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길 - 황금 요새1

TRPG/제 13시대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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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이번엔 내가 늦게 태어나 버렸네. 그런데 이거, 연하남의 매력을 어필하기 좋은 기회라는거지?'


 

엘돌란에서의 마지막 밤

"와, 진짜 방 좋네"

엘돌란의 마법사회는 잊혀진 지식의 탐구회를 잡아들이는데 공로를 한 아나스타샤들에게 학교구역에 머무를것을 추천했다.
덕분에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에 숙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5등급 호텔인 '마법사들의 휴식'에 방을 잡았다. 마법사들의 휴식은 이 곳이 마법사들이 주를 이루는 마법 도시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어지르면 자동으로 정리되는 호텔의 물건들, 쓰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일회용품들, 알아서 오는 룸 서비스 등 범상치 않은 서비스였다. 물론 마법만으로는 어려운 부분이나, 마법 서비스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일반적인 호텔리어도 있긴 했다.

사실 아나스타샤 역시 그 마법 서비스들이 신기해 의미없이 물건을 어지르고 음식을 이것저것 시켜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음식이 남아,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웃으며 각자의 방에 있을 동료들을 불러 처리했다.
그렇게 다함께 저녁을 먹으며 웃기도하고 큰 소리 치기도 하며 그들의 밤은 깊어만 갔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온 아나스타샤들은, 엘돌란을 떠나기 전에 사전 준비를 마치기로 했다.

그들은 돈슨의 의뢰를 완수하러 피리긴의 집까지 도보로 이동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피리긴의 집이 있는 은색 만 근처까지는 마차를 타고 갈만한 대로가 없었다. 더 정확히는, 호라이즌에서 산타코라까지 사이에서는 도시나 안전한 길목을 만나기 어려웠다. 애초에 대륙의 큰 도시들은 대체로 내륙해를 끼고 있었고, 제국민들은 도보보단 내륙해를 통한 뱃길 이동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보로 이동할 심산이라면 엘돌란에서 살 물건은 사고, 팔 물건은 팔고 움직이는게 현명한 선택이였다.


새 주문도 준비할 겸, 책을 엘돌란의 마법학교에 팔러 간 아도니스를 제외한 나머지 아나스타샤 일행들은 반지를 팔기 위해 보석상을 찾았다.

"이 반지들은 오닉스(Onyx)를 끼워넣은 반지군요. 음, 하지만 이건 오닉스를 해골 모양으로 세공해 값어치가 떨어지겠어요."
"오닉스…?"

아나스타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누님. '오닉스'를 모르십니까?"
"보석에 관심없으면 모를 수 있죠. 아가씨를 무안하게 만드지 마시죠."

바를로가 놀랍다는 듯 말을 하자, 코스모스가 바를로를 툭툭 쳤다.

"어… 아니, 이거 흑마노인줄 알았는데… 처음 들어보는 보석이라서요."
"아하하! 손님, 이거 '아게이트(Agate)', 그러니까 마노가 맞습니다. 흑색의 아게이트들만 별도로 오닉스라고 하는거고요. 흑색과 적색이 가장 인기 많고 예쁜 아게이트라서 별도로 명칭이 존재하는겁니다."

'뭔 소리야. 흑색이면 흑마노고 적색이면 적마노지, 이름이 왜 그래.'

"아, 네… 어쨌든 오닉스가 흑마노인건 알겠어요. 그래서 값어치가 떨어지면 얼마나 떨어지는데요?"
"25gp에 사겠습니다."
"아니 흑마노 인기 많다며?? 이게 무슨?"
"하,하지만 시체왕의 추종자가 나타났던지라 해골모양 보석은 값어치가 떨어졌다구요! 새 모양으로 세공하려면 크기가 절반이하로 줄어들테고…!"

보석상은 흥분한 아나스타샤에게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렇네요. 그럼 이 반지는요?"

아나스타샤는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이번엔 코스모스의 반지 가격을 물었다.

"이 은반지는 꽤 값어치가 나가, 어? 이 룬은… 이거 불길한 룬이 새겨진건 해제하는데 비용이 들어서 10gp정도밖에 못드리겠군요."
"……."
"최,최대한 양보해 드린거에요! 저도 마진은 남겨야죠!"
"그럼 그렇게 팔게요."


"아니 언제부터 흑마노를 '오닉스'라고 부르기 시작한거에요? 아게…, 아무튼 그건 또 뭐고."

반지를 팔고 나온 아나스타샤는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던 의문점을 입밖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음, 오닉스는 원래 오닉스였는데…. 오히려 저는 흑마노야말로 생소한 이름이군요."

오히려 바를로는 아나스타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였다.

