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스카이림

메인 퀘스트 : 드래곤의 준동 (1)

Game/스카이림

2021. 12. 1.

320x100
반응형

Dragon Rising

영주 발그루프의 궁정 마법사인 파렌가 시크릿-파이어는 황폐한 폭포 고대무덤에서 드래곤석판을 회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드래곤석판은 고대 용 매장지의 지도가 그려졌다고 짐작되는 석판입니다. 그는 이 석판이 드래곤들이 탐리엘로 어떻게, 왜 돌아오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힌트가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드래곤석판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걸 알았을 때 파렌가는 영주가 내 노력에 대해 보상할 것이라며 기뻐했습니다.



영주의 근위대장인 이릴레스 (Irileth) 가 파렌가를 부르더니 연구실로 달려왔다.

이릴레스 : 파렌가, 즉시 따라오시오. 근처에서 드래곤이 목격되었소.

또 드래곤이 나타난건가! 이대론 솔리튜드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이릴레스 : 그리고 자네도 함께 가자.
스텔라 : 네!

파렌가는 이릴레스 뒤를 따르며 신이난 아이처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파렌가 : 드래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어디서 본거지? 무엇을 하고 있던가?
이릴레스 : 자네는 이 일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소. 드래곤이 화이트런을 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

드래곤을 실제로 보면 저런 반응이 안 나올텐데….
나는 고개를 젓곤 계단을 올라갔다. 위를 보니, 영주가 있다는 곳으로 향하는게 우리만은 아니였다.

 

화이트런 경비병 : 아, 이릴레스님!
위대한 발그루프 : 그래서, 이릴레스는 네가 서쪽 망루에서 왔다고 말하던데?
이릴레스 : 네가 나에게 드래곤에대해 말한걸 영주님께 그대로 말해라.
화이트런 경비병 : 어... 맞습니다. 남쪽에서 오는 걸 봤습니다. 엄청나게 빠르고... 그래요, 제가 본 그 어떤 것보다 빨랐습니다.
위대한 발그루프 : 그 드래곤이 무슨 짓을 한건가? 망루를 공격하고 있나?
화이트런 경비병 : 아뇨, 영주님. 제가 떠날 때에는 그저 탑 위를 도는 중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그렇게 빨리 달린 적이 없을겁니다. 아직도 그것이 제 뒤를 따라오는 것만 같습니다.
위대한 발그루프 : 잘했다, 그걸로 충분해. 자네는 이제 막사로 내려가서 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해라. 넌 네 임무를 잘 마쳤다.
이릴레스, 경비병을 모아서 그 곳으로 진군하는게 좋을 것 같군.
이릴레스 : 네, 이미 부하들에게 정문 근처로 집결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위대한 발그루프 : 좋아. 날 실망시키지 마. 마지막으로 이릴레스, 이것은 죽음이나 영광의 임무가 아니다. 그저 우리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이릴레스 :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나머지 이들이 모이는 대로 망루로 출발하겠습니다.

이릴레스는 말이 끝나자마자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갔다. 방금 말한 것처럼 드래곤에 대응하기 위해 정문 근처로 가는거겠지.
이릴레스가 나가자마자, 영주는 파렌가의 드래곤 조사에 힘을 보태준 보답이라며 마법저항이 인챈트 된 가죽 방패를 주었다.

위대한 발그루프 : 승리를 축하할 여유가 없군.
나는 자네가 이릴레스와 함께 가서 그녀가 드래곤과 싸우는 것을 도와줬으면 하는데. 자넨 헬겐에서도 살아남았으니 여기 있는 누구보다 드래곤에 대한 경험이 더 많을테니까.
스텔라 : 네….

경험이 많다고 해봤자, 손도 못쓰고 구경한게 전부인데… 가봤자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네. 그래도 이 마법저항 방패는 드래곤의 화염 브레스를 막는데 도움되겠지?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자네, 나도 함께 가지. 드래곤을 한 번 보고 싶군.
위대한 발그루프 : 안된다. 난 이릴레스와 자네 두 명을 동시에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어. 자네는 이 드래곤들로부터 도시를 방어할 방법을 찾아주게.
파렌가 : 명령하신대로.

발그루프가 서쪽 망루로 가는 것을 막자, 파렌가는 눈에 띄게 시무룩해 했다.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드래곤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자네가 부럽군.

진짜 가봤자 좋을 것도 없는데….

스벤 : 스텔라. 나도 따라가겠네. 원래는 화이트런까지 안내만 하려 했다만, 나 역시 멀찍이서라도 드래곤을 확인하고 싶어.
스텔라 : 다치지 않게 조심만 해.

 

나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경비병들이 모여 있다는 정문 쪽의 경비병영 (Guard Barracks) 으로 갔다. 밤이 된 화이트런의 거리는 낮과는 다르게 한산해져 있었다.

이릴레스 : 지금 드래곤이 서쪽 망루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이트런 경비병1 : 드래곤?
화이트런 경비병2 : 이제 우리가 나설 때인가!
이릴레스 : 잘 들었나! 내가 드래곤이라고 말했을텐데! 그게 어디서 왔는지, 누가 보냈는지 따위는 상관하지 않아. 내가 아는 것 단 한 가지는 그것이 화이트런을 공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뿐이야!
화이트런 경비병1 : 하지만 근위대장님... 우리가 어찌 드래곤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이릴레스 : 좋은 질문이다. 우리 중 누구도 용을 본 적도 없고, 전투에서 용과 맞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없지. 하지만 우리는 실패하더라도 화이트런의 영광을 위해 싸워야 할거다. 이 드래곤은 우리 도시와 가족들을 위협하고 있으니까. 설마 이 괴물에게서 도망치고선 스스로를 노드라고 부를 생각이냐? 아, 나 혼자 이 일을 직면하게 놔두고도?"
화이트런 경비병2 : 아닙니다, 근위대장님!
화이트런 경비병3 : 우리는 다 죽었어...
이릴레스 : 여기에 걸린건 우리의 명예 그 이상이다. 생각해 봐라. 스카이림에 드래곤이 다시 나타났고, 그걸 죽이는 첫 영광은 우리 것이 될거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드래곤을 죽이러 가자!
화이트런 경비병1 : 네!
화이트런 경비병2 : 우리는 당신과 함께할 겁니다!
이릴레스 : 가자.

이릴레스의 연설이 끝났다. 노드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그녀의 도발은 화이트런 경비병들의 사기를 증진 시켰고, 그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외치며 진군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화이트런을 나가 서쪽길을 따라 나서면 불에 타고 있는 감시탑에 점점 가까워졌다. 이 외딴 서쪽 망루 (Western Watchtower) 는 헬겐의 무너진 요새처럼 처참했다.
어느정도 가까워 졌을때, 이릴레스는 주변을 경계하며 진군을 멈췄다.

 

이릴레스 : 조심해라. 우선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해.

그러곤 천천히 감시탑을 둘러보았다.

이릴레스 :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여기에 있었나보군. 우선 흩어져서 생존자를 찾아봐라. 그 드래곤이 또 어디에 숨어있을지 몰라.

우리들은 무기를 들고 탑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탑에 가까워졌을 때, 파괴된 잔해 사이에서 화이트런의 경비복을 입은 사내가 튀어나왔다.

 

화이트런 경비병 : 안돼 물러서 드래곤이 아직 여기 있어! 흐로키와 토어가 도망치다가 붙잡혔어!
이릴레스 : 경비병!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드래곤은 어디 있지? 빨리 말해!
화이트런 경비병 : 잘 모르겠습니다!

감시탑의 뒤 쪽,남쪽 산에서 드래곤처럼 보이는 형채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저 하늘에 떠 있기만 해도 경비병들에게 두려움을 줬으며, 그들은 중얼중얼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들을 겁에 질리게 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부분에서 공포감을 느꼈다. 저 드래곤은 헬겐에서 봤던 드래곤이 아니다. 색도 모양도 전부 달랐다. 헬겐의 검은 드래곤은 마치 사신과 죽음을 형상화한 것 같은 기괴한 모양새였다면, 저 꼬리에 가시가 달린 녹색의 드래곤은 책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화이트런 경비병 : 키나레스 (Kynareth) 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길, 이 곳에 다시 내려오실...
이릴레스 : 여기에 온다. 활을 준비해 활시위를 겨눠!

드래곤은 하늘을 멤돌며 화염 숨결을 내뱉었다. 경비병들은 전멸하지 않도록 일사분란하게 흩어져 화살을 쏘아댔다. 그리고 드래곤이 지상에 착륙하는 순간엔 가까이 다가가 전투망치와 도끼를 내려찍었다. 나 역시도 방패로 몸을 지키며 검을 찔러 넣었다.

미르뮬니어 : 너는 제법 용감하군. Balaan hokoron. (가치있는 적) 네 패배는 나 Mirmulnir (미르뮬리어) 에게 명예를 가져다 줄거다. Brit grah.(아름다운 전투)

미르뮬니어? (Mirmulnir) 이 드래곤.. 말을 하고 있잖아? 드문드문 알아들을 수 없는게 섞여있긴 하지만…… 뭐지?
난 주변을 둘러봤지만 경비병들 중 누구도 드래곤의 말을 알아듣는 이는 없는 것 같았다.
나에게만 들리는건가?

드래곤은 화염 숨결을 내뱉어 코 앞의 경비병을 태워 죽인 후 다시 날아 올랐다.

미르뮬니어 : 이것이 너희 인간들이 낼 수 있는 힘의 전부냐! 전부 잊어버렸군. Thurri du hin sille ko Sovngarde! (내 주인은 소븐가드에서 너희 영혼에 자비를 베풀거다.)

대충 알았어. 화염 숨결을 내뱉고 나면 이륙하거나, 착륙하거나 둘 중 하나구나. 저 불에 비하면 이빨과 꼬리는 귀여운 편이지. 적당히 맞아주며 공격하자!
드래곤의 움직임에 틈이 보인다. 나는 그 녀석의 목 위에 올라타 검을 마구 찔러넣었다. 검은 제대로 들어갔고, 드래곤은 피를 토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미르뮬니어 : 도바킨 (Dovahkiin) 이라니, 안 돼!

드래곤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완전히 죽어버렸다. 생전 처음 보는 드래곤의 죽음을 알 수 있었던건, 그것의 몸이 비늘 하나하나 불타오르며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화이트런 경비병 : 내가 겪어본 것 중 가장 아슬아슬한 전투였어..
이릴레스 : 무슨 일이지? 죽은건가? 저 덩치 큰 도마뱀 자식이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해야 겠어.

그리고 불타오르는 드래곤의 사체에서 어떤 힘 같은 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영혼의 빈 자리가 서서히 채워지고, 뇌가 아닌 심장에 지식이 새겨지는 기분이였다.

이릴레스 : 모두 돌아가!

이릴레스는 그 광경을 보고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마음을 차분히 추스리곤 소란스러운 병사들을 정숙히 시켰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경비병들의, 드래곤을 죽였다는 흥분과 지금 일어난 기이한 현상들의 놀라움들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였다.

화이트런 경비병1 : 오, 이런 자네가 해냈군! 드래곤을 죽였어!
화이트런 경비병2 : 너는... 드래곤본 (Dragonborn) 이 틀림없어!

드래곤본? 전설 속의 드래곤의 피를 이었다는 그? 내가 왜 드래곤본이야?

스텔라 : 제가 왜 드래곤본이라는거죠…? 그 이상한 힘 같은걸 흡수해서요? 그냥 우연이 아닐까요..
화이트런 경비병2 : 어서 함성을 써보게! 드래곤본이라면 할 수 있을거야!

함성이라면 헬겐에서 그랬고, 지금 이 드래곤이 외쳤던 굉음 같은 소리를 말하는건가?
그런걸 내가 할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할 때, 한 가지 단어가 머릿 속을 스쳤다.
'FUS' 지금 이 단어가 왜 생각나는걸까?

스텔라 : FUS! (힘)

내가 함성을 외치자 앞을 가로막은 모든 엄폐물들이 날아가 버렸다. 드래곤들의 그것보단 약하긴해도 분명히 헬겐을 무너트린 그 굉음이였다.

화이트런 경비병2 : 당신이 한게 바로 함성입니다. 당신은 드래곤본이군요! 당신이 우리편이란게 자랑스럽습니다.

경비병들은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다. 그 소란에 다른 이들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화이트런 경비병3 : 드래곤본? 무슨 소리야?

 

화이트런 경비병2 : 이 사람이 드래곤본일지도 몰라! 전설 속의 바로 그! 우리 할아버지는 드래곤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었는데, 드래곤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랬어. 마치 옛날의 타이버 셉팀 (Tiber septim) 처럼.
화이트런 경비병3 : 타이버 셉팀이 드래곤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화이트런 경비병1 : 그땐 드래곤이 없었어, 이 멍청아. 드래곤들은 지금에야... 다시 돌아오는 중이니까.
화이트런 경비병2 : 아무튼 옛 전설에서는 드래곤본이 드래곤을 죽이고 그들의 힘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마치 저 사람처럼!
화이트런 경비병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릴레스 근위대장님? 말이 없으시군요.
화이트런 경비병3 : 이릴레스님, 당신도 이 드래곤본 이야기를 믿으십니까?

경비병들끼리 드래곤본의 전설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결국 이 해답을 이릴레스가 내주길 바라며 경비병들은 그녀를 돌아봤다.

이릴레스 : 흠.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조용히 하는 편이 훨씬 나을거다. 여기 죽은 드래곤이 있고, 그게 전부다. 이제 우리는 드래곤을 죽일 수 있다는 것. 나는 전설이나 신화 속의 드래곤본 같은건 중요하지 않아. 그저 드래곤을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화이트런 경비병1 :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겁니다, 근위대장님. 이건 노드 (Nord) 만이 이해할 수 있는거에요.
이릴레스 : 나는 탐리엘 (Tamriel) 곳곳을 다녀봤다. 그리고 이것보다 기이한 것들을 많이 봤었지. 나는 너희 모두에게 이야기와 전설보다는 네 자신의 검의 힘을 믿으라고 조언하고 싶군.

그 말에 병사들은 조용해졌고, 이릴레스의 지휘에 따라 감시탑 주변과 드래곤의 뼈 -살가죽과 모든게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릴레스 : 그건 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치열한 싸움이었다. 솔직히 드래곤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드래곤을 물리칠 수 있어서 기쁘군. 네가 우리와 함께 있다는게 말이지.
스텔라 : 저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는건 아니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쁘네요.
이릴레스 : 그래. 아, 우리는 이 곳을 정리해야 하니 넌 즉시 화이트런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거다. 발그루프 영주님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할테니까.
스텔라 : 알겠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 진짜 메인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거겠지?

스벤 : 스텔라 자네... 지금 어떻게 된건가? 드래곤이 죽었잖아!
스텔라 : 나도 잘 모르겠어. 뭐 드래곤본이라는데……
스벤 : 드래곤본? 그게 전설이 아니였단 말인가! 하긴 드래곤도 다시 나타난 마당에.. 대단해! 빨리 영주님께 가보자고. 드래곤을 물리쳤으니 대단한 보상을 내려주실거야!

오.. 그러고보니 그렇네? 자본을 쌓아둬서 나쁠 것도 없지. 기대된다.
우리는 화이트런으로 서둘렀다. 방금 전 일이 아직도 꿈만 같았다. 이 곳이 현실이 아니긴 했지만 더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바로 직전까지 화이트런의 경비병들과 진군하던 이 길도, 스벤과 단 둘 뿐이니 훨씬 더 어둡고 조용해서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DOVAHKIIN!

화이트런의 마굿간 근처에 도착해갈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천둥같은 소리와 함께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벤 : 이게 무슨 소리지! 드디어 세상이 망하려는건가!

나는 조심히 주변을 둘러봤다. 하늘이 정말로 무너진 것도 아니고 대지에도 금 하나 가지 않았으며, 운석이 떨어지거나 화산이 분화하거나 그런 재난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큰 지진이 오기 전의 여진 같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하늘에서 울려퍼진 도바킨…… 아까 미르뮬니어라는 드래곤이 죽기 전 남긴 말과 똑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걸까?

300x250
반응형

메인 퀘스트 :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

Game/스카이림

2021. 11. 29.

320x100
반응형

Bleak Falls Barrow

해드바의 삼촌 알보어는 헬겐에 대한 드래곤의 공격에 대해 화이트런의 영주에게 알리고, 영주에게 리버우드를 보호하기 위해 군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나는 화이트런에 있는 영주 발그루프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영주는 내 도움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보상했습니다.



영주님은 내게 볼일이 더 남은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말을 경청했다.

위대한 발그루프 : 자네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다. 자네같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딱 알맞는 것이지. 자, 내 궁정 마법사 (court wizard) 인 파렌가 (Farengar Secret-Fire) 에게 안내해 주겠네. 그는 드래곤들과 관련된 문제를 조사하고 있지... 그에 대한 정보가 절실히 필요할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방으로 향했다. 아, 전달이 끝나면 바로 솔리튜드로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스카이림을 돌아다니다가 또 드래곤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큰일날테니까. 드래곤과 끝장을 보고 가자.

위대한 발그루프 : 어쩌면 파렌가는 자네에게 조금... 어려운 상대일 수 있겠군. 마법사들이야 원래 그렇지만.

무려 영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어렵다고 말하다니. 어떤 사람인걸까. 애초에 궁정 마법사라니, 정말 판타지스럽다.

위대한 발그루프 : 그는 지금쯤 자신의 연구실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거다. 내 생각엔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성격이 곤두서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러니 그 점은 이해해주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걱정이 앞섰다.

 

위대한 발그루프 : 파렌가, 드래곤에 관한 자네 계획을 도와줄 이를 데려왔네. 그녀에게 부탁할게 있다면 맡기도록. 지금은 어느것보다도 드래곤에 관한 조사가 우선이다. 그것들과 싸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건 뭐든지 필요해.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물론이죠, 발그루프 영주님. 당신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저 역시 그가 유능한 조수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발그루프 영주님은 다시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위대한 발그루프 : 이 일이 성공하면 또 다시 보상을 내리겠네. 화이트런이 자네에게 빚을 지게 되겠지.

영주님이 사라지자, 파렌가라고 불린 궁정 마법사는 갑자기 빈정대는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그러니까 영주님은 도움을 줄 사람으로 당신을 보냈다는거지? 아, 그래. 어쩌면 내 연구를 위해 뭔가를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 예를 들자면 실제로 존재하는지 어쩌는지도 알 수 없는 고대 석판을 찾아 위험한 폐허를 파헤치는 일 같은거 말이야.
스텔라 : 음.. 그 일이 드래곤과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아, 단순 무식한 용병이 아니라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인가? 아니, 어쩌면 학자일지도.
알겠지만, 드래곤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걸 단순한 환상이나 소문으로 일축했었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지만 바보들의 확실한 행동 중 하나는 모든 전제를 무시하는 일이야. 불가능하다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야 정보를 찾을 수 있지. 그래서 난 다방면으로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을뿐이야. 그들은 수백년 전, 드래곤 전쟁 (Dragon War) 이후 어디로 간걸까? 그리고 어디에서 다시 돌아온걸까?

스텔라 : 드래곤 전쟁?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당연히 네가 그 전쟁에 대해 들어 본 적 없을거라 생각했어. 나도 그게 그저 신화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지. 드래곤 전쟁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였어.
아주 오래 전 신화 시대에 스카이림에서 드래곤은 신으로 숭배되었었다. 그 증거로 세계 곳곤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유적들은 사실 드래곤의 사원으로 지어진 것들이야. 대부분이 손실되었지만. 아무튼 어느 시댄가 노드들은 드래곤들에게 반란을 일으켰고, 길고 끔찍한 전쟁 후에 노드는 드래곤들의 지배를 타도했지.

스카이림은 제국의 지배를 바기 전에 드래곤들에게 지배를 받았었구나. 그런 드래곤들이 지금은 그저 전설 속의 존재가 되다니… 당시에 전부 멸종시키기라도 한걸까?

스텔라 : 그렇다면 그 드래곤 전쟁에서 모든 드래곤이 죽기라도 한건가요?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오, 그건 아냐. 물론 많은 드래곤들이 죽긴했지만 많은 드래곤들이 역사적 시대까지 살아 남아 있었지. 그 왜, 이 궁전 역시 발그루프 영주님의 조상 중 한 분이 드래곤을 포로로 잡기 위해 지은 성이라고 하거든. 그래서 이름도 드래곤쉼터라나.

그러고보니, 성 이름이 특이하다곤 생각했지만 진짜 드래곤때문에 지어진 이름이였다니.
아, 신기하긴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자.

스텔라 : 일단 드래곤의 전설이 사실이고 스카이림 곳곳의 유적이 드래곤이 살았던 흔적이라 그런 곳들을 방문해야 되는건 알았어요. 흠.. 그래서 뭘 원하는건데요?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 어딘가에 드래곤석판 (Dragonstone) 이 있다는걸 들었지. 드래곤석판에는 드래곤 매장지가 그려진 지도가 있다고 해. 거기로 가서 그 석판을 찾아오면 돼. 분명 가장 깊은 곳에 묻혀 있을거야. 단순하지?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 지도가 그려진 석판? 거기서 얻은 석판을 하나 가지고 있긴 한데... 설마……

스텔라 : 당신이 말하는게, 이 오래된 돌인가요?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아! 벌써 찾아내 가지고 있던건가? 영주님이 나한테 떠넘기는 근육질 멍청이들과는 다른데! 내 동료가 기뻐할지도 모르겠군.

근육질 멍청이………. 나는 그의 단어 선정에 웃음을 참으며 석판을 건넸다.

스텔라 : 그래서 드래곤석판을 드렸는데, 또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파렌가 시크릿-파이어 : 여기가 자네 임무가 끝나는 시점이며 이제는 머리를 쓰는 작업을 시작할때지.

그럼 화이트런에서의 볼일은 전부 끝난건가?
드디어 다 끝났다싶어 뒤를 돌았을 찰나였다.

이릴레스 : 파렌가!

영주의 근위대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300x250
반응형

메인 퀘스트 : 폭풍 앞에서 (2) + 대장기술 튜토리얼

Game/스카이림

2021. 11. 29.

320x100
반응형

Before the Storm

카밀라에게 파엔달의 편지 전달해 스벤을 음해하려는 계획을 알렸습니다. 이 일에 고마움을 느낀 스벤이 화이트런까지 안내를 해주겠다며 제안해 왔습니다.



스벤이 짐을 챙기러 집으로 간 사이, 나는 장비도 맞추고 해드바네 가족들에게 떠나기 전 감사 인사를 하러 대장간에 들렀다.

