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우드 퀘스트 : 황금 발톱 (2) + 거침없는 힘 (1)

Game/스카이림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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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lden Claw

리버우드에 있는 루칸 발레리우스는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 야영을 하고 있는 도적들이 훔친 골동품 황금 발톱을 회수해주면 금화로 보상을 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한 숨을 돌리고 바로 비명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갔다. 거기엔 갑옷을 입은 미라 같은게 서성이고 있었다. 그 괴물은 날 보더니 느린 걸음으로 뒤뚱뒤뚱 걸어왔고, 난 소릴 지르며 검으로 찔렀다. 내 비명을 들었는지 두 마리 정도가 더 나타났고 그 괴물들을 어떻게든 쓰러트렸다.
말도 안 돼. 무기를 다루는 시체라니. 좀비도 미라도 아니고 이게 뭐야! 무덤의 저주라도 돼? 지금 상황이 도굴꾼이 된 기분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정말 저주받은 도굴꾼이 되어버렸잖아! 해드바가 이 곳만 보면 드로거[각주:1]가 창문을 기어오르는 느낌이라더니, 진짜 있었어! 드로거 (draugr) 가!

황금 발톱을 얼른 찾아 나가야겠단 생각만 들었다. 안 쪽으로 더 들어가니 아벨은 죽어있었다. 아마 그 괴물에게 당한거겠지. 나는 그의 소지품을 뒤져 일기로 보이는 노트 한 권 (Averl's Journal) 과 황금색의 발톱 장신구 (Golden claw) 를 찾아냈다.

스텔라 : 이게 황금 발톱..

주머니에 발톱을 넣다가, 아벨이 황금 발톱 사용법을 안다고 했던게 생각났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건가? 그의 기록을 보면 뭔가를 알 수 있을거란 생각에 일기를 펼쳤다.

 


아벨의 일지

Arvel's Journal


저자

아벨 스위프트


황금 발톱의 용도와 목적에 대해 아벨이 적은 일지


손이 떨린다.
황금 발톱이 마침내 내 손에 들어왔다. 이것만 있으면 노드 영웅들의 고대의 힘이 내게 들어올 것이다.
그 멍청한 루칸 발레리우스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던 가게 장식물이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의 열쇠라는걸 전혀 모른다.

이제 이야기의 회랑 (Hall of Stories) 으로 가서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전설에 따르면 자격이 없는 자들을 거르기 위한 시험이 있다고 하지만, "황금 발톱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손바닥에 그 해답이 있을 것"이라고 하니 걱정 없겠지.



황금 발톱이 이 곳의 열쇠라고? 갑자기 호기심이 샘솟는다. 어짜피 루칸에게 가져다주면 돌려받을 수 없을테니, 들어온김에 이 무덤을 끝까지 탐험해볼까? ……드로거가 나오긴 하겠지만.
결정했다. 어짜피 이 세계에 살다보면 몬스터는 계속 마주쳐야 한다. 맞서서 익숙해지기로.

 

나는 통로로 발을 옮겼다. 그러자 통로의 입구 부분에 아주 수상한 돌이 하나 튀어나와 있는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돌 옆엔 가시가 잔뜩 붙어 있는 벽이 있었고.
함정이구나. 나는 돌을 밟지 않으려 노력하며 돌아갔다.

다음 방에서도 예상대로 드로거가 나왔고, 그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온건지도 알게 됐다. 이 벽에 있는 기다란 구멍들이 시신을 놓는 장소였고, 이 시신들 중에서 일부가 깨어나 덮쳐온다는걸. 정말 언데드[각주:2]시군요….

이번 방을 빠져나가는 통로에도 함정이 있었다. 아까의 가시 벽 함정과는 차원이 다르게 위험한 함정이였다. 거대한 칼날 3개가 시계추 마냥 반복적으로 왔다갔다하며 통로를 막고 있는 칼날 함정. 주변엔 함정 작동을 멈추는 장치도 없어 보였고,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이번에도 돌아갈까 생각이 드는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호기심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 못들어봤니![각주:3] 하지만 앞으로 메인 퀘스트 중에 이런 함정이 또 나온다면 어쩌려고! 이 정도 속도라면 죽을 듯이 달려서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너 미쳤니? 나는 두 개의 자아와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 그리고 무덤을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자, 다음 번 칼날 올라가는 타이밍에 뛰는거야. 하나 둘, ………건넜다! 건넜어! 나 안 다쳤어! 이 함정 멈추는 레버도 건너편에 있잖아? 이게 올바른 진행방법이란거네? 미쳤다, 미쳤어.

