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길 - 교살하는 바다1

TRPG/제 13시대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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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ive and forget.
용서하고 잊어버려라.



황금 망루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나스타샤들은 산타 코라-뉴 포트 대로에 도착했다. 이 곳은 큰 드루이드의 숲에 걸쳐 있었기에 다른 대로들에 비해 습격이나 무너짐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이 지나가는 동안은 별 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산타 코라에서 뉴 포트까지는 상당한 거리였지만 마차를 탄 덕택에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은색 만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은색 만은 그 이름처럼 은빛으로 빚나지는 않았다. 햇살이 바닷물에 비쳐 하얗게 반짝이기는 했지만 은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듣기로는 이 근방 해역에서 은갈치 어획량이 꽤 좋다고 하더군요."

아나스타샤의 생각을 읽은 듯 코스모스가 말을 덧붙였다.

"의미 전달은 확실하지만 그리 낭만 있는 이름은 아니였네요…."

약간의 실망을 담은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다, 곧 바로 내륙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그렇게 큰 만도 아니건만 피리긴의 집이 어딨다는건지. 위치 설명이 애매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거, 수상하지 않아요?"

아도니스가 가리킨 방향은 유리에 반사 된 태양 빛 마냥 번쩍거려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뭐에요?? 저 시각 테러하는 건물은?!"
"여기선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다가가보죠."

클라인 역시 제대로 보기 힘든건지 인상을 한껏 구긴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한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백한 돔

자체발광하던 건물은 아무도 밟지 않은 첫 눈처럼 창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한치의 색조차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고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햇빛이 눈부시게 반사되던 것도 저 괴상할 정도로 둥근 돔 형태의 건물의 흰색 때문에 일어난 일 일것이다.
하지만 그 건물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울리지 않게 소란스러웠다.

"당장 나오는게 좋을걸!"

그 괴상한 돔은 건달처럼 보이는 인간들 5명에 의해 둘러싸여 공격 받고 있었다. 그들은 문과 창문을 마구잡이로 두들겼지만, 돔은 강력한 무언가로 지어졌는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들은 근처의 바위 암벽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았다.

"저 사람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건물에 다가가기도 어렵겠어요."
"어짜피 건달들 같은데 그냥 해치우죠?"

다른 이들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자 가장 먼저 그들을 기습하기 위해 나섰다.



인간 용병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숏소드 +5 vs. 장갑 : 5 피해
원.석궁 +4 vs. 장갑 : 4 피해
빠른 공격 : 인간 용병과 접전중인 상대는 물러서기를 시도 할 때마다 1피해를 입습니다.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체력 27 / 장갑 16 /신방 13 / 정방 12

몽둥이를 든 건달
1레벨 방해자 [인간형]
행동순서 : +3
몽둥이 +5 vs 장갑 : 4피해
순수 짝수 명중_갑옷 파괴자! 몽둥이를 든 건달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상대의 장갑을 1만큼 감소시킵니다.
원.석궁 +4 vs. 장갑 : 3피해
체력 27/ 장갑 16 / 신방 13 / 정방 12

마법사 후원자
1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단검 +4 vs 장갑 : 3피해
원.불꽃 로켓 +4 vs 신방 (단거리 또는 원거리 적) : 4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 주변의 적은 각각 1회의 피해를받습니다.
체력 26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5

인간 활잡이
1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순서 : +4
단검 +4 vs 장갑 : 4피해
원.석궁 +5 vs. 장갑 5피해
기회 주의적 던지기 : 원거리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모든 상대는 이동 액션을 할 때마다 1피해를 입습니다. (처음 발생했을 때 플레이어에게 설명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체력 27 / 장갑 16 / 신방 12 / 정방 13



행동순서 판정 : 활잡이 (24), 용병1,2 (22), 아나스타샤 (19), 바를로 (19), 클라인 (19), 아도니스 (16), 마법사 (15), 몽둥이 (8), 코스모스 (6)

기습
바를로, 마법사에게 접근, 회피의 일격, 명중 6피해, 기세획득, 뒤로 이탈.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접근, 쌍수 근접공격, 명중 6피해.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용병2,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명중 4피해.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3피해.
바를로, 마법사에게 접근, 확실한 베기, 치명타 19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자유행동으로 만회의 일격, 치명타 20피해.
아도니스, 마법사에게 냉기광선, 10냉기피해.
마법사, 전투불능
몽둥이, 코스모스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코스모스, 자유행동으로 후광 비춤, 몽둥이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1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접근, 근접공격, 빗나감.
용병2, 클라인에게 근접공격, 명중 5피해.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바를로, 용병1에게 확실한 베기, 명중 6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용병1에게 냉기광선, 창성학으로 증폭, 명중 18냉기피해.
몽둥이, 코스모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코스모스, 몽둥이에게 근접공격, 응징하겠다 선언, 명중 12피해, 응징 3추가피해.

