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길 - 키메라 연구2

TRPG/제 13시대

202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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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l is easy, and has infinite forms.
악은 행하기 쉽다. 그리고 그 형태에는 끝이 없다.

 



때로는 정의롭지 못한 선택이 최선일 수도 있다

문을 열고 나가니 감옥이 있던 방보다 훨씬 거대한 방이 나왔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운데에 자리잡은 수상한 기계장치였다. 그 장치에는 수많은 굵고 얇은 선들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연결된 선들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아나스타샤들이 감옥보단 조금 작은 철창들이 겹겹히 쌓여있었다. 이전의 클라인의 말을 빌려오자면 감옥이나 철창보다는, 그래, 우리였다. 그리고 그 우리엔 기괴한 모습을 한 키메라들이 있었다.
키메라들은 모두 모습이 달랐다. 일반적으로 흔히 알고 있는 사자와 염소, 용의 모습 뿐만 아니라 뱀의 머리를한 꼬리, 새의 날개, 등에 돌출되어 있는 머리 등 각양 각색이며, 코카트리스나 코아틀, 히드라처럼 생긴 키메라도 있었다. 더 자세히 둘러보면, 개중에는 인간과 흡사한 키메라도 있어 섬짓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 안에 갇힌 키메라들은 직전의 방의 키메라처럼 공격성을 띄지 않고 그저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울음 소리를 낼 기력조차 없는건지 이따금 컹컹대는 헛기침스러운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이건…… 상당히 끔찍하네요."
"키메라만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 같군요. 거기다 인간과 흡사해 보이는 저 키메라……, 제 예상이 틀리길 바랄뿐입니다."

모두들 이 광경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였다. 그 중에 특히 코스모스는 상당히 역겨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였다.
아나스타샤는 이 곳에 오래 머무는게 자신들의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할거란걸 느꼈다.

"빨리 이 방을 나가는게 좋겠어요. 이 곳의 키메라는… 그래, 대마도사님에게라도 데려가면 어떤 해결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에요. 그 분도 키메라 관련 지식이 있으니까요."

아나스타샤들은 서둘러 나가기로 했다. 방을 쭉 둘러보니, 들어온 문의 맞은 편에 문 하나가 우리들 사이에 가려져 있었다. 바를로가 제일 먼저 나서서 문 손잡이를 돌리려 할 때였다.

"죽여줘…."

뒤에서 긁는 듯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여줘……."
"이게 무슨 소리죠?"
"우리가 많아서 진원지를 파악하기 힘드네요."

아도니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코스모스 소리 진원지 파악 기능판정 : d20 (16)+통찰 (2)+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이 소리는 저 안쪽 우리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그곳은 직전까지 아나스타샤들이 서있던 자리였다.

"죽여줘……."

그리고, 하피의 모습과 흡사한 키메라가 말을 하고 있었다.

"죽여달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상당한 지능을 갖춘 키메라다. 아도니스는 다른 말을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그…래…. 난… 이 모습,으로 못 살아……. 죽여줘…."

키메라는 띄엄띄엄하지만 정확한 공용어를 구사했다.

"원래는 어떤 모습이였는데?"
"난 그리핀, 아냐, 인간이다. 아, 아니…… 난…"

키메라는 자신이 무엇이였냐는 질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건 아나스타샤들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인간이라고 했죠?"
"네, 저도 들었습니다."
"인간이, 키메라의 재료……."

충격에 빠져 있는 아나스타샤에게로 아도니스는 질문을 해왔다.

"저, 아나스타샤…. 이 키메라들… 어쩔까요? 그대로 두고 탈출 후에 대마도사님께 전달할지, 아니면 이들 뜻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는게 좋을지…."

아나스타샤는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은 확실한 편에 속했다.
당장에 굶어 죽기 직전의 사람이 밥값을 훔친게 잘못일까? 법적으로 따지면 절도지만 솔직히 사치품을 사기 위해 합법적으로 개정해 세금을 과도하게 올려서 평민을 착취하는 쪽이 인륜적으로는 더 절도에 가깝지 않을까? 폭행은? 학대당하던 아이가 상대를 친 게 폭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기분만으로 아이를 때리는 쪽이 더 폭행에 가깝지 않을까?
사실 사람의 가치관이나 세부적인 상황에 따라서 옳고 그름이 갈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번엔 그 문제의 주제가 살해로 바뀌었을 뿐이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이유 없이 생명을 죽이면 안되는 걸까? 일단 이 야생의 땅에서는 그 생명이란 가치가 한 없이 보잘 것 없다는 점은 제치고, 솔직히 본인이 죽고 싶어한다고 해서 죽여봤자 살해은 살해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그것이 가장 '빠른' 구원이겠지. 쾌락에 의한 살해와 동일시 할 수 있을까?

