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돌란의 그림자8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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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8

 

 

Murder will out.

살인은 반드시 탄로 나는 법이다.

 


 

아플 때는 한 번쯤 억지 부려도 괜찮다

아나스타샤들은 안장 구역의 숙소에서 전처럼 4인실을 잡았다. 그리고 아도니스의 방은 개인실로 따로 잡았다. 여러 명이 있는 비좁은 방보다는, 깨어나고 나서도 편히 쉴 수 있을 테니까.

 

아나스타샤는 먼저 나서서 아도니스를 간호하겠다고 했다. 코스모스는 자신이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걱정되어서 제대로 잠을 못 이룰 거예요. 옆에서 상태를 직접 보는 게 나아요."

 

모두 방으로 돌아가고 조용한 방 안에는 아도니스와 아나스타샤, 둘만 남았다.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이마 위에 물수건을 얹으며 그의 긴 머리를 옆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얼굴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도니스와 만나고 짧은 시간─아도니스는 아니겠지만─이었지만 그는 정말 재능이 넘치고 뛰어난 인물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첫 만남 때,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서가 아니다. 그런 게 아니어도, 누구라도 아도니스의 행동을 본다면 알 것이다.


처음엔 아도니스가 말하는 감정이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어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제 아무리 열렬한 감정이어도 그의 길고 긴 감정도 어느 순간 변하게 되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아도니스의 마음에 보답해주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누구든 왔다가 떠나기 마련이니까, 굳이 마음 한편에 자리를 내어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란 걸 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지금의 자신도, 내세에 존재할 자신에게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리라.

 

대체 어떻게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던 걸까?

 

그걸 이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존재한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처럼.

이 짧은 시간 동안 쌓아올린 인연조차 이런데, 그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마음이 쉽게 무너질 리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아나스타샤."


"아도니스? 깨어났어요?!"


"네……. 눈을 떴는데 바로 아나스타샤가 보이니 좋네요."

아도니스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아나스타샤를 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지만, 평소와 같은 힘은 없었다.


"다행이에요. 쓰러졌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아나스타샤는 쓰게 웃었다.

"… 아니에요. 제가 동료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 더 강해져야 하는 게 맞죠. 이런 이상한 놈들이 시비를 걸지 않을 만큼."


"아나스타샤……. 제가 계속 옆에 있을게요. 아나스타샤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람이 되게 도와줄 거예요."

아도니스는 누운 채로 아나스타샤의 손을 꼭 잡았다. 기운이 없어 힘이 없는 건지, 일부러 조심스럽게 잡는 건지 모를 손길이었다. 아나스타샤는 거부하지 않고 그의 손을 같이 쥐며 미소 지었다.

"더 쉬어요. 오늘은 제가 옆에 있을게요."


"아뇨, 아나스타샤는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아도니스."

 

"네??"

 

"흠흠, 이런 말을 제 입으로 직접 하긴 뭐하지만…… 같이 있어주겠다고 할 때 옳다구나, 하고 승낙하세요. 거부해봤자 아도니스만 손해거든요? 쓰러져서 저의 간호를 받는 거, 두 번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아니면 또 쓰러질 작정이세요?"

 

"엣."

 

아도니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아나스타샤의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거기다 우리, 아직 시체왕의 하수인들을 다 처리 못했잖아요. 또 습격받을 수도 있다구요. 아에르토 녀석, 우리가 쫓는 이들과 동료였다구요. 그 녀석이 우리가 준 돈으로 암살자라도 보내면 어쩌게요? 아도니스는 아직 몸이 다 안 나았으니까 혼자 있으면 안 돼요."

 

"히힛, 그렇군요."

 

몰아치는 잔소리에 잠시 멍했던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쿡쿡대기 시작했다.

"왜 웃어요? 웃을 일 아니잖아요, 지금."

 

"아뇨아뇨, 하핫…. 그냥 좋아서요. 아나스타샤가 지금 엄청 걱정해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알면 됐네요."

 

웃음을 멈춘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의 손에 볼을 부비기 시작했다.

"그러면요, 제가 잠들 때까지 계속 같이 이야기 나눠줘요."


"그 정도야, 뭐."

그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두 명은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등잔 공방에 들어가기

점등사 길드원들은 주로 등잔 공방을 근거지로 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때문에 점등사 길드의 수석 마법사인 아를리사 덴트도 등잔 공방에 있을게 분명했다.