 

스텔라 : 가벼운 경갑을 사려고요.
알보어 : 갑옷말이냐? 이 참에 간단한 대장 기술을 배워본건 어떤가?
스텔라 : 알려주시면 감사하죠.
알보어 : 그럼 먼저 가죽 투구 (Leather Helmet) 를 만들어 보지 않겠어? 재료는 여기있다.

나는 알보어의 지시에 따라 모루를 이용해 가죽 투구 하나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만드는거구나. 앞으로 대장간만 빌릴 수 있다면 직접 만들어 입고 다녀도 되겠는걸?

알보어 : 잘했구나. 그러고 보니 자네 강철 검, (Steel Sword) 조금 무딘 것 같은데 그래. 저기 숫돌에서 아무 금속이랑 한번 갈아보겠어?

그냥 새 검을 팔아도 될텐데, 숫돌 사용법까지 알려주시다니.. 친절해!

스텔라 :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검이 새 것 같아졌네요.
알보어 : 그래. 칼날이란건 정성을 들일수록 좋아보이는거지. 아, 아직 대장 기술 수업이 안 끝났단다. 가죽 무두질도 배워야지. 저기 무두질 받침대에서 한 번 해보렴.

나는 사슴 가죽을 받아 무두질을 해 잘 손질된 가죽 두 장을 얻었다.

알보어 : 아, 잘하는데. 가죽이란건 장비를 만든다든가 조정한다든가 들어가는데가 많은 중요한 재료지. 이제 이걸로 가죽 손목 보호대 (Leather Bracers) 와 신발 (Laethr Boots) 도 만들어 봐. 다른 재료들은 여기 있네.

이번에는 알보어의 조언 없이 모루에서 스스로 손목 보호대와 부츠를 만들어 냈다. 혼자 만들어서 그런가, 이번엔 꽤나 엉성한 모양새였다.

스텔라 : 아… 이번건 모양이 좀 그렇네요.
알보어 : 처음치고는 잘했어. 이 속도라면 자네를 조수로 고용해야 겠군.

알보어는 넉살 좋게 넘겼다.
하지만 내가 만든건 상품 가치가 좀 떨어질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알보어 : 영 맘에 안들면 저기 작업 선반에서 강화해보는건 어떤가? 무기를 숫돌에서 강화하듯이 장비는 작업 선반에서 강화할 수 있거든.
스텔라 : 알겠어요.

알보어의 지시에 따라 강화한 방어구는 이제야 제법 쓸만한 모양새를 갖췄다.

알보어 : 재주가좋군. 계속하면 언젠가는 좋은 대장장이가 되겠는걸.
지금 만든 장비들, 그것들은 그냥 가지렴.
스텔라 : 이걸 정말 그냥 가져도 괜찮아요?
알보어 : 그래. 언젠가 자네가 훌륭한 대장장이가 된다면 스카이포지에서 강철을 제련할 때 내가 생각날지도 모르잖냐, 안그런가?
스텔라 : 잘 받을게요.. 알보어 씨는 정말 가족처럼 좋은 분이세요.
알보어 : 하하, 내가 말했듯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도울 수 있어 기쁠 뿐이야.
다만 마을을 떠날거라면 한 가지 도와줄 수 있겠나?
스텔라 :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알보어 : 영주는 드래곤이 나타난 사실을 알아야 해. 리버우드는 무방비 상태니까... 화이트런의 영주 발그루프 (Balgruuf the Greater) 에게 가능한 한 모든 병사를 보내라는 소식을 전해주겠어?
스텔라 : 화이트런? 그러고 보니 솔리튜드로 가려면 거기서 마차를 타야한다는데 어떻게 가죠?
알보어 : 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면 된단다. 폭포를 지나면 바로 보일거야. 화이트런에 도착하고 나면 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가 영주 (Jarl) 의 궁전인 드래곤쉼터 (Dragonsreach) 일거다.
스텔라 : 알겠습니다. 근데 제가 영주님을 처음 봬서 그런데 발그루프 영주님에 대해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뭐 정치적 성향이라든가 성격 같은거요. 주의할게 있나 싶어서.
알보어 : 발그루프 영주님? 그는 화이트런 홀드 (Whiterun Hold) 를 통치하는 선량한 사람이지. 좀 지나치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은 위험한 시기이니까. 그 점이 그를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했지. 요즘 같은 때에 계속 그러진 못하겠지만 말이다.

현재 중립 태세를 취하는 주인 무척 조심스러운 사람인가 보구나. 헬겐 얘기를 할 때, 내가 어느쪽을 도왔는지 구체적으로 얘기 안하는게 좋겠다.

알보어 : 내가 보기엔 그는 울프릭 (Ulfric) 이나 엘리시프 (Elisif) 둘 다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 그렇대도 결국 영지를 위한 일인데 그런다고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겠나? 하지만 난 결국 그가 제국에 충성을 증명할 것이라고 믿는단다. 그는 배신자가 아니니까.
스텔라 : 울프릭은 반란군의 수장이였고, 엘리시프가 누구죠?
알보어 : 아, 스카이림에 처음왔다는걸 잊고 있었군. 엘리시프, 아니, 솔리튜드의 영주였던 토리그 (Torryg) 가 살해당했을 때 그와 혼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은 엘리시프 영주님이였지. 아무튼 울프릭은 알다시피 솔리튜드에 있는 그의 궁전에 걸어들어가 그녀의 남편인 토리그를 살해했어. 그리고 그게 이 전쟁의 시작이였고.
제국은 이 사태를 무시할 수 없었지. 영주들끼리 대왕의 자리를 놓고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끔찍한 과거로 돌아가게 되니까 말이다. 결론은, 울프릭을 원망하는 이 중 하나라는거야.

일종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네. 대신 울프릭이랑 달리 제국 쪽은 솔리튜드의 통치만 영주에게 있고 군사는 툴리우스 장군이 맡는건가 보구나. 어렵고 복잡한 봉건제도..

스텔라 : 그나저나 이 얘기가 나와서 그러는건데, 알보어씨는 역시 제국을 지지하시는거죠? 해드바도 제국군이니까.
알보어 : 물론이지. 스카이림은 항상 제국의 일부였어.
그렇다고 해서 제국이 최근에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탈모어가 단지 탈로스를 숭배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것을 허용한 것은 명백히 잘못이고 정당하게 항의해야 하는 부분이야. 하지만 그게 스카이림을 산산조각내고 제국을 파괴할 가치가 있는 일이냐? 절대 아니지, 울프릭은 이 점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할거다. 노드는 항상 제국을 지원했었고, 제국은 항상 스카이림과 친밀했었어.

내 생각과 비슷하시네. 단순히 제국에서의 독립이면 제국을 상대하면 될 일이고, 탈모어가 문제라면 탈모어라는 공동의 적을 위해 싸워야 될 일 아닐까? 그런 생각. 애초에 알보어는 제국 자체에도 긍정적인 입장 같지만.
어쨌든 스카이림의 정세도, 화이트런 영주의 성향도 알았으니 이제 출발해야겠다. 스벤은 언제 오려나?

 

해드바 : 이제 가는건가?

해드바가 바람이라도 쐬려고 나왔는지 대장간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말을 걸어왔다.

스텔라 : 가야죠. 우선 화이트런부터 들리려구요.
해드바 : 화이트런인가. 여기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돼. 그럼 스카이림의 9개 요새 중 가장 크고 가장 좋은 화이트런 홀드의 수도 화이트런이 나올거다. 아, 그래도 내 말을 전부 믿지는 마.

오.. 그래도 그렇게 허풍 떨 정도로 좋은 도시라는거잖아. 궁금하다.

해드바 : 그럼 행운을 빌어. 솔리튜드에서 보자고.
스텔라 : 네, 쉬세요.

스벤 : 스텔라!

해드바가 사라지자, 엇갈리듯이 스벤이 나타났다.

스텔라 : 바로 출발하자.

 

우리는 마을 입구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 북쪽길을 따라 화이트런으로 향했다. 바로 코 앞에 설산이 있을거라고 생각되지 않을정도로 좋은 날씨에 좋은 풍경이였다. 멀리서 새가 날아가고 사슴과 토끼가 뛰어다니고… 이 곳에 와서 처음 본 것이 처형대라든지 드래곤이라든지 괴물거미나 산적 같은 것만 아니였으면,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넘치는 곳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서바이벌이 아니라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한다고 생각하며 지냈을텐데.
어느덧 구불구불거리는 내리막을 타고 내려가다보니 저 멀리, 거대한 성채와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벤 : 저기가 화이트런이야. 지금처럼 전쟁 중이 아닐 땐 자주 왔다갔다 했는데.

시골 마을들은 전쟁 때문에 주변과 고립되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

 

계속해서 내리막을 내려가다 제국군 군복을 입은 무리를 보았다. 그들 사이엔 내가 전에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입은 사내가 손이 묶인채 끌려가고 있었다.
어쩌면 포로 수송 중인지도 모르겠어. 해드바가 툴리우스 장군이 확실하게 얘기해 주기 전까진 조심하랬지?
나는 그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속도를 늦추기 위해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스텔라 : 그나저나 여기서 화이트런이 보이는 경치가 너무 좋은걸! 저 기름진 밭들과 광활한 평야 좀 봐! 날씨도 너무 좋다.
스벤 : 응? 그렇지. 화이트런 홀드는 스카이림에서 가장 부유한 영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하지만 스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스텔라 : 이야, 사거리잖아? 이래서야 길이 헷갈리겠는걸?
스벤 : 걱정말라고 이대로 서쪽길로 가면 되니까.

스벤 녀석.. 눈치없긴. 제국군들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어쩜 좋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중 왼쪽 편에 건물 하나를 발견했다. 호닝브루 양조장 (Honningbrew Meadery) 이란 곳이였다. 여기라도 들어가볼까?

스텔라 : 스벤, 여기서 술도 마실 수 있어?
스벤 : 아, 호닝브루 양조장이군. 이 곳의 벌꿀술은 끝내주지. 물론 마실 수도 있고. 오른쪽 건물이 주점 건물이야.
스텔라 : 들어가볼래? 내가 한 잔 사지.
스벤 : 정말인가? 고맙군. 당장 들어가지.

나는 스벤을 데리고 호닝브루 양조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신 술은 리버우드 여관에서 마셨던 밀주 (Nord Mead) 와는 확실히 달랐다. 훨씬 진하고 풍미 있는 향이 느껴졌다. 같이 먹은 벌꿀 호두과자 (Honey Nut Treat) 는 호닝브루 밀주 (Honningbrew Mead) 와 정말 잘 어울렸다.

주점을 나온 스벤은 정말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본 다음, 제국군들이 사라진걸 확인하고 출발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밀주를 좋아하나 보구나. 기억해 둬야겠다.

스벤 : 스텔라, 저기 좀 보게!
스텔라 : 응?

스벤이 갑자기 나를 부르며 양조장의 바로 옆, 작물이 잔뜩 심어진 밭을 가리켰다. 거기엔 사람 키의 열 배는 될 법한, 하지만 모습은 사람과 비슷한 거인 (giant) 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스벤 : 거인일세! 그리고 컴패니언 (Companions) 들이 있어! 컴패니언이 있다면 무서워 할 필요도 없지. 한 번 가보자고.

컴패니언? 잘은 모르겠지만 현지인인 스벤이 괜찮다고 하면 그렇겠지. 가보자.

세베리오 펠라기아 : 컴패니언들을 보려고 온건가요? 그렇다면 한 발 늦었소.

우리가 거인의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투가 끝난 뒤였다.

스텔라 : 대단한데요, 고작 셋만으로 이런 거인을 쓰러뜨리다니.
에일라 : 이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하지. 하지만 진정한 전사들이라면 거인을 상대할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호위 형제자매 (Shield-Brother/Sister) 들과 같이 온 것 뿐이야.

오……. 허세 가득하지만 멋있어. 실제로도 가뿐히 쓰러뜨리긴 했으니까.

스텔라 : 근데 호위 형제가 뭐예요?
에일라 : 외부인인가? 컴패니언에 대해 들어본 적 없어? 우리는 전사이고, 영광의 형제와 자매들이야. 그리고 약간의 보수가 있다면 문제를 처리하러 다니기도 해.

 

일종의 전사 길드 같은걸까? 멋있다. 그냥 게임이였으면 가입해봤을텐데, 난 여길 빠져나가야 되는 입장이라 메인 퀘스트하느라 바쁘니까..

에일라 : 관심있어 보이는 눈치인데.
스텔라 : 그냥 조금…
에일라 : 만약 우리와 합류하고 싶다면 요바스카 (Jorrvaskr) 에 있는 코드락 화이트메인 (Kodlak Whitemane) 에게 말해봐. 그 노인은 사람을 보는 눈이 좋거든. 네 눈을 보고 너의 가치를 알아보겠지. 그럼 행운을 빌어.
세베리오 펠라기아 : 제 농장에 나타난 거인을 처리해줘서 정말 고맙소.

그들은 화이트런 쪽으로 가버렸다.

스벤 : 컴패니언들의 요바스카는 화이트런에 있지. 혹시 가입이라도 할건가?
스텔라 : 아니, 다른 일이 있어서.
스벤 : 아쉽게 됐군. 왠지 자네라면 가능할 것 같았거든.
스텔라 : 하하, 좋게 봐줘서 고마워.

우리 역시 앞서 간 컴패니언들처럼, 농장을 지나 화이트런으로 향했다.

 

마굿간과 도개교를 지나면 성벽의 커다란 대문 앞에 도착하게 되고, 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경비원 중 하나가 우리의 앞을 막는다.

화이트런 경비병 : 정지. 도시는 드래곤 때문에 봉쇄되었다.
스벤 : 저는 리버우드의 스벤입니다. 그 드래곤 때문에 리버우드가 영주님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화이트런 경비병 : 리버우드가 위험하다고? 들어가 보는게 좋겠군. 영주님은 도시의 가장 높은 곳 드래곤쉼터 (Dragonsreach) 에 계신다.

스벤 덕분에 문제 없이 도시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혼자왔으면 큰일날 뻔했겠어..

 

도시에 들어가면 입구 부근에서 누군가의 대화소리가 들리는걸 알 수 있었다.

아이돌라프 배틀-본 : 얼마가되든 지불하겠소. 제국군을 위한 검이 더 필요해.
아드리안 아베니치 : 난 단지 혼자서 그 주문량을 감당할수 없다는거에요. 그 완고한 자존심을 내려놓고 에올룬드 그레이메인(Eorlund Gray-Mane) 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건 어때요?
아이돌라프 배틀-본 : 하! 차라리 울프릭 스톰클록 앞에 무릎 꿇고 말지. 그리고 그레이-메인은 절대 제국군을 위한 무기나 방어구는 만들지 않을거요.
아드리안 아베니치 : 좋을대로 하세요. 그 일을 맡겠지만 기적을 기대하진 마시고요.

전쟁 물자를 보급하느라 바쁜가 보네. 일단 난 영주님에게 가는게 급하니까……

아이돌라프 배틀-본 : 넌 그레이-메인 (Gray-Mane) 편이냐, 배틀-본 (Battle-Born) 이냐.
스텔라 : 네?

이런, 제국군 군복을 입은 남자와 마주쳤다. 뭐라 대답해야 날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이돌라프 배틀-본 : 귀에 돌이라도 박혔나. 난 자네가 그레이-메인 편인지 배틀-본 편인지 묻는거야.

아니, 그레이-메인은 뭐고 배틀-본은 뭔데. 맥락도 없이 뭐라는거야.. 아까 이 사람이 그레이-메인을 싫어하는 것처럼 얘기했지? 그럼 역시 배틀-본이라고 대답해야 하나.

스텔라 : 배틀-본 편…일까요.
아이돌라프 배틀-본 : 그럼 잘만났군, 친구. 나는 자네를 보는 순간 한눈에 알아봤지.
스텔라 : 하하..
아이돌라프 배틀-본 : 제국이여, 영원하라.

잘..넘어간 것 같지?

스벤 : 음, 여전히 배틀-본과 그레이-메인은 사이가 안좋군.
스텔라 : 대체 그게 뭔데 그래?
스벤 : 배틀-본 편이라길래 아는줄 알았는데 아니였나?
스텔라 : 전혀. 그냥 적당히 대답한거였지.
스벤 : 그냥 그들은 화이트런의 가장 오래되고 큰 가문이고,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 정도? 요즘 상황까지야 화이트런에 오랜만에 와서 잘은 모르지만 말이야.

그렇구만.. 괜히 복잡한 관계에 얽힌게 아니였음 좋겠는데. 갑자기 그레이-메인 가문의 사람들이 시비거는건 아니겠지?

 

작은 걱정을 안고 정문 바로 앞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큰 시장이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과 상인들을 보면, 새삼스레 이 곳이 도시라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누가봐도 화이트런에 처음 온 사람처럼 어리버리 둘러보고 있으니 스벤이 길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대로 북쪽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어떤 인물의 동상이 있는 광장이 나타났다. 화이트런의 광장은 고즈넉해서 아름다웠다. 잎이 하나도 없는 저 시든 고목 빼고는. 대체 저런 나무를 왜 방치해 두는걸까?

하임스커 : 인류의 자식인 우리를 위하여! 그리고 우린 그 분께 하늘과 땅을 이어받을 것입니다! 엘프들이 아닌 우리가 스카이림을 통치할 것입니다! 영원히!

동상 앞에는 큰 소리로 종교적 연설을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우와, 여기도 서울 시내 한복판처럼 사이비스러운 포교인도 있네. 진짜 대도시 같다. 저 동상도 신상 그런건가?
이 세계와 내 세계가 묘하게 맞물려 있음에 감탄하며 지나갔다.

스벤 : 저 탈로스 신상 옆의 계단이 드래곤쉼터로 가는 계단이야.

아…. 저 동상이 탈로스였어? 뭐 그래. 그럴 수 있지. 기독교인데다 같은 교회 다녀도 이상하게 좀 사이비 삘 나는 그런 사람 있잖아? 오케이, 오케이….

화이트런 경비병1 : 드래곤이 헬겐을 습격했다는군. 어떤 위험이 닥쳐와도 준비는 되어 있지만..
화이트런 경비병2 : 산적들은 나도 처리할수 있지만 드래곤이라니?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어.

영주성 근처에 가까워질수록 경비병들의 대화가 또렷이 들린다. 여기까지 소문이 나있는걸 보면 드래곤이 화이트런을 지나친 모양이다. 경비병들까지 걱정하는걸 보면 일반 시민들의 두려움은 장난아니겠지.

드디어 수많은 계단을 전부 오르고 영주성이 눈 앞에 펼쳐졌다.
되게 높은데 있네. 휴..

스벤 : 그런 말이 있지. 영주님 성이 어딨는지 모를 때는 높은 곳을 찾으라고 말이야. 높은 사람은 높은 곳에 산다, 라고.

……이 대사 어디에서 듣지 않았나? 마비노기라고….
나는 실없이 웃곤 문을 열고 나아갔다.

피아나 : 내가 청소해서 깨끗해진 바닥을 더러운 신발로 더럽히지마!

성에 들어가자마자 성의 하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버럭 소리 질렀다.

스텔라 : 아… 예, 예… 죄송합니다.

그럼 뭐 신발이라도 벗고 들어가야 하나. 그것도 아닐거면서..
까칠한 하녀들을 보고 나와 스벤은 투덜거리며 홀로 걸어들어갔다.

프로벤투스 아베니치 : 맙소사, 저는 그저 주의하기를 당부드릴 뿐입니다. 이런 시기에 경솔하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헬겐이 무너진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글쎄요, 그것이 무엇때문인지는 설명할 길이 없지 않습니까.

알현실로 보이는 거대한 홀에 다가가자 소란이 느껴졌다.
지금 헬겐에 관해 얘기 나누는건가?

 

위대한 발그루프 :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건가? 아무것도 하지말라고?
프로벤투스 아베니치 : 주군, 지금은 성급한 행동을 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가 행동하기 전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위대한 발그루프 : 거기 누구지?

알현실 중앙의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내 쪽을 쳐다봤다. 그리곤 곧이어 붉은 머리의 다크 엘프 여성이 검을 들고 다가왔다.

이릴레스 : 왜 회의를 방해하는거지? 지금 영주님은 방문객의 알현을 허락하지 않는다.
스벤 : 리버우드의 스벤입니다. 리버우드가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는 생각이들어 찾아왔습니다.

이릴레스 : 근위대장 (housecarl) 으로서 나는 영주님이나 그 주변을 위험하게 할 모든 것을 처리해야되지. 자, 내게 그 상황이란걸 설명해봐라.
스텔라 : 제가 드래곤이 헬겐을 파괴한걸 보고 리버우드로 위험한 상황을 알린거에요.
이릴레스 : 헬겐에 대해 알고 있나? 아마 영주님이 너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군. 이쪽으로 와라.

자신을 근위대장이라 소개한 이는 돌아가 영주님께 말을 올렸다.

이릴레스 : 영주님, 방문객입니다.
위대한 발그루프 : 그래서 헬겐에서 왔다고? 드래곤을 직접 본건가?
스텔라 : 제국군이 울프릭을 처형하기 직전에 드래곤이 공격했습니다.
위대한 발그루프 : 이 사건에 울프릭이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았어야했는데!
자, 프로벤투스. (Proventus Avenicci) 이래도 우리는 계속 성벽의 힘만을 믿고 있어야 하나? 드래곤을 상대로?
이릴레스 : 주군, 리버우드에 군대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드래곤이 산 속에 숨어 있다면 가장 즉각적인 위험에 처해 있을 곳입니다.
프로벤투스 아베니치 : 팔크리스 (Falkreath) 의 영주가 도발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는 저희가 울프릭의 편에 합류해 그들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요!
위대한 발그루프 : 그만! 이릴레스 (Irileth) 는 리버우드에 군사 일부를 보내라.
이릴레스 : 네, 영주님.
프로벤투스 아베니치 : 하지만...
위대한 발그루프 : 나는 드래곤이 내 백성을 불태우는걸 멍하니 보고 있지는 않을거다!
프로벤투스 아베니치 : 허락하신다면, 전 제 임무로 돌아가겠습니다.
위대한 발그루프 : 그게 최선이겠지.

자신들끼리의 이야기가 끝났는지 영주님은 그제서야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위대한 발그루프 : 잘했네. 자네는 스스로의 힘으로 날 찾아왔지. 자네는 화이트런을 위해 일해주었고 나는 이 일을 잊지 않을거다. 여기, 이것을 나의 작은 존중의 의미로 생각하며 받아라.

영주님은 옆의 경비병 하나를 시켜 철 갑옷 하나를 나에게 하사했다.
중갑도 필요하긴 하겠지. 가방에 넣어놓자. 엄청 무겁네.



