납했습니다. 그러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아쉽지만…… 그래, 바를로."

 

뚜껑따개, 아니 바를로는 자신의 이름을 들었을 뿐인데 제법 쑥스러워했다.


"극장이 꽤 크죠? 저 코너를 돌면 곧 정문 쪽입니다."

 

"그래? 흠, 어떻게 들어갈까. 역시 꿈 잎사귀를 사는 척 접근해야 되려나?"

 

"네. 저 녀석들이랑은 안면이 제법 있으니, 어떻게든 회유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그 파울로스라는 처음 들어보는 작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토르사는 시체왕의 하수인이 아닐 겁니다. 물론 긍정적인 사업을 하는 자는 아니지만, 그게 적어도 이 정도로 나쁜 일은 아니라는 거죠."

바를로의 말에 따르면 꿈팔이의 본명은 토르사로, 꿈팔이라는 이름보다는 검은 이빨 토르사라 주로 불린다고 하였다. 그는 여러 암시장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으며, 드라켄할 출신이고 자기 두목에게 사업을 나누어 받아 엘돌란을 개척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만으로는 정말 마약상일뿐, 시체왕과는 연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드라켄할과 암시장이라면, 삼두회의 흑왕, 아니면 청왕이 더 배후에 가까운 자 같았다.

 

물론 직접 만나봐야 알 일이겠지만.


을 파는 극장에 어서 오세요!

극장 건물에 도착해서 바깥쪽의 쌍여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로비가 눈에 들어왔다. 로비에는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의 문과 똑같이 생긴 쌍여닫이 문이 둘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하프오크 하나, 인간 셋으로 된 건달들이 둘씩 짝을 지어 양쪽의 문을 지켰다.


오른쪽에 있는 매표소는 튼튼한 참나무로 되어 있고 위쪽 절반은 쇠창살이, 옆에는 안에서 잠그게 되어 있는 나무 쪽문이 달려있었다.

매표소 안에는 하플링 남자가 있었는데, 혼자서 카드놀이를 하고 문지기들에게 욕을 하며 시간을 죽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 하플링은 아나스타샤들을 보고 말했다.

"돈부터 보여 주시지, 친구들."

말투에서 음산한 기운이 묻어났다. 이미 돈 냄새를 맡았는지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돈 주머니를 슬쩍 보여줬다. 돈주머니에 가득 찬 것이 동화나 은화가 아닌 금화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입맛을 다시면서 입을 열었다.

"한 번에 두 명까지다. 뒤지게 맞기 싫거든 나머지는 그대로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걸?"

바를로가 나섰다.

"자르실, 저희가 한두 번 거래하는 사이도 아니잖습니까. 새로운 고객을 데려와 줬는데 이러긴가요?"


"흥, 여기도 여기 나름대로의 룰이 있어. 굳이 이 인원이 우르르 몰려가야 할 이유가 뭐지?"

 

"이번에 구입할 물량이 꽤 많아서 말이죠. 돈 주머니 보셨으면 알 텐데요."

 

"두 명이서 여러 번 옮기면 될 텐데."

 

"그건 말이죠……"

 

"흐음. 여러 번, 나눠서? 당신들의 뭘 믿고?"

 

두 명의 말을 가로채고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바를로는 입이 딱 벌어진 채 황당해했다. 여기서 시비를 걸면 어떡하냐는 표정이었다.

 

'어쩌긴 뭘 어째. 건달들인데 굳이 이렇게 시간 낭비해야 해? 그냥 밀어버리면 되는 거지.'

아나스타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로비 밖에서 기다리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무력을 이용한 빠른 진행을 원했다.

 

자신보다 더한 막무가내인 사람들의 눈짓을 보고, 바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이유가 당신들에게 썩 좋지 못한 일이라고는 미리 말해두죠."

아나스타샤들이 적대감을 드러내자, 자르실이라는 하플링은 활을 메고 있는 아나스타샤를 쇠뇌로 저격했다.

 

'똑똑한걸. 원거리 공격자부터 처리하려는 게."

 

그리고 건달 둘은 문을 지키고, 남은 둘은 앞에 서 있는 바를로와 아나스타샤를 각각 막아섰다.

 



자르실 랄스
"놀려면 돈을 내야지, 친구!"
3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 순서 : +7
단검 +7 vs. 장갑 : 7 피해
원.쇠뇌 +9 vs. 장갑 : 9피해, 대상은 쇠약해집니다. (극복 가능)
사용 제한_전투마다 3회. 자르실은 꿈잎사귀 추출액을 바른 쇠뇌살 셋을 제일 먼저 씁니다. 그 후에는 상시 소형 쇠뇌 공격을 할 수 있지만, 쇠약 효과 없이 피해만을 줍니다.
작은 몸집 : 자르실은 기회 공격에 대해 장갑에 +2를 받습니다.
체력 36 / 장갑 18(22) / 신방 16(20) / 정방 14

건달
"돈부터 보여줘 봐!"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 순서 : +3
곤봉 +5 vs. 장갑 : 7 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에게 자유 행동으로 머리 후려치기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특수발동.머리 후려치기 +6 vs. 신방 : 대상은 어지러워집니다. (극복 가능)
체력 29 / 장갑 17 / 신방 14 / 정방 11


배치


행동순서 판정 : 바를로 (21), 아나스타샤 (16), 건달3 (16), 클라인 (15), 코스모스 (12), 아도니스 (10), 자르실 (8), 건달1 (8), 건달4 (7), 건달2 (4)

바를로, 건달2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왼쪽 벽면으로 이동.
아나스타샤, 건달1에게 쌍수 근접공격, 치명타 8피해, 쌍수통달 1추가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오른쪽 구석으로 이동.
건달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7피해, 자유행동, 머리후려치기, 성공.
아나스타샤, 어지러워짐, 짧은행동, 극복판정, 극복 실패.
클라인, 이동행동, 문을 염, 일반행동, 건달1 가로막음.
코스모스, 이동행동, 로비에 들어와 건달2에게 접근, 근접공격, 10피해, 자유행동, 후광.
아도니스, 이동행동, 로비에 들어옴, 자르실에게 냉기광선, 11냉기피해.
자르실,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9피해.
아나스타샤, 쇠약해짐, 자유행동, 극복판정, 극복성공.
건달1, 클라인 공격, 빗나감.
건달4,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7피해.
건달2, 코스모스 공격, 빗나감.


바를로와 아나스타샤는 특유의 민첩함으로 자신들을 에워싼 건달들을 치고 뒤로 빠졌다. 건달들이 포위한 게 아무 소용없게 되었다.

 

"쳇, 상대가 뚜껑따개니 방심하지 마! 최대한 가까이 가지 말고, 여자부터 공격한다!"

 

그 말에 건달들이 아나스타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고조주사위1
바를로, 건달4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건달4를 지나쳐 안쪽 문 근처로 이동.
아나스타샤, 건달3에게 쌍수 근접공격, 3피해, 쌍수통달 1추가피해, 물러서기 판정, 판정 성공, 안쪽 입구쪽으로 이동.
건달3, 클라인 공격, 빗나감.
클라인, 건달1에게 강타 선언, 빈틈만들기 성공, 8피해, 6추가피해.
코스모스, 건달2에게 응징 선언, 10피해, 10추가피해.
건달2, 전투불능.
코스모스, 아나스타샤 옆으로 이동, 짧은행동, 아나스타샤 안수치료, 11회복.
아도니스, 이동행동, 오른쪽 구석으로 이동, 자르실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냉기피해.
자르실, 아도니스에게 원거리공격, 9피해.
아도니스, 쇠약해짐, 짧은행동, 극복판정, 판정 실패.
건달1, 클라인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실패.
건달4,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7피해, 자유행동, 머리 후려치기, 빗나감.