그래서 방문한 한낮의 등잔 공방은 전에 왔을 때에 비하자면 사람도 거의 없고 조용했다. 탑 꼭대기에 주황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던 등잔도 불이 꺼져있었다. 문이 열려 있는 걸 보면, 운영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닌 모양이었지만.

 

아나스타샤들은 열린 정문을 열고 들어갔다. 접수대에는 저녁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금발머리의 접수원도 있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텅 빈 접수대의,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긴 끈을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늙은 노움 점등사 한 명이 안쪽 문을 열고 나왔다.

"무슨 일이오?"

아브로스도 그렇고 수석 마법사로 추정되는 아를리사도 그렇고, 전부 등잔 공방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 점등사 길드의 다른 이들은 이 일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전에 이곳에 찾아왔을 때도 평범한 사람들 같아 보였으니까. 말 몇 마디로 그 사람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적대감을 대놓고 드러내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결론은, 아를리사를 만날 방법을 적당히 꾸며내야만 한다는 거였다.

아나스타샤, 설득 기능판정 : d20 (12)+매력 (2)+레벨 (1) vs 보통 (15) / 성공

"아를리사, 님을 만나러 왔어요. …아브로스에 대한 일로 찾아온 거예요."

그레이슨의 본명이 아브로스이며, 그가 점등사 길드의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이름을 숨기고 활동하고 있던 만큼, 아직 그의 사망 소식이 길드에 전해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왜 그가 직접 오지 않고?"

아나스타샤는 어찌 말을 해야 먹힐지 고민했다. 그러자 클라인이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대신 입을 열었다.

클라인, 설득 기능판정 : d20 (17)+매력 (1)+레벨 (1) vs 보통 (15) / 성공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그가 죽었다. 그와 관련해서 공방의 담당 마법사에게 전할 것이 있어 찾아왔지."

 

클라인이 한 말은 꽤 좋은 변명거리였다. 이 말은 거짓말도 아닌지라 탄로 날 걱정도 없을 테고. 그는 정말로 죽었으니까. 아나스타샤들의 손에.

 

"! 어찌 그런 일이!"

점등사는 아브로스가 죽었다는 말에 상당히 놀랐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면 당신들은 아브로스와 무슨 관계인 것이오?"

아도니스, 설득 기능판정 : d20 (7)-매력 (1)+레벨 (1)+수석 (3) vs 보통 (15) / 실패

"아브로스와는 몇 번 교류를 하며 친해진 일이 있었어. 나는 제국 마법 학교 출신이거든. 엘돌란의 마법 학교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났지."


"아브로스와 어울리기에 당신은 너무 젊지 않소?"

아도니스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거 참, 사람을 못 믿네."

점등사에게 한 마디 할 기세였다. 이 의심 많은 노움 점등사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바를로가 재빨리 말을 가로채며 수습했다.

바를로, 설득 기능판정 : d20 (14)+매력 (3)+레벨 (1)+마법학교 (2)+마법적 장난 (4) vs 보통 (15) / 성공

"하하, 요즘 엘돌란의 마법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중 자는 학생의 눈썹을 마법으로 몰래 하얗게 만들어 놀래키는 장난이 유행이라죠? 이 마법사님은 다른 도시의 학생들은 어떤 재미난 일을 꾸미는지 궁금해서 엘돌란의 마법 학교 출신인 아브로스와 교류한 겁니다. 아직 노는 게 더 재밌고, 호기심도 왕성할 나이지 않습니까? 아브로스도 분명 호라이즌에선 학생들이 뭐하고 노는지 궁금했을 겁니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자신이 그런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걸 들키면 부끄러우니 숨긴 거겠지요. 사실 그런 재밌는 일에 나이가 어딨겠냐마는……."


"오~ 그렇소? 그래서 호라이즌은 어떤 장난이 유행이오?"

노움 점등사는 관심 있는 주제인 듯 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노움들은 대체로 재밌어 보이는 일에 관심이 많고, 상대를 놀라게 하거나 웃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예 인생의 목표가 장난치기인 장난꾸러기 노움들도 많았다.

분명 이 점등사도 그런 노움들 중 하나일 것이다. 저 경계 많은 점등사가 바를로의 말에 완전히 경계를 푼 걸 보면.

"……이런 게 유행이야."

아도니스는 지팡이를 들어, 접수대의 끈에 소마법을 걸었다. 점등사는 끈을 잡아당겨 보았다.

뿡!

끈을 잡아당길 때마다 방귀소리가 났다.

"껄껄껄~ 환청 소마법을 이용한 거요? 이거 참, 이 마법을 의자에 걸어놓으면 앉을 때마다 이런 소리가 나겠구먼!"

