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돌란의 그림자4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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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4

 

 

엘돌란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들이 평민 구역의 사람들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잃어버린 희망 빈민 구제소

엘사는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느라 상당히 바빠 보였다.

 

"혹시 뭐 좀 물어볼 수 있을까요?"

 

"아, 죄송해요. 지금 정신이 없어서……."

아나스타샤는 엘사에게 무시당했지만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빈민 구제소의 일로 바쁜데,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말하기가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는 아나스타샤 본인조차도 하지 않는, 빈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나스타샤 기준에 가장 대단하고 선량한 종류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엘사 씨의 일을 도와주고, 쉬는 틈에 물어볼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코스모스는 눈에 띄게 기뻐하며 동의했다.

"엘사 씨, 뭐 좀 도울 일 없을까요? 그냥 바쁘시길래 저희도 돕고 싶어 그래요."

엘사는 환한 표정으로 아나스타샤들을 바라보더니, 몇 가지 일을 할당해 주었다.


클라인은 고람이라는 하프오크 남자와 빈민 구제소에서 사용하는 장작을 패고 날랐고, 아도니스는 엘사와 건물의 방 청소를 하러 갔다. 아나스타샤는 10대로 보이는 일사라는 인간 여자아이와 빈민들에게 줄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그 음식을 코스모스가 나누어 주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 되자 빈민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구제소 안에는 방을 사용하는 열댓 명의 인원만 남아있을 뿐, 아까처럼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아나스타샤들과 고람, 일사는 부엌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았다. 엘사 역시 일이 끝났는지, 남은 음식을 들고 테이블에 앉아 아나스타샤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수고하셨어요. 아직 점심 못 드셨죠? 남은 음식이긴 하지만 괜찮다면 이걸로 점심 식사를 하죠."

식사는 간단한 감자 스튜에 통밀빵이었지만, 일을 하고 온 다음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테이블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듯, 전부 말없이 빠르게 음식을 해치웠다.


그중, 같이 요리를 하며 친해진 일사가 아나스타샤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야가 음식을 굉장히 잘하네~ 밍숭맹숭한 감자 스튜가 오늘따라 더 맛있어~"


"하하, 내가 또 스튜같이 대량 생산하는 음식에는 자신 있거든.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맛있게 만드는 타입이라."


"앞으로도 여기 살면서 계속해주면 안 돼?"


"어머, 얘는……."

일사가 아나스타샤에게 달라붙어 조르자, 엘사가 그를 말리며 미안해했다.

"죄송해요. 일사가 아직 어려서……. 아나스타샤 씨가 정말 좋은가 봐요."


"아니에요. 저도 엘돌란에 오래 머물 수 있었으면 계속 돕고 싶었는 걸요."


"아……. 후계자 경연 대회 때문에 여행 중이라고 하셨죠? 바쁘신 와중에도 저희 일을 도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저희가 드릴 게 없어서 죄송하네요. 이 구제소도 대사제님의 지원금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해서 마을 상인분들께 기부금을 받는 실정이라………"

엘사가 씁쓸한 표정으로 뒷목을 메만지며 말했다.

"별로 무언가 바라고 도와드린 건 아니에요! 그냥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바빠 보이셔서요. 그리고 엘사 씨도 무언가 원해서 빈민들을 도와주시는게 아니잖아요."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게 뭔가요? 아는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대답해 드릴게요."


"어제 호객 광장에서 있었던 좀비 사건 아시죠?"


"아……. 정말 큰 일이었죠.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쳤더라고요. 제가 싸울 줄 몰라서, 좀비가 사람들 근처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게 전부였었어요."


"그곳에 계셨으면 좀비들의 얼굴도 보셨겠네요?"


"네, 몇 명이 아는 얼굴이라서 경비관께도 말씀해 드렸어요. 최근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어서 걱정했는데 좀비가 되어 나타날 줄이야…."

엘사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졌다. 그의 옆에서 묵묵히 스튜를 먹던 고람이 처음으로 반응했다.

"은방패대 녀석들…… 엘사님께서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다고 신고했을 때는 빈민들이란 게 원래 여기저기 흘러가는 사람들 아니냐며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만, 결국 일이 터진 거죠."

고람의 말에 일사가 거들었다.

"이게 다~ 뇌물이 부족해서야~"

고람은 그 말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 실종되었다가 좀비로 나타났다는 사람, 누구인가요?"