"진짜 멍청하군요, 쿡쿡."

건달들은 바를로가 웃는 이유를 채 알기도 전에, 한 명이 아나스타샤에게 제압당했다. 그리고 남은 세 명은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클라인과 코스모스, 아도니스가 들어와 순식간에 베고, 찍어 내리고, 얼려 버렸다.

 

매표소 안에 있던 자르실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이이, 이게 뭐야!"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자르실이 매표소의 유일한 출입구를 잠근 모양이었다.

 

"매표소 안에 틀어박히시겠다? 그런다고 상황이 변하는 줄 알아? 오히려 궁지에 몰린 꼴이지."

 

"하, 하! 어디 한 번 공격해 보시던가!"

 

아나스타샤는 매표소의 창살 사이로 칼을 쑤셔 넣었다. 하지만 공간이 워낙 좁아서 그런지, 허공에서만 헛칼질을 하게 될 뿐 의자 아래로 쭈그린 자르실의 몸에 칼이 닿지 않았다.

하플링의 작은 체구가 무기를 피해 구석으로 숨는 데에 큰 몫을 했다.

활도 이 정도로 근거리라면 소용없었고, 마법도 마찬가지로 몸을 숙여 피하면 될 문제였다.

 

반면에 자르실의 주무장은 쇠뇌였다. 구석에 몸을 숨긴 채로 바깥을 공격하기 딱 좋은 무기였다.

거기다 쇠뇌살에는 마약상답게 약이라도 발라 놓은 건지, 스치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졌다. 

고조주사위2
바를로, 건달4에게 회피의 일격, 기세 획득, 13피해, 건달4로부터 이탈.
아나스타샤, 이동행동, 매표소 문 열기 기능판정, d20 (14)+근력 (0)+레벨 (1) vs 보통 (15) / 성공, 일반행동, 매표소 문 열기 기능판정, d20 (14)+근력 (0)+레벨 (1) vs 보통 (15) / 성공.
건달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클라인, 건달1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 만회의 일격, 정밀공격 8피해.
건달1, 전투불능.
클라인, 이동행동, 매표소 접근.
코스모스, 건달3에게 근접공격, 9피해, 이동행동, 바를로 접근, 짧은행동, 바를로 안수치료, 4회복.
아도니스, 자르실에게 냉기광선, 19냉기피해, 쇠약해짐 4패널티.
자르실,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이동행동, 매표소 나감.
건달4, 바를로 접근, 공격, 빗나감.


그 쇠뇌살에 당한 건 아도니스였다. 아나스타샤는 헤롱 거리는 아도니스를 바닥에 억지로 앉혔다.

 

"아도니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여기 앉아만 있어요. 아무 데나 마법 난사하고 그러면 안 돼요?"

 

"네에……."

 

'아도니스에게 잠금해제 마법을 써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돼버렸네. 술도 약한데 마약 같은 거에 내성이 있을 리가 없겠지.'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방법이 전혀 없는 줄 알아?"

 

아나스타샤들에겐 자물쇠 부수기 최강자 코스모스가 있었다.

 

"코스모스, 부탁해요!"

 

"네."

 

짧은 대답 후에, 그는 매표소 문짝을 강하게 걷어차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문짝이 흔들렸다.

 

"멍청한 짓 하지 마! 이게 그냥 나무 문인 줄 알아?! 안에 강철이 덧대어진………"

 

문짝은 우그러지며 경첩에서 떨어져 나갔다.

 

"강철이 덧대어진, 뭐?"

 

"흐와와………."


고조주사위3
바를로, 건달4에게 확실한 베기, 13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건달3쪽으로 이동.
아나스타샤, 건달3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2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실패.
건달3,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실패.
클라인, 건달3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12피해.
코스모스, 건달3에게 신앙의 투창, 10신성피해.
아도니스, 자르실에게 냉기광선, 17냉기피해.
자르실, 전투불능.
건달4, 이동행동, 도망침, 밖으로 도망침.


문을 부수자마자 코스모스는 전투도끼의 손잡이 부분으로 눈앞의 자르실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는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고조주사위4
바를로, 건달3에게 접근, 건달3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2추가피해.
건달3, 전투불능.


전리품: 건달1 7gp, 건달2 3gp, 건달3 7gp, 자르실의 매표소에 각각 200cp, 100sp, 50gp가 든 돈 상자. 꿈잎사귀가 든 작은 봉투도 10개.

전투가 끝나고, 바를로는 쓰러진 건달들의 옷 속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극장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아나스타샤는 바를로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물건이라도 나오면 큰일이니까요."

 

"하핫,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소린데……."

바를로는 그들의 주머니에서 금화 몇 개를 찾아내더니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어느덧 정신을 차린 아도니스는 웃어넘기는 아나스타샤랑 달리 그 모습이 아니꼬웠다.

"그냥 돈이 필요한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돈이야 언제나 필요하지요. 마법사님은 아니신가요?"

빈정거리는 것 치고는 헤실헤실 웃는 낯으로 말했다. 일부러 그러는 걸 거다.
두 명이 투닥거리는 동안, 아나스타샤 역시 바를로처럼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매표소 안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자자, 어차피 얘들도 투명하게 번 돈은 아닐 테니까 뺏긴다한들 되찾을 수도 없을테고 상관없겠지. 하지만 그 상자를 마지막으로 돈 버는 법은 새로 배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네 주머니의 돈도 지금 얘네들처럼 금방 사라질 테니까."

 

아나스타샤는 그 상자를 바를로에게 던졌다. 민첩한 바를로는 묵직한 상자를 잘 받아냈다.


"노력해보도록 하죠, 누님."

상당한 양의 잔돈이 든 상자였다.

바를로는 언제 기분이 상했었는지 모를 정도로 생글생글 웃었다. 그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도니스는 좀 괜찮아요?"

 

"네! 싸울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걱정 말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도니스는 여전히 비틀거렸다.

 

"미량이긴 하지만 마약은 마약이니……아도니스는 조금 더 쉬어요."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는 듯이, 아나스타샤는 말을 잘랐다.

 

"위급하면 부를게요. 아니, 위급해 보이면 도와주세요."

 

"네……."

 

아예 전투에 참가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마약 때문에 정말 곤란한 상태인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순순히 물러났다.

"그리고…… 금고를 뒤지면서 다른 뭔가 있을까 더 찾아봤는데, 이 꿈 잎사귀를 작게 나눈 봉투 10개 정도 말고는 없네요. 정말로 약만 파는 애들 같아요. 랜든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은 왜 꿈팔이를 만나라고 한 걸까요?"


"어쩌면 정말 약을 구하려고 만날 걸지도 모르겠군요. 약이라는 건 여러 용도로 사용되니, 사람을 납치하는데 쓸 용도로 사용하려고 말입니다."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클라인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비 안 쪽의 문을 열었다.

 



무대로 통하는 문은 닫혀 있지만 잠기지는 않아 있었다. 하지만 로비에서의 싸움이 길었던 탓인지, 내부에서는 이미 문제를 느끼고 준비를 마친 채 로비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로비에는 하프엘프 두 명, 하플링 하나로 구성된 건달 셋이 무대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건달 셋은 적당히 숨어있었는데 아무래도 아나스타샤들이 다가가면 습격할 생각 같았다.