'거 정말 악독하군.'

"아 참. 아를리사 님을 만난다고 했었지? 뭐…. 아브로스가 죽은 것은 당신들도 슬픈 일일 텐데, 붙잡아서 미안하오. 나머지는 아를리사 님과 만나 해결할 일이겠지. 안내해 주겠소."

점등사는 낡은 마법봉을 휘두르더니, 금색과 녹색을 띤 작은 올빼미 모양의 길잡이 정령을 소환했다.

"이 분들을 아를리사 님의 사무실로 안내하거라."

그는 정령에게 명령을 하고선 아나스타샤들을 돌아보았다.

"나는 문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아를리사 님께 가려거든 이 정령을 따라가 보시오."


노움 점등사가 소환한 정령을 따라 공방의 2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은 사무실과 회의실이 대부분으로, 적은 수의 사람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등잔 공방은 대부분이 저녁 시간에 활동을 하거나 일을 하기 때문에, 낮동안에는 필요 최소한의 인원이 근무하는 것이겠지. 낮동안 공방에 방문하는 사람을 상대하고, 고장 난 가로등 수리를 한다던가 말이다. 나머지는 합숙실에서 수면을 취하거나 집에 있을 것이다.

 

아를리사의 사무실은 공방의 탑이 있는 위치의 반대쪽에 있었다. 들어가자 비서의 방으로 보이는 작은 방이 나왔다. 비서의 방은 잉크와 깃펜이 놓인 단순한 나무 책상이 있었고 천장까지 닿는 책장이 둘 있었다. 크기는 사방 6m 정도 되어 보였다. 책장 안에는 각종 장부와 사업 문서가 쌓여 있었다.
비서는 일 때문에 나가 있는지, 자리에는 없었다.


비서의 방을 지나, 문이 없는 아치를 지나가면 가로 12m 세로 9m의 회의실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무거운 타원형 테이블과 의자 여덟 개가 놓여 있었다. 방의 구석에는 1m 정도 되는 크기의 비싸 보이는 가고일 석상 네 개가 각기 다른 자세로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끝에는 아를리사의 방으로 통하는 닫힌 문이 보였다.
길잡이 정령은 도착했다는 의미인 건지 방 문 주위를 빙빙 돌더니 사라져 버렸다.

아나스타사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방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백한 피부에 풍성한 검은 머리를 가진 인간 여자가 다른 여자 한 명과 같이 있었다. 저 '높아 보이는' 검은 머리 여성이 아를리사일 거라고 짐작되었다. 그는 그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보고서를 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빠 보이는 그는 방문객을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누구냐? 뭘 하러 왔어?"


"…아브로스가 죽었어"

 

"그렇군. 공방의 노동자가 한 명 줄었으니 안타깝게 됐어. 다른 마법사들의 일이 바빠지겠네."

 

아를리사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아브로스랑 관련이 없는 사람인 걸까?

아나스타샤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아브로스가 호객 광장에서 일어난 좀비 습격과 연관이 있다는데."

 

"흐응, 처음 듣는 소린데."

 

처음으로 아를리사가 이쪽을 쳐다봤다. 옆에 서 있던 여자도 같이.

 

"당신도 호객 광장의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있지?"

"우리 길드의 평판을 떨어트릴 생각인 거야?하. 코르넬리우스는 대체 경비를 안 서고 뭐 하는 거야?"


"평판을 떨어트릴 생각이라면 당신에게 안 찾아왔지. 당신,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 일원이잖아?"

 

아나스타샤는 제스킬의 일기에 쓰여있던 단체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자 아를리사의 한쪽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점등사 길드의 아를리사가 아를리사 덴트가 맞았군.'

그의 눈에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계산이 오고 간 것 같았다. 그리고 계산을 마친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짜증 나도록 끈질긴 거냐. 아직도 살아서 여기에 발 붙이다니."

 

그리고 그는 발뺌을 해봤자 소용없다고 결론 지은 모양이었다.

 

"우리를 습격하라고 지시한 게 너였구나."

 

"그래. 너희들이 끼어들면 내가 곤란하거든. 하지만 어차피 이제는 더 상종할 일 없겠지. 내가 직접 너희들을 주인님께 보내 주마. 영원히!"

아를리사의 호통에 같이 있던 여자도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 역시 등잔공방에 잠복해 있던 탐구회의 일원이었나 보다.