그런 흥분도 잠시, 통로의 벽에 장식되듯 서 있던 드로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였다.
지쳐있던 나에게 함정에 이어 몬스터들의 연속 공격은 목숨을 위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몇 번이고 검이 엇나가 큰 일 날 뻔했었다. 가까스로 드로거 전부를 해치우긴 했지만, 군데군데 상처가 나 피가 흘렀고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난 드로거들의 시체 -움직일 때도 이미 시체 상태인데 이게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가 옆에 있든 말든 근처에 쭈그려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 보니 헬겐에서 가져온 포션, 한 번도 안 먹어 봤지? 지금 먹어봐야 겠다.
나는 삼각뿔 모양 병에 담긴 빨간 액체를 들이켰다. 그리고 포션의 성능은 굉장했다. 상처도 순식간에 치료 됐을 뿐더러 저린 팔과 다리도 괜찮아졌다. 포션의 힘을 느끼고 나니, 이 세계가 점점더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스텔라 : ……포션이 더 있으니 괜찮겠어. 계속 가야지..

나중에, 이 세계에 적응을 너무 해버린 나머지, 원래 세계에 돌아가서도 현실감 없는 행동을 해버리면 어쩌지?

 

나에겐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할 시간따윈 없었다. 복도를 나오니 냇물이 흐르는 넓은 방이 나왔는데, 구석의 석관에서 또 드로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저 징그러운 얼굴도 이젠 익숙해져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드로거를 베어넘겨 석관 옆의 상자에서 돈 주머니화살을 챙겼다. 그리곤 철창 문 옆의 사슬을 당겨 방 안 쪽의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면 막다른 절벽과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상자 안에서 파이어볼 주문서를 챙기고, 절벽 아래를 내려다 봤다. 상당한 높이였다. 여기로 떨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겠어. 그 때, 절벽 아래로 드로거 하나가 어슬렁 대는걸 보았다. 드로거가 벽을 타고 기어올라올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환을 남겨둬봤자 좋을건 없겠지 싶어 활을 사용해 처리했다. 그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다 오른쪽에 내리막길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가 계속 나아가다 커다란 나무문과 그 문을 지키는 경비 드로거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드로거는 지금까지의 녀석들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였다. 형형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기분까지 받았다. 여러번 검을 맞댄 후에야 가까스로 쓰러트릴 수 있었다.

나무 문은 강철을 덧대기하도 한건지 아주 두껍고 무거웠다. 때문에 온 몸으로 힘껏 밀어 열 수밖에 없었다. 문 너머는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지하임에도 되려 따뜻하고 밝은 느낌이였다. 굳이 이 구역에 이름을 붙인다면 황량한 폭포의 신성한 장소 (Bleak falls sanctum) 라고 할 것 같았다.

아래층에 도착했다. 방의 중앙에는 거대한 화로가 켜져 있었고, 왜 온기가 느껴졌는지도 알게 됐다.
나는 이 따뜻한 곳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스텔라 : 하아……….

이 무덤 탐색을 계속하기로 정한건 나지만, 이렇게 깊을거라곤 생각 못했다. 거기다가 '무덤'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생각보다 더 외롭기도하고……. 이젠 무서울 시기도 지났지. 하지만 심심한건 어쩔 수 없었다.
무덤을 나가서도 앞으로 화이트런이나 솔리튜드까지 혼자서 행동할 생각에 벌써 피곤해졌다. 누군가 같이 동행해 주면 좋을텐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휴식을 끝냈다.

화로방을 지나면 또 긴 복도와 칼날 함정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쉬고 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니 이 함정의 칼날 소리였나보다. 나는 이번에도 타이밍에 맞춰 달려나갔고, 무사히 함정을 통과했다.
혹시 모르니 안쪽 방에 있는 사슬을 당겨 칼날을 멈추었다. 그리고 함정이 해제됨과 동시에 방 안의 석관에서 또 드로거들이 깨어났다.
드로거, 드로거, 드로거………. 이러다 나도 여기서 드로거가 되는거 아냐? 무섭다, 진짜.