그리고 무대 위에는 로브를 입은 마법사로 보이는 남자 한 명과 칼리아가 말해준 것처럼 생긴 키 작은 중년 인간 남자가 있었다. 저 화려한 차림을 하고, 반백(半白)이 된 빨간 머리 남자가 꿈팔이일 것이다.

 

무대는 나무로 되어 있고 T자 모양이었으며, 그 위에는 약간 높은 받침이 있고 배우들이 사용하던 무대 밑 통로로 가는 바닥 문이 둘 있었다. 아마 그 통로는 무대 뒤로 통할 것이다.

객석은 긴 벤치가 네 줄씩 4조로 비좁게 놓여 있고, 괄호 모양으로 무대의 튀어나온 부분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대 안쪽에는 먼지 낀 검은 커튼이 쳐 있는 아치 셋이 무대와 그 뒤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다.

무대 가장자리에는 밧줄과 소품들이 잔뜩 있었는데 극장이 운영할 당시 활극(活劇)에 썼던 소품들로 추정되었다.

 


 

졸개
"우리 물건이 이 도시 제일이지!"
1레벨 조무래기 [인간형]
행동 순서: +3
단도나 몽둥이 +6 vs. 장갑 : 4 피해
순수 18+_이 전투에서 대상에게 가해지는 다음 번 공격에는 공격 판정과 피해에 +2가 붙습니다.
체력 7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지그문트 / 파울로스
"상관 없는 일에 코를 들이미니까 이렇게 되는 거다!"
2레벨 방해자 [인간형]
행동 순서: +8
날카로운 비수 +7 vs. 장갑 : 7 피해
순수 16+_대상은 3 피해를 더 입습니다.
빗나감_3 피해.
원.소형 쇠뇌 +7 vs. 장갑 : 7 피해 (파울로스 한정)
더러운 수법 : 지그문트나 파울로스는 동료와 접전중인 대상을 명중시켰을 때 +1d8 피해를 더 줍니다.
체력 34 / 장갑 18 / 신방 15 / 정방 13

 

검은 이빨 토르사, 꿈팔이
"멍청한 놈,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성 싶으냐?"
3레벨 리더 [인간형]
행동 순서: +6
소형 철퇴 +8 vs. 장갑 : 9 피해
순수 16+_대상은 어지러워집니다. (극복 가능)
접.정제된 꿈잎사귀 가루 +7 vs. 신방 (자기와 접전중인 적 하나) : 3 정신피해. 대상은 쇠약해집니다. (극복 가능)
첫 번째 극복 실패_대상은 쇠약 대신 혼란에 빠집니다. (극복가능)
사용 제한_전투마다 2회. 짧은 행동.
접.무대 공격 +7 vs. 신방 (단거리의 적 하나) : 6 피해. 대상은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고정되거나 어지러워집니다. (마스터가 선택)
두목의 수법 : 토르사의 동료들은 토르사가 일으킨 상태 (혼란,어지러움, 고정, 쇠약)에 걸린 적을 공격할 때 +2 보너스를 받습니다.
바닥문 탈출 : 토르사는 체력이 0이 되었을 때, 자유 행동으로 체력 5까지 치유를 하고 모든 상태 이상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자기 옆의 바닥문을 여는 지렛대를 당기고 그 안의 미끄럼틀에 뛰어듭니다. 토르사가 밑으로 도망치고 나면 문은 잠깁니다.
체력 48 / 장갑 18 / 신방 15 / 정방 13


행동순서 판정 : 토르사 (22), 파울로스 (20), 지그문트 (18), 졸개 1,2,3 (17), 클라인 (14), 아도니스 (10), 아나스타샤 (9), 바를로 (8), 졸개 4,5,6 (8), 코스모스 (1)

토르사, 밧줄을 잡아당김, 클라인에게 무대 공격, 나무기둥이 날아옴, 빗나감, 이동행동, 왼쪽으로 약간 이동.
파울로스, 짧은행동, 쇠뇌 장전,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7피해, 이동행동, 커튼 뒤에 잘 숨음.
지그문트, 무대 계단을 내려감.
졸개1, 무대 앞으로 이동.
졸개2, 정문 왼쪽 벽 뒤로 숨음.
졸개3,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4피해.
클라인, 졸개3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정밀공격, 8피해.
졸개3, 전투불능.
아도니스, 졸개4에게 냉기광선, 15냉기피해.
졸개4, 전투불능.
졸개1, 전투불능.
졸개5, 1냉기피해.
아나스타샤, 토르사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이동행동, 무대 근처로 감, 토르사에게 비도, 빗나감, 1피해, 짧은행동, 쇠막대기 잡음.
졸개5, 바를로 접근, 공격, 빗나감.
졸개6, 코스모스 접근, 공격, 빗나감.
코스모스, 졸개6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꿈팔이는 아나스타샤들이 문을 열자마자 무대의 밧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나스타샤들 쪽으로 커다란 나무기둥이 날아왔다. 앞을 구르며 가뿐히 피해낸 나무기둥은, 정문의 벽에 큰 소리를 내며 부딪혀 흉악한 흔적을 남기고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무대 위의 활극(活劇)을 위한 소품은 더 이상 공연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저 소품들에 맞으면 피해가 장난 아니겠어요. 다들 조심해요."


말하기 무섭게 아나스타샤에게 무대의 조명이 비췄다.

 

"윽, 뭐야……."

 

"누님, 조심하세요!"

 

갑작스런 환한 빛에 눈을 찌푸릴 때, 무대 뒤에서 쇠뇌살이 날아왔다. 바를로 덕분에 피하긴 했지만 서두르느라 제법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무대 뒤 편에도 누군가 있는 모양이군요."

 

"하하하! 녀석들 꼴이 우습구나! 희극 배우를 해도 되겠는걸."

 

토르사가 정말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그래, 고마워. 이 정도면 주연 배우지. 출연료는 목숨으로 받을 테니 각오해."


고조주사위1
토르사, 일반행동, 천장에 매달린 긴 흰색 천 잡아당김, 바를로에게 무대공격, 바를로 머리 위에 조각상 떨어짐, 6피해.
바를로, 어지러워짐.
파울로스, 짧은행동, 쇠뇌 장전,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7피해, 더러운 수법 1추가피해, 이동행동, 잘 숨음.
지그문트, 코스모스쪽으로 이동.
졸개2,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클라인, 졸개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정밀공격 8피해.
졸개2, 전투불능.
졸개5, 1피해.
클라인, 이동행동, 토르사에게 접근.
아도니스, 지그문트에게 산성화살, 30부식피해, 5지속 부식피해.
지그문트, 전투불능.
아도니스, 앞으로 전진.
아나스타샤, 짧은행동, 화살 조준, 토르사에게 원거리공격, 9피해, 이동행동, 클라인 뒤로 이동.
바를로, 졸개5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왼쪽 객석 사이로 피함, 짧은행동, 극복판정, 판정실패.
졸개5, 코스모스 접근, 공격, 4피해.
코스모스, 비틀거림.
졸개6, 코스모스 공격, 빗나감.
코스모스, 자유행동, 후광 비춤, 졸개6에게 근접공격, 13피해.
졸개6, 전투불능.
졸개5, 전투불능.
코스모스, 이동행동, 로비쪽 왼쪽 벽에 몸을 숨김.


"주연? 자신감이 넘치는구만. 우선 우리 쪽 배우들부터 처리하시고 말하시지?"

 

객석에 서 있던 건달 중 두 명이 아나스타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을, 코스모스와 클라인이 아나스타샤의 양 옆으로 달려와 막아냈다.