"한 명은 톨부스 리스라는 이름의 군단병으로 일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하던 중년의 인간 남자였어요. 또 다른 한 명은 코락 스톤슨이라는 구제소에서 곧잘 자고 가던 드워프고요. 둘 다 평민 구역의 주민이고, 일도 구걸도 구제소 근처나 그리핀 광장에서 했어요. 그래서 매일 보던 사람들이었는데 못 본 지 열흘 정도 됐나……. 그런데 그 사이에 죽은 거로군요………."


"엘사 씨……. 이번 일 같은 일은 더 이상 겪지 않도록 바랄게요."


"위로 고마워요."

아나스타샤는 엘사의 양손을 잡고 위로했다. 엘사는 덤덤한 척하려고 애썼지만,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엘사 화이트로즈에게 이번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좀비에게 습격당할 뻔한 것도 그렇지만, 자신이 도와주는 사람들의 허무한 죽음이라니. 그런 건 절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생하면서 빈민들을 돕고자 하지 않았을 테니까.

엘사를 생각하면 여기서 질문을 끝내고 싶었지만,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가 아직 남아있었다.

"사실 이번 사건, 범인들을 잡기 위해 조사하고 있거든요. 엘돌란에 시체왕의 수하가 있는 것 같아요."

시체왕이란 단어에 엘사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대사제를 모신다는 엘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말도 안 돼요."


"오늘 아침에 망자의 금고의 한 사제가 시체왕의 수하라는 걸 밝혀냈어요."


"그럴, 수가……."


"그 첩자의 쪽지 내용에, 평민 구역의 꿈팔이와 파울로스를 찾아가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혹시 꿈팔이가 뭔지 아세요?"


"아니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파울로스도 이 근처에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에요."

엘사가 고개를 젓자, 일사가 번쩍 일어나 소리쳤다.

"나! 나! 그거 들어봤어. 칼리아한테서."


"정말이야? 그 애가 어디 있는데?"


"지금쯤이면 한 탕 할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일사는 칼리아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칼리아는 합숙실의 한 구석에서 겉옷을 챙기며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막 나가려는 것 같았다.

"어이~ 지금 나가?"


"뭐야, 바쁘니까 말 걸지 마."


"네가 지금 하려는 심부름보다 더 도움이 되는 거라면 너도 듣고 싶을걸~?"

칼리아라고 불린 짧은 머리의 하프엘프 소녀는 아나스타샤들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일사를 쳐다보았다.

"흥, 별 일 아니면 가만 안 둬."

 

여전히 관심 없다는 태도였지만, 들어는 주겠다는 투였다.
아나스타샤는 정중하게 물었다.

"칼리아, 저희는 지금 꿈팔이랑 파울로스란 사람을 찾고 있어요. 혹시 뭔가 아는 게 있나요?"

칼리아의 눈썹이 잠깐이지만 들썩였다.

"아는 게 있으면요? 어쩔 건데요? 저는 당신들 상대하는 거 말고도 할 일이 많아서."

칼리아의 대답에 일사가 아나스타샤를 쳐다봤다. 손으로 동전 표시를 하고 있었다.

"지금 하려는 일, 보수가 어떻게 돼요?"


"………은, 아니, 금화 1개."

말하려던 건 은화 같은데. 아무래도 원래 보수보다 훨씬 높게 부른 모양이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에게는 흔하게 오지 않는 기회일 테니까.

"그 보수의 3배를 줄게요. 3gp면 됐죠? 어때, 오늘은 나에게 시간을 할애해줄 수 있겠죠?"

아나스타사는 그 정도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액수를 올렸다.
사실 정말로 아나스타샤에겐 별로 아쉽지도 않은 금액이기도 했지만. 하지만 그래서라기보단, 자신과 같은 하프엘프 소녀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칼리아는 금화를 받아 들고선 두 눈이 동그래졌다.

"우, 우와 나 금화 처음 봐…… 앗, 흠흠. 그래서 꿈팔이에 대해 물어봤죠?"

소녀는 금화를 받아들고 눈을 반짝였지만, 곧바로 아나스타샤들을 의식하곤 평정을 되찾았다.

"맞아요."


"꿈팔이들은 마약상이에요. 꿈 잎사귀라는 마약을 팔기 때문에 꿈팔이라고 불리는 거고."


"마약?"


"네, 톨부스라는 나이 많은 친구가 그 꿈 잎사귀에 중독되어 있었거든요. 듣기로는 꿈속을 헤메이는 것 같은 감각과 환상을 보여준다나 뭐라나."