 

드로거를 전부 처리하고 방 안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번 방은 지금까지 거쳐왔던 복도, 동굴, 시체보관실과는 달리 아주 넓은 방이였다. 한 쪽에는 작업실 같아보이는 공간과 작업대도 있고, 2층으로도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층에서 찾을 수 있었던건 작업대 위의 냉기 저항 포션 (Resist Frost) -청록색의 액체가 둥근병에 들은 채 정직하게 라벨이 붙어있었다- 말고는 없었기에,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부숴질랑 말랑한 외돌다리가 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가면 또 다시 나무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문은 쉽게 열렸다.

들어가면 그야말로 고대 유적지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였다. 넓은 아치형의 방은 모조리 검은 석재로 이루어져 있었고 뜻을 분명히 알 수 없는 벽화가 정성스레 조각되어 있었다.
이 곳이 아벨의 일지에 나와 있던 이야기의 회랑 (Hall of Stories) 일까? 나는 무언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싶어 벽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 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이외에 특별한건 없었다. 정면 벽이 양 옆의 벽과는 다르게 동심원 4개와 익숙하게 느껴지는 동물이 새겨져 있다는 것 말고는.
잠깐, 이거 돌아가네? 이것도 퍼즐인건가? 그러고 보니 아벨의 일지에 이런 말이 있었지. "황금 발톱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손바닥에 그 해답이 있을 것" 이라고.
나는 황금 발톱을 꺼내서 살펴봤다. 그러다 발톱 장신구의 발바닥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뭔가 새겨져 있는걸 알게 됐다. 지금 이 벽에 새겨진 동물들과 비슷한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곰-나방-올빼미' , 나는 돌아가는 벽도 똑같은 그림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지? 이게 아닌가? 그러고보니 화살 세례가 쏟아졌던 퍼즐방도 퍼즐을 맞춘 뒤 레버를 당겼었지. 무슨 레버나 사슬이 있는게 틀림없어. 그러고보니 이 동심원 중 가장 중앙의 원은 구멍만 뚫려있고 좀 수상한데..
나는 뚫린 구멍에 겁도 없이 손가락을 쑤셔봤다. 다행히도 들어간 손가락이 잘리는 일[각주:4]은 없었다. 그래도 하나 얻은게 있다면, 저 작은 구멍 너머에 뭔가 맞물려 눌려야하는 버튼이 있다는건 알게 됐다. 일종의 '열쇠'가 필요한거겠지. 하지만 나한테 그런게 있을리 없었다. 오면서 보지도 못했고. 남은건…… 황금 발톱 뿐이였다. 그러고보면 이 발톱, 저 구멍과 사이즈가 잘 맞아 보이지 않나? 나는 황금 발톱을 끼워 넣었다.

 

갑자기 퍼즐이 자기 멋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발톱을 빼냈다. 문은 계속 돌아가더니 올빼미 세 마리로 정렬되고선, 바닥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껏 퍼즐이라 생각했던 건 일종의 문이였던 것이다. 엄청난 소리와 먼지를 내며 문은 완전히 내려갔고, 계단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계단을 조심스레 올랐다.
와중에 여기에 갇히는건 아닐까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지만 문이 다시 닫히는 일은 없었다. 다행이다.

 

계단을 전부 오르면 박쥐 떼가 날 맞이했다. 검을 휘둘러 쫓아버리고는 앞을 바라봤다. 날 맞이한건 동굴이라 믿을 수 없는 광활한 공간이였다. 안에선 폭포 몇 개가 흐르고 있었고 어디서 들어오는건지 모를 빛으로 동굴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공간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워 평소였다면 그 장관에 넋을 잃었겠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건 그게 아니였다.
중앙의 석조 벽.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왜일까? 직전까지 봐왔던 고대인들의 벽화나 장식물들에 비하면 거대하기만 할 뿐 투박하기 그지 없는데. 마치 나에게 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난 홀린 듯이 그 벽에 다가갔다. 벽에는 이상한 문자가 써있었다.

 


HET NOK FaaL VahLOK
DeiNMaaR DO DOVahGOLZ
ahRK aaN FUS DO UNSLaaD
RahGOL ahRK VULOM


여기에 수호자가 누워있다
드래곤스톤 (Dragonstone) 을 지키며
끝없는 분노의
그리고 어둠이



벽의 지식이 나에게 들어오는게 느껴졌고, 동시에 처음보는 문자임에도 바로 해석할 수 있었다.
스펠북과 같은 원리인건가…? 그런데 무슨 의미지? 드래곤스톤 (Dragonstone) 이란건 이 벽을 말하는건가?

