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

황제의 길 - 외전. GAMBLE OF AXIS2

TRPG/제 13시대

2021.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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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한 방이고 두 방이고 될대로 되라…
-마비노기, 어느 모험가의 비망록 中

 



쏟아지는 왕관의 보석은 명색이 제국 수도의 카지노답게 포커, 블랙잭, 룰렛 뿐 아니라 마작, 화투 등 동서부를 아우르는 겜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거기다 딜러와의 겜블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실에서 술과 안주를 주문해 일행끼리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개인실로 들어갔다. 직원은 아나스타샤들이 둘러 앉은 테이블에 메뉴판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종목은 어떻게 되십니까?"
"처음은 가볍게 훌라 어때요?"
"좋아요. 술은…, 오랜만에 밀주로. 아도니스는 안주 먹을래요?"
"네!"

클라인도 메뉴판을 한 번 훑더니 직원에게 돌려주었다.

"흠, 게임은 훌라로 준비해 주게. 밀주와 스위트롤도."
"알겠습니다."

지불 : 개인실 대여 1gp, 밀주 5sp, 스위트롤 12cp

직원은 메뉴판을 챙기고 방을 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는 카트에 담긴 술과 스위트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트럼프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딜러의 역할도 겸하는 직원인 것 같았다. 그는 카드를 다 섞어내고 한 장씩 자신의 오른편-클라인-아나스타샤-아도니스-순으로 카드를 배부했다. 한 명당 가진 카드가 7장이 되었을 때 남은 카드를 중앙에 놓고, 덱의 맨 위 한 장을 앞 면이 보이게 돌려 놓았다. 그것이 '버린 패'일 것이다.

"베팅 금액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판당 50gp."

지불 : 아나스타샤 -50gp, 아도니스 -50gp, 클라인 -50gp

아나스타샤는 금화 50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클라인과 아도니스도 마찬가지로 금화를 올렸다.

훌라 승자 판정 : 클라인 (91), 아나스타샤 (45), 아도니스 (26)

 

 

판돈 베팅이 끝나자, 클라인이 먼저 카드 한 장을 덱에서 가져왔다. 그리고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등록을 시작했다.
다음차례는 아나스타샤였다. 아나스타샤 역시 덱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았다. 나온 것은 ♡ J. 현재 아나스타샤가 가진 카드는 ♡10,Q, ♧2,J,Q, ◇3,7이였다. 아나스타샤는 적절한 카드가 나와준 것에 감사하며, ♡10,J,Q을 등록하고 차례를 넘겼다.
아도니스는 아마 들고 있는 패가 썩 좋지 않은 듯, 자신의 패를 바라보느라 두 명이 카드를 등록하는데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차례에 와서야 덱에서 카드 한 장을 뽑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등록한건 5 세 장이였다.

턴이 돌아 다시 클라인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원래부터 내려던 패가 있었는 듯 빠르게 카드를 뽑고는, 패에서 ♧5 한 장을 내려 놓았다.
이번의 아나스타샤는 괜찮은 패가 없었다. 결국 패를 버리고 차례를 넘겼다.
아도니스 역시 패를 버리고 빠르게 차례를 끝냈다.

다시 클라인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덱에서 카드를 뽑자마자 바로 3장을 등록했다.

"와…. 클라인, 계속 패가 너무 좋은거 아녜요?"
"원래 행운의 여신은 욕심이 없는 자에게 따른다고 들었습니다."
"끄응……."

자신이 이길거라고 생각했던 아나스타샤는 별 말을 하지 못하고 카드나 한 장 뽑았다. 나온 것은 ♧6이였다.

'다음 차례에 버려진 ♡6을 가져오면 되겠어. 아도니스랑 클라인이 ♡6 위에 쌓인 버려진 카드를 가져가 주면 좋을텐데.'

하지만 그들중 버려진 패에 관심있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도니스도 덱에서 카드를 한 장 가져오는데에만 열중할 뿐이였다. 그는 이번 패가 꽤 좋은 패였는지, 활짝 웃으며 카드를 내려놓았다. 등록한 카드는 ♡7,8,9였다.


턴이 돌아 클라인의 차례가 되었을때도 버려진 패를 가져가기는커녕, 패를 버렸다.
아나스타샤는 버려진 패가 되려 늘어나기만 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패의 수도 가장 많을뿐더러 현재 등록할만한 패도 없었다. 초조해하던 아나스타샤는 카드를 뽑아 ◇Q이 나온것을 보고 그제서야 안심했다.

 

"하트Q과 함께 등록할게요."

다음차례의 아도니스는 덱에서 카드를 조심히 뽑았다. 그리고 카드를 보더니 한숨을 내뱉었다. 원하는 카드가 아닌 모양이였다. 셋 중 유달리 표정이 가장 잘 드러나서 그런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그런다고 한 들 훌라의 경우는 다른 게임들이랑 달리 심리가 잘 드러난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아도니스가 패를 버리고, 클라인의 차례가 되자마자 그는 뽑은 카드를 바로 등록하며 차례를 끝냈다.
아나스타샤는 ♤J을 뽑았다. 덕분에 원래 가지고 있던 ♧J과 등록되어 있는 ♡J을 합쳐 새로 등록할 수 있었다. 원하던 ♡6은 영원히 얻을 기미가 없어 보였지만 이젠 착실히 손 안의 패를 줄여나갈 수 있으니 더 이상 상관없었다.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가 등록한 패를 보고 급격히 안색이 안 좋아졌다. 아마 그가 원하던 패가 저 중에 있는 모양인가 보다. 그는 결국 덱에서 패 하나를 가져와 내려놓지 못하고 바로 카드를 버렸다.

그 때, 기다렸다는 듯이 클라인은 차례가 되자마자 '땡큐' 를 외쳤다.

"고맙군, 마법사."
"뭐,뭐야?"

클라인은 아도니스가 직전에 버린 패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카드와 등록 된 카드를 함께 조합해 등록했다.

"하! 저걸 버리는게 아니였는데…!"

하지만 이미 차례는 끝났다. 아도니스는 카드를 쥔 채 클라인을 노려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의 사이에 있는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차례에 집중하느라 둘이 어떤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손에 남은 패가 애매해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는지만 생각할 따름이였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을 끝낸 아나스타샤는 패를 버렸다. 이제 그의 손에 남은 패는 ♧2,3,6이였다.

다시 돌아온 클라인의 차례, 그것은 어쩌면 스톱을 선언해도 괜찮은 단계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고 패를 뽑았다.
자신의 차례가 온 아나스타샤는 패를 뽑았다. ♤3. 아나스타샤는 뽑은 패를 바로 내려놓았다. 딜러는 카드를 가져가 ♤K,1,2 뒤에 배치시켰다.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가 붙인 카드를 보고 기뻐하며 ♤4를 내려놓았다.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는 패를 붙이긴 했지만 본전만 찾은 격이였다. 그렇게 전황이 바뀌지 않고 또 다시 클라인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는 카드를 뽑으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카드가 두 장 남은 상황에서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있었다. 그가 뽑자마자 내려놓은 카드는 조커였다.

"아니! 그게 왜 너한테……!"

아도니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외침에도 클라인은 그치지 않고 손 안의 ◇K도 내려 놓았다. 딜러는 테이블의 ♤K와 조커, ◇K를 조합해 등록시켰다.
아나스타샤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나스타샤는 제발 좋은 패가 나오길 바라며 패를 뽑았다. 조커가 나왔다.

'조커가 연속 두 번……! 기껏해야 턴을 한 번 더 돌아야 나올줄 알았는데! 역시 행운은 내 편…!!'

그는 조커와 ♧2,3을 등록했다.

"아나스타샤마저……!"

아도니스의 황망한 외침을 뒤로하고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을 보며 미소지었다.

"후후, 영원한 승자는 없죠! 이제 제가 꼭 역전을 할거에요."
"글쎄요…."

클라인은 별로 초조한 기색은 아니였다. 무언가 자신이 있는 표정. 그런 표정이였다.
아도니스는 반 쯤 포기한 채 패를 뽑았다. 그리고 뽑은 카드를 등록 된 K 조합 옆에 붙였다. ♡K였다.

다시 클라인 차례가 되고, 카드를 뽑았다. 그리고 손 안의 패를 모두 내려놓았다.

"저는 끝났습니다."
"벌써요?!"

그가 내려놓은 것은 ◇4,6. 등록되어 있는 5 네 개 중 ◇5를 가지고 와 조합을 만든 뒤 등록하면 되는 카드였다.
결국 훌라는 클라인의 승리로 끝나고 베팅금액 150gp는 전부 그의 것이 되었다.

전리품 : 클라인 150gp

"아아…. 150gp……."
"이제 겜블은 그만하시는게 어떻습니까?"
"말도 안돼요! 한 번 이겼다고, 다가 아니죠! 클라인 혼자 좋은 일 하고 끝내자고요??"
"맞아! 3판2선제 몰라? 적어도 3번은 해봐야지!"
"아까 분명 자제의 여신이 어떻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큼큼! 아도니스가 시작할 때 말했죠? '처음은' 이라고. 저는 아도니스가 3판2선제로 진행하자는 소린지 알고 있었다고요. 적어도 처음 계획에서 크게 안 벗어났으니까 자제가 없다는 소리는 말아요."
"옳소,옳소!"

아도니스가 접시 위의 스위트롤을 우걱우걱 먹으며 소리쳤다.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였다.

"휴……. 네, 다음 판도 진행하도록 하죠. 그대로 훌라로 하실겁니까?"
"훌라 말고. 조금 더 복잡하게 마작은 어때요?"
"마작……. 익숙하진 않지만…. 네, 괜찮습니다."
"아도니스는요?"
"저는 동부지방 겜블도 익숙해요~ 마작 좋죠!"

아나스타샤들의 이야기를 들은 딜러는 트럼프 카드를 정리하고 룸 밖으로 나가 마작 패를 가지고 돌아왔다.

 

"마작을 하려면 4인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번엔 딜러까지 4명이서 어때요? 저희끼리 돈을 거는 것보다 훨씬 스릴 있지 않겠어요?"
"네……. 여기까지 왔는데 안된다고 해봤자 소용 없을 것 같군요."
"들으셨죠? 스트레이…씨, 같이 진행해요~"

 

아나스타샤는 딜러의 가슴부근에 달린 금색 명찰을 읽었다.
"알겠습니다."

딜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패산을 쌓았다.

"베팅은 똑같이 50gp로 해요."

지불 : 아나스타샤 -50gp, 아도니스 -50gp, 클라인 -50gp

이번의 선은 아나스타샤였다. 따라서 아나스타샤가 14개의 패, 나머지는 13개의 패를 받았다.


'패가 너무 애매한데…, 삼색동순이나 만들 수 있으려나?'

아나스타샤는 5만패를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아도니스는 1삭패를 버렸다. 딜러는 4통패를, 클라인은 발패를 버렸다.
다시 돌아 아나스타샤의 차례. 아나스타샤는 백패를 받고, 9만패를 버렸다.
그리고 다음번엔 7만패. 차례가 넘어가고, 아도니스가 1만패를 버렸다. 아나스타샤는 지금 1만패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어? 저걸 가져오면 펑을 할 수 있겠는데……. 아냐 이미 슌쯔 두개를 만들었잖아. 그냥 두자. 그리고 1만패 1개는 조금 뒤에 버려야지.'

아나스타샤가 생각하는 동안 차례는 순식간에 넘어가고, 딜러는 남패를 버렸다. 마지막으로 클라인이 8삭을 버리고 다시 턴이 넘어왔다.
아나스타샤는 3삭패를 받았다. 1~3삭으로 이루어진 슌쯔를 만들 생각으로 6삭패를 버렸다. 삭수패가 버려지기 시작하자 다른 이들도 삭수패를 버리기 시작했다. 삭수패가 필요한 역은 만들기 어려워질 것이다.
다음 차례, 이번에는 7만패를 받았다. 아나스타샤는 받자마자 바로 버렸다. 뒤이어 아도니스, 딜러를 지나 클라인의 차례에 그는 1만패를 버렸다.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가 버렸던 1만패를 무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펑을 만들지 않고 넘겼다. 이로써 1로 코츠를 만드는건 불가능해졌다.
턴이 두 번쯤 더 돌았을까, 이번엔 3삭패가 나왔다. 그로써, 가지고 있는 패들이 전부 도이쯔 상태이거나 하나가 모자라 슌쯔에 못미치는 상태였다.

'패가 잘 안나오네. 3만패나 2삭패만 나오면 좋을텐데.'

지금으로썬 딱히 버리고 싶은 패가 없었지만 차례를 넘기기 위해서는 결정 해야 됐다. 아나스타샤는 백패를 버리기로 했다.
다시 아나스타샤의 차례가 되고, 패를 받았지만 원하는 패는 계속 나오지 않았다. 역을 하나도 못 만들 처지가 되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클라인의 차례, 그가 3삭패를 버리고 다시 펑을 외칠 기회가 왔다.

'아…. 또야. 역시 아까 펑이랑 치를 외칠걸 그랬어. 아, 이미 놓쳤는데 포기하자. 될 때까지 간다…!!'

아나스타샤는 펑을 외치지 않고 그냥 패를 받기로 했다. 패는 4삭패가 나왔다. 덕분에 또 슌쯔에 하나 모자라는 상태가 되었다.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며 다음 패를 기약했다.
차례가 다시 돌아 이번엔 9통패를 받고 버렸다. 아도니스는 5만패, 딜러는 9삭패를 버렸을때, 클라인의 차례에 그는 리치를 외쳤다.

"농담이지???"
"벌써 리치에요??"

클라인은 조용히 미소 지을 뿐이였다.

"흥, 그러다가 쪽박 쓰지. 기대해."

'아도니스쪽도 자신 있는 모양인데. 나만 역이 이 모양 이 꼴이야??'

아나스타샤는 꼴찌는 면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이번에 받은 6통패를 버렸다.

"론."
"네????"

클라인의 패는 2만,3만,4만,1삭,2삭,3삭,1통,1통,2통,3통,4통,6통,6통,6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아……. 내 돈…."

아나스타샤가 베팅한 돈에서 금화 7개가 클라인에게 옮겨졌다. 돈이 사라져 기운 빠진 아나스타샤는 테이블에 미끄러지 듯 엎어졌다. 그러더니 곧 벌떡 일어나 럼 한 잔을 원 샷 때렸다.

"아직 한 판 안끝났으니까. 끝까지 가보죠!!"

그렇게 다음 라운드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아도니스가 선이였다. 그리고 그는 발패를 버리며 시작을 알렸다.
이번 아나스타샤의 패는 1만,5만,6만,1삭,1삭,2삭,1통,2통,3통,4통,6통,서,북,발로 썩 나쁘진 않은 패였다.

아나스타샤는 애매한 자패를 전부 없앨 생각으로 서패를 버렸다. 바로 직전에 딜러가 서패를 버렸으므로 이 패로 코쯔를 만들기 어려울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다음 차례, 동패가 들어와 바로 버렸다. 다른 이들도 비슷하게 풍패를 버렸다.
다시 한 바퀴 돌아 아나스타샤의 차례, 이번에는 9삭패를 받고 1만패를 버렸다. 아도니스는 1통패, 딜러는 3통패를 버렸으며, 클라인도 3통패를 버렸다.

'이번에는 버리는 족족 가져가자. 어짜피 3통,4통이 있으니까 1통,2통을 치로 써도 문제없지.'

아나스타샤는 치를 외치고 슌쯔 하나를 만들었다.
다음에 나온건 9만패였다. 이 패도 필요없긴 하지만 더 필요없는 북패 먼저 버렸다.
그 다음엔 백패를 받았는데, 아도니스도 클라인도 백패를 버렸었던 상황인지라 백패를 가지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바로 패를 버렸다. 그리고 클라인의 차례, 그가 1삭패를 버렸다. 아나스타샤는 2개의 1삭패를 가지고 있었다. 빠르게 펑을 외쳐 1개의 코쯔를 만들었다.
이번 차례에서는 필요없는 삭패를 정리하기로 하고 9삭패를 버렸다. 아도니스는 그것을 보고 자신도 삭패를 정리하기로 했는지 2삭패를 버렸다.
그리고 다음 차례,

"리치."
"엑?!"

이번에 리치를 외친건 딜러였다.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에 반해 딜러의 다음차례인 클라인은 이번 라운드의 패가 영 좋지 않은건지 오래 고민을 하다, 남패를 버렸다.
다시 아나스타샤의 차례가 되었다. 이번에 들어온 패는 4만패로, 가지고 있는 5만,6만과 함께하면 슌쯔 하나가 만들어졌다. 때문에 필요없어진 9만패를 버리기로 했다.

'하나만 더 만들면 돼. 설마 한 바퀴만에 딜러가 역을 완성할까?'

그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다음 차례인 아도니스가 3통패를 버리고 다시 딜러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그는 쯔모를 외쳤다.
그의 패는 1만,2만,3만,9만,9만,2삭,3삭,4삭,7삭,8삭,9삭,7통,8통,9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펑이나 치를 만들지 않은 멘젠 쯔모.

"그나마 쯔모라서 다행인가……. 잃는건 적으니…."
"하지만 승자는 얻는게 많으니, 저로서는 꽤 좋네요."
"하하…. 정말 조용한 강자시네요……."

딜러는 아나스타샤와 클라인의 금화를 5개, 아도니스의 금화를 8개, 총 18개를 가져갔다.
아나스타샤는 다음 라운드에는 이기고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새로운 라운드를 위해 섞은 패를 받았다.
이번 패는 3만,7만,8만,2삭,4삭,6삭,7삭,2통,6통,8통,8통,백,발이였다.

딜러가 먼저 시작해 8만패를 버리고, 클라인은 4통패를 버렸다.

'8통패은 코쯔로 만들거니까 2통패와 6통패는 필요 없어. 만수패도 애매해. 전부 버리자.'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2통패를 버렸다. 그 다음, 아도니스가 6만패를 버렸고 다시 턴이 돌아 딜러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1삭패를 버리고 클라인은 발패를 버렸다. 어짜피 아나스타샤도 발패를 버릴 생각이였지만, 클라인이 버린 뒤 버리는게 남 론 만들어주진 않겠다 싶어 이번 차례에 발패를 버렸다. 그리고 아도니스가 서패를 버린 것을 보고 다음 차례에 받은 서패 역시 바로 버렸다.
이번에 받은것은 9삭패였다. 8삭패만 얻게 되면 꽤 쓸모가 있어질 것 같았다. 따라서 아나스타샤는 1통패를 버렸다.
다음엔 4통패가 나왔는데, 이 패 역시 필요해 보이지 않아 바로 버렸다. 그랬더니 다음 차례에는 5만패가 나왔다. 3만,4만과 함께하면 슌쯔 하나가 완성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3~5가 생겨 필요없어진 1만패를 버리기로 했다.
다음 차례엔 운이 들기 시작했는지 가지고 싶었던 3삭패가 나왔다. 가지고 있는 2삭,4삭과 함께 슌쯔를 만들었다. 이제 패를 받았다면 버려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을 완성해 가며 예비분까지 챙겨둔지라 버릴게 없었다.

'6삭이 2개야…. 버려진 패에도 6삭이 없으니 다음 차례에 나올지도 몰라. 슌쯔는 포기하고 코쯔를 만들어야겠어. 7삭을 버리자.'

7삭을 버리고 차례가 돌아 클라인의 차례가 됐다. 그는 9만을 버렸다.

'앗, 저 9만을 가져와 치를 외치고, 6통을 버려 8통이나 9삭 중 하나가 나오기만 하면…… 코쯔 하나랑 또이쯔 하나가 만들어지겠네??'

아나스타샤는 서둘러 치를 외쳐 7~9만으로 이루어진 치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6통을 버렸다. 그가 6통을 버리는 것을 보고 아나스타샤와 딜러도 통패를 버리기 시작했다. 아마 필요한 패가 버려져서 통으로 역을 못만들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다시 아나스타샤의 차례가 되고, 이번엔 5만패를 받았다. 이미 3~5만 패로 슌쯔를 만든 아나스타샤는 5만패를 버렸다.
그리고 두 번의 차례가 왔다가 지나갔다. 그동일 4만패도 버리고, 2만패 역시 버렸다.

'생각외로 9삭이랑 8통이 안 나오네. 설마 다른 사람들이 들고 있나?'

그런 생각하기 무섭게, 딜러가 8통패를 버렸다.

"펑!"

아나스타샤는 때 맞춰 원하는 패가 나오자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좋았어. 이번엔 3만패를 버리자. 6만패는 아무도 안버렸으니까 어디선가 또 나올거야. 아니면 다른 멘쯔를 만들면 돼.'

하지만 나온 것은 남패였다. 아나스타샤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패를 버렸다. 그러자, 와중에 클라인이 4삭패를 버렸다. 아나스타샤는 빠르게 치를 외치고 2~4삭으로 치를 만들었다. 이제 한 가지 패만 더 있으면 오를 수 있다. 아나스타샤는 리치를 외쳤다. 다들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많은 턴이 지나갔다. 그동안 다른 이들도 꽤 괜찮은 역을 만들고도 남을 시간이였다. 리치를 외치긴 했지만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3만 아니면 6만……. 제발~~'

아나스타샤는 두 눈을 꼭 감고 만수패를 빌며 4삭패를 버렸다.
하지만 다음 차례에 나온 것은 중패였다. 그렇게 차례가 넘어가고, 아도니스는 5통패를 버렸다.

"론."
"네??????"

아도니스가 버린 5통패를 클라인이 가져가며 론을 외쳤다.
그의 패는 5만,6만,7만,1삭,2삭,3삭,6삭,7삭,8삭,3통,3통,5통,6통,7통이였다.

"아니, 아니……. 어떻게 그래요??"
"후후……."
"벌써 2승째잖아요. 익숙하지 않다는건 순 거짓말이였죠??"
"하다보니 꽤 손에 익는군요."

클라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아도니스의 금화 10개를 챙겼다.

"하……."
"하지만 아직까지는 딜러쪽이 우세합니다. 역시 마작은 이기는 횟수보다 역의 점수가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그랬다. 그만큼 아직 역전의 기회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 높은 점수의 역이란게 나오기 쉽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제 마지막 라운드로 돌입했다.
이번의 패는 4만,9만,3삭,7삭,9삭,4통,5통,5통,8통,남,서,백,발이였다.

이번 선은 클라인으로, 그는 6만패를 버리며 차례를 넘겼다.

'이 참에 만수패도 몇 개 없는데 전부 버리자.'

클라인 다음 차례인 아나스타샤는 바로 4만패를 버렸다.
다시 돌아 클라인은 발패를 버렸다. 테이블 위에는 2개의 발패가 버려져 있었다. 발패 2개로는 만들 수 있는게 없다. 더 이상 필요없겠다 싶은 아나스타샤는 자신도 발패를 버렸다.
만수패 다음은 자패 처리였다. 아나스타샤는 다음 차례에 백패를 버리고, 그 다음엔 서패를 버렸다. 그리고 남패를 버리고 북패도 마저 버리려고 하자, 북패가 하나 더 들어왔다.

'흠, 이건 도이쯔로 쓰는게 좋겠어.'

아나스타샤는 버리려던 북패를 놔두고 대신 아직 버리지 않은 9만패를 버렸다.
그러자 다음 차례에 2만패가 들어왔다.

'아까는 3만패가 들어오더니 이번엔 2만패인가…. 이럴줄 알았음 처음에 4만패를 버리는게 아니였는데.'

지금 아나스타샤의 패는 한가지 패만 나오면 멘쯔가 만들어지는 상태의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나스타샤는 고민하다가 두 개 있는 5통 중 하나를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여섯 턴 동안은 받고 버리고의 연속이였다. 그리고 일곱번째 차례, 1통패가 들어왔고 아나스타샤는 리치를 외쳤다.

"이번에야말로……!"

하지만 차례가 돌아와도 원하는 패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번 라운드는 승자 없이 유국을 맞이했다.

"이럴수가……. 그,그래도 리치를 외쳤던 제 역이 제일 높겠죠…?"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패를 넘어트려 공개하며 다른 이들을 둘러보았다.

"흠, 안타깝게도 제 쪽이 조금 더 높은 역이군요."

클라인의 패는 6만,7만,8만,4삭,4삭,5삭,6삭,7삭,6통,6통,7통,8통,9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넷 중에 가장 높은 역이였다. 클라인은 각자에게 금화 2개씩을 챙겼다.

"이럴수가……."
"다음이 마지막 라운드군요. 마작도 제가 이긴다면 이 승부는 제 승리입니다. 그렇게되면 다시는 겜블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아니… 너무 어려운 약속인데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는게 아닌…"
"그럼 저는 여기서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엑?! 중간에 그만두는게 어딨어요! 으으… 그래 해요,해!"

그는 원하는 대답을 들어 기분 좋은지, 아나스타샤를 보며 활짝 미소짓곤 새로 받은 패를 확인했다.
7만,8만,9만,1삭,4삭,4삭,8삭,1통,4통,6통,9통,북,백으로 이루어진 패였다. 상당히 좋은 패였다.

'시작하면서 받은 14번째 패인 1만이랑 1삭을 버리면 되겠어.'

아나스타샤가 1만패를 버리며 5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 그 뒤로는 현재 패를 유지하기 위해 패를 받는 족족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1개씩 모자란 애매한 패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딜러가 리치를 선언했다.

'벌써…?'

하지만 다행히도 원하는 패가 잘 나오지 않는지 5번의 차례가 넘어가도록 론이라 쯔모를 외치지 않았다. 이렇게 리치를 선언하고 오르기까지 오래 걸린 경우, 중간에 목표로 하던 역에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운이 나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때가 있다. 아나스타샤는 제발 딜러가 그런 경우이길 바라며 패를 받았다.

'하… 남 말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 나부터가 패가 안나오는데 무슨….'

결국 몇 차례 더 돌고 4명 다 특별한게 없이 유국되었다.

"패가 잘나와서 좋았는데…, 그 뿐이였네요. 다들 어때요?"
"뭐, 저도 마찬가지에요…."

클라인과 아도니스도 영 패가 안나왔는지 공개한 역이 엉망이였다.

"흠, 그럼 간소한 차이로 제가 우승이군요."

우승이란 단어를 입에 담은건 딜러 쪽이였다.
그의 패는 1삭,2삭,3삭,6삭,7삭,8삭,2통,4통,6통,6통,6통,북,북으로 가장 좋은 역이였다.

"허……. 리치 한 번 외치고 조용하길래 영 패가 안나오나보다 했는데, 알뜰알뜰하게 모아놓고 있었네요?"

결국 세 명은 딜러에게 금화 2개씩 건네누 수밖에 없었다.
총 5라운드로 마작이 끝나고 딜러가 마작패를 정리할 때, 아나스타샤들은 금화 계산을 시작했다. 클라인 66gp, 아나스타샤 34gp, 아도니스 28gp, 딜러 72gp로 딜러의 최종 우승이였다.

전리품 : 아나스타샤 34gp, 아도니스 28gp, 클라인 66gp

"역시 카지노 딜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요. 5판 중에 클라인이 3판, 딜러가 2퍄 이겼는데 금화 갯수가 압도적으로 많네요. 와……. 강한 자는 말이 없다더니."
"오~그럼 결국 저 녀석이 아나스타샤에게 요구한건 들어주지 않아도 되겠네요?"
"어라? 그렇네?"

클라인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마를 짚었다.

"휴……. 그렇게 되는군요. 괜찮습니다. 아직까지 2승을 해서 이긴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다음 겜블에서 꼭 이기겠습니다."
"오오……. 그렇게 의욕적으로 나오신다? 그럼 이제 정말로 '게임'은 그만하고 진짜 '겜블'을 즐겨볼래요?"
"진짜 겜블말입니까?"
"네! 후후후……. 이번에야 말로 진짜 진짜로 정말 정말로 제 주종목이에요. 겜블의 왕중의왕. 포커!!"
"와~ 포커 좋죠! 이거야말로 제가 제일 못하는거긴 하지만…."

아도니스는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과연. 네, 포커로 승부를 보죠."
"50gp. 이 금액을 탕진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하죠. 포커에서 가장 많은 돈을 딴 사람이 2번 이긴 셈 치는걸로."
"꽤 자신있으신가 보군요. 저는 좋습니다."
"오~ 저한텐 역전의 기회네요? 좋아요!"

지불 : 아나스타샤 -50gp, 아도니스 -50gp, 클라인 -50gp

모두의 동의를 얻은 아나스타샤는 딜러쪽을 바라봤다.

"이번 포커 승부에도 같이 하실거죠?"
"네, 덕분에 돈을 벌었으니 하겠습니다."

이렇게 4명이서 포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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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외전. GAMBLE OF AXIS1

TRPG/제 13시대

2021.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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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겜블이다~!!



"저번에 같이 검투경기 보러 가기로한 약속, 기억하고 있죠?!"
"네…? 물론입니다. 제가 먼저 꺼낸 말이지 않습니까?"
"그거 오늘 가요! ……설마 바쁜건가요?"
"아뇨. 설사 그렇더라도 이 약속이 제일 중요하고 바쁜 일이죠."
"하하, 역시 클라인. 괜찮다고 할 줄 알았어요!"

아나스타샤는 크게 웃으며, 집무실 문 쪽을 보고 소리쳤다.

"아도니스! 클라인이 괜찮대요!"
"흥! 그런 녀석 없어도 저희 둘끼리였어도 괜찮았는데요."
"에이, 그래도 이런건 몇 번 경험해본 클라인이 잘 알테니까 있어야죠~"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상황에 클라인은 아도니스가 왜 이 곳에 있는지, 아나스타샤와 그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순간적으로 이해를 못했다.

"그러니까……, 저 자와 함께 가는겁니까?"
"뭘 당연한걸 물어?"
"하하…. 저번에~ 다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뭐, 그런거죠."

아나스타샤는 머쓱한 듯이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본인이 생각해도 최악의 조합인지라.

"아……. 그렇죠. 그럼 코스모스나 바를로는…?"
"음………. 그게 고향에 볼 일이 있다고 잠꺄 돌아갔어요. 혼자 보내긴 그래서 코스모스를 붙여줬죠."
"코스모스는 당신의 시녀지 않습니까…."
"클라인이 붙여준 앤느도 있잖아요, 괜찮아요!"

클라인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한 손으로 눌렀다.

"그렇군요. 이렇게 셋이……."
"싫으면 빠져."

그가 싫은 기색을 내비치자 아도니스는 코웃음을 쳤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아나스타샤랑 둘만 남게 될 것 같아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였다.
그 표정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세상에 다른 녀석들이 아나스타샤와 단 둘이 데이트를 한다고 해도 아나스타샤의 뜻이라면 막을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저 자식만큼은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같이 가시죠. 지금 바로 출발할까요?"


세 명은 검투장 지구로 오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그것도 대화라고 할 수 있다면 하기는 했다.

처음에는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도니스가 건물들을 가리키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이번엔 클라인이 화제를 돌려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도니스는 다시 끼어들었고, 클라인도…… 그것의 반복이였다. 종국에는 아나스타샤를 중심에 두고 양 쪽에서 서로의 말을 상대에게 전달해달라는 꼴이 되었다. 어지간히도 말조차 섞기 싫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셋이 하는 대화라는게 성립이 되지 않으니 중간에 끼인 아나스타샤만 지칠뿐이였다.