 

"오오! 지금 그거! 정말 멋졌어! 마치 양익(兩翼)의 기사들 같았다고!"

 

토르사는 그 말과 동시에, 이번에는 천장에 매달린 흰색 천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나스타샤의 머리 위로 커다란 석고상 하나가 떨어졌다. 아나스타샤는 앞구르기를 하며 석고상을 피했다.

하지만 근처 객석에 건달 한 명이 숨어있었다. 급하게 칼을 꺼냈지만, 적의 단도를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읏…!"

 

"누님, 머리 위!"

 

"뭐?"

 

건달과 대치한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 석고상보다 더 큰 조각상이 떨어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건달도 바를로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각상을 피하며 칼에 찔리느냐, 조각상에 맞느냐, 이 건달을 방패로 쓰는 게 나을지도, 그 짧은 순간 동안 이 순간을 헤쳐나갈 수많은 방안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그러던 와중에 조각상은 아래로 추락했다.

 

퍽─

 

바를로가 아나스타샤의 몸을 밀쳤다. 동시에 아나스타샤와 대치하던 건달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바를로?!"

 

조각상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객석의 일부분은 반파되었고, 오래된 먼지와 톱밥이 휘날렸다.

 

"이, 이 자식아!"

 

아나스타샤는 당혹감에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이렇게 죽으면 어떡해, 멍청한 새끼야! 건달이면 건달답게, 아이고 새 두목이 뒤졌네? 다른 두목 찾아봐야지, 하고 튀어야지……!"

 

"어이, 퇴장한 배우 붙들고 있을 시간 없을 텐데?"

 

토르사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또 다른 건달 한 명이 아나스타샤에게 달려들었다.

 

"크윽………!"

 

무대 위의 두 남자는 아나스타샤들의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하하하!"

 

"이거 정말 재밌구, 윽?!"

 

투둑─ 툭, 투둑─

 

객석이 아닌 무대 위 천장에서 물방울 같은 것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굵기는 점점 거세지더니………

 

"으아아악!! 따가워! 이거 뭐야!! 으악!!"

 

아도니스의 산성 화살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수많은 화살들은 마치 비 같았다.

 

"으아악!!"

 

"지그문트! 제기랄!"

 

무대 뒤에 숨어서 쇠뇌를 쏘던 남자가, 비명 소리에 뛰쳐나왔다. 하지만 로브 쓴 남자는 이미 산성 화살의 비에 피부가 녹아내린 채로 쓰러져 버린 뒤였다. 


고조주사위2
토르사, 바닥을 발로 밟음, 클라인에게 무대공격, 클라인에게 무대 위 단상이 떨어짐, 빗나감.
파울로스, 이동행동, 무대에 나옴,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7피해.
클라인, 이동행동, 무대에 올라감, 토르사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 만회의 일격, 치명타 18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 무대위로 올라감, 파울로스에게 색채분사, 10정신피해.
아나스타샤, 파울로스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16피해.
바를로, 이동행동, 무대 접근, 짧은행동, 극복판정, 극복 성공.
코스모스, 일반행동, 원기 사용, 8회복.


"너는 죽이진 않을게."

 

정문 쪽을 돌아보니 아도니스가 서있었다. 로비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듯, 쌩쌩해 보였다. 아도니스는 객석 정중앙을 자로 질러 바로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어지러운 빛깔들을 정면으로 맞은 쇠뇌를 쏘던 남자는 머리를 부여잡고 기절해 버렸다.

 

"휴. 이걸로 정보를 캐낼 수 있겠어요."

 

아도니스는 칭찬해달라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아나스타샤를 쳐다봤다.

 

'역시 마법사는 사기야.'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전부 쓰러진 걸 보고 객석의 건달들은 뒤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아나스타샤들을 급습할 무언가는 더는 없었다. 그들은 건달들을 손쉽게 쓰러트렸다.

 

"하아, 하아……. 근데, 근데 바를로가………."

 

"저, 부르셨나요?"

 

"으갸악!!"

 

이마가 찢어진 바를로가 피를 흘리며 아나스타샤의 뒤에 서있었다.

 

"너 뭐야! 어떻게 살아있어?"

 

"어라, 설마 저 죽었어야 됐던 건가요? 눈치 없게 부활해 버려서……"

 

"농담은 그만하고."

 

"누님이랑 대치하던 그 건달을 방패막이 삼아 충격을 완화시켰죠. 음…… 머리를 조금 다치긴 했지만, 육포가 되는 것보단 나은 편인 것 같군요."

 

바를로는 조각상이 떨어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먼지 연기가 사라진 그곳엔 조각상에 깔려 죽은 건달 한 명이 있었다.


고조주사위3
토르사, 짧은행동, 클라인에게 정제된 꿈잎사귀 가루 뿌림, 빗나감, 클라인에게 근접공격, 9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아치 뒤의 커튼속으로 이동.
파울로스, 아도니스에게 접근, 비수 공격, 7피해, 순수 16이상, 3추가 피해.
클라인, 토르사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치명타 15피해.
아도니스, 파울로스에게 냉기광선, 9냉기피해.
파울로스, 전투불능.
아나스타샤, 무대 위로 이동.
바를로, 무대 위로 이동.
코스모스, 왼쪽 계단으로 이동.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아나스타샤들은 터덜터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제일 먼저 올라간 바를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꿈팔이는 어딨습니까?"

 

"어딨긴, 여기 쓰러진 세 명 중에……"

 

없었다.

 

고조주사위4
토르사, 짧은행동, 클라인에게 정제된 꿈잎사귀 가루 뿌림, 3정신피해.
클라인, 쇄약해짐.
토르사, 클라인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클라인, 토르사에게 근접공격, 17피해.
토르사, 체력 5회복, 가운데 아치 이용, 바닥문을 통과해 도망.


"아니, 그 산성 화살 속에서 어디로 도망친 거야?"

 

"이 바닥, 무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배우 전용 승강기가 있습니다."

 

꿈팔이가 서있었던 장소를 조사하던 클라인이 말했다.

그 말에, 아나스타샤는 주변의 여러 장치들을 건드려 봤지만 작동하는 건 없었다. 거기다 바닥 문은 아주 두꺼워서 부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젠장, 중요한 한 명을 놓쳤어."


"극장인 이상, 무대 뒤쪽에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더 있을 겁니다. 어차피 지하에선 밖으로 나가기 어렵습니다. 극장을 좀 더 살핀 후 쫓는 게 어떠신지요."


"그래요. 어차피 더 수상한 쪽은 약장수보다는 마법사 로브를 입고 있는 쪽이었어요."


"네, 그리고 꿈팔이가 쇠뇌를 든 남자를 파울로스라고 부르더군요."


"파울로스? 랜든의 쪽지에 쓰여있던 이름이잖아요."

아나스타샤는 기절한 파울로스를 조사하기로 했다.
파울로스는 신비의 지배자들이 입는 푸른 로브를 입고 있었으며, 가지고 있는 소지품은 아무것도 없었다. 로브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벗겨보자, 가슴 쪽에 어떤 그림이 살짝 보였다. 상의를 들추니, 시체왕의 상징이 심장 바로 위의 가슴 쪽에 그려져 있었다.

"시체왕의 수하입니다. 랜든의 동료였던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는 확신했다.


"우선 도망가지 못하게 기둥에 묶어두고, 정신을 차리면 심문해보죠."

아나스타샤의 말에 다들 파울로스를 묶어둘 만한 도구를 찾았다. 그리고는 무대 가장자리에 있던 두꺼운 밧줄과 쇠사슬을 가져와서 파울로스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럼 저희는 극장을 더 조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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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토르사

토르사는 무대 밑 공간으로 떨어지자마자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끔찍한 산성비였다. 1초라도 늦었다간 자신도 지그문트 같은 꼴이 되었으리라.