고조주사위2
활잡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 실패,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용병1, 바를로에게 공격, 명중 5피해.
바를로, 기세잃음.
용병2, 클라인에게 공격, 명중 5피해.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6피해.
바를로, 용병1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몽둥이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몽둥이, 코스모스에게 근접공격, 순수 짝수 명중, 갑옷파괴자, 명중 5피해.
코스모스, 몽둥이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17피해.
몽둥이, 전투불능.

고조주사위3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용병2, 클라인에게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1피해.
바를로, 용병1에게 회피의 일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용병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활잡이에게 냉기광선, 6냉기피해.
코스모스, 용병2에게 접근, 근접공격, 치명타 14피해.
용병2, 전투불능.

고조주사위4
활잡이, 아나스타샤에게 근접공격, 명중 4피해, 이동행동으로 물러서기, 판정실패.
용병1, 바를로에게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 활잡이에게 쌍수 근접공격, 명중 8피해.
활잡이, 전투불능.
바를로, 용병1에게 회피의 일격, 명중 8피해, 기세획득.
용병1, 전투불능.



돔을 둘러싸고 있는 적들은 전부 맥을 못추리고 쓰러졌다.

"크흑, 자, 잠깐!"

완전히 끝을 내려할 때, 마법사 한 명이 소리쳤다.

"우리는 누가 시켜서 이러고 있던 것 뿐이야! 죽이지는 말아줘!"

마법사는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자신과 동료들을 살려줄 것을 애원했다. 다른 이들도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으며 고개를 숙인채 떨고 있었다.

"그게 누군데?"
"…뉴 포트 외곽의 교차로에서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날씬한 체형의 여자에게서 일자리를 얻었어. 원래 아는 사이는 아니야. 부탁 받은 일은 피리긴을 붙잡아서 이니고 샤프에 대해 캐내는 일이였지."
"그 여자와 너희가 동료가 아니라는 보장은?"
"보수가 꽤 괜찮아서 받아들였을뿐이야. 선불도 못받아서 굳이 목숨을 걸어서까지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그래, 그럼 그 여자에 대해선 더 아는건 없어?"
"우리한테 황제의 부하들이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 했었어. 물론 자기가 놀들을 이용해서 처리한다 했기에 별 신경 안 썼지."

'놀? 설마…, 고로간의 입 근처의 놀들이 그냥 습격한건 아니란 소린가?'

 

"네가 이 무리의 리더야?"

"맞아. 이름은 나다다."
"그래, 선불을 못 받았다고 했지? 그럼 보고하고 보수를 받는건 어떻게 할 생각이였지?"
"그를 만났던 곳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였어. 자기가 직접 전보로 연락준다 했지."

'다시 만날 예정이 있다는건가. 이걸 이용하는게 좋을것 같은데.'

"보수로 얼마를 받기로 했지?"
"…명당 은화 10개."
"그 돈, 내가 지금 줄게. 의뢰한 여자에게서 전보가 오면 나한테 알려줄래? 그리고 내가 여자를 만난 뒤에 또 은화 10개를 주지."

건달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려주면 되지??"
"이 새의 다리에 묶어서 날려보내."

아나스타샤는 휘파람을 불어 피요르를 불렀다. 피요르는 명령에 따라 마법사의 머리 위에 앉았다.

"목숨을 살려준 대가는 톡톡히 치르는게 좋을거야."

아나스타샤는 용병들에게 돈을 건넸다. 돈을 쥐어진 그들은 연신 고맙다고 하며 도망치듯 사라졌다.

"굳이 의뢰인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상황이 끝나자 아도니스가 입을 열었다.

"잡지 않으면 이니고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또 피리긴이 습격받을거잖아요. 거기다 이니고를 찾아서 황궁에 대려다 놓은들 또 습격받거나 쫓겨도 곤란하고요."
"정말 믿을만한 분이시구려."

갑작스런 소리에 아나스타샤들은 돔 쪽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은발의 마법사가 돔모양의 건물과 같은 새하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녀석들을 쫓아내줘서 정말 고맙구려. 괜찮다면 안 쪽에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지 않겠소?"

그는 거의 부서진 문을 열며 돔 안쪽으로 아나스타샤들을 초대했다.


 

리긴과 만나다

"반갑구려. 내가 피리긴이라오. 자네들도 날 찾고 있었던게지?"
"네, 이니고 샤프에 대해 당신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당신이 황궁 구조물 건축가에게 보낸 소개장을 보고 왔습니다."
"그 편지가 이제서야 닿았구만…."