톨부스라면 엘사가 말한, 평민 구역에서 실종되었다가 좀비로 나타난 이였다.
……확실히 마약상이라는 '꿈팔이'는 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 있어 보였다.

"근데 꿈팔이를 만날 거라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좀, 위험한 소문도 많고 그렇거든요."


"어느 마약상이나 다 그렇죠, 뭐."


"아니 아니, 이건 진짜예요! 그냥 몇 대 맞고 돌아오는 수준이 아니라니깐요!"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던 칼리아는 한꺼번에 폭발하듯이 분출해냈다.

참았기 때문이다. 계속 말하지 못하고 참았기 때문에, 멀쩡해 보이던 풍선이 한순간에 터져 버리 듯, 칼리아의 감정도 터져버린 거다.

 

"아까 말했던 톨부스가 꿈 잎사귀를 살 돈이 없어서 쩔쩔 메고 있었거든요. 막 손도 심하게 덜덜 떨고. 근데 어느 날, 톨부스가 새 약장수를 찾았다는 거예요. 그가 꿈 잎사귀를 절반 가격에 팔고 있다고. 돈 좀 빌려달라길래 남는 은화 몇 닢을 전부 톨부스한테 줬죠."

 

"어째서요?"

 

"그…… 내가 그 친구한테 신세 진 게 있어가지고. 내가 쥐잡이 패거리한테 두들겨 맞을 때 도와줬거든요. 어쨌든! 그 돈을 들고 꿈팔이한테 가더니, 한 일주일간은 그를 못 봤어요. 근데, 근데 갑자기 엘사님께서 좀비가 된 톨부스를 봤다는 거예요……!"

 

칼리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혹시라도 그들의 근거지 위치를 알려줬다가 잘못되면, 정말 앞으로가 걱정되고 무서워서………"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참아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꿈팔이에 대한 두려움도, 친구를 잃은 외로움도, 그가 좀비가 되어버렸다는 슬픔도, 혼자 안고 있어야 할 비밀도.


"걱정 말아요. 저흰 생각보다 강하고, 평민 구역 사람들이 더 이상 좀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할 거예요."

칼리아는 얼마간 말없이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한 번 믿어볼게요. 같은 하프엘프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나요?"

아나스타샤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꿈팔이는 여기서 몇 블록 정도 떨어진 옛 극장 건물에 있어요. 우연히 지나가다가 꿈팔이를 실제로 본 적도 있는데, 이 근방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였어요. 평민 구역에 살던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데……. 아마 이 구역에 새로 와서 장사를 시작한 사람이겠죠."

 

'외지인인가? 시체왕의 근거지에서 왔다던가…….'

 

"그리고 중년 정도 되어 보이는 인간이고, 입은 옷은 마치 옷가게 주인처럼 휘황찬란하긴 한데…… 어디서 주워다 입은 옷인 건지 전부 구겨지고 낡은 옷이었어요. 차림새만 보더라도 '아, 저 사람이구나'하고 알 수 있을 거예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 근데 말 좀 편하게 해요. 괜히 낯간지럽네. 일사한텐 안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럴까? 너도 편하게 부를래?"


"그러지, 뭐. 나는 언니가 말 안 놓는다고 해도 놓을 생각이었어! 친구에 나이가 어딨어?"


낯선 골목을 조심하세요

아나스타샤들은 빈민구제 소를 나왔다. 그리고 칼리아가 말했던 옛 극장 건물을 찾기 위해, 주변의 노숙자들을 탐문하고 다녔다.

톨부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 동네 마약의 주거래층이 노숙자들이었으니까 뭔가 알겠지.

 

쓰레기 가득한 좁은 골목을 지나며 탐문을 계속하던 때, 벽에 기대서 단도로 손톱을 정리하고 있는 날씬한 사람이 하나 보였다. 16세나 17세쯤 되어 보이는 인간 청년이었다.

그는 아나스타샤들을 보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여행자분들. 차림새가 번듯하시군요. 귀찮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만 여러분은 길을 좀 벗어나신 것 같습니다. 허리에 차신 주머니에 든 돈이 저랑 나눠가지기 충분할 정도로 많아 보이는데요. 지금 돈주머니를 던져 주시면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하는 도중에, 세 보이는 청소년들이 근처 골목과 쓰레기 더미 뒤에서 나타나 아나스타샤들의 앞 뒤를 막았다. 모두가 한 손을 등 뒤에 감추고서 히죽 웃고 있었다. 그러자 그들의 검게 썩은 이가 드러났다.

