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길 - 키메라 연구3

TRPG/제 13시대

202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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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린 이제 살았어! 마녀가 죽었다고!"
-그림, 헨젤과 그레텔 中

 


 

검은 틈새의 눈동자

"왜 그러지? 너희 같은 하프엘프에게는 꽤 괜찮은 일 아니야? 이 맥스님의 연구로 모두가 이 완벽한 모습을 가지게 될텐데……."

아나스타샤는 분노에 차올라, 시험관 앞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쳇, 짜증나게…."

남자는 자사의 하얀 가운의 주머니에서 리모컨처럼 생긴 장치를 하나 꺼냈다.

'저건 뭐지?!'

아나스타샤는 발을 멈추고 경계 상태를 취했다.
남자는 그 사이, 재빨리 버튼을 눌렀다.

"………."
"……."

그리고 놀랍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뭐야! 이거 왜 이래?!"

그는 얼굴에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버튼을 미친듯이 누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왜……! 아래층에서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거야!"
"아, 그거 아래층의 키메라 우리라도 여는 버튼이였나보지? 키메라라면 편히 쉬게 만들어줬지."
"뭣…!! 그 많은 수를 전부?!"

남자는 얼굴이 한껏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아나스타샤들 쪽이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 냥 독기를 품고 있었다.

"감히 내 키메라들을!"

그는 리모컨을 내던졌다. 그러곤 바닥에 양 손을 붙인채 주저앉았다.

"뭐, 얌전히 잡히겠다, 그런거야?"
"큭, 크크크큭… 하하하핫하!!!!"
"아나스타샤! 조심하세요!! 저 녀석 주변에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져요!"

남자가 주저않아 실성한 듯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자, 아도니스가 소리쳤다. 그의 말처럼 남자의 주변은 갑자기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바닥에는 마법진 형태의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리 의식을 준비해 놓은건가!"

기묘한 마법이였다. 아도니스나 코스모스가 사용했던 그런 신비함이나 신성함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흑마법 같은 어두운 느낌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달랐다.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이상하다고 느낄정도의 애매한 혼탁함과 짙은 마나의 농도. 이유모를 초조함과 불안감. 연구실 안은 날을 바짝 세운 천사의 날개를 화로에 녹여 만든 공기가 가득 찬 것만 같았다.
그 이유모를 기분의 정체는 금방 깨달았다.

남자의 머리 위, 허공을 찢고 불쾌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새까만 공간에 무언가가 '움직인다'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없었다. 공간의 틈 사이로 그것은 슉슉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노랗고 섬짓한 눈이 지나갔다. 그 눈이 지나갔던건 아주 순식간이였지만, 눈을 목격하고 만 아나스타샤들은 온 몸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저건 평범한 생물이 아니다. 절대 이 곳에 나와서는 안된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틈은 점점 벌어졌으며, 그 사이로 그것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오며 아나스타야들이 알게 된 사실인데, 공간이 검었던게 아니였다. 검은 것은 그것의 몸이였으며 그것은 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틈 사이로 겨우 비져나온 것은 아마도 꼬리였다.
그 꼬리는 작은 틈을 조금씩 찢어냈다. 기어코 휘두를 수 있을만큼 나온 꼬리는 연구소 전체를 메웠다. 솔직히 저 꼬리도 그것의 지극히 작은 일부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온 꼬리는 몸을 살짝 흔들었고, 그 작은 움직임은 폭이 30m는 될 법한 연구소를 손쉽게 부숴버렸다.
부숴진 천장 너머로 새벽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연구소에 있는 사이 날이 샌 것이다. 그 어스름한 빛에 그것의 꼬리는 전혀 다른 빛깔을 띄기 시작했다. 청색, 황색, 홍색으로 빛의 방향에 따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모를 불쾌감과 공포감은 그 것을 차마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저건…… 대체 뭐야?"

코스모스 괴물 파악 기능판정 : d20 (3)+통찰 (2)+레벨 (1)+모험가 (1) vs 보통 (15) 실패
클라인 괴물 파악 기능판정 : d20 (17)+통찰 (0)+레벨 (1)+독서 (1) vs 보통 (15) 성공


"예전, 동부 지역의 민담집에서 본 적 있습니다…. 코끼리를 한 번에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비단 구렁이가 있다고. 사람에 따라 까맣기도 하고 삼색으로 빛나기도 한다더군요. 그것의 이름은 파사로, 그것은 재능있고 덕망있는 것의 고기를 좋아한다 합니다. 반대로 그런 사람이 파사 고기를 먹으면 심장병이나 복통같은 병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클라인의 말에 아도니스가 버럭 소리쳤다.