"파울로스! 날 좀 도와줘!"

토르사는 자신의 동료, 졸개들을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젠장, 전부 1층에 있는 건가."

 

강도들 사이에 마법사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런 빈민들이 넘치는 소굴에 저런 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다니. 역시 마법 도시는 마법 도시란 건가.

 

정말이지, 이상한 녀석들에게 잘못 걸렸다. 위층의 녀석들은 무사할까? 내 사업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사업이 커졌다지만 고작 약장수들에게 마법 강도?

 

애초에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일지도 모른다. 마약 가게를 운영하는데 인신매매꾼들의 손을 빌리다니. 같은 불법적인 일이라고 해도, 엄연히 범죄에는 '급'이라는 게 있었다. 어쩌면 위험한 강도들이 들어닥친 것도 그런 녀석들과 연관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토르사는 더 이상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과, 곧 적들이 이곳을 눈치채고 다가올 것이 두려웠다. 아무리 사람 목숨 따위 하루살이와도 같은 취급을 받는 용 제국이라지만, 여기서 끝이라니. 토르사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아니, 아직 남은 게 있었다. 지하실의 내 귀염둥이들. 위대하신 청왕님께 바치려고 키우던 것들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무대 뒤에는 창고가 셋, 그리고 화장실이 있었다. 창고 하나는 이곳이 극장이던 시절의 자재와 그 밖의 잡동사니가 가득 차 있었다. 나머지 둘은 생활공간 겸 간단한 식당과 부엌으로 개조된 곳이었다. 이곳에는 음식과 꿈 잎사귀 주머니 말고 있는 게 없었다.
복도에는 극장 밖으로 통하는 뒷문이 있었지만, 철판과 못으로 막혀 있고 건물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쌓여있어 전혀 사용하지 못할 문이었다. 꿈팔이도 이곳으로 나가진 않았을 것 같았다. 남은 건 바닥 문. 저게 지하로 향하는 문인 걸까?

무대 뒤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이 지하실로 내려가려는 때, 기절한 파울로스를 묶어뒀던 무대 쪽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으아악!!!"

서둘러 달려가 확인해보니 파울로스가 죽어있었다. 시체를 조사한 결과, 자결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레이슨 때와 비슷한 결말이었다.

그들의 동료라면 이럴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 뒀어야 했는데. 기절했다고 생각해 안이하게 대처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붙어서 깨어날 때까지 감시라도 할 걸 그랬네요."

아나스타샤는 혀 끝을 차며 무대 뒤로 발을 돌렸다.


"지하에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자신의 아지트인데 아무런 장치도 안 해놨을 리 없겠죠."

바를로는 자신이 덫 감지에 일가견 있다고 말하고는 제일 먼저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에 앞장섰다. 그리고 그 뒤를 아나스타샤, 코스모스, 아도니스, 클라인 순으로 따라갔다.

바를로, 덫 감지 기능판정 : d20 (20)+통찰 (2)+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 성공

"오, 계단 맞은편에 수상한 구멍이 있네요. 여기 세 번째 칸도 상당히 수상하군요. 아무래도 다치는 게 좋은 게 아니라면 이런 건 건드리지 않고 피하는 게 좋겠죠?"

아나스타샤들은 바를로의 주의를 듣고서 수상해 보이는 부분을 조심히 피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바를로는 또 다른 함정은 없는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바를로, 덫감지 기능판정 : d20 (11)+통찰 (2)+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 성공

바를로는 왠지 모르게 지하의 어둠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에 따라오는 아나스타샤들을 제지하고 조용히 온 신경과 감각을,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에 사용했다.

아주 작게 시익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인다고 느낀 게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쉿, 지하에 무언가 있는 것 같군요. 토르사 말고 다른 무언가요."

무언가 있다는 말에 아나스타샤들은 숨을 죽였다. 그렇게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와 드디어 지하실 바닥에 당도했다.


어느덧 어두컴컴한 지하에 익숙해진 눈으로 둘러본 지하는, 술 저장고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쪽 벽에는 3m짜리 술통이 둘 있고, 한 때 포도주 병이 쌓여있었을 듯한 빈 선반들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줄지어 있었다. 그 구석에는 쇠빗장이 붙은 묵직한 나무문이 있고, 반대쪽 벽에는 어두운 아치가 있었다. 아치 너머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저곳에 있지 않을까?

그때, 술통 사이로 커다란 짐승이 휙 지나갔다.

 

"술통 사이에 뭔가 있군요."

"내가 빛 마법으로 주위를 밝힐게. 환해지면 다들 바로 공격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아도니스는 지팡이를 들어 소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지팡이에서 빛무리가 밝게 빛나는가 싶더니, 곧이어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다.

 

 

술통 사이에 있던 것은 검은 드레이크(Drake)였다. 그리고 아치 너머에도 꿈팔이와 그를 지키는 드레이크가 있었다.

 

"윽, 으극……."

 

토르사는 궁지에 몰려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흑드레이크
*이빨 부딪치는 소리*
보통 2레벨 병사 [짐승]
행동순서 : +5
딱딱거리는 입 +7 vs 장갑 : 6피해
순수 16+_대상은 3지속 산피해를 입습니다.
산성 피 : 드레이크가 비틀거리고 있는 동안, 적은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드레이크와 접전중이면 2산피해를 입습니다.

체력 36 / 장갑 18 / 신방 16 / 정방 11


부상당한 토르사
"너희들은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3레벨 리더 [인간형]
행동 순서 : +6
가벼운 철퇴 +8 vs. 장갑 : 9 피해
순수 16+_대상은 어지러워집니다. (극복 가능)
원.대형 쇠뇌 +8 vs. 장갑 : 11 피해
순수 짝수 명중_토르사가 드레이크 하나에게 휘파람으로 명령을 내려, 그 드레이크가 자유 행동으로 딱딱거리는 입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순수 홀수 명중_대상은 5 지속 피해를 입습니다.
두목의 수법 : 토르사의 동료들은 토르사가 일으킨 상태이상 (혼란, 어지러움, 고정, 쇠약)에 걸린 적에 대해 +2 공격 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30 / 장갑 18 / 신방 15 / 정방 13


행동순서 판정 : 바를로 (18), 아나스타샤 (14), 클라인 (14), 아도니스 (12), 코스모스 (4), 흑드레이크1 (24), 부상당한 토르사 (11), 흑드레이크2 (8)

바를로, 드레이크1에게 접근, 근접공격, 11피해, 기세획득.
아나스타샤, 드레이크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드레이크1에게 접근, 강타 선언, 빗나감, 묵직한 일격 1피해, 강타 6추가피해.
아도니스, 드레이크1에게 냉기광선, 10냉기피해.
드레이크1, 비틀거림.
바를로, 드레이크와 접전, 산성피 묻음, 2산피해.
코스모스, 자유행동, 후광, 이동행동, 바를로 뒤로 이동, 드레이크2에게 신앙의 투창, 5신성피해.
드레이크1,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토르사, 이동행동, 대형 쇠뇌 장전, 바를로에게 원거리공격, 11피해, 순수 홀수 명중, 5지속피해.
바를로, 비틀거림.
드레이크2,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바를로는 불빛이 켜지자마자 술통 사이의 드레이크에게 덤볐다.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기 이전에 기습을 당한 드레이크는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피는 강한 산성을 띄고 있었다. 그걸 몰랐었는지, 피가 튀는 걸 신경 쓰지 않은 바를로는 산(酸) 피해를 입고 말았다.