그들과 아나스타샤들은 좁은 골목의 병목에 서 있었다. 여기서 벗어나면 길의 폭이 다시 넓어지겠지. 아나스타샤들의 10m 정도 뒤에는 다른 골목이 직각으로 연결되어 있고, 20m 정도 앞에는 사거리가 있었다. 골목의 좌우 건물들은 돌을 쌓은 벽이었지만, 약간 앞쪽의 오른쪽 편에는 잠긴 나무 문이 하나 있었다. 그 건물의 높이는 7~8m 정도이고, 나무 문의 반대쪽 건물 5m 높이에 두 사람이 들어갈만한 발코니가 있지만 셔터는 잠겨있었다.
건달패와 아나스타샤들은 서로 단거리에 있었고 그들은 앞뒤에서 포위하고 있었다. 말을 걸어왔던 리더로 보이는 청년이 바로 맞은편에, 발코니에 숨어서 벽돌을 던지려 하는 벽돌수 하나, 그리고 길거리의 건달 12명이 앞 뒤로 6명씩 총 12명.

 

10대 건달들이라. 수가 밀리긴 하지만, 별로 불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아나스타샤는 웃으며 말했다.

"좋지, 친구끼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지. 근데 나는 친구가 이미 충분해서 말이야. 물론 네가 여기서 무릎 꿇고 빌어본다면 예외로 여겨줄 의향은 있어."


"……하하, 이런 상황에서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별로 좋게 지내고 싶은 의향이 없으신가 본데, 조금 거칠게 놀아드려야겠습니다."

리더가 고갯짓을 하자 건달패들이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무기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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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잡이패 건달
"뭘 쳐다봐? 꼬우냐?"
1레벨 조무래기 [인간형]
행동순서 : +3
단도/몽둥이/뾰족하게 간 뼛조각 +7 vs 장갑 : 3피해
순수 16+_건달이 더러운 수를 써서 대상은 2피해를 더 입습니다.
수적 우세 : 공격의 대상이 동료 둘 이상과 접전중이면 건달은 +1 피해를 더 가합니다.
체력 5 / 장갑 16 / 신방 15 / 정방 11

쥐잡이패 벽돌수
"이거나 먹어라!"
1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순서 : +3
벽돌로 후려치기 +5 vs 장갑 : 2피해
원.벽돌 던지기 +7 (높은 곳이라 +8) vs 장갑 : 4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은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어지러워집니다.
우월한 위치 : 쥐잡이패 벽돌수는 공격자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 장갑과 신방, 그리고 원거리 공격에 +1을 받습니다.
체력 25 / 장갑 16(17) / 신방 15(16) / 정방 12

뚜껑따개 (쥐잡이패 리더)
"그 허리띠 정말 멋있군요. 내가 차도 어울리겠어요."
1레벨 리더 [인간형]
행동순서 : +7
숨겨 놓은 쇠막대 +7 vs 장갑 : 4피해
순수 짝수 명중_뚜껑따개는 대상으로부터 이탈하고, 자유행동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원.단도 +9 vs 장갑 : 3피해
사용제한_전투마다 한 번.
애들아, 덤벼라 : 뚜껑따개가 공격할 때마다, 단거리의 동료 하나가 자유 행동으로 근접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 32 / 장갑 17 / 신방 12 / 정방 14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2), 벽돌수 (22), 클라인 (19), 아도니스 (16), 뚜껑따개 (14), 코스모스 (10), 건달 1,2,3,4,5,6 (10), 건달 7,8,9,10,11,12 (8)

아나스타샤, 벽돌수에게 원거리공격, 5피해, 이동행동, 문쪽으로 접근, 짧은행동, 문의 자물쇠 부수기 기능판정, d20(19)+민첩(2)+레벨(1)+뒷전(4) vs 보통(15) 성공.
벽돌수, 코스모스에게 벽돌던지기, 빗나감.
클라인, 건달6에게 접근,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건달5에게 냉기광선, 완전히 빗나감, 1피해, 클라인에게도 1피해, 이동행동, 문 안으로 들어감.
뚜껑따개, 아나스타샤에게 단검 던짐, 3피해, 이동행동, 코스모스에게 접근.
코스모스,
뚜껑따개에게 근접공격, 9피해, 자유행동, 후광,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건달1,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건달2,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3피해.
건달3,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건달4, 코스모스에게 접근.
건달5, 코스모스에게 접근
.