"같은 광물이더라도 유달리 튼튼하고 미적가치가 있는것이 커팅과 세공을 거쳐 '보석'이 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간들은 보석을 좋아하죠. 어쩌면 광물을 캐는 드워프들보다도요…. 어쨌든 마법물품에도 고유한 이름이 있듯이 특별한 것에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법이고, 그래서 자신들의 언어로 새 이름을 붙인게 아게이트나 오닉스, 사도닉스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이 정착되어 지금은 주로 보석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간들이 적은 지역이나 드워프들이 많은 지역에 가면 여전히 광물이름을 사용할겁니다."
"…보석을 만질 일 없는 인생을 살아서 액시스에서 인간들 사이에 살았는데도 몰랐네요."

클라인이 두 명의 의문을 단번에 해결시켰다.

"그렇군요. 같은 물건이라도 종족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게 신기하네요. 그래도 누님은 금을 골드(Gold)라 하고 은을 실버(Silver)라 하는건 알지 않습니까~? 완전히 모르는게 아니니 기운 차리세요."
"응? 무슨 소리야? 금이 왜 골든데."
"금화가 gp인데요. '골드 페니(Gold penney)'를 줄여서 gp라고 하지요. sp는 '실버 페니(Silver penney)'고요."
"그럼 막 금룡을 골드룡이라고 불러? 그리고 은룡은 실버룡이겠네?"
"골드 드래곤, 실버 드래곤이라고 불러요."
"환장하겠네. 내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았나보다. 모르는게 많네, 참. 하하. 빌어먹을."

'인간들은 개체수가 많아 공동체 의식은 적은 주제에 공유하는 고유문화가 너무 많아. 이러니까 내가 인간 사회에 섞이기 힘들지. 하지만 엘프들은 그들보다 훨씬 공동체 의식도 강하고 고유문화도 많고……. 쉬운게 없군.'


에서 야영할 땐 언제나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가라도스가 모아놓은 연구자료가 왜 흑마술을 손대면 안되는지에 대한 좋은 사료집으로 쓰일 것 같아요"

어둑어둑해져가는 조용한 숲길에는 아도니스의 조잘거림과 일행의 웃음소리만이 가득했다.

아나스타샤들이 보석상을 들리고 무기점에서 얼쩡거릴 때, 아도니스는 엘돌란의 마법학교에 가라도스의 연구실에서 발견한 책들을 전부 처분하고 왔다.
그 책들은 단순히 구하기 힘든 서적들 뿐만 아니라, 흑마술과 관련된 자료도 있었던 모양이다. 아도니스의 말에 따르면 그 자료들은 흑마술을 연구할 시에 어찌되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는데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벌써 날이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야영하고 날이 밝으면 다시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숲은 해가 금방 지니까요."

클라인은 휴식을 권유했고, 아나스타샤 역시 동의했다.
나머지 일행은 곧바로 짐을 풀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특히 코스모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재빨리 불을 지폈다.

"와. 코스모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요?"
"저는 하녀니까요. 이런 일 쯤이야 별 거 아니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나스타샤의 칭찬에 코스모스의 입가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저녁으로 건량을 먹고나서 코스모스가 데워준 라벤더 차를 마시니, 온 몸의 긴장이 풀리고 노곤노곤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눈꺼풀이 내려앉기 시작한 아나스타샤는 침낭사이로 기어들어갔다. 내일도 끝없이 걸어다닐 생각을 하니, 더 피곤해지는 기분이였다.

욱끅끅- 우끄끅끅- 우욱끅끅끅끅-

늑대 소리인지, 원숭이 소리인지 이름 모를 짐승의 웃음소리가 숲 속을 헤집고 야영지까지 들려왔다. 아나스타샤에겐 그저 자장가의 반주 중 하나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갸릉-

경계심을 느끼는 고양이의 소리를 듣고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같은 위협을 느꼈던 것 같다. 이미 근처의 무기를 쥐고 경계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적의는 야영지의 모닥불 빛이 닿지 않는 사방을 둘러싼 숲 속에서 느껴졌다. 그 속에는 위협적인 짐승같은 눈빛이 희번덕 거렸다.
수는 아마도 여덟, 아니 열 명 같았다.
아나스타샤들이 적의 수를 확인하자마자, 하이에나와 같은 몸놀림의 놀 10명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고로간의 입에 거주하는 놀들은 오크두령을 따르면서 악귀술사를 따르고 있습니다. 들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조무래기 2레벨 조무래기 [인간형]
행동 순서 : +6
몽둥이 +6 vs. 장갑 : 4피해
포악한 무리_놀 두 명 이상이 같은 적과 접전중이면 그 적에 대한 이들의 근접 공격은 빗나가도 절반 피해를 줍니다.
체력 9 / 장갑 18 / 신방 15 / 정방 12


배치

 

 



북쪽의 클라인 주변 놀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손에 든 몽둥이로 공격했지만, 그는 검으로 막아내며 반격했다.
그러자 오른편, 동쪽의 놀 두 명은 클라인이 자신의 동료들과 접전 중인 사이, 옆을 파고들어 피해를 입혔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여러명의 놀들에게 둘러싸인 클라인이 바로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를 도와주고 싶어도 자신 역시 눈 앞의 놀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아나스타샤는 남쪽의 놀들에게 주문을 시전하는 아도니스를 보호하기 위해 검으로 무기를 교체하고 놀들에게 달려들었다.