 

"으앗! 뜨거!"

 

산 피해에 움찔한 바를로의 뒤로, 꿈팔이는 대형 쇠뇌를 장전하여 그에게 쏘았다. 그는 대형 쇠뇌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괜찮아?!"

 

"하, 하하……. 아직까지는 무기를 휘두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나스타샤의 걱정에 바를로는 괜한 허세를 부렸다.

말을 그렇게 했다고 해서 정말 괜찮은 건 아니었다. 1층에서도 부상이 있었으니까.

 

"네가 중갑 전사도 아닌데, 자꾸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서지 마. 각자 포지션이라는 게 있는 거야.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러실까."

 

"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방패막이를 해주던 졸개들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순간 무모해졌을 수도 있겠죠."

 

바를로는 쇠뇌살에 맞은 채로 생글생글거렸다.

 

"헛소리하는 걸 보니까, 역시 멀쩡한가 보네. 부축해줄 필요는 없겠어. 저 구석에서 방해 말고 쉬고 있어."

고조주사위1
바를로, 5지속피해, 드레이크1에게 회피의 일격, 12피해, 오른쪽으로 이탈, 기세획득, 극복판정 성공, 지속피해 상처 회복.
드레이크1, 전투불능.
아나스타샤, 드레이크2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19피해.
클라인, 드레이크2에게 접근, 근접공격, 정밀공격 13피해.
드레이크2, 전투불능.
아도니스, 이동행동, 술통 근처로 이동, 토르사에게 냉기광선, 8냉기피해.
코스모스, 토르사에게 접근, 응징 선언,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응징 5추가피해.
토르사, 코스모스에게 공격, 9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실패.

 

아나스타샤가 바를로를 신경 쓰는 동안, 클라인이 비틀거리는 드레이크를 마저 처리했다.

물론, 그는 갑옷을 입고 있고, 입지 않은 부분조차도 무두질이 잘 된 가죽을 두르고 있었기에, 드레이크의 피는 소용없었다.

 

술통 사이의 드레이크가 쓰러지자마자, 이번에 꿈팔이 앞을 가로막고 지키던 드레이크가 달려들었다.

아나스타샤는 바를로에게 덤벼들지 못하게 드레이크에게 활을 쏘았고, 드레이크의 목 부분에 제대로 뚫고 들어갔다. 드레이크는 고통에 그르릉대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드레이크를 클라인이 바로 베어 넘겨 쓰러트렸다.

 

순식간에 자신의 드레이크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코 앞에서 본 꿈팔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내가 정성 들여 키운 드레이크들이……!"

 

고조주사위2
바를로, 토르사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6추가피해.
아나스타샤, 토르사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토르사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정밀공격 14피해.
토르사, 전투불능.

꿈팔이를 막아서는 것이 없어지자, 코스모스가 바로 꿈팔이에게 달려들었다. 꿈팔이는 철퇴로 도끼를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코스모스의 완력이 훨씬 강했다. 꿈팔이는 뒤로 자빠졌다.

꿈팔이는 지지 않고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코스모스에게 정제된 꿈 잎사귀 가루를 뿌렸다. 될 대로 되란 심정인지 품 속의 꿈 잎사귀 가루를 전부 뿌린 것 같았다. 그 양이 엄청나 코와 입을 소매로 가렸음에도 일부를 흡입하고 말았다. 어찌나 강력한 마약인지, 흡입하자마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코스모스의 정신력이 한 수 위였다. 코스모스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꿈팔이를 제압해 바닥에 쓰러트렸다.


가운데 꿈팔이와 코스모스를 두고, 아도니스와 아나스타샤, 클라인이 그를 포위했다. 꿈팔이는 더 이상 도망치지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이제야 이 싸움이 막이 내리는 순간이었다.

 


 

꿈팔이도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모든 걸 체념한 사람처럼 얌전해졌다. 구석에서 쉬고 있는 바를로가 시야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너, 너 이 자식! 쥐잡이패의 뚜껑따개 아니야?! 설마 내 사업을 방해라도 할 생각이냐! 어, 어, 어쩐지 이상했어! 이 건달 새끼, 내가 공들여 놓은 걸 가로채려고 이런 녀석들을 고용한 거지?!"


"오해 말아주세요. 사업을 가로챈다뇨. 여긴 보호세를 꼬박꼬박 잘 내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데, 제가 아무 이유 없이 풍비박산 내고 싶겠어요? 그저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말입니다."


"대화 좋아하시네! 부하들을 전부, 죽였으면서…… 그놈의 무기부터 치우고 말하지 그래?"

꿈팔이가 궁지에 몰려 소리치자,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면, 정말로 더 이상 공격할 생각은 없어. 그리고 부하들은 죽은 게 아니고 기절시킨 거고. ……몇 명은 사고로 죽었긴 한데, 그건 당신 책임도 일부 있고."

꿈팔이는 아직 흥분한 상태였지만, 더 이상 마구잡이로 무기를 휘두르거나 소리치지 않았다. 꿈팔이가 대화할 의향이 생겼다고 짐작한 아나스타샤는 그에게 다가갔다.

 

"대체 나에게 이러는 이유가 뭐야!"

꿈팔이는 지친 몸을 가까스로 붙들고 외쳤다. 아나스타샤는 그의 외침에 대답해 주었다.

 

"시체왕에게 지령받아 좀비 사건을 계획한 자는 누구지?"


"뭐, 뭐?! 좀비라니……. 난 그런 거 몰라!"


"웃기지 마. 파울로스는 시체왕의 하수인이었어. 네 동료잖아?"

꿈팔이는 아연해진 표정으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그랬군, 그랬던 거였어! 젠장, 그런 녀석들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꼴이……"

아나스타샤는 지금까지의 하수인들과는 다른 반응에 의아했다.

"나는, 그 녀석들과 아무 관계가 없어!"

꿈팔이가 억울해하며 말을 시작했다.

 

"나는 엘돌란에서 새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드라켄할에서 왔어. 위대하신 그분, 청왕님의 부하……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일방적으로 그분을 따르는 이들 중 하나였지. 시체왕이라고?! 내가 왜 그딴 악당과 손을 잡겠어!"

 

청왕도 악당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재앙이라고 말하려다 꾹 참았다.


"그럼 위층의 저, 로브를 쓴 두 녀석들은 뭐야?"


"그 녀석들은 내가 마약 가게를 차린 뒤에 찾아온 녀석들이야. 군말 없이 '사회의 낙오자들'을 수집하는 것을 도와주면 공짜로 일을 해 주겠다고 했지. 그…… 난 이곳에 연줄도 없고, 공짜로 영업을 해주는데, 마다할 수 없는 제안이었지……."

 

말끝을 흐리는 걸로 보아, 꿈팔이도 그들을 받은걸 후회하는 것 같았다.

꿈팔이의 이야기는 그랬다. 그들의 제안을 수락하고,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엘돌란에 연줄을 만들어 사업을 운영했다고 했다.

보수 대신 상품성이 없는 저질 꿈 잎사귀를 지그문트와 파울로스에게 넘기곤 했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극장으로 꾀어내 극장의 지하실에 감금했다고 한다. 꿈팔이는 이 모든 걸 묵인해 줬다고. 그러다 가끔씩 그들이 감금된 사람들을 데리고 갈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사람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그문트와 파울로스는 가장 질이 나빴다. 시체왕의 하수인이란 껍질을 떼고 봐도 사회의 암적인 쓰레기 같은 자식들이었다. 마약 밀매, 납치, 감금, 살해, 시체 훼손……. 온갖 범죄를 모아놓았다.