건달6, 클라인에게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3피해.
건달7, 뚜껑따개 뒤로 이동.
건달8, 뚜껑따개 뒤로 이동.
건달9, 뚜껑따개 뒤로 이동.
건달10, 뚜껑따개 뒤로 이동.
건달11, 뚜껑따개 뒤로 이동.
건달12, 뚜껑따개 뒤로 이동.

 

아나스타샤는 발코니에서 공격하며 방해하는 벽돌수 먼저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좁은 골목에서 머리 위로 화살을 쏘아봤자 소용없겠지.

 

'저 발코니로 올라가서 접전을 벌이거나, 맞은편 건물 위로 올라가는 것이 최적의 방법 같네.'

 

발코니의 반대편 건물을 보니 자물쇠만 부순다면 열릴 수 있을 법한 문이 보였다. 아나스타샤는 곧바로 자물쇠를 부쉈다.

아도니스는 자물쇠를 부수는 것만 보고도 의도를 파악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자신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1층의 건달들은 두 명의 의중을 모른 채, 단순히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 무기바꿈, 뚜껑따개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2피해, 이동행동, 문 안에 들어감.
벽돌수, 코스모스에게 벽돌던지기, 빗나감.
클라인, 건달6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10피해.
건달6, 전투불능.
건달1, 전투불능.
건달2, 전투불능.
건달3, 2피해.
클라인, 자유행동, 건달3 이어베기, 6피해.
건달3, 전투불능.
건달4, 3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 곡물창고의 3층 창가에 섬, 벽돌수에게 냉기광선, 9냉기피해.
뚜껑따개,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4피해.
코스모스,
뚜껑따개에게 근접공격, 12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발코니 아래로 이동.
건달4,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뚜껑따개 뒤로 숨음, 자유행동, 코스모스에게 공격, 3피해, 순수 16이상으로 2추가피해.
건달5,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완전히 빗나감, 자신에게 3피해.
건달7,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3피해.
건달8, 클라인에게 접근, 공격, 3피해.
건달9, 코스모스에게 접근, 공격,
빗나감.
건달10, 클라인쪽으로 이동.
건달11, 클라인쪽으로 이동.
건달12, 클라인쪽으로 이동.

 

하지만 리더 쪽은 달랐다.


"뭐하는 건가요! 이대로 뒀다간 망치머리가 당할 거라고요!"

 

리더는 문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아나스타샤를 공격했고, 아나스타사는 빠르게 검을 꺼내 들어 응수했다.

 

"뻔히 보이는 수에 당하지 않는다는 건가. 역시 우두머리는 좀 다르네. 아도니스, 먼저 올라가요!"

 

"쳇………."


리더 뚜껑따개는 아도니스란 남자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고작 한 합인데도 아나스타샤의 완력이 자신을 능가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 정면승부를 한다면 자신이 확실히 지게 될 거다.

거기다 1층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저 붉은 머리의 남자는 대체 무슨 괴물인지 모르겠다. 순식간에 우리 쪽 애들 셋을 베어 넘겼다. 나까지 자리를 뜬다면 전세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1층이 소란스러운 사이, 아도니스는 건물 안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내부는 곡물 창고였는데 창문이 열려 있고, 건너편 발코니의 위치보다 높은 건물이었기 때문에 좋은 자리 선점이 가능했다.

창 밖으로, 1층을 내려다보는 벽돌수가 보였다. 건너편 건물에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을 전혀 못하는 건지.

아도니스는 벽돌수를 향해 냉기 광선을 쏘았다. 벽돌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꽁꽁 얼어 1층으로 떨어졌다.

 

"망치머리가 쓰러졌다!"

 

"흐이익!"

 

건달의 상태를 보고 한 명은 도망쳤다. 다른 건달들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곡물창고의 지붕으로 올라감, 짧은행동, 무기교체, 벽돌수에게 원거리 공격, 빗나감, 1피해.
벽돌수, 아도니스에게 벽돌던지기, 완전히 빗나감, 아래층의 건달12가 맞음, 2피해.
클라인, 건달8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정밀공격 16피해.
건달8, 전투불능.
건달7, 전투불능.
클라인, 이동행동, 건달5에게 접근.
아도니스, 뚜껑따개에게 냉기광선, 15냉기피해.
뚜껑따개, 코스모스 공격, 4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건달들 사이로 숨음.
코스모스,
건달9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물러서기, 판정 성공, 클라인 뒤로 이동.
건달4, 클라인 접근, 공격, 3피해.
건달5, 클라인 공격, 완전히 빗나감, 건달4에게 3피해.
건달4, 전투불능.
건달9, 클라인 접근, 공격, 빗나감.
건달10, 클라인 접근, 공격, 치명타 6피해, 순수 16이상, 2추가피해, 수적우세로 1추가피해.
건달11, 클라인 접근, 공격, 빗나감.
건달12,
클라인쪽으로 이동.