 

아를리사 덴트
"너희들이 끼어들면 내가 곤란하거든."
2배 위력 3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 순서 : +8
지팡이+7 vs. 장갑 : 15 피해
원.비명지르는 유령 해골 +8 vs. 신방 (단거리의 같은 집단에 있는 적 1d3명) : 6 마력 피해 및 5 지속 음에너지 피해
순수 16+_대상은 죽어가는 사람의 비명을 들어서5 지속 정신피해를 입습니다.
빗나감_3 지속 음에너지 피해.
시체왕의 충복 : 아를리사는 체력이 0으로 떨어져도 다음 차례가 끝날 때까지 죽지 않습니다. 몸 주변에 검은 그림자가 감돌아 쓰러지지 않게 해 주고, 아를리사는 다음 차례에 마지막 숨으로 단거리에 있는 1d6명의 적에게 비명지르는 유령 해골을 쓰고 죽습니다.
저주받은 노예 영혼들 : 전투마다 2회, 아를리사는 대성공이 아닌 공격에 맞으면 자유 행동으로 (그러나 한 라운드에 한 번만) 자기가 죽여서 속박한 영혼을 불러냅니다. 이 유령이 아를리사와 공격자 사이에 끼어들어, 공격자는 공격 판정을 다시 해야 합니다. 아를리사가 이 능력을 쓸 때마다 비명지르는 유령해골의 피해가 모두 1점씩 줄어듭니다 (지속 피해, 발동 효과 피해, 빗나감 피해 포함).
마법사의 도약 : 전투마다 두 번, 아를리사는 이동 행동을 써서 시야 내에 있는 단거리의 장소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 75 / 장갑 17 / 신방 13 / 정방 18


탐구회 잠복자
"외눈왕 만세!"
2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 순서 : +5
지팡이+7 vs. 장갑 : 5 피해
원.약화의 광선 +8 vs. 신방 : 5 음 에너지 피해. 대상은 다음 번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저해됩니다.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은 또한 다음 번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취약해집니다.
시체왕의 술수 : 전투마다 한 번, 탐구회 잠복자는 무기 공격에 맞았을 때자유 행동으로 그 공격에 대해 무기 피해 저항 16+을 얻습니다. 해골의 언데드 능력을 얻는 것입니다. 이 능력을 사용하면 전투 내내 얼굴과 손이 해골로 변합니다.
체력 30 / 장갑 18 / 신방 12 / 정방 16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6), 바를로 (20), 아도니스 (20), 클라인 (19), 아를리사 (14), 잠복자 (14), 코스모스 (6)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활 시위겨눔, 아를리사에게 원거리공격, 9피해.
아를리사, 자유행동으로 저주받은 노예 영혼 사용.
아나스타샤, 아를리사 공격 재판정,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아를리사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문쪽으로 이동, 짧은행동으로 창성학 사용, 아를리사에게 산성화살, 40부식피해, 5지속 부식피해, 수호학 적용.
클라인, 잠복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빗나감 묵직한 일격으로 1피해.
아를리사, 이동행동으로 마법사의 도약, 회의실의 중앙으로 이동, 코스모스에게 비명지르는 유령해골, 5마력피해, 4지속 음에너지피해, 아도니스도 피해입음, 순수 16+으로 4지속 정신피해.
코스모스, 비틀거림.
아를리사, 짧은행동으로 가고일1,2에게 명령내림.


아를리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해골 얼굴을 한 유령이 비명지르며, 아나스타샤들을 덮쳤다. 아도니스는 아를리사가 마음껏 마법을 쓰게 두지 않았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자신도 산성 화살을 날렸다.

 

"크읏……!"

 

아를리사의 고운 피부 한쪽이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자신이 노예로 부리는 유령 하나를 소환해 피해를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유령은 끔찍한 저승의 소리를 지르며 사라졌다.

다시 한번 냉기 광선을 뿜어냈다. 그러자 비틀거리던 아를리사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지?!"

 

"순간이동이에요!"

 

아도니스는 서둘러 아를리사가 사라진 자리에서 마력의 잔영을 읽어냈다.

 

"흐야압!"

 

챙─!

 

아를리사가 아나스타샤의 뒤에서 나타났다. 클라인이 빠르게 막지 않았으면 그의 흑마법에 직접적으로 피해 입을 뻔했다.

 

"쳇……."

 

아를리사의 공격이 막히자, 이번에는 아를리사와 같이 있던 탐구회의 일원이 지팡이를 휘둘러 왔다.

덕분에 아를리사는 공격 후 반격당하지 않고 뒤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는 회의실 쪽으로 물러났다.