 

"그걸 알면서도 그냥 뒀다고? 너도 똑같은 납치범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뒤늦게 발을 뺀다고 했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그런 인신매매꾼들은 뒤를 봐주는 거물이 있기 마련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위험한 짓은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녀석들의 일이랑은 상관없어. 아니, 전혀 상관없다고는 안 하겠지만 시체왕에 관해선 잘 모르는 일이야!"


"그래도 그 녀석들이랑 일한 지 좀 됐으면 걔네들이 뭐하는 애들인지, 또 다른 동료가 없는지 조금이라도 알 거 아냐.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동료……? 아, 사실 나도 그 녀석들 약점 한둘 얻고 싶어서 조사한 적이 있는데, 엘돌란에서 시체를 구하는 자가 또 있더라고. 근데 그거 그들과 동업자인지는……"

 

꿈팔이와 대화를 하던 와중에 지하실 출입구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콰앙─!!

 

무대의 두꺼운 바닥 문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문을 뚫고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와이트(Wight) 한 구가 서 있었다.

그 와이트는, 이미 인간을 초월해버린 엄청난 속도로 꿈팔이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었다.

엄청난 양의 피가 사방에 튀었다. 꿈팔이의 목은 몸에서 떨어져 나가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고, 사방은 꿈팔이의 살점과 피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토르사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바로 꿈팔이 코 앞에 있었던지라, 순식간에 지나간 상황에 잠시 얼이 빠졌던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빠르게 경계태세를 취한 채로 뒤로 물러나 확인한 와이트는, 파울로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파울로스……? 아까 죽은 게 아니었나?"

 

"와이트로 부활한 거예요. 아까 그 시체왕의 표식이, 어둠의 의식의 증거였었나 봐요."

 

아도니스는 흑마법에 대비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지식을 익혀놔야겠다고 중얼거렸다.

 

"너희는 이해하지도 못하는 강대한 힘에게 거역하고 있다.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와이트 파울로스는 메마른 언데드 목소리로 도발을 했다. 그리곤 방금 전 꿈팔이의 목을 물어뜯었던 것처럼, 당장에라도 덤벼들 자세를 취했다.

 


 

와이트 파울로스
"주인님께서 곧 너희도 지배해 주실 거다!"
4레벨 방해자 [언데드]
행동 순서 : 라운드마다 누구보다도 먼저 행동합니다.
취약 : 신성
생명을 뽑는 손톱 +9 vs. 장갑 (2회 공격) : 5 피해
순수 짝수 명중 또는 빗나감_와이트가 비틀거리지 않는 한, 이 공격은 5 지속 음에너지 피해를 함께 줍니다.
초인적인 운신 : 전투마다 2회 (한 라운드에는 한 번), 와이트 파울로스는 자유 행동으로 몸을 부자연스럽게 비틀어 그 차례의 물러서기 판정에 +5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체력 45 / 장갑 20 / 신방 16 / 정방 13


행동순서 : 파울로스, 아나스타샤 (21), 바를로 (15), 클라인 (14), 아도니스 (9), 코스모스 (7)

 

파울로스, 아나스타샤 공격, 5피해, 2번째 공격, 5피해, 5지속 음에너지피해, 자유행동, 초인적인 운신,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아나스타샤, 비틀거림, 파울로스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치명타 18피해, 이동행동, 물러나기, 판정 실패.

바를로, 파울로스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물러남.

클라인, 파울로스에게 접근, 근접공격, 묵직한 일격 1피해, 자유행동, 만회의 일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아나스타샤에게 잔상 사용.

코스모스, 파울로스에게 신앙의 투창, 4신성피해.

 

와이트는 가장 가까이 있던 아나스타샤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였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어느새 코 앞까지 와 있었다. 와이트는 변형된 단단한 손톱으로 아나스타샤를 공격했다. 음의 기운이 넘치는 손톱은 상대의 체력을 빼앗았다. 어떻게든 양손에 검을 들어,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와이트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다시 한번 상처를 입은 아나스타샤는 고통에 비틀거렸다. 클라인과 코스모스가 달려와 와이트를 공격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몸을 기괴하게 비틀며 전부 피해냈다.

 

"이게, 와이트의 속도인가."

 

클라인은 혀를 찼다.

그 같은 중갑 전사는 와이트와의 싸움에서 불리했다. 이럴 경우엔………

 

"네에~ 상황을 보니 제가 나설 차례군요."

 

고조주사위1

파울로스,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2번째 공격, 빗나감, 자유행동, 초인적인 운신,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판정 성공, 아나스타샤로부터 떨어짐.

아나스타샤, 5음에너지피해, 짧은행동, 무기교체, 파울로스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음에너지 극복 판정 실패.

바를로, 파울로스에게 접근, 근접공격, 6피해.

클라인, 파울로스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묵직한 일격 2피해, 짧은행동, 바를로에게 치유물약 건네줌.

바를로, 짧은행동 치유물약 섭취, 8회복.

아도니스, 파울로스에게 냉기광선, 완전히 빗나감, 바를로에게 1피해.

코스모스, 파울로스에게 신앙의 투창, 치명타 9신성피해.

파울로스, 비틀거림.

 

"다친 주제에 무슨……."

 

"쫑알쫑알 떠들 여유가 있나 보지?"

 

와이트는 누가 더 나타나든 말든 시체왕의 종복으로 다시 태어난 이상, 어느 것도 무섭지 않았다.

이 얼마나 굉장한 힘인가! 이 힘만 있다면 엘돌란을 쓸어버리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어쩌면, 시체왕과 소통하고 있는 그 자를 넘어설 수 있을 것도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그 자 대신 외눈왕의 총애를 받을 수 있을지도.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와이트는 징그럽게 턱관절을 움직이며, 바를로에게 달려들었다. 저런 비실거리는 쥐새끼는 문제 될 것도 없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응……?"

 

"음, 조금 빠르긴 하네요. 이거 두 번 피하는 건 힘들겠는데." 

 

누구도 자신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자만심을 가지고 있을 때는, 동시에 방심하기도 좋은 때였다.

바를로는 몸을 접어 공격을 피하며, 와이트의 뱃가죽에 칼을 찔러 넣었다.

 

"크악!!"

 

와이트는 예상치 못한 아픔에 바닥을 굴렀다. 와이트가 됐다고 하더라도, 그전까지는 싸움에 젬뱅이인 인물이었다. 고통이 크지 않더라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일 테니 당연하겠지.

 

"제법인데, 바를로."

 

"하하."

 

'이거, 바를로를 치료하면 쓸만해지겠는데.'

 

"코스모스, 나 말고 바를로를 먼저 치료해 줄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클라인, 혹시 치유 물약을 바를로에게 줄 수 있나요?"

 

"상관없습니다."

 

"아아, 이렇게 귀한걸……. 감사합니다."

 

바를로는 코스모스의 안수 치료를 받으며 치유 물약을 섭취함으로써, 완벽하게 체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아도니스, 저번에 저에게 걸어줬던 잔상 마법? 그거 지금 사용할 수 있나요?"

 

"네! 아나스타샤께 사용해 드릴까요?"

 

"아뇨, 저 말고 바를로에게 써 주세요."

 

"네??"

 

아도니스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이었지만, 바를로에게 제대로 주문을 걸었다.

 

"갑자기 제게 이러시는 이유가 뭔가요…….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드는데요."