그렇게 제국 콜리세움에 도착한 아나스타샤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지쳐 있었다. 벌써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했는지 그들은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콜리세움 입구의 줄을 가리켰다.

"저기에서 입장권을 받나봐요. 표는 어쩌지…. 오기 전에 알아보고 구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어요."
"그 문제라면 괜찮습니다."

클라인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씩 미소지으며 입구의 줄 근처를 서성이는 키작은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 무슨 일이, 아! 카스펜서 백작님 아니십니까!"

남자는 클라인을 보자, 한껏 구기고 있던 인상을 얼굴의 주름이 펴질 것처럼 활짝 웃어보였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되지?"
"아아, 오늘은 간단한 토너먼트로 진행됩니다. 안 쪽으로 드시지요!"


키가 작은 남자는 넓직한 자리로 안내한 후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헤실거렸다.

"헤헤,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쇼."

자리는 오페라 하우스의 귀빈석마냥 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높은 발코니에 위치했으며, 그 곳엔 고급스러운 의자가 일렬로 늘어져 있었다.

"밖엔 사람이 많았는데 좌석이 비어있네요?"
"보나마나 카스펜서 백작의 박스석이겠죠. 아주 돈지랄…."
"네? 허어억, 생각보다 검투 경기를 좋아하시나 봐요??"

클라인은 부끄러운 듯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 아뇨, 이 박스석은 친구가 제 이름으로 마련한 자리입니다. 신분을 밝히기 곤란한 자이기에 부득이하게…."
"친구 핑계 좋아하네. 신분이 밝혀지면 곤란하다니 범죄자쯤 되나봐?"

아도니스가 비웃듯이 말하자, 클라인은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봤다.

"그래서 그 친구와 종종 검투경기를 보곤 합니다. 물론 저 치 보다야 멀쩡한 인간입니다."
"내가 안 멀쩡하면 누가 멀쩡한데?!"
"자, 자……. 그만."

아나스타샤의 목소리는 그 표정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아도니스와 클라인도 대충 상황파악이 됐는지 드디어 조용해졌다.
침묵에, 아나스타샤는 드디어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좋아요. 이제 자리에 앉죠. 언제까지고 서있을 수 없잖아요?"


토너먼트 베팅

피튀기는싸움의 열기는 점점 무르익어, 토너먼트는 결승전까지 왔다. 선수들의 실력은 기대 이상이였고, 아슬아슬한 경기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싸움이래봤자 결국엔 경기. 재밌다고는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검투경기가 실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 단순한 연극,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었다. 제국의 무법천지를 다니며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자들의 유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 싸웠고 목숨을 걸었다. 가끔은 팔이나 다리가 잘려나가기도, 그럼에도 패배를 선언하지 않고 죽음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선수들의 눈에는 우승의 영예를 안고 싶다는 욕망이 번들거리기도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간절함이 보이기도 했다. 예상컨데 저들은 스스로 원해서가 아닌 원하지 않음에도 참가하는 자들도 있을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는 실감날 수밖에 없었다.

그 결승전의 무대에는 두 명의 선수가 올라섰다. 바쿠스와 디오라는 남자였다.
바쿠스는 직전 토너먼트의 우승자였다. 아마 경기장의 있는 거의 모두가 이 인물이 우승할 거라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뛰어난 역술(力術)을 가진 도부수(刀斧手)였다.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그것만으로도 경기의 결말을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그와 승부를 겨루게 될, 이 자리에 선 또다른 자는 이번이 첫 토너먼트였던 새로 떠오르는 신예였다. 또한 새로운 우승자가 나타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주이기도 했다. 그는 이전 경기에서 짐승과도 같은 몸놀림으로 상대를 하나 둘 짓이겨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험악하고 거친 그의 솜씨는 두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제 몸을 아낄 줄을 몰랐고, 그 때문에 몇 번인가 신체부위가 절단되거나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자신의 경기가 끝난 후 휴식 시간마다 사제들에게 치료를 받았겠지만 바쿠스에 비해 디오는 상당히 지쳐 있었다.

"음……. 이전 경기까지는 예상 못할 조합이였던지라 흥미진진했는데, 이번에는 뭐… 저 바쿠스라는 자가 이길것 같네요. 앞에서 그래왔듯이."

아도니스는 바쿠스가 이길 것을 확신하는 눈치였다.

"그런가요? 디오도 싸움경험이 없어보이는 것 치고는 꽤 잘싸우지 않았나요? 꽤나 깡이 좋아서 이번에도 의외의 결과를 낼 것 같은데."
"그것도 한 두번이지, 이젠 경기 시작부터 지쳐있잖아요? 솔직히 지금까지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다쳤는데도 기권을 안한다고? 하고 상대쪽이 먼저 질려서."
"싸움엔 실력이 중요하지만 승리는 아니죠. 그렇게 마지막까지 끈덕지게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거에요. 클라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디오가 이길 것 같습니다."
"허어, 정말 검사가 맞긴 해? 제대로 본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너와 같은 편을 고르기 싫었을 뿐이다."
"엑, 그렇게 말고 진심으로 누가 이길 것 같은데요?"
"…흠, 마법사 때문이 아니여도 저는 디오가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세밀한 규칙을 가진 경기나 무예는 그 경기의 경험과 실력이 중요하죠. 하지만 그 실력이 크게 차이 안날뿐더러 단순히 '살아남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건, 네, 아나스타샤 말대로 끈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쿠스는 우승 전적이 있고 상대가 지쳐보이니 이미 반 쯤 방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클라인은 경기장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분석했다.

"클라인이 말하니 더 신뢰가 가네요, 응응."
"이렇게 말해도 검투 경기라는건, 전략이 중요한 전장과 다르게 운에 맡기는 부분도 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갈 때도 있기때문에 확신하기 어렵긴 합니다."

아도니스는 의견이 일치해 화기애애해진 아나스타샤와 클라인의 모습에 입을 삐죽였다.

"그럼 이번 경기에 저희도 베팅해 보는게 어때요? 누가 이길지 내기 하는거죠."
"마법사, 도박을 하겠다니 제 정신인가?"
"뭐가? 불법도 아니고, 검투 경기 베팅은 합법적으로 허가 된 거 아냐?"
"그렇다 한 들……"
"괜찮지 않아요?! 제가 이래봬도 행운의 여신의 가호를 받는 엘프! 겜블에서 손해본적이 없다고요. 설사 좀 손해보더라도 가볍게 베팅하면 아쉽기만 하고 그렇잖아요?"
"도박이란게 안되면 아쉬워만 하면서 끝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안하는게 낫죠."

클라인은 도박에 관해서는 상당히 단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나스타샤는 전혀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는 답지않게 크라인의 팔을 붙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클라인~ 제 자제력 모르세요? 아, 모를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클라인의 자제력은 제국 기사들의 귀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잖아요? 클라인이 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요? 네~?"
"아,아나스타샤……."

아나스타샤가 제 몸에 달라붙어 오자 클라인은 어쩔줄 몰라했다.

"클라인~~!~!"
"………………. 카스펜서 백작. 당장 알겠다고 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거다."

그리고 그 뒤에서 아도니스는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저희 10gp는 넘지 말도록 합시다."
"자,장난해요?! 10gp로 누구 코에…"
"아나스타샤, 이 베팅으로 돈을 벌려 하자고 하신겁니까?"
"아,아니요! 설마요? 10gp 딱 좋죠. 딱 10gp로 해요. 전 디오에 10gp."
"네, 저도 디오에 10gp를 걸겠습니다."
"응, 저는 바쿠스에 10gp."

지불 : 아나스타샤 -10gp 아도니스-10gp 클라인-10gp

클라인은 박스석 입구의 직원을 불러 베팅 금액을 전달했다. 그가 자리에 돌아와 앉자, 짧은 경기 준비 시간이 끝나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두 선수는 시작을 알리는 징 소리와 함께 서로에게 달려들었고 그들의 도끼와 검이 맞부딫혔다.

경기 우승 판정 d6(6) : 바쿠스 우승

디오는 상당히 지쳐 있었음에도 몸놀림이 날렵했다. 바쿠스가 휘두르는 도끼를 족족 피해내고, 되려 그의 도끼 위에 올라타 농락하기까지 했다. 만약 체력이 온전했다면 디오쪽이 압도적이였을거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만약의 이야기. 바쿠스는 이 싸움을 장기전으로 이끌어갈만한 체력이 있었다. 바쿠스는 무턱대고 힘으로 눌러대기 보다는 치고 빠지는 전법으로 상대하기로 했다. 때문에 경기가 늘어져 호쾌한 맛도 재미도 덜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디오가 지쳐 그 몸놀림이 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바쿠스의 도끼에 허벅지 한 쪽이 절단되며 완전히 끝나고 말았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디오를, 심판은 경기를 속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상대를 무자비하게 내려찍어봤자, 그것은 경기가 아닌 공개 고문일 뿐이니까.

전리품 : 아도니스 12gp

"바쿠스가 이겼네요…."
"그렇군요."
"후후, 뭐 제국의 기사단 사단장 뭐시긴지도 소용없구만."

클라인은 아도니스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 봤지만 이외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하! 뭐라고 좀 해보지~? 네 보는 눈이 형편 없다고 인정하는거야? 검투 경기도 별 거없네!"
"……. 내기에서 진 것은 사실이니 이번만큼은 봐주도록 하지. 하지만 네 그 입도 적당히 하는게 좋을거야."
"에~~~? 뭐라고?? 패배자의 말은 잘 안들리는데????"
"휴…………."

깐족거리던 아도니스가 조용해진 것은 아나스타샤의 한숨소리 때문이였을거다.

"그래요. 행운의 여신의 가호를 받는 엘프는 무슨…. 그딴걸 받았으면 내 인생 이 꼬라지 안 났지."

아나스타샤의 등 뒤로는 엄청난 아우라가 풍기기 시작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적당히 하는게 좋을거라고."
"아나스타샤아……!"

그런 아나스타샤의 모습에 아도니스는 안절부절해 했다. 그렇게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던 그에게 때마침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 아! 운이란건 한 번 가지고는 파악할 수 없는거니까요…! 괜찮으시다면 저희 다른 내기도 해보는건 어떠신가요?!"
"다른 내기…?"
"네! 검투장 지구엔 재밌는 게임을 할 곳이 많이 있으니까요!"
"……! 잠깐, 마법사! 지금 무엇을 하려고,"
"아, 벽창호 기사는 조용히 하시죠."

아도니스는 생글생글 웃으며 아나스타샤를 밖으로 안내했다.


쏟아지는 왕관의 보석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제국 콜리세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대 카지노였다. 쏟아지는 왕관의 보석이라는 이름 답게 금색으로 칠해진 간판과 입구, 휘황찬란한 인테리어까지, 상당한 고급 카지노임을 알 수 있었다.

"헤에, 아도니스는 도박을 즐기는 편인가봐요? 이런거 별로 좋지 않은데. 도박은 사람을 좀먹는다니깐요~"

타박하는 말과는 달리 아나스타샤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히죽거리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나스타샤는 종종 자신이 가진 윤리 의식과 막상 하려는 행동이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도박이 잘못된걸 알고 있으면서도, 뒷전에 살면서 온갖 불법적인 일과 도박을 했던 이로서는 거부감이 적게 느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황제의 후계자 후보로서는 하면 안되는 일이지만 그의 몸은 근질거리던 참이였을 것이다. 최대한 그 쪽을 멀리하고 안하려고 노력한다지만, 이렇게 누군가 직접 눈 앞에 대령한다면 고민되기 마련이다.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아도니스가 데려다 줬는데 조금만 해보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희 여행하면서 여윳돈도 꽤 생겼으니까 조금만, 조금만 써요~"
"아나스타샤, 아무리 여윳돈이라지만 돈을 함부로 낭비하면…"
"아, 우리가 이럴 때 제국의 누군가는 굶는다는 소리는 하지마요. 어짜피 그 사람들도 인생 한 방을 노리고 우리보다 열심히 했으면 했지 안하진 않거든요? 다른게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하루 일당, 내일 식비, 배우자, 자식… 전 재산을 꼬라박는다는거죠. 전 그럴 생각 없어요! 이래봬도 자제의 여신이 함께하는 엘프…."
"하아……. 이번만 입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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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키메라 연구4

TRPG/제 13시대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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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은 그들의 무리에 문제없이 섞여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화란, 내가 그들에게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액시스에 돌아가는 길이 급한건 아니었으므로,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해 겨울 밤 여관에서 하루를 더 지내기로 했다. 여관의 주인 진휘는 아나스타샤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팔고 있는 만두 외에도 다양한 만두를 만들어 주었다.

"이 만두는 포자라고 부르는 만두였고, 지금 드린건 교자에요."
"음, 피가 훨씬 얇네요. 모양도 예쁘고."
"내용물이 훨씬 많아서 좋군요."

아나스타샤들은 접시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만두 외에는 대접해 드릴게 없네요."
"아뇨,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그 뒤로는 여관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진휘의 돌아온 모습을 보며 놀라는 사람들이 태반이였다. 덕분에 한껏 소란스러워진 식당을 뒤로하고 아나스타샤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방 안에 함정은 없어요."
"휴……. 또 그 다 무너져 있을 지하 감옥으로 가는건가 싶었네요. 아도니스 쪽 방도 괜찮아요?"
"네, 아마 그 자가 이 방에 묶은 뒤, 그 다음에 방을 쓸 아무나 걸려라라는 식으로 함정을 설치한 거겠죠."
"그 때, 다 같이 있어서 망정이지 혼자 순간이동 됐으면 꼼짝없이 키메라 밥이나 실험체 신세가 되었겠네요."
"저는 아나스타샤가 사라지면 그게 어디라도 꼭 찾아낼테니 걱정마세요!"
"하하, 왠지 아도니스의 그 말은 신뢰가 가네요."

'아도니스는 지금껏 전생한 나를 끝없이 찾아냈을테니까.'

"그럼 이만 방에 돌아가 볼게요. 푹 쉬세요."

아도니스가 밖으로 나간 뒤, 아나스타샤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 피곤하네."
"잠도 못자고 날을 꼬박 새웠으니까요. 숙면을 취할 수 있게 차라도 한 잔 드리겠습니다."

맞은편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코스모스가 잔잔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으응, 고마워요."

코스모스는 라벤더 주머니와 티 세트를 꺼내, 빠르게 차를 끓일 준비를 마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향긋한 라벤더 향이 올라왔고,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의 침대 옆 협탁 위의 찻잔에 조심스레 따랐다.
아나스타샤는 라벤더 티를 몇 모금 마시더니, 노곤노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죽은 부자들의 거리

하루는 금방 지나갔고, 아나스타샤들은 뉴 포트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항구로 가기 전, 짐을 줄이기 위해 골동품점에 들리기로 했다.
겨울 잠 여관을 나서면서 뉴 포트 안의 도박거리가 소지품을 팔려는 사람들이 원체 많다보니 매입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진휘에게 전해들었고, 그 때문에 아나스타샤들은 수많은 카지노들 사이를 거닐게 됐다.

거리는 지금이 한 낮인지 밤 중인지도 모를정도로 시끄럽게 동전 굴러가는 소리, 슬롯이 돌아가는 소리가 가득했다.
여느 도박장들과는 다르게 패배주의와 한탕주의가 만연한 빈털털이들이나 건달들보단, 비싼 옷과 비싼 보석을 두른 사람, 화려한 여자를 낀 돈이 많아보이는 남자, 다이아와 금으로 치장 된 마차를 탄 여자들이 더 많았다.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전부 눈이 죽어있었다. 인생의 유일한 낙이 돈을 낭비하는 것인데 그조차도 질렸다는 듯이 의무적인 웃음을 걸친채로 자동기계처럼 배팅만 할 뿐이었다.

그런 영혼이 없는 자들의 사이에선 아나스타샤들은 상당히 이질적이였다. 그것을 본인들도 모를 리 없었다.
그 생기없는 거리엔 오래 있을 것이 못 됐다. 그들은 적당히 규모가 큰 골동품점이 보이자마자 더 재지않고 재빨리 들어갔다.

"어서오십쇼~히히."

골동품점 새로운 시작의 주인은 반들반들한 얼굴에 금색 테의 둥근 안경을 걸친 하플링 남성이였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살살 웃으며 아니스타샤들을 맞이했다.

"몇 가지 물건과 보석을 팔려고요. 여기 있는 것들."

아나스타샤는 5명 각각이 판매할 물건을 담은 보따리와 보석이 담긴 주머니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아아, 확인해 보겠습죠~ 다만 저희가 보석은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아서 시세보단 좀 가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어째서죠? 여기 둘러보니까… 꽤 비싸보이는 보석 악세사리들도 많이 진열해 놓은 것 같은데."
"그건 이미 세공 된 제품이라서 원하시는 분들이 바로 사가실 수 있잖습니까~ 하지만 보석은 세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희같은 골동품점에서 판매는 어렵기에…. 헤헤. 감정 실력도 부족하굽쇼. 저희는 정직! 이 모토기 때문에 이렇게 미리 말씀드리는겁니다."

아나스타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은 보따리에서 물건을 하사씩 꺼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꺼내진 건 클라인이 챙긴 악세서리함이였다.

"음, 군데군데 보석이 박혀 있는 꽤 고가의 장신구함이네요. 20gp에 사겠습니다."

뒤이어 나온 금,은제 물건들도 마찬가지로 20gp정도의 가격을 균일하게 붙여주었고,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해 바로 돈과 교환했다. 받은 돈은 많이 쓰이는 제국화가 아닌, 뉴프라고 불리는 흔하지 않은 뉴 포트 화폐였다. 뉴프는 한쪽에는 황제의 상징이 다른쪽 면에는 봉황 한 마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자, 남은건 보석들이네요. 확인하겠습니다~"

주인은 매입한 물건들을 조심히 카운터 아래쪽으로 옮겨 놓은 뒤, 주머니에서 보석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석영 3개에 황수정 하나, 변색황옥 하나라…. 여기 수정들은 30gp, 변색 된 황옥은 40gp에 사겠습니다!"
"흠…, 이건 그냥 수정이 아니라 시트린인데요?"

바를로가 황수정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트린이요? 흐음, 색만 다르지 이 수정들과 별반 차이 없어보이는데요……."
"아니아니, 그 색이 중요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같은 사파이어라도 붉은 사파이어만이 루비라고 불리며 값어치가 가장 높은 것과 같은 이치죠."
"헤에, 그래서 시트린이 시트린이라는 보석이 있는게 아니라 황색 수정이라굽쇼?"
"그렇죠!"
"제가 보석에 대해 잘 모른다고 사기치려는건 아니고요?"
"…환장하겠군."

바를로는 기가 차다는 듯이 작게 읊조렸다.

"그냥 30gp만 받겠다."
"넵넵, 여깄슴다! 다음에는 물건을 사러도 와주십쇼!!"

시트린의 주인인 클라인은 굳이 설득하기 귀찮았는지 주인이 처음 제시한 금액에 보석을 팔기로 했다. 모든 물건을 팔고 가게를 뒤로하며 바를로는 약간의 손해를 본 게 불만인지 투덜거렸다.

"네가 말하면 이상하게 맞는말인데 사기를 치는 느낌이 드나봐."
"이럴수가! 누님, 너무하시는군요!"


잔잔한 바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나스타샤들은 항구 거리로 나와 액시스행 배를 찾았다. 아무래도 수도로 향하는 배는 규모가 클거란 생각에 수많은 선착장 중에서 가장 큰 캐럭 앞으로 가 행선지를 물었다.
예상대로 액시스행 무역선이였으며, 약간의 배삯으로 인당 20gp를 지불하고 배에 탈 수 있었다. 20gp는 상당한 돈이였지만 일반 정기선보다야 싼 값이였다.

배의 짐칸에 올라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출항했다. 크기가 큰 만큼 상당한 흔들림이였는데, 덕분에 아도니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고 아나스타샤는 그를 데리고 갑판의 난간에 매달려 등을 두드려 주는 수 밖에 없었다.



"하아아……."

하루가 꼬박 지나자 아도니스는 더 이상 속을 게워내는 것도 지쳤다는 듯이 갑판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에구……. 기운 좀 내요."

참고로 그는 속이 좋지 않아 하루종일 제대로 된 음식은 입에도 못댔다. 심지어 물까지도.
아나스타샤는 그가 탈수하기 전에 물 정도는 먹여야겠다고 생각하며 그의 입에 물 주머니를 가져다댔다. 아도니스는 머리 위로 흘러내리는 물을 반쯤 흘리며 마셨다.

"언제쯤 육지에 도착할까요…?"
"글쎄요. 이 정도 속도라면 이틀 쯤 더 걸리지 않으려나? 몇 시간 전에 산타 코라 근처의 파수 등대를 지났으니 그럴거에요."
"하아아아아…."

이틀이나 더 걸린다는 말에 그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 위에 있게 된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지금까지 온 거리를 생각했을 때, 배는 아마 물보라 제도의 근처에서 항해 중일 것이다. 바다를 내려다 보더라도 이전의 밑을 알 수 없는 까만 바닷속과 달리, 지금의 바다는 마치 바닥이 전부 비춰질거라 착각할만큼 밝은 푸른 빛으로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바닷 바람을 쐬며 오랜만의 휴양의 기분을 냈다. 칼끝반도 근처의 은신처에서 지낼 때가 그랬다. 액시스 근처의 하늘빛 만은 그 이름처럼 하얀 모래 바닥이 비춰질만큼 투명한 하늘빛이였고 풍요로운 바다였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며 붉은 산호가 가득한 바닷속은 그야말로 자연의 보석이라고 하기 알맞았다.
그렇게 바다를 느끼며 눈을 감은 채 난간에 걸쳐져 있는 아나스타샤 곁으로 클라인이 다가왔다.

"눈을 감고 계시면 위험합니다."
"으음, 괜찮아요. 잠시만 이러고 있을거에요. 오랜만에 꽤 괜찮은 바다 여행이라 기분이 좋아서."
"확실히 저번 스트랭글 해역에 갈 때는 배가 작아서 좀 불편했었죠."
"불편한 정도가 아니죠. 하루 꼬박 움직이지도 못하고 식사도 건량으로 대충대충. 아도니스 정도는 아니지만 그 작은 배가 그리 흔들려서야 속이 좋을리도 없고요."
"하하하, 다음부터 뱃 여행 할 일이 있다면 작은 배는 절대로 피해야 겠군요."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옆에 기대어 티 없이 웃는 클라인을 보고선 뾰로퉁해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클라인은 꽤 괜찮았나봐요?"
"아아, 저는 괜찮았습니다. 물론 불편한 것 보단 편한게 좋지만요. 그래도 아나스타샤가 곁에 있는데 무엇인들 나쁘겠습니까?"
"아………."

그 말에 카스펜서 저택을 떠나기 전 일이 떠올랐다. 그 이후로 상당한 시간이 흐르며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는걸 깨달았다. 그것을 클라인이 알아채지 않았으면 해, 그가 보이지 않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걸 알 리 없는 클라인은 아나스타샤가 불쾌하게 느낀다고 생각해 살짝 고개를 숙인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아니에요. 그럴 일이 뭐가 있겠어요?"

제법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대답했다. 더 길게 말하다간 자신의 감정을 들킬 것만 같았던 아나스타샤는 그 이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다 위만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다는 아나스타샤의 마음처럼 잔잔한 수면 위의 일부가 요동치고 있었다.

'어……? 요동치고 있다고? 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나스타샤는 요동치는 곳을 유심히 바라봤다.

아나스타샤 바다 확인 판정 : d20 (5)+통찰 (0)+레벨 (1) vs 보통 (15) 실패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바닷속에 있는 배의 키 때문에 튀기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할 찰나, 수면을 뚫고 아나스타샤 쪽으로 광분한 상어 한 마리가 덮쳐왔다.

"꺄아악!"

아나스타샤 상어 피해 판정 : d6(1) 피해

상어의 이빨은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천운이였다. 하마터면 머리채로 뜯길뻔했으니.
아나스타샤의 옆에 있던 클라인은 그 광경을 보고 무서운 표정으로 재빨리 검을 빼내 휘둘렀다. 그레이트소드를 그 정도로 빠르게 휘두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아나스타샤를 공격한 후 바다로 다시 떨어지던 상어는 클라인의 검에 큰 상처를 입고 낙하했다. 바다는 상어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피는 배 근처에서 떨어져 배가 향하는 반대방향으로 이어졌다. 상어가 떠난 것이다.

"아…, 고마워요. 클라인."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얼떨떨하게 서있다 정신을 차리곤 감사 인사를 건넸다. 클라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검을 집어넣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누님, 무슨 일인가요?!"

코스모스와 바를로가 창고에서 뛰쳐나왔다. 방금 전 아나스타샤의 비명을 듣고 나온 것 같았다.

"아, 별 일 아니야."

바를로는 아나스타샤의 근처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더니 자신의 소매로 아나스타야의 얼굴을 훔쳤다. 어느새 그의 소매는 붉은색으로 물들어졌다.

"별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 상처가 난 지 몰랐네. 갑자기 상어가 튀어올랐거든. 그냥 놀랐을뿐이야."

그 말에 코스모스는 배 아래를 둘러보았다. 바다엔 이제 상어의 피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무리 내륙해라고 한들 바다는 안심할 수 없는 곳입니다. 안 쪽에서 쉬시지요."

코스모스는 아직도 스트랭글 해역의 휴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기에는 그 곳은 꽤 위험한 곳이였고, 그런 여행을 했으니 안심하지 못할만 했다.

"알았어, 알았어. 들어가요, 다들."

코스모스뿐만 아니라 다들 아나스타샤가 상처도 치료하고 안에서 쉬길 바라는 눈치인지라 성화에 못이겨 들어갔다.



"육지다, 육지~! 바닥이 흔들리지 않아~"

아도니스는 답지 않게 호들갑을 떨며 몸을 덩실덩실 흔들었다.
액시스에 도착하자마자 배에서 튕겨나가듯 제일 먼저 항구로 나간 그는 땅 위라는 사실이 정말 기뻐보였다.

"이것 참…. 뱃멀미라도 안 하는 마법 같은건 없어요? 앞으로 어쩌려구…."
"히히, 안그래도 집가서 바로 연구할 생각이에요! 아, 우선 돈슨에게 이니고를 데려가고 임무 보고도 하고, 제분기도……. 할 게 많네, 다음 임무 때까지 멀미약 완성하려면 서둘러야 겠어요! 저 먼저 돈슨에게 갔다올게요. 이니고 좀 주세요!"

아도니스는 이니고를 건네 받아 옆구리에 낀 채로 황궁을 향해 뛰었다.

"벌써 가버렸네…. 그럼 우리는 바로 집으로 갈까요?"

아나스타샤는 본인이 말하고서 새삼 놀랐다. 카스펜서 저택을 이제 집이라고 느끼고 있구나, 하고.


"다녀오셨습니까, 백작님."
"다녀오셨습니까."

카스펜서 저택에 도착하자,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처럼 고용인들이 아나스타샤들 -클라인- 을 맞이했다. 그리고 클라인의 명령에 따라 바를로가 지낼 방을 하나 마련했다.

"이야~ 역시 수도의 백작가는 정말 다르군요! 이야… 이야……."

바를로는 저택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감탄의 연속이였다. 방에 들어가면서까지 고개를 이리저리로 돌려가며 이곳저곳을 확인하기에 바빴다.

방으로 들어온 아나스타샤도 침대에 앉아 새삼스럽게 방 안을 한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

'나도 내색은 안했지만 딱 저런 생각을 하긴 했었지. 상상보다 더 어마어마 하다고.'

똑똑-

둘러보던 와중 갑작스런 노크 소리에 마치 도둑이라도 된 양 화들짝 놀라 움찔거렸다.
들어온 것은 클라인이였다.

"아나스타샤, 저는 보고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아, 제가 할게요."
"아뇨, 잡무는 주군을 모시는 자가 할 일입니다. 편히 쉬고 계시길."

클라인은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옷만 갈아입은채로 다시 밖으로 나갔다.

'클라인도 코스모스도 언제나 당연히 자신이 할 일이라고 하지만, 역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익숙해지네. 이래가지고 황제 노릇은 잘 하련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픽 웃음이 났다.

'이제 첫 임무들을 마쳤을 뿐인데 벌써 황제 노릇 운운하고 있다니. 나 어지간히도 자신있나보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주변엔 굉장하고 대단한 사람들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동료들이 대단하지 않다면 누가 대단하겠는가? 아나스타샤는 자기 자신보다도 동료들을 더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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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키메라 연구3

TRPG/제 13시대

202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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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린 이제 살았어! 마녀가 죽었다고!"
-그림, 헨젤과 그레텔 中

 


 

검은 틈새의 눈동자

"왜 그러지? 너희 같은 하프엘프에게는 꽤 괜찮은 일 아니야? 이 맥스님의 연구로 모두가 이 완벽한 모습을 가지게 될텐데……."

아나스타샤는 분노에 차올라, 시험관 앞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쳇, 짜증나게…."

남자는 자사의 하얀 가운의 주머니에서 리모컨처럼 생긴 장치를 하나 꺼냈다.

'저건 뭐지?!'

아나스타샤는 발을 멈추고 경계 상태를 취했다.
남자는 그 사이, 재빨리 버튼을 눌렀다.

"………."
"……."

그리고 놀랍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뭐야! 이거 왜 이래?!"

그는 얼굴에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버튼을 미친듯이 누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왜……! 아래층에서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거야!"
"아, 그거 아래층의 키메라 우리라도 여는 버튼이였나보지? 키메라라면 편히 쉬게 만들어줬지."
"뭣…!! 그 많은 수를 전부?!"

남자는 얼굴이 한껏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아나스타샤들 쪽이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 냥 독기를 품고 있었다.

"감히 내 키메라들을!"

그는 리모컨을 내던졌다. 그러곤 바닥에 양 손을 붙인채 주저앉았다.

"뭐, 얌전히 잡히겠다, 그런거야?"
"큭, 크크크큭… 하하하핫하!!!!"
"아나스타샤! 조심하세요!! 저 녀석 주변에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져요!"

남자가 주저않아 실성한 듯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자, 아도니스가 소리쳤다. 그의 말처럼 남자의 주변은 갑자기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바닥에는 마법진 형태의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리 의식을 준비해 놓은건가!"

기묘한 마법이였다. 아도니스나 코스모스가 사용했던 그런 신비함이나 신성함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흑마법 같은 어두운 느낌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달랐다.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이상하다고 느낄정도의 애매한 혼탁함과 짙은 마나의 농도. 이유모를 초조함과 불안감. 연구실 안은 날을 바짝 세운 천사의 날개를 화로에 녹여 만든 공기가 가득 찬 것만 같았다.
그 이유모를 기분의 정체는 금방 깨달았다.