"그…… 전설이잖아?!"
"하지만 눈 앞에 존재하고 있지."
"음, 재능 있는걸로 따지면 클라인님과 마법사님이 꽤 위험하다는 소리 아닐까요?"
"아, 저 녀석은 아니지. '인망'이니 '덕망' 같은거랑 거리가 멀잖아?"
"마법사, 네가 할 말은 아니군 그래."

아나스타샤의 뒤쪽이 시끄러워지자, 파사의 꼬리는 그 소리에 반응하기라도 한 듯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건물이 무너지잖아요! 조용히 하는게 좋겠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나스타샤…."

아도니스와 클라인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해졌다.

"하하하하!! 어떻느냐! 내가 일궈낸 또 다른 기적이!"

두 명이 조용해지자 이번엔 상대쪽에서 시끄럽게 웃기 시작했다.

'저런 엄청난 것까지 다룰 수 있다니……. 우리 다섯으로 상대를 할 수 있을까? 지상의 괴물들이랑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거긴 해……? 도망쳐야 하나?'

"크큭, 왜 조용해 졌지? 두려운가? 두려워서 더 이상 달려들지 않는거지?! 하하하하하!!"

그는 눈물까지 짜내며 미친듯이 웃었다. 그 큰 웃음 소리에 파사는 다시 꼬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

파사가 꼬리를 한번 가볍게 들썩일 때마자 연구소는 더 크게 무너졌고, 아나스타샤들은 건물 파편을 피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에 반해 시험관과 그 앞의 남자는 파사의 꼬리가 나온 틈새의 근처에 있어서인지 파사의 몸이 파편을 막아줘 아주 멀쩡했다.

"자, 이제 끝내주지. 더 이상 힘들게 펄쩍거리지 마라! 파사여, 저 녀석들을 잡아먹어라! 네가 좋아하는 인간의 고기다!"

하지만 파사는 움직임을 멈췄다.

"뭐야? 저기에 네 먹이가 있다잖아! 3년이 지났으니 소화는 됐을텐데, 왜 그래?"

여전히 파사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익! 이게 진짜!!"

남자는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파사가 짜증난다는 듯이 그의 몸 일부분을 걷어찼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대로 안되겠다 싶었는지 원래는 출구였었을 문쪽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아나스타샤가 소리쳤다.

"도망치는거냐?!"
"도망? 하, 하하! 웃기지마! 이미 가만 놔둬도 너희들이 잡아먹힐게 분명한데 이게 도망인가?! 잘들 있으라구!"

그는 도망치면서도 기세는 좋았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건지 출구로 달리며 중얼거렸다.

"이 연구소는 됐어…. 어짜피 대충 아무 키메라 몇 개 만들어서 뉴 포트에 납품하면 돈은 얼마든지 생기니까……."

그리고 그 중얼거림은 아나스타샤는 똑똑히 들었다.

'뉴 포트? 납품?'

그 의미를 해석하기도 잠시, 갑자기 파사의 꼬리가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출구로 향하는 남자를 꼬리로 돌돌 말아 감쌌다.

"이게 뭐야! 이 자식!!"

파사는 그대로 발버둥치는 남자를 서서히 들어올려 틈새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아악!! 뭐하는 짓이야! 그만둬!! 난 먹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파사는 멈추지 않았고, 이내 완전히 틈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끄아아아악!!!"

그리고 틈새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연구실에는 맥스의 비명소리와 마법진의 잔광만이 남았다.

"처음부터 저 남자를 데리고 가려고 했나봐요. 꼬리로 붙잡기 적당한 위치까지 움직이길 기다린 모양이에요…."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불려 온 이후로 꼬리만 조금씩 펄떡이며 기던 것이, 명령도 듣지 않던 것이 갑자기 노린 것 처럼 움직인다는 것이.

"클라인, 파사가 재능 있고 덕망 있는 것의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파사가 생각하기엔 그 남자가… 재능 있고 덕망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흠……. 파사는 누가 봐도 사람과는 거리가 먼 생물이죠. 그저 그 기준에 덕망 있다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클라인의 생각에 아도니스가 말을 덧붙였다.

"아니면 과정이야 어찌됐든 목적이나 결과물이 인류를 위한게 맞으니 됐다, 식일지도 모르고요."
"…그래서야 파사의 심리는 앞으로도 별로 알고 싶지 않을 것 같네요."