300x250
반응형

리버우드 퀘스트 : 황금 발톱 (3) + 사랑스러운 편지

Game/스카이림

2021. 11. 25.

320x100
반응형

The Golden Claw

아벨을 쓰러뜨리고 황금 발톱 회수해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을 탐험했습니다. 이제 루칸에게 황금 발톱을 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어두운 숲 속을 강줄기를 이정표 삼아 얼마나 거닐었는지 모르겠다. 피곤해 죽겠는데 가죽 갑옷을 이불삼아 그냥 아무데나 널부러져 잘까 고민할 때 쯤 오두막 하나가 보였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두막까지 달려갔다. 하룻밤 정도는 묶게 해주지 않을까, 부뚜막 구석에서라도 자게 해달라고 해야지, 그런 프로 노숙자가 다 된 것 같은 생각을 가지고서.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푸른 로브를 뒤집어 쓴 노파가 나왔다.

아니세 : 이 늦은 시간에 불쌍한 노인네 혼자 사는 집에 무슨 일이요.
스텔라 : 마을로 돌아가던 중에 날이 저물어서요. 실례가 안된다면 하루만 묶을 수 있을까요?
아니세 : 그렇구먼. 난 언제나 방문객을 환영한다우.

노파는 불쾌해 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노인 혼자 사니까 더 방문객을 꺼릴줄 알았는데.

아니세 : 내 이름은 아니세 (Anise) 요. 내가 이런 외진 곳에 혼자 살다보니 참 외롭거든. 그래서 가끔 이렇게 누군가 와주면 기쁘다우. 괜찮다면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이라도 얘기해 주겠수?
스텔라 : 물론이죠. 제가 헬겐에서……

불 앞에서 몸을 녹이며 헬겐의 드래곤이나 고대무덤 같은 이야기를 해드렸다. 출출할 것 같다며 가져다 주신 직접 키운 감자를 구운 것도 꽤 맛있었다. 역시 감자는 소금이야.

이야기가 끝나고 문 가 근처의 침낭에 들어가며 아니세 할머니의 집에 종종 놀러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로는 이 곳에서 강이 흐르는 방향 -이 근처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고 했다- 으로 내려가다 보면 건너편에 리버우드가 보일거라고 했다. 마을 근처라면 말동무 하러 오기 좋을 것이다. 이렇게 착한 분이 혼자 외롭게 사시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다짐을 마치고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영 잠이 오지 않았다. 과하게 피곤할수록 잠이 안 온다더니, 그런걸까? 글자라도 읽으면 잠이 오겠지 싶어,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서 주웠던 도둑 (Theif) 이란 책을 꺼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나는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독자가 이슬라프 에롤 (Eslaf Erol) 의 생애에 관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 '거지' (Beggar) 를 읽는 즐거움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즉시 이 책을 닫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줄거리 요약을 별도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작 시리즈 문학이였다. 소설책을 중간부터 읽는다면 무슨 재미란 말인가? 1권을 찾은 다음에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그 때, 발 아래 쪽에서 문 소리가 들렸다. 안 쪽에는 아니세 할머니의 침대밖에 없을텐데. 창문 쪽으로 도둑이 들어온건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할머니가 무사한지 슬쩍 엿보기로 했다.

안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게 문제였다. 아니세 할머니도 없었기 때문이였다. 내가 문 앞에 자리 잡고 있는데 어디로 사라진거지?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다 바닥에 문이 하나 있는걸 눈치챘다. 방금 누군가 들어가기라도 한 듯이, 이 지하실 문을 가려놨었을 지푸라기들이 흩어져 있었고 문도 살짝 열려 있었다. 주인 허락 없이 들어가도 될까 고민했지만, 들어간게 강도고 할머니가 인질로 잡혀있다면 구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지하실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였다. 요상한 마법진과 실험대가 즐비했고, 위층에 있는 포션들이랑 달리 위험해 보이는 독극물이 많았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분위기가 깊은 숲 속에서 폐관 수련 하시는 마법사[각주:1]나 연금술사[각주:2] 같은 분위기이긴 했지만, 지금 이런 방 분위기는 마치 마귀할멈[각주:3]……. 아냐, 이 곳은 마법이 존재하는 세곈데 내가 모르는 어떤 의식이 있는걸지도 모르지. 괜히 오해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지하실의 안 쪽으로 더 들어갔다.
안 쪽에는 긴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도둑이 든 줄 알았는데 그냥 비밀 일기라도 적고 계셨나 보다. 오해했네.. 되돌아 나가야지. 그러다가 실수로 발 치에 있던 뭔가를 걷어차고 말았다. ………해골 머리였다.

아니세 : 누구냐!
스텔라 : 아니, 저 도둑이 든 줄 알고…….

아니세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절대 용서해 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였다.

 

아니세 : 내 비밀은 아무도 알아선 안 돼! 살아서 나갈 생각 따윈 하지마라!

아니, 갑자기 그런 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고요?
다시 한 번 죄송하다 말하려는 때 할머니가 불 마법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강도일까봐 무기를 챙겨온게 다행이였다. 방패로 불길을 어떻게든 막았지만 뜨거운 열기는 그대로 전해졌다.
날 죽일 생각인가? 어째서? 본인은 무언가를 들켰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 마법진이나 장식품들이 뭔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죽을 수 없었던 나는 아니세를 기절 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칼등치기로…… 근데 이 검 칼등이 있던가? 그럼 칼손잡이치기로!
아니세에게 다가가 검 손잡이로 강하게 머리를 내리쳤다. 아니세는 뒤로 쓰러지며 기절했다.

스텔라 : 하아.. 하아... 날 왜 공격한거야?

이유라도 알아야겠다 싶어 아니세가 쓰던걸 읽어보기로 했다.

 


아니세의 편지

Anise's Letter


마녀 집회에 관한 편지


헬기야, 뭘 망설이는거냐? 네 몸 속에 흐르는 힘을 느낄 수 있을텐데! 넌 그저 손을 뻗어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부디 그 남자를 버리고, 나와 숲에서 함께 살자꾸나. 내 언니도 곧 올거다. 함께하면 꽤 괜찮은 마녀집회를 만들 수 있을거고, 네 교육도 제대로 시작될거야.



마녀집회……. 어……… 그러니까, 지금 이 할머니가 마녀가 맞다고? 마귀할멈 같아보이는게 아니라 진짜 마귀할멈이라고? 어이가 없었다. 진짜 그려놓은 듯한 마귀할멈이 존재하는 세계라고? 굳이 마녀를 왜 해? 마법이 있는데… 아니지, 편지 내용을 보면 마녀들은 태생적으로 마녀인 것일수도 있다. …이것마저 정말 그려놓은 마녀 같잖아.. 이 세계는 마녀 사냥 같은 잔인한 일 벌여놓고, '인간으로 둔갑한 마녀일거라고!' 자기 합리화가 가능하다는거잖아. 진짜 너무하고 끔찍하다. 게임 속에서 빨리 탈출해야 될 명분만 하나 더 늘었다.
설정이 너무한건 둘째치고, 이 할머니… 어쩌지? 깨어나면 날 쫓아오는게 아닐까? 죽여야되나? 내가 어디로 갈 줄 알고?
아니세의 처분을 어찌할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리버우드에 관해 아니세에게 말했던게 생각났다. 나 뿐만 아니라 리버우드 사람들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역시 죽이는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전투 중 죽이는 것도 아니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검으로 찌르려니 두 배로 손이 떨려왔다. 다른 방법은 없나 고민하다 지하실의 맹독 포션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니세의 입을 벌려 독극물을 흘려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를 토해내더니 완전히 심장이 멈췄다.

나는 아니세의 오두막 (Anise's Cabin) 을 빠져 나왔다. 뭔가 기분이 찝찝하다. 그 마녀가 정말로 나쁜 짓을 하려 했는지는 모르지 않은가? 아니면 리버우드에 닥쳐올 좋지 않은 미래 -가장 가까운 마을이 리버우드이니 사람을 습격한다면 그 곳이 먼저일 것 같았다- 를 사전에 방지했으니 좋은건가? …잘 모르겠다. 외진 곳에서 살고 있어도 그런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죽어도 죽은지 모르는 이 세계에서 어서 빨리 나가고 싶을 뿐이다.

 

아니세의 오두막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맞은 편에서 인영이 보였다. 이 시간에 나처럼 길을 헤메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외딴 오두막을 도둑질하려는 녀석일 수도 있다. 나는 먼저 공격하진 않고 경계 태세를 취하며 다가갔다. 그러자 나를 눈치챈 그들은 큰 기합 소리를 내며 공격해 왔다. 고대무덤에 있던 산적들과 입은 옷이 비슷한걸로 봐서는 이들도 산적일 것이다. 나는 두 명의 공격을 카운터로 흘려보내 쓰러트렸다. 더 이상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난 산적들이 튀어나온 곳으로 걸어갔다.

스텔라 : 응?

누군가 쓰러져 있다. 자리에 쭈그려 앉아 자세히 확인했다. 아니… 쓰러진게 아니라 죽은거였다. 입은 옷을 보면 농부 같은데. 주변에 메모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시체의 메모

cropse note


마지막 결의가 담긴 메모


누군가가 이것을 읽고 있다면, 난 아마 죽어버렸다는 의미겠죠.
산적들이 내 집을 샅샅이 뒤지고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 중 최악인건, 그들이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펜던트를 가져갔다는 겁니다. 가족들은 대부분이 죽었기 때문에, 펜던트가 가족들과 연결된 마지막 물건이였습니다. 나는 그 악당들을 쫓아 반드시 내 펜던트를 되찾을 것입니다. 설령 돌아오는 것이 내 죽음이더라도.



설마 팬던트를 훔쳐갔다는 산적들이 저 녀석들인가?
나는 방금 쓰러트린 산적의 품을 조사해 봤다. 메모에서처럼 그들 중 하나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장식의 순금 팬던트를 가지고 있었다. 팬던트 뒤에는 오래 전에 새긴 것 같은 이름도 적혀 있었다.
안타깝게도.. 훔친 이는 찾았지만 결국 되찾으려다 죽임을 당한거구나. 스카이림에서는 이런 산적들이 많겠지. 정말이지 흉흉한 세상이다.
나는 그녀를 팬던트와 함께 그 근처에 묻어주었다.

점점 밤이 저물어 가는게 느껴졌다. 동시에 강 건너편에 리버우드가 보였다. 빨리 가자.

마을에 도착하긴 했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마을 밖을 돌아다니는건, 이르게 깨버린 닭 한 마리 밖에 없었다. 알보어와 시그리드의 집에 들어간다해도 이런 늦은 시간에 기어들어가면 도둑으로 오해받기 딱 좋을거다. 나는 깨우기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 다른 곳에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들어온 마을 입구 쪽을 둘러보니 잠자는 거인 여관 (Sleeping Giant Inn) 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여관에서 잠깐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어 그 곳으로 들어갔다.

 

델핀 : 오그너. (Orgnar) 오그너! 듣고 있어?
오그너 : 듣고 있습니다.
델핀 : 맥주 (Ale) 의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 배치를 새로 해야 해. 내 말 들었어?
오그너 : 네. 맥주 (Ale) 의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요.
델핀 : 어쨌든 귀가 먹은건 아닌 것 같군. 빨리 새로 배치하도록 해.

들어간 여관은 소란스러웠다. 여관과 관련 된 사업적인 일로 싸우는 것 같은데.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 나는 곧장 카운터로 갔다.

스텔라 : 방을 좀 빌리고 싶은데요.
오그너 : 여기엔 식사와 음료들이 있지. 요리는 내가 하고.. 그외에 해줄말이 없군. 난 그저 직원이니 방이 필요하면 주인인 델핀 (Delphine) 에게 말하라고.

자신이 종업원임을 강조한 남자는 그 말만 남기고 내게 관심을 껐다.
직원 맞으세요? 순간 제가 여기 직원인줄 알았잖아요. 어쨌든 아까 말싸움하던 사람이 주인인가 보다. 그 사람에게 가자.

스텔라 : 저기요, 방 하나 빌릴게요.
델핀 : 여기저기둘러본다던 그방문자로군. 방은 하루에 10골드야.

나는 돈을 건네고, 그녀가 가리킨 방으로 들어갔다. 방의 침대는 알보어와 시그리드의 집에 있던 침대처럼 평범했다. 삐걱대는 나무로 된 틀에 짚더미를 얹고 동물의 털가죽을 얹어 놓은 그 침대. 이런 침대가 스카이림의 표준 규격인 것 같았다. 불만스럽지만 이 침대 말고는 다른게 더 없으니…. 침대에 누운 나는 푹신푹신한 솜 이불을 그리워 하며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방에 창문이 없어 해가 어느정도 뜬 건지는 모르겠지만 밖이 소란스러운걸 보니 아침이긴 한 것 같았다.
나가보니, 들려오던 소리는 류트 연주였다. 사실 켈트 신화를 배경으로한 모 게임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악기였는데, 그 때 처음 알게 된 지라 실물은 처음이였다. 신기하네. 나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종업원에게 스위트 롤 (Sweet Roll) 하나 주문한 다음 근처 의자에 앉아 연주를 구경했다. 류트의 선율은 아름다웠다. 내가 알고 있는 악기로 비유하자면 클래식 기타와 음색이 가장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스텔라 : 연주를 굉장히 잘하시네요. 그런 연주는 어디서 배우는거에요?
스벤 : 솔리튜드의 바드 대학 (Bards College) 에서 배웠습니다. 거기선 저나 스칼드 (Skald) 같은 음유시인이 될 수 있게 훈련시켜주죠. 입학하고 싶다면 교장인 비아르모 (Viarmo) 에게 말하시면 됩니다.

이 곳에도 대학이란게 있구나. 재밌겠네. 어짜피 솔리튜드에 갈 예정인데 한 번 구경해 봐야지.

스텔라 : 솔리튜드에 갈 예정인데 한 번 가봐야겠네요.
스벤 : 아, 당신은 헬겐에서 온 여행자였죠? 먼 곳을 여행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었을테니, 재미있겠네요.
스텔라 : 아무래도 그렇죠……. 안 그래도 저 산 위의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도 갔다오는 길이에요.

나는 그와 모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통성명도 하고 친해졌다. 꽤 말주변도 좋고 나쁘지 않은 사람 같았다.
리버우드는 좋은 사람들이 많네.

 

더 이상 여관에서 밍기적거릴 수는 없어서 스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황금발톱을 어서 전해주고, 보수로 받은 돈으로 갑옷을 준비하자.

파엔달 : 네가 스벤 (Sven) 과 이야기하는 것을 봤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당신이라면 그 녀석을 가까이 하진 않을거야.

내가 여관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엘프 남성이 말을 건네왔다. 남자는 헬겐에서 본 탈모어의 엘프와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서 본 다크 엘프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스텔라 : 응? 왜, 뭔 문제라도 있나요?
파엔달 : …여기엔 스카이림 전체를 통틀어 아름다운 미인이 있거든. 카밀라 발레리우스라고.

갑자기 왠 미인 얘기.. 아, 설마 둘의 사랑 싸움인가?

파엔달 : 아무튼 그 가벼운 음유시인[각주:4] 놈은 자신의 발라드와 소네트로 카밀라 발레리우스를 유혹해 결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더군. 마치 그녀가 이미 '예'라고 말한 것처럼. 현명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그런 헛소리에 넘어가지 않겠지만... 아마도.

오.. 카밀라 인기 많네... 스카이림에선 카밀라 같은 인상이 미인상인가 보다. 스벤도 경쟁 상대라고 느낄 정도면 꽤 매력적인 편이란거 아냐? 하긴 음유시인은 노래나 연주말고도 말빨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스텔라 : 그 쪽 말대로 언제 단어 몇 마디가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긴 한가요? 하지만 아마도라고 한 걸 보면 당신도 별로 확신은 없나보네요.
파엔달 : …그래, 맞아.... 생각해보니 카밀라에겐 스벤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는 힌트가 필요할지도 몰라. 그 음유시인은 영악하니까 말이야.

그는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파엔달 : 이 편지를 그녀에게 갖다줘... 그리고 스벤이 보낸 편지라고 말해 주시겠어? 이게 노드들의 수준에 딱 맞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파엔달은 편지를 맡기고 강가쪽으로 사라졌다.
노드라면 스벤 말하는거겠지? 카밀라네는 제국에서 왔다니 임페리얼일테고.
사실 엘더스크롤에 나오는 종족은 생김새나 유래를 모를 뿐, 대강 알긴 한다. 모로윈드 때 캐릭터 생성은 해봤으니까. 인간에 임페리얼, 노드, 브레튼, 레드가드, 엘프에 하이 엘프, 우드 엘프, 다크 엘프, 오크, 수인에 카짓과 아르고니안. 이렇게 10종족이 있었다. 그 때 노드로 캐릭터를 만들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파엔달은 노드를 안 좋아하는거야, 그냥 스벤을 안 좋아하는데 노드여서 그러는거야? 헬겐에서 나 역시 노드라고 불렸기 때문에 그런가,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 노드의 수준에 맞는 내용이라니 확인해 볼까? 따로 봉투에 봉해져 있지도 않은걸.

 


파엔달의 가짜 편지

Faendal's Fake Letter


파엔달이 스벤인 척 쓴 위조 메모


내 소중한 카밀라에게

난 당신을 내 소유로 삼아,
내 옷을 세탁하고,
내 고운 금발을 만지며,
내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요리하고,
내 집을 돌봐주는 것을 갈망해.

당신을 진심으로 원하는, 스벤



오.. 진짜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정나미 떨어지겠는데? 편지만 보면 어떤 가부장적인 성차별주의자가 추잡한 추파를 던지는 것 같잖아. 이런 편지를 스벤이 보냈다고 거짓말해도 되는건가?
난 어이없어하며 주머니에 편지를 쑤셔 넣었다. 일단 황금 발톱이나 먼저 갖다주자며.

 

리버우드의 상인에 들어가면, 두 명이 어제처럼 가게에 있었다.

카밀라 : 황금 발톱을 찾아오신건가요? 어서 루칸에게 그 발톱을 보여주세요! 기뻐할테니.

나는 카운터 앞의 루칸에게 다가갔다.

스텔라 : 자, 찾아왔어요.
루칸 : 찾았단 말입니까? 하하하, 정말 여기에 있군. 이상하죠, 내 기억보다 크기가 작아보이는데. 아무튼 고맙습니다. 이 발톱은 원래자리에 둬야겠네요. 저와 제 여동생에게 굉장한 일을 해주셨으니, 이 일은 두고두고 기억하죠.

루칸은 받은 발톱을 바로 카운터에 장식하고선 보수를 챙겨줬다. 400골드나 챙겨줬다.

스텔라 : 별 말씀을.
그보다 혹시 여기에서 스펠북이나 마법스크롤 같은 것도 파나요?
루칸 : 낡은 스펠북 몇 권은 있을텐데.. 아무래도 마법에 관해선 윈터홀드의 마법 대학에 가는게 좋지요.
자, 여기 있는게 답니다.

루칸은 상자 안에서 책들을 꺼내 올려놓았다.
내가 찾는 건 드로거를 잡을 때 썼던 폭풍 정령 소환 마법이였는데, 이 중에선 비슷해 보이는 마법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포기하자. 나중이라면 모를까 그거 배우겠다고 당장에 마법 대학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제국군 갑옷을 포함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죄다 팔았다.

어느 정도 주머니도 두둑해 졌겠다 이제 대장간으로 향하려던 찰나, 파엔달이 준 편지가 생각났다.

스텔라 : 저, 카밀라. 파엔달이 이 편지를 스벤이 쓴 거라고 하면서 전해주라고 하던데요.

나는 파엔달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카밀라 : 뭐라고요, 무슨말을 하는거죠? 질투심에 가득찬 바보같으니. 날 속인다면 스벤과는 만나지 않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 사실을 말해줘서 고마워요. 스벤에게도 말해주세요. 그의 명예를 지켜준 당신에게 고마워 할 거에요.

그 말처럼 난 바로 스벤을 찾아갔다.

스벤 : 파엔달 녀석, 내게 카밀라를 떼놓으려 별 짓을 다하는군. 카밀라는 이제 페인달을 만나주지 않을것 같네요. 고맙군요. 감사의 의미로 술이라도 한 잔 사드리죠!
스텔라 : 아, 괜찮은데………

하지만 결국 성화에 못 이기고 같이 술잔을 나눴다. 같이 술 마시며 떠드는 사이, 우린 서로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해졌다.

스벤 : 하하, 솔리튜드로 가는거라면 화이트런에서 마차를 타는게 가장 빠를거야. 내가 거기까지 길을 안내해 주지. 오랜만에 마을 밖에도 나가봐야지!

  1. 신화나 동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이를 칭하며 이집트 신화의 토트, 아서 왕 전설의 멀린처럼 여러 학문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선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마녀와 같이 점을 봐주거나 종교적 의식을 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즉, 서양식 무당이다. 서브컬쳐에 와서는 불을 만들거나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을 벌이는 등의 이미지가 생산되었다. [본문으로]
  2. 연금술 (鍊金術) 은 서구권과 이슬람 문화권에서 유행했던 학문으로, 흔히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연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속이나 물질의 제련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더 높은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금을 만드는 것 역시 금이 완벽한 금속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흔해빠진 금속 (납, 철, 구리 등) 을 완벽한 금속인 금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영혼도 같이 완벽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행해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달라서 자기수행 대신 금 제작만을 목적으로 한 사람도 많았다. 서브컬쳐에서는 마법사의 아류나 약제사, 중세의 과학자 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본문으로]
  3. 마녀는 마법을 사용하며, 저주와 약물 제조 및 사용에 능한 신화나 전설, 동화 속의 여성을 말한다. 중세에는 마법사라 불린 선지자들이 주로 남성이였고, 때문에 당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이나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각종 미신으로 사람을 음해했다. 마녀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마녀, 즉, 위치 (Witch) 는 여성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였는데 좋지 않은 일이 있다면 탓할 원흉에 마을의 거지나 정신병자를 따돌리는 핑계로 위치라고 불렀다. 하지만 미친 사람이 흔한게 아니였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주로 위치라고 불렀고, 실제 있었던 대대적인 마녀사냥 때문에 현대에 와서는 위치가 여성을 뜻하는 마녀라고 인식되게 된다. 마귀할멈은 마녀 중 여성 노인을 지칭한다. [본문으로]
  4. 음유시인은 고대 혹은 중세 유럽에서 시와 노래를 짓는 이들을 일컫는 낱말이다. 활동한 지역, 시대, 신분 등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판타지물에서는 십중팔구 바드를 번역한 단어라고 보면 된다. 던전 앤 드래곤의 영향이다. 현대에서는 가객과 함께 읊조리듯 노래하거나 잔잔한 미성으로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주로 붙는다. 스카이림의 바드는 고대 그리스의 영향이 큰데, 당시의 음유시인들은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았고, 심지어 전쟁이 벌어지던 살벌한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각 도시국가들을 들락날락거리며 성대한 대접을 받았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통한 영웅담을 듣기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리버우드 퀘스트 : 황금 발톱 (2) + 거침없는 힘 (1)

Game/스카이림

2021. 11. 23.