 

하지만 리더는 그럴 때일수록 실력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코스모스 쪽을 파고들어 공격했다. 그리고 특유의 재빠른 몸놀림으로 무기 사정권 밖으로 물러났다.

 

"봤지! 아직 뚜껑따개가 있다고! 불쏘시개, 뚜껑따개를 엄호하자!"

 

솔직히 뚜껑따개라고 불린, 리더로 보였던 청년이 가장 싸움에 소질이 있었고, 그 외에는 별 볼일 없었다.

다른 이들도 그런 점을 아는 건지 리더에게 상당한 의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뚜껑따개가 공격에 성공하면 다른 건달들의 사기가 올라갔고, 공격에 실패하면 사기가 떨어졌다.

 

참모 격으로 보이는 녀석도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지, 모든 공격을 뚜껑따개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뚜껑따개를 엄호하는 진형으로 바꾸었다.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벽돌수 원거리공격, 치명타 11피해.
벽돌수, 전투불능.
클라인, 건달10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정밀공격 12피해.
건달10, 전투불능.
건달12, 전투불능.
건달9, 2피해.
아도니스, 뚜껑따개에게 냉기광선, 치명타 25냉기피해.
뚜껑따개, 전투불능.
코스모스,
건달9 근접공격, 9피해.
건달9, 전투불능.
건달5, 자유행동, 극복판정, 판정 실패, 도망쳐서 전투이탈.
건달12,
자유행동, 극복판정, 판정 실패, 도망쳐서 전투이탈.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지만,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이미 아도니스가 최적의 자리 선점을 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엄호를 해도, 머리 위가 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도니스는 뚜껑따개를 향해 냉기 광선을 쏘았다.

 

결국 뚜껑따개와 건달들 두엇만 남게 되었다. 집중 공격을 받았던 뚜껑따개는, 되려 남은 건달들보다 쌩쌩해 보였다.

 

'뚜껑따개라고 했나? 건달 주제에 제법인걸…….'

 

아나스타샤는 말없이 쌍수와 발차기로 건달 두 명을 밀치고, 뚜껑따개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뚜껑따개는 공격을 막았지만, 힘에 밀려 바닥을 구르며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남은 건달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고선 뒷걸음질을 치며 도망가버렸다. 뚜껑따개가 자신들 뒤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기고만장했던 거였지만, 그가 쓰러졌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무리 멍청하고 눈치가 없더라고, 자신들만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파악할 머리는 있었다.

 

뚜껑따개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섰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이 혼자가 됐다는 걸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저건 어떤 의미의 웃음이었을까. 실망? 납득? 자조? 뭐가됐든 뚜껑따개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제법인걸. 아직도 더 상대하겠다는 거야?"

 

"하, 하하……. 먼저 시비를 건 쪽은 제 쪽인데, 끝장은 봐야지 않을까요? 저도 체면이란 게 있어서 말입니다."

 

"흐음……."

 

아나스타샤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뚜껑따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뚜껑따개는 단검 하나로 머리를 보호한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뚜껑따개는 생각했다. 아, 정말로 끝이구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끝'은 시작되지 않았다. 뚜껑따개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뚜껑따개의 바로 앞에 없다는 거지, 있기는 있었다. 쓰러진 동료들의 소지품을 뒤지는 4명이.

 

"허………."


전리품 : 꿈 잎사귀 한 뭉치.

아나스타샤들은 쓰러진 건달들과 뚜껑따개에게 더 이상의 숨겨둔 무기가 없는지 조사했다. 죽인 건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다시 일어서서 공격해오면 곤란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온 건 잎사귀 한 뭉텅이밖에 없었다. 예상컨데, 이 잎사귀가 꿈 잎사귀라는 마약초일 것 같았다.

 


 

"뭐…… 하시는 건가요?"

 

"이 녀석들 깨어나서 공격하면 안 되잖아. 무기는 회수해야지. 아, 너도 무기 내놔."

 

아나스타샤는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내밀었다.