남자의 머리 위, 허공을 찢고 불쾌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새까만 공간에 무언가가 '움직인다'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없었다. 공간의 틈 사이로 그것은 슉슉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노랗고 섬짓한 눈이 지나갔다. 그 눈이 지나갔던건 아주 순식간이였지만, 눈을 목격하고 만 아나스타샤들은 온 몸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저건 평범한 생물이 아니다. 절대 이 곳에 나와서는 안된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틈은 점점 벌어졌으며, 그 사이로 그것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오며 아나스타야들이 알게 된 사실인데, 공간이 검었던게 아니였다. 검은 것은 그것의 몸이였으며 그것은 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틈 사이로 겨우 비져나온 것은 아마도 꼬리였다.
그 꼬리는 작은 틈을 조금씩 찢어냈다. 기어코 휘두를 수 있을만큼 나온 꼬리는 연구소 전체를 메웠다. 솔직히 저 꼬리도 그것의 지극히 작은 일부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온 꼬리는 몸을 살짝 흔들었고, 그 작은 움직임은 폭이 30m는 될 법한 연구소를 손쉽게 부숴버렸다.
부숴진 천장 너머로 새벽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연구소에 있는 사이 날이 샌 것이다. 그 어스름한 빛에 그것의 꼬리는 전혀 다른 빛깔을 띄기 시작했다. 청색, 황색, 홍색으로 빛의 방향에 따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모를 불쾌감과 공포감은 그 것을 차마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저건…… 대체 뭐야?"

코스모스 괴물 파악 기능판정 : d20 (3)+통찰 (2)+레벨 (1)+모험가 (1) vs 보통 (15) 실패
클라인 괴물 파악 기능판정 : d20 (17)+통찰 (0)+레벨 (1)+독서 (1) vs 보통 (15) 성공


"예전, 동부 지역의 민담집에서 본 적 있습니다…. 코끼리를 한 번에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비단 구렁이가 있다고. 사람에 따라 까맣기도 하고 삼색으로 빛나기도 한다더군요. 그것의 이름은 파사로, 그것은 재능있고 덕망있는 것의 고기를 좋아한다 합니다. 반대로 그런 사람이 파사 고기를 먹으면 심장병이나 복통같은 병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클라인의 말에 아도니스가 버럭 소리쳤다.

"그…… 전설이잖아?!"
"하지만 눈 앞에 존재하고 있지."
"음, 재능 있는걸로 따지면 클라인님과 마법사님이 꽤 위험하다는 소리 아닐까요?"
"아, 저 녀석은 아니지. '인망'이니 '덕망' 같은거랑 거리가 멀잖아?"
"마법사, 네가 할 말은 아니군 그래."

아나스타샤의 뒤쪽이 시끄러워지자, 파사의 꼬리는 그 소리에 반응하기라도 한 듯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건물이 무너지잖아요! 조용히 하는게 좋겠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나스타샤…."

아도니스와 클라인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해졌다.

"하하하하!! 어떻느냐! 내가 일궈낸 또 다른 기적이!"

두 명이 조용해지자 이번엔 상대쪽에서 시끄럽게 웃기 시작했다.

'저런 엄청난 것까지 다룰 수 있다니……. 우리 다섯으로 상대를 할 수 있을까? 지상의 괴물들이랑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거긴 해……? 도망쳐야 하나?'

"크큭, 왜 조용해 졌지? 두려운가? 두려워서 더 이상 달려들지 않는거지?! 하하하하하!!"

그는 눈물까지 짜내며 미친듯이 웃었다. 그 큰 웃음 소리에 파사는 다시 꼬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

파사가 꼬리를 한번 가볍게 들썩일 때마자 연구소는 더 크게 무너졌고, 아나스타샤들은 건물 파편을 피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에 반해 시험관과 그 앞의 남자는 파사의 꼬리가 나온 틈새의 근처에 있어서인지 파사의 몸이 파편을 막아줘 아주 멀쩡했다.

"자, 이제 끝내주지. 더 이상 힘들게 펄쩍거리지 마라! 파사여, 저 녀석들을 잡아먹어라! 네가 좋아하는 인간의 고기다!"

하지만 파사는 움직임을 멈췄다.

"뭐야? 저기에 네 먹이가 있다잖아! 3년이 지났으니 소화는 됐을텐데, 왜 그래?"

여전히 파사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익! 이게 진짜!!"

남자는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파사가 짜증난다는 듯이 그의 몸 일부분을 걷어찼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대로 안되겠다 싶었는지 원래는 출구였었을 문쪽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아나스타샤가 소리쳤다.

"도망치는거냐?!"
"도망? 하, 하하! 웃기지마! 이미 가만 놔둬도 너희들이 잡아먹힐게 분명한데 이게 도망인가?! 잘들 있으라구!"

그는 도망치면서도 기세는 좋았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건지 출구로 달리며 중얼거렸다.

"이 연구소는 됐어…. 어짜피 대충 아무 키메라 몇 개 만들어서 뉴 포트에 납품하면 돈은 얼마든지 생기니까……."

그리고 그 중얼거림은 아나스타샤는 똑똑히 들었다.

'뉴 포트? 납품?'

그 의미를 해석하기도 잠시, 갑자기 파사의 꼬리가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출구로 향하는 남자를 꼬리로 돌돌 말아 감쌌다.

"이게 뭐야! 이 자식!!"

파사는 그대로 발버둥치는 남자를 서서히 들어올려 틈새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아악!! 뭐하는 짓이야! 그만둬!! 난 먹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파사는 멈추지 않았고, 이내 완전히 틈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끄아아아악!!!"

그리고 틈새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연구실에는 맥스의 비명소리와 마법진의 잔광만이 남았다.

"처음부터 저 남자를 데리고 가려고 했나봐요. 꼬리로 붙잡기 적당한 위치까지 움직이길 기다린 모양이에요…."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불려 온 이후로 꼬리만 조금씩 펄떡이며 기던 것이, 명령도 듣지 않던 것이 갑자기 노린 것 처럼 움직인다는 것이.

"클라인, 파사가 재능 있고 덕망 있는 것의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파사가 생각하기엔 그 남자가… 재능 있고 덕망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흠……. 파사는 누가 봐도 사람과는 거리가 먼 생물이죠. 그저 그 기준에 덕망 있다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클라인의 생각에 아도니스가 말을 덧붙였다.

"아니면 과정이야 어찌됐든 목적이나 결과물이 인류를 위한게 맞으니 됐다, 식일지도 모르고요."
"…그래서야 파사의 심리는 앞으로도 별로 알고 싶지 않을 것 같네요."

 


키메라 연구소의 뒷배

아나스타샤들은 시험관 안의 하프엘프 소녀를 데리고 연구소를 탈출했다.
밖으로 나가니, 파사가 일으킨 소란에 뉴 포트의 경비대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경비대에게 연구소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으며, 자신들은 납치를 당했다가 탈출하던 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경비대들의 눈빛은 놀랍다든가 믿기지 않는다든가 그런 표정이 아니였다. 그들은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서로를 향해 눈짓했다.

"크흠……. 그래서 여기 연구소장인 맥스는 죽었다 그 말인가?"
"네. 자기가 부른 괴물에게 잡아먹혔어요."
"그렇군. 아, 납치를 당했었다니 참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그럼 나머지 뒷처리는 우리쪽에서 할테니 이만 돌아가라."
"아……. 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특별히 더 조사하려는 의지는 없어보였다. 취조도 그저 아나스타샤들이 무언가 더 알고 있는게 아닌가, 캐물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뭘 숨기려는거지……."

"아, 그 맥스라는 연구소장이 무슨 납품이 어쩌구 하던데 동업자라도 있는게 아닐까요?"
"………!!!"

경비대원의 표정은 가관이였다. 놀라서 동그래진 눈이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그게 무슨 소린가!!"
"아니…, 그냥 동료가 있다면 계속 납치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잖아요. 걱정되어서요."
"그건, 외지인인 자네들이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흠흠, 우리들이 잘 치안을 지키고 있으니 괜찮아. 남은 수사는 우리들에게 맡기고 가던 길이나 가라."

경비대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 하나를 아나스타샤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금화 수십개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에요?"
"약소하지만 뉴 포트에서 준비한 일종의 피해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 여행길 채비에나 써라."

'누가봐도 뇌물이군. 이거 받아먹고 입 닫으라는.'

아나스타샤는 이 돈을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하지만 더 조사한다고 뭘 어쩔것인가?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이 일에 연루 된 것은 이 경비대뿐이 아닌데. 뉴포트의 정부가 끼어있는 일이다.
뉴 포트는 엘돌란 같은, 호라이즌 산하의 소도시가 아니었다. 호라이즌이나 글리터하겐처럼 자치권이 있는 대규모 도시, 여러 도시와 마을의 중심지다. 개인이 아무런 증거 없이 정부와 싸우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아나스타샤는 돈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경비대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등을 돌렸다. 그들도 아나스타샤들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아나스타샤, 그 돈은…."
"클라인, 죄송하지만 이 일은 여기까지만 알아보는게 좋겠어요. 물론 클라인의 지위나 능력이면 더 파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지금 뉴 포트랑 싸우는건 좋지 않아요. 더군다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제국에서 방임했던 일이라면 되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겠죠. 다른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되었던가, 아니면 진상을 알만한 권한이 생겼을 때… 다시 조사해요."
"아나스타샤가 그걸 바라신다면 당연히 따르겠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죠? 이번엔 제 안위때문에 문제생길까봐 회피하는거잖아요."
"아뇨, 저는 그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당신은 회피하는게 아닌 때를 기다리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꼭 이 아이 같은 일이 더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황제가 되어야겠죠…."

아나스타샤는 가냘프게 벽에 기대어 있는 하프엘프 소녀의 손을 잡았다. 소녀는 아나스타샤를 초점없는 눈으로 지긋이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이 아이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경비대에 보낼 생각도 했었는데, 저 꼴을 보니 별로 좋은 일은 당하지 못하겠다 싶어서요. 어찌해야 되려나……."
"액시스의 보육원에라도 맡기면 어떠실지요?"

소녀가 잡은 손을 강하게 쥐는 것이 느껴졌다. 낯선 곳에 떨어지는게 싫은 모양이었다.

"너는 어쩌고 싶어?"
"………."
"……."
"몰라……."
"응??"
"…없어. 나는 몰라. 무엇이 좋아,인지."
"끄응…. 그렇겠네. 연구실 밖을 나간 적이 없을테니."
"이건 알아. 여기."

소녀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

아무것도 모를 소녀가 알고 있는게 있다는게 신기했다. 아나스타샤는 그 소녀가 말하는 방향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다시 돌아갈 곳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 순간 뉴 포트를 벗어나 외곽의 마나하타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들이 마주 선 곳은,

"겨울 잠 여관이네요."
"아, 여기서 순간이동 됬었지……."

여관의 모습을 보니 아도니스는 이 사건의 원흉을 생각해낸 듯 했다. 그리고는 얼굴을 찌푸리고 소리쳤다.

"설마 공범이 여기에 있는거 아니에요?!"
"헉, 설마 그런걸까요?"

그들을 이 곳까지 끌고 온 소녀는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 여관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만약 이 여관에 공범이 있다면 아이가 위험할 수 있어요. 조심하면서 들어가요."

아나스타샤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를 둘러싼 채 경계 태세를 갖춘 상태로 여관의 문을 밀었다.

여관의 주인은 여전히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은채로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그리고 소녀는 그 남자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저 남자 아는 사람이야?"
"몰라. 기억이 있어."

아나스타샤는 카운터 앞으로 갔다.

"사장님, 잠시 말 좀 물을게요."

여관 주인은 고개를 살짝 돌려 아나스타샤 쪽을 바라봤다. 그러곤 빛을 잃은 벚꽃색의 눈동자는 갑자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양미!!"

남자는 카운터 밖으로 나와 소녀에게 달려갔고, 막을 새도 없이 그를 끌어안았다.

"양미,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니? 대체 어디있다 이제 온거야!"
"이 아이를 아는건가요?"

바를로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제 딸 양미입니다. 분명……."

하지만 여관 주인은 소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손으로 그의 얼굴 옆을 쓸어내리더니, 그대로 표정이 굳었다.

"양미가… 아냐?"
"이 아이는… 실험으로 만들어진 아이야."

아도니스는 그에게 사실을 설명했다.

"실험…?"
"뉴 포트에 사람을 납치해서 키메라를 만드는 곳이 있었어. 이 아이는 그 곳에서 구출한 아이고. 최근 뉴 포트 외곽에서 벌어졌넌 납치사건은 키메라를 만드는 그 미친 놈이 벌인 일이였어."
"키메라라니, 그럼 우리 양미는……."

남자는 얼굴이 새하애진 채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미, 양미……. 말도 안돼. 설마, 그럴리가……. 그 아이는 납치 된게 아니라 그냥……."
"아도니스… 이 사람의 딸이 납치 된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처음엔 잠시 의심했지만 상태를 보니, 공범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딸을 그리워 하는 그의 간절한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를 나무랐다.
솔직히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양미는 아마 맥스라는 남자에게 납치 된 것일 거다. 양미라는 소녀가 지금 이 하프엘프 소녀의 나잇대라면 자신의 동네에서 길을 잃었으리 만무하고, 누군가 나쁜 의도로 접근했든 아나스타샤들처럼 마법함정에 빠졌든 좋지 않은 상황 때문에 집에 돌아오지 못한 걸 것이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남자의 딸과 유사한 생김새……. 그리고 이 소녀가 알고있는 유일한 기억. 믿고 싶지는 않지만 충분히 걸리는 점이다.

남자는 심지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게 안 손님들이 힐끔힐끔 쳐다봐도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흑, 흑흑……. 양미……. 끄흑,끅…."
"아빠, 울지 마."
"……?!"

소녀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아빠라고 말했다.

" 양미……?"
"………."

소녀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말이 없었다.

"너…… 너 양미구나! 그렇지!?"
"아니야. 양미."

소녀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부정했다.

"방금 아빠라고 말했잖아…!"
"아니야."

남자는 아도니스를 붙잡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이 아이……. 키메라 연구소의 실험체라고 하셨죠?!"
"…맞아."
"그럼, 그럼 설마 이 아이가 만약 양미의, 키메라…라면 우리 양미의 의식이 다른 영혼과 섞여 있다는 소리죠……?"
"그렇겠지."
"그럼, 그럼… 그 섞인 의식이 분리 된다면… 양미가 돌아올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요……?"
"허,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한줄 알아? 거기다 분리에 성공한다 쳐도 한 몸에 영혼이 두개가 되는거잖아."
"제가, 젊을적에 마법을 배운적이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어요. 다중인격…, 그런 사례가 있지 않나요? 인격이 분리된다는……."
"다중인격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제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에요!"
"……네 딸의 영혼이라고 확신하는거야?"
"당연하죠!! …아니, 제 딸이 아니더라도 딸처럼 키울겁니다. 이 아이의 안에 섞인 영혼들 전부."
"그게 네 선택이라면 말리지 않을게. 이 아이에게도 보호자가 필요하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소녀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빠 이름은 진휘야……. 네 이름은… 그래, 은미로 하자. 양미가 동생을 갖고 싶어했거든. 은미가 양미의 동생이 되어줄래?"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날 위로해줬던 아이는 양미 맞지? "
"몰라."
"아니, 아니야…. 그저,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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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키메라 연구2

TRPG/제 13시대

202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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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l is easy, and has infinite forms.
악은 행하기 쉽다. 그리고 그 형태에는 끝이 없다.

 



때로는 정의롭지 못한 선택이 최선일 수도 있다

문을 열고 나가니 감옥이 있던 방보다 훨씬 거대한 방이 나왔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운데에 자리잡은 수상한 기계장치였다. 그 장치에는 수많은 굵고 얇은 선들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연결된 선들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아나스타샤들이 감옥보단 조금 작은 철창들이 겹겹히 쌓여있었다. 이전의 클라인의 말을 빌려오자면 감옥이나 철창보다는, 그래, 우리였다. 그리고 그 우리엔 기괴한 모습을 한 키메라들이 있었다.
키메라들은 모두 모습이 달랐다. 일반적으로 흔히 알고 있는 사자와 염소, 용의 모습 뿐만 아니라 뱀의 머리를한 꼬리, 새의 날개, 등에 돌출되어 있는 머리 등 각양 각색이며, 코카트리스나 코아틀, 히드라처럼 생긴 키메라도 있었다. 더 자세히 둘러보면, 개중에는 인간과 흡사한 키메라도 있어 섬짓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 안에 갇힌 키메라들은 직전의 방의 키메라처럼 공격성을 띄지 않고 그저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울음 소리를 낼 기력조차 없는건지 이따금 컹컹대는 헛기침스러운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이건…… 상당히 끔찍하네요."
"키메라만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 같군요. 거기다 인간과 흡사해 보이는 저 키메라……, 제 예상이 틀리길 바랄뿐입니다."

모두들 이 광경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였다. 그 중에 특히 코스모스는 상당히 역겨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였다.
아나스타샤는 이 곳에 오래 머무는게 자신들의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할거란걸 느꼈다.

"빨리 이 방을 나가는게 좋겠어요. 이 곳의 키메라는… 그래, 대마도사님에게라도 데려가면 어떤 해결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에요. 그 분도 키메라 관련 지식이 있으니까요."

아나스타샤들은 서둘러 나가기로 했다. 방을 쭉 둘러보니, 들어온 문의 맞은 편에 문 하나가 우리들 사이에 가려져 있었다. 바를로가 제일 먼저 나서서 문 손잡이를 돌리려 할 때였다.

"죽여줘…."

뒤에서 긁는 듯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여줘……."
"이게 무슨 소리죠?"
"우리가 많아서 진원지를 파악하기 힘드네요."

아도니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코스모스 소리 진원지 파악 기능판정 : d20 (16)+통찰 (2)+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이 소리는 저 안쪽 우리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그곳은 직전까지 아나스타샤들이 서있던 자리였다.

"죽여줘……."

그리고, 하피의 모습과 흡사한 키메라가 말을 하고 있었다.

"죽여달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상당한 지능을 갖춘 키메라다. 아도니스는 다른 말을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그…래…. 난… 이 모습,으로 못 살아……. 죽여줘…."

키메라는 띄엄띄엄하지만 정확한 공용어를 구사했다.

"원래는 어떤 모습이였는데?"
"난 그리핀, 아냐, 인간이다. 아, 아니…… 난…"

키메라는 자신이 무엇이였냐는 질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건 아나스타샤들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인간이라고 했죠?"
"네, 저도 들었습니다."
"인간이, 키메라의 재료……."

충격에 빠져 있는 아나스타샤에게로 아도니스는 질문을 해왔다.

"저, 아나스타샤…. 이 키메라들… 어쩔까요? 그대로 두고 탈출 후에 대마도사님께 전달할지, 아니면 이들 뜻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는게 좋을지…."

아나스타샤는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은 확실한 편에 속했다.
당장에 굶어 죽기 직전의 사람이 밥값을 훔친게 잘못일까? 법적으로 따지면 절도지만 솔직히 사치품을 사기 위해 합법적으로 개정해 세금을 과도하게 올려서 평민을 착취하는 쪽이 인륜적으로는 더 절도에 가깝지 않을까? 폭행은? 학대당하던 아이가 상대를 친 게 폭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기분만으로 아이를 때리는 쪽이 더 폭행에 가깝지 않을까?
사실 사람의 가치관이나 세부적인 상황에 따라서 옳고 그름이 갈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번엔 그 문제의 주제가 살해로 바뀌었을 뿐이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이유 없이 생명을 죽이면 안되는 걸까? 일단 이 야생의 땅에서는 그 생명이란 가치가 한 없이 보잘 것 없다는 점은 제치고, 솔직히 본인이 죽고 싶어한다고 해서 죽여봤자 살해은 살해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그것이 가장 '빠른' 구원이겠지. 쾌락에 의한 살해와 동일시 할 수 있을까?

"본인 뜻대로, 여기서 끝내주기로 해요."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자신을 죽이려 하지 않는 이상, 주로 약자에게는 너그러운 편이였다.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에게는 더더욱. 본인이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사회를 위해서 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는.

아나스타샤는 배가 고픈 아이가 도둑질을 하는 것을, 살기 위해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것을 이해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할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도 옳다고는 생각한다. 단지 아나스타샤는 이 선택을 좀 더 옳다고 믿는 편이였을 뿐.

"크릉,그르릉……."
"그와아아아아!"
"나, 나도 죽여…줘…."
"까아악- 까악!"

아나스타샤의 말에 방 안의 모든 우리들이 시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모두 저 키메라와 같은 생각인가 봐요. 자신들을 죽여달라고…"
"이렇게 많은 수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클라인 말대로였다. 아나스타샤는 해결 방법이 없을지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방 한 가운데의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저 장치, 키메라 우리에 연결되어 있었지?'

아나스타샤 장치 용도 판단 기능판정 : d20 (11)+지능 (1)+레벨 (1) vs 보통 (15) 실패

"끄응, 이게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무슨 장치인지 모르겠네요."
"아, 제가 한 번 확인해 볼게요!"

아도니스 장치 용도 판단 기능판정 : d20 (9)+지능 (5)+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아도니스는 이런류의 기계장치도 많이 만져본 모양인지 몇 번 조작해 보더니 고개를 끄적였다.

"이거 고압 전류 장치네요. 제 생각에는 고문 용도로 사용했던 것 같아요."
"그럼 이 장치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는 어렵겠지만 가능할거에요."
"…장치를 작동시켜요."

아도니스는 바로 장치를 조작하더니 기계에선 알 수없는 불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곧 바로 우리들이 치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앙!!!"
"으아악!!!!!"

짐승의 울음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에는 그저 살이 타는 냄새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키메라들이 전부 죽었네요."
"네……."

모두들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키메라를 만든다는 것

키메라가 죽어 있는 방에 오래 머물러서 좋을 것은 없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다시 방 문 앞으로 향했다.

덜컥 덜컥-

"아……, 이 문 잠겨있네요. 잠시만요."

바를로 잠금해제 기능판정 : d20 (14)+통찰 (2)+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자, 열었습니다!"
"아까는 못 열었으면서 허세는…"
"하하, 제가 열쇠공은 아니잖습니까. 아무래도 규격 외의 자물쇠는 조금 어려워서요."

바를로는 아도니스의 비꼬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기며 문 밖으로 먼저 나섰다. 아나스타샤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뒤를 따랐다.

들어간 곳은 불 빛 하나 없는 어둠이였다. 이미 감옥같은 방들을 지나쳐 오면서 어둠에 익숙해진 터라 그들이 들어온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대강 파악이 됐다.
그 곳은 둥글게 말려올라간 계단이였다. 벽에는 띄엄띄엄 횃불 거치대가 박혀 있었고, 얼마 전까지 사용한 것인지 옅은 탄 냄새가 계단 방을 채우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일렬로 서서 한 발자국씩 조심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바를로와 아나스타샤 순서로 다음엔 클라인, 아도니스가 따라왔고 코스모스는 제일 뒤 쪽에서 따라왔다.

"지금 생각하면 왜 우리를 여기 데려왔는지 짐작은 되네요."
"네? 어째서인데요?"

아도니스는 자신들이 감옥에 갇혔던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인간 키메라요."

아나스타샤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진실에 아도니스의 눈이 여느때보다 커졌다.

"네……네?!"
"우리를 아래의 키메라들처럼 일종의 재료로 쓰려고 한거겠죠. 그것도 아니면 뭐… 먹이로 쓰려고?"
"헉!!"
"쉿!"

한창 감옥에 갇힌 이유를 떠들던 두 명을 제일 앞서나가던 바를로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시켰다.

"위층에 누군가 있군요."

바를로의 말을 듣고 계단의 위쪽을 바라보니, 끝에 근접해 있었다. 계단의 끝에 있는 문의 틈 사이로는 푸른빛이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있었고, 사람의 웃음소리가 빛에 섞여 들려왔다.
바를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문 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기에 열린 틈 사이로 방 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맞은편에는 두 쪽으로 된 거대한 문이 있었고, 푸른 빛은 오른편에서 비추고 있었다. 빛의 정체는 거대한 시험관이였다. 사람 하나가 들어갈 법한. 아니, 이미 들어가 있었다.

"크큭,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어!"

시험관 속에는 하프 엘프로 보이는 소녀가 물 속에서 죽은듯이 떠다니고 있었고, 그 앞에는 산발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아나스타샤는 저도 모르게 말이 새어나왔다.

"저게 무슨, 미친……."
"뭐야?!!"

시험관 앞의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웬 놈들… 아, 오늘치 재료인가? 잘도 빠져나왔네……."
"네가 아래의 키메라들을 만든 녀석인가."

클라인은 한 손은 무기에 가져다 댄 채, 모두의 앞을 지키고 섰다. 그리곤 이미 확신한 사실을 물었다.

"오오, 내 작품들을 보고왔구나! 어때, 끝내주지 않아?! 과거 마도왕의 시대에 경쟁하듯 만들었다는 키메라들도 그 정도는 아니였을걸?"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였겠지. 상식적이라면 지성체로 키메라를 만들 생각은 안하니까."

클라인의 뒤에서 아도니스가 역겨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작은 중얼거림이였지만 실내인데다가 연구소가 썩 넓은 편은 아니였기에, 남자의 귀에 들린 것 같았다.

"………? 상식적? 왜? 그게 어때서? 키메라의 멋짐을 모르는구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건 경이로운 일이지!"
"멋져? 경이로워? 키메라가? 그것들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는 해? 그들은 둘이 강제로 하나가 된 거라고. 강제로 몸이 바뀌고 영혼이 섞여, 누가 누군지 진짜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육체와 정신 모두 고통 받으며 살아가! 게다가 죽어서도 섞여버린 영혼이 돌아올거란 확신도 할 수 없지. 그런걸 생명의 탄생과 비교해? 둘을 하나로 만든게 탄생이야?"

남자는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멋대로 뻗히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흠…. 가만보니 자네도 키메라 연구에 어느정도는 지식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원래 일종의 순혈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잡종이라고 불리는 개나 고양이가 더 유전병에 강하고 훨씬 오래 산다는건 알고 있겠지? 그건 인간들도 마찬가지야. 먼 씨족이나 인종일수록 유전병 발현도 적고 면역체계도 강하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 말은, 그럼 단순히 품종이나 인종이 아닌 종족 간의 결합체라면 어떨까란 말이야. 그런 생명체라면 훨씬 완벽한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여러 생물의 특징을 합친 키메라들은 최고야! 그렇게 인간이 필요한 기능을 전부 갖춘다면, 그야말로 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이 되겠지!"
"…지적해 주고 싶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일단 품종 외 결합은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이미 존재하잖아? 노새라든가 비팔로라든가. 그런 하이브리드 종은 확실히 두 종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수명이 짧고 불임이라 독립적인 개체라고 하긴 어려워서 네가 생각하는 결과물과는 동떨어져 있겠지만 말야. 하지만 굳이 키메라연구를 해야 될 필요를 못느끼는 산물이지."
"그래, 그래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예시를 잘못 들었어. 노새? 아니지. 최고의 결과물은 자네의 옆에 있잖아?"

남자는 아나스타샤를 가리키며 입이 귀에 걸리게 미소지었다.

"뭐야!?"

아나스타샤는 그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해 했다.

"하프엘프말이야. 하프엘프들은 정말이지 키메라로서 완벽하다고 볼 수 있지. 물론 이들도 유전자가 불안정해서 수명이 개체별로 뒤죽박죽이고 스스로 번식하긴 어렵지만.. 사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 이미 이 땅 위에 일부를 차지하며 존재하는데. 의식이 무사하고 지능이 있어. 그들은 키메라의 정점이야!"
"내가…… 키메라……? 허……."

아나스타샤의 지금까지 여러 모욕적인 말들이나 수치스런 말들을 들어봤지만 이번에 들은 말이 단연코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기분 나쁘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화를 내거나 별다른 반박 없이, 말문이 막혀서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자식, 감히 그딴 말을…!!"

아나스타샤를 대신해 화는 클라인이 내주었다.

"키메라를 만들며 신놀음을 하더니 제가 진짜 신이라도 되었다고 착각하는군. 착각도 유분수지."
"신놀음이라고? 하하, 이봐. 나는 내 말을 정말 실현시켰어. 뛰어난 인간 키메라를 창조했다는 말이지. 그저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고 새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늦어. 이 방법이라면 기존의 인류가 하프엘프화 할 수 있어! 바로 이 아이처럼!"

그 남자가 가리키지도 않았는데 자연히 뒤에 있는 시험관으로 눈이 갔다.

"설마 저…… 하프엘프가 키메라라고 말하려는거야?"

아나스타샤는 손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아, 못 알아봤던건가? 아, 역시 이 맥스님의 유능함이란……. 진짜 하프엘프마저도 구분 못하는 완벽한 키메라라니…!"
"대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미칠듯한 살인충동이 들었다. 저 녀석의 입에서 한 마디라도 더 나오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떨림을 막기 위해 꽉 쥔 두 손은 하얗게 질렸고, 두 눈은 눈 앞의 남자를 그저 눈빛만으로도 죽일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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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키메라 연구1

TRPG/제 13시대

202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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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는 죽은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햇살이 말했습니다.
"카이는 죽었다니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제비들까지 그렇게 대답하자 게르다도 더 이상 카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눈의 여왕 中



겨울 잠 여관의 고기 만두

아나스타샤들이 들어간 여관은 복잡한 직선 모양의 문양으로 이루어진 나무 등과 창문, 카운터가 눈에 띄었다. 1층은 크고 둥근 테이블이 놓여진 식당형식으로 되어있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2인실 하나랑 4인실 하나요."

주인으로 보이는 백발의 하플링 남자는 카운터 안 쪽 기둥에 기대어 허공을 바라보다 아사스타샤의 목소리에 주섬주섬 키를 꺼내왔다.

키를 받고 돈 계산까지 끝내니, 주인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다시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그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다 그의 뒤의 낮은 화로에 올라간 커다란 은색 냄비가 눈에 들어왔다. 냄비에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무엇보다 여관의 밖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풍겼다.

"누님, 그 고기 냄새가 저기서 나는건가봅니다~"

바를로가 궁금하다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냄비를 가리켰다. 아나스타샤 역시 냄비 속 내용물이 궁금하던 참이였다.

"저기요, 저 냄비에 든 게 뭐에요?"

주인은 매우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만두에요."
"………."
"……."
"만두가 뭔데요? 파는건가요?"
"개당 12cp입니다…."

그는 그 밖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아니, 뭐야…."
"…만두란 뉴 포트 전통 음식 중 하나입니다. 밀가루 반죽 안에 다진 고기랑 야채를 넣어서 만든 한입거리 음식이죠."
"미트 파이 같은건가요?"
"네, 비슷합니다. 여긴 파이처럼 구운 만두는 아닌 것 같지만요."
"일단 시켜볼까? 저녁으로 먹게."

결국 만두에 대해 설명해준 사람은 코스모스였다. 아무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봤다더니, 뉴 포트도 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만두 5개만 주세요."
"네…, 60cp입니다."

아나스타샤들은 주인에게 돈을 건네고선 카운터 옆의 바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주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앞에 각각 접시를 가져다 놓았다. 접시뿐만 아니라 포크와 가는 목재 막대기도 같이 줬는데, 그 막대기의 정체는 당최 알 수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영문모를 막대기는 무시하고 포크를 든 채 접시를 바라보았다. 그 접시의 위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하얗고 둥근 것이 하나씩 올라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 동그란게 만두같았다.
그는 포크로 만두의 끝부분을 살짝 떼어냈다. 밀가루 반죽은 쫀득하게 늘어나는 듯 싶더니 금새 찢어지며 떨어져 나왔다. 안에는 바를로에게 들은대로 다진 고기와 야채가 섞여 들어가 있었다.
떼어낸 부분을 입에 가져가 천천히 씹었다. 쫄깃한 반죽과 육즙이 넘치는 고기는 상당히 잘 어울렸다.