"본인 뜻대로, 여기서 끝내주기로 해요."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자신을 죽이려 하지 않는 이상, 주로 약자에게는 너그러운 편이였다.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에게는 더더욱. 본인이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사회를 위해서 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는.

아나스타샤는 배가 고픈 아이가 도둑질을 하는 것을, 살기 위해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것을 이해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할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도 옳다고는 생각한다. 단지 아나스타샤는 이 선택을 좀 더 옳다고 믿는 편이였을 뿐.

"크릉,그르릉……."
"그와아아아아!"
"나, 나도 죽여…줘…."
"까아악- 까악!"

아나스타샤의 말에 방 안의 모든 우리들이 시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모두 저 키메라와 같은 생각인가 봐요. 자신들을 죽여달라고…"
"이렇게 많은 수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클라인 말대로였다. 아나스타샤는 해결 방법이 없을지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방 한 가운데의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저 장치, 키메라 우리에 연결되어 있었지?'

아나스타샤 장치 용도 판단 기능판정 : d20 (11)+지능 (1)+레벨 (1) vs 보통 (15) 실패

"끄응, 이게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무슨 장치인지 모르겠네요."
"아, 제가 한 번 확인해 볼게요!"

아도니스 장치 용도 판단 기능판정 : d20 (9)+지능 (5)+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아도니스는 이런류의 기계장치도 많이 만져본 모양인지 몇 번 조작해 보더니 고개를 끄적였다.

"이거 고압 전류 장치네요. 제 생각에는 고문 용도로 사용했던 것 같아요."
"그럼 이 장치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는 어렵겠지만 가능할거에요."
"…장치를 작동시켜요."

아도니스는 바로 장치를 조작하더니 기계에선 알 수없는 불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곧 바로 우리들이 치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앙!!!"
"으아악!!!!!"

짐승의 울음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에는 그저 살이 타는 냄새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키메라들이 전부 죽었네요."
"네……."

모두들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키메라를 만든다는 것

키메라가 죽어 있는 방에 오래 머물러서 좋을 것은 없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다시 방 문 앞으로 향했다.

덜컥 덜컥-

"아……, 이 문 잠겨있네요. 잠시만요."

바를로 잠금해제 기능판정 : d20 (14)+통찰 (2)+레벨 (1) vs 보통 (15) 성공

"자, 열었습니다!"
"아까는 못 열었으면서 허세는…"
"하하, 제가 열쇠공은 아니잖습니까. 아무래도 규격 외의 자물쇠는 조금 어려워서요."

바를로는 아도니스의 비꼬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기며 문 밖으로 먼저 나섰다. 아나스타샤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뒤를 따랐다.

들어간 곳은 불 빛 하나 없는 어둠이였다. 이미 감옥같은 방들을 지나쳐 오면서 어둠에 익숙해진 터라 그들이 들어온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대강 파악이 됐다.
그 곳은 둥글게 말려올라간 계단이였다. 벽에는 띄엄띄엄 횃불 거치대가 박혀 있었고, 얼마 전까지 사용한 것인지 옅은 탄 냄새가 계단 방을 채우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일렬로 서서 한 발자국씩 조심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바를로와 아나스타샤 순서로 다음엔 클라인, 아도니스가 따라왔고 코스모스는 제일 뒤 쪽에서 따라왔다.

"지금 생각하면 왜 우리를 여기 데려왔는지 짐작은 되네요."
"네? 어째서인데요?"

아도니스는 자신들이 감옥에 갇혔던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인간 키메라요."

아나스타샤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진실에 아도니스의 눈이 여느때보다 커졌다.

"네……네?!"
"우리를 아래의 키메라들처럼 일종의 재료로 쓰려고 한거겠죠. 그것도 아니면 뭐… 먹이로 쓰려고?"
"헉!!"
"쉿!"

한창 감옥에 갇힌 이유를 떠들던 두 명을 제일 앞서나가던 바를로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시켰다.

"위층에 누군가 있군요."

바를로의 말을 듣고 계단의 위쪽을 바라보니, 끝에 근접해 있었다. 계단의 끝에 있는 문의 틈 사이로는 푸른빛이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있었고, 사람의 웃음소리가 빛에 섞여 들려왔다.
바를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문 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기에 열린 틈 사이로 방 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맞은편에는 두 쪽으로 된 거대한 문이 있었고, 푸른 빛은 오른편에서 비추고 있었다. 빛의 정체는 거대한 시험관이였다. 사람 하나가 들어갈 법한. 아니, 이미 들어가 있었다.

"크큭,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어!"

시험관 속에는 하프 엘프로 보이는 소녀가 물 속에서 죽은듯이 떠다니고 있었고, 그 앞에는 산발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아나스타샤는 저도 모르게 말이 새어나왔다.

"저게 무슨, 미친……."
"뭐야?!!"