 

"호오…… 죽은 거 아니었나요?"

 

"죽긴 왜 죽어? 고작 삥 뜯는 건달들 죽여봤자 꿈자리 사나워."

 

"그렇군요."

 

"무기 내놓으라니까? 아직도 말 안 들어?"

 

빨리 무기를 반납하지 않는 뚜껑따개 때문에, 아사스타샤는 짜증 내며 그쪽을 쳐다봤다.

뚜껑따개는 멍한 표정으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전투 의사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인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는 녀석이네. 화난 것도 아니고, 비굴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서워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갑자기 저런 표정은 왜 짓는 거야?'

 

멍하니 서있던 뚜껑따개의 상체가 갑자기 아래로 푹 꺼졌다.

 

"저를 받아주세요!"

 

"뭐, 뭐야?!"

 

뚜껑따개가 아나스타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까 무릎을 꿇고 빌면 부하로 받아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언제!"

 

생각해보니 이 녀석이 친구 어쩌구 하길래, 그런 식으로 대응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게 진짜 받아준단 소리는 아니고 너흴 무릎 꿇리겠다, 그런 비유였던 거지! 진짜로 받아달라고 할 줄이야!

 

"이렇게 빌겠습니다!"

 

머리까지 바닥에 박았다.

 

"환장하겠네……."

 

방금까지 버터를 칼로 가른듯한 말솜씨로 시비를 걸었던 녀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하고 저돌적인 행동이었다.

본래는 여유롭고 능수능란한 지략가 스타일이 아닌, 이런 막무가내에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소년의 모습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저 이제 쪽팔려서 건달 짓도 못합니다. 받아주세요!"

 

"이게 어디서 수작질이야!"

 

멀찍이 있던 아도니스가 달려와 뚜껑따개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아, 아도니스. 그건 좀 심하잖아요."

 

"괜찮습니다! 받아주시기만 한다면!"

 

"하……. 그래, 어차피 물어볼 것도 있었는데 잘됐다. 너 이 이파리 뭔지 알지?"

 

뚜껑따개는 고개를 살짝 들어 잎사귀를 확인했다. 자신의 쥐잡이패 부하들이 말아 피우던 꿈 잎사귀였다.

 

"네, 꿈 잎사귀입니다."

 

"이 꿈 잎사귀를 어디서 났는지 말해주면 생각해볼게. 꿈팔이를 찾아야 할 일이 있거든."

 

"그런 거야 간단합니다. 그 녀석들이 장사할 수 있도록 장소를 빌려준 게 저희니까요."


"그럼 그 장소로 안내해 주겠어?"

 

비열한 웃음만이 얼굴에 서려있던 뚜껑따개는, 답지 않게 환하게 웃었다. 저런 미소도 지을 수 있구나, 정말 놀랐다. 평범한 10대의 모습이 거기 있어서.

"물론이죠, 누님."

 

미소 속에 드러난 그의 이는, 다른 건달들과 달리 까맣게 변해있지 않았다.


극장에 다가가기

"근데 내가 왜 네 누님이야?"

 

"그거야, 이제부터 제 두목이시니까 누님이죠!"

 

"왜 그렇게 계속 혼자 앞서가냐. 생각해 본다고 했지, 받아준 적은 없는데. 그리고 약쟁이들에게 그렇게 불려봤자 별 감흥 없어."

 

"……그러니까 저는 약쟁이가 아닙니다. 꿈 잎사귀를 뭉텅이로 가지고 있던 건, 일종의 당근이었죠. 부하들을 잘 부리기 위한 그런 거 말입니다."

 

아나스타샤들은 뚜껑따개에게 안내를 받으며, 꿈팔이가 자리 잡은 버려진 극장 건물로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뚜껑따개는, 아나스타샤가 마약에 대해 질색하는 기색을 보이자, 자신이 중독자가 아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영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아, 그래."

뚜껑따개는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저는 아직 18살입니다. 두목님이 아니어도 누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나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래. 불러라 불러."

 

아나스타샤는 포기한 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근데 왜 이렇게 내 부하 자리에 집착하는 거야?"

 

"원래 건달의 세계에서 자신보다 강한 자 밑으로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이치죠. 그리고 누님이 이 그룹의 리더 신 것 같고요. 아무튼 전 지금 도장깨기, 그런 거 당한 상태랍니다."

 

"하…. 구역을 침범한 건 미안하다고 생각해. 여기가 처음이라 잘 몰랐거든. 하지만 너희도 상대를 잘 보고 골랐어야지."