"맛있어…!"
"정말 맛있네요! 무엇보다 이 쫄깃쫄깃한 밀가루 반죽이 엄청 신기하고 맛있군요. 어떻게 밀가루에서 이런 맛이 나지?"
"음, 쪄서 만든데다가 반죽이 얇아 고기의 맛이 쉽게 베인게 아닐까?"

아나스타샤와 바를로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그런지 한층 고조된 채로 만두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다른 이들도 만두가 제법 입에 맞는 모양이였다.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클라인은 포크와 같이 건네받았던 나무막대를 이용해 만두를 잡더니, 바로 입으로 가져가 크게 베어물었다. 아나스타샤는 그가 먹는 모습을 보고는 그제서야 자신의 나무막대기에 다시 시선이 갔다.

"클라인, 이 막대기는 대체 뭐에요? 식기…라는건 알겠는데."
"아…, 이건 젓가락이라고 동부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식기입니다. 아무래도 이 곳의 음식들은 포크보단 젓가락을 사용하는게 먹을 때 더 편할겁니다. 사용방법을 숙지해야 하지만 말이죠."
"흐응~"

아나스타샤는 바를로가 쥔 손을 보고 적당히 따라 쥐었지만 만두를 집기는 어려웠다. 몇 번의 시도가 전부 실패하자 인상을 찌푸린채 포크로 거칠게 찍어 들어올렸다.

"음식을 집기가 너무 어렵네요……. 그냥 포크나 써야지. 클라인은 어디서 배운거에요?."
"종종 타 도시에 방문할 일이 있기에, 교양으로 어릴 때 배웠습니다."
"아아……."

그 말을 듣고 '귀족 출신'이라던 바를로 쪽을 보니, 만두를 처음 먹어보는 반응이랑 다르게 그도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아도니스도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는데, 바를로는 대충 예상했지만 아도니스도 젓가락을 사용하는건 좀 놀라웠다.

'아도니스도 마법사니까 귀족… 비슷해서 그런걸까. 코스모스도 젓가락질은 못하지만 아는게 많아보이고. 나도 나름대로 돈 벌기 위해서 이곳 저곳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액시스 토박이였네.'

"누님, 이 만두라는거 정말 맛있네요. 하나 더 주문하는건 어떠십니까?"
"응? 좋아. 다들 더 먹을건가요?"

나머지 세 명도 추가 주문을 바라자, 바를로가 주인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사장님~ 만두 5개 추가요~"
"……."
"이봐요, 사장님~"

주인은 바를로의 외침에도 쳐다볼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렇다기보단 그냥 넋 놓고 있는것 같았다.

'뭐야, 장사할 생각은 있는건가?'

"어이~ 진휘! 주문 좀 받게나!"
"아………."

아나스타샤의 뒤 쪽에서 곱상하게 생긴 금발 청년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외치자, 그제서야 눈길을 주었다.

"여기가 참 만두 맛은 좋은데 말이야, 이 정도는 감수하는 수밖에 없지. 원래 그런 녀석이 아니였는데 참……."

그리고 주문을 받은 주인은 큰 접시에 만두 5개를 담아와 아나스타샤들의 접시에 각각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멍 때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안 저랬어요?"
"어어, 딸을 잃은 뒤로 좀…. 자네들도 이 곳 사람이 아니라면 괜히 뉴 포트 외곽에서 오래 머물지 말아. 납치니 뭐니 흉흉하거든. 것 때문에 관광객도 줄어서 장사도 안돼고…… 쳇."

'흐음……. 넋 놓고 있을만 하네.'

오지랖 넓었던 청년은 말이 끝난 것 같았음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아나스타샤 쪽을 계속 얼쩡댔다.

"흠흠, 그래서 내가 여기 만둣집 말고도 꽤 괜찮은 뉴 포트 음식점을 잘 아는데…"
"아, 그러신가요? 저도 뉴 포트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혹시 저한테도 소개시켜 주실 수 있으신지요?"
"어,어어??"

남자의 말에는 아나스타샤가 아닌 바를로가 대신 대답했다. 더불어 아나스타샤는 눈길도 주지 않은채 만두 먹기에 열중했다.

"아~ 뉴 포트에는 낯선 여행객에게도 여행지를 친히 안내해 주시려는 이렇게 친절하신 분이 많나보군요! 정말 좋은 곳입니다. 이 만두만 먹고 따라가도 되겠지요?"
"아, 아니…. 생각해보니까 내 입맛이 좀 독특해서 내가 추천해 주는건 잘 안 맞을지도 모르겠네. 음,으음."

남자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더니 그대로 여관을 나가버렸다.
바를로는 여전히 능글맞게 웃으면서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도니스 역시 남자가 쫓겨나는 모습에 양 주먹을 꽉 쥐고 기뻐하고 있었다.

"뭐, 혼자 떠들라고 걍 냅두지. 뭐하러 그랬어?"
"에에? 전 그냥 정말로 뉴 포트 음식점이 궁금했을뿐인데요?"
"아 그러셔?"

 


아나스타샤들은 만두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배정 받은 방에 올라왔다.
방은 생각했던 것처럼 침대 없는 방은 아니였다. 오히려 지금까지 지냈었던 여관의 방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1층 식당에서 보았던 뉴 포트 특유의 분위기도 없었다.

"방은 생각 외로 평범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아나스타샤가 방에 발을 디디자 갑자기 방 안이 파랗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위험해요!!"

아도니스 마법함정 파악 기능판정 : d20 (20)+지능 (5)+레벨 (1)+궁정 (3) vs 어려움 (20) 성공

아도니스는 빛이 번쩍이자마자 달려들어 차단 주문을 사용했다. 아도니스의 주문과 방 안의 주문은 서로 부딫히며 큰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들의 시야는 점멸했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눈을 뜨자마자 축축한 천장이 아나스타샤를 반겼다.

"여긴……."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이들도 막 시야를 회복한건지 마찬가지로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보였다.

"적어도 여관처럼, 보이진 않는군요."
"연구소…에 가까워 보여요."
"감옥, 음, 연구소라면 '우리'라고 부르는 쪽이 알맞아 보이는군요."

남자들의 말처럼 이곳은 어떤 연구소의 감옥 안으로 보였다. 그들이 들어섰던 방은 절대 아니였다.

"방에 걸려있던게 순간이동 마법 같은거였나 봅니다. 왜 작은 여관에 그런게 있었을까요."
"혹시 그 불친절한 여관 주인이 뭔 속셈이라도 있는건가?!"

코스모스의 말에 아도니스가 흥분해 소리쳤다.

"그건 나가보면 알 수 있겠죠."

바를로는 그렇게 말하며 감옥의 문 앞에 섰다. 아무래도 문을 열 생각인 것 같았다.

바를로 문 따기 기능판정 : d20 (4)+통찰 (2)+레벨 (1)+쥐잡이패 (5) vs 어려움 (20) 실패

"으음, 이게 잘 안되네."
"하, 그렇게 해서 되겠어? 잘 봐."

바를로가 시간이 걸리자 그를 밀쳐내고 아도니스가 나섰다.

아도니스 해제 소마법 기능판정 : d20 (13)+지능 (5)+레벨 (1)+궁정 (3) vs 어려움 (20) 성공

문은 크게 덜컹거리긴 했지만 어쨌든 열렸다. 활짝 젖혀진 문 앞에서 아도니스는 바를로를 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오……. 대단하시네요~"

하지만 바를로는 별 다른 반응은 하지 않고 여전히 웃는 낯으로 그를 칭찬했다.

"흥, 당연하지~"

하지만 감옥 문을 여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던 탓일까? 감옥의 맞은편,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릉……."
"이게 무슨 소리죠?"
"음, 마법사님의 마법이 좋지 않은 것을 부른 것 같은데요?"
"뭐, 뭐?! 소마법에 그런 기능은 없거든…!"

아도니스는 부정하긴 했지만 정말 자기 탓인가 싶었는지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

"이런 감옥 근처에 경비 하나 안 놔뒀겠어요? 그냥 시끄러워서 눈치 챈거겠죠."
"그,그렇죠!"
"크륵… 캬오오오!!!"

어둠에 몸을 숨긴 짐승은 아나스타샤들에게 더 이상 대화의 틈을 주지 않았다. 그들에게로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육중한 발소리가 어마어마한 덩치를 짐작하게 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감옥 문 앞까지 다가왔고, 그대로 문을 부숴버렸다.
그렇게 코 앞에 당도한 그것은 키메라였다. 사자의 앞발에 염소의 뒷발, 드래곤의 날개를 가지고 세 마리의 얼굴이 모두 달린 모습이였다.

"키메라……! 이런게 왜 이 곳에!"

키메라를 본 클라인은 적잖히 당황한 모습이였다.

"키메라 연구는 법적으로 금지했을텐데, 누군가 만들고 있는건가…!"
"크아아아아!!!"

키메라는 다시 괴성을 지르며,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문 옆의 창살들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피하기만 할 수 없어요. 거대하긴 해도 어짜피 짐승. 급소를 맞으면 쓰러지겠죠!"

 



갓 만들어진 키메라
인간들에 의해 탄생한 이 잡종 생명체는 언제나 몸과 정신이 섞이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키메라가 자신을 이루는 세 부분이 지닌 최악의 면만을 모아놓은 것 같은 이유는 그 고통이 끔찍한 면모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키메라의 그 드래곤 머리는 습격과 약탈을 좋아하며 보물에 대한 탐욕이 강하고, 사자머리는 사냥에 집착하며 영토를 위협하는 강력한 적을 쓰러트리고자 하고, 산양머리는 잔인하고 고집스러운 집념으로 죽을 때까지 싸우려 듭니다.
대형 4레벨 강적 [짐승]
행동 순서 : +10
이빨과 발톱과 뿔 +9 vs. 장갑 (3회 공격) : 7피해
순수 14~15_대상은 박치기를 당해, 키메라의 다음 차례가 끝날 때까지 어지러워집니다.
순수 16~17_대상은 갈퀴 같은 발톱에 긁혀 5 지속 피해
입습니다.
순수 18~20_키메라가 자유 행동으로 불의 입김 공격을 합니다.
[특수 발동] 불의 입김 +9 vs. 신방 (단거리의 같은 집단 내에 있는 적 셋까지) - 1d10 불 피해
날뛰기 : 키메라에게 근접 공격을 해서 빗나간 적은 그 몸에 나 있는 뾰족한 가시와 돌기에 찔려 1d10 피해를 입습니다.
체력 95 / 장갑 19 / 신방 16 / 정방 11


배치



| 클 아도 바 |
|   아나 코   |
-----------------

 



행동순서 판정 : 바를로 (21), 아도니스 (19), 키메라 (16), 클라인 (10), 아나스타샤 (8), 코스모스 (3)

바를로, 키메라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11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아도니스, 키메라에게 산성화살, 창성학 사용, 명중 40피해, 5지속 부식피해.
키메라,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5지속 부식피해.
클라인, 키메라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날뛰는 키메라에게 3피해 받음, 만회의 일격, 명중 12피해.
아나스타샤, 키메라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키메라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1
바를로, 키메라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명중 10피해, 암습 6추가피해.
아도니스, 키메라에게 냉기광선, 11냉기피해.
키메라, 전투불능.

 



키메라는 염소 머리의 뿔과 드래곤 머리의 화염 분출, 사자의 앞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공격해왔다. 까다로운 상대긴 했지만 덩치가 큰 덕분인지 공격은 별로 빗나가지 않았고, 날개를 우선적으로 공격해 이동능력을 감소 시키니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갓 만들어진 키메라라 다행이였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키메라는 상당히 지능이 높은 고등 인공 생명체이다. 종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키메라도 나오곤 하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갓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육질이 연해 날붙이가 잘 들어 다양한 공격을 구사함에도 금방 쓰러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아나스타샤, 이 곳을 탈출하는 것 뿐 아니라 키메라를 연구한 이들을 처리하고 싶습니다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네? 물론이죠. 클라인 뜻대로 하세요."

'나에게 허락 받을 일인가? 아…, 클라인이 내 호위기사라서 그런건가? 적응안되네…….'

"흐음~ 제가 마법을 배우다 말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키메라 연구는 왜 금지 된건가요? 슬라임이나 골렘 같은… 다른 마법 생물들은 엘돌란에서도 연구하던 것 같은데."
"그 세 개와 키메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인공물과 인공생명체라는 점에서 말야. 굳이 따지자면 그래, 데로나 드라이더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살아있는 지성체로 실험을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키메라 제작이 마도왕 이후 금지된 가장 큰 이유는 인간형 키메라 때문이야."

아도니스의 설명에 바를로는 대충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인간형 키메라라……."
"이야기가 끝났으면 이제 여길 벗어날까요? 이러다 우릴 여기에 가둔 자가 눈치챌것 같네요."
"아아, 죄송합니다."

바를로는 멋쩍게 웃으며 이 방의 유일한 문으로 향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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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8

TRPG/제 13시대

2021.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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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은 왔다. 눈부셨다. 그래서 더욱 슬펐다.
-김 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 中



"저 그림자는 뭐였죠? 흑마술사?"
"어쩌면 악귀술사 본인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인간의 몸에 정신만 보낸걸 수도 있어요."

고된 싸움으로 지친 코스모스가 아나스타샤의 질문에 답해줬다.

"아,악귀술사?!"

그 외침은 절벽 위에서 들려왔다. 나다였다.

"뭐야, 네 고용주들일거아냐? 몰랐어?"
"몰랐어! 그런줄 알았으면 굳이 받아들이지 않았을거야! 악의 표상들과 직접적으로 얽혀서 좋을 것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근데 우리 할 얘기가 많지 않아? 내려와 보겠어?"
"왜, 왜! 난 할 얘기 없어……!"
"네 발로 내려올래, 아니면 내가 직접 내려줄까?"

나다는 묵묵히 절벽 아래로 낙하마법을 이용해 내려왔다.

"배신한건 아니야. 너희 내 전서 봤잖아?"
"봤지. 근데 내가 부탁한건 그게 아니였잖아. 분명 난 너한테 의뢰를 맡긴 자에게 연락이 오면 알려달라고 했을텐데. 네가 직접 만나는게 아니라."
"그,그건…."
"솔직히 말해. 사실 전 의뢰인에게도 나에게도 이중으로 돈 떼먹으려다가 이렇게 된 거 아냐?"

아나스타샤의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나다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돈은, 말했던대로 줄게. 뭐 어찌되었던 피리긴이랑 이니고를 노리는 녀석들을 해치웠으니까."
"정말이야?!"

아나스타샤는 주머니에서 제국의 상징이 새겨진 금화 5개를 꺼내 건넸다.

"그래서, 이 돈도 당신 혼자 꿀꺽할 셈인가요?"

금화에 눈이 반짝이는 나다를 보며 바를로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그 정도는… 안 그래."
"후후, 과연 그렇군요."


만남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정말 이번에도 신세를 졌소. 이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전부 내 탓이오."
"협박한 놈들이 잘못한거죠. 거기다 죽을 뻔 하셨잖아요."
"그래도 나를 위해 남을 팔아먹는 짓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거 보게나.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다 그런다니까."
"당신은 좀 닥치고 있지??"

아나스타샤는 끼어드는 이니고를 짜증난다는 듯이 가방 속에 쑤셔넣었다.

"괜히 과거의 감정이 살아날까봐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인생은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구려."
"하지만 이 꼴이 되었으니 나름대로 벌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죠. 아무리 원해도 이젠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을테니."
"그런가. 그렇담 좀 안타깝기도……."
"안타깝다고? 내가?? 아직 불사는 아니지만 늙지는 않는다! 네가 지금보다도 더 쭈그렁 영감탱이 되어도 난 그대로지. 하하!"
"…안타깝지는 않을지도."

아나스타샤는 더 이상 이니고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퍼지지 않도록 가방을 동여맸다.

"참, 배는 돌려드릴게요."
"어짜피 또 쓸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받아두겠소."

피리긴은 배를 원래 있던 곳으로 가져다두고, 헛기침을 몇 번했다.

"내 이빨은 사실 인공 치아라네."
"네??"

그 말을 하자, 배는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 왜 갑자기 치아 고백을 하나 했더니, 배를 숨길 때도 비밀을 말해야 하나 보죠?"
"흠흠, 그렇다오."

피리긴은 부끄러워하며 아나스타샤들을 쳐다보지 못했다.

"이빨이 인공치아야? 티가 안 나는데."
"아도니스, 비밀이래잖아요. 묻는거 아니에요."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어깨를 살짝 건들며 타박했다. 하지만 그 물음엔 악의는 없었다. 그는 정말로 궁금한 것 같았다.

"꽤 심혈을 기울여 만든거지. 마법물품이거든. 덕분에 충치가 날 만한 음식은 못 먹지 않나."

하지만 대답을 한 건 이니고였다.
피리긴은 얼굴을 붉힌채 말했다.

"그렇소. 내가 만든 마법 물품이라네…."
"아니, 죄송해요."

아나스타샤는 아예 가방을 멀찍이 굴렸다.

"으아아아아……"

이니고의 비명 소리 역시 작아졌다.

"엄청 정교한데? 이걸로 사업해도 괜찮겠어."
"그렇게 말해주니 감사하구려."

피리긴은 자신의 이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에 부끄러워 하면서도 인공치아 자체에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아도니스 역시 그의 인공 치아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나스타샤들은 오랜 뱃여행과 전투로 지쳐있었고, 피리긴은 그런 그들에게 이번에도 자신의 집에서 하루 묶을 것을 권했다. 피리긴은 이렇게라도 빚을 갚고 싶은 모양이였다.

"에잉, 쯧쯧.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식탁이 이게 뭐야? 자네가 검소한건 알았지만 너무하는군."

그 날 저녁은 피리긴이 준비한 버섯 스튜와 은색 만에서 잡힐 법한 은갈치를 토막낸 소금구이, 그에 곁들인 발사믹 식초 샐러드였다.
저번에도 식사를 대접받았었지만 피리긴은 대체로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검소하게 밥을 먹는 편이였다. 그런 그에게 이 식탁은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렸다고 할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제국의 평범한 서민들 사이에서는 고기반찬만 없다 뿐이지 상당히 풍족한 편이였다.

"어짜피 넌 먹지도 못하면서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아? 신경쓰지 마세요, 피리긴씨. 갈치가 참 맛있네요."
"맛있다니 다행이구려. 그 갈치는 직접 은색 만에서 낚은거지."

피리긴은 익숙하다는 듯이 이니고의 말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럼 조심하세요!"
"고맙소, 잘 가시구려."

아나스타샤들은 피리긴의 집을 뒤로하고 뉴포트로 향했다.

"드디어 집에 돌아가네요. 한동안 푹 쉴 수 있겠어요."
"그러게요. 액시스까지 배를 타면 하루만에 갈 수 있을테니, 다음 연회까지 2주는 여유가 생기네요. 이것저것 일이 많았는데도 금방 끝났어요."
"어… 배요…?"
"네, 배. 아…, 아도니스는 뱃멀미가 있었죠."
"아,하하…. 으…….참아보도록 힘내볼게요."
"음, 레몬이 멀미에 좋다는데 뉴 포트에서 몇 개 사가도록 해요. 틈틈히 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그런다면 좋겠지만…."

아도니스는 배를 탈 생각에 벌써부터 얼굴이 파래져 있었다.

'흠, 되도록이면 앞으로 뱃여행을 자제해야겠는걸.'

"이번엔 액시스로 가는겁니까~ 저는 수도는 처음이라 긴장되는군요."

바를로는 뉴 포트든 액시스든 새로운 장소로 가는 사실이 마냥 즐거워 보였다. 그런 그를 보니, 아나스타샤는 지금껏 하지 못했던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고보니, 넌 집에 안 가도 되는거야? 본가…는 그렇다쳐도, 네 부하들이 걱정 안 돼? 고향이 그립지는 않고?"
"으음, 저는 여기가 더 좋은데요. 이곳저곳을 모험하는건 정말 재밌다고요. 거기다가 제 부하들은 제가 없어도 알아서 잘 해내고 있을겁니다. 설마 누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가 떠나길 바라는겁니까?"
"아니, 내가 언제부터 스승이였다고……. 뭐, 나도 네가 돌아간다고 하면 아쉬울 것 같기는 해."

아나스타샤의 대답에 바를로는 기분 좋은 듯이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능글 맞게 웃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아도니스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부풀렸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헤헤."
"그럼 쌍검술말고도 마법은 어때? 내가 잘 가르쳐줄테니까."

아도니스가 선의로 저런 말을 할 리 없었다. 그저 아나스타샤에게서 바를로를 떼어놓기 위해 하는 말이겠지. 최대한 악의가 없어보이는 표정으로.

"이런…, 제가 마법에 얼마나 재능 없는지 아신다면 마법사님도 그런 소리 못하실텐데요."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마법이란건 재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노력이야. 무슨 일이든 다 그렇겠지만."
"맞는 말이죠. 근데 전 지금으로서는 마법보다는 쌍검술이 더 좋군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법사님."

바를로 역시 능숙한 말투와 행동거지로 예의바르게 거절했다.

'저런 행동이 어디서 기인된건가 했더니, 이젠 대충 짐작이 가네. 어릴 때 집안에서 교육 받았던거겠지.'

여행을 하며 좋은점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모습을 알게 되는 점 아닐까? 그렇듯이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와 바를로에 대해 알게 되어가는게 좋았다. 지금껏 혼자 제국을 돌아다니면서 겪을 수 없던 점이니까.


번화한 동부 도시 뉴 포트

제국의 땅 너머로 어스름한 빛이 비출 때, 뉴 포트의 성곽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곳에 가까워질수록 제국 동부에 왔다는 느낌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액시스나 다른 작은 도시들에게서 볼 수 없는 회색의 화강암 벽돌로 쌓아올린 담과 붉은색 옻칠이 된 화려하고 전통적인 목재 기반의 건물들, 주로 벽돌이나 슬레이트로 되어있는 서부의 지붕과는 다른 형태의, 모자를 쓴 것 같은 모양의 노란 지붕. 아예 다른 세계에 왔다고 착각할만큼 낯선 풍경이였다.
아나스타샤들이 들어선 뉴 포트 외곽의 마나하타 마을은 타지에서 온 이방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와……. 예쁘다. 건물도 독특히니."
"서부의 도시들보다 훨씬 자연친화적이고 아름답군요."
"그러게요. 거친 숲과 여왕의 숲의 영향일까요? 그런데도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할 수 있다는게 놀랍네요. 뉴 포트 안 쪽은 얼마나 화려할런지."

모두들 거리를 둘러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누가봐도 이들이 이 곳에 처음 방문했다고 알 수 있었을것이다.

"뉴 포트라고? 거긴 구경할거리가 많은 곳이지. 나도 보고싶다, 좀 꺼내줘!"
"말하는 청동머리를 들고 다녔다가 사람들이 수상하게 볼 걸?"

이니고는 계속 칭얼거리며, 소리쳤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여! 그쪽분들, 탕후루 하나씩 어때? 이게 또 뉴 포트의 별미거든. 한 시간은 더 걸어야 갈 수 있는 뉴 포트에서 먹을 수 있는걸 여기서 미리 맛 볼 수 있지!"
"우,우와……."

아무래도 아나스타샤들의 어리숙한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이 그들을 불러세웠다.
아도니스는 뒤를 돌아, 그 상인의 수레에 담긴 반짝이는 딸기 꼬치를 보고는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니, 무슨 말인가! 자네들, 차단은 먹어봤는가? 이게 그냥 계란이 아니네. 무려 자스민 차에 끓여 향기롭고 달콤한 계란이지!"
"하! 그래봤자 계란."
"그래봤자 딸기지!"
"아, 저기……"
"손님들 어떤게 더 먹고싶어?!"
"원한다면 둘 다 먹는건 어떤가!"
"오오! 그것도 좋네!"

너무 이방인의 면모를 보인 탓일까, 아나스타샤들의 주변에 장사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아아아, 나중에, 나중에 먹을게요!"
"하지만 저 탕후루는 먹어보고 싶은…, 앗! 아니, 다음, 다음에 먹어요."
"그럼 탕후루 5개…."
"예이~ 알겠슴다! 탕후루 5개~"

아나스타샤들은 개당 4cp의 탕후루를 손에 들고서야, 탕후루 상인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인파를 헤치고 나왔다.
탕후루는 과일에 물엿을 입힌 간식거리였는데, 딸기, 청포도, 키위, 산사나무 열매 등 종류가 다양했다.

"우물우물, 확실히 본 고장에서 먹는 탕후루는 색다르네요. 특히 이 알록달록한 색이 거리의 건물들과 잘 어울려요."

처음엔 별 감흥 없었던 아나스타샤도 막상 마나하타의 거리를 걸으며 먹는 길거리 음식이 맘에 든 모양이였다.

"이거 여관도 기대가 되네요. 음식도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책에서 봤던 바로는 동부지방은 바닥에 누워 잔다고 하더군요."
"바닥이요…? 등이 조금 아플 것 같은데…. 음, 야영으로 단련되어 있으니까 괜찮겠죠."

클라인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잠자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굳이 돈을 내고 실내에서 자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푹신한 침대였는데, 바닥에서 잘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 먹은 탕후루의 꼬치를 우물거리며 생각에 빠진 아나스타샤를 부른건 코스모스였다.

"저기는 어떠신가요?"

그가 가리킨 곳에는 소박한 갈색 목재 벽면에 검은 기와를 올린 건물이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에 비해 소박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였다. 미닫이로 된 출입구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맛있는 고기 냄새 비슷한 것이 저 안에서 풍기고 있었다.

"……흠흠, 꼭 냄새가 궁금해서는 아니고, 저기에 한 번 가볼까요? 소박한 건물은 또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아나스타샤뿐만 아니라 그들도 흥미로운 냄새에 관심이 갔는지 별 말없이 그를 따라 여관이 미닫이를 열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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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7

TRPG/제 13시대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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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랬다. 말과 행동이, 곧은 마음이, 그 열의가 당신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그 찬란함은 마치 오뉴월의 초록빛 잎새 사이로 비치는 햇살만치나,
달이 뜨지 않는 밤의 서늘한 어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마냥, 언제나 그랬다. 마지막까지.


 

바다 고블린 소탕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다 고블린들을 쓰러트리죠. 우연히라도 누가 이 바다에 표류하게 되더라도 잡아먹히는 일은 없도록."
"네, 어짜피 모리유 말대로, 그들도 우릴 찾으려 눈에 불을 키고 있을테지요."

아나스타샤들은 배로 돌아가기 전에 고블린들의 정착지에 쳐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니고를 제외하고.

"아아, 나는, 나는 빼줘. 빨리 육지로 돌아가고 싶단말이다!"
"어디 혼자서 잘 가보던가."
"흑흑."

그는 아나스타샤의 가방속에서 우는 소리를 내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고블린들의 정착지로 가는 동안은 어느 생물과도 마주치지 않았다. 동물 뿐 아니라 식물마저 사람을 습격하는 등의 대자연이 꿈틀거리는 이 섬이 조용한 것이 되려 불길함의 전조 증상인것만 같았다.
정착지에 도착하고 나서도 생명체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조용한걸까요?"
"글쎄요, 어쩌면 기습하기 위해 배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무너져가는 고블린들의 폐선에 입장했다.


부서져가는 배는, 빛나는 물고기의 마른 껍질이 내부를 덮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썩은 생선 기름 냄새가 배 전체를 감쌌다.
반쯤 부식된 헝겊으로 조잡하게 꿰매어 잔뜩 매달아 놓은 구역을 지나자, 부서진 상자 더미가 부자연스럽게 길을 막고 있었다.

아나스타샤 매복 확인 기능판정 : d20 (19)+통찰 (0)+레벨 (1)+뒷전 (4) vs 보통 (15) 성공

"저 상자 뒤에 한 명이 매복하고 있어요."

매복을 알아차린 아나스타샤가 그 방향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고블린들도 기습이 실패했다는걸 눈치 챘는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은 총 5명이였으며, 그 사이에는 글라라도 함께 있었다.

"배신자! 우리 편 아니였다!"
"배신은 너희가 했지. 구해줬더니 뭐? 식량으로 써?"
"그건 영광! 바다의 여신인 글리카가 기뻐하신다!"
"영광 좋아하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아나스타샤들은 바다 고블린들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세 갈래로 찌르는 고블린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삼지창 +6 vs 장갑 : 5피해, 세 갈래로 찌르는 고블린이 첫 번째 공격을 성공했을경우 후속 공격 때는 판정이 16+로 나옵니다.
추력_전투에서 해당 공격으로 처음 목표로 삼을 때, 세 갈래로 찌르는 고블린이 +2공격판정 보너스를 얻습니다.
원.숏보우 +5 vs. AC (근처의 적 한 명 또는 -2 공격 패널티 받을 시 멀리있는 적) : 4피해.
변덕스러움 : 고블린은 물러서기 판정시 +5 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3 / 정방 12

해파리 던지는 고블린
스트랭글 해역 주위에 떠 다니는 독성 해파리에서 수십개의 마취침을 얻어 면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해파리는 침입자들에게 던지기 위해 양동이에서 양식합니다.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삼지창 +5 vs 장갑 : 4피해, 또는 지속피해를 받고있는 상대에게는 6피해.
원.해파리 던지기 +6 vs. 장갑 : 4피해 + 4지속피해
해파리 탐구_해파리 던지는 고블린의 공격이 성공하고 고조주사위가 1을 초과하면, 해파리 던지기 공격을 시작합니다.
변덕스러움 : 고블린은 물러서기 판정시 +5 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24 / 장갑 16 / 신방 13 / 정방 12

검사 고블린
1레벨 방해자 [인간형]
행동순서 : +3
뼈 단검 +5 vs 장갑 : 4피해, 타겟이 물러서기 판정 실패시 6피해.
변덕스러움 : 고블린은 물러서기 판정시 +5 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28 / 장갑 15 / 신방 14 / 정방 13


배치

세1
검1

세2
아나 클 검2
코 아도 바



행동순서 판정 : 클라인 (20), 검사1 (20), 아나스타샤 (19), 아도니스 (19), 바를로 (14), 세갈래1 (8), 검사2 (6), 해파리 (7), 세갈래2 (5), 코스모스 (2)

클라인, 검사1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선언,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9피해, 강타 5추가피해.
검사1, 클라인 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성공, 뒤로 이탈, 짧은행동으로 북쪽의 상자 걷어참, 상자 무너져 근접한 1d3(3)명 1d4(2)피해, 아나스타샤,클라인,아도니스 피해받음.
아나스타샤, 세갈래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해파리에게 냉기광선, 창성학 사용, 명중 18냉기피해.
바를로, 해파리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9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해파리, 전투불능.
세갈래1,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검사2,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세갈래2,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코스모스, 세갈래2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9피해.