회의실에 이동한 그는 어떤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마법에 문외한인 아나스타샤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지만,
마지막 말만큼은 똑똑히 들었다.

"나의 가고일들이여, 이 방에 있는 자들을 섬멸해라!"

회의실 네 귀퉁이 중 아를리사의 방 문 쪽 벽에 있던 가고일 석상 두 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고일은 일어나며 몸을 펴더니 머리를 이쪽으로 돌렸다. 가고일들을 부리는 주문이였던 것이다. 

"마법사의 방에 가고일 석상이 있으면 당연히 의심을 했어야 했던 건데!"

 

아도니스는 아를리사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가고일 석상을 미리 부숴놓지 않은 것에 대해 한탄했다.

 


 

하급 가고일
가고일이 일어나며 몸을 펴더니 머리를 이쪽으로 돌립니다.
3레벨 수호자 [인공물]
행동 순서 : 아를리사 바로 다음.
뾰족한 손톱 +7 vs. 장갑 (2회 공격) : 4 피해. 대상은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가고일에 대한 물러서기 판정에 -5 페널티를 받습니다.
순수 16+ : 가고일이 대상에게 자유 행동으로 송곳니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특수 발동] 송곳니+8 vs. 장갑 : 5 피해
돌 가죽 : 가고일은 순수 홀수 근접 공격을 당했을 때 절반 피해만 입습니다.
체력 36 / 장갑 20 / 신방 18 / 정방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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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1,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2회째 공격, 빗나감.
가고일2,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4피해, 2회째 공격, 4피해.
잠복자, 클라인에게 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코스모스, 극복 판정 성공,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짧은행동으로 자신에게 안수치료, 7회복,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가고일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가고일은 회의실에 있던 바를로와 코스모스에게 각각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분명 '돌'일 텐데도 불구하고 원래 움직이지 못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상당히 빠르고, 날카로웠다.
코스모스는 가고일의 손톱을 방패로 막아냈지만, 팔이 떨리고 있었다.

보통 저 정도 되는 돌 석상의 무게는 100kg은 거뜬하다. 살아 움직이는 가고일이 되었다고 해서, 원래 재질과 무개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그런 가고일이 자신의 체중을 싫어하는 공격을 힘으로 막으며 버텨내고 있으니 힘든 게 당연했다.

 

바를로에게 갔던 다른 한 마리는 이미 힘으로 바를로와 아도니스를 날려버린 뒤였다. 두 명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바를로!"

 

그리고 바를로에게 볼일이 끝난 고블린은 코스모스를 공격하는 데에 합세했다. 저것마저 더해진다면 코스모스는 석상에 깔려 납작해지고 말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서둘러 가고일 하나를 검으로 내리쳤다. 하지만 아나스타샤의 단검은 돌에 약간의 흠집을 낼 뿐이었다. 심지어 시선조차 끌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아나스타샤."

 

코스모스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코스모스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신성족들이 태생부터 가진 빛의 힘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며 귓바퀴의 날개깃을 흩날리는 코스모스는 그야말로 천사의 현신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후광이 비추자, 가고일들이 눈─모양으로 조각된 것─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양 팔로 가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법 생물이라고 하더라도 앞을 보려면 눈이란 게 존재는 하니까요."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이동행동으로 회의실로 이동, 가고일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가고일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기세 획득, 7피해, 가고일2에게서 이탈.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나기, 판정 실패, 가고일1에게 근접공격, 5피해, 4지속음피해, 짧은행동으로 음에너지 저항물약 마심, 극복 판정 성공, 비틀거림.
클라인, 잠복자에게 강타 선언,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11피해.
잠복자, 시체왕의 술수 사용, 5피해만 받음.
클라인, 5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아를리사쪽으로 이동.
아를리사, 클라인에게 비명지르는 유령 해골, 빗나감 2지속 음에너지 피해, 짧은행동으로 가고일1,2에게 명령, 5지속 부식피해, 극복판정 실패.
가고일1, 아도니스에게 공격, 4피해, 2회째 공격, 빗나감, 자유행동으로 송곳니공격,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가고일2, 코스모스에게 공격, 4피해, 2회째 공격,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잠복자, 회의실 입구로 접근, 아도니스에게 약화의 광선, 빗나감.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짧은행동으로 자신에게 안수치료, 9회복, 아를리사에게 신앙의 투창, 8신성피해.
아를리사, 자유행동으로 저주받은 노예 영혼들로 공격 막음.
코스모스, 공격 재판정, 9신성피해, 파괴의 성물 힘으로 1추가 신성피해, 8추가 신성피해.