 


키메라 연구소의 뒷배

아나스타샤들은 시험관 안의 하프엘프 소녀를 데리고 연구소를 탈출했다.
밖으로 나가니, 파사가 일으킨 소란에 뉴 포트의 경비대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경비대에게 연구소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으며, 자신들은 납치를 당했다가 탈출하던 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경비대들의 눈빛은 놀랍다든가 믿기지 않는다든가 그런 표정이 아니였다. 그들은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서로를 향해 눈짓했다.

"크흠……. 그래서 여기 연구소장인 맥스는 죽었다 그 말인가?"
"네. 자기가 부른 괴물에게 잡아먹혔어요."
"그렇군. 아, 납치를 당했었다니 참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그럼 나머지 뒷처리는 우리쪽에서 할테니 이만 돌아가라."
"아……. 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특별히 더 조사하려는 의지는 없어보였다. 취조도 그저 아나스타샤들이 무언가 더 알고 있는게 아닌가, 캐물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뭘 숨기려는거지……."

"아, 그 맥스라는 연구소장이 무슨 납품이 어쩌구 하던데 동업자라도 있는게 아닐까요?"
"………!!!"

경비대원의 표정은 가관이였다. 놀라서 동그래진 눈이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그게 무슨 소린가!!"
"아니…, 그냥 동료가 있다면 계속 납치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잖아요. 걱정되어서요."
"그건, 외지인인 자네들이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흠흠, 우리들이 잘 치안을 지키고 있으니 괜찮아. 남은 수사는 우리들에게 맡기고 가던 길이나 가라."

경비대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 하나를 아나스타샤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금화 수십개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에요?"
"약소하지만 뉴 포트에서 준비한 일종의 피해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 여행길 채비에나 써라."

'누가봐도 뇌물이군. 이거 받아먹고 입 닫으라는.'

아나스타샤는 이 돈을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하지만 더 조사한다고 뭘 어쩔것인가?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이 일에 연루 된 것은 이 경비대뿐이 아닌데. 뉴포트의 정부가 끼어있는 일이다.
뉴 포트는 엘돌란 같은, 호라이즌 산하의 소도시가 아니었다. 호라이즌이나 글리터하겐처럼 자치권이 있는 대규모 도시, 여러 도시와 마을의 중심지다. 개인이 아무런 증거 없이 정부와 싸우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아나스타샤는 돈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경비대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등을 돌렸다. 그들도 아나스타샤들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아나스타샤, 그 돈은…."
"클라인, 죄송하지만 이 일은 여기까지만 알아보는게 좋겠어요. 물론 클라인의 지위나 능력이면 더 파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지금 뉴 포트랑 싸우는건 좋지 않아요. 더군다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제국에서 방임했던 일이라면 되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겠죠. 다른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되었던가, 아니면 진상을 알만한 권한이 생겼을 때… 다시 조사해요."
"아나스타샤가 그걸 바라신다면 당연히 따르겠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죠? 이번엔 제 안위때문에 문제생길까봐 회피하는거잖아요."
"아뇨, 저는 그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당신은 회피하는게 아닌 때를 기다리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꼭 이 아이 같은 일이 더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황제가 되어야겠죠…."

아나스타샤는 가냘프게 벽에 기대어 있는 하프엘프 소녀의 손을 잡았다. 소녀는 아나스타샤를 초점없는 눈으로 지긋이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이 아이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경비대에 보낼 생각도 했었는데, 저 꼴을 보니 별로 좋은 일은 당하지 못하겠다 싶어서요. 어찌해야 되려나……."
"액시스의 보육원에라도 맡기면 어떠실지요?"

소녀가 잡은 손을 강하게 쥐는 것이 느껴졌다. 낯선 곳에 떨어지는게 싫은 모양이었다.

"너는 어쩌고 싶어?"
"………."
"……."
"몰라……."
"응??"
"…없어. 나는 몰라. 무엇이 좋아,인지."
"끄응…. 그렇겠네. 연구실 밖을 나간 적이 없을테니."
"이건 알아. 여기."

소녀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

아무것도 모를 소녀가 알고 있는게 있다는게 신기했다. 아나스타샤는 그 소녀가 말하는 방향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다시 돌아갈 곳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 순간 뉴 포트를 벗어나 외곽의 마나하타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들이 마주 선 곳은,

"겨울 잠 여관이네요."
"아, 여기서 순간이동 됬었지……."

여관의 모습을 보니 아도니스는 이 사건의 원흉을 생각해낸 듯 했다. 그리고는 얼굴을 찌푸리고 소리쳤다.