고조주사위1

클라인, 세갈래1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6피해.
검사1, 아나스타샤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짧은행동으로 배 안의 헝겊 잡아당김, 무작위 1명(바를로) 고점됨.
아나스타샤, 검사2에게 쌍수근접공격, 치명타 4피해.
아도니스, 아나스타샤에게 잔상 사용, 바를로에게 이동, 짧은행동으로 헝겊 품 극복판정, 판정실패.
바를로, 극복판정 성공, 헝겊에서 풀려남.
세갈래1,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검사2,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세갈래2,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코스모스, 세갈래2에게 근접공격, 명중 6피해.

고조주사위2
클라인, 세갈래1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22피해.
세갈래1, 전투불능.
검사1,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아나스타샤, 검사2에게 쌍수근접공격, 명중 3피해.
아도니스, 검사2에게 냉기광선, 치명타 18냉기피해.
바를로, 검사2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명중 7피해.
검사2, 전투불능.
세갈래2, 코스모스에게 공격, 명중 5피해, 물러서기, 판정성공, 서까래 위로 기어올라감.
코스모스, 검사1에게 접근, 근접공격, 응징 선언, 명중 7피해, 응징 6추가피해.

고조주사위3

클라인, 검사1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검사1, 전투불능.
아나스타샤, 세갈래2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명중 9피해.
아도니스, 세갈래2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세갈래2, 전투불능.




클라인이 글라라에게 검을 휘두르자, 그는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그 뿐만 아니라 피하면서 북쪽 통로에 쌓여있던 상자를 걷어차 상자들이 아나스타샤들 쪽으로 쓰러졌다.
상자가 부숴지면서 생긴 매캐한 연기에 잠시 멈칫하자 고블린들은 그 틈을 노려 기습했다.

그들의 공격을 버텨내고 연기가 걷히자, 북쪽 통로 너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곳엔 쥐 선원들이 입었던 스타일의 옷을 걸친 해골, 몇 구의 드워프, 그리고 아마 과거에 사람이였을 것이라 추정되는 것들이 세심하게 다듬어져 쌓여있었다.

"으……."

쥐와 해머의 선원들과 손 잡지 않았다면 저 꼴이 났을거란 생각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끔찍하게 느껴졌다.

"너희도 식사가 되어야 한다!! 얌전히 굴어라, 인간!"

글라라는 상자 말고도 배 안에 만들어 놓은 장치가 여러개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소리치며 뒤로 물러나더니, 서까래에 걸쳐져 있는 헝겊을 잡아 당겼다.

"어어어??"

그러자 바를로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바를로!"

그의 몸은 헝겊에 묶여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근처의 아도니스가 풀어보려 했지만 단단히 엉킨건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고블린들이 바를로를 향해 집중적으로 공격을 시작해 헝겊을 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우선 거기 얌전히 있어. 주변에 알짱거리는 녀석들은 내가 처리할테니."
"고맙습니다, 마법사님."

아도니스는 바를로가 묶인 서까래 근처에 올라가 해파리를 던지는 고블린들에게 냉기광선을 사용했다. 고블린은 해파리채로 얼어붙은채 바닥에 처박혔다.
고블린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를로 역시 비슷하게 바닥에 안착했다.

"이런 매듭 푸는 일이야, 저한텐 식은 죽 먹기죠."

바를로는 자유로워지자마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검을 든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솜씨좋게 단검을 찔러넣었다. 코스모스도 그 사이에 삼지창을 든 고블린들을 처리했다.

결국 남은건 글라라 한 명 뿐이였다.
글라라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을 뿐이였다. 결국 클라인의 마지막 일격으로, 그들은 잡아먹어야 할 먹이에게 되려 죽음을 맞이했다.


전리품 : 황수정(시트린,50gp), 석영(쿼츠,30gp) 3개, 변색 황옥(미스틱 토파즈,40gp)

고블린들의 배에서는 보석 몇 개를 제외하면, 도움될만한 물건은 없었다. 이 보석조차도 이들의 것이 아니라, 잡아먹힌 누군가의 소지품이였을것이다.

"이제 정말 돌아가요. 액시스로."

그렇게 말하고 바다 고블린의 정착지였던 곳을 나설 때였다. 아나스타샤들이 발을 떼기 무섭게, 부숴진 배가 있던 구역은 완전히 무너져 바닷속으로 함몰되었다.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배가 있는 곳도 무너져 내렸을지도 몰랐다.
아나스타샤들은 배를 정박해둔 섬의 북쪽으로 서둘렀다.


은색 만에서 기다리는 것

아나스타샤는 배에 모두 탑승한걸 확인한 후 스톤걸의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은색 만에서 출발할 때처럼, 배는 아무 동력 장치 없이 스스로 움직였다.

"오오! 이건 표적을 찾아주는 배 아니냐! 이걸로 날 찾은거군. 피리긴이 만들어 줬나보지?"
"그 사람이 만들긴 했지."
"그럼 이 배는 은색 만 쪽으로 가는건가? 이것 참, 액시스까지 가려면 멀었군."

이니고의 말처럼, 피리긴의 마법 배는 은색 만으로 돌아갈 것이다. 피리긴의 말에 따르면, 목적지는 이니고 샤프, 출발지는 은색 만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항상 처음 위치로 돌아간다고 했다.

"은색 만까지 가는 것도 하루는 꼬박 걸리니까 한숨 자둬. 아, 기계 몸으로도 잘 수 있어? 비꼬는게 아니고 정말 궁금해서 묻는거야."
"……이 몸은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잔 적 없다는 소리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어때? 원하던대로 불사에 잠도 밥도 필요없는 몸이 된 기분이? 아니지, 불사는 맞나? 이 머리가 부숴져도 살아있을 수 있어?"
"일단 내 대답은 '아니'이다. 이 몸은 불로는 맞지만, 그래, 네 말대로 불사는 아니지. 거기다 잠도 밥도 못 먹는건… 생각보다 별로야."
"그렇겠지. 의외로 수면과 식사에서 오는 행복도 크다고. 뛰어난 무언가가 아니라 소소하고 일상적인거 말이야."
"흠흠, 그래서 액시스에 돌아가면 의식을 끄고 켜는 기능이나 맛을 느끼고 음식을 에너지로 환원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할 생각이다! 불사 연구도 기회만 되면 계속…"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만."

이니고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든 말든 자신이 할 불사 육체 연구를 떠올리며 신나게 조잘거렸다.
밤이 되서까지도 떠드는 통에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받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목적지 접근, 은색 만."

목적지를 말하는 목소리는 육지에 거의 도달했음을 알렸다.
배 위에 누워 있던 이들은 그 소리에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기뻐하는건, 이니고도 아닌 아도니스였다.

"하, 땅으로 된 대지가 이렇게 그리울줄이야."
"수고했어요, 아도니스. 그래도 출발할 때보다는 상태가 괜찮네요?"
"그 섬에서 바다 냄새와 불안정한 지반이랑 싸우느라 익숙해 진 걸지도 몰라요."

섬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는, 마치 고난을 이겨내고 금의환향하는 영웅처럼 의기양양해 했다.
그런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아나스타샤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흰 새가 빙빙 돌았다.

"피요르!"

이름이 불리자마자 흰 새는 반갑다는 듯이 긴 울음소리를 내며 아나스타샤의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 아나스타샤는 피요르의 머리를 어루만지고는 가방에서 모이를 꺼내 나눠주었다.
모이를 쪼는 피요르의 다리에는 종이 쪽지가 묶여있는 것을 본 아도니스는 조심히 다가가 편지를 풀려했다.

삐익!

피요르는 모이를 먹다 말고, 아도니스의 손을 부리로 콕 찔렀다.

"아얏!"
"하하, 전서는 주인인 저 말고는 보여주지 말라고 훈련시켰거든요."

아나스타샤는 피요르가 모이를 다 먹은 것을 확인하자, 직접 편지를 풀어 펼쳤다.



은색만
매복

 


 


"…아마 배가 도착하는 곳에 누군가 우릴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에요."
"피요르를 데려갔던게 피리긴을 공격하던 자들이였죠?"
"네, 이니고를 찾기 위해서였죠."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이니고가 반응했다.

"나?? 나를 왜 찾나?"
"낸들 알겠어? 보나마나 좋은 일은 아니겠지. 용병들을 고용했던걸 보면."
"끄응…. 설마 날 그냥 줄 생각은 아니지?"

아나스타샤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그러고 싶은데, 누구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지 생각하면… 끝까지 가 봐야지. 그리고 네가 황궁에서 밤낮없이 노동하면서 살라고 기도해야지."
"끄응……."

불만이 많은 목소리였지만, 죽는 것보단 나은건지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들어 배가 나아가는 방향을 바라봤다. 육지가 가까웠다.


해안가는 출발했을 때처럼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전서조를 받은 직후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아나스타샤 매복 확인 기능판정 : d20 (11)+통찰 (0)+레벨 (1)+뒷전 (4) vs 어려움 (20) 실패
클라인 매복 확인 기능판정 : d20 (19)+통찰 (0)+레벨 (1)+영웅 (2) vs 어려움 (20) 성공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상을 제일 먼저 감지한건 클라인이였다.

"아나스타샤. 저 나무 뒤, 누군가 있습니다."

클라인의 속삭임을 듣기라도한 것인지, 땅 밑에서 궁수 하나가 튀어나왔다.

"죽어라!!"

날아오는 화살을 가까스로 피하자, 클라인이 지목했던 나무 뒤에서 큰 소리가 났다.

"제발 살려주시오!!"

그 곳에는 피리긴이 있었다. 그는 핏투성이로 밧줄에 칭칭 묶인채, 아나스타샤들을 공격한 궁수와 동료로 보이는 이에게 붙잡혀 있었다.

"젠장, 조용히 하라니까!"

피리긴을 인질 삼은 것은 붉은 눈이 매섭게 빛나는 버그베어였다. 그는 피리긴의 돌발행동에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쳤다.

"어이, 거기! 이 녀석을 살리고 싶으면 이니고 샤프를 내놓는게 좋을거야. 이니고를 어디 숨겼지?!"

이니고는 자신을 찾는 살벌한 목소리에 가방 속에서 아나스타샤에게만 들릴만큼 속삭였다.

"내가 여기 있다는건 비밀로 해주게."
"어쭈, 피리긴씨를 두 번 배신하겠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가방 안에서 이니고의 머리를 꺼냈다.

"이거 말이야?"
"아니아니아니,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건가?!"
"뭐야, 저 시끄러운 고물은. 그게 이니고라고?"
"맞아. 넘겨줄테니 피리긴씨는 풀어줄래?"

그 소리에 버그베어는 재미있는 소리를 들은 마냥, 깔깔 웃어댔다.

"하하하! 진짜 뭔 소리야. 이 녀석을 왜 풀어줘야 하는데? 어쨌든 이니고가 여기로 올 거라는 말은 진짜였고, 이제 필요 없으니 죽여야지!"

버그베어는 손에 든 묵직한 몽둥이를 들어올렸다.

바를로 피리긴 구출 기능판정 : d20 (9)+민첩 (3)+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성공

그 몽둥이가 피리긴의 머리에 내려치기 직전, 바를로는 빠르게 다가가 피리긴을 낚아채었다. 피리긴은 엉거주춤 그 뒤에 몸을 숨겼다.

"쳇, 놓쳐 버렸잖아. 뭐, 됐어. 중요한건 그게 아니니까."
"대체 이렇게까지 하면서 이니고를 찾는 이유가 뭐야?"
"부,분명 오크두령의 부하일거다…! 제국을 위해 일하다 이렇게 됐으니 꼭 액시스로 날 데려가 주거라!"

이니고의 말에 버그베어는 인상을 팍 썼다.

"아, 뭐라는거야. 오크두령 좋아하시네. 너 버그베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우리들은 오크들이랑 상극이라고. 알아? 지가 주인이라도 된 마냥 고블린들을 부리는 재수없는 녀석들 얘기하지마."
"맞아, 버그베어는 고블린이긴 한데 그냥 고블린들이랑은 달라. 엘프랑 하프엘프만큼이나."
"아니, 너, 너, 아까부터 누구 편인거냐!"
"허, 넌 뭘 좀 아나보네? 그래, 기분이다. 어짜피 죽을테니 이유정도는 말해줄게. 나는 악귀술사에게서 의뢰를 받았거든. 감히 자기 수하들을 물리치는 무기를 만들어 판, 주제를 모르는 자의 죄 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데려오라는."

'흐응, 아마 투장을 위해 만들어줬다는 무기가 화를 불렀나보네. 근데 악귀술사 좋은 일을 할 순 없잖아? 어짜피 그 자도 이 땅의 위협 중 하나인데.'

"자, 어서 그 고물을 내놓으시지?"
"싫어. 어짜피 줘도 우릴 공격할거잖아."
"잘 아네? 그럼 죽이고 가져가야지."

버그베어는 허공을 향해 손짓했다.

"나와라!"

그러자 땅 속, 나무 위, 절벽 위에서 그의 동료로 보이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 위 흑마술사 인간 하나, 그가 조종하는 듯한 해골 궁수, 아까부터 아나스타샤들을 조준하고 있는 인간, 절벽 위에 코볼트 셋과 검은 단발머리의 마법사…….

'저 단발 머리, 나다 아니야…?'

분명 피요르의 발목에 전서를 묶어 날려보낸건 나다일것이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저쪽편에 서서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 거지와는 다르게 표정이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이였다. 그는 자꾸만 두 눈을 요리조리 흔들며 무언가 표현하고 있었다.

'뭐, 공격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그 뜻이겠지. 근데 어쩌라고……. 여기까지 왔는데 편을 확실히 서던가.'

아나스타샤는 나다를 해칠 생각은 없었지만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진 않았다.

'당장 여기에 붙는 것보단 저 쪽이 승산이 더 높아 보였나보지, 흥.'

그는 절벽쪽에서 눈을 떼고 앞을 바라봤다.

'8명이라, 확실히 우리가 불리한 싸움인걸.'

"다들 조심해요. 원호하는 마법사가 둘이나 있어요."



할퀸 가죽 타노, 버그베어 주동자
각본을 만드길 좋아하는 두뇌를 가진 버그베어는 때때로 어둡고 유머러스한 잔인한 계획을 짜곤 합니다. 모험가들이 선술집에서 하는 이야기 중 일부는 그들이 싸웠던 버그베어들에게서 받은 유쾌한 모욕입니다.
3레벨 리더 [인간형]
행동순서 : +7
거대한 워 클럽 +9 vs. 장갑 : 8피해
순수 짝수 명중 또는 빗나감_버그베어 주동자의 근처의 인간형 아군은 주동자의 다음 턴이 시작될 때까지 근접 공격판정에 +2 보너스를 받습니다.
순수 홀수 빗나감_4피해
원.엄청나게 무거운 석궁 +7 vs 장갑 (근처 또는 멀리있는 적) : 14 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은 1d6의 추가 피해
를 받습니다.
사용제한_전투 당 1회.
자동 재 장전_버그베어 주동자의 차례 동안 적과 교전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무거운 석궁을 이동행동 소모 없이 재장전 합니다.
[특수 발동]_접.바보같은 행동에 조롱 +9 vs 정방 (근처의 적) : 2d6 음에너지피해.
사용제한_자신의 라운드 당 1번, 근처의 적이 공격판정으로 순수 1–5를 굴렸을 때 발동.
철수 공격 : 버그베어 주동자가 성공적으로 물러서면 그와 접전중이던 적 중 하나가 1d6 피해를 받습니다.
체력 42 / 장갑 19 / 신방 14 / 정방 17

인간 궁수
1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순서 : +7
숏소드 +4 vs. 장갑 : 3피해
원.활 +6 vs. 장갑 : 5피해
발리 파이어_같은 행동순서를 가진 두 명 이상의 인간 궁수가 같은 목표를 향해 사격하면, 각 공격은 근처의 무작위 적에게 2추가피해를 줍니다.
체력 27 / 장갑 17 / 신방 11 / 정방 15

해골 궁수
1레벨 궁수 [언데드]
행동순서 : +7
취약 : 신성
뼈대 찌르기 +5 vs 장갑 : 4 피해
원.숏보우 +7 vs. 장갑 : 6 피해
무기 저항 16+ : 무기 공격이이 자신을 목표로 할 때, 순수 16 미만 명중은절반의 피해 만 입힙니다.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4 / 정방 11

코볼트 전사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4
+8 vs 장갑 : 4 피해
순수 짝수 명중 또는 빗나감_코볼트 전사는 표적에게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둘러댐 : 코볼트는 빗나간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습니다.
용감하지 않음 : 한 자릿수 체력을 가진 코볼트 전사는 첫 번째 기회에 도망 칠 것입니다.
체력 22 / 장갑 18 / 신방 15 / 정방 12

마법사 후원자
1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단검 +4 vs 장갑 : 3피해
원.불꽃 로켓 +4 vs 신방 (단거리 또는 원거리 적) : 4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 주변의 적은 각각 1지속피해를 받습니다.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5

그림자로 추정되는 인간 흑마술사
항상 그림자 속에 숨어있으며, 주문이 사람들의 얼굴을 녹여서 없애버릴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1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순서 : +5
물결 모양의 단검 +3 vs 장갑 : 4피해
원.암흑 화살 +6 vs 신방 (근처 또는 멀리있는 적) : 7음에너지피해.
빗나감_모호한 인간 흑마술사는 자신 근처의 무작위 아군 1명에게 3피해를 입힙니다!
체력 30 / 장갑 15 / 신방 13 / 정방 14


순회마술사 피리긴
보통 1레벨 비전투자 [인간형]
행동순서 : +3
포박 풀기 : 근접전이 시작된 후 피리 긴이 홀로 남겨지면 그는 멋진 인공 치아로 포박을 씹어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려움 극복(16+)-:으로 포박해제.
조심하시구려! : 전투 중에 PC들에게 경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적들에게 위험이 노출 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체력 27 / 장갑 17 / 신방 12 / 정방 15


배치




행동순서 판정 : 해골 (26), 궁수 (24), 아나스타샤 (23), 코볼트1,2,3 (22), 아도니스 (19), 피리긴 (18), 바를로 (17), 그림자 (17), 타노 (15), 클라인(13), 나다 (7), 코스모스 (2)

해골,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6피해.
궁수, 아도니스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인간 궁수에게 접근, 쌍수근접공격, 명중 4피해.
코볼트1, 일반행동으로 절벽 기어내려감.
코볼트2, 이동행동으로 절벽 낙하, 낙하 기능판정, d20 (9)+최대판정 (8)+ 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코볼트3, 이동행동으로 절벽 낙하, 낙하 기능판정, d20 (15)+최대판정 (8)+ 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아도니스, 버그베어에게 산성화살, 창성학 사용, 명중 40부식피해, 5지속 부식피해.
피리긴, 포박풀기,
바를로, 그림자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11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그림자, 바를로에게 암흑화살, 명중 7음에너지피해.
바를로, 기세잃음.
클라인, 궁수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나다, 코스모스에게 불꽃 로켓, 완전히 빗나감, 코볼트3에게 1지속피해.
코스모스,
해골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7피해.

고조주사위1
해골, 코스모스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궁수,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아나스타샤, 궁수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코볼트1,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코볼트2,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코볼트3,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피리긴, 야자수 뒤로 숨음, 코스모스에게 조심하라고함.
아도니스,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볼트3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바를로, 코볼트1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물러서기, 아도니스쪽으로 이동, 궁수가 가로막음, 재주넘기로 자유행동으로 물러서기, 아도니스쪽으로 이동.
그림자, 피리긴에게 암흑화살, 명중 7음에너지피해.
클라인, 궁수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10피해.
나다, 코스모스에게 불꽃로켓, 명중4피해, 근처의 클라인 1지속피해.
코스모스,
해골에게 근접공격, 응징 선언, 빗나감 1피해, 응징 2추가피해.

고조주사위2
해골, 코스모스에게 공격, 명중 4피해, 물러서기, 판정실패.
궁수,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물러서기, 판정실패.
아나스타샤, 궁수에게 원거리공격, 완전히 빗나감, 클라인에게 1피해.

코볼트1,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코볼트2, 코스모스에게 공격, 명중 4피해.
코볼트3, 아도니스에게 공격, 명중 4피해, 1지속피해 받음, 극복판정 판정성공.
아도니스, 4명에게 색채분사, 코볼트1,2,3에게 명중, 각각 14정신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피리긴, 이동행동으로 옆의 다른 야자수 뒤에 숨음, 포박풀기, 판정실패.
바를로, 코볼트3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그림자, 클라인에게 암흑화살, 명중 7음에너지피해.
클라인, 궁수에게 근접공격, 강타 선언, 명중 11피해, 강타 6추가피해, 1지속피해 받음, 극복판정 성공.
궁수 전투불능.
나다, 아나스타샤에게 불꽃로켓, 빗나감.
코스모스, 해골에게 근접공격, 명중 8피해, 짧은행동으로 안수치료, 4회복.

고조주사위3
해골,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공격, 명중 4피해.
아나스타샤, 코볼트3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코볼트1,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순수 16이상 명중 4피해.

아나스타샤, 이니고를 놓침.
코볼트2, 이동행동으로 이니고를 잡음, 일반행동으로 절벽으로 접근.
코볼트3,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아도니스 공격, 순수 짝수 명중, 4피해, 절벽 근처로 이동.
아도니스, 코볼트2에게 냉기광선, 명중 11냉기피해.
코볼트2, 전투불능.
피리긴, 그림자가 이니고를 가져갈거라고 조심하라고함.
바를로, 이동행동으로 이니고 머리 잡음, 그림자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6피해.
그림자, 바를로에게 암흑화살, 빗나감.
클라인, 그림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6피해.
나다, 바를로에게 불꽃로켓, 빗나감.
코스모스, 해골에게 근접공격, 명중 7피해.

고조주사위4
해골,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공격, 명중 4피해.
아나스타샤, 짧은행동 무기교체, 코볼트1에게 쌍수근접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볼트1, 아나스타샤 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볼트3, 용감하지 않은 코볼트3은 이동행동으로 도망치기 시도, 판정실패, 일반행동으로 재시도, 판정성공, 도망침.
아도니스, 나다에게 냉기광선, 명중 12냉기피해.
피리긴, 포박풀기 시도, 판정실패.
바를로, 이동행동으로 배근처로 가서 배를 뒤집어 숨음.
그림자,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클라인에게 암흑화살, 명중 7피해.
클라인, 그림자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8피해.
그림자, 전투불능.

나다, 바를로에게 불꽃로켓, 명중 4피해, 근처의 코스모스에게 1지속피해.
코스모스, 극복판정 성공, 해골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해골, 전투불능.

고조주사위5
아나스타샤, 코볼트1에게 쌍수근접공격, 명중 2피해,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볼트1,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물러서기 성공.
아도니스, 나다에게 냉기광선, 명중 14냉기피해.
나다, 전투불능.
피리긴, 포박 풀기 시도, 판정실패.
바를로, 이동행동으로 코볼트1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암습 4추가피해.
클라인, 코볼트1에게 접근, 근접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1피해, 묵직한 일격으로 5추가피해.
코스모스, 코볼트1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6
아나스타샤, 코볼트1에게 쌍수근접공격, 명중 5피해.
코볼트1, 전투불능.




아나스타샤는 제일 먼저 눈 앞의 궁수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코볼트들도 절벽 위에서 기어내려오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버그베어는 뒤로 물러나더니 한 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석궁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피유웅-

코스모스는 버그베어가 날린 돌에 큰 피해를 입었다. 방패로 막았음에도 피해를 줄일 수 없었다.

"저 녀석부터 쓰러트려야 됩니다!"

바를로가 서둘러 버그베어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둘렀지만, 그는 가뿐하게 피하며 바를로를 조롱했다.

"하! 칼질이 고작 그정도야?!"

아직 자신의 쌍검술이 미숙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바를로는 그 말에 평소처럼 능글맞게 반박하지 못했다.

"바를로, 그렇게 주위를 끌어 주고 있어……."

아도니스의 중얼거림에, 아나스타샤는 잠깐 그를 뒤돌아봤다. 그는 손에 마나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준비한 것 중, 가장 강한 주문인 산성화살을 창성학을 사용해 발사했다.

"끄아악!!"

버그베어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산성액에 맞아 녹아버렸다.

"산성화살 앞에는 살을 가진 모두가 평등하거든. 그래서 누구 더 덤벼 볼 사람?"

절벽 아래로 내려온 코볼트들은 그 마법에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 그늘 밑의 그림자가 소리쳤다.

"저건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다! 계속 공격해서 이니고를 뺏아라!"

이질적이고 괴상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별게 없었는데도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코볼트들은 그 목소리에 자신감을 얻은건지 아나스타샤들에게 달려들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실루엣은 남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나스타샤는 도저히 그 그림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나스타샤!"
"……!!"

클라인의 부름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코볼트의 창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탓에 이니고의 머리를 놓치고 말았다.
클라인을 상대하던 코볼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러서서 바닥을 구르는 이니고를 주워 달아나기 시작했다.

"젠장, 놓치면 안돼요!"

아나스타샤는 그 코볼트를 쫓으려 했지만, 자신을 공격한 또 다른 코볼트에게 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바를로씨, 뒤를 보시구려!"

버그베어가 쓰러진 뒤, 피리긴을 지키며 향하는 공격을 막아내던 바를로가 그 말에 아나스타샤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한 마리 코볼트가 달려오는게 보였다. 그 손에는 이니고가 들려 있었다.

"잠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이 나무 뒤에 숨어있으세요."
"아,알겠소."

바를로는 도망치는 코볼트를 향해 달려가며 단검을 던졌다. 검에 명중당한 코볼트는 이니고를 안은 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바를로는 몸을 날려 구르는 코볼트를 붙잡아 머리를 빼앗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빼들어 코볼트의 등 뒤를 찔렀다. 코볼트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코볼트들은 동료의 죽음에 또 다시 겁을 먹었다. 그러더니 주변의 눈치를 보곤 슬슬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들은 그들을 구태여 잡지는 않았다. 다만 끝까지 싸우는 활잡이들의 목숨만 끝을 낼 뿐이였다.
그 모습에 코볼트들은 확신이 섰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남은건 마법사 둘이였다. 나다와 알 수 없는 그림자.
그 때, 여지껏 건성건성 불꽃을 날리던 나다가 흑마법사 그림자를 향해 불로켓을 날렸다.

"뭐하자는거지, 용병?"
"도,돈은 필요없다! 난 목숨이 아깝거든! 거기다, 넌 살아있는 것도 아니잖아!"

'살아있는게 아냐? 언데드? 그런 느낌은 안들었는데.'

"후후후, 이래서 인간들은 짜증난다니까."

그림자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다의 불꽃에 사라져 버렸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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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6

TRPG/제 13시대

2021.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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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이제 너를 용서할 수 없어.
내 마음을 다시 돌려 보려는 쓸데없는 노력하지 마.
- 박정현,
미안해 中



증기선의 수리를 위해 일을 도울 수 있을만한 쥐의 선원들을 불러와 일을 도왔다. 그들은 쓰레기장에서 얻은 금속 부품이나 배 안에 어질러져 있는 조각들을 이용해, 항해는 가능할 정도로 배를 수복해 놓았다. 엔진쪽도 막히는 분위기 없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제 테스트만 남았네, 그려."

이니고의 말에, 이 드워프 증기선의 선장 상골이
반색했다.

"그럼 당장 배의 시동을 걸어보지!"
"잠깐!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엔진을 직접 만진 아도니스님이 테스트하는게 좋을거다."

아도니스 함선 첫번째 시동 기능판정 : d20 (11)+지능 (5)+레벨 (1)+궁정마법사 (3) vs 매우어려움 (25) 실패
아도니스 함선 두번째 시동 기능판정 : d20 (15)+지능 (5)+레벨 (1)+궁정마법사 (3) vs 매우어려움 (25) 실패
아도니스 함선 세번째 시동 기능판정 : d20 (8)+지능 (5)+레벨 (1)+궁정마법사 (3) vs 매우어려움 (25) 실패


함선은 세 번 모두 가동에 실패하고, 마지막 네 번째만에 시동이 걸렸지만 문제가 있었다. 시동을 거는 동안의 진동이 섬에 큰 충격을 주었는지, 배가 올라와 있던 해조류 지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해안가가 완전히 무너진 이후에야 배는 해조류 섬에서 벗어났다.

"섬이… 무너졌어."
"이거 큰일이구나. 우리 배도 바다에 빠진거 아닐지. 다 부숴져서 침몰할터인데."

모리유는 무너진 해안가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곤, 배 밖으로 나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딜 갈 생각이야?!"
"이대로 있을 순 없잖니. 난파선에는 아직 병든 우리 선원들이 남아있을텐데."

모리유는 그 말을 남기고 무너지지 않은 섬의 중앙으로 헤엄쳐 갔다.

"모리유 혼자선 모두 챙기기 힘들거에요. 우리도 따라가죠."


무너지는 해조류 섬

아나스타샤들도 모리유를 따라가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조류 수영 : 아도니스, d12 (2,범고래), +5 vs 신방 (15+5 vs 11) 2d6 - 5피해

그런 아나스타샤들의 뒤로 범고래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크기는 인간 하나의 크기를 거뜬히 넘었다. 범고래는 수면위를 천천히 유영하더니, 무리의 맨 끝에서 헤엄치는 아도니스 근처를 서성거렸다. 그의 근처에서 수영하던 코스모스가 먼저 범고래의 출현을 눈치챘다.

"아도니스님, 뒤를 조심하세요."
"응……?"

아도니스가 돌아보기 무섭게, 속도가 떨어지자마자 그를 덮쳤다.

"으악!!"

파란 바닷가 위로 붉은 선혈이 비쳤다.

"아도니스!"

비명이 들리자마자 아도니스 주변에서 빛을 뿜더니 수면에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올랐다.

"범고래 이빨에 약간 스쳤을
뿐이에요."


"이런, 나 혼자서도 괜찮았는데. 나 때문에 상처를 입었구나."
"아니, 별 거 아니야."

물가로 올라온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상처부터 살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상처는 깊지 않았다.

"이 곳은 바다 속도 위험하네요. 두 번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겠어요."
"우리 선원들도 고래 밥이 될까 걱정되는구나."

아나스타샤들은 짧은 휴식을 마치고, 모리유가 향했을 쥐의 난파선이 있는 곳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쿠르르르-

"으엇!"

발을 떼기 무섭게 지면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여기도 무너지려는건가!"

다행히도 클라인의 말처럼 섬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들의 앞에 섬에 처음 상륙했을 때처럼 해초괴물들이 맞이하고 있을뿐이였다. 10개나 되는 그 식물들은 몸을 겨우겨우 가누고 있는 것 같았다.

"전 보다 더 늘어났어요!"
"섬이 무너지면서 이 괴물들의 심기가 나빠진게 아닐까요…!"
"그런…, 지금은 해초들을 달래줄 시간이 없어요. 빨리 쓰러트리죠!"