그 사이, 사무실 안의 탐구회의 잠복자를 쓰러트린 클라인이 회의실로 나왔다. 그리곤 코스모스의 후광 때문에 주춤거리는 가고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클라인은 가고일을 벤다기보단 검으로 뭉개고 두드리듯이 공격했다.

 

'애초부터 가고일과의 싸움에 검과 활은 아무 도움이 안 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크윽… 아나스타샤! 시전자를 쓰러트리는 겁니다! 아를리사를 공격해야…"

 

가고일의 무시무시한 손톱과 주먹에 맞아 기절한 줄로만 알았던 아도니스가 아를리사를 공격할 것을 조언했다. 

 

마법은 보통 시전자를 공격하면 사라진다. 그렇지 않은 마법도 있겠지만, 그게 기본 원리였다.

 

"입 다물어!"

 

멀찍이 가고일에게 명령을 내리던 아를리사가 아도니스를 향해 마법을 퍼부었다. 아도니스는 공중에 떠다니는 두개골들에게 물어뜯겨 바닥을 몇 번이나 뒹굴었다.

 

'아를리사……! 그래, 코스모스와 클라인이 가고일을 상대하는동안 저 녀석을…!'

 

아나스타샤는 회의실 중간의 큰 테이블을 쓰러트려 엄폐물을 만들고 아를리사에게 화살을 쏘았다.

 

"꺄악!"

 

아도니스의 산성 화살에 녹아 약해진 피부에 화살을 맞은 아를리사는, 고통에 주저앉았다.

 

"아가씨, 가고일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습니다!'

 

아도니스의 말처럼 아를리사를 공격하는 게 정답이었던 모양이었다.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가고일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가고일2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7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나기, 판정 성공, 회의실 테이블 아래 숨음, 일반행동으로 원기 사용해 회복.
클라인, 아를리사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정밀공격으로 24피해.
아를리사, 전투불능.
가고일1, 아를리사 전투불능으로 움직임 멈춤.
가고일2, 아를리사 전투불능으로 움직임 멈춤.
클라인, 클라인 2지속 음에너지 피해, 극복판정 성공.
잠복자, 아도니스에게 약화의 광선, 2음에너지 피해, 이동행동으로 아를리사 책상 뒤에 숨음.
아도니스, 취약,저해 상태 됨.
코스모스, 잠복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나스타샤는 테이블 뒤에서 아를리사를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쏘았다. 감질나는 공격에 화가 난 아를리사는, 테이블을 날려버리기 위해 다른 주문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휘익─

 

버터나이프 하나가 아를리사의 등 뒤에 날아와 꽂혔다.

 

"커헉…!"

 

그리고 다시 한번 다른 단검이 아를리사의 뒤를 한 번 더 찔렀다.

마지막 공격이 치명상이었는지, 아를리사는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아를리사가 쓰러지자,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난 건 바를로였다.

 

"바를로! 기절했던 거 아니었어…?"

 

"제 주특기인 죽은척이죠."

 

바를로는 가고일에게 맞아 파랗게 멍든 오른쪽 이마를 만지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아를리사가 쓰러지자, 가고일들도 전부 움직임이 멈췄다. 두 석상 전부,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공격하던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가고일의 포즈가 제각각이었던 건 이 때문이었나.'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아를리사의 몸을 검고 퀴퀴한 연기가 감싸기 시작했다.

"!! 설마 또 언데드로 부활하려는 건가!"

 

옛 극장에서의 와이트로 변한 파울로스가 떠올랐다. 아나스타샤들은 주춤거리며 무기를 들었다.

 

'파울로스도 엄청 강해졌는데, 뛰어난 마법사인 아를리사가 언데드가 되면 얼마나 강해지는 거지…?!'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아를리사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저 연기만 넘실거리며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할 뿐이었다. 그 연기도 금방 사라져 버렸다.

 

"괜찮은… 거겠죠?"

 

"어휴, 깜짝 놀랐네요."

 

아를리사의 시체가 다시 바닥에 떨어지자, 아도니스가 로브자락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원 참.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공은 다 가져가 버리네."

 

"설마, 마법사님… 아를리사가 빙의한 언데드?!"

 

"뭔 개소리야. 니도 너처럼 죽은 척 좀 했다, 왜."