320x100
반응형

The Golden Claw

리버우드에 있는 루칸 발레리우스는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 야영을 하고 있는 도적들이 훔친 골동품 황금 발톱을 회수해주면 금화로 보상을 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한 숨을 돌리고 바로 비명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갔다. 거기엔 갑옷을 입은 미라 같은게 서성이고 있었다. 그 괴물은 날 보더니 느린 걸음으로 뒤뚱뒤뚱 걸어왔고, 난 소릴 지르며 검으로 찔렀다. 내 비명을 들었는지 두 마리 정도가 더 나타났고 그 괴물들을 어떻게든 쓰러트렸다.
말도 안 돼. 무기를 다루는 시체라니. 좀비도 미라도 아니고 이게 뭐야! 무덤의 저주라도 돼? 지금 상황이 도굴꾼이 된 기분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정말 저주받은 도굴꾼이 되어버렸잖아! 해드바가 이 곳만 보면 드로거[각주:1]가 창문을 기어오르는 느낌이라더니, 진짜 있었어! 드로거 (draugr) 가!

황금 발톱을 얼른 찾아 나가야겠단 생각만 들었다. 안 쪽으로 더 들어가니 아벨은 죽어있었다. 아마 그 괴물에게 당한거겠지. 나는 그의 소지품을 뒤져 일기로 보이는 노트 한 권 (Averl's Journal) 과 황금색의 발톱 장신구 (Golden claw) 를 찾아냈다.

스텔라 : 이게 황금 발톱..

주머니에 발톱을 넣다가, 아벨이 황금 발톱 사용법을 안다고 했던게 생각났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건가? 그의 기록을 보면 뭔가를 알 수 있을거란 생각에 일기를 펼쳤다.

 


아벨의 일지

Arvel's Journal


저자

아벨 스위프트


황금 발톱의 용도와 목적에 대해 아벨이 적은 일지


손이 떨린다.
황금 발톱이 마침내 내 손에 들어왔다. 이것만 있으면 노드 영웅들의 고대의 힘이 내게 들어올 것이다.
그 멍청한 루칸 발레리우스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던 가게 장식물이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의 열쇠라는걸 전혀 모른다.

이제 이야기의 회랑 (Hall of Stories) 으로 가서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전설에 따르면 자격이 없는 자들을 거르기 위한 시험이 있다고 하지만, "황금 발톱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손바닥에 그 해답이 있을 것"이라고 하니 걱정 없겠지.



황금 발톱이 이 곳의 열쇠라고? 갑자기 호기심이 샘솟는다. 어짜피 루칸에게 가져다주면 돌려받을 수 없을테니, 들어온김에 이 무덤을 끝까지 탐험해볼까? ……드로거가 나오긴 하겠지만.
결정했다. 어짜피 이 세계에 살다보면 몬스터는 계속 마주쳐야 한다. 맞서서 익숙해지기로.

 

나는 통로로 발을 옮겼다. 그러자 통로의 입구 부분에 아주 수상한 돌이 하나 튀어나와 있는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돌 옆엔 가시가 잔뜩 붙어 있는 벽이 있었고.
함정이구나. 나는 돌을 밟지 않으려 노력하며 돌아갔다.

다음 방에서도 예상대로 드로거가 나왔고, 그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온건지도 알게 됐다. 이 벽에 있는 기다란 구멍들이 시신을 놓는 장소였고, 이 시신들 중에서 일부가 깨어나 덮쳐온다는걸. 정말 언데드[각주:2]시군요….

이번 방을 빠져나가는 통로에도 함정이 있었다. 아까의 가시 벽 함정과는 차원이 다르게 위험한 함정이였다. 거대한 칼날 3개가 시계추 마냥 반복적으로 왔다갔다하며 통로를 막고 있는 칼날 함정. 주변엔 함정 작동을 멈추는 장치도 없어 보였고,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이번에도 돌아갈까 생각이 드는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호기심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 못들어봤니![각주:3] 하지만 앞으로 메인 퀘스트 중에 이런 함정이 또 나온다면 어쩌려고! 이 정도 속도라면 죽을 듯이 달려서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너 미쳤니? 나는 두 개의 자아와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 그리고 무덤을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자, 다음 번 칼날 올라가는 타이밍에 뛰는거야. 하나 둘, ………건넜다! 건넜어! 나 안 다쳤어! 이 함정 멈추는 레버도 건너편에 있잖아? 이게 올바른 진행방법이란거네? 미쳤다, 미쳤어.

그런 흥분도 잠시, 통로의 벽에 장식되듯 서 있던 드로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였다.
지쳐있던 나에게 함정에 이어 몬스터들의 연속 공격은 목숨을 위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몇 번이고 검이 엇나가 큰 일 날 뻔했었다. 가까스로 드로거 전부를 해치우긴 했지만, 군데군데 상처가 나 피가 흘렀고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난 드로거들의 시체 -움직일 때도 이미 시체 상태인데 이게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가 옆에 있든 말든 근처에 쭈그려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 보니 헬겐에서 가져온 포션, 한 번도 안 먹어 봤지? 지금 먹어봐야 겠다.
나는 삼각뿔 모양 병에 담긴 빨간 액체를 들이켰다. 그리고 포션의 성능은 굉장했다. 상처도 순식간에 치료 됐을 뿐더러 저린 팔과 다리도 괜찮아졌다. 포션의 힘을 느끼고 나니, 이 세계가 점점더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스텔라 : ……포션이 더 있으니 괜찮겠어. 계속 가야지..

나중에, 이 세계에 적응을 너무 해버린 나머지, 원래 세계에 돌아가서도 현실감 없는 행동을 해버리면 어쩌지?

 

나에겐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할 시간따윈 없었다. 복도를 나오니 냇물이 흐르는 넓은 방이 나왔는데, 구석의 석관에서 또 드로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저 징그러운 얼굴도 이젠 익숙해져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드로거를 베어넘겨 석관 옆의 상자에서 돈 주머니화살을 챙겼다. 그리곤 철창 문 옆의 사슬을 당겨 방 안 쪽의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면 막다른 절벽과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상자 안에서 파이어볼 주문서를 챙기고, 절벽 아래를 내려다 봤다. 상당한 높이였다. 여기로 떨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겠어. 그 때, 절벽 아래로 드로거 하나가 어슬렁 대는걸 보았다. 드로거가 벽을 타고 기어올라올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환을 남겨둬봤자 좋을건 없겠지 싶어 활을 사용해 처리했다. 그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다 오른쪽에 내리막길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가 계속 나아가다 커다란 나무문과 그 문을 지키는 경비 드로거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드로거는 지금까지의 녀석들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였다. 형형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기분까지 받았다. 여러번 검을 맞댄 후에야 가까스로 쓰러트릴 수 있었다.

나무 문은 강철을 덧대기하도 한건지 아주 두껍고 무거웠다. 때문에 온 몸으로 힘껏 밀어 열 수밖에 없었다. 문 너머는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지하임에도 되려 따뜻하고 밝은 느낌이였다. 굳이 이 구역에 이름을 붙인다면 황량한 폭포의 신성한 장소 (Bleak falls sanctum) 라고 할 것 같았다.

아래층에 도착했다. 방의 중앙에는 거대한 화로가 켜져 있었고, 왜 온기가 느껴졌는지도 알게 됐다.
나는 이 따뜻한 곳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스텔라 : 하아……….

이 무덤 탐색을 계속하기로 정한건 나지만, 이렇게 깊을거라곤 생각 못했다. 거기다가 '무덤'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생각보다 더 외롭기도하고……. 이젠 무서울 시기도 지났지. 하지만 심심한건 어쩔 수 없었다.
무덤을 나가서도 앞으로 화이트런이나 솔리튜드까지 혼자서 행동할 생각에 벌써 피곤해졌다. 누군가 같이 동행해 주면 좋을텐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휴식을 끝냈다.

화로방을 지나면 또 긴 복도와 칼날 함정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쉬고 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니 이 함정의 칼날 소리였나보다. 나는 이번에도 타이밍에 맞춰 달려나갔고, 무사히 함정을 통과했다.
혹시 모르니 안쪽 방에 있는 사슬을 당겨 칼날을 멈추었다. 그리고 함정이 해제됨과 동시에 방 안의 석관에서 또 드로거들이 깨어났다.
드로거, 드로거, 드로거………. 이러다 나도 여기서 드로거가 되는거 아냐? 무섭다, 진짜.

 

드로거를 전부 처리하고 방 안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번 방은 지금까지 거쳐왔던 복도, 동굴, 시체보관실과는 달리 아주 넓은 방이였다. 한 쪽에는 작업실 같아보이는 공간과 작업대도 있고, 2층으로도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층에서 찾을 수 있었던건 작업대 위의 냉기 저항 포션 (Resist Frost) -청록색의 액체가 둥근병에 들은 채 정직하게 라벨이 붙어있었다- 말고는 없었기에,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부숴질랑 말랑한 외돌다리가 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가면 또 다시 나무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문은 쉽게 열렸다.

들어가면 그야말로 고대 유적지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였다. 넓은 아치형의 방은 모조리 검은 석재로 이루어져 있었고 뜻을 분명히 알 수 없는 벽화가 정성스레 조각되어 있었다.
이 곳이 아벨의 일지에 나와 있던 이야기의 회랑 (Hall of Stories) 일까? 나는 무언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싶어 벽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 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이외에 특별한건 없었다. 정면 벽이 양 옆의 벽과는 다르게 동심원 4개와 익숙하게 느껴지는 동물이 새겨져 있다는 것 말고는.
잠깐, 이거 돌아가네? 이것도 퍼즐인건가? 그러고 보니 아벨의 일지에 이런 말이 있었지. "황금 발톱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손바닥에 그 해답이 있을 것" 이라고.
나는 황금 발톱을 꺼내서 살펴봤다. 그러다 발톱 장신구의 발바닥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뭔가 새겨져 있는걸 알게 됐다. 지금 이 벽에 새겨진 동물들과 비슷한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곰-나방-올빼미' , 나는 돌아가는 벽도 똑같은 그림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지? 이게 아닌가? 그러고보니 화살 세례가 쏟아졌던 퍼즐방도 퍼즐을 맞춘 뒤 레버를 당겼었지. 무슨 레버나 사슬이 있는게 틀림없어. 그러고보니 이 동심원 중 가장 중앙의 원은 구멍만 뚫려있고 좀 수상한데..
나는 뚫린 구멍에 겁도 없이 손가락을 쑤셔봤다. 다행히도 들어간 손가락이 잘리는 일[각주:4]은 없었다. 그래도 하나 얻은게 있다면, 저 작은 구멍 너머에 뭔가 맞물려 눌려야하는 버튼이 있다는건 알게 됐다. 일종의 '열쇠'가 필요한거겠지. 하지만 나한테 그런게 있을리 없었다. 오면서 보지도 못했고. 남은건…… 황금 발톱 뿐이였다. 그러고보면 이 발톱, 저 구멍과 사이즈가 잘 맞아 보이지 않나? 나는 황금 발톱을 끼워 넣었다.

 

갑자기 퍼즐이 자기 멋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발톱을 빼냈다. 문은 계속 돌아가더니 올빼미 세 마리로 정렬되고선, 바닥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껏 퍼즐이라 생각했던 건 일종의 문이였던 것이다. 엄청난 소리와 먼지를 내며 문은 완전히 내려갔고, 계단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계단을 조심스레 올랐다.
와중에 여기에 갇히는건 아닐까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지만 문이 다시 닫히는 일은 없었다. 다행이다.

 

계단을 전부 오르면 박쥐 떼가 날 맞이했다. 검을 휘둘러 쫓아버리고는 앞을 바라봤다. 날 맞이한건 동굴이라 믿을 수 없는 광활한 공간이였다. 안에선 폭포 몇 개가 흐르고 있었고 어디서 들어오는건지 모를 빛으로 동굴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공간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워 평소였다면 그 장관에 넋을 잃었겠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건 그게 아니였다.
중앙의 석조 벽.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왜일까? 직전까지 봐왔던 고대인들의 벽화나 장식물들에 비하면 거대하기만 할 뿐 투박하기 그지 없는데. 마치 나에게 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난 홀린 듯이 그 벽에 다가갔다. 벽에는 이상한 문자가 써있었다.

 


HET NOK FaaL VahLOK
DeiNMaaR DO DOVahGOLZ
ahRK aaN FUS DO UNSLaaD
RahGOL ahRK VULOM


여기에 수호자가 누워있다
드래곤스톤 (Dragonstone) 을 지키며
끝없는 분노의
그리고 어둠이



벽의 지식이 나에게 들어오는게 느껴졌고, 동시에 처음보는 문자임에도 바로 해석할 수 있었다.
스펠북과 같은 원리인건가…? 그런데 무슨 의미지? 드래곤스톤 (Dragonstone) 이란건 이 벽을 말하는건가?

드로거 대군주 : 그르르..

드로거 소리에 황급히 무기를 꺼내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석판 맞은편에는 관짝이 있었고, 장식이 멋진 투구를 쓴 드로거가 일어나고 있었다. 선공필승. 일어나는 드로거를 향해 칼을 찔러넣었지만 가볍게 막혀버렸다.
이 드로거, 정말 강하다. 거기다 들고 있는 도끼에서 한기가 느껴지는게… 마법무기 같은건가? 마법도 포션도 있다면 그런게 존재할 수도 있을법해.
직감적으로 저 드로거에게 나는 상대도 되지 않을거란게 느껴졌다. 저 강한 드로거에게 헛점이란게 있을까, 어떻게 파고들면 좋을까 머리를 굴리다, 던전 진행 중 얻었던 폭풍의 정령을 소환한다는 마법스크롤이 생각났다. 나는 서둘러 스크롤을 사용했고 내 앞엔 플라즈마 볼처럼 전기를 뿜어내는 돌무더기가 나타났다.
돌무더기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았다. 저 큰 돌은 몸이고 둥근 돌은 머리, 가느다란 조각들은 팔 다리를 표현한걸까? 제법 귀여울지도.
하지만 파괴력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정령이 쏘아대는 벼락은 한 발 한 발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고 드로거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정령의 가호에 힘 입어 나는 막타를 날렸고, 드로거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또 강해진 느낌 든다. 체력도 좋아지고 경갑 이해도도 높아진 것 같아.

스텔라 :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고마워.
폭풍의 정령 : ……….

정령은 말 없이 사라졌다.
이 정령 소환 마법, 스펠북을 찾아서 꼭 배워야지.

나가기 전, 나는 드로거가 쓰던 무기를 가져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끔찍한 시체를 뒤적거렸다. 그 드로거의 품에는 냉기 도끼 외에도 석판 같은 것도 하나 있었다. 석판의 앞면에는 무슨 지도 같은게 그려져 있었고, 뒷면엔 글귀가 써 있었다.

 


HET NOK UN
MAHLaaN DROGGE
ERei SULeyK SE
ALDUIN VOKRii


알두인 (ALDUIN) 의 힘이
회복 될 때까지
우리의 몰락한 군주가
여기 누워 있다



알두인? 저 석조 벽에서 말하던 드래곤스톤을 지키는 수호자도, 이 석판에서 말하는 몰락한 군주도 지금 쓰러트린 강한 드로거를 지칭한다는건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알두인이 뭘 가리키는건지 힌트가 없어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이렇게 특이한 유물 아이템은 왠지 팔면 돈도 될 것 같고 알두인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게임을 완벽하게 클리어 하려면 어느정도 세계관 이해는 필수니까.
하지만 이 석판…… 결국 일종의 왕릉비 같은데 가져가도 되는건가. 이걸 가져가는 순간 결국 진짜 도굴꾼이 되어버리는거 아닐까. 어쩌면 피라미드 무덤을 헤집다 저주받은 고고학자처럼 될지도. 하지만 이미 무덤을 헤집으며 죽은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죽인 순간부터 저주는 예견된 수순일거 같은데. 그렇다면 이 앞에도 이렇게 큰 비석이 있는데 이거 하나쯤 가져가도 괜찮을지도 몰라. 어짜피 모든 게임 아이템은 원래 플레이어를 위해 있는거 아냐? 그냥 나중에 해가 되는 물건 같으면 여기 다시 돌아와서 조용히 돌려놓자.
나는 자기 합리화를 끝내고 도굴꾼이 되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드로거 군주님이 나왔던 석관 옆에는 보물 상자도 있었다. 상자에는 멋드러진 가죽갑옷 (Laether armor) 과 약간의 빛이 감도는 써클렛 (circlet) 이 들어있었다.
써클렛은 머리에 슬쩍 써보니 갑자기 고품질 포션을 직접 만들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샘솟았다. 뭐지, 자신감 써클렛인가? 벗으니까 포션 생각 같은건 안 나긴 하는데. 둘 다 먼지만 약간 쌓였을 뿐 입은 흔적 없는 새 것이였다. 나는 갑옷 살 돈이 굳었다는 생각에 신이나서 가방에 옮겨담았다.
근데 이런게 무덤 안에 널려 있는걸까. 아마 왕릉에 같이 묻힌다는 금관이나 장식품 같은 그런거…… 잠깐, 석판이 아니여도 이걸 가져가는 것 자체가 도굴이잖아! 이미 난 프로 도굴러였네! 이미 나도 모르게 양심을 버렸었구나.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버린거 계속 버리지, 뭐. 원래 던전 파밍과 도굴은 한 끗 차이다. 판타지물에서 드래곤 레어를 터는 것도 결국 다 도둑질이야. 드래곤이 훔친 장물을 또 훔치는거잖아. 판타지물 용사란건 합법적인 범죄자, 그런거다. 응응.

물건을 전부 챙긴 나는 출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석관 옆 계단 위에 통로가 하나 있다는걸 발견했다. 동굴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였다. 다시 돌아가기엔 수상한 손잡이 달린 기둥이 있어 신경 쓰였다. 잡아당기는 순간, 함정이 발동되는게 아닐까 몇 번이고 주변의 벽을 살펴봤는지 모른다. 한참 후에 아무런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각오를 다지고 손잡이를 당겼다. 다행히도 정면의 막힌 벽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 외에는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숨겨진 돌 문을 지나자 저 멀리에 빛이 들어오는 틈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탈출구다! 드로거 군주가 보스였구나! 이제 더 이상 괴물들은 안 나오는거지?
출구는 낮은 턱 아래에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계단 같은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뛰어내려 달려나갔다.

 

스텔라 : 이게 무슨 출구야..

그래도 경치는 절경이네. 해가 진 스카이림의 야생은 아름답구나. 하늘에 오로라도 있고. 나 오로라 처음 봐.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앞에 펼쳐진건 벼랑 끝이였다. 출구의 코 앞이 낭떠러지였기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바로 추락했을거다. 나는 벽 -실제로는 산이겠지만 경사가 90°에 가까운 거대한 돌에겐 벽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을 붙잡고 사람의 발하나가 겨우 들어갈 절벽길을 타고 겨우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밤 중이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발을 몇 번이고 헛디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나침반 같은게 없으니 리버우드의 위치를 모른다는게 문제였다. 여기가 어딘줄 알고 이 출구를 중심으로 길을 찾는단 말인가? 막말로 내가 지금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이 있던 산을 가로질러 정반대에서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럴줄 알았나면 루칸에게 나침반 같은것도 파냐고 물어볼걸 그랬다. 해드바나 카밀라가 방위를 구체적으로 말했던걸 보면 분명 나침반이란게 있는걸텐데.
그나저나 보통 나침반이 없을 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알아봤더라.. 하늘을 보고 북극성의 위치를… 여긴 게임 속인데 북극성이 있을리가 없구나. 에휴.. 하늘에 별이 저렇게 많은데 내 우주에는 내가 원하는 별자리는 하나도 없다니. 또 다른 방법은 해가 떴을 때 쓸 방법이라서 지금하긴 곤란한데.. 해의 방향과 시계의 시침을… 나 시계도 없잖아? 그래서 지금 몇 신데?
아무리 방향을 모른다고 해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보기라도 하자. 보통 물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누군가 만날 수 있겠지.

  1.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언데드의 일종. 어느정도 지능이 있는 산송장. [본문으로]
  2. 움직이는 시체나 죽은 자의 유령 등 이미 죽음을 경험했음에도 다시 움직이는 초자연적인 존재. 온전히 살아있는 존재로 부활한 것이 아니라 죽은 상태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죽지 않은 (그러나 살아있는 것도 아닌) 이라는 뉘앙스의 형용사지만 종종 그렇듯, 집단을 가리키는 명사로 불리게 되었다. [본문으로]
  3. 원문 격언은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Curiosity killed the cat.)' 이다. 뭔가에 지나친 호기심을 가지다가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뜻. 이에 대한 반박으로 '하지만 만족감에 고양이가 되살아난다. (but satisfaction brought it back.)' 가 있다. [본문으로]
  4. 진실의 입.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코스메딘 산타마리아델라 교회 입구의 벽면에 있는 대리석 가면으로,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얼굴 조각상.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 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리버우드 퀘스트 : 황금 발톱 (1)

Game/스카이림

2021. 11. 22.

320x100
반응형

The Golden Claw

해드바는 근처에 있는 리버우드 마을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의 삼촌은 그곳의 대장장이이며 나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지나있었고, 해가 중천에 뜬 다음이였다.

시그리드 : 어머, 일어났나요? 피곤해 보이길래 깨우지 않고 뒀어요.
스텔라 : 아, 감사합니다. 혹시 해드바는 어디있나요?
시그리드 : 그는 위층에 있어요.
그나저나 군복을 입은 당신들을 보니, 새삼 전쟁 중이라는게 실감나네요. 전쟁이 리버우드에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스톰클록이 없어도 세상에는 문제가 충분히 많으니까요.

전쟁을 끝내는게 메인 퀘스트가 아니라면 이렇게 npc들이 내전 얘기를 입에 달고 살리 없겠지. 마을의 npc가 세계가 직면한 큰 문제를 늘상 입에 담고 사는건 당연한거니까.
휴식도 취했겠다, 빠른 진행을 위해 해드바를 찾아가자.