"설마 공범이 여기에 있는거 아니에요?!"
"헉, 설마 그런걸까요?"

그들을 이 곳까지 끌고 온 소녀는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 여관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만약 이 여관에 공범이 있다면 아이가 위험할 수 있어요. 조심하면서 들어가요."

아나스타샤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를 둘러싼 채 경계 태세를 갖춘 상태로 여관의 문을 밀었다.

여관의 주인은 여전히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은채로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그리고 소녀는 그 남자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저 남자 아는 사람이야?"
"몰라. 기억이 있어."

아나스타샤는 카운터 앞으로 갔다.

"사장님, 잠시 말 좀 물을게요."

여관 주인은 고개를 살짝 돌려 아나스타샤 쪽을 바라봤다. 그러곤 빛을 잃은 벚꽃색의 눈동자는 갑자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양미!!"

남자는 카운터 밖으로 나와 소녀에게 달려갔고, 막을 새도 없이 그를 끌어안았다.

"양미,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니? 대체 어디있다 이제 온거야!"
"이 아이를 아는건가요?"

바를로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제 딸 양미입니다. 분명……."

하지만 여관 주인은 소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손으로 그의 얼굴 옆을 쓸어내리더니, 그대로 표정이 굳었다.

"양미가… 아냐?"
"이 아이는… 실험으로 만들어진 아이야."

아도니스는 그에게 사실을 설명했다.

"실험…?"
"뉴 포트에 사람을 납치해서 키메라를 만드는 곳이 있었어. 이 아이는 그 곳에서 구출한 아이고. 최근 뉴 포트 외곽에서 벌어졌넌 납치사건은 키메라를 만드는 그 미친 놈이 벌인 일이였어."
"키메라라니, 그럼 우리 양미는……."

남자는 얼굴이 새하애진 채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미, 양미……. 말도 안돼. 설마, 그럴리가……. 그 아이는 납치 된게 아니라 그냥……."
"아도니스… 이 사람의 딸이 납치 된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처음엔 잠시 의심했지만 상태를 보니, 공범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딸을 그리워 하는 그의 간절한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를 나무랐다.
솔직히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양미는 아마 맥스라는 남자에게 납치 된 것일 거다. 양미라는 소녀가 지금 이 하프엘프 소녀의 나잇대라면 자신의 동네에서 길을 잃었으리 만무하고, 누군가 나쁜 의도로 접근했든 아나스타샤들처럼 마법함정에 빠졌든 좋지 않은 상황 때문에 집에 돌아오지 못한 걸 것이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남자의 딸과 유사한 생김새……. 그리고 이 소녀가 알고있는 유일한 기억. 믿고 싶지는 않지만 충분히 걸리는 점이다.

남자는 심지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게 안 손님들이 힐끔힐끔 쳐다봐도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흑, 흑흑……. 양미……. 끄흑,끅…."
"아빠, 울지 마."
"……?!"

소녀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아빠라고 말했다.

" 양미……?"
"………."

소녀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말이 없었다.

"너…… 너 양미구나! 그렇지!?"
"아니야. 양미."

소녀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부정했다.

"방금 아빠라고 말했잖아…!"
"아니야."

남자는 아도니스를 붙잡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이 아이……. 키메라 연구소의 실험체라고 하셨죠?!"
"…맞아."
"그럼, 그럼 설마 이 아이가 만약 양미의, 키메라…라면 우리 양미의 의식이 다른 영혼과 섞여 있다는 소리죠……?"
"그렇겠지."
"그럼, 그럼… 그 섞인 의식이 분리 된다면… 양미가 돌아올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요……?"
"허,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한줄 알아? 거기다 분리에 성공한다 쳐도 한 몸에 영혼이 두개가 되는거잖아."
"제가, 젊을적에 마법을 배운적이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어요. 다중인격…, 그런 사례가 있지 않나요? 인격이 분리된다는……."
"다중인격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제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에요!"
"……네 딸의 영혼이라고 확신하는거야?"
"당연하죠!! …아니, 제 딸이 아니더라도 딸처럼 키울겁니다. 이 아이의 안에 섞인 영혼들 전부."
"그게 네 선택이라면 말리지 않을게. 이 아이에게도 보호자가 필요하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소녀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빠 이름은 진휘야……. 네 이름은… 그래, 은미로 하자. 양미가 동생을 갖고 싶어했거든. 은미가 양미의 동생이 되어줄래?"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날 위로해줬던 아이는 양미 맞지? "
"몰라."
"아니, 아니야…. 그저,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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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