 

아무래도 첫 번째 버터나이프는 아도니스의 칼이었던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대마도사님이 보내주셨던 음 에너지 저항 물약이요, 엄청 효과가 좋더라구요. 미리 그걸 먹어두니까 흑마법도 별 거 아니던데요~"

 

엘돌란에 도착했을 때, 귀여운 자두색 빛무리가 가져다주었던 그 물약이었다.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대마도사님은 선견지명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아무래도 약간은 가지고 계시겠죠? 예언의 힘 같은 거?"

 

"진짜예요?! 그냥 한 말이었는데…."

 

'대마도사는 정말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잠복자에게 접근,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2피해.
바를로, 잠복자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2피해.
아도니스, 일반행동으로 원기써서 회복, 4회복.
클라인, 잠복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아를리사, 시체왕의 충복으로 마지막 일격, 클라인에게 비명지르는 유령해골, 아나스타샤들 전부에게 4마력 피해, 3지속 음에너지 피해.
잠복자,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코스모스, 이동행동으로 테이블 던짐 기능판정, d20 (6)+근력 (4)+레벨 (1) vs 보통 (15) 실패, 잠복자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근데 아를리사가 빙의했다는 게 뭔 소리예요?"

 

"아, 그게………"


아도니스에게 아를리사의 이상 징후를 설명하려는 사이, 아를리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분명히 의식이 없고 눈이 뒤집어져 있을 터인데도 아를리사의 입이 스스로 움직였다.
아도니스는 그게 무엇인지 눈치챈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 조심하세요!!"

아를리사의 손이 들어 올려지더니, 싸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큰, 두개골의 형상을 한 어둠의 기운이 전방위로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은 방 전체를 휘감았다. 아나스타샤들은 무덤에서 피어난 폭풍 속 한가운데에 던져졌다. 온몸의 생명력들이 빠져나가, 마치 갓 장례를 치른 시체처럼 깨끗한 산송장이 될 것 같았다.

 

"부디 저희에게 가호를…."

 

코스모스는 무릎이 꺾였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무릎 꿇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는 열렬한 신도처럼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었으니.

아나스타샤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빛의 신들 중 아무나의 발끝을 붙잡고 사정하고 싶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었으니까.

 

그때, 코스모스를 중심으로, 어두운 기운을 정화시키는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점 커져 5명 전부의 몸을 감쌌다.

 

"이건…."

 

신성한 빛은 어둠의 폭풍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우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폭풍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 어둠을 전부 빨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다들 괜찮아요?"

다섯 명 모두 무사했다. 코스모스가 불러온 그 기적 같은 빛 덕분이리라.

고조주사위4
아나스타샤, 잠복자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2피해.
바를로, 잠복자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5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아를리사 방에 들어감, 잠복자에게 냉기광선, 13냉기피해.
잠복자, 전투불능.


"대체 그 빛은 무슨 능력이었어요?"

 

"성기사도 사제의 주문을 쓸 수 있었지? 흠, 근데 사제의 신성 주문 중에 그렇게 강력한 광역계가 있던가? 안전지대 주문…? 어쨌든 덕분에 살았지만."

 

아도니스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전부 빛의 신의 가호입니다."

 

코스모스는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체 뭐였을까. 갈수록 코스모스의 정체에 궁금함만 더해졌다.

 



아나스타샤들은 쓰러진 아를리사의 몸을 먼저 조사했다. 그가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부터 이미 시체왕의 하수인이라는 증거 중 하나였지만, 보다 확실한 증거를 위해 필요한 절차였
다.

아니나 다를까, 아를리사 역시 파울로스처럼 심장이 있는 쪽 가슴에 시체왕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코스모스, 언데드 부활여부 확인 기능판정 : d20 (9)+지능 (3)+레벨 (1)+종교인 (2) vs 보통 (15) / 성공

"이 자는 아까 전의 공격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데드로 부활은 하지 않을 거예요."

코스모스가 확인을 마치자, 모두들 안심했다.

 

전리품 : 모험가급 불 저항물약 (16+)

"우와, 역시 엘돌란의 명망 있는 점등사 길드의 등잔 공방 수석 마법사! 방에 귀중품이 정말 많네요! 심지어 우릴 공격했었던 가고일, 자세히 보니 눈이 상당히 질이 좋은 흑마노(黑馬瑙)로 되어있군요!"

바를로는 아를리사의 사무실과 회의실의 보물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 만난 물고기였다.

"바를로, 우린 도둑이 아니잖아. 안 그래도 이들의 수석 마법사가 죽었는데, 물건까지 가져갔다가는 괜한 트집을 잡힐 텐데."

 

"에이, 그래도 이렇게 많은데 하나 좀 가져갔다고 알까요?"