해드바 : 익숙한 곳으로 다시 오니 좋군.
스텔라 : 해드바, 제국군에 가입하려면 솔리튜드라는 도시로 가야한다 했잖아요. 당신도 보고하러 돌아가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동행하겠어요!
해드바 : 응? 미안하군. 난 잠시 여기 누워 있을거라서. 큰 일이 있고 고향에 돌아왔으니 좀 쉬다 가고 싶거든.
솔리튜드에 빨리 가고 싶다면 직접 찾아가 보는건 어떤가?

틀렸어. 이 녀석 자기 집에 오더니 갑자기 사람이 늘어져 버렸잖아. 하긴, 나였어도 전쟁 중의 군대에서 구르다 예외적인 휴가 비슷한게 생겼다면 바로 복귀하진 않겠지.

해드바 : 솔리튜드로 가는 길을 조심해라. 빌어먹을 스톰클록은 어디든지 있을 수 있거든.

제국군을 피하고 스톰클록을 조심해야 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제국군 경갑도 해드바가 없는 상태에서는 입고 다니는 것도 위험한거 아닌가? 새 방어구라면 여기가 대장간이라 여기서 구하면 되겠지만..
알보어가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만 숙식을 신세지는 마당에 값비싼 방어구까지 달라고 하기엔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전 날 밤, 마을 주민이 '리버우드의 상인'이라는 곳에서 물건 매입을 해준단 소리를 했던게 기억이 났다.

나는 헬겐에서 얻은 곰 가죽과 몇 개의 장비, 제국군 경갑을 팔면 돈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맞은 편 건물에 리버우드의 상인이란 간판이 달려 있는걸 확인했다.

 

스텔라 : 실례합니다.

카밀라 : 우리 둘 중 하나가 뭔갈 해야해!
루칸 : 얘기는 끝났어.
카밀라 : 그럼 어떻게 할건데, 응? 들어나 보자!
루칸 : 안 된다고 했지! 난 모험도, 연극도, 도둑을 쫓는 것도 안 해!

상점에 들어가니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남자 쪽이 내가 들어온걸 확인하고는 웃으며 사과했다.

루칸 : 오, 손님. 그런 말을 듣게 되어 죄송합니다.
찾으시는거라도 있나요?
스텔라 : 여기가 매입도 한다길래 왔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루칸 : 예, 우리 상점에 잠깐... 도둑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도둑맞은 물건 아니여도 우리에겐 여전히 팔게 많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둑은 딱 한가지만 훔쳤거든요. 용의 발톱 모양인 순금 장식품이요.

서브 퀘스트의 느낌이 든다. 퀘스트를 진행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스텔라 : 그 장식품, 제가 찾아드릴까요?
루칸 : 그래주신다면야 고맙죠. 회수해 오신다면 보수도 챙겨드리겠습니다.

좋아, 보수를 받는다면 바로 갑옷을 살 수 있겠지. 무기도 더 좋은걸로 바꿀 수 있을지도. 엘더스크롤은 레벨링보다 스킬 숙련도 올리는게 더 중요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것들도 올릴 수 있을거야. 좀 더 검술과 방패술을 연마해야지.

루칸 : 그 도둑들을 쫓으시려면 마을 북동쪽에 있는 황폐한 폭포 고대무덤으로 가면 됩니다.

카밀라 : 그래서 이게 네 계획이야, 루칸?
루칸 : 그래. 그럼 이제 가겠다고 떼쓰지 않겠지?
카밀라 : 오, 하지만 여기 이 분은 이 근방이 처음일 것 같은데 안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루칸 : 어- 아니... 그.... 오, 8시까지, 아니지. 알았어, 마을 가장자리까지만이야!

동굴 안에서 괴물 거미나 곰을 보긴 했는데, 바깥도 마찬가지라면 위험하긴 위험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여자 쪽이 찾으러 간다는걸 말리는거겠지? 거기다 드래곤까지 돌아다니는 지금은 -이들은 드래곤의 소식은 아직 모르겠지만- 더더욱. 나도 제국군 경갑을 지금 팔지 말고 다시 걸쳐야겠다.

카밀라 :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여자를 따라갔다. 그녀는 밖에 나오자마자 대장간 너머를 가리켰다.

카밀라 :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 가려면 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야 해요. 여기에서도 볼 수 있을거에요. 대장간 건물 바로 위에 산이 보이죠? 바로 저기에요.

리버우드에 오는 도중 해드바가 말했던 무덤이였다.

카밀라 : 그 도둑들은 미친 게 틀림없어요. 그런 곳에 숨을 생각을 하다니. 그 오래된 무덤에는 트롤, (Troll) 그리고 뭔지 모를 것들이 가득할텐데!
스텔라 : 트롤[각주:1]이라고요?

아니 트롤이 왜 있어. 이 세계의 몬스터래도 끽해봤자 괴물 거미처럼 현실에 존재할 법한 생물이 괴물화 된 것만 있는 정도인줄 알았는데. 트롤이라고? 환장하겠네. 그건 드래곤처럼 정말 '몬스터'잖아!
돈 좀 벌어야겠다 생각해서 서브퀘스트를 수락하긴 했는데 잘못걸린거 같은데. 권장레벨 안 맞는 고레벨 퀘스트 아니야, 이거? 초보자 마을이라고 방심했네.

카밀라 : 저도 가본건 아니라 정확히는 몰라요. 하지만 저런 높은 설산이면 설원 트롤 한둘 있다해서 이상한건 아니죠.
스텔라 : 그렇군요..

그녀는 오른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계속했다.

카밀라 : 그나저나 제 소개를 했나요? 제 이름은 카밀라에요, 카밀라 발레리우스. (Camilla Valerius) 방금 전 남자는 제 오빠인 루칸 (Lucan Valerius) 이고요.
저희 오빠 루칸과 함께 일하기 위해 제국에서 왔어요.
스텔라 : 저는 스텔라에요. 일종의 모험가죠.
카밀라 : 모험가라,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알겠네요. 나중에 이야기 좀 해줘요.
스텔라 : 그러도록 하죠.

아직 얘기할 모험담은 하나도 없지만. 헬겐의 드래곤에게서 벗어난 이야기 정도?

카밀라 : 근데 왜 그들이 루칸의 황금 발톱 (Golden Claw) 만 훔쳤는지 궁금하네요. 제 말은, 저희 가게에는 그 외에도 값나가는 물건이 많기 때문에 궁금한거에요. 그건 사실 별로 가치가 없거든요.
스텔라 : 금 장식품인데도요?
카밀라 : 사실 황금 발톱이란 이름처럼 정말 장식품의 발톱 부분만 금이거든요.

금 함량이 적다는 소리군.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따로 있나보네.

카밀라 : 루칸은 가게를 연 지 약 1년정도 됐을 때 어디서 발톱을 가져왔어요. 어디서 얻었는지 아무리 물어봐도 안 알려주더라고요. 까다로운 사람 같으니.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과 황금 발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마을 입구 부근의 다리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카밀라 : 이건 마을 밖의 다리에요. 북서쪽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으로 이어져요.
저는 오빠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오래 걸리면 또 잔소리를 해대겠죠.

마을 근처도 못돌아다니게 하다니, 카밀라가 무모하기도 하지만 루칸의 과보호도 만만치 않네.

카밀라는 마을로 돌아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카밀라 : 행운을 빌어요! 루칸과 저는 가게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스텔라 : 이제 무를 수도 없네….

나는 카밀라가 말한대로 다리를 건너 산길을 올랐다. 산은 꽤 가파랐고 싸늘했다.


대장간에서 철로 된 갑옷도 봤었는데, 절대 그런 갑옷으로는 등산은 못하겠지. 지금도 짐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게임이라 그런지 이 짐짝의 무게를 견딜 수 있기는 했지만 아예 안 느껴지는건 아니니까. 이거 언제 한 번 무게 한도 초과할 것 같은데.

게임과 현실이 걸쳐진 것 같은 이 상황에 한탄하며 산을 오르던 중, 근처에서 늑대 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자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 녀석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나는 서둘러 방패로 이빨을 막았다. 그리고 늑대가 방패를 물어뜯는 사이, 다른 한 손으로 늑대를 내리쳤다.
어떻게 쓰러트리긴 했지만 조심해야겠어. 다른 MMORPG처럼 선공 적도 나 적이요, 하고 잘 보이게 서있는게 아니고 이런식으로 습격해오니까.

얼만큼 올랐을까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스카이림의 날씨는 서늘한 한대 기후에 속했다. 심지어 헬겐은 도시에 눈이 쌓여 있을 정도였었다. 그러니 고도가 높은 산이 변덕스럽게 날씨가 바뀌어 눈이 내려도 퍽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얼만큼 올라왔을까, 왼편을 바라보면 지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했다. 부디 근처에 고대무덤이 있기를 바라며 주변을 둘러보자 하얀 눈과 검은 바위 사이에 하나 보였다.
저 건물 외에는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데.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의 입구 같은거 아닐까?

산적 : 거기 물러서.

저거 산적이지? 황금 발톱을 훔친 도둑이 쟤네인가? 사람을 죽이는건 아직 좀 무섭긴 하지만…… 어짜피 게임 속 적 AI잖아. 그래, 쟤네는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 이루어져 있다..

산적 :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는 무시하고 그들에게 무기를 준비하고 다가갔다.

산적 : 넌 여기 오지말았어야 했어!

우선 탑 밖에 서 있는 녀석부터 빠르게 처리하고, 유일한 입구인 외길 돌다리를 막아섰다. 그리곤 탑에서 나오는 산적들을 다리 밑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이야, 이 높이에 굴러떨어졌는데 무사하지 못하겠군.
탑 안에 산적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주변을 경계하며 탑을 올랐다.

다행히도 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무덤으로 향하는 문 같은 것도 없었다.
여기가 산 정상 같았는데. 그냥 산적들의 경계 초소탑이였나. 우선 상자부터 열어야 겠다.
상자 안에는 돈 주머니강철 검 (Steel sword) 이 들어있었다. 내가 쓰고 있는 검보다 튼튼해보여 바꿔들고는 탑 아래로 내려갔다.

스텔라 : 아…….

올라올 때는 길이 안 보였는데 초소탑 쪽에서 바라보니 올라왔던 길과 엇갈려 나 있는 길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등반을 시작했다.

 

올라갈수록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 추위에 얇은 옷 한벌에 경갑 하나만 걸쳤는데도 제법 참을만했다.
이상하지, 원래의 나는 이런 추위에 롱패딩을 꽁꽁 싸맸어도 견디지 못했을텐데. 이럴수록 아무리 사실감이 넘치는 세계라도 게임 속이라는게 느껴진다. 어쩌면 사람 -산적도 어찌되었든 외형은 사람이니까- 을 죽인다는 거부감도 곧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거대한 돌 구조물이 바로 옆에까지 와있었다. 눈보라가 시야를 가려 코 앞까지 와서야 눈치챈거다.
구조물의 드높은 계단 위에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활을 든 산적 2명에 전투망치를 든 산적 1명. 나는 옆의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활을 꺼냈다. 그리고 궁병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한 번에 명중했지만 바로 죽지는 않았다. 때문에 죽일 수 있던건 1명뿐이였다. 다시 활 시위를 겨누기엔 늦어버렸다. 망치를 든 산적이 코 앞까지 와버렸으니까. 난 재빨리 무기를 바꾸어 그를 상대했다. 망치맨을 상대하는동안 화살 몇 개가 스치긴 했지만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계단 위라는 좋은 고점을 선점하고 있는데도 한 발도 못맞추는건 눈보라 때문이겠지. 내려올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여기서 내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궁수를 향해 활을 쏘았다. 머리에 맞은건지 녀석은 뒤로 넘어가 버렸다. 죽은걸까? 계단에 조심히 올라가 시체를 확인했다. 더 이상 살아있는 산적은 없었다.

나는 안심하고 입구로 보이는 돌 문으로 다가갔다. 문은 아주 무거웠고, 온 몸으로 밀어 열었다. 드륵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몸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만큼 문이 열렸다. 그 틈으로 몸을 집어 넣은다음 문은 다시 닫았다.

 

내부는 정말 무덤스러웠다. 어릴적 봤던 왕릉의 내부도 이런식이였던 것 같은데. 일일히 무늬를 새겨넣은 돌로 아치형으로 쌓은 벽과 천장, 무덤답게 서늘하고 고독한 분위기가 나 무덤이요, 하고 있었다. 관리가 되지 않아 다 부숴져 가는데다가 먼지와 눈이 쌓인 것 말고는 내가 아는 무덤 안이랑 다를 것도 없었다.
……산적과 쥐의 시체도 있네. 정말 무덤 맞구나. 쥐는 또 뭐 이리 커. 하긴 거미도 그 사이즌데…

산적1 : 그럼 아벨 (Arvel) 이 그 황금 발톱을 가지고 도망가는 동안 우리는 여기 앉아만 있어야 한다는거야?
산적2 : 그 다크 엘프 (Dark elf) 는 그냥 냅둬. 우리가 이 곳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목을 매는 것보단 나아.
산적1 : 아벨이 돌아오지 않으면? 난 그 발톱에서 내 몫을 원한다고!
산적2 : 닥치고 지금의 문제에나 집중해.

산적이다.. 바깥에 있었던 녀석들과 동료겠지. 얘기를 들어보니 황금 발톱을 가진 놈은 안 쪽으로 더 들어간 모양이다.

찾으러 갈 생각을 안하는건 다른 '문제'가 있어서인것 같은데… 여기저기 처럼 보이는 무언가의 사체와 산적들의 시체가 널려 있는걸로 봐서는 이게 그 문제인가? 괴물 쥐를 막기위해서? 무섭다, 괴물쥐.. 내려가면 더 많을까..


싫어도 퀘스트를 하려면 전진해야 한다. 저 통로 앞에서 경비를 서는 녀석들부터 처리하자.

나는 조용히 활을 겨눴다. 여자 산적 쪽을 맞춰 쓰러졌다. 옆에 있던 검을 든 남자 산적이 뒤늦게 눈치채고는 달려왔지만 나는 간단하게 쓰러트렸다.
산적이 이렇게 약해서야 산적질은 제대로 하는가 몰라. 응? 보물상자다. 이걸 괴물 쥐에게서 지키고 있던거구나.
나는 상자의 잠금장치를 열어 돈 주머니를 챙겼다. 이제 아래층으로 나아가자.

굽이굽이 아래로 이어진 통로를 지나면 끝에 방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방 중앙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는 중앙의 레버를 당겼고 방 여기저기에서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그는 어이없게 죽어버렸다.
뭐지? 왠 화살? 안에 사람이 더 있나?

 

나는 몸을 숙인 채 조심스럽게 방으로 접근했다. 다행히도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화살은 대체…… 아, 이게 카밀라가 말했던 함정인가. 퍼즐을 풀어야 나갈 수 있는걸거야.

나는 방을 둘러봤다. 동물이 양각으로 새겨진 기둥 세 개. 벽에도 동물 그림이 새겨져 있고……. 바닥에도 뱀 그림이 떨어져 있었다.
이 뱀 그림은 저 벽의 중앙에서 떨어진걸까? 그렇다면 원래는 뱀-뱀-고래 순으로 붙어있었던게 틀림없다. 이거 힌트라면 기둥을 똑같은 그림이 앞에오게 돌려야겠어.
나는 기둥을 오른쪽부터 '뱀-뱀-고래' 순으로 보이게 돌려놨다. 이제 레버를 당기면… 화살의 비는 쏟아지지 않았고 그저 눈 앞의 철창문이 열리기만 했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방 안에 석재 테이블 하나와 아래로 내려가는 나선 계단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도둑'이란 책 한 권과 스크롤 (scroll) 하나가 있었다. 스크롤의 내용은 폭풍의 정령을 소환 (Conjure Storm Atronach) 하는 것. 써 있는 내용을 읽어보면 스펠북이랑 다르게 배우는게 아니라 스크롤에 마법이 담겨져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굳이 스크롤을 써야 될 이유가 있나? 스펠북이 사실 엄청 구하기 힘든건가? 아직 모르는게 많아서 왜 그런건진 이해가 안 되네.

나는 챙길만한걸 전부 챙긴 후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서 세 마리의 괴물 쥐가 습격했지만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진짜 싫다, 쥐에게 물리면 병[각주:2]
 걸리는거 아닌가 걱정되네. 그, 중세의 쥐는 역병의 근원이라고 하잖아..

 

아래층에는 아까보다 더 먼지가 한 가득했다. 그 먼지 구덩이 테이블 한 가운데엔 또 마법 스크롤이 하나 더 있었다. 이번 내용은 화염구. (Fireball)
여느 게임에서처럼 불구덩이를 쏘는걸까? 이 무덤엔 신기하게 스크롤이 많네. 마법과 관련 된 사람이라도 매장되어 있나보다.

그 때,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벨 : 누구 거기 있나? 부디 도와줘! 제발!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방향에 있는 방은 거미줄로 두껍게 칭칭 감겨서 막혀 있었다.
이거 불안한데. 안 쪽에 뭐가 있을지 예상이 간다.

아벨 : 여기야, 여기! 날 여기서 내보내줘!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역시 모르는척 할 수는 없겠지..거기다 여기 말고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로도 없어보여.
난 한숨을 내쉬고는 검으로 거미줄을 잘라냈다.

방은 거미줄과 거미알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방의 끝에는 사람 하나가 거미줄에 묶인채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예상대로 거미도 있었다. 그것도 헬겐에서 봤던 거대 거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크기의 거대한 거미가.

아벨 : 죽여라, 죽여! 그걸 내게서 치워 버리라고!

저런거에 가까이 갔다간 잡아먹힐거야! 거미가 사람 고기를 먹던가? 저렇게 큰데 먹을수도 있겠지!
나는 주머니에서 방금 주운 파이어볼 스크롤을 꺼냈다. 불에 한 번에 태워 죽일 생각으로. 거미는 바닥에 내려오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난 서둘러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거미는 바로 코 앞에서 불에 타 죽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저 두꺼운 털 달린 다리에 찔려 죽었을 정도로 가까이.

거미를 죽인 후, 뭔가 강해진 느낌이 든다. 폐활량도 늘고 검도 더 잘 휘두를 수 있을거 같아. 하지만 저 수 개의 징그러운 눈은 꿈에서 또 나올 것만 같네..

 

어쨌든 어서 이 징그러운 거미 사체에서 떨어져야 겠어.
나는 불 탄 사체에서 빠져나와 거미줄에 묶여있는 이에게 다가갔다.
위 층의 산적들이 황금 발톱을 가져간게 아벨이라는 다크엘프랬는데, 이 녀석이 다크 엘프인가?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다크엘프처럼 피부가 회색빛이 돌고 귀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기는 하네.

아벨 : 다 끝났나? 죽은거야? 자네가 해냈군, 그 녀석을 죽였어! 자, 이제 다른게 또 나타나기 전에 날 풀어줘!
스텔라 : 그 전에, 황금 발톱은 네가 가지고 있지?
아벨 : 아아, 그래. 거기다 난 그 발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발톱의 표식과 이야기에 나오는 전당의 문같은 것의 위치도 말야! 날 도와주면 알려주도록 하지. 믿기지 않겠지만 노드들의 숨겨진 힘이 거기 있을거다!
스텔라 : 발톱을 먼저 주는건 어때? 풀어주는건 받고 나서 해줄게.
아벨 : 내가 지금 움직일 수 있어 보여? 먼저 날 풀어줘야지!
스텔라 : ………그래, 일단 풀어줘야 겠네..
아벨 : 정말 고맙군!

나는 검으로 아벨이 묶인 곳을 조심히 잘라냈다. 거미줄이 느슨해져 갈 때, 아벨은 스스로 바닥에 내려오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아벨 : 하하하! 멍청하긴, 내가 이걸 왜 줄 것 같나?

아벨이 묶여 있던 곳, 뒤 편은 안 쪽으로 통하는 길이 더 있었다. 그 녀석은 그 통로로 도망쳐 버렸다.

스텔라 : 젠장!

나는 서둘러 아벨을 쫓아갔다. 하지만 작고 재빠른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 엘프들은 원래 이렇게 빠른가? 아니면 내가 느린거야?

방 두 개를 지났을까, 점점 숨이 벅차 오르는 때에 아벨의 비명이 들려왔다. 또 거미에게 붙잡히기라도 한거냐. 이번엔 죽게 내버려 둬야지, 그렇게 다짐을 하며 달려갔다.

  1. 여러 서구 신화나 민담에 등장하는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체구가 거대하고 요술을 부리는 괴물. 북유럽 신화에서는 요툰헤임의 거인들이 전쟁에서 참패 후 무능한 트롤이 되어 동굴에서 근근히 살아가게 됐다고 전해진다. 스카이림에서는 자연치유가 가능하며 사람을 잡아먹는 유인원 비슷한 괴물로 묘사된다. [본문으로]
  2. 페스트.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 흔히 '흑사병'이라고도 부른다. 페스트 균은 숙주 동물인 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메인 퀘스트 : 폭풍 앞에서 (1)

Game/스카이림

2021. 11. 21.

320x100
반응형

Before the Storm

나는 헬겐에서의 처형과 드래곤의 공격을 모두 피했습니다. 이제 스카이림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스텔라 : 제가 스카이림은 처음이라, 리버우드가 어딘지 잘 모르기도 하고 또 드래곤이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동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나는 앞서 가는 해드바를 뒤쫓아가며 말했다.

해드바 : 그래, 그럼 같이 가지. 왠지 드래곤이 우릴 지켜보는 느낌이군.

다행이다, 쫓아가는게 맞는거 같네. 목표만 알려주고 사라지는 npc는 아닌 것 같아. 이 참에 궁금한걸 물어봐야 겠다.

스텔라 : 사실 저는 드래곤을 처음봤어요.
해드바 : 나도 마찬가지일세! 오래 전에 전부 죽은줄로만 알았는데.
망할 스톰클록이 드래곤을 깨운거라면… 울프릭이 처형되려 할 때 수 세기만에 드래곤이 나타난건 과연 우연일까.
스텔라 : 울프릭……. 저랑 같이 수레에 타고 있던 사람이죠? 반란군이라면, 그는 일종의 배신자인가요?
해드바 : 수레? 군용 마차 말이지?
맞아. 그는 스톰클록의 지도자지. 그들은 자기들이 스카이림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스카이림의 대왕이 되고자 하는 울프릭의 야망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스텔라 : 제가 요즘의 스카이림 정세에 대해 잘 몰라서요.
해드바 : 오, 그러고보니 시로딜에서 스카이림으로 국경을 넘으려다 잡혔었지?
스텔라 : ……그렇죠. 원래는 여러 곳을 탐험하던 모험가, 그런거였어요. 그러다 스카이림엔 정착하고 싶어서 온거죠.
그래서 이 곳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몇 가지 더 물어볼게요. 스톰클록이 정확히 뭐에요? 그 사람들은 왜 울프릭을 추종하는거죠?
해드바 : 스카이림의 내전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모르나보군. 시로딜의 사람들은 다른 걱정거리가 더 많은 모양이야.