휘청거리는 해초 괴물
1레벨 병사 [식물]
행동순서 : +2
위족 타격 +6 vs. 장갑 : 5 피해, 표적에 인접한 것에 +1d6피해.
멀리서는 더 힘들어 : 잡초 야수 가짜는 원거리 공격에 대한 모든 방어에 +2보너스를 얻습니다.
체력 27 / 장갑 16 / 신방 13 / 정방12

해초 괴물 덫 사냥꾼
1레벨 방해자 [식물]
행동순서 : +2
칙칙한 위족 +6 vs. 장갑 : 5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이 고정됩니다. (극복 가능) 빠져나오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상은 칙칙한 위족 공격으로 5피해를 입습니다.
멀리서는 더 힘들어 : 잡초 사냥꾼은 원거리 공격에 대한 모든 방어에 +2 보너스를 얻습니다.
체력 27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3

넘어지는 해초 괴물
0레벨 조무래기 [식물]
행동순서 : +1
허약한 위족 + 5vs. 장갑 : 3피해, 근처의 표적에게 5피해.
체력 5 / 장갑 16 / 신방 14 / 정방 10


배치

휘1 휘2
덫1 덫2
넘1 넘2 넘3

모 아나 클
코 아도 바
넘4 넘5 넘6



행동순서 판정 : 아도니스 (21), 휘청1,2 (20), 넘1,2,3 (20), 덫1,2 (18), 넘4,5,6 (14), 모리유 (12), 바를로 (12), 아나스타샤 (9), 코스모스 (8), 클라인 (5)

아도니스, 넘5에게 냉기광선, 명중 9냉기피해.
넘5, 전투불능.
넘4, 4피해.
휘청1, 모리유 접근, 공격, 빗나감.
휘청2, 클라인 접근, 공격, 빗나감.
넘1, 모리유 접근, 공격, 빗나감.
넘2, 아나스타샤 접근, 공격, 3피해, 근처의 클라인에게 5피해.
넘3,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덫1, 아나스타샤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아나스타샤, 고정됨.
덫2, 클라인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넘4, 코스모스 접근, 공격, 명중 3피해, 근처의 아도니스에게 5피해.
넘6, 바를로 접근, 공격, 명중 3피해, 근처의 아도니스에게 5피해.
모리유, 넘1 공격, 빗나감.
바를로, 넘6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아나스타샤, 넘2에게 쌍수근접공격, 치명타 14피해.
넘2, 전투불능.
넘1, 전투불능.
넘3, 4피해.
코스모스, 넘4에게 근접공격, 명중 8피해.
넘4, 전투불능.
넘6, 전투불능.
넘3, 전투불능.
클라인, 덫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고조주사위1
아도니스, 덫1에게 냉기광선, 창성학 사용, 18냉기피해.
휘청1, 모리유에게 공격, 명중 5피해, 근처의 클라인에게 1피해.
휘청2,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덫1, 아나스타샤 공격, 명중 5피해.
덫2, 클라인 공격, 순수짝수 명중 5피해.
클라인, 고정됨.
모리유, 휘청1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덫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5피해, 기세획득, 암습 2추가피해, 뒤로 이탈.
아나스타샤, 덫1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7피해, 극복판정 실패.
코스모스, 휘청1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9피해.
클라인, 덫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1추가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치명타 14피해.

고조주사위2
아도니스, 휘청1에게 냉기광선, 명중 17냉기피해.
휘청1, 모리유에게 공격, 명중 5피해, 근처의 코스모스에게 5피해.
휘청2,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근처의 바를로에게 5피해.
덫1,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덫2, 클라인 공격, 빗나감.
모리유, 휘청2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바를로, 덫2에게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6추가피해.
덫2, 전투불능.
아나스타샤, 덫1에게 쌍수근접공격, 명중 2피해.
덫1, 전투불능.
코스모스, 휘청1에게 근접공격, 명중 7피해.
휘청1, 전투불능.
클라인, 휘청2에게 근접공격, 강타선언, 명중 8피해, 강타 4추가피해.

고조주사위3
아도니스, 휘청2에게 냉기광선, 명중 11냉기피해.
휘청2,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모리유, 휘청2에게 공격, 명중 4피해.
휘청2, 전투불능.



해초 괴물들을 전부 쓰러트린 이후에는 쥐의 난파선에 갈 때까지 아무런 방해물들이 없었다.
점점 난파선이 가까워지자, 해먹에 누워 말라가던 선원들은 밖에 나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선장님!"
"배는 가라앉은건가?"
"네, 물이 차고서야 알아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몸이 변이해서 아가미가 생긴걸 다행으로 여겨야할지, 어쩔지…."

모리유는 한숨을 내쉬곤 제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선원을 부축했다.

"남쪽에 탈출할 배가 있단다. 바로 가자!"
"예히-!"

그들은 이미 배를 고치기 위해 몇몇의 인원을 데려갈 때도 들었을 탈출이란 단어에 뛸듯이 기뻐했다.

"선장님!"
"어어, '임시' 선장 대리도 따라왔어?"

아나스타샤들이 지나왔던 쪽에서 부선장 클렌데논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으윽…. 더 이상 임시 선장이니 뭐니 하지 마십쇼. 이젠 넌덜머리 나니까.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하하, 애들이 말을 안 듣는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 수고했단다. 그래도 이렇게 남은 선원들을 챙기기 위해서 따라왔지 않니? 충분히 책임감이 넘치는게 선장에 꼭 어울리는구나."
"…생각해보니 부선장도 참 책임이 필요하더라고요. 아직은 이 자리가 제 자리인 것 같습니다!"

'대체 그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나스타샤들도 모리유와 클렌데논을 거들어 선원들을 부축하며 난파선이 있던 곳을 떠나려 할 때였다.

"인간, 인간들! 우리를 배신했다!"

바다고블린들의 수장으로 보였던 붉은 머리의 마법사였다. 그는 이성을 잃은채로 포악하게 소리질렀다.

"당신은…!"
"침략자들, 쫓아낸다고 했다. 그런데 손을 잡고 섬을 부쉈다!"
"일단 그 점은 죄송해요. 섬을 부수려던건 아니였는데…."
"어, 저 녀석들…!!"

아나스타샤들과 바다 고블린 사이에 긴장감이 감도는 한 때, 클렌데논이 바다 고블린들을 가르키며 소리쳤다.

"저 녀석들이야! 배를 지키는게 어려웠던게! 갑자기 공격해왔어! 아직도 남아있었나?!"
"인간들이 없애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격한것은! 약속해놓고! 너희가 찾는 동료는 상관없는건가, 인간!"
"약속이라면 저희도 할 말 있어요! 섬의 사람들을 전부 내쫓는다면 이니고 샤프를 만나게 해준다고 했죠? 거짓말이였잖아요!"

아나스타샤는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곤 이니고를 들어올려 바다 고블린들에게 보여줬다.

"이니고는 여기 있는데!"
"어,어?! 뭐냐, 왠 바다 고블린이냐! 도망쳐야한다! 저 녀석들은 식인종이야!"
"응……?"

갑작스런 이니고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한 듯 침묵했다.

"식인종이라니까! 내 말 못알아 듣나?! 이 척박한 땅에서 먹을게 뭐가 있겠나! 해적들이나 드워프들이나 끽해봐야 이 곳에서 몇 년이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이 곳에서 하루이틀 산 게 아니지. 저 녀석들은 섬에 표류해온 인간들을 주식으로 이 섬에서 몇 십년동안 종족을 이어온거야! 거기다 저들이 인육을 먹는걸 내가 이 기계 눈으로 똑똑히 봤다!"

모두의 시선이 바다 고블린들에게로 향했다.

"بعد الاعتناء بالغزاة ، كنت سأقوم بإغراء رجل يدعى 이니고 ليكون في القارب واستخدامهم كغذاء أيضًا. لقد وجدناهم جميعًا!"
(침략자들을 처리하고 나면, 이니고란 남자가 배 안에 있다고 유인해서 녀석들도 식량으로 쓸 생각이였는데. 전부 들켰잖아!)

그들이 뭐라 말하는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게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네. 모리유! 너희들은 부상자들을 데리고 배에 먼저 돌아가 있어!"
"괜찮겠니?"
"당연하지. 우리 실력 알잖아?"

모리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클렌데논과 쥐 선원들을 부축하며 떠났다.

"هكذا تبدأ المطاردة! كن فريستنا!"
(이렇게 된 거, 사냥 시작이다! 우리의 먹잇감이 되어라!)

아나스타샤들은 쥐 선원들이 떠난 방향을 가로막은 채 15명이나 되는 바다고블린 부대를 상대했다.



으르렁대는 고블린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몽둥이 +6 vs 장갑 : 고블린과 아군이 적보다 많으면 6 피해, 그렇지 않으면 4피해
원.숏보우 +6 vs. 장갑 : (근처의 적 한 명 또는 공격판정 -2패널티 받을 시 멀리 떨어진 적) : 4피해
괴로운 변덕스러움 : 고블린은 극복판정시 +5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22 / 장갑 16 / 신방 13 / 정방 12

고블린 물고기 마법사
날치들이 물에서 뛰어 올라 놀라운 힘으로 습격합니다. 이 마법사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드는 법을 습득했습니다.
1레벨 아처 [인간형]
행동순서 : +5
코끼리 물범 엄니 몽둥이 +6 vs 장갑 : 4피해
원.날치 소환 +6 vs. 신방 : 5피해
순수 16+_고블린 물고기 마법사는 근처의 적에게 3+고조주사위 피해를 입힙니다.
괴로운 변덕스러움 : 고블린은 극복판정시 +5 보너스를받습니다.
체력 25 / 장갑 16 / 신방 11 / 정방 15

고블린 저주 피해자
고블린들의 저주의 희생자가 아니라 스트랭글 해역의 효과에 의해 저주받은 고블린입니다.
0레벨 조무래기 [인간형]
행동순서 : +2
몽둥이 +4 vs 장갑 : 3피해
원.숏보우 +5 vs. 장갑 (근처의 적 한 명 또는 공격판정 -2 받을시 멀리있는 적) : 3피해.
괴로운 변덕스러움 : 고블린은 극복판정시 +5 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5 / 장갑 16 / 신방 14 / 정방 11


배치

저8 저9 저10
으1 저6 저7 으2
저3 저4 저5
저1 마 저2


아나 클
바 아도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1), 저주6~10 (21), 바를로 (17), 클라인 (17), 아도니스 (16), 마법사 (13), 코스모스 (11), 으르렁1,2
(9), 저주1~5 (4)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저주1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저주6, 이동행동으로 저주2 옆으로 이동,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저주7, 이동행동으로 저주5 옆으로 이동,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저주8, 이동행동으로 저주3 옆으로 이동,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3피해.
저주9,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저주10,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바를로, 저주1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저주2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선언,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강타 6추가피해.
저주2, 전투불능.
저주5, 2피해.
클라인, 자유행동으로 저주7 이어베기,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마법사에게 냉기광선, 창성학 사용, 명중 18냉기피해.
마법사, 아나스타샤에게 날치소환, 순수16이상 명중 5피해, 3추가피해.
코스모스, 저주8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8피해.
저주8, 전투불능.
저주3, 3피해.
으르렁1, 코스모스 접근, 공격, 빗나감.
으르렁2,
클라인 접근, 공격, 빗나감.
저주1, 바를로 공격, 명중 3피해.
저주3, 코스모스 공격, 명중 3피해.
저주4,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6피해.
저주5, 클라인 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저주1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저주6, 클라인 공격, 빗나감.
저주7,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저주9,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저주10,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3피해.
바를로, 저주1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저주7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14피해.
저주7, 전투불능.
저주6, 전투불능.
저주5, 전투불능.
저주4, 2피해.
아도니스, 마법사에게 냉기광선, 명중 9냉기피해.
마법사, 전투불능.
코스모스, 저주3에게 근접공격, 명중 8피해.
저주3, 전투불능.
저주4, 전투불능.
저주1, 전투불능.
저주9, 2피해.
으르렁1, 코스모스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으르렁2,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4피해.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저주9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9피해.
저주9, 전투불능.
저주10, 전투불능.
바를로, 으르렁1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7피해, 기세획득, 암습 1추가피해, 뒤로 이탈.
클라인, 으르렁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만회의일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2피해.
아도니스, 으르렁1에게 냉기광선, 명중 8냉기피해.
코스모스,
으르렁1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6피해.
으르렁1, 전투불능.
으르렁2, 클라인 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으르렁2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3피해.
바를로, 으르렁2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5추가피해.
클라인, 으르렁2에게 근접공격, 명중 14피해.
으르렁2, 전투불능.




전 날에는 고블린 마법사와 글라라를 제외한 다른 고블린들을 자세히 볼 기회가 없어 몰랐었는데, 지금보니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였다. 외형만 기괴한게 아니라 행동거지마저도 짐승과도 같았고, 사리분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고블린들을 쓰러트리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 중에서 제일 성가신건 마법사쪽이였다. 그는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코끼리 물범의 엄니로 만든 것 같은 몽둥이를 지팡이처럼 들고 몇 마디를 외면 해초 바닥을 뚫고 날치들이 튀어올라 아나스타샤들을 덮쳤다.
마법적인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걸 봐서는 마법은 아니였다. 추측하건데, 이 섬의 망할 '저주'의 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이제는 저주가 생선과도 소통하게 만드네.'

날치들은 큰 피해를 입히는건 아니였지만, 수 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시야를 가리는건 충분히 위험했다.
아도니스는 날치가 날아오르지 못하게 냉기광선으로 바다의 표면을 얼렸고, 얼음 표면에 막힌 날치들은 고슴도치의 바늘처럼 머리를 촘촘하게 박았다. 그 광경은 퍽 징그러웠다.

"적을 쓰러트리기 전에, 비위가 상해서 먼저 쓰러지겠네요."

아나스타샤는 바닥에서 눈을 떼고, 마법사를 향해 화살을 겨눴다.
더 이상 날치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된 마법사는 화살을 막지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마법사는 그렇게 완전히 숨을 거두었다.
다른 바다 고블린들은 치명상을 입은게 아니였음에도 저주의 영향인지, 발작을 일으키고는 숨을 거뒀다.

아나스타샤들은 고블린들의 시체를 뒤로 하고 증기선으로 향했다.


"이야, 그 수의 고블린들을 상대로 정말 무사히 돌아왔네?"

클렌데논이 돌아올거라고 예상못한 사람처럼 감탄했다.

"마법사 차림을한 녀석 빼고는 저주때문인지 쇄약했거든."
"우리도 더 심각해지기 전에 빨리 섬 밖으로 나가야겠구나. 몸도 과연 치료할 수 있을지…."

모리유는 정말 섬과 작별이라는 사실때문인지 처음으로 변이한 몸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고맙구나. 너희는 이 배를 안 탈 건가?"
"우리는 원래 배가 있으니까. 배 주인에게 돌려줘야 되거든."
"그렇구나. 그럼 무사하길 바란다. 고블린들이 죽었으니 그들의 동료들이 너흴 찾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전에 섬이 먼저 무너질지도 모르니……."
"걱정해줘서 고마워. 너희도 폭풍을 조심해."
"후후, 그래그래. 만나서 반가웠단다. 어쩌면 콩코드에 올 일이 있다면, 우리가 우연히도 만날 날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인사를 마친 모리유와 쥐 선원, 드워프들은 증기선을 타고 스트랭글 해역 너머로 사라졌다. 짧은 인연이였지만, 그 사이 그들에게 정이 든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는 미련이 남았는지 그들의 배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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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5

TRPG/제 13시대

202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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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인이 드워프에게서 존중을 받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니고 샤프가 가진 아이디어들

"신기한데, 이식이든 복제든 기계 골렘에 박아 넣을 생각을 하다니. 영혼은 그렇다쳐도 말은 어떻게 하는 거지? 성대가 있어?"
"아니, 목소리는 전언 마법을 응용한거다. 입은 그럴 듯해 보이기 위해 움직이는 것 뿐, 실제론 내 머리 속에서 울려퍼지는거지."

해조류 섬의 남쪽으로 향하는동안에도 이니고는 말이 참 많았다. 아나스타샤는 참다참다 이니고를 바닥에라도 내던지기 위해 가방에서 꺼내려던 참이였다.
그러던 중 아도니스가 이니고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그와 대화를 하고 싶어했다. 아도니스는 이니고의 머리를 둘러보며 그가 사용한 마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다.

'아도니스는 정말 마법에 열정적이네.'

"그렇담 몸은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야? 앞으로도 이렇게 살 생각이야?"
"그건 아니다. 나는 평화롭게 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움푹 들어간 이 목을 조일 수있는 오토마타 몸통을 재건할거다. 생물학적 몸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돌아가야지. 아마 머리의 주문을 몸에 연결시키면 내 의식대로 움직일 수 있을게야."

이니고는 굴욕감이 담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줄곧 문명, 특히 적들이 도달 할 수없는 안전한 장소로 돌아가고 싶었지. 그 중에서 너희가 말한대로 황제 폐하의 영향 아래에 보호받는것이 그 어떤 것보다 좋은 것 같다. 이젠 정말 황제폐하께 충성할거야!"

아나스타샤가 그와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몸을 만들어줄 사람은 있고?"
"으으음……."
"없는 모양이네."
"자네들이 쓸만한 마법사나 기술자들에게 부탁해주면 안되는가…?"

아도니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는거 봐서 내가 만들어주지."
"오오, 자네도 마법사였지? 만드는건 어렵지 않을거야. 내 조언대로만 하면 돼! 그래, 일이 잘 풀리면 내 조수로 써주지!"

'저 녀석 아도니스가 궁정 마법사였다는걸 모르나보네. 자기의 전 상사를 조수로 쓰긴 뭘 써….'

"조수? 크큭, 재밌겠네."

아니나 다를까 아도니스는 이니고의 말에 피식거렸다.

"그럼 밀가루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며? 그 기계의 설계에 대해 말해주면 몸도 만들어줄게."
"아아, 제분기말인가? 풍차보다 훨씬 효율적이지! 기존의 풍차나 물레방아는 에너지 보급 용도로 쓰고 거기서 발생 된 에너지를 고속으로 제분하는 기계에 연결시켜…, 근데 말로만 들어선 만들기 어려울텐데. 기존에 없는 물건이니까 말이지."
"아, 에너지원부터 바꾸는건가. 이거 응용하면 여러가지에 사용되겠는데…….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다른건 모르겠고 아이디어가 제법 뛰어난데?"
"으,응?? 고, 고맙군."

이니고는 아도니스의 자신감 넘치는 반응에 당황한 것 같았다.

"뭔가 아이디어만 낼름 먹힌 기분인데……."

'낼름 먹힌거 맞아……. 결국 제분기도 아도니스가 만들겠네.'

이니고가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아나스타샤는, 그가 기분을 나쁘게 한다면 두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나스타샤들의 앞에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울타리가 가로막았다. 그 울타리는 비어있는 해초바닥의 주변에 경계를 형성해 있었다.
경계의 안에는, 그 영토의 중앙에 배로 추정되는 거대한 녹슨 배가 눈에 띄었다. 드워프왕의 표식이 새겨진 뭉툭하고 딱딱한 금속 상자처럼 보이는 것은 솔직히 항해할 수 있는 배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들의 기술력답게 평범하게 움직이는 배는 아닐것이다.
아나스타샤들은 배 근처로 가기 위해 울타리 주변을 살폈다. 출입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외부와 차단하기 위해 만든 것인 듯, 출입구따윈 없었다. 거기다 울타리 근처엔 아무도 지키고 서있지 않고 비어 있었다. 그와 다르게 배 위에선 주변을 경계하는 감시병 한 명이 서 있었다.

"왠 놈들이냐!"

배 위를 감시하던 드워프 남성은 아나스타샤들에게 볼트 하나를 쏘았다.

"저희는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부탁은 무슨 부탁! 저리 꺼져!"

밖의 소란을 들은 이니고가 가방 안에서 외쳤다.

"뭐야, 무슨 일이냐?? 왠지 익숙한 목소린데…."

경계병은 이니고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 가방 안에 뭘 숨기고 있지? 공격 당하고 싶지않으면 당장 꺼내!"

'아, 거 참 조용히 있을것이지…!'

아나스타샤는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별 수 없이 이니고를 꺼냈다.

"별거 아니에요. 단순한 말하는 머리……."
"저건……!"

감시병은 이니고를 보고선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선 말도 끝까지 듣지 않은채 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야…."
"아아아! 저 드워프들 나 안다!"
"알고 있다고? 뭔 소리야?"
"저 녀석들 배의 엔진이 고장났다고 부품을 구하려 한참을 쓰레기장 근처에서 서성거리길래, 내가 조언을 좀 해줬지! 내가 혼자선 수리하기 복잡할거라고 나를 육지까지 데려다주면 도와주겠다 했는데, 드워프제 주제에 자기들의 기술력을 무시하냐며 코웃음 치더군. 하! 평생 섬에서 살아라, 썩을것들."
"엔진은 고칠 수 있는거 맞고?"
"당연하지! 자신들이 부품을 갈아끼운다며 다른 것들을 부숴놓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설마 저 녀석들을 도와줄건 아니겠지?"
"굳이 따지자면 쥐들을 도와주기 위해 쟤네도 도와줘볼까 해. 엔진만 고치면 배가 움직인단 소리잖아?"
"아니, 굳이 그런 쓸데없는 일을…!"

그 때, 선박 안에서 5명의 드워프들이 올라왔다. 그 중 장교로 보이는 갑옷을 두른 검은 머리의 여성이 소리쳤다.

"좋은 말로 할 때, 그 드워프제 머리를 내놓아라!"
"이거요? 왜…"

질문하기 무섭게 두번째 화살이 아나스타샤들을 스쳤다.

"답은 예, 아니오다."
"아,아니요…."

영문도 모른채 이니고를 빼앗길 수 없었다.

"좋아, 그럼 너희를 죽이고 가져가지!"



드워프 사수
1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순서 : +4
선원검 +5 vs 장갑 : 4피해
원.석궁 +5 vs 장갑 (근처 또는 멀리있는 적 1명) : 5피해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3

드워프 선원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선원검 +6 vs 장갑 : 5피해
원.석궁 +5 vs 장갑 (근처 또는 멀리있는 적 1명) : 4피해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3

드워프 장교
1레벨 리더 [인간형]
행동순서 : +3
선원검 +6 vs 장갑 : 5피해
우호적 : 드워프 장교가 상대의 공격으로 4이상의 피해를 입으면 모든 드워프는 다음 턴이 끝날 때까지 피해보너스에 +1을 받습니다.
체력 26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배치

________
| 선1 선2 |
| 사1 사2 |
| 장1 |
-------------

△△△△△
아나 클 바
코 모 아도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2), 바를로 (18), 장교 (11), 모리유 (8), 선원1,2 (8), 사수1,2 (8), 아도니스 (7), 클라인 (1), 코스모스 (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장교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일반행동으로 울타리 부숨, d20 (19)+근력 (0)+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이동행동으로 선박 접근.
장교, 우호적으로 동료들에게 사기를 심어 피해+1, 뒤로 이동.
모리유, 이동행동으로 선박 접근, 일반행동으로 선박 등반, d20 (5)+최고판정 (6)+레벨 (1) vs 어려움 (20) 실패.
선원1, 일반행동으로 함선의 증기 레버 작동, d20 (6)+최고판정 (6) vs 신방 (11) 성공.
모리유, 5피해.
선원2, 바를로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사수1,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사수2,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아도니스, 사수1에게 냉기광선, 창성학 사용, 명중 18냉기피해.
클라인, 이동행동으로 선박 접근, 일반행동으로 선박 등반, d20 (14)+근력 (4)+레벨 (1)+영웅 (2) vs 어려움 (20) 성공.
코스모스, 사수2에게 신앙의 투창, 명중 4신성피해, 이동행동으로 선박접근.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사수1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일반행동으로 선박 등반, d20 (20)+민첩 (3)+레벨 (1)+쥐잡이패 (5) vs 어려움 (20) 성공.
장교, 일반행동으로 함선의 증기레버 작동, d20 (11)+최고판정 (6) vs 신방 (15,11,14) 성공, 바를로,모리유,클라인 5피해.
모리유, 일반행동으로 선박 등반, d20 (13)+최고판정 (6)+레벨 (1) vs 어려움 (20) 성공.
선원1, 모리유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선원2, 바를로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사수1,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사수2,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6피해.
아도니스, 사수1에게 냉기광선, 명중 13냉기피해.
사수1, 전투불능.
클라인, 이동행동으로 장교 접근,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명중 8피해.
장교, 우호적으로 동료 드워프의 피해+1.
코스모스, 일반행동으로 선박 등반, d20 (9)+근력 (4)+레벨 (1)+모험가 (1) vs 어려움 (20) 실패.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사수2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명중 3피해.
바를로, 선원1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장교,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모리유, 선원1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선원1,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선원2, 바를로에게 공격, 명중 6피해.
사수2,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6피해.
아도니스, 사수2에게 냉기광선, 명중 8냉기피해.
클라인, 장교에게 근접공격, 강타 선언,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5피해, 강타 1추가피해.
코스모스, 일반행동으로 선박 등반, d20 (19)+근력 (4)+레벨 (1)+모험가 (1) vs 어려움 (20) 성공.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사수2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6피해.
사수2, 전투불능.
바를로, 선원1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장교, 클라인에게 공격,명중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실패.
모리유, 선원1에게 공격, 명중 4피해.
선원1, 바를로에게 공격, 명중 6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선원2,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아도니스, 선원2에게 냉기광선, 치명타 32냉기피해.
선원2, 전투불능.
클라인, 장교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3추가피해.
코스모스, 선원1에게 접근, 근접공격, 응징선언, 치명타 10피해, 응징 2추가피해.

고조주사위4
아나스타샤, 선원1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8피해.
선원1, 전투불능.
바를로, 장교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6피해.
장교, 전투불능.




드워프들은 배 위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따라서 저들을 공격하기 위해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나스타샤들의 앞의 울타리는 상당히 높았고 그냥 넘어가기엔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어 상처를 입기 십상이였는데, 바를로는 자신이 가진 덫 지식을 활용해서 울타리의 이음새 중 가장 약한 곳을 찾아냈다. 그 이음새를 무기로 몇 번 치자, 울타리엔 거대한 구멍이 생겼고 그 곳을 통해 경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자, 드워프들은 화살을 미친듯이 쏘아댔는데, 코스모스가 방패를 들고 앞장서서 선박 근처로 접근했다. 클라인과 바를로, 모리유도 그 뒤를 따랐다.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는 활과 냉기마법 주문을 통해 원거리에서 그들을 원호했으며, 그 덕택에 그들이 화살을 분산시켜 쏘느라 무사히 선박 근처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이 준비한건 경계쪽의 가시 울타리뿐이 아니였다.
몇 명이 자신들의 배 측면에 달라붙은것 같자, 선원 한명이 배의 머리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박에서 뜨거운 증기를 뿜기 시작했다.

"아악, 뜨거워!"

모리유와 코스모스가 하필이면 증기가 나오는 구멍 바로 앞에 있었던 바람에, 아래로 미끌어져 버렸다. 클라인과 바를로는 증기를 견디고 올라갔지만, 드워프들이 바로 공격해오는 통에 두 명이 올라올 수 있도록 도울 수 없었다. 하지만 클라인과 바를로를 상대하느라 그들 역시 더 이상 증기를 사용할 수 없는건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에 모리유와 코스모스도 선박 위로 올라왔고, 석궁을 쏘고 선원검을 휘두르는 재주밖에 없던 그들을 손쉽게 처리했다.

 

 


드워프들의 증기선

"음, 이 녀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대로 공격해서 배를 뺏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싸움이 끝난 후, 선박 아래에 있던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도 배 위로 올라왔다. 그들이 전부 올라온 것을 확인하자, 모리유는 강격책을 내놓았고 아나스타샤는 그 말에 동의했다. 직전까지는 그들도 섬에 갇혔다는 생각에 도와줄 심산이였지만, 지금은 자신들을 먼저 공격한 드워프들에게 특별한 동정심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면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순순히 나온다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 드워프왕 아래의 드워프들은 다른 종족들보다 자존심과 고집이 세니 어려울려나?'

"그러려면 배 안으로 들어가서 엔진을 마저 고쳐야겠지?"

마침 바를로가 배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고 있었다.

바를로 배 출입 기능판정 : d20 (8)+지능 (-1)+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실패

"흐음, 이 환기구는 완전히 용접되어 있군요. 남쪽의 환기구를 봐야겠군요."

바를로는 선박 위의 두개의 환기구 중 하나가 열리지 않자, 빠르게 다른 환기구로 발을 옮겼다.

바를로 배 출입 기능판정 : d20 (16)+지능 (-1)+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성공

"열렸습니다!"

바를로는 기쁜 모습으로 외쳤다. 그리곤 선박에 여기저기 널려 있던 로프를 고정시켜, 환기구 아래로 내렸다.

"저 먼저 내려갈테니 한 분씩 따라오시죠."

바를로 착지 기능판정 : d20 (6)+근력 (0)+레벨 (1)+쥐잡이패 (5) vs 보통 (15) 실패 5피해
아나스타샤 착지 기능판정 : d20 (16)+근력 (0)+레벨 (1)+뒷전 (4) vs 보통 (15) 성공
코스모스 착지 기능판정 : d20 (7)+근력 (4)+레벨 (1)+모험가 (1) vs 보통 (15) 실패 5피해
아도니스 착지 기능판정 : d20 (20)+근력 (0)+레벨 (1) vs 보통 (15) 성공
클라인 착지 기능판정 : d20 (17)+근력 (4)+레벨 (1)+기사단장 (2) vs 보통 (15) 성공
모리유 착지 기능판정 : d20 (12)+최고판정 (6)+레벨 (1) vs
보통 (15) 성공

바를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둠 속으로 제일 먼저 내려갔고, 그 때문에 착지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그 외에는 문제없이 전부 배 안으로 들어갔다.


배의 내부는 대부분 망가져 있었고, 한때는 웅장했을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들도 금속 골격이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흐릿한 시야는 쉿쉿하고 빠지는 증기 때문인지, 타오르는 횃불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배의 구석에는 부품 더미와 금속 부스러기가 일정한 배열을 유지하며 놓여 있었으며, 그 부품 사이의 명백히 손상 된 엔진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부상당한 짐승처럼 배의 중앙에서 큰 소리를 내며 뜨거운 증기 구름만 만들어 내고 있었다.

"메리덴이 당한건가?!"

매캐한 증기 속에서 작은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피어싱과 문신이 돋보이는 드워프였다.

"말도 안돼……. 이 녀석들 가만두지 않겠다!"

리더로 보이는 그는,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를 내뱉고는 뒤를 돌아 명령했다.
그의 뒤에는 그처럼 험악해 보이는 드워프 4명이 더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 석궁 저격수가 1명 더 숨어있어요. 다들 조심하세요."