드로거 대군주 : 그르르..

드로거 소리에 황급히 무기를 꺼내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석판 맞은편에는 관짝이 있었고, 장식이 멋진 투구를 쓴 드로거가 일어나고 있었다. 선공필승. 일어나는 드로거를 향해 칼을 찔러넣었지만 가볍게 막혀버렸다.
이 드로거, 정말 강하다. 거기다 들고 있는 도끼에서 한기가 느껴지는게… 마법무기 같은건가? 마법도 포션도 있다면 그런게 존재할 수도 있을법해.
직감적으로 저 드로거에게 나는 상대도 되지 않을거란게 느껴졌다. 저 강한 드로거에게 헛점이란게 있을까, 어떻게 파고들면 좋을까 머리를 굴리다, 던전 진행 중 얻었던 폭풍의 정령을 소환한다는 마법스크롤이 생각났다. 나는 서둘러 스크롤을 사용했고 내 앞엔 플라즈마 볼처럼 전기를 뿜어내는 돌무더기가 나타났다.
돌무더기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았다. 저 큰 돌은 몸이고 둥근 돌은 머리, 가느다란 조각들은 팔 다리를 표현한걸까? 제법 귀여울지도.
하지만 파괴력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정령이 쏘아대는 벼락은 한 발 한 발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고 드로거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정령의 가호에 힘 입어 나는 막타를 날렸고, 드로거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또 강해진 느낌 든다. 체력도 좋아지고 경갑 이해도도 높아진 것 같아.

스텔라 :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고마워.
폭풍의 정령 : ……….

정령은 말 없이 사라졌다.
이 정령 소환 마법, 스펠북을 찾아서 꼭 배워야지.

나가기 전, 나는 드로거가 쓰던 무기를 가져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끔찍한 시체를 뒤적거렸다. 그 드로거의 품에는 냉기 도끼 외에도 석판 같은 것도 하나 있었다. 석판의 앞면에는 무슨 지도 같은게 그려져 있었고, 뒷면엔 글귀가 써 있었다.

 


HET NOK UN
MAHLaaN DROGGE
ERei SULeyK SE
ALDUIN VOKRii


알두인 (ALDUIN) 의 힘이
회복 될 때까지
우리의 몰락한 군주가
여기 누워 있다



알두인? 저 석조 벽에서 말하던 드래곤스톤을 지키는 수호자도, 이 석판에서 말하는 몰락한 군주도 지금 쓰러트린 강한 드로거를 지칭한다는건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알두인이 뭘 가리키는건지 힌트가 없어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이렇게 특이한 유물 아이템은 왠지 팔면 돈도 될 것 같고 알두인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게임을 완벽하게 클리어 하려면 어느정도 세계관 이해는 필수니까.
하지만 이 석판…… 결국 일종의 왕릉비 같은데 가져가도 되는건가. 이걸 가져가는 순간 결국 진짜 도굴꾼이 되어버리는거 아닐까. 어쩌면 피라미드 무덤을 헤집다 저주받은 고고학자처럼 될지도. 하지만 이미 무덤을 헤집으며 죽은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죽인 순간부터 저주는 예견된 수순일거 같은데. 그렇다면 이 앞에도 이렇게 큰 비석이 있는데 이거 하나쯤 가져가도 괜찮을지도 몰라. 어짜피 모든 게임 아이템은 원래 플레이어를 위해 있는거 아냐? 그냥 나중에 해가 되는 물건 같으면 여기 다시 돌아와서 조용히 돌려놓자.
나는 자기 합리화를 끝내고 도굴꾼이 되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드로거 군주님이 나왔던 석관 옆에는 보물 상자도 있었다. 상자에는 멋드러진 가죽갑옷 (Laether armor) 과 약간의 빛이 감도는 써클렛 (circlet) 이 들어있었다.
써클렛은 머리에 슬쩍 써보니 갑자기 고품질 포션을 직접 만들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샘솟았다. 뭐지, 자신감 써클렛인가? 벗으니까 포션 생각 같은건 안 나긴 하는데. 둘 다 먼지만 약간 쌓였을 뿐 입은 흔적 없는 새 것이였다. 나는 갑옷 살 돈이 굳었다는 생각에 신이나서 가방에 옮겨담았다.
근데 이런게 무덤 안에 널려 있는걸까. 아마 왕릉에 같이 묻힌다는 금관이나 장식품 같은 그런거…… 잠깐, 석판이 아니여도 이걸 가져가는 것 자체가 도굴이잖아! 이미 난 프로 도굴러였네! 이미 나도 모르게 양심을 버렸었구나.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버린거 계속 버리지, 뭐. 원래 던전 파밍과 도굴은 한 끗 차이다. 판타지물에서 드래곤 레어를 터는 것도 결국 다 도둑질이야. 드래곤이 훔친 장물을 또 훔치는거잖아. 판타지물 용사란건 합법적인 범죄자, 그런거다. 응응.