"에휴, 정 가지고 싶으면 이 불 저항 물약이나 가져가."


"역시 누님은 뭘 좀 아십니다."


"…이왕이면 보석 같이 어디다 팔아먹어야 하는 것보다야, 비싼 데다가, 쓰고 나면 흔적도 안 남고, 전투에 도움 되는 게 더 좋지."

 


 

아를리사 사무실 수색

아를리사의 방을 조사하던 와중, 그의 책상에서 아주 수상한 편지가 나왔다. '가라도스'라는 인물에게서 온 것이었다.

"가라도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바를로를 제외한, 모두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가라도스라면 이 점등사 길드의 수장입니다. 점등사 길드는 귀족 마법사인 '케스미르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 당주가 가라도스죠. 명망 있는 집안이니, 그냥 엘돌란 어디에선가 들어본 거 아닐까요?"

 

"아……. 접수원에게 들었던 것 같기도."

아나스타샤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긴 했지만, 바를로의 설명에 수긍했다. 그때, 코스모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라도스가 누군지 생각났습니다. 학교 구역의 골동품점을 운영하던 노인 아닙니까?"


"아~ 맞네.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더라니. 그 사람이 길드의 수장이었군요. 귀족치고는 되게 소박하고 착해 보이던데. 그럼 이 쪽지는 단순히 길드 관련 내용인 걸까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를리사가 소지하고 있는 이상 검증이필요했다. 정말 길드 업무적인 내용인지 확인하기 위해 펼친 편지는, 아를리사가 가진 문신보다도 훨씬 뚜렷한 증거이자, 다음 추적을 위한 단서였다.




아를리사야. 광장 습격의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아브로스가 수레를 준비했고, 목표를 노릴 것이다.

지그문트와 파울로스는 그 전날 밤에 하수도 입구에 버리는 것들을 준비해 둘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 새로운 망자 30명이 금고로 보내질 것이다. 랜든이 적어도 다섯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연구실로 보내줄 수 있겠지.


외눈왕은 이 살육으로 기뻐하실 것이고,
내 개인적인 목적도 달성이 된다.


내 대신 세부 조정을 하고,
우리 사람 하나를 골동품점으로 보내서 좀비 발동 암호를 받아가게 하거라.

 

- 가라도스


 

편지에는 안장 구역의 아브로스, 사원 구역의 랜든, 평민 구역의 지그문트와 파울로스까지. 아에르토는 언급될 가치도 없는 말단인 건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아나스타샤들이 지금까지 만나왔던 탐구회의 일원들이 전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아를리사는 탐구회의 리더가 아니었다.


"말도 안 돼…….그 평범해 보이던 노인이 시체왕의 하수인이고, 이 사건의 주모자라고?"


"여기에 나와있는 '목표'라는 것이 어쩌면 저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골동품점에 들렸을 때 황궁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되어서,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게 처리하려고 한 거겠죠."


"그렇구나. 그래서 코스모스와 클라인을"


"세상에, 케스미르가 당주가 시체왕의 하수인이라니…. 엘돌란도 정말 말세군요. 아니, 원래 말세였나. 대체 시체가 뭐가 좋다고 영혼까지 팔아넘기는 건지."

바를로는 팔을 양 옆으로 벌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범인의 정체에 상당히 어이없어하는 눈치였다.

"그나저나 누님, 아무리 그래도 아를리사는 점등사 길드의 수석 마법사예요. 그런데 그가 죽어버렸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제국은 시체왕의 상징을 지닌 자를 생사 불문하고 두(頭) 당 현상금 30gp를 걸고 있어. 은방패대에 아를리사의 시신을 넘기면 되겠지. 다행히도 시체왕의 표식이 새겨져 있으니까, 다른 증거는 없어도 될 거야. 하지만등잔 공방의 사람들에겐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지…. 뭐, 그들도 결국 그의 몸에 있는 상징과 이 편지를 보면 알아서 상황을 판단하게 되겠지만."

전리품 : 현상금 30gp

"그렇게 되면 엘돌란에 점등사 길드의 수석 마법사가 시체왕의 종복이었단 사실이 퍼지겠군요. 등잔 공방의 평판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저희와 상관없으니 제쳐두더라도… 진짜 문제는 가라도스에게 그 소식이 들어갈 거라는 겁니다."

 

"맞아. 시체를 넘기자마자, 가라도스의 골동품점인 유물 사냥터에 바로 가는 게 좋겠어."

드디어 진상의 막바지에 도달한 그들은, 서둘러 아를리사의 시신을 들쳐업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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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