 

바를로는 답지 않게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후후, 바를로. 네가 활약할 차례야. 이 잔상 마법이라는 것은, 네 움직임을 상대방이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 움직일 때마다 잔상이 남게 되는 마법이야. 체력도 회복했겠다, 네 속도라면 문제없겠어."

 

"네??? 말이 됩니까, 이게??!"

 

"호호, 물론 우리 넷도 구경만 하진 않을게. 충분히 엄호할 테지만, 그래도 네가 주요 타깃이 돼서 힘내 주렴."

 

"너무하십니다!"

 

그 사이 와이트가 일어났다. 피는 멎었지만, 칼에 찔린 게 어지간히 분했던지 바를로 쪽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차피 파울로스는 널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흐아아……!"

 

바를로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았다.

 

"하아, 네. 두목이 까라면 까는 게 졸개가 할 일이죠, 뭐."

 

고조주사위2

파울로스,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2번째 공격, 5피해, 이동행동, 물러나기, 판정 실패.

아나스타샤, 파울로스에게 원거리공격, 7피해.

파울로스, 전투불능.

 

와이트는 한번 점찍은 사냥감을 처리하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한번 바를로에게 달려들었다. 바를로는 와이트가 팔을 휘두르는 방향에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바를로의 이동경로에 수많은 잔상이 지나갔다. 덕분에 어느 것이 진짜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는지, 와이트의 두 번째 공격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거기다 피해를 입어서인지 전보다는 확연히 속도가 느려진 것이 눈에 보였다. 클라인은 와이트의 움직임을 포착해 옆구리를 베었다.

 

"큭!"

그 때문에 와이트가 잠시 멈칫한 사이, 아도니스가 냉기 광선을 쏘아서 몸을 얼렸다. 완전히 얼어버린 건 아니었고, 냉기 때문에 움직임이 느려진 정도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코스모스는 와이트에게 신성 주문인, 신앙의 투창을 날렸다.

 

와이트는 어찌 되었든 간에, 다시 한번 되살아난 언데드 중 하나였다. 그리고 언데드는 신선 공격에 취약했다.

강력한 신성 공격에 와이트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다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물론이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연달아 계속된 전투에 부상이 심한 아나스타샤뿐만 아니라 다들 많이 지쳐 보였다. 

 

"이제 더 이상의 적은 없겠죠? 설마 또 다른 녀석들도 와이트로 부활하려나……?"

 

"제가 나가서 표식을 확인하고 올게요. 그동안 아나스타샤는 좀 쉬세요."

 

"아도니스 혼자는 위험하니까 코스모스랑 같이 가도록 해요. 혹시 시체가 깨어나더라도 코스모스의 신성 주문이라면 괜찮겠죠."

 

상대적으로 덜 지쳐 보이는 클라인을 보낼까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도니스와 클라인을 붙여놓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아도니스는 코스모스와의 동행에는 불만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짧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극장의 조사

"별 다른 표식이나 이상은 없었어요."

 

1층의 조사를 마치고 온 아도니스가 입을 열었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마음 편히 지하 조사를 계속해도 되겠어요."

 

우선 파울로스였었던 재를 발로 훑었다. 재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시체였을 때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다음에는 목이 날아간 꿈팔이의 시체를 확인했다.

 

"으으……. 끔찍하게도………."

 

"아나스타샤, 제가 조사하겠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보다 꿈팔이였던 파편들을 조사해 주시겠어요? 뭐 날아간 게 있는지 싶어서요."

 

아나스타샤는 꿈팔이의 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는 몇 가지 비싸 보이는 장신구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기 목이었던 부분에 마법 물품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전리품 : 마법적인 곰 발톱 목걸이 (은으로 된 곰 발톱이 달린 은 목걸이)

 

클라인 쪽에서는 무언가 수확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곰 발톱 목걸이였다. 착용하면 생명력이 늘어난다는 마법이 걸린 목걸이로, 희귀한 마법 물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것도 아니었다.

바를로는 목걸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토르사, 상상 이상으로 수완이 좋았던 모양이군요. 이렇게 비싸 보이는 목걸이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자릿세로 선물을 더 받았어야 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클라인은 목걸이를 탐내는 바를로를 무시하고선, 아나스타샤에게 건넸다.

 

"아나스타샤께서 착용하는 건 어떠십니까?"

 

"저는 생명석의 목걸이가 있잖아요. 듣기로는 마법 물품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여러 개 착용하면 안 된다던데……. 클라인이 착용하는 건 어때요? 항상 전방에서 싸우잖아요."

 

"저는 따로 마법 물품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체력에 자신 있다 자부합니다만……"

 

"전형적인 마법 불신자의 답변이구만."

 

아도니스가 클라인을 보며 비웃었다.

 

"아나스타샤가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갖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나스타샤'라는 부분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 도발은 아도니스에게 잘 먹혀들어 간 것 같았다. 아도니스는 곰 발톱 목걸이를 착용하는 클라인을 보며 이를 갈았다.

 

 

이번엔 지하실에 들어올 때부터 수상하다고 여겼던 구석에 있는 쇠 빗장 나무 문을 조사하기로 했다. 빗장을 들어 올리니, 다른 잠금장치 없이 쉽게 열렸다. 벽돌로 된 방은 텅 비어있었으며 피와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에 난 손톱자국과 내부의 상태로 보아 최근까지 누군가 있었던 것만 확실해 보였다.

 

"이곳에서 납치한 사람들을 감금해 놓았나 봅니다."

 

클라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나스타샤 역시 이 방이 상당히 불쾌했다.

 

"더 이상 볼 필요 없겠어요. 술 창고나 계속 조사하죠."

 

술 창고의 한쪽 벽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가 있었는데, 위에는 잉크와 깃펜이 있었고 별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책상의 서랍이 잠금장치로 잠겨있는 상태였다. 매우 수상하다.

 

바를로 잠금해제 기능판정 : d20 (9)+민첩 (3)+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 성공

 

바를로는 잠긴 서랍을 보자마자, 자신이 가진 도둑용 도구인 락픽을 들더니 능숙하게 책상을 열었다.

 

'……나보다 실력이 좋네. 앞으로 이 사람들 앞에서 문 잘 딴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겠군.'

 

"어떤가요? 쓸모 있는 능력이죠, 누님?"

 

"나도 잠금해제 마법을 쓸 수 있거든?"

 

"전 힘으로 부술 수 있습니다."

 

"………난 참 능력 있는 동료들이 많아서 좋다. 하, 하, 하."

 

전리품 : 30gp

 

서랍에는 30gp가 든 주머니, 그리고 토르사의 사업 장부가 있었다.

장부의 내용을 확인해보니, '기타 수입' 항목 아래에 지난 한 달간에 세 번, 돈이 들어온 기록이 확인되었다. 내용은 '감방 사용료 및 시체 배달료'로 되어 있고, 지급인은 파울로스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토르사가 적어 놓은 글귀가 덧붙여져 있었다.

 


 

부두 구역에서 부랑자를 비싼 값에 산다는 아에르토에 관한 소문을 조사할 것.

아에르토가 저 녀석들과 같은 편일까?

그들이 시체를 어디에 쓰는지 알게 된다면, 그를 빌미로 파울로스와 그 두목에게 협상해 돈을 더 받을 수 있겠지.

 


 

"파울로스 말고도 시체를 구하는 사람이 더 있었나 봐요."

 

"대체 인신매매를 하면서까지 시체를 구할 이유라는 게 있을까요? 이 쪽도 시체왕의 수하일 가능성이 있겠어요. 한 번 조사해봐요."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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