코스모스는 서쪽의 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서쪽편은 놀들이 몇마리 없어 비교적 수월했다.
코스모스와 함께 있던 바를로는 다른쪽 방향의 놀부터 처리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는지, 눈 앞의 놀에게 일격을 가하며 재빨리 뒤로 이탈해 회피했다.
바로 클라인과 접전중인 놀의 뒤로 이동해 습격했다. 놀은 단번에 쓰러졌으며, 덕분에 클라인은 자신을 기습한 놀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놀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고,바닥에 쓰러졌다.

10명의 놀들은 전부 쓰러졌다. 아나스타샤들을 습격한 이 놀들은 그들 종족치고는 생각 외로 강한 녀석들이 아니였다. 아무래도 이들은 일종의 '정찰조'인것 같았다.

"아마 이 근처에 놀들이 모여있는 거점이 있는 모양이군요. 진짜 전투원들은 그곳에 있을겁니다."

클라인의 말에 바를로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 부근이라면 고로간의 입 근처겠군요. 거기서 온 놀들일거에요."
"고로간의 입이면 상당히 위험한데.. 원래 목적지가 있는데 굳이 방향을 틀면서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로간의 입과 좀 떨어진 곳에 새로 자리를 잡고, 한 명씩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도록 하죠."

 


 

에서 자는 것은 하루만으로도 충분

놀들의 습격 이후 별다른 위협없이 해가 떠올랐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녘의 햇살을 느끼며, 은색 만을 향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악귀해안은 이름과는 달리 잔잔하고 조용한 해안가였다. 모래사장에는 작은 자개 껍데기만 자리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짠내음이 섞인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녁으로 해안에서 잡은 생선을 먹을 이야기에 들떠있었다.
모래사장이 끝이나고, 평원위로 올라오니 태양의 반짝임과 같은 색의 높은 요새가 그들을 반겼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보다는 건물 안 쪽이 하룻밤 보내기에는 적당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요새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요새에 가까워질수록 그 앞에 서성이는 무언가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발의, 황금색 장식이 달린 하얀 갑옷의 남성이였다.
적일까싶어 경계심을 가지고 다가갔으나, 그는 아나스타샤들이 코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여기서 뭐하세요?"
"으,으아악!"

기사로 보이는 남자는 아나스타샤의 목소리에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당신들은… 순례자인지요?"
"순례자? 그냥 지나가던 모험가인데 하룻밤 묶을 곳을 찾고 있어서요. 요새인줄 알았는데 사원이라도 되나봐요?"
"모험가……. 요새는 맞습니다. 과거 황금거룡과 저희 황금거룡 기사단이 머물던 곳이지요. 폐허가 된 지금도 황금거룡을 존경하는 순례자들이 방문하곤 해서 그런 순례자 분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순례든 뭐든."
"어째서죠?"
"그게, 악귀들이 있거든요…."
"네?"

기사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였다.

"악귀들이 한 두 마리가 아니였던지라… 제 실력이 미숙한 탓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흠, 지붕 있는 곳에서 잘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아도니스가 아쉬운 것처럼 중얼거렸다.
사실 아나스타샤 역시, 아도니스처럼 요새 안에서 쉬고 싶었다. 어짜피 누군가는 처리해야 될 악귀라면 지금 처리하는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나스타샤는 뒤를 보며 다른 이들의 의사를 물었다.

"음, 그럼 저희가 악귀들을 처치하는건 어때요?"
"좋은 생각입니다."
"마침 몸도 근질거릴 때가 됐죠."

클라인도 바를로도 싫어하지 않았다.
말이 없던 코스모스쪽을 바라보면, 이미 악귀를 처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표정에서 드러났다.

"악귀를 처치해 주신다고요?"
"그렇게 됐으니, 악귀를 처리하고 나면 요새는 하루동안 마음껏 이용해도 괜찮겠죠?"
"다,당연하지요! 제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제 이름은 드미트리입니다. 저도 미약하지만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아나스타샤들이 요새 정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드미트리는 그들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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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