시로딜이 어디야.. 나는 그냥 눈 떠 보니 수레 위였는데.

해드바 : 울프릭은 몇 년 전,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사람들을 선동해서 일종의 사병으로 스톰클록을 창설했네. 그는 창설을 위해 탈로스 숭배 금지령을 이용했지. 하지만 많은 지지를 얻지 못했고, 결국 몇 달 전에 대왕 (High-king) 을 살해했어! 그 일은 제국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
스텔라 : 하지만 결국 잡았잖아요. 어떻게 한거에요?
해드바 : 그거야 툴리우스 장군님의 대단한 지략 덕분이지! 그 분은 이 곳에서 지휘한 지 몇 달밖에 안됐는데도 제국을 위해 순식간에 상황을 역전시켰다.
우리는 전쟁이 시작 된 이후로 울프릭을 잡으려고 애썼었지만 항상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는데... 그래, 마치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 울프릭은 몇 명의 경호원과 함께 우리의 매복에 바로 걸려들었거든. 그는 생각외로 순순히 항복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위용과 평판이 너무 좋았다는거야. 그래서인지 울프릭을 시로딜로 데려가는줄 알았는데, 장군님께서 마음을 바꾸신 것 같아. …나머지는 자네도 알지 않나.

자랑스럽게 툴리우스 장군이 이룬 일을 얘기하던 해드바는 사형에 관한 이야기는 멋쩍은 듯 내 눈을 피하며 얘기했다.
그래도 이렇게 들으니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긴 하네. 고작 몇 달만에 반군의 수장을 사형시킬 수 있었다는거잖아. 그 드래곤이라는 초유의 재난만 아니였다면.. 안타깝게도 대단한 실력에 비해 행운의 가호는 받지 못하는 것 같네...

스텔라 : 울프릭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탈로스 숭배 금지령을 이용했다고 했잖아요. 금지령이 떨어진 이유가 뭐에요? 그게 반란을 일으키는데 동조할 정도의 큰 문제인가요?
해드바 : 제국의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별 일은 아니였지만, 여기에서는 많은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큰 문제였지. 스카이림의 아들과 딸들의 모든 것이였거든. 나도 '그 일'이 제국에 있어서 악수였다는 점은 인정해. 하지만 황제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않았나? 그가 평화 조약 (peace treaty) 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탈모어들은 제국을 멸망시켰을거다. 그러면 스카이림은 어떻게 됐을것 같은가? 울프릭의 추종자들이 늘 잊고 있는 점이지. 제국이 단결하지 않는 한, 탈모어는 우리 모두를 파괴할텐데.

해드바의 말에 따르면, 탈모어라는 집단이 평화 조약을 서명하게 해서 탈로스 -일종의 신인 것 같다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를 숭배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 같다. 그리고 스카이림은 그 신도가 많았던 지역이라 사람들이 분개했다는거고.
하나를 물으면 모르는 단어가 두어개는 더 나오는 현실에 나는 한숨이 나왔다. 이 전쟁이 단순히 종교 탄압에 대해 저항하는 혁명이 아닌 왕권에 대한 이견차이로 인해 생긴 이권다툼임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물어봤다간 자신이 너무 많은걸 모른다는걸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결국 종교를 탄압한 건 탈모어인지 뭔지라는거 아니야. 근데 아무리 그들에게 굴복한 나약한 황제와 왕이래도 갑자기 죽여도 괜찮은건가, 탈모어의 수장이 아니라? 이 의문은 이 전쟁이 왕위 찬탈을 위한 것 뿐임이라는 생각에 더 무게를 실어줬다. 솔직히 내가 믿는 종교도 아닌데 굳이 끼어들 필요도 없기도 하고 말이다. 아마 메인스토리가 이 전쟁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는 확고하게 제국군에 가담해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근데 드래곤은 뭐였을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각주:1] 같은건가. 게임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최종보스 -로 추정되는- 울프릭을 죽일 수 없으니까. 메인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외압 중 하나로 설정해 놓은 몬스터일 수도 있고.

 

해드바와 이야기를 나누며 리버우드로 향하다 드래곤이 지나갔던 석조 구조물이 가까이서 보인다는걸 깨달았다.
다시 봐도 엄청난 크기다. 저렇게 큰 산에 눈에 띌 정도의 구조물이니 가까이에서 보면 더 대단하겠군.
내가 그 곳을 바라보자, 해드바가 말을 걸어왔다.

해드바 : 저기 있는 폐허를 보고 있나?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 (Bleak falls Barrow) 이란 곳이지.
내가 어렸을 때 항상 저 곳의 악몽을 꾸곤 했었어. 드로거 (draugr) 들이 밤 중에 산에서 내려와 내 창문을 기어올라오는 그런 것. 그래, 솔직히 아직도 저 무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멋있고 웅장한 구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덤이였구나.. 왕릉 같은건가보다. 확실히 저 사이즈 되는 무덤이 코 앞에 있으면 무섭겠지, 응.

해드바 : 들어봐, 자네 혹시 제국군에 합류하는게 어떤가? 우리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꼭 필요해. 반란군들에게 드래곤이 있다면 결국 툴리우스 장군만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테니까.
스텔라 : 툴리우스 장군님은 그 드래곤이 어디서 왔는지 아나요?
해드바 : 아니, 아직은 아냐. 드래곤은... 옛날 이야기와 전설에 나오는 무언가에 불과했으니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거다. 하지만 장군님은 반드시 알아내려 하시겠지. 이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일이야. 그 드래곤을 막고 싶은거라면, 그 역시 솔리튜드 (Solitide) 로 가서 제국군에 합류하는 것이 가장 좋을걸세.

좋아, 제국군 진영에 들어가는 루트가 열린 기분이다. 퀘스트 창이 있다면, '제목 : 제국군에 가입하기' 이런식으로 떴을게 틀림없어. 해드바와 제국군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보자.

스텔라 : 제가 군인을 할 수 있을까요?
해드바 : 물론이지! 헬겐을 탈출하는동안 본 모습에 의하면 충분히 해낼 정도로 무기솜씨는 있다고 믿음이 가거든. 오늘이 제국군에 대한 좋은 소개는 아니였단건 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으면 좋겠군.
스텔라 : 하지만 툴리우스 장군이 내 처형을 명령했잖아요. 제가 왜 그를 도와주겠어요?
해드바 : 네가 화가 났다해도 비난하지 않겠어. 나도 자네의 입장이 되었어도 그랬을테니까. 제국군에 의해 처형당할 뻔했다가 바로 가담하기란 쉽지 않지.
하지만 그건 모두의 실수였어. 널 그 스톰클록 배신자들과 함께 마차에 올라타게 해서는 안 됐는데. 제국에겐 정말 인재가 필요해. 특히 울프릭이 다시 풀려난데다가 저 드래곤이 활개치고 다니는 지금은 더더욱. …자네가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
스텔라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믿고 합류하고 싶네요.
해드바 : 꼭 그래주게. 제국군은 스카이림의 유일한 희망이야.
툴리우스 장군의 본부는 스카이림 북서쪽에 있는 솔리튜드에 있는 다우어 성 (Castle Daur) 이다. 장군의 부관이신 리케 (Rikke) 가 신입 병사들을 상대하지.
만일 내가 먼저 솔리튜드로 돌아간다면 꼭 너에 대해 좋은 말을 해두마.

이제 스토리 상 솔리튜드까지 가면 될 것 같다. 그 곳까진 또 얼마나 걸리려나. 날도 점점 저물고 있는데 지금 향하는 리버우드라는 마을을 거치는게 좋겠지.

 

그렇게 제국군 권유를 받으며 내리막길을 가다보니 눈 앞에 특이하게 생긴 돌 3개가 보였다.

해드바
: 이건 수호석 (Guardian Stones) 이라 불리는 고대의 돌이야. 여기 있는 3개 말고도 스카이림 곳곳에 10개 정도 더 있지.
가서 한 번 돌 중 하나를 만져 봐라. 돌의 특별한 힘이 너에게 전해질거다.

그 말대로 나는 돌 근처로 갔다. 돌에는 각각 양손에 검을 든 후드 쓴 자의 그림, 로브와 챙모자를 쓴 사람의 그림, 도끼를 들고 갑옷을 입은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해드바 : 각각 도둑의 돌, (Thief stone) 마법사의 돌, (Mage Stone) 전사의 돌 (Warrior stone) 이다. 마음에 드는걸 고르면 돼.

 

나는 고민하다 전사의 돌을 만졌다.
이런 세계에선 강한게 최고지. 체력 많고, 힘 세고, 다 때려 부술 수 있는 그런거.
돌을 만지자 푸른 빛이 돌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줄기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 물론 나한테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이 돌이 정말 어떤 효과가 있는건지 약간 의심이 들긴 했다.

해드바 : 전사의 돌! 좋아, 역시 널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자네가 그 마차에 타면 안된다는걸 알고 있었다고!

호들갑은…….
빛줄기가 잦아드는 것을 확인하고 우린 마저 길을 갔다.

해드바 : 내 생각에 자네는 이미 사면을 받았을거야. 그래도 우리가 툴리우스 장군의 확인을 받을 때까지는 다른 제국 병사들을 멀리하는게 좋겠어.

어디 돌아다니지말고 퀘스트나 하라고 못을 박아두는군.

해드바 : 가기 전에 리버우드에어 쉬면 한결 기분이 나아질걸세. 이제 곧이야.

정면의 길목에 마을 입구 같아보이는 초소 형식의 아치가 눈에 띄었다. 왼편에 강을 바로 끼고 오른편엔 산을 끼고 있는 한적해 보이는 작은 마을의 입구였다.

해드바 : 여기라면 다행히도 조용해 보이는군. 저기 내 삼촌이 있네, 어서 말 걸어 보자고.

그는 사지에서 돌아와 가족들을 만난게 기쁜 것인지 여느 때보다 밝은 얼굴로 대장간 -본 적은 없지만 모루와 큰 화덕이 있고 연마기처럼 보이는 숫돌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으로 달려갔다.

 

해드바 : 알보어 (Alvor) 삼촌! 안녕하세요!
알보어 : 해드바? 여기서 뭐하는거냐? 휴가 중인가?
쇼어 본! (Shor Born, oh my God이나 신이시여 같은 관용구)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해드바 : 쉿.. 삼촌, 제발. 목소리 좀 낮춰 주세요. 전 괜찮아요. 우리 안으로 들어가 얘기하죠.
알보어 : 무슨 일이야? 그리고 저 사람은 누구지?

해드바의 삼촌은 날 가르키며 물어봤다.

해드바 : 그녀는 제 친구에요. 제 목숨을 구해줬죠. 자, 모든걸 설명할테니, 부디 안으로 들어갑시다.
알보어 : 그래, 시그리드 (Sigrid) 가 먹을 것을 가져다 줄 테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거라.

두 명은 대장간 옆에 위치한 건물로 들어갔다. 나 역시 뒤따라 갔다. 그 때 뒤에서 어떤 여자가 소리치는게 눈길을 끌었다.

 

힐데 : 드래곤이야! 드래곤을 봤어!
스벤 : 뭐라고요? 지금 뭐라는거에요, 어머니?
힐데 : 그 드래곤은 산만큼 크고 밤처럼 검었어. 무덤 바로 위를 날아갔단 말이야!
스벤 : 드래곤이라뇨? 제발, 어머니. 계속 이러면 온 동네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할 거에요. 어머니의 환상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는 내 할 일이 더 많다는걸 알아줘요.
힐데 : 거짓말이 아냐! 곧 보게 될 거야! 그 녀석이 우리 모두를 죽일 테니 결국 나를 믿게 될 거야!

아주머니의 말은 사실이였지만 아들로 보이는 자는 믿어주지 않았다. 분명 저 반응이 스카이림 사람들의 드래곤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일거다. 대부분은 헛소리 취급하겠지.

스텔라 : 전 헬겐에서 왔어요. 정말 드래곤이 있었고, 그 녀석이 마을을 전부 부숴놓았죠.
스벤 : 정말인가요? 우리 어머니가 한 말이 진짜였다는건가.
이 일은 화이트런 (Whiterun) 에 있는 영주에게 말하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하니까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을에 처음이신 것 같은데 몇가지 알려드리자면, 여기 리버우드의 상인 (Riverwood Trader) 에서 루칸 (Lucan) 이 여러 물건을 매입하거나 팔고 있습니다. 무기나 갑옷이 필요하면 대장장이인 알보어 (Alvor) 를 찾으면 되고요.
스텔라 : 감사합니다.

마을 사람의 친절한 안내를 뒤로하고 대장간 안 쪽으로 향했다.

 

알보어 : 시그리드! 손님이 왔어!
시그리드 : 해드바! 우린 널 걱정했었어! 자, 둘 다 배가 고프죠? 앉으면 내가 먹을 것을 해올게.
알보어 : 자, 그럼 꼬맹아. 무슨 큰 비밀인건데 그러냐? 동굴 곰과 말다툼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에서 뭐하는거야?
해드바 :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툴리우스 장군의 병사라는건 알고 계시죠? 헬겐에서 저희가 드래곤에게 습격당했어요...
알보어 : 드래곤? 그건... 말도 안 돼. 너 취한 거 아니냐?
시그리드 : 여보,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줘요.
해드바 : 그리고 드래곤은 날아다니며 온 사방을 파괴했고, 엄청난 혼란이였죠. 다른 사람들이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이 친구, 스텔라가 아니었다면 혼자 탈출했을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전 솔리튜드로 돌아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야 할 것 같네요. 그 전에 여길 들린건 삼촌이 우리를 도와줄거라 생각했어요. 음식이나 옷, 숙박 장소 같은걸요.
알보어 : 물론이지! 해드바의 친구라면 내 친구나 마찬가지야. 내가 할 수 있는 한 기꺼이 도와주마.

알보어의 아내로 보이는 시그리드 역시 음식을 탁자에 내려 놓으며 동의했다. 현대의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투박한 빵과 야채수프였지만, 종일 굶주렸기에 남기지 않고 먹었다. 사실 제법 먹을만 하기도 했고.

알보어와 시그리드 부부에게는 딸도 하나 있었는데, 드래곤의 이야기를 듣고는 신나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궁금해하며 해드바에게 이야기를 더 해달라며 졸랐다.
아이에겐 전설 속의 존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만큼 흥미로운 얘기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나도 직접 겪은게 아니였다면 비슷한 반응이였을거다.

도르테 : 해드바 오빠, 정말로 드래곤을 봤나요? 어떻게 생겼어요? 진짜로 큰 이빨을 가지고 있어요?
시그리드 : 쉿, 얘야. 네 사촌을 괴롭히지 마렴.

식사를 마친 나에게 알보어가 다가와 갈아입을 옷가지를 주었다. 갈색의 벨트 튜닉 (Belted Tunic) 이였다.

알보어 : 지하 작업실에 묶을 곳이 있어. 잠은 그 곳에서 자면 될거야.
스텔라 : 감사합니다.
알보어 : 그래, 난 다시 일을 하는 게 좋겠군. 너희 둘은 집에서 좀 쉬렴.

오늘 일로 피곤했던 나는 허락을 받자마자 지하로 내려가 바로 침대에 누웠다. 정말 피곤했었는지 나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었다.


  1. 신의 뜻대로. 기계장치의 신. 빠르고 간편하게 작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사기 캐릭터나 연출 요소의 등을 일컫는 말.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메인 퀘스트 : 해방과 자유 (2) + 드래곤본의 책

Game/스카이림

2021. 11. 20.

320x100
반응형

Unbound

당신은 드래곤을 피해 해드바와 함께 헬겐의 중앙탑 요새로 들어왔습니다. 그와 헬겐을 탈출해야 합니다.



해드바 : 우리만 도망친 것 같군. 저게 정말 드래곤이었나? 세상에 종말이라도 오려는건가?

종말이라…… 이세계에 오자마자 종말인가..

해드바 : 빨리 움직이도록 하지. 이리오게, 내가 그 밧줄부터 풀어주겠네.

풀어주겠다고는 했지만 왠지 단검을 들고 있으니 다가가기 꺼려졌다.

해드바 : 어서, 그 결박은 스스로 끊어지지 않을거야.

그래, 아이를 구하는데 최선인 이가 죄도 없는 나를 해칠리 없지.
나는 해드바에게 다가갔다.

해드바 : 자, 됐네.
이제 주위를 둘러보게. 장비들이 많이 있을거야. 나는 이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걸 찾아볼테니.

그의 말처럼 해드바의 팔에는 큰 화상 자국이 보였다.
아이를 구할 때 드래곤의 화염 숨결에 당한걸까? 나도 뭔가를 걸쳐 입는게 좋겠어. 이런 누더기 차림으로는 드래곤은 커녕 어딘가에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날거야.

나는 해드바가 말한 상자를 뒤졌다. 그 안에는 그가 입은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가죽갑옷이 들어있었다.
이걸 입으면 로마 군인 코스프레를 하는 기분이겠는걸, 그렇게 생각하며 누더기 옷 위에 갑옷을 걸쳤다. 그리곤 머리를 보호하려면 투구도 써야겠다 싶어, 꼼꼼히 제국군 경갑 갑옷 (Imperial Light) 을 풀세트로 맞춰 입었다.

해드바 : 방어구를 입은걸 보니 한결 나아보이는군, 무기도 찾아서 착용해보게. 앞으로 필요하게 될거야.
스텔라 : 무기……?

무기가 없는 것보다야 있는게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앞으로 필요하게 될거란 저 말…… 걱정된다.

해드바 : 그 검도 몇 번 휘둘러봐.

내가 무기 거치대의 철 검 (Iron Sword) 을 잡은걸 본 해드바가 말했다.
사실 검 같은거 써본적도 없는데, ……활이라면 모를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몇 번 휘둘러 봤지만, 생각외로 손에 익었다. 마치 몇 번 정도는 검을 잡아봤던 사람처럼. 심지어 이 투박한 철 검이 별로 무겁지도 않게 느껴져. 듣기로는 진검은 무게가 상당하다고 했는데..

해드바 : 좋아, 이제 움직이자. 드래곤은 아직도 밖에 있을테니까.

그는 내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안정되어 있는걸 보고는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한걸까?

그는 말을 마치곤 곧바로 문 옆의 사슬을 당겼다. 신기하게도 굳게 닫혀 있던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나는 문 안 쪽으로 들어가는 해드바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갔다.

안 쪽은 밝은 원형의 방으로 이어진 복도였다. 복도와 방 사이는 쇠창살처럼 만들어진 문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여기에도 사슬이 달려 있었다. 이번에도 저 사슬을 당기면 문이 열리는 구조인 것 같았다.
나는 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쇠창살 너머를 바라봤다. 방에는 스톰클록의 옷을 입은 시체 하나.. 그 외에 위험한 것은 없어 보였다.

스톰클록군1 : 빨리 가야 해! 저 드래곤이 요새 전체를 부수고 있어!
스톰클록군2 : 잠시만... 나 숨이 가빠...

해드바 : 잠깐, 스톰클록이야.
스텔라 : 어쩌죠? 저들이 갈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기라도 해야하나요?
해드바 : 어쩌면 저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스텔라 : 뭐라고요?

………정말 긍정적인 생각이다. 제국군 군복을 입은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 거기다 형장에서 사형수 목록을 읽던 사람이 다가오는데 퍽이나 위협을 안 느끼겠다. 자기도 아까까지 랄로프랑 대치했던 주제에.

해드바 : 잠깐만요, 우리는 단지...
스톰클락군1 : 죽고 싶다면 이리 와보시지!

결국 그 두 명이 먼저 해드바를 공격해 왔다.
이럴줄 알았어.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혹시라도 나를 공격해 온다면 반격할 요량으로 검을 들고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해드바는 정말 군인은 군인이였던건지 그들을 가뿐히 상대했다.

해드바 : 이 일로 배운게 있다면 어떤 이유를 갖다붙여도 나는 스톰클락을 설득하기 힘들거라는거야.
스텔라 : 이제라도 알았다면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스톰클록들이 들어온 곳이 또 다른 입구라면 여기가 요새로 진행하는 방향 같은데.. 잠겨있네요.
해드바 : 내가 그 문을 열 수 있는지 보지.

해드바는 문을 잠시 살펴보더니 주머니에서 열쇠 뭉치를 꺼내 몇 개의 열쇠를 맞춰 보고는 손쉽게 열었다. 아무래도 이 곳은 제국군이 관리하는 요새 중 하나일테고, 해드바는 제국군이니까 이 곳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였다.
이거…… 따라오길 잘했는데?

해드바 : 가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긴 복도와 방이 하나 보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해드바 : 조심해!

드래곤의 포효 소리와 동시에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해드바가 말리지 않았다면 큰 일 날 뻔했잖아.

스텔라 : 고마워요.
해드바 : 젠장, 저 드래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군.
스텔라 : 길이 막혔는데, 이 방으로 들어가도 길이 있으려나?
해드바 : 일단 들어가 보자고.

방은 상당히 넓은 구조의 창고였다. 아마 군인들의 보급품을 모아두는 곳이였겠지.
방 안을 둘러보며 나아가는 중, 안 쪽에서 말 소리가 들려왔다.

스톰클록군1 : 뭐 하는거야? 우리는 빨리 헬겐에서 나가야 해!
스톰클록군2 : 제국군들이 여기에 포션 (Pothion) 을 잔뜩 가지고 있는게 안보여? 나중에 필요할지 몰라.

아까의 설득 실패로 인해서인지, 해드바는 이번엔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공격을 감행했다. 습격을 당한 그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해드바 : 휴, 여긴 오래된 창고일거다. 포션을 찾을 수 있는지 둘러봐라. 도움이 될거다.

나는 그의 말처럼 창고의 선반, 나무통들을 뒤져 챙길 수 있을만한 것들은 다 주웠다.
와인 (wine) 몇 병, 포션 몇 병…… 평범한 중세 세계인줄 알았더니 체력 포션이란 것도 있구나. 하긴 아까 누가 마법도 썼었지. 마지막으로 이 하얀 가루는 뭐지? 맛을 보니 소금이였다. 이게 지금 꼭 필요한가? 나는 와인과 포션만 챙기기로 했다.

해드바 : 다 됐나? 그럼 이쪽으로 와!
이 문이 아까 무너진 복도의 반대편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걱정 마. 우린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갈테니까.

 

정말로 반대 편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아마 이 특이한 구조는 이런 재난 상황에 대비해 만든 구조일지도 모르겠다.