시험관 앞의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웬 놈들… 아, 오늘치 재료인가? 잘도 빠져나왔네……."
"네가 아래의 키메라들을 만든 녀석인가."

클라인은 한 손은 무기에 가져다 댄 채, 모두의 앞을 지키고 섰다. 그리곤 이미 확신한 사실을 물었다.

"오오, 내 작품들을 보고왔구나! 어때, 끝내주지 않아?! 과거 마도왕의 시대에 경쟁하듯 만들었다는 키메라들도 그 정도는 아니였을걸?"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였겠지. 상식적이라면 지성체로 키메라를 만들 생각은 안하니까."

클라인의 뒤에서 아도니스가 역겨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작은 중얼거림이였지만 실내인데다가 연구소가 썩 넓은 편은 아니였기에, 남자의 귀에 들린 것 같았다.

"………? 상식적? 왜? 그게 어때서? 키메라의 멋짐을 모르는구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건 경이로운 일이지!"
"멋져? 경이로워? 키메라가? 그것들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는 해? 그들은 둘이 강제로 하나가 된 거라고. 강제로 몸이 바뀌고 영혼이 섞여, 누가 누군지 진짜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육체와 정신 모두 고통 받으며 살아가! 게다가 죽어서도 섞여버린 영혼이 돌아올거란 확신도 할 수 없지. 그런걸 생명의 탄생과 비교해? 둘을 하나로 만든게 탄생이야?"

남자는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멋대로 뻗히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흠…. 가만보니 자네도 키메라 연구에 어느정도는 지식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원래 일종의 순혈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잡종이라고 불리는 개나 고양이가 더 유전병에 강하고 훨씬 오래 산다는건 알고 있겠지? 그건 인간들도 마찬가지야. 먼 씨족이나 인종일수록 유전병 발현도 적고 면역체계도 강하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 말은, 그럼 단순히 품종이나 인종이 아닌 종족 간의 결합체라면 어떨까란 말이야. 그런 생명체라면 훨씬 완벽한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여러 생물의 특징을 합친 키메라들은 최고야! 그렇게 인간이 필요한 기능을 전부 갖춘다면, 그야말로 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이 되겠지!"
"…지적해 주고 싶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일단 품종 외 결합은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이미 존재하잖아? 노새라든가 비팔로라든가. 그런 하이브리드 종은 확실히 두 종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수명이 짧고 불임이라 독립적인 개체라고 하긴 어려워서 네가 생각하는 결과물과는 동떨어져 있겠지만 말야. 하지만 굳이 키메라연구를 해야 될 필요를 못느끼는 산물이지."
"그래, 그래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예시를 잘못 들었어. 노새? 아니지. 최고의 결과물은 자네의 옆에 있잖아?"

남자는 아나스타샤를 가리키며 입이 귀에 걸리게 미소지었다.

"뭐야!?"

아나스타샤는 그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해 했다.

"하프엘프말이야. 하프엘프들은 정말이지 키메라로서 완벽하다고 볼 수 있지. 물론 이들도 유전자가 불안정해서 수명이 개체별로 뒤죽박죽이고 스스로 번식하긴 어렵지만.. 사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 이미 이 땅 위에 일부를 차지하며 존재하는데. 의식이 무사하고 지능이 있어. 그들은 키메라의 정점이야!"
"내가…… 키메라……? 허……."

아나스타샤의 지금까지 여러 모욕적인 말들이나 수치스런 말들을 들어봤지만 이번에 들은 말이 단연코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기분 나쁘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화를 내거나 별다른 반박 없이, 말문이 막혀서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자식, 감히 그딴 말을…!!"

아나스타샤를 대신해 화는 클라인이 내주었다.

"키메라를 만들며 신놀음을 하더니 제가 진짜 신이라도 되었다고 착각하는군. 착각도 유분수지."
"신놀음이라고? 하하, 이봐. 나는 내 말을 정말 실현시켰어. 뛰어난 인간 키메라를 창조했다는 말이지. 그저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고 새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늦어. 이 방법이라면 기존의 인류가 하프엘프화 할 수 있어! 바로 이 아이처럼!"

그 남자가 가리키지도 않았는데 자연히 뒤에 있는 시험관으로 눈이 갔다.

"설마 저…… 하프엘프가 키메라라고 말하려는거야?"

아나스타샤는 손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아, 못 알아봤던건가? 아, 역시 이 맥스님의 유능함이란……. 진짜 하프엘프마저도 구분 못하는 완벽한 키메라라니…!"
"대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미칠듯한 살인충동이 들었다. 저 녀석의 입에서 한 마디라도 더 나오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떨림을 막기 위해 꽉 쥔 두 손은 하얗게 질렸고, 두 눈은 눈 앞의 남자를 그저 눈빛만으로도 죽일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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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