"아뇨! 저희 구역을 침범해 주셔서 완전 감사하고 있습니다. 누님을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더 솔직한 심정은 이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두목으로 모시게 되어서 떨리고 영광………"


아도니스는 뚜껑따개가 별로였다. 도장깨기? 두목? 누님? 웃기고 있네. 저건 그냥 아나스타샤에게 치근덕거리는 거다.

그럼에도 잠자코 있는 이유는, 그가 지금으로써는 아나스타샤에게 도움이 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도 한계점에 다다랐다.

"좀 적당히 하지 그래? 우리 놀러 가는 거 아니거든? 이러다 우리가 꿈팔이를 찾으러 가는 거 동네방네 소문나겠네."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법사님. 이곳은 저희 구역이고 제가 동행하는 이상,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

뚜껑따개가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대답하자, 아도니스는 헛웃음을 뱉었다. 그는 이런 종류의 사람에게 약했다. 화를 내거나 빈정대면 똑같이 해줘야 오고 가는 게 있는데, 이런 식이면 제 혼자 화내고 있는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나?

"그래서 아직 멀었어?"


"아뇨, 이제 도착했습니다. 저 2층 건물이지요."

 

그가 가리킨 방향에는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왜 꿈팔이를 찾으시는지 말씀해 주시지 않으실 건가요? 마약 거래……는 아닌 것 같은데요."


"글쎄, 알려줘야 하나?"


"알려주신다면 제가 누님께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어차피 동네 건달인데 말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아냐, 돈이 필요해서 우리가 시체 왕의 하수인을 찾으려 꿈팔이를 찾고 있다는 정보를 팔아넘길 수도 있어.'

"의심하고 계시단 건 알지만, 방금 싸움으로 깨달았습니다. 저는 누님과 그 동료 분들이랑 더는 척을 지고 싶지 않아요. 그래 봤자 아까처럼 당하고 말 텐데요. 그리고 그때에는 살아남을 두 번째 기회 같은 건 없겠죠. 차라리 누님의 편에 서서 가르침을 받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멋들어진 아부나 칭찬이 아니라, 철저한 손익계산에서 나온 말이었다. 아마도 아나스타샤의 의중을 눈치챈 걸 테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앞서 했던 말보다 이 계산적인 말이 더 신뢰가 갔다. 형체 없는 마음에 기대기보다, 정확한 이득과 계산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안심됐다.

 

그리고 이 구역 생리(生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뚜껑따개를 데려가는 것도, 마약상 패거리를 상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결국 그에게 말해주기로 결심했다.

"………엘돌란에 있을 시체왕들의 하수인을 찾고 있어. 그들이 호객 광장의 좀비 사건을 일으켰고, 우린 습격받았지. 그리고 꿈팔이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아서 조사 중이야."


"그렇군요. 시체왕이라……."

뚜껑따개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곧 싱긋 미소 지었다.

"응, 역시 누님 편을 든다고 하길 잘했군요. 저 사람들이 정말 시체왕과 연관되어 있다면,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 장소를 알려준 순간부터 저희 쥐잡이패 역시 표적이 될 겁니다. 살아남겠다고 정보를 판 들, 과연 무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뭐가되었든 죽은 자들을 부리는 자들과 연관이 되어봤자 좋을 것도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그 '조사'에 저도 끼워주실 수 있겠습니까?"

뚜껑따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내었다.
아나스타샤는 그의 객관적이고 여러 수 앞을 보는 판단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뚜껑따개, '영입'되어 환영하는 의미로 한 가지 더 질문할게. 저 건물에 잠입할만한 루트는 있어?"


"아니요. 길이라고 할만한 건 없어요. 거기다 보시다시피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인지라, 2층은 밟기만 해도 부숴질 겁니다. 올라갔다가 크게 다칠까 염려되는군요."


"잠입은 어렵겠네…. 1층 창가는 어때, 거기도 무너질까?"


"지난번 갔을 때, 건물의 1층과 지하는 튼튼했어요. 몸싸움이 벌어지더라도 괜찮을 테죠. 다만…… 토르사, 그러니까 꿈팔이는 동네 꼬마들을 이용해서 극장에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부에도 감시하는 자들이 있을 테고요. 수상한 움직임은 들킬 겁니다."

 

"정면돌파밖에 없겠네."


"그래도 처음엔 대화를 시도해보죠. 의외로 말이 통하는 약장수라는 게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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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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