복도를 따라가다보면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왔다. 그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새장이라든가 감옥같은 장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드바 : 고문실.. (The torture room)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길 바랬는데....

고문 기술자 조수 : 히야압!

누군가의 기합 소리에, 서둘러 고문실로 내려가니 제국군 군복을 입은 두 명이 스톰클록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해드바는 서둘러 달려가 그들을 도왔다. 나 역시 스톰클락군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치명상을 입히려하는 순간, 망설임이 깃들어 멈칫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이 드는걸까.
스톰클록군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죽기 전에 마지막 한 놈이라도 더 보내겠다는 심보로 전투망치를 전방위로 휘둘렀다. 나는 뒤쪽에 있었기에 뒤로 물러나 피할 수 있었지만 고문실에 있던 젊은 제국군인 쪽은 아니였다. 결국 그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동시에 후드를 쓴 제국군 노인은 손에서 전기를 뿜어내, 동료를 죽인 스톰클록군을 쓰러트렸다. 나머지 스톰클록군도 해드바의 검과 노인의 마법에 힘없이 쓰러졌다.
내가 저들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가 공격을 감행했더라면 이 젊은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고문 기술자 : 제 때에 와줬군. 이 녀석들은 내가 자기네 동료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식에 약간 화난 것 같아 보였거든.
해드바 : 지금 이러고 있을 때인가요?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나본데, 드래곤이 헬겐을 공격하고 있다고요!
고문 기술자 : 드래곤?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그러고 보니 저기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긴 한데.
해드바 : 같이 갑시다. 여기서 나가야 해요.
고문 기술자 : 넌 나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단다, 꼬마야.
해드바 : 제 말 못 들었습니까? 요새가 공격받고 있다고 했잖아요!
스텔라 : 전혀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해드바 : 그래, 우리끼리라도 빠져나가는게 좋겠어.

해드바는 소리가 났었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다, 감옥 쪽에서 무언가 발견한 듯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해드바 : 잠깐, 이 감옥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고문 기술자 : 그건 신경 쓰지 마라. 오래 전에 열쇠를 잃어버린 감옥이거든. 저 불쌍한 친구는 몇 주 동안 비명을 질렀었지.

해드바는 그의 말을 들은체도 안하고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해드바 : 저걸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사용해 보겠나?

해드바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핀 같은 것을 꺼냈다.
아, 이게 뭔지 알 것 같아. 영화 같은데서 봤어. 락픽 [각주:1]아니야? 도둑들이 잠금장치를 열 때 쓰는..

해드바 : 우린 얻을 수 있는건 다 가져가야해. 모든 필요할거야.

나는 락픽을 사용해 로브를 입은 사람이 있는 감옥 열고자 시도했다. 문을 여는 일은 영화에서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락픽 (Lockpick) 을 두어개 쯤 부러트리고서는 겨우 열 수 있었다. 하지만 해냈다는 기쁨 때문인지 부러진 락픽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감옥 안에는 이 세계의 화폐로 보이는 금화 몇 닢 책 한 권이 있었다.
그 중, 특이한 불꽃 모양이 새겨진 책은 제목이 써있지 않아 무슨 내용일지 전혀 예상이 안 갔다. 가지고 갈만한건지 훑어보기 위해 펼쳐본 나는 무지막지한 지식이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걸 느꼈다.
………아까 저 고문기술자 노인이 썼던 전격 (Spark) 마법, 나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다시 한 번 책을 살펴보려 했지만 내 손 위의 책은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스텔라 : 이런, 책이 타버렸어.
해드바 : 아마 자네가 본 건 스펠북 (Spellbook) 이라는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였을거야. 잘 됐군. 적이 오더라도 쉽게 처치할 수 있겠어.
그리고 저기에 이런 것도 있던데, 방패가 없어 전투를 진행하기 힘들었지?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 왔다.

해드바는 고문실 이곳저곳을 뒤지기라도 했는지 무언가 잔뜩 가지고 왔다. 여분의 락픽과 가죽방패, (Hide shild) 책 한 권이였다.
드래곤본의 책? (The Book of the Dragonborn) 드래곤본? 어디서 들어봤는데. 이건 그 스펠북이란게 아닌 평범한 책 같은데, 나중에 여유가 생긴다면 읽어보자.

고문 기술자 : 아, 그래. 내 물건 모두 가져가라, 가져가.
해드바 : 아,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자, 이제 계속 가자.
고문 기술자 : 흥, 그래봤자 거긴 막혀 있는 곳일텐데.
해드바 : 계속 나아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요.

나와 해드바는 고문실 안쪽에 있는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의 양쪽 벽에는 수 많은 감옥들이 줄지어 있었다. 대체 이 곳에는 얼마나 많은 포로와 죄수들이 갇혀 있었을지 감도 안 잡혔다.

 

얼마 쯤 나아갔을까, 감옥이 줄지은 통로의 끝에는 본래는 창고였을 넓은 장소가 나왔다. 그리고 그 곳의 벽은, 마치 이 곳으로 들어오라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무너져 있었다.
아마 무너진 벽 너머에는 처음부터 인공적인 동굴이 이어져 있었고, 드래곤으로 인해 지반이 흔들리니 약한 이 벽 부분만 무너진게 아닐까? 왜 이런데 동굴이 있는거지. 슬쩍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해드바 : 왜 이런데 동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장소를 벗어나서 기쁘군.
상황이 더 나빠질지 나아질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이 동굴이 어딘가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야.

맞아, 불안하다고 해봤자 어짜피 갈 곳은 여기 뿐이다. 이 동굴이 밖으로 이어져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 다시 그 마을로 되돌아 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커다란 동공이 하나 나왔다. 군데 군데 돌로 된 기둥과 다리, 계단이 놓여져 있는 인공적인 공동이였다. 이 곳은 무슨 용도로 만들어 놓은걸까?

스톰클록군1 : 이 오블리비언 (Oblivion, 미궁의 관용 표현으로 사용) 같은 곳에서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는거지? 출구는 대체 어디야?
스톰클록군2 : 잠시만 나한테 시간을 줘 봐. 생각 좀 해볼테니.

이 공동에 우리말고 누군가 있다. 어림잡아 너댓 명. 우리처럼 탈출구를 찾는 스톰클록 무리인 것 같았다. 아까 고문실에 있던 이들의 동료일지도 모르겠다. 그 곳에 한두 명만 두고 나머지는 길을 찾으러 왔는지도.

해드바 : 수가 꽤 많군. 여긴 흩어져서 상대하는게 좋겠어.
내가 저 좁은 돌다리를 막아서서 진로를 막은 채 두 명을 상대할테니, 자네가 구석에 경계를 살피는 이들을 처리해 주겠나?
스텔라 : 해볼게요.

 

우리는 작전을 짜고선 바로 달려들었다. 해드바가 다리 위에서 스톰클락들과 대치하며 눈길을 끄는동안 나는 다리 아래로 내려가 건너편의 보초를 서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활을 가지고 있었는지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나는 아까 해드바에게 받은 방패로 화살들을 막으며 전진했다.

스텔라 : 흐럅!

어떻게 두 명의 궁병을 처리했다.
나, 상상 이상으로 전투에 재능이 있는지도. 사실 아직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실감나진 않지만, 먼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여긴 원래 내가 사는 곳도 아니고, 괜찮겠지..

내가 회한을 느껴 자기합리화를 하는 동안 해드바가 옆에 와 있었다. 궁병들을 상대할 때 그 역시 스톰클록들을 빠르게 쓰러트린 모양이였다.

해드바 : 좋아, 이제 탈출구를 찾을 수 있는지 봐야겠군.

 

우리는 거대한 공간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궁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던 구석에 작은 통로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했다. 그 통로는 이 인공적인 공동보다는 꽤 자연동굴스러운 모습이였다. 지렛대 다리가 올려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텔라 : 이런걸 왜 만들어 놓은걸까요.
해드바 : 글쎄, 일단 어디로 가는지나 보자고.

해드바는 레버를 당겼고 세워져 있던 거대한 나무 다리는 건너갈 수 있게끔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는 바로 다리를 건넜다. 그 때였다. 건너자마자 드래곤의 포효가 들렸고, 복도가 무너졌던 것처럼 다리 위의 천장도 무너져 내렸다. 그 돌무더기로 인해 다리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해드바 : 젠장. 이젠 돌아갈 수도 없겠군. 오히려 우리 위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야. 이제 정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겠네.
스텔라 : 지상에 남아있던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해드바 : 다른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찾겠지. 결국 우리 둘 뿐이군.

해드바는 한숨을 내쉬고는 발길을 멈췄다.

해드바 : 지금이야말로 아무도 나를 죽이려 하지 않을것 같으니, 잠시 쉬어가는게 좋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맞은편 공동에 거미줄이 '너무' 많다는게 느껴졌다. 언뜻 보이는 커다고 둥근 무언가는 꼭 알같아 보이기도 하고…….

스텔라 : 저 앞에,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해드바가 내가 가리킨 장소를 바라보는 순간, 그 거미줄이 많던 공동의 위 쪽에서 사람보다 더 큰 크기의 거대한 거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드바 : 젠장할, 이제 별 괴물까지 나타나 주시는군.

말도 안 돼. 저런 생물이 존재해도 되는거야? 보통 괴물이라고 해도 이세계에 떨어졌다는 만화를 보면 포유류 쪽으로 좀 거부감이 덜 드는 모습이라든가 귀여운 외형의 슬라임이라든가 그렇잖아! 근데 저 실감나다 못해 혐오스러운 부분만 과장시킨 거미는 뭔데? 눈알이, 눈알이 내 손만해! 저런건 칼로 찔러도 불쾌한 타액이 이리저리 튈 것 같단 말야! 정말 싫어!

나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건 해드바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래, 저런 괴물 거미에 면역이 있는 사람이 어딨어. 그건 이 거미가 존재하는 이쪽 세계 사람들도 다 똑같다. 근데 이 사람들도 혐오스러워 견디지 못하겠는걸 나보고 어떻게 견디라는거냐!

 

결국 우리를 습격해 오는 거미를 어떻게든 전부 해치웠다.

해드바 : 다음은 또 뭐지, 거대한 뱀?
나는 그 빌어먹을 것들이 너무 싫어. 눈도 너무 많잖나. 자네는 어때?
스텔라 : 저도 마찬가지에요. 애초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는 해요?

우리는 최대한 거미 시체에게서 멀리 떨어질 요량으로 동굴 더 깊숙히 들어갔다. 그곳은 더 이상 거미도 거미줄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작은 지하 개울 하나만 흐를 뿐이였다.
드디어 그 난리 이후의 첫 휴식이였다.

해드바 : 적어도 당분간은 걱정할 드래곤은 없어. 거미도 말이지.
스텔라 : 그거 참 다행이네요. …어쩌면 도개교를 만들고 벽을 세워 막아놓은건 그런 것들이 요새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을지도요.

지금까지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였다. 계속 긴장해 있던 탓일거다. 거기다 이세계에 떨어졌는데도 알 수 없는 재난의 연속이라 내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볼 틈이 없었다. 대체 난 왜 이 세계에 온걸까? 아니 당초에 어떻게 해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걸까? 돌아갈 수 있기는 한걸까? 만약 이 곳에서 죽는다면 난 어떻게 되는걸까? 여러 의문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나는 지금껏 이세계에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활자 속 인물들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냥 순응하면서 살거나, 원작대로 진행하든가,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거나,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든가, 뭐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담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분명, 이 세계는 그 방법들 중에 어떤 방법을 시도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인가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 이 세계는 전쟁 중이다. 어쩌면 전쟁을 끝낼 이를 원하는건가, 그건 아닐것이다. 처음 사형장에 같이 끌려갔던 이가 울프릭 스톰클록, 반란군의 수장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나라의 군대는 충분히 유능해 보였다. 아니면 반란군의 편에 서야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드바와 같이 있는 지금은 좋은 선택이 아니였다는건데.. 어쩌면 돌아갈 방법을 직접 찾아야 하는걸 수도 있다. 마법이 있는 세계니 가능할지도 모르지. 세계 곳곳에 숨겨진 뭔가를 찾거나 마법을 연구한다든가 말이다. 원작대로 진행하는 건? ………원작? 여기가 이세계가 아니라 일종의 가상세계일 수도 있지. 그러고보니 아까 받은 드래곤본의 책, 그 드래곤본이라는 단어가 왠지 익숙했었다. 한 번 읽어볼까?

 


드래곤본의 책

The Book of the Dragonborn


저자
에멜레느 마드린
탈로스 교단
웨이논 수도원

 

드래곤본에 대한 논문


제 3시대 360년 국왕 폐하 펠라기우스 4세 즉위 후 21번째 년도


많은 사람들이 '드래곤본' 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들을 통치하고 있는 분은 물론 '드래곤본 황제' 이다- 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탈로스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드래곤본이라고 알려진 자들의 역사와 그 의미에 대해 초점을 맞추려 한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말이 처음 사용된 때가 축복을 받은 성 알레시아 (St. Alessia) 가 왕의 아뮬렛을 하사받고 절대신의 신전에서 처음으로 드래곤파이어 (Dragonfire) 의 불을 지피게 된, 아카토쉬 (Akatosh) 의 약속이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아카토쉬는 인간의 궁핍을 불쌍하게 여겨, 자신의 심장으로부터 피를 뽑아내어 그 드래곤의 피를 사용하여 성 알레시아를 축복하시고, 알레시아의 후손들이 드래곤의 피에 충성을 다하는 동안은 오블리비언 (Oblivion) 의 문을 굳게 봉인하여 데이드라나 언데드 군대가 그들과 연합한 우리들의 적 아일레이드 (Ayleids) 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라고 전해진다. 이리하여 '드래곤의 피'를 가지며, 아카토쉬의 축복을 받은 자들을 간략하게 '드래곤본' (Dragonborn)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따라서 드래곤본과 제국의 통치자와의 관련성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들만이 왕의 아뮬렛을 착용할 수
있으며, 드래곤파이어의 불을 밝힐 수 있다. 모든 제국의 정당한 지도자는 드래곤본이라는 뜻이다- 즉, 알레시아가 건국했던 시로딜(Cyrodiil) 제국의 황제와 여제들, 레만 시로딜 (reman cyrodiil) 과 그 후손들, 그리고 물론 타이버 셉팀 (Tiber septim) 과 그 후손들로부터 현 황제 국왕 폐하 펠라기우스 셉팀 4세 (pelagius septim IV) 까지 드래곤본이다.

그렇지만 역대 황제들간의 연결이 길게 이어짐에 따라 드래곤본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다른 의미는 희미해져, 예전엔 타이버 셉팀라고 불리던 탈로스 (Talos) 에게 헌신적이었던 우리들이나 학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그 의미가 잊혀져 버렸다. 또한 드래곤본이 단지 유전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있는 자는 매우 드물다 -그 대상이 왜 아카토쉬의 축복을 받았는지, 그것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하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황제가 되는 자, 그리고 드래곤파이어을 밝히는 자가 드래곤본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저 몸에 지니고 있는 아뮬렛, 그리고 드래곤파이어의 불빛이 그 증거이다. 하지만 그 증거는 그들이 그저 드래곤본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카토쉬의 축복을 받았던 징조에 유래하는건지, 우리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두가 틀릴 수도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비스런 수수께끼이다.

알고 있는대로 셉팀가문의 후손은 모두 드래곤본이므로, 그것이 세습제가 당연시 되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시로딜 초기의 지도자들이 모두 혈연 관계인 것은 아니다. 레만 시로딜이 알레시아의 피를 이었다는 전설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 증거는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전설은 레만 시대에 생겨나 그의 통치를 정당화 하기 위한 것이다. 황제의 호위부대로 잘 알려진 블레이드단 (Blades) 은 원래 제 1기 후반에 탐리엘 (Tamriel) 을 어떠한 이유로 침략했던 아카비리 성전사에서 기원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래도 드래곤본을 찾고 있던 것 같다. -페일 계곡 (pale pass) 에서 발생한 사건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레만 시로딜을 드래곤본이라고 처음 칭송했던 것은 아카비리 (Akabiri) 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카비리였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을 동안에 그 지위에 오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타이버 셉팀과 그 이전 탐리엘을 지도하던 드래곤본들 사이의 유전적인 연결은 명확하지 않다.

또한 드래곤본이 동시에 1인 이상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수수께끼의 하나다. 황제들은 이 질문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황위 계승이란 제도 자체가 어느 시대에나 드래곤본의 가능성이 있는 자가 최소 2인 이상, 요컨대 현 지도자와 그 자식들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블레이드 단의 역사도 이 의미를 슬며시 암시하고 있다. -레만 제국과 타이버 셉팀의 시대까지, 지도자의 부재 시대에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시대에 존재했던 드래곤본이라고 여겨지던 (혹은 믿었
던) 자들을 찾거나 계속 지켰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끝으로, 우리는 '드래곤본' 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그들의 드래곤과의 연관성은 너무나도 분명해서 되려 잊혀지고 있다. -드래곤이 머나먼 기억이 되버린 지금은 드래곤본이라는 말이 '드래곤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는 점이 잊혀지고 있다는 소리다. 학자들 중에서는 그것이 문자그대로의 의미라고 믿는 자도 있지만 참 뜻이 무엇인가는 알 수 없다- 노드는 언제나 위대한 드래곤 사냥꾼이던 드래곤본 영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영웅은 쓰러뜨린 드래곤으로부터 힘을 빼앗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침략의 시기에 아카비리가 수많은 드래곤을 찾아내고 쓰러뜨린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블레이드 단의 직계 선조에 해당하는 레만 시로딜의 '드래곤 가드' (여기서 또 드래곤과 관련된다) 가 된 후도 그 행위는 계속되었다는 증거가 있다.

이제 '드래곤의 예언' (The Prophecy of the Dragonborn) 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원래는 엘더 스크롤 (Elder Scroll) 에 적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고대 아카비리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해지기도 한다. 해독을 시도했던 사람도 많고 또는 예언이 현실이 되어 '최후의 드래곤본' (Last Dragonborn) 이 나타나는 때가 머지 않았다고 믿는 자도 많다. 예언을 해석하는 자로서 발언을 할 생각은 없지만, 필멸자들에게 주어진 아카토쉬의 선물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아직도 완벽하게 해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세계의 8곳에서 폭정이 베풀어질 때

황동의 탑 (Brass Tower) 이 사라지며 시간이 재구성될 때

세 번의 축복을 받은 자가 실패하며 붉은 탑 (Red Tower) 이 흔들릴 때

드래곤본 지도자가 왕좌를 잃고 하얀 탑 (White Tower) 이 무너질 때

눈의 탑 (Snow Tower) 이 붕괴하고, 붕어하고, 피가 흐를 때

세계를 삼키는 자가 깨어나고 운명의 바퀴는 최후의 드래곤본에게로 향한다.



와, 상상 이상으로 정말 학구적인 논문이였네. 솔직히 절반 이상은 알아먹지 못할 단어였지만.
대충 드래곤본은 신의 축복을 받아서 드래곤의 피를 이은 인간이고, 황제의 혈연이 드래곤본이 되는게 아니라 드래곤본이 황제가 되어왔단 내용이였다. 그리고 드래곤본은 뛰어난 드래곤 사냥꾼이자 드래곤들의 힘을 빼앗는 자라고 전해지기도 한다고.
이거 지금 상황에 필요한 존재 아닌가? 어쩌면 내가 드래곤본? 하하, 설마.

그나저나 역시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정말 맞는 것 같다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드래곤파이어니, 아카토쉬니, 블레이드단이니 처음 듣는 단어가 많은데 이 부분은 자세히 설명은 안 하고 있으니, 원. 그리고 중간에 잠깐 언급되는 오블리비언이나 엘더스크롤도…… 엘더스크롤? …에이 설마. 진짜 설마..
진짜냐…?

로키어 : 젠장할 스톰클록. 네 놈들이 오기 전까지 스카이림은 괜찮았다고.

툴리우스 : 당신은 이 전쟁을 시작했고, 스카이림을 혼돈으로 몰아 넣었지.

스카이림…… 그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들 이 곳을 스카이림이라고 지칭 했던 것 같다. 문제는… 아주 오래 전,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한 3번째 작품인 모로윈드를 초반에 잠깐 했던게 전부란거다. 스카이림이라면 5번째 작품이고. 그동안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가 얼마나 될 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시리즈가 바뀐 만큼 스토리도 전혀 다를테고. 할 게임도 읽을 책도 볼 영화나 만화도 너무 많아서 공식 한글패치가 되지 않은 게임은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이게 게임 속이라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대충 알겠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 되겠지. 단, 게임처럼 편의를 위한 UI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사실 게임이란건 초행은 문제되지 않는다. 정석적인 공략 패턴을 몰라 진행이 다소 느릴 수는 있어도, 퀘스트에 대해 최소한의 조언은 해주니까. '안내창'이 표시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느 게임 판타지물 주인공들처럼 기본 스탯으로 달려 있어야 할 그 창이 나에겐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자력으로 이 세계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지금처럼 서적을 읽거나 사람들어게 묻거나 하는 방법으로.

해드바 : 자네 아까보다 표정이 더 안좋아 보이는군.
스텔라 : 아뇨, 별 일 아니에요. 이제 출발하는게 어때요?

목표가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동굴에 가만히 있는게 '퀘스트'는 아닐 것이다. 최소한 살아서 이 세계어 자유롭게 발을 디디는게 첫 할 일이겠지. 이건 분명하다.

나는 해드바가 휴식을 끝내고 이 동굴 탈출을 진행하도록 촉구했다. 해드바는 영문 모를 표정이였지만, 적당히 피로는 풀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굴 아래로 더 내려가자 멀찍이 있는 구석에서 자고 있는 을 볼 수 있었다. 거미 근처에 거미줄이 많아지 듯, 이 주변에는 피와 뼈가 많아졌는데 그 사이에는 인간의 머리뼈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젠장, 징그러운 거미에 이어서 이제는 식인 곰이야? 환장하겠군.

해드바 : 잠깐. 바로 앞에 곰이 있군. 지금 저 곰과 얽히고 싶진 않은데. 어쩌면 몰래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몸을 웅크리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여 보자고.

나 이거 알아. 이 게임의 스킬 중 하나인 은신 (Sneak) 이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 은신 스킬로 소매치기나 도둑질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시스템이 있다 뿐이지 걸리면 현상금도 붙고 감옥에도 들어간다. 애초에 도둑질이 메인 퀘스트일리도 없고. 도둑질 하고 다닐 생각은 접자.
그러고 보면 초반에 장비와 무기 루팅, 한 손 무기 적 상대, 양 손 무기 적 상대, 포션 루팅, 락픽 사용, 마법 습득, 활을 든 적 상대, 도개교 조작, 괴물 상대에 지금 은신까지…… 정석적인 튜토리얼이잖아? 그렇구나, 나 지금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거구나!