물건을 전부 챙긴 나는 출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석관 옆 계단 위에 통로가 하나 있다는걸 발견했다. 동굴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였다. 다시 돌아가기엔 수상한 손잡이 달린 기둥이 있어 신경 쓰였다. 잡아당기는 순간, 함정이 발동되는게 아닐까 몇 번이고 주변의 벽을 살펴봤는지 모른다. 한참 후에 아무런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각오를 다지고 손잡이를 당겼다. 다행히도 정면의 막힌 벽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 외에는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숨겨진 돌 문을 지나자 저 멀리에 빛이 들어오는 틈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탈출구다! 드로거 군주가 보스였구나! 이제 더 이상 괴물들은 안 나오는거지?
출구는 낮은 턱 아래에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계단 같은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뛰어내려 달려나갔다.

 

스텔라 : 이게 무슨 출구야..

그래도 경치는 절경이네. 해가 진 스카이림의 야생은 아름답구나. 하늘에 오로라도 있고. 나 오로라 처음 봐.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앞에 펼쳐진건 벼랑 끝이였다. 출구의 코 앞이 낭떠러지였기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바로 추락했을거다. 나는 벽 -실제로는 산이겠지만 경사가 90°에 가까운 거대한 돌에겐 벽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을 붙잡고 사람의 발하나가 겨우 들어갈 절벽길을 타고 겨우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밤 중이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발을 몇 번이고 헛디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나침반 같은게 없으니 리버우드의 위치를 모른다는게 문제였다. 여기가 어딘줄 알고 이 출구를 중심으로 길을 찾는단 말인가? 막말로 내가 지금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이 있던 산을 가로질러 정반대에서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럴줄 알았나면 루칸에게 나침반 같은것도 파냐고 물어볼걸 그랬다. 해드바나 카밀라가 방위를 구체적으로 말했던걸 보면 분명 나침반이란게 있는걸텐데.
그나저나 보통 나침반이 없을 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알아봤더라.. 하늘을 보고 북극성의 위치를… 여긴 게임 속인데 북극성이 있을리가 없구나. 에휴.. 하늘에 별이 저렇게 많은데 내 우주에는 내가 원하는 별자리는 하나도 없다니. 또 다른 방법은 해가 떴을 때 쓸 방법이라서 지금하긴 곤란한데.. 해의 방향과 시계의 시침을… 나 시계도 없잖아? 그래서 지금 몇 신데?
아무리 방향을 모른다고 해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보기라도 하자. 보통 물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누군가 만날 수 있겠지.

  1.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언데드의 일종. 어느정도 지능이 있는 산송장. [본문으로]
  2. 움직이는 시체나 죽은 자의 유령 등 이미 죽음을 경험했음에도 다시 움직이는 초자연적인 존재. 온전히 살아있는 존재로 부활한 것이 아니라 죽은 상태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죽지 않은 (그러나 살아있는 것도 아닌) 이라는 뉘앙스의 형용사지만 종종 그렇듯, 집단을 가리키는 명사로 불리게 되었다. [본문으로]
  3. 원문 격언은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Curiosity killed the cat.)' 이다. 뭔가에 지나친 호기심을 가지다가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뜻. 이에 대한 반박으로 '하지만 만족감에 고양이가 되살아난다. (but satisfaction brought it back.)' 가 있다. [본문으로]
  4. 진실의 입.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코스메딘 산타마리아델라 교회 입구의 벽면에 있는 대리석 가면으로,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얼굴 조각상.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 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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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