드워프 뼈 분쇄자
1레벨 강적 [인간형]
행동순서 : +2
해머 +6 vs 장갑 : 5피해
강한 시작 : 드워프 뼈 분쇄자는 고조주사위가 2를 초과하기 전까지 피해에 +1d6 보너스를 얻습니다.
체력 28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드워프 싸움꾼
1레벨 강적 [인간형]
행동순서 : +2
머리 내려치기 +6 vs 장갑 : 4피해
순수 홀수 명중_드워프 싸움꾼은 1d6의 추가 피해를 입히며, 대상은 다음 턴이 끝날 때까지 멍해집니다.
체력 32 / 장갑 16 / 신방 14 / 정방 12

드워프 사수
1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순서 : +4
선원검 +5 vs 장갑 : 4피해
원.석궁 +5 vs 장갑 (근처 또는 멀리있는 적 1명) : 5 피해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3

드워프 선장
2레벨 리더 [인간형]
행동순서 : +3
선원검 +6 vs 장갑 : 5피해
우호적 : 드워프 선장이 상대의 공격으로 인해 4이상의 피해를 받으면 모든 드워프는 다음 턴이 끝날 때까지 공격판정에 +2, 피해에 +6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체력 35 / 장갑 18 / 신방 16 / 정방 12


배치

사수
싸1 싸2

뼈1 @ 뼈2
선장

바 아나 코
아도 클 모



행동순서 판정 : 싸움꾼1,2 (20), 뼈1,2 (14), 아나스타샤 (12), 사수 (12), 바를로 (10), 모리유 (9), 클라인 (8), 선장 (6), 아도니스 (4), 코스모스 (4)

싸움꾼1,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순수홀수명중 4피해, 2추가피해.
바를로, 멍해짐.
싸움꾼2, 코스모스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뼈1, 아나스타샤 접근, 공격, 빗나감.
뼈2, 아나스타샤 접근,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뼈1에게 쌍수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사수, 모리유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바를로, 멍함 극복판정, 판정실패.
모리유, 뼈1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클라인, 뼈2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선언, 빗나감 1피해, 강타 3추가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명중 12피해.
선장,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아도니스, 싸움꾼2에게 산성화살, 창성학 사용, 명중 40부식피해.
싸움꾼2, 전투불능.
코스모스, 자유행동으로 후광비춤, 뼈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짧은행동으로 자신 안수치료, 5회복.

고조주사위1

싸움꾼1, 바를로에게 공격, 순수홀수명중 4피해, 1추가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뼈1, 아나스타샤 공격, 명중 5피해, 강한시작으로 4추가피해.
뼈2,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뼈1에게 쌍수근접공격, 명중 6피해.
사수, 모리유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바를로, 멍함 극복판정 성공, 싸움꾼1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5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모리유, 뼈1에게 공격, 명중 4피해.
클라인, 뼈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명중 5피해.
선장,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아도니스, 싸움꾼1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뼈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2
싸움꾼1,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뼈1,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뼈2,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강한시작으로 2추가피해.
아나스타샤, 뼈1에게 쌍수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사수,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싸움꾼1에게 확실한 베기, 명중 6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섬.
모리유, 뼈1에게 공격, 빗나감.
클라인, 뼈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2추가피해.
선장, 클라인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5피해.
아도니스, 싸움꾼1에게 냉기광선, 명중 11냉기피해.
코스모스, 뼈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3
싸움꾼1,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뼈1,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뼈2,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뼈1에게 쌍수근접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이탈.
사수,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싸움꾼1에게 회피의 일격, 치명타 11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싸움꾼1, 전투불능.
모리유, 뼈1에게 공격, 명중 4피해.
클라인,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뼈2에게 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뼈2, 전투불능.
클라인, 선장에게 이어베기,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3피해.
선장,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아도니스, 사수에게 냉기광선, 명중 12냉기피해.
코스모스, 바를로에게 접근, 짧은행동으로 안수치료, 10회복, 사수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4
뼈1,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뼈1에게 물러서기, 판정실패, 쌍수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사수, 아도니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사수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5추가피해.
모리유, 뼈1에게 공격, 빗나감.
클라인, 선장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18피해.
선장, 우호화,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아도니스, 뼈1에게 접근, 색채분사, 3명에게 명중, 8정신피해.
뼈1, 전투불능.
사수, 전투불능.
선장, 전투불능.



아나스타샤들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드워프들을 하나씩 상대했다. 그들은 여느 드워프들처럼 힘이 뛰어났지만, 상대할만 했다. 다만, 엔진 뒤 부품을 엄폐물 삼고 석궁을 쏘아대는 저격수가 상당히 거슬렸다.

"하, 저 볼트가 진짜…."
"어딜 한 눈 파는거냐?!"

바를로가 볼트에 맞기 무섭게 대치중이던 드워프는 망치를 그에게 내리쳤다. 바를로는 맥없이 엎어졌다.

"바를로! 아도니스, 그를 엄호해줘요!"
"네!"

쓰러진 바를로에게 다시한번 그 거대한 망치를 내려치려는 순간, 아도니스는 창성학으로 증폭한 산성화살을 쏘았다.

"끄아아아악!! 뜨거워!! 으악!!!"

산성화살을 맞은 드워프는 부식 된 피부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다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그 모습에 다른 선원들이 주춤거리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피어싱과 문신이 가득한 험악한 인상의 드워프만은 달랐다.

"이 자식들아!! 그래서 드워프 왕의 부하들이라고 할 수 있겠냐!!"

그의 호통에 드워프 선원들은 무기를 고쳐잡고 다시 덤벼들었다.
코스모스는 달려드는 드워프를 방패로 밀쳐 넘어트리고 그대로 깔아뭉겠다. 그리고는 바를로에게 바로 달려가 안수치료로 그를 회복시켰다.

바를로가 깨어나자 수적으로 아나스타샤들이 우세해졌다. 코스모스가 동료들의 회복을 전담하고, 아도니스가 저격수를 상대해도 괜찮을만큼. 단순한 전투원밖에 없던 그들은 결국 금새 무너지고 말았다.


"끄흐윽…."
"싸우는걸 보니까 네가 선장인가?"

아나스타샤는 험악한 인상의 드워프 앞에 쪼그려 앉아 말을 걸었다.

"이제 대화할 마음이 생겼어?"
"젠장, 원하는게 뭐지?"
"이 배?"
"말도 안돼! 우리는 이 섬에 짱 박혀 죽으란 말인가!"
"그건 아니고, 20명 정도의 선원을 태우고 육지로 돌아가줬으면 하는데. 태울 자리는 남아 있어?"
"…그 정도면 자리는 충분하다. 하지만 엔진을 고쳐야해! 이건 평범한 선박이랑은 다른 석탄으로 가동되는 증기선이다. 고치는 방법을 아는건 이 배를 만든 드워프 기술자뿐이지. 근데 네가 가진 그 드워프제가 고치는 방법을 안다고 했어!"

가방 속에 있던 이니고가 큰 소리로 외쳤다.

"드워프제라고?! 웃기지마라! 난 인간이다!! 난 죽어도 안 도와줘! 흥!!"

그는 드워프들의 무시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 이니고 설득 판정 : d20 (17)+매력 (2)+레벨 (1)+뒷전 (4) vs 보통 (15) 성공

"우리가 이 드워프들에게 널 넘기고 그냥 떠나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으윽,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너희가 굳이 이 섬에 온 이유는 누군가 날 찾아달라 했기 때문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황제 폐하 밑에서 다시 일하게 해줄 수 있다는건, 너희가 황제의 부하일거란 소리고. 다시말해 황제 폐하께서 날 찾으신단 소리지! 너희도 내가 없으면 곤란할거 아니냐! 하하!"

아나스타샤가 사악한 표정으로 이니고를 들어올려 마주봤다.

"응, 아냐. 굳이 따지자면 제분기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지금은 아니지. 그렇죠, 아도니스?"
"물론이죠, 돌아간다면 저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거에요."
"뭐,뭐?! 아니, 아니아니, 그 것 때문에 찾은거래도, 그 얘기만 듣고 저 마법사가 혼자 만들 수 있을리 없지 않나?? 설계도도 만들고, 마법진도 개발하고, 거대한 기계라 일손도 필요할텐데 인맥없이 그걸 어찌하려고?!"
"음……, 말 안한게 있는데 아도니스는 궁정마법사야."

아도니스는 어깨를 으쓱이곤, 아나스타샤 대신 말을 이었다.

"지금은 관두고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오긴 했지만 말야. 이미 제시 된 아이디어를 구축하는건 어려운 일은 아니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일손도, 설계도 도와줄 사람은 구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뛰어난 이들로. 제자들도 있고."
"구,궁전 마법사님이라고…?"
"아, 너는 연구부서에만 있어서 만날 기회가 없어서 몰랐나? 난 네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말야. 제국을 위해 오크두령을 처리하기 위한 마법함정을 설계하고 순직한 영웅이라고 말이야."
"여,영웅……."
"근데… 뭐, 내가 잘못 알았나봐. 원래 소문이란건 부풀기 마련이잖아? 사실은 연구부서에만 있던게 아니라 다른 개인적인 일을 하느라 바빠서 마법청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던 것 같네. 거기다 생각보다 영웅보다는…"
"아니아니! 하하, 무슨 소리십니까. 어떤 물건을 만들어 누구에게 전달했는가, 그런 것들은 전부 따로 정리해 황궁에 올릴 생각이였습니다. 황궁에 소속된 제게 개인적인 연구가 어딨겠습니까! 아시잖습니까~ 마법사들의 연구에 드는 비용보다 받는 수입이 적다는 것 쯤은. 그런 일들은 먹고 살기 위한 부업이였죠. 큼큼, 제국을 위해 이런 엔진 고치는거나, 아도니스님을 도와 제분기를 만드는게 제 의무 아니겠습니까! 맡겨만 주십쇼!"

'갑자기 존댓말…. 아도니스를 업고 출세가도를 타보겠다는건가. 속이 훤히 다 보이는구만.'

아나스타샤는 헛웃음을 내뱉고는 드워프들을 보며 말했다.

"들었지? 이 녀석은 황제 폐하 밑에서 일하는 녀석이라 데려가는건 안돼. 하지만 배를 고치는건 도와줄 수 있어. 대신 쥐 선원들을 태워줘야 하고. 그뿐이야."
"…승낙하겠다. 드워프왕께서 하사하신 이 배가 고쳐지는 것만큼 당장 급한건 없지."

그로써 아나스타샤들은 드워프들의 증기선을 수리하는데 착수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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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4

TRPG/제 13시대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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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업자득 (自業自得)
자기가 저지른 일의 과보가 자기 자신에게 돌아간다.



 

초라한 만찬 위의 소원

"사과의 의미로 차린건 없지만 많이들 먹으렴."

모리유의 말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정말 건조시킨 해초 몇 개와 맥주가 전부였다.

"맥주에 독 같은건 안 탔으니 걱정말거라."
"아니, 그건 아니고…. 식량은 없으면서 잘도 술은 있네 싶어서. 이쪽이 더 구하기 힘들지 않나."
"간단하단다. 우린 콩코드로 가는 '쥐'라는 무역선이였기 때문이지."
"……어쩐지 해적치고는 전투 실력이 영…."
"흐음, 우리도 바다를 누비면서 어느정도 잔뼈는 굵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보구나."

아나스타샤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음, 꽤 괜찮은 맥주잖아? 드워프제라도 수입하고 있었나보지?"
"하, 아가씨. 잘 아는데? 이 맥주로 우리가 고향에서 돈 좀 만졌지."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백발의 중년 노움이 신이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표류당해서 이젠 전부 빚이지……."

배 밖의 싸움에서 제일 먼저 쓰러져 입을 놀리던 하플링 남자의 중얼거림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클렌데논! 분위기를 이 따위로 만들어야 겠냐!"
"해스크, 사실이잖느냐."
"하지만 선장……!!"
"그래도 지금은 영원히 갚지못할줄 알았던 빚을 어떻게든 갚을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지."
"하,하,하. 빚을 진게 이렇게 행복할줄이야…."
"하, 속도 좋으시지."

그렇게 다시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클렌데논이라는 하플링 남자는 다시 한번 분위기를 뒤집어 놓았다.

"그래서 선장 대리인 모리유가 자리를 비우면 누가 우리를 통솔하지?"
"뭔……. 얼마나 자리를 비운다고 통솔 타령이야?"

다른 쥐 선원들은 그를 정말 귀찮아 했지만 해스크라는 하프오크는 더 했다. 귀찮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았다. 사사건건 지적을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선장이 없는 배라니, 상상도 할 수 없잖아! 누군가는 임시라도 선장 대리를 맡는게 좋지 않겠어?"
"너, 또 그 소리냐! 지겹지도 않은건지."
"애초에 당신이 '부선장 대리' 아닌가요? 부선장이 있음 됐지 뭣하러 선장의 대리의 임시를 만드는건가요?"

듣고 있던 바를로가 정확한 지적을 했다.

이들의 진짜 선장과 부선장은 배가 표류될 당시, 바다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배를 지휘해 항해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따라서 항해사인 모리유가 선장 대리를 맡는것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단 한 명, 클렌데논만 제외하고.
일등 선원이였던 클렌데논도 항해를 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 였지만, 그러기에 그는 부하들에게 신뢰가 부족했다. 그나마 밀어주던 이들이 선장과 부선장이였는데 그들이 없는 지금,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럼에도 모리유는 그의 실력을 높이 사, 부선장 대리로 추천했다. 모두들 반발했지만 모리유의 설득에 나름대로 납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클렌데논은 부선장 대리도 성에 차지 않았다. 이대로 육지에 돌아가는 것에 성공하면, 만에 하나의 경우로 선장과 부선장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모리유가 진짜 선장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왜 선원들이 차기 부선장, 그리고 선장이 될 일등선원인 자신이 아니라 모리유를 따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기도 맡기만 한다면 자신있는데 말이다.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잖아?"
"꼭 선장이 잘못되길 바라는 것 같다?"

모리유는 클렌데논의 말에 그저 호탕하게 웃을 뿐이였다.

"하하하! 그래, 선장이 하고 싶으면 하거라. 내가 없는 동안 배와 선원들을 잘 돌봐줘야 한단다. 그래, 임시 부선장 대리는 웨호이가 맡는게 좋겠다."
"예? 갑자기 저요?"
"너만큼 감정에 안 휘둘리고 잘 보조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
"하이고, 거 참.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임시 부선장 대리를 맡게 됐잖아, 클렌데논 양반."

하지만 클렌데논은 임시 선장 대리가 되었단 것에 기뻐 다른 사람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것 같았다. 그는 그 이후로 더 이상 사사건건 시비를 걸지 않았고, 아나스타샤들은 먹을 것은 없었지만 쥐의 선원들과 즐겁게 마시며 하루를 보냈다.

아나스타샤들은 쥐들과의 술 파티가 끝나고, 잠자리를 안내받았다. 낡은 해먹은 몸 전체를 감싸, 끊어질 듯 말 듯 위태로웠다. 해먹 사이를 가린 건조된 해초를 걷어 다른 사람들을 보아하니, 다들 비슷한 상태에서 잘 자는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는 더 이상 염려하지 않기로 했다.

잠이 들기까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정리했다. 아직 찾지못한 이니고 샤프, 섬에 안전하게 정착하고 싶어하는 고블린들과, 육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쥐의 선원들. 고블린들이야 이들과 남쪽의 이들이 육지로 돌아간다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이니고를 그들이 데리고 있는게 맞다면 아나스타샤들의 임무도 해결되겠지. 하지만 쥐의 선원들…….
그들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이 저주받은 섬에 쥐들을 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 어짜피 구조선을 보낼텐데도.

'부디 남쪽에 정박한 사람들에게 움직일 수 있는 배가 있기를…….'

그는 남몰래 소원했다. 아마 아나스타샤말고도 다른 이들도 같은 마음일것이다.


 

코끼리 물범

"으……. 이게 뭐야."

쥐의 난파선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는 대부분 황량한 해초 평지였는데, 그 북쪽 끝에 눈에 띄는 산이 존재했다. 굳이 가까이 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쓰레기 더미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으니까.

자연적으로 생긴 쓰레기 산은 아니였다. 적어도 이 해조류 섬에 머무른 누군가 중엔 범인이 있을 것이다.

"누가 그랬던 나에게 시간이 없는게 범인에게는 다행이겠네. 난 쓰레기를 만드는 것도, 아무데나 버리는 것도 별로 안좋아하거든."
"…일단 우린 아니라고 말하고 싶구나."

모리유가 아나스타샤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그러기에는 쓰레기들 사이에서 쥐의 상징이 새겨진 천이 언뜻 보였지만 애써 모른척 해주기로 했다. 쥐의 선원들이 저 쓰레기 산을 만드는데 한 몫 했겠지만 전부 한 그룹에서 나온 양은 아닐테니까.

아나스타샤들은 쓰레기 산에서 떨어져 발길을 돌렸다.

"………!……!!"
"저 쓰레기더미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클라인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쓰레기 산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아, 섬에서 나가기 싫지 않냐는 소리가 들리긴 하죠."
"아뇨, 그런 소리는 아닙니다."

클라인은 상당히 진지해 보였다. 여러가지 소리로 혼란스러웠던 아나스타샤는 정신을 쓰레기 산 쪽으로 집중시켰다.

"……!!………!"
"정말 뭔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흠, 그럼 제가 마법을 써서 쓰레기 더미를 치워볼까요?"
"청소 마법이라도 있어요…?"
"아뇨, 굳이 정확히 따지자면 염동력을 써서 치우는거에요. 의식주문으로 증폭시키면 될 것 같은데, 어려운 주문도 아니고 의식재료는 남아 있으니까 바로 할 수 있어요."

쓰레기 속을 뒤지기 싫었던 아나스타샤들은 마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도니스는 준비를 위해 쓰레기 더미 근처에 마법진을 그리려 할 때였다.

뿌에엑-!

"응??"

쓰레기 더미의 남쪽에서 햇빛을 쬐고 있던 코끼리 물범이 화난듯한 경고를 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 수는 총 5마리.
물범은 코끼리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거대한 몸을 이끌고 다가왔다. 그리곤 아나스타샤들을 쓰레기 더미쪽을 중심으로 포위했다. 그것들의 엉덩이에는 진흙과 기생충으로 보이는 거대한 곤충이 달라붙어 있었다.

"으……. 저것들과는 쓰레기 더미만큼이나 맞서기 싫은데."
"하지만 밀치고 지나가기엔 코끼리 물범은 덩치뿐만 아니라 상상이상으로 힘이 강하단다. 제일 작은것도 1t정도 될텐데?"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기생충을 신경 쓸 때가 아니란 소리네. 빨리 쓰러트리죠."



코끼리 물범
평범한 이 4 ~ 5 톤의 짐승은 자신의 영토를 침입하면 매우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쓰레기 산은 그들의 영토입니다.
1레벨 강적 [짐승]
행동순서 : +3
몸통박치기 +9 : 5피해.
순수 16+_공격 대상과 계속 교전하는 동안 코끼리 물범은 근처에있는 다른 상대에게도 3피해를 입힙니다.
돌연변이 : 이 코끼리 물범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비틀 거림에 대한 반응으로, 긴 돌연변이 코끼리 코를 펼치고 끈적거리고 유독한 고름을 뿌립니다.
근.코끼리 물범 고름 +9 vs. 신방 (비틀거리는 체력) : 5지속 독 피해 및 혼란 (둘 다 극복 가능)
제한사항_전투당 1회, 자유 행동으로 사용가능.
체력 27 / 장갑 14 / 신방 11 / 정방 8


배치

코1
코2
클 모
코3
아나 쓰렉 아도
코5
코4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7), 아도니스 (21), 바를로 (20), 코스모스 (13), 클라인 (12), 물범1~5 (12), 모리유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물범3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물범5에게 냉기광선, 창성학 사용, 명중 14냉기피해.
바를로, 물범5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8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코스모스, 물범4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12피해.
클라인, 물범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물범1,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5피해.
물범2, 클라인에게 공격, 5피해.
물범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물범4, 코스모스에게 공격, 5피해.
물범5,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물범3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1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범5에게 물러서기, 판정실패, 근접공격, 명중 6피해.
물범5, 전투불능.
바를로, 물범4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빗나감 1피해, 암습 6추가피해.
코스모스, 물범4에게 근접공격, 명중 10피해.
물범4, 전투불능.
클라인, 물범2에게 근접공격, 명중 6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남.
물범1, 클라인에게 접근, 5피해.
물범2, 아도니스에게 접근, 5피해, 순수 16이상 명중, 클라인에게 3피해.
물범3,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5피해, 순수 16이상 명중, 코스모스에게 3피해.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물범3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아도니스, 물범2에게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색채분사, 4명에게 명중 12정신피해.
바를로, 물범3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명중 11피해, 암습 1추가피해.
물범3, 전투불능.
코스모스, 물범1에게 접근, 근접공격, 응징선언, 빗나감 1피해, 응징 5추가피해, 자유행동으로 후광비춤.
클라인, 물범1에게 근접공격, 명중 12피해.
물범1, 전투불능.
클라인, 자유행동으로 이어베기, 명중 13피해.
물범2, 전투불능.




물범의 육중한 몸은 한 명을 상대하면서도 꼬리를 이용해 근처의 다른 이들에게도 피해를 주었고, 때때로 무게에 밀려 물 속으로 빠지기도 했다. 덕분에 전투가 끝나있을땐, 상처때문이 아니라 진흙과 오물, 바닷물로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역사상 이렇게 찝찝한 전투는 얼마 없을거에요."
"쓰레기장 뒤지는건 미루고 근처 해변에서 대충 오물을 씻어내고 옷을 말리는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솔직히 한 시가 급한건 아니였기 때문에 모두들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하고, 짧은 휴식겸 해안가로 향했다.

 

 


이니고 샤프

"그럼 의식을 할게요."

아도니스 의식마법 발동시간 : 1d4(3)분


쓰레기 산을 중심으로 원을 하나 그리고, 그 아래에 마법진을 하나 그린 아도니스는 몇 분간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마법을 쓰던 여느 때처럼, 마법진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오……."

아도니스의 의식을 처음 보는 모리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쓰레기 산을 이루는 쓰레기들은 하나씩 공중에 뜨기 시작했기 때문이였다.

"응? 아무것도 없는데?"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공중에 뜬 쓰레기와 잡동사니들 사이에 '목소리가 날 만한 무언가'는 없었다.


"그 대신에 팔면 돈이 될만한 골동품은 있긴 하군요."

전리품 : 20gp 정도의 값어치 있는 골동품 5개(작은 보석 박힌 성배, 작은 보석 박힌 악세서리함, 은제 거울, 금색 술잔, 은제 회중시계)

바를로는 그 와중에도 공중에 떠 있는 작은 보석이 박힌 성배를 낚아챘다.

"어딜 보는거냐! 날 봐! 여기 있잖아!"
"으허억?!?!"

물건을 낚는 중 청동 머리 하나가 말을 시작하자, 바를로는 놀린 자빠졌다.


"뭘 그렇게 놀라는게야!"

청동머리는 금속으로 된 눈을 소켓 안에서 데굴데굴 굴리고, 입을 위아래로 딸깍거리며 유령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청동 머리 안에서 울려퍼지는게, 꼭 축음기를 틀어놓은 것 같았다.
마법을 쓰던 아도니스 역시 말하는 청동머리에 당황해 집중력을 잃어 그대로 마법사의 손을 응용한 염동력 마법이 끊겨버렸다. 수많은 쓰레기들이 다시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고, 청동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으아아악!! 나 죽네!"
"뭐야, 저 머리는??"

바를로는 떨어지는 머리를 붙잡았다.

"아, 저거……."

모리유는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시끄러워서 가져다 버렸는데 아직도 움직이는구나. 건전지가 남아있나?"
"건전지라니! 그러고보니 너 그 해적 두목이잖아! 나한테 이렇게 대하고도 무사할 것 같느냐!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재 발명가이자 건축가이자 기술자이며, 당대에 둘도 없는 연금술사와 마법사인 이니고 샤프라고!"

두서가 길긴 했지만 단 하나는 똑똑히 들려왔다. 이니고 샤프. 아나스타샤는 놀라, 바를로가 안고있는 청동머리에 다가갔다.

"네가 이니고 샤프라고??"
"너희가 찾던 이니고 샤프가 깡통이였니? 난 사람인줄 알았는데."

모리유의 말에 아나스타샤가 답했다.

"아니, 기계인이라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그는 인간일거야."
"그럼 저 깡통 머리가 헛소리를 하는거겠구나. 어디 녹음장치라도 틀어놓은건가?"
"헛소리! 내가 이니고 샤프가 맞다! 난 인간이라고!!"
"네가 인간이라고? 어딜봐도 몸을 잃어버린 기계인이잖아."
"으윽…, 이 몸은… 그저 임시일뿐이다!"
"흐음, 이것도 이니고가 만든 발명품 같은걸까요?"
"내 말을 무시하지마!!!"

아도니스의 말에 머리는 버럭 화를 냈다. 물론 얼굴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그래, 네가 이니고 샤프라 치고, 그럼 인간인 이니고가 왜 이렇게 된건데?"

아나스타샤의 질문에, 그는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능력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언제나 못마땅해 했다. 황제 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땐, 이제야 자신이 크게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존경과 대우를 받을거라 생각했지만 돌아오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초라한 삶과 허망함밖에 없었다.

이니고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크게 인정받고 유명해질까 생각했다.
어쩌면 황제와 그의 부하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부업으로 다른 표상들을 위해 발명품을 만들어주며 연을 쌓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고객들과의 관계는 항상 비슷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크게 인정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가 실망하는 식의 반복일뿐이였다. 결국 그에게 돌아오는 건 자신에 대한 환멸뿐이였다.
그러다 그는 불사의 연구를 완성시키면 그땐 정말 누구도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그는 사비를 털어 액시스 바깥에 자신만의 연구실을 만든 다음, 그 곳에서 내 영혼과 의식이 죽지않고 금속 골렘의 몸에 이동할 수 있는 불멸 장치를 연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불사 연구를 위한 자금이 황궁에서의 돈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대사제나 투장 등 물불 가리지 않고 의뢰를 받았으며, 때로는 악한 표상들에게 파괴적인 발명품을 만들어주고 때로는 그 발명품에 대항할 무기를 개발해주기도 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는 오크두령의 부하에게 제국을 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주고, 제국에는 그것에 대항하는 마법함정을 만들어준게.

때문에 오크두령은 큰 전력 손실을 입었다. 결국 오크 두령의 부하가 그의 연구실을 습격하기에 이르렀다.
이니고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불안정한 상태임에도 부랴부랴 미완성인 영혼을 옮기는 기계를 작동시켰고, 그의 육신은 죽고 영혼은 황동 머리로 옮겨졌다. 다행히도 오크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떠났지만, 미완성이다보니 나머지 신체 부분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연구실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 찰코라는 연구실의 막내 조수가 학살이 벌어진 연구실을 방문했고, 그는 이니고가 황동머리에 갇힌것을 알게됐다. 이니고는 자신을 위해 찰코에게 몸을 만들 것을 명령했지만, 그가 이니고의 머리를 다른 표상들에게 팔아 돈을 벌기로 작정하면서 일이 벌어졌다.
이니고는 화를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하지만 찰코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니고는 자신을 위협할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팔려가진 않았다. 결국 찰코의 계획은, 끔찍한 폭풍이 그의 배를 침몰시키며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바다에 가라앉은 그와 달리, 이니고는 이 기계 머리의 혁신적인 부력 덕분에 스트랭글 해역의 어느 섬에 표류할 때까지 파도를 따라 흘러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도착한 것이 이 섬이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섬에 갇혀 옴짝달짝 못하고 있을 때, 섬이 소란스러워 졌다.



"…그러다 얼마 후 저 해적 녀석들 손에 주워져서 공처럼 발로 채이다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여기 버려졌지. 빌어먹을 놈들!"
"그래서 결국 죽었다는거지?"
"내 말을 뭘로 들은게야! 영혼을 옮겼다고 하지 않았냐!"

이니고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역정을 냈다.

"하지만 영혼을 옮기다니, 흑마법이 아니고서야 그런게 가능하긴 해? 솔직히 내가 보기엔 의식 복제에 가까워 보이는데."

아도니스의 말에 이니고는 잠시 말문이 막힌 것처럼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큰 소리 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 있고, 생각을 하는데! 죽었을리가 없지 않느냐, 죽었을리가!"
"…그렇다고 해줄게."

아도니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자업자득이네. 오크들의 습격을 받은건 어쩔 수 없었다 쳐도, 피리긴에게 언질을 했다면 그가 도와줬을 수도 있잖아? 그는 당신이 자신을 두고 도망쳤다고 생각했던데."
"……원래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는거지. 뭐가 불만인게야!"

아나스타샤는 바를로에게서 이니고를 빼앗아 발로 뻥 찼다.

"으어어아악-! 뭐하는게냐!!"
"이거 그냥 두고 가자. 진짜 이니고는 어디 다른데 있겠지."

아나스타샤는 경멸의 눈빛을 내비치며 뒤를 돌았다.

"아, 아니, 어딜 가는것이야! 날 찾으러 온 게 아니냐?! 거기 서라!!"

다른 이들도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아나스타샤를 따라나섰다.

"가, 가지말래도! 돌아와! 아, 그래!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다고!"

아나스타샤는 이니고가 굴러간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래, 그래…, 나는 오크가 침입한 날 피리긴을 저버리긴 했다. …하지만 아군마저 완벽하게 속여야지만이 적들이 날 찾지 못할 것 같았어. 그 당시 적이 많았던 나에겐 그런 방법밖에는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이 마저 돌아섰다.

"아니, 잠깐만! 저,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어찌하면 되겠는가? 그, 그래, 피리긴에게 가서 용서도 빌겠다!"

아나스타샤는 크게 한숨을 내뱉더니 돌아와서 이니고 샤프를 주워들었다.

"피리긴이 사과는 필요없고 다신 자기 앞에만 나타나지 말랬어. 그러니까 사과는 됐고, 앞으로 다른 악한 표상들에게 제국을 안 팔아넘긴다고 약속하면 황제 폐하 밑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뢰 데려다 줄게."
"저, 정말인가? 당연하지! 당연하고 말고! 다시는 과한 욕심은 안 부리도록 하겠다!"

이니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가방 안에 그의 머리를 쑤셔넣었다.

"으윽, 여긴 너무 좁잖아…!"
"참아, 넣을데가 여기밖에 없어."

그런 그들을 모리유는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설마 너희들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우리를 나몰라라 하겠다는건 아니겠지?"

'그렇구나. 이니고를 찾았으니 고블린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지만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그렇다고 쥐 선원들까지 모른척하기엔….'

"도와준다고 했으면 끝까지 도와야지. 남쪽에 있다는 사람들한테 계속 가자."
"약속을 잘 지키는 믿음직스러운 아이군. 정말 고맙구나."

모리유를 돕는다는 소리에 아나스타샤의 가방 속에서 이니고가 꽥꽥대기 시작했다.

"뭐라고? 지금 당장 돌아가는게 아닌거냐?? 설마 저 해적을 돕겠다고 이러는건 아니겠지?!"
"해적이라니, 너무한데? 깡통머리야, 나는 평범한 항해사란다."
"깡통?? 까~앙~통???"
"아, 거 참. 이니고,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요. 두고 가기 전에."
"으으으……!!!"

어쩐지 가방 안에서 스팀이 느껴지는 기분이였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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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3

TRPG/제 13시대

202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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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의지는 도적의 손이 미칠 수 없는 재보다.
-에픽테토스


 

물건은 함부로 주워오는게 아니다

아나스타샤들은 바로 섬의 중앙을 가로질렀다. 섬의 안쪽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고 그저 해초, 해초, 그리고 해초가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해조류들 사이에서 금속 막대기 하나가 있다면, 누구든 그 물건을 향해 갔을것이다.
그 금속은 이상할 정도로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해초 사이에 박혀있었다.