해드바 : 운이 좋으면 이 화살로 곰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다른데로 신경이 쏠린 사이 재빠르게 빠져나가는거지. 해보겠나? 네 지시를 따르지.

그는 나에게 긴 활 (Long Bow) 철 화살 (Iron Arrow) 을 건넸다.
아……. 드디어 내 주무장이다. 원래 세계에서 국궁을 잠깐 했었던 나는 익숙하게 활 시위를 겨눴다. 국궁에서 사용하는 활과 이 롱보우는 차이가 크긴 하지만 단순히 놀라게 하는 용도라면 상관 없을거다. 이곳에 있다보면 차차 롱보우 다루는 법도 익숙해져 나갈거다.

 

시위를 놓자 화살이 쏘아졌고, 그대로 곰에게 명중…… 뭐라고?

: 크어어!

죽었다. 말 그대로 원샷 원킬. 음……, 이래도 되는건가?

해드바 : 숨어다니는 타입은 아닌가 보지, 응?
스텔라 : 하하..

실수였는데.. 실수로 곰을 한 방에 죽인다는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결국 숨을 필요 없이 곰의 사체를 지나 동굴의 더 안 쪽까지 들어갔다.
곰이 사냥을 하려면 밖으로 가는 출구가 있어야 하니 분명 출구가 있겠지.
예상대로 밖으로 향하는 탈출구가 보였다. 동굴의 끝, 새하얀 빛이 들어왔다.

해드바 : 탈출구처럼 보이는군! 우리가 해낸 것 같아.

 

드디어 밖이다. 살아서 빠져나왔어.

해드바 : 기다려!

해드바의 외침에 앞으로 나아가는걸 멈췄다. 그러자 북쪽으로 드래곤이 날아가는게 보였다. 그리곤 산 위의 거대한 구조물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해드바 :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사라진 것 같군. 다시 돌아오는지 지켜볼 필요까지는 없겠지.

해드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해드바 :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리버우드 (Riverwood) 다. 내 삼촌 그 곳의 대장장이 일하고 있지. 내 얘길 한다면 삼촌이 널 도와줄지도 몰라.

왜 바로 헤어질 사람처럼 말하는거지? 튜토리얼이 끝난건가? 그럼 다음 퀘스트는?

해드바 : 우린 여기서 헤어지는게 좋을 것 같군. 행운을 빈다. 오늘 네 도움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거다.

진짜 끝이야?

  1. 자물쇠를 여는 전문 도구. 간단한 잠금장치로 이루어진 자물쇠는 단순한 핀으로도 열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 끝 모양이 특이한 전용 핀이 존재한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메인 퀘스트 : 해방과 자유 (1)

Game/스카이림

2021. 11. 19.

320x100
반응형

Unbound

당신은 제국군에게 붙잡혀 스톰클록 반군과 함께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렇게 헬겐으로 끌려갔지만 당신이 처형되기 직전, 드래곤이 나타나 마을을 습격합니다. 당신은 이 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랄로프 : 여기! 이쪽으로! 어서!

하늘에서는 불덩이가 비처럼 내리고, 땅에서는 폭발로 인해 이리저리로 바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살기위해선 그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흐릿한 시야로 어떻게든 나아갔다.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아마 건물 안이겠지. 돌로 된 벽을 보니 약간의 안심이 됐다. 적어도 이 건물은 목조건물들처럼 불에 타오르지는 않을테니까.

 

안에는 부상당한 스톰클록군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통스러워 하는 그들의 신음을 뒤로하고, 나는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랄로프 : 울프릭 영주님! 저게 뭐죠? 전설이 진짜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울프릭 : 전설은 마을을 불태우지 않아. 우리는 그저 움직여야 할 때다!

랄로프와 울프릭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대화를 흘려들으며 나는 묶인 손을 풀으려 애썼지만 도저히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날붙이로 끊어준다면 좋을텐데. 저 녀석들은 어떻게 매듭을 풀은거람.

랄로프 : 탑 위로 올라가자!
스텔라 : 지금?

저 드래곤이 마을을 떠나가고 소란이 잠잠해질 때까지 여기에 숨어 있으면 안되는건가?

울프릭 : 드래곤이 탑 전체를 무너뜨리기 전에 어서 이동해.
랄로프 : 그래, 계단 위로 와! 어서!

젠장,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면 당연히 더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수밖에 없겠지.

나는 랄로프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위에는 스톰클락 병사 한 명이 이미 올라가 있었는데, 그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쓰러진 돌을 치워야 한다고 외쳤다.
도와주러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눈 앞에서 오른쪽 벽이 갑자기 산산조각 나며 날아갔다. 뒤에서 랄로프가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 같은데,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그 곳에 매달려 내 눈 앞에서 불을 뿜어 댔다.

 

알두인 : Toor...Shul! (Inferno sun)

병사는…… 당연하게도 바싹 탄 채로 죽어버렸다. 드래곤은 그대로 날아가 버리긴 했지만, 벽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온 랄로프도 이 상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물러나라는 랄로프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난 상처 하나 입지 않았구나. 몇 번이고 죽을 고비가 있었음에도 살아있다.. 이 세계에 신이라는게 존재한다면, 어쩌면 정말로 나에게 그런 가호가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솔직히 평범한 세계에서 살아가던 나를 이 곳에 떨어뜨려 놓았으면 그런거라도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랄로프 : 저기가 여관이였던 곳이야. 저쪽 편으로 뛸 수 있겠나? 이 곳으로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거야. 어서 가게. 나도 최대한 빨리 따라갈테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움닫기를 통해서 지붕이 무너져 내린 여관 2층으로 뛰어내렸다. 착지할 때의 충격으로 다리가 저렸지만 처형당할 위기나 드래곤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쯤은 괜찮았다.
여관의 2층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상태가 좋았다. 계단이 무너져 내리긴 했지만. 나는 다른 탈출구는 없나 주변을 둘러보다 바닥에 있는 구멍을 발견했다. 그 곳을 통해 여관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어느쪽으로 가야……

 

토롤프 : 난 끝났어. 가, 어서!
해드바 : 해밍, (Hamming) 여기로 와야 돼. 어서!

처형장에서 보았던 제국군 병사가 눈에 띄었다. 유일하게 내가 스톰클록군이 아님을 알던 사람.

그는 아이가 건물 잔해 뒤에 숨길 바라는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며 그를 달래고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이는 탁 트인 도로 한 가운데에 부상을 입은채 주저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어 고민하는 모양인데..

토롤프 : 그게 다란다, 얘야. 날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렴.
해드바 : 좋아, 잘하고 있어.

아이의 아버지 역시 아이를 달래며 군복을 입은 남자에게 보냈다. 그 인자한 미소 뒤로 또 다시 드래곤이 나타났다.

해드바 : 토롤프! (Torolf)

드래곤은 착륙하자마자 불을 뿜어냈다.

해드바 : 맙소사... 모두 숨어!

또다. 이번에도 눈 앞에서 드래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안타까움과 공포감, 분노 등등의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감정에 빠져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을 때, 제국군 병사 쪽이 나를 먼저 알아봤다.

해드바 : 아직 살아있었나, 죄수 양반? 계속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나를 따라오는게 좋을거다.
군나르, (Gunnar Storn-eye) 너는 소년을 돌봐라. 나는 툴리우스 장군님을 찾아 수비에 합류해야겠어.
군나르 : 해드바, (Hadvar) 신이 당신을 인도하기를.

해드바라 불린 제국군 병사는 토롤프가 죽은 곳을 가로질러 북동쪽으로 향했다.

그의 말처럼 혼자 이런 곳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지리를 잘 아는 그를 따라가는게 안전하겠지. 사령관이 있는 곳이라면 정예 군사들이 주변에 있을거야. …그 군인들이 드래곤을 물리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보단 잘 싸우겠지.

나는 재빨리 해드바의 뒤를 따랐다. 그와 건물과 돌담 사이를 지나가던 중, 해드바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해드바 : 벽 가까이에 붙어 있어.

드래곤이 착지하여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그의 말처럼 몸을 숙인 채 벽 가까이에 붙어 숨을 죽였다.
조금만 움직이면 닿을 거리에 드래곤이 있어……. 이렇게 실감나는 표피라니, 이거 정말 꿈이 아니구나.

드래곤이 다시 비행을 시작하자, 해드바는 계단을 올라가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폐허가 된 건물 내부를 지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방이 뚫린 곳으로 나왔다.
그 곳에는 마법사-손에서 불을 뿜는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와 병사들, 그리고 툴리우스 장군이 화살과 불덩이로 드래곤을 공격하고 있었다.

해드바는 곧장 툴리우스 근처로 다가갔다. 나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제국군의 가까이에 따라가지는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리며 해드바를 기다리기로 했다.

빌로드 : 쿨럭..
제국군 : 상처가 깊어, 빌로드! (Vilod) 더 이상 피를 멈추게 할 수 없어.
빌로드 : 됐습니다. 그저 내 가족에게 내가 용감하게 싸웠다고만 전해주세요.

이 곳도 난리가 아니군. 어서 자리를 떠야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해드바가 볼 일을 마쳤는지 이 쪽으로 다가왔다.

해드바 : 사령관님이 중앙탑 요새로 퇴각을 명령하셨다. 따라와라.

 

그를 따라 아치 밑으로 달려가자,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랄로프와 마주쳤다. 두 명은 당장에라도 싸울 것처럼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해드바 : 랄로프! 이 망할 배신자. 비켜!
랄로프 : 우리는 탈출하고 있을뿐이야, 해드바. 이번에는 막을 수 없을걸.
하드바 : 아, 그래. 드래곤이 너희 스톰클록 모두를 소븐가드로 데려갔으면 좋겠군.
스텔라 :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말하기 무섭게 드래곤이 코 앞까지 왔다. 그들은 요새 안으로 들어가 드래곤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더 높은 우선 순위임을 드디어 깨달았는지, 말싸움을 멈췄다.
그리고 해드바와 랄로프는 가까운 두 개의 요새 입구로 각각 달려가더니 나를 불렀다.

해드바 : 거기 죄수, 나와 함께 가자!

랄로프
: 이봐, 거기! 이쪽으로 오게!

지금 랄로프를 따라가면 반란군이라는 낙인이 단단히 찍히겠지? 이 곳이 어떤 세계인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반군의 편을 드는 것은 앞으로 지내는데 있어서 위험한 감이 있을지 몰라. 지명수배라도 됐다가는 하루하루 목숨이 위험할 판국이고.
반대로 해드바를 따라간다면 사형수 신분인 나는 꼭 제국군의 편을 든다고 할 수 없는 중립적인 위치가 될거야. 어쨌든 죄수니까. 오히려 내 사정을 아는 해드바가 상관에게 잘 말해줘서 죄수 상태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짧은 시간, 저울질을 마쳤다. 난 해드바를 따라가기로 했다.
드래곤이 습격했을 때 날 피신할 수 있게 도와준건 고맙지만,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아무래도 난 처음부터 스톰클록이 아니였으니까. 그래도 이 곳에서의 인연이 있으니, 그가 무사 탈출하기를 조용히 빌었다.
자, 어서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해드바 : 잘 생각했다. 요새로 들어가게 되면 내가 널 풀어줄 수 있을테니까. 저쪽보단 이쪽이 낫네.


300x250
반응형

SKYRIM INTRO

Game/스카이림

2021. 11. 18.

320x100
반응형

SKYRIM INTRO

평범한 삶을 살던 당신은, 눈을 뜨니 손목이 묶인 채로 캐러밴에 실려 어디론가 수송되고 있었습니다.



볼에 한기가 느껴져 눈을 떴을 때는 손목이 묶인 채로 흔들리는 수레-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에 실려 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낯선 사람들, 로마 시대에나 입었을 법한 낯선 복식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 천지였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평범하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을 뿐인데.
대체 이 수레는 어디로 향하는걸까.

 

랄로프 : 이봐, 너. 드디어 깨어났구나. 자네 국경을 넘으려 했었지, 그렇지? 제국의 매복지에 바로 걸어들어가던데, 우리들과 저쪽에 있는 좀도둑과 함께.
로키어 : 젠장할 스톰클록 (Stomclock). 네 놈들이 오기 전까지 스카이림 (Skyrim) 은 괜찮았다고. 제국 놈들은 적당히 한가하고 깐깐하지 않았단 말야. 그들이 당신네들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에 그 말을 훔쳐서 해머펠 (Hammerfell) 로 떠났을텐데.
거기, 당신과 나, 우리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돼. 제국이 원하는 건 바로 이 스톰클록 뿐이라고.
랄로프 : 하지만 이미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형제자매야, 도둑 양반.


제국군 : 거기 뒤에, 닥쳐!

나는 한 마디도 안했는데.
하지만 이 이야기 덕분에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지금은 전쟁 중이고, 나와 저 남루한 거적데기를 걸친 남자는 적군으로 오해 받아 전쟁 포로로 끌려가는 중이라는거구나. 아, 나도 똑같은 거적데기 차림이네.

말을 훔치려 했다는 남자는, 병사들의 말처럼 잠시동안은 '닥쳤지만' 내 오른 편-그에게는 맞은 편이겠지-의 사람을 보더니 또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입에 재갈까지 물려놓아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인 그가 궁금했던 모양이였다.

로키어 : ……근데 얘는 왜 이러고 있는거야, 응?
랄로프 : 입 조심해. 너는 지금 진정한 대왕 (high-king)이신 울프릭 스톰클록 (Ulfric Stomclock) 님을 마주하고 있는거니까.
로키어 : 울프릭? 윈드헬름의 영주 (jarl) ? 그는 반란군의 수장이잖아. 근데 제국군이 당신을 사로잡았단 말은...
오 신이시여, 그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랄로프 :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끝에는 소븐가드 (sovngarde) 가 기다리겠지.
로키어 : 아니, 이럴 수는 없어.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말도둑이 불안한듯 중얼거리는게 진정되자 맞은편의 남자는 그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랄로프 : 이봐, 말도둑 양반, 어느 마을에서 왔지?
로키어 : 왜 그런걸 물어보는거야?
랄로프 : 노드 (nord) 의 마지막은 언제나 고향에 대한 것을 떠올릴테니까.
로키어 : 로릭스테드. (Rorickstead) 나는... 나는 로릭스테드에서 왔어.

마지막……?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제국군 : 툴리우스 장군님. 사형 집행관이 대기 하고 있습니다.
툴리우스 : 좋아, 이걸로 끝내자!


로키어 : 쇼어, 마라, 디벨라, 키나레스, 아카토쉬. 디바인들이시여,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수레가 어떤 요새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종착역이 보이는 느낌이다.

랄로프 : 저기 봐. 저 자가 바로 군사 총독인 툴리우스 장군 (General Tullius) 이야.
탈모어 (Thalmor) 가 그와 함께 있군. 빌어먹을 엘프 (elf) 들. 그들이 이 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 했어야 했는데.


엘프라….[각주:1] 이 곳은 엘프도 있구나.
탈모어라고 불린, 말에 탄 엘프를 바라봤다.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우리를 바라보는게 아닌가.

해밍 : 저들은 누구에요, 아빠? 어디로 가는건가요?
토롤프 : 안으로 들어가거라, 애야.
해밍 : 왜요? 전 병사들을 보고 싶어요.
토롤프 : 집 안으로 들어가. 지금 당장.
해밍 : 네, 아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아직 가늠이 되질 않는다. 정말 사형이라도 당하는걸까? 눈을 뜨자마자? 부디 이게 현실이 아닌, 그저 실감나는 꿈이기를…

랄로프 : 여기가 헬겐 (Helgen) 이야. 오래 전 이 곳 마을 처녀들과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지. 빌로드 (Vilod) 는 여전히 향나무 밀주 (Junifer Ale) 을 만들고 있을런지 모르겠군.
…어렸을 때 제국군의 성벽은 내게 안도감을 줬었는데…….

마차는 마을의 중앙에 정차했다. 그리고선 제국군은 -같은 수레에 타고 있는 녀석들이 그렇게 불렀으니까- 나와 다른 포로들에게 수레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

제국군 장교 : 죄수들을 끌어내려.


로키어 : 왜 멈추는거지?
랄로프 : 왜긴? 이제 끝이라는거지. 가자, 신들이 우리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돼.
스텔라 : 끝……?
로키어 : 안돼! 잠깐! 우린 반란군이 아니야!
랄로프 : 용기를 내서 정정당당히 죽음에 맞서, 도둑 양반!
로키어 : 그들에게 말해야 해! 우리는 너희와 함께 하지 않았어! 이건 명백히 실수라고!

제국군 장교 : 호명하면 한 명 씩 앞으로 나와.
랄로프 : 빌어먹을 그 놈의 리스트..
해드바 : 윈드헬름의 영주, 울프릭 스톰클록.
랄로프 : 영광이였습니다, 울프릭 영주님.
해드바 : 리버우드의 랄로프. (Ralof of Riverwood)

스톰클록이라는 반란군에 속해 있다던 사내의 이름은 랄로프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남자를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한껏 째려보더니, 앞으로 나갔다.

그나저나 만약 저 리스트가 반란군들의 명단이고, 제대로 되어 있다면 내 이름은 분명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오해가 풀릴 수 있을지도..

해드바 : 로릭스테드의 로키어. (Rokir of Rorickstead)
로키어 : 아니, 난 반란군이 아니야. 넌 나에게 이러면 안 돼!
제국군 장교 : 그만!
로키어 : 날 죽이지는 못할걸!

로키어라고 호명 된 말도둑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제국군 장교 : 궁수!

제국군의 옷을 입은 궁수 한 명이 활을 들어 그를 쏘았다. 화살을 맞은 로키어는 즉사한건지 바닥에 쓰러져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제국군 장교 : 또 도망쳐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도망친다면 저 꼴이 되겠지.

 

해드바 : 잠깐 거기 너, 앞으로 와라. 너는 누구지?
스텔라 : 저는… 스텔라 (stella) 입니다.

본명은 아니긴 하지만 다른 이들의 서구적인 이름을 보아하니 원래 이름을 말했다간 의심 사기 딱 좋을 것 같았다.

해드바 : 영 좋지 않은 때에 고향에 왔군, 동포. 미안하게 됐네, 그래도 고향 땅에서 죽는 거니까…
제국군 장교 : 다음, 거기 넝마 걸친 노드!
하드바 : 대위님, (captain)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녀는 목록에 없습니다.
제국군 장교 : 목록은 잊어버려. 그녀는 처형대로 간다.
해드바 :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이거 안됐지만 보내줘야겠군. 대위님을 따라가도록 해라, 죄수.
스텔라 : 무슨……!

말도 안 돼! 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다며! 이래도 되는거야?

나는 군인의 말처럼 제국군 장교의 근처로 다가갔다.
도망쳐봤자 돌아오는건 명백한 죽음 뿐이니까. 분명 무슨 방법이 더 있을거야..

 

툴리우스 : 울프릭 스톰클록. 여기 헬겐에 있는 일부 사람들은 당신을 영웅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영웅은 목소리와 같은 힘을 사용해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찬탈하지 않아.

울프릭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지만 재갈때문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툴리우스 : 당신은 이 전쟁을 시작했고, 스카이림을 혼돈으로 몰아 넣었지. 하지만 이제 제국은 너를 쓰러뜨리고 평화를 회복할거다.

그래, 저 사람은 툴리우스 장군…… 이 군사들의 총독이라고 했었지. 분명 여기에서 가장 높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저 사람에게 말한다면 어떻게든 될지도 몰라.

그 때, 하늘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내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해드바 : 지금 뭐였지?
툴리우스 : 신경쓰지 말고 계속해라.
제국군 장교 : 알겠습니다.

소란에도 개의치 않고 처형은 계속 됐다.

제국군 장교 : 자, 너에게 기도할 시간을 주지.
여사제 : 우리가 당신의 영혼을 에이테리우스 (Aetherius) 에게 바치는대로 당신은 에잇 디바인 (Eghit Divine) 의 축복을 받을 것입니다. 당신은 넌 (Nirn) 의 소금과 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랑....
스톰클록군 : 탈로스 (Talos) 를 위해. 닥치고 이걸로 끝내.
여사제 : 원하시는 대로.
스톰클록군 : 빨리 시작해, 내가 한가한 사람인줄 알아? 내 조상들은 나를 보고 웃고 계실거다, 임페리얼. (Imperial) 너희네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맙소사, 진짜로 머리가 잘렸어.

잉그리드 : 스톰클락에게 죽음을!
빌로드 : 정의구현이다!

스톰클록군 한 명이 처형되자, 이번엔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벌써 내 차례라고……?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을 때 두 번째 포효 소리가 울려퍼졌다.

해드바 : 또 들렸어.
제국군 장교 : 내가 말했다, 다음 죄수!
해드바 : 죄수, 형장 앞으로. 걱정하지마, 금방 끝날거야.

나는 강제로 처형대 앞으로 이끌어져 그 앞에 앞서 목이 잘렸던 이처럼 엎어졌다. 눈 앞에는 처형인이 준비를 마친 채 서 있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지금이라도 말해야 돼……!

스텔라 : 잠깐……

도끼를 들어올리는 처형인을 바라보며 입을 뗀 순간, 포효가 다시 한 번 울렸다. 그리고 눈 앞의 탑 꼭대기에 꼭 책에서나 나올법한 드래곤[각주:2]과 같은 형태를 가진 괴물이………

 

드래곤 (dragon) 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특별한 함성 (Shout) 을 사용해 불타는 유성을 떨어뜨렸다. 대지가 흔들렸고 도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 목을 내리치려던 처형인 역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당최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눈을 떴더니 웬 중세 시대에 포로로 끌려가고 있지 않나, 목이 잘릴 위기에 처하지 않나, 이제는 드래곤이라고?

툴리우스 : 경비병, 시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

내 뒤를 제압하고 있던 장교는 자리를 떴는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지만, 드래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곧이어 두번째 함성을 내질렀고 그 무자비한 힘에 나는 무력하게 바닥을 기었다. 드래곤의 포효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랄로프는 신들이 또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어서 도망치자고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걸어온거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흐릿한 시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기듯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1. 서구권의 다양한 전승에서 여러 형태로 소개되는 요정. 현대에 들어서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의 모습이 엘프라는 종의 대명사가 되었다. [본문으로]
  2. 날개가 달린 도마뱀 형태의 거대한 파충류 괴물. 주로 입에서 화염을 뿜고 악행을 저지르는 환상의 동물로 묘사된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