"칼날……?"

아나스타샤는 그 금속을 조심스럽게 집어들어 살폈다. 칼날 모양의 금속은 시계 태엽이 돌아가는 것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건, 약하기는 하지만 악귀 대항 무기군요."

코스모스가 칼날의 정체를 꿰뚫어봤다.

"이런게 여기 왜…. 바다에 흘러들어 온 건가?"
"이니고가 투장의 임무도 맡았었다고 했었죠. 이 칼날, 시제품 같은게 아닐까싶습니다."

투장이란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악귀에 대항하는 무기를 원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대 사제나 투장, 황금 거룡의 추종자들.

"이니고가 여기를 지나갔었나 보네요."

아나스타샤는 혹시 쓸모가 있을까, 칼날을 챙기려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칼날을 뽑은 부분의 바닥이 거품을 일며 메꿔졌다.
그 모습에 도착할 당시 싸웠던 해초 괴물이 떠올랐다.

아나스타샤 관찰 판정 : d20 (9)+지능 (1)+레벨 (1) vs 보통(15) 실패

바닥은 거품이 일기만 하고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식물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랬기에 마음을 놓았다.

"아나스타샤, 그 칼날 버리십시오!"

위험한 쪽은 바닥이 아니라 칼날이였는데.

칼날에는 바닥과 같은 거품이 묻어있었다. 그리고 그 크기는 점점 커져 사람의 형상을 띄어갔다.

 



곰팡이 군집
1레벨 강적 [식물]
행동순서 : -1
포자 강타 +6 vs 장갑 : 6피해.
버섯 해부학 : 체력이 0이 되면 곰팡이는 자신에 관여하는 모든 상대에게 2d6 피해를줍니다. (플레이어에게 전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구조적으로 불안정 : 곰팡이 집합체는 치명타에 의해 즉시 죽습니다.
체력 28 / 장갑 17 / 신방 14 / 정방 11
내던지는 곰팡이
1레벨 궁수 [식물]
행동순서 : -1
포자 강타 +5 vs 장갑 : 4피해.
원.독성 포자 안개 +7 vs. 정방 (근처의 무작위 적 한 명) : 4피해, 대상이 스트랭글 해역에 의해 저주를 받은 상태면 혼란스러워 집니다. (쉬운 극복 판정)
버섯 해부학 : 체력이 0으로 감소하면 플링거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상대에게 2d6 피해를줍니다.(플레이어에게 전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구조적으로 불안정 : 곰팡이 플 링거는 치명타로 즉시 죽습니다.
체력 28 / 장갑 17 / 신방 14 / 정방 11
성장하는 곰팡이
1레벨 조무래기 [식물]
행동순서 : -1
포자 타격 +6 vs 장갑 : 4피해
버성 해부학 : 체력이 0으로 감소하면 성장은 자신에게 관여하는 모든 상대에게 1d3 피해를줍니다.(플레이어에게 전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체력 4 / 장갑 16 / 신방 14 / 정방 11


배치
성2성6 던1
성1
아나 성5 클 바
성3 아도 성4 던2




행동순서 판정 : 클라인 (20), 아나스타샤 (18),내던2 (18), 아도니스 (12), 코스모스 (13), 바를로 (9), 성장1~6 (9), 군집 (9), 내던1 (6)
기습
성장1,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내던2, 포자안개, 아도니스에게 명중 4피해.

클라인, 성장5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6피해.
성장5,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클라인에게 1피해.
성장4, 2피해 받음.
아나스타샤, 이동행동으로 성장1에게서 물러서기, 판정실패, 성장1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7피해.
성장1,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아나스타샤에게 1피해.
성장2, 3피해 받음.
내던2, 포자안개, 클라인에게 명중 4피해.
아도니스, 군집에게 냉기광선, 창성학으로 증폭, 명중 18냉기피해.
코스모스, 성장6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1피해.
바를로, 내던1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10피해, 기세획득, 뒤로 물러남.
성장2,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성장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성장4,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성장6,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명중 4피해.
군집,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명중 6피해.
내던1, 바를로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1
클라인, 성장4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명중 14피해.
성장4,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클라인에게 2피해.
성장6,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코스모스에게 3피해.
성장2,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아나스타샤에게 1피해.
성장3,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아나스타샤에게 1피해.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군집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내던2, 포자안개, 바를로에게 명중 4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군집에게 냉기광선, 명중 9냉기피해.
군집,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아도니스에게 6피해.
아도니스, 비틀거림.
코스모스,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이동행동으로 아도니스에게 접근, 짧은행동으로 아도니스 안수치료, 4회복, 내던2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1피해.
바를로, 내던1에게 확실한 베기, 치명타 1피해.
내던1,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전투불능, 버섯 해부학으로 바를로에게 7피해.

고조주사위2
클라인, 이동행동으로 떨어짐, 내던2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1피해.
아나스타샤, 내던2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내던2, 포자안개, 바를로에게 명중, 4피해.
바를로, 비틀거림.
아도니스, 이동행동으로 떨어짐, 내던2에게 냉기광선, 명중 8냉기피해.
코스모스, 내던2에게 신앙의 투창, 명중 5신성피해.
바를로, 이동행동으로 뒤로 물러섬, 내던2에게 비도, 치명타 11피해.
내던2,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전투불능.




거품은 곰팡이의 그것처럼 거무튀튀하게 피어올랐다. 칼날에서 피어오른 곰팡이는 아나스타샤에게 달라붙어 포자를 퍼트렸다.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돌리고 숨을 참은 상태로 자신의 무기로 곰팡이를 긁어냈다. 끈질긴 것과는 다르게 곰파이들은 맥 없이 쓰러져 나갔다.
다른 곰팡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한 크기 차이일 뿐, 금새 하나 둘 사라지고 마지막 형태를 지닌 곰팡이마저 쓰러트렸다.
아나스타샤들은 싸움으로 떨어진 무기를 줍고 포자를 닦아내었다.

"으으, 무기에도 곰팡이 필라."

아나스타샤는 검을 신경질적으로 닦으며, 문제의 원흉이였던 악귀 대항 칼날을 바닥에 던졌다.

"오오, 그래도 수확은 있군요."

와중에도 바를로는 곰팡이들 사이에서 나온 금화를 발견해 콧노래를 불렀다. 그리고선 다른 이들의 손에 각각 쥐어주었다.

"곰팡이 핀 돈을 꼭 가져가야할까?"
"제가 손수건으로 박박 닦았습니다. 좋은건 나눠 가져야죠."
"꼭 이럴때만 나눠가지지."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돈을 건네받았다.

"그흑!"

갑자기 영문모를 소리에 아나스타야들은 다시 무기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곰팡이들이 사라진 곳의 바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또 곰팡이들인가…!"

하지만 나온 것은 곰팡이로 옷이 누덕누덕해진 특이하게 생긴 고블린이였다.

"عشت بفضلك. شكرا."
(살려줘서 고맙다, 인간.)

하지만 아나스타샤들 중에서는 고블린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그들이 말을 못알아 듣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공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맙다, 인간. 나는 이 곰팡이들 사이에서 갇혀 있었다. 덕분에 빠져나왔다."
/
그의 이름은 글라라로, 이 섬의 주민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처럼 섬의 침략자를 해치우기 위해 섬을 돌아다녔고, 그러다 이 곰팡이 구덩이에 잘못 빠져 곰팡이의 포자에 잠식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꽤 오랫동안 섬을 방황하는 망령 마냥 캠프로 돌아가지 못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아나스타샤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며, 원래는 섬의 침략자들은 전부 제거하지만 아나스타샤들만큼은 예외로 자신의 동료들에게 좋게 말해주겠다고 했다.

아나스타샤들은 그가 말하는 고블린 캠프에 가면 이니고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 단서 없이 섬을 돌아다니는 것보다야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테지.

"좋아요, 캠프까지 같이 가요."


고블린 캠프는 곰팡이 구덩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커다란 배 한 척이였다. 배는 형태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 섬 위에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올라와 있어 기괴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생선 뼈가 흩뿌려진 그 주변에는 썩은 벤치와 낡은 두 개의 테이블이 해안을 따라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캠프'에는 3개의 모닥불이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었는데, 그 앞에 몸을 떠는 고블린 같은 인영들이 모여있었다. 바닥은 수면과 인접해 있어 축축한데도 어떻게 불을 피운 것인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 강철판 위에 불을 피워 습기로부터 보호한 거겠지.
배의 모습을 보고는 글라라는 흥분한 것처럼 씩씩거렸다. 오랜만의 집이라 반가운 모양이였다.

캠프에 가까워지자 인영의 모습이 확실해졌는데, 그제서야 그들이 평범한 고블린들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오싹해질 정도로 기괴하게 생겼는데, 물갈퀴가 달린 손을 가지고 있었고, 주름진 산호 장식의 머리 볏이 달려있었으며, 눈은 물고기와 흡사하며 몸 여기저기에는 비늘이 나 있었다.
단순히 글라라가 오랜 시간동안 곰팡이 속에 있으며 '변질'되어 특이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들의 보편적인 모습이였던 것이다.

고블린들은 저음의 걸걸한 목소리로 서로를 향해 무언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나스타샤들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멀지 않은 곳에 위험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려 경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바다에서 올 법한 위협보다는 섬 안쪽에서의 습격을 더 두려워 한건지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설치한 것 같았는데, 계속 저렇게 경계한다면 아사스타샤들이 다가가지 않아도 금방 눈치 챌 것 같았다. 그런다면 경계심 많고 호전적인 고블린들은 아나스타샤들을 바로 공격할테지.
하지만 아나스타샤들에겐 그다지 싸워야 할 이유같은건 없었다. 오히려 그들과의 '대화'에 성공하는 쪽이 이니고 샤프를 찾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저들이 공격해오기 전에 우호적으로 접근하는게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글라라의 존재는 정말 도움이 되었다.

"그륵, 그르르…. 인간, 인간이다!"
"무슨 일인가, 인간."

다행히도 이 고블린들 역시 공용어를 할 줄 알았다. 경계하는 그들 사이에서 거대한 물고기 뼈를 갈아 만든 목걸이를 한 마술사 복장의 여성형 고블린이 제일 먼저 나섰다.

"رئيس ، هذا جلارا. لقد عد!"
(수장님, 접니다. 돌아왔어요!)
"إنها جلالا. أين كنت حتى الآن؟"
(아니, 글라라잖아. 어디 있다 온 거야?)

글라라가 다가서자 경계심이 한꺼풀 벗겨진채 그를 맞이했다.

"لقد أنقذني هؤلاء البشر من أكل الفطر."
(곰팡이에 먹혀 있었어요. 이들이 절 구해줬습니다.)

글라라가 아나스타샤들 쪽을 가리키며 무어라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마술사 복장의 여자 고블린은 아나스타샤들에게 다가왔다.

"섬 밖에서 온 인간들은 전부 침략자다. 하지만 눈감아 주겠다. 나가라."
"저희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이것만 도와주시면 안되나요?"

"كابتن ، سأطلب منك أيضًا."
(수장님, 저도 부탁드릴게요.)

아나스타샤의 말에는 꿈쩍도 안하던 그가 글라라의 말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말해라, 인간."
"이니고라는 마법사 복장을한 나이든 인간 남성인데 보신적 있으신가요?"
"남자를 찾으면 섬에서 나갈건가?"
"물론이죠. 그 외에 볼 일은 없는걸요."

마술사 고블린은 옆에 있는 다른 고블린에게 그들의 언어로 작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 인간은 아마 우리가 데리고 있는 인간인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줄 수는 없다."
"네??"
"우리들의 선조는 바다로 나와 이 땅으로 왔다. 우리를 박해하고 억압하는 표상들을 피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 곳에도 저주가 걸려있었다. 그 저주는 바다의 여신인 글라카가 풀어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섬의 인간들을 죽여야 한다."
"섬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요…?"
"있다. 많이. 우리는 지금 우리의 땅을 침범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인간의 수가 너무 많다. 죽여야 된다."
"꼭 죽여야 하나요?"
"글라카는 모든 해조류의 섬을 우리가 차지하길 원한다! 우리의 종이 번식하고 이 땅이 우리의 차지가 되면 글라카가 섬의 저주를 풀어주실 것이다. 우리의 세대가 조상들의 치욕을 씻는 세대가 될 것이다. 그런 우리를 방해하는 것들은 전부 나쁘다! 우리를 쫓아낸 표상들만큼. 그러니 죽여야 된다!!"

'안돼, 너무 흥분했어. 일단 동조해 주자.'

"맞아요, 침략자들은 제거해야 되죠. 제가 안이하게 생각했네요. 그럼 그들을 없애고 오면 이니고를 돌려주실건가요?"
"말이 통한다, 인간. 그들을 없앤다면 너희는 예외로 해주겠다. 그리고 너희가 찾는 이-니고라는 인간도 준다."
"잘가라, 착한 인간."

글라라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아나스타샤들은 그들이 말하는 '침략자'의 위치에 대해 듣고 고블린 캠프를 떠났다.


 

"일단 저들이 말한 사람들을 만나보고나서 처리할지 말지 정하는게 낫겠어요. 무턱대고 공격하는건 역시 그렇잖아요?"
"맞습니다. 단순한 연구자일수도 있겠죠."

코스모스는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보다 문제되는건, 저 녀석들이 말한 '저주'라는거에요. 무슨 저주인지 자세히 안 말해주고 바다의 여신이니 뭐니 뜬 구름 잡는 얘기만 해대니, 원."

아도니스는 섬의 다른 사람들보다 저주쪽이 더 신경쓰이는 것 같았다.

"그러게요, 이렇게 괜찮아 보이는 장소에 저주라니."
"………."
"……."
"이 섬이 괜찮다고요…?"

아도니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그렇지 않아요? 처음엔 좀 축축하고 찝찝했는데 보다보니까 섬 색도 파란 초록색이 싱그러워 보이고."
"싱그러워…?"
"왜 그러십니까? 저도 휴양 온 것 같고 괜찮은데. 전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맘에 들었어요."

아도니스의 반응에, 바를로가 아나스타샤의 말에 동조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도니스와 같은 반응이였다.

"사실 아까부터 헛소리가 들리긴 한다만. 나는 마법사, 네가 꾸민 장난질이라고 생각했는데."
"헛소리? 내가 귀찮게 그런 짓을 왜 해? 한 번에 보내버리면 모를까."
"…아무래도 저주의 영향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들 한 번씩 의식을 정리해 봅시다."

코스모스가 상황을 진정시키고 명상을 권유했다. 그 말대로 모두들 내면의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 저주 저항 기능판정 : d20 (7)+통찰 (0)+레벨 (1) vs 보통 (15) 실패
바를로 저주 저항 기능판정 : d20 (2)+통찰 (2)+레벨 (1)+마법학교 (2) vs 보통 (15) 실패
코스모스 저주 저항 기능판정 : d20 (6)+통찰 (2)+레벨 (1)+종교인 (2) vs 보통 (15) 실패
클라인 저주 저항 기능판정 : d20 (14)+통찰 (0)+레벨 (1)+영웅 (2) vs 보통 (15) 성공
아도니스 저주 저항 기능판정 : d20 (11)+통찰 (1)+레벨 (1)+수석 (3) vs 보통 (15) 성공


아나스타샤들은 각자의 의식에 스며들은 이상한 무언가를 인지해 냈다.

"음, 확실히 더 이상 이상한 소리가 안들리는군."
"아……, 클라인이 들었다는 소리가 뭔지 알 것 같아요. 의식하고 나니까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지, 라던가 나와 같이 살자라던가. 이 것 때문에 무의식 중에 이 섬이 괜찮다고 생각했나봐요. 근데 전 이 소리가 잘 안 없어지네."
"저도 마찬가지군요. 아까보단 이 섬이 덜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이상한 소리가 귀찮게 하네요."

클라인과 달리 아나스타샤와 바를로는 이상한 소리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해보였다.

"저주가 깊숙히 파고든건가…. 애초에 저는 들리지 않았어서 잘 모르겠어요. 환청 같은건가요?"
"글쎄요, 내면에서 또 다른 자아가 말하는 느낌이라 해야되나. 생명석 목걸이가 나무랄때랑 비슷한 느낌?"
"아무래도 단순한 환청이랑은 다른 것 같네요. 해결방법은 마법물품의 기벽을 없애는 것과 똑같으려나. 이 섬에서 떨어지는거 말이에요."
"당장 나갈 수는 없으니 빨리 이니고를 찾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뭐, 그동안 잘 버텨봐야죠. 제가 여기 남겠다고 우겨도 잘 데리고 나가줘야 해요?"
"물론이죠!"
"으음……."

그 때 코스모스가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괴로운 신음을 냈다.

"왜 그래요, 코스모스?"
"이 저주……. 정확한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저도, 환청이 들리는군요."
"원인이요?"
"이 주변에 깔린 식물들과 대마 덩어리들이 영혼들과 잘못 합쳐져서 생기는 일 같습니다. 확실히…오래 있으면 좋지 않겠군요. 심각해지면 이 증상이 섬을 나가서도 해결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유를 들은 아도니스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마약이랑 언데드의 조합이 괜찮을리 없겠지. 그럼 여기에 지체할 수 없겠어요, 빨리 출발해요!"


파선

'침략자'가 있다던 곳 중 하나인 섬의 동쪽으로 가니, 고블린들의 배보다는 간신히 나아보이는 부숴진 함선이 한 척 지면에 올라온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주변에는 테이블, 길고 작은 의자가 깔려 있었고, 4개의 오크통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으며,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배의 주인들은 아나스타샤들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는지, 무기를 준비하고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육지에서 볼 수 있던 종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습은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보였다. 자세가 뒤틀리고, 인간적인 특징이 손상되어 있었으며, 중얼 거리고 또 으르렁 거렸다. 그리고 일부는 두려움에, 다른 일부는 앞으로 일어날 가학적인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낡은 선원 복장의 유골이 거대한 새장 감옥에 갇힌채 비참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 감옥이, 섬에 갇혀 말라가고 미쳐가는 이들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어이! 네 녀석들 가진게 많아보이는데, 내놓으실까!"
"흐흐, 그것보단 배야, 저 녀석들 배가 있을게 분명하다고!"
"아르르르르~배를 뺏어내자! 배를 뺏자!"

그렇게 5명의 사람이 각각 덤벼왔다.



난파선 쥐 작살 싸움꾼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불균형 작살 +6 vs. 장갑 : 5피해
순수 16+_작살로 대상을 고정시킵니다. 4피해를 입으면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원.단검 투척 +5 vs 장갑 : 4피해
체력 27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난파선 쥐 작살 사수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단검 +5 vs 장갑 : 4피해
원.작살 +6 vs 장갑 : 5피해
어서 싸워! : 일반 행동으로 작살 던지는 사람은 근처 아군을 지나친 목표물을 당길 수 있습니다. 아군은 목표물에 대한 기회 공격을받습니다.
체력 26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난파선 쥐 허풍쟁이
1레벨 수호자 [인간형]
행동순서 : +3
커틀라스 +6 vs 장갑 : 5피해, 근처 아군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원.단검 투척 +5 vs 장갑 : 4피해
체력 27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배치

사1 사2
싸1 싸2


클 아나 바
아도 코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2), 바를로 (22), 클라인 (19), 코스모스 (17), 아도니스 (16), 싸움꾼1,2 (11), 사수1,2 (7), 허풍쟁이 (5)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허풍쟁이에게 시위겨눔,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허풍쟁이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싸움꾼1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7피해.
코스모스, 짧은행동으로 방어구에 룬 사용,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싸움꾼2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12피해.
아도니스, 허풍쟁이에게 냉기광선, 명중 12냉기피해.
싸움꾼1, 클라인에게 공격, 순수 16이상 명중 5피해.
클라인, 작살에 고정당함.
싸움꾼2,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사수1,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완전히 빗나감, 싸움꾼1에게 5피해.
사수2,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허풍쟁이,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허풍쟁이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허풍쟁이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싸움꾼1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1추가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명중 5피해, 극복판정 대성공, 피해없이 빠져나옴.
코스모스, 싸움꾼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아도니스, 싸움꾼2에게 냉기광선, 완전히 빗나감, 코스모스에게 1피해.
싸움꾼1,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싸움꾼2, 코스모스에게 단검투척, 빗나감.
사수1,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사수2, 일반행동으로 클라인에게 작살 사용해 주변 아군에게 어서 싸우라고 외침.
싸움꾼1, 클라인에게 기회공격, 빗나감.
허풍쟁이,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물러섬.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허풍쟁이에게 접근, 근접 쌍수공격, 명중 6피해.
바를로, 허풍쟁이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6피해, 기세획득, 암습 4추가피해, 뒤로 이탈.
허풍쟁이, 전투불능.
클라인, 싸움꾼1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2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코스모스, 싸움꾼2에게 접근, 근접공격, 응징 선언, 명중 6피해, 응징 7추가피해.
아도니스, 1명에게 색채분사, 싸움꾼1에게 5정신피해.
싸움꾼1, 전투불능.
싸움꾼2,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사수1, 아도니스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5피해.
사수2, 아나스타샤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사수2에게 원거리공격, 치명타 16피해.
바를로, 사수2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명중 11피해.
사수2, 전투불능.
클라인, 사수1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 선언, 빗나감 1피해, 묵직한 일격 3추가피해, 강타 1추가피해.
코스모스, 싸움꾼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싸움꾼2, 전투불능.
아도니스, 사수1에게 냉기광선, 창성학 사용, 18냉기피해.
사수1, 클라인에게 단검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고조주사위4
아나스타샤, 사수1에게 조준,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사수1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명중 6피해.
사수1, 전투불능.

 



"크,크흑. 강하다…!!"

선원들은 기세만 좋았지, 실력은 그리 좋은편은 아니였다. 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싸우는 폼을 보아하면 또 그런건 아닌 모양이였다. 기괴하게 보였던 움직임도 지금보니, 단지 먹지못해 말라 비틀어지고 기력이 없어 그렇게 움직이는게 아닐까 싶었다.

제일 호전적이였던 주홍빛 머리의 하플링이 땅을 기며 말했다.

"제,젠장! 너희들의 배는 필요 없으니까…! 보나마나 전부 부숴졌겠지! 너,너희들이 여기 있는걸 허락해주지!"
"이 새끼가 누구 멋대로 허락해준다 만다냐! 배가 없어도 식량이라도 뺏어야 한다고!"

그들은 뭐가 맘에 들지 않았던건지 갑자기 저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아!! 그만 둬라!"
"선장……!"

선박 근처에서 큰 호통소리가 들리자, 선원들은 행동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왔던 곳을 바라봤다. 아나스타샤들 역시 같은 방향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 곳에는 불가사리 모양의 헤나가 눈에 띄는 인간 여성 한 명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저기 있었지…?'

분명 싸울 때에는 사람같은건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소리없이 나타난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싸우는 모습은 잘~봤다! 너희 제법이더구나? 그런데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말이다. 우리 배 보이지? 이 꼴이 되어서 섬에 석 달 동안 갇혀 있었단다. 우리 애들이 빠져나갈 방법이 필요했어서 물불 안가렸던 점은 너희들이 용서해주거라."
"그럼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상황이라는거네?"

상황은 간단했다. 고블린들은 저들이 섬에서 사라지길 바라고, 저들은 섬 밖으로 나가길 바란다.
굳이 싸울 필요 없이 선원들을 태울 배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래서 너희 배, 우리도 함께 탈 수 없느냐?"
"미안, 우리 배는 함선이 아니라 10인승이 될까말까한 작은 보트라. 대신 섬을 나가면 너희들을 구조해달라고 지원을 부탁해볼게."
"그래서 섬을 언제 나갈 생각이신지~?"
"찾고 있는 사람이 있거든. 이니고 샤프라고."
"이니고 샤프? 흠, 어쩌면 우리가 가둬둔 사람들 중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한 번 둘러보는게 어떻느냐? 난 너희가 빨리 섬을 나가서 구조선을 보내줬으면 한단다."

'고블린들은 이니고를 자기가 데리고 있다고 했는데.'

아나스타샤가 고민을 하자, 옆에 있던 바를로가 조용히 말했다.

"누가봐도 함정일겁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배에 들어가면 다른 인원들이 기다리고 있겠죠."

바를로의 말이 맞았다. 바보도 아니고 저런 말에 적진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는건 미친 짓이였다.
하지만 한 가지 염려되는 점도 있었다.

"아니면 사실 고블린들이 거짓말을 한거고 저들의 포로 중에 진짜 이니고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아도니스는 무슨 걱정이냐는 듯이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럼 그냥 전부 처리해 버리죠. 어짜피 몇 달 굶어서 비실비실한 녀석들이잖아요?"
"마법사님, 말이 쉽지…."
"하지만 고민해봤자, 해결 못 하잖아?"

아나스타샤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맞아, 그냥 들어가고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앞에 나서는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아도니스."
"당연하죠"


아나스타샤들은 선장을 따라 형체만 남은 배 안으로 들어갔다.
선체 내부는 겉과 달리 의외로 멀쩡해 보였다. 해먹과 말린 해초 커튼으로 배에서도 개인적인 공간을 제공했으며, 움푹 패인 선체의 윗부분에는 건조된 해초로 만든 줄도 있었다. 아마 누군가가 썩어가는 옷을 세탁할 수만 있다면 빨랫줄로 쓰기 적당해 보였다. 방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 세면대가 있었는데, 마른 옷 더미가 잔뜩 들어있어 썩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선장은 점점 배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곳엔 병들어 보이는 선원들이 해먹에 누워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손에 지느러미가 나기 시작하고 비늘이 돋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력이 좋지 않거나 다친 녀석들부터 이렇게 변해가기 시작하더구나."

앞장서서 안내하던 그는 그들의 모습을 한 번 훑어보더니, 멈춰서서 한숨을 내쉬곤 아나스타샤들을 향해 뒤돌아 말을 이었다.

"포로는, 없다. 그런 녀석들이 있어봤자 입만 늘어서 곤란해."
"…짐작은 했지만."

어디에 숨어있던건지 선원검을 든 건장한 이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우연에 맡기는거 외에는 다시 찾기도 힘든 곳이란다. 그런데 구조선을 보낸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지만 너희들 배라면 우선은 이 병든 녀석들이라도 내보낼 수 있어. 자, 죽어줘야 겠구나!"

 



난파선 쥐 불가사리 얼굴
1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단검 +5 vs 장갑 : 4피해
원.지배력 +6 vs. 정방 (근처의 무작위 적 1 명) : 대상은 다음 턴이 끝날 때까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체력 23 / 장갑 17 / 신방 11 / 정방 15

난파선 쥐 갈고리 손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갈고리 +6 vs 장갑 : 5 피해, 대상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갈고리 손에서 분리되기 위해 매 극복판정시 -4패널티를 받습니다.
원.단검 투척 +5 vs 장갑 : 4피해
체력 27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배치

갈1 허1

아나 클
아도
바 코
갈2 허2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2), 아도니스 (20), 허풍쟁이1,2 (18), 바를로 (11), 코스모스 (5), 클라인 (5), 불가사리 (8), 갈고리손1,2 (5)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불가사리에게 활 조준,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갈고리2에게 산성화살, 창성학 사용, 40산성피해.
갈고리손2, 전투불능.
허풍쟁이1, 아나스타샤에게 단검투척, 명중 4피해.
허풍쟁이2, 코스모스에게 단검투척, 빗나감.
바를로, 허풍쟁이2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허풍쟁이2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5피해, 자유행동으로 후광비춤.
클라인, 불가사리에게 접근, 근접공격, 강타선언, 명중 14피해, 강타 4추가피해.
불가사리,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4피해.
갈고리손1,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공격, 명중 5피해.
아나스타샤, 갈고리에 고정됨.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무기교체, 갈고리1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극복판정 실패.
아도니스, 갈고리손1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허풍쟁이1,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허풍쟁이2,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허풍쟁이2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9피해, 기세획득, 암습 1추가피해.
코스모스, 허풍쟁이2에게 근접공격, 응징 선언, 명중 8피해, 응징 2추가피해.
클라인, 불가사리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일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불가사리,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성공, 뒤로 이탈, 지배력 사용, 클라인에게 명중.
클라인, 혼란.
갈고리손1,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5피해.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짧은행동으로 은검에 룬 사용, 갈고리1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아도니스, 색채분사 사용, 4명에게 각각 8피해.
불가사리, 전투불능.
허풍쟁이2, 전투불능.
허풍쟁이1,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갈고리1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5피해, 암습 6추가피해, 뒤로 이탈.
갈고리손, 전투불능.
코스모스, 허풍쟁이1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허풍쟁이1에게 접근, 근접공격, 명중 13피해.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허풍쟁이1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1피해, 룬 1추가피해.
아도니스, 허풍쟁이1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허풍쟁이1, 코스모스에게 공격, 빗나감.
바를로, 허풍쟁이1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명중 6피해.
허풍쟁이1, 전투불능.




배 밖에 있던 선원들이랑 달리, 안에서의 싸움은 치열했다.
특히 팔이 있던 부분을 집게발로 접붙인 이는 그 손으로 아나스타샤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아나스타샤는 붙잡힌 상태에서도 무기에 룬을 사용해 그를 쓰러트렸지만, 여전히 집게 손에 붙잡힌 채였다. 결국 아도니스가 산성화살로 집게 손을 녹이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 둘 쓰러트려, 마지막엔 선장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졌다."

선장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채 이야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죽어야 하나?"
"우리가 이 섬에 어떻게 왔다고 생각해?"
"그거야 표류…, 아냐……. 너희들 이니고란 남자를 찾으러 왔다고 했었던가? 이 곳엔 어찌 알고, 어떻게 온 것이느냐?"
"그가 있는 장소까지 알아서 항해해주는 배를 타고 왔어. 이 배의 원형을 만든게 이니고 샤프라던데. 그를 찾으면 이 섬으로 다시 올 수 있는 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다음엔 좀 더 큰 배로."

선장의 굳은 얼굴에 작게나마 희망이 비췄다.

"그 말이 정말이더냐?"
"응, 하지만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겠네. 너희 상황을 보니 심각해 보이는데. 저렇게 된 건 '섬의 저주'때문인가?"
"그래. ……하지만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확실한 희망만 있다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단다. 저주같은건 아직까진 버틸만하구나. 음, '아마도' 말이지."

그는 자신의 어깨를 으쓱였다. 말은 저렇게 해도 진심은 아닐 것이다. 지금이야 정말 아나스타샤들을 믿고 기다린다해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였다. 어쩌면 아나스타샤들이 이니고를 찾는동안 저들은 그들은 아나스타샤들의 배가 정박 된 곳을 찾을지도.
아나스타샤는 다른 방법은 없을지 고민했다.

"너희들, 남쪽에도 섬에 온 자들이 있다는거 알아?"
"남쪽? 글쎄, 이 섬에선 고블린 몇 놈들이랑 물고기들 말고는 본 적없다."
"남쪽에 있는 이들이 당장에 탈 수 있는 배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우린 이니고를 찾으러 남쪽으로 갈 생각인데, 같이 확인하러 가는건 어때? 아, 이번엔 '평범'하게 싸우지말고."

선장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일어났다.

"좋아, 내가 같이 가도록 하겠다. 내 이름은 모리유란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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