피리긴은 자신 앞의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들기며 고민하는 듯 싶더니, 입을 열었다.

"…이니고를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이오? 정말 황실에서 온 자들이 맞는건지…?"

아나스타샤 피리긴 안심 기능판정 : d20 (13)+레벨 (1)+매력 (2) vs 보통 (15) 성공

"저는 황제의 후계자 경연 대회 임무의 일환으로 이니고 샤프를 찾고 있었어요. 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는데, 그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임무가 떨어진거지요."
"황궁으로 간다면 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보장은 있는게요?"
"그가 맡을 일은 농업 기술에 관한 일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거기다 밖을 떠돌아 다니는 것보다야 제국의 황제 아래서 보호받는 것이 더 안전하겠죠."
"그건 그렇지. 그래."

피리긴은 아나스타샤의 말에 동의하며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사실 나와 이니고는 한 때 연구 동료였다오. 그의 연구소에서 다양한 기술들을 같이 연구했었지. 물론 발명가로서의 나는 그의 실력에 미치진 못했었지만 말이지. 그래서 나는 그가 발명을 하는 동안에도 종종 집으로 돌아와 이 해안선에서 수채화를 그리곤 했었다오."

그는 자신의 실력이 이니고에 비해 보잘것 없다 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겸손같았다. 그가 살고 있는 창문 없는 이 흰색 돔이 쉽게 지어질 수 있는 형태의 건축물이 아니라는 것 쯤은 비전문가인 아나스타샤들이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니고가 황실 소속인지는 알고 있었다오. 하지만 그는 황제 외에도 여러 표상들에게도 의뢰를 받아 여러가지를 만들곤 했었지.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도 대사제나 투장의 의뢰를 수행했던 것 같았소."

'하필이면 서로 사이가 안 좋은 대사제와 투장의 조합이라니…. 겁도 없네.'

"거기다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고용주라면 표상이라 하더라도 그냥 무시하기도 했었더라지. 그런 강력한 고용주들을 쉽게 무시하는 그의 대담함에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어 말리기도 했다오. 하지만 이니고는 전혀 듣지 않았지…. 나는 그에게 왜 이렇게 무모한 짓들을 하는지 물어봤소. 그들에게 원한을 사도 괜찮냐고 말이야. 하지만 그는 최소 두 가지 정도의 안전장치가 있기때문에 괜찮다고 할뿐이였소."
"안전장치?"
"그렇소, 자세한 방법은 모르지만 아마 그의 요새에도 그런 장치가 있었던 모양이야. 혹시 그의 요새가 오크 두령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한 것은 알고 있소?"
"알고 있다. 제국의 요청으로 오크들을 처리할 수 있는 마법함정을 고안해내서 습격받은걸로 알고 있는데."

클라인의 말에 피리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모두들 이니고가 그 때 죽은걸로 알고 있을테고 말이오."
"하지만 죽지 않았다?"
"그렇소. 그는 요새의 안전장치로 혼자 도망가 버렸다오. '혼자'서 말이지."

피리긴은 과거를 회상하듯 먼 산을 바라보았다.

"오크들이 노리는게 내가 아니였던게 다행이였던게지……. 나는 오크들이 이니고를 찾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때, 그들의 눈을 피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오. …그 뒤로 나는 더 이상의 순회를 그만두고 이 집에 머물며 연구와 명상의 나날을 보내고 있소. 애초에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였고, 이니고 역시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보단 혼자인 쪽을 더 좋아하는것 같았으니까 말이오."
"당신의 말을 들어보면… 이니고를 별로 좋아하지도 좋아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걱정하는게 맞긴 한건가요?"
"허허, 참 예리하시구려. 처음엔 나도 그를 노리는 다른 이들처럼 이니고에 대한 복수를 계획했었다오. 그러기 위해 그 녀석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장치를 연구했지. 그 장치를 개발하는 동안의 나는 분노로 가득차서, 요새에서 탈출하느라 크게 다친 내 몸을 돌보지 않았었지. 그런 내 몸은 안과 밖으로 썩어들어가고 있을뿐이였다오. 그러던 어느 날, 떨어진 식료품 창고를 채우기 위해 뉴 포트에 갔을때였지. 난 그 곳에서 빛의 신의 자비를 만났소."

빛의 신을 입에 담은 그는 어느 때보다 경건해 보였으며, 그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것 같았다.

"빛의 신의 말씀은 내 마음에 평화를 찾아오게 했고, 그 분은 분노와 복수, 상처로 얼룩진 나를 돌봐주셨지. 난 그 날, 그 분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은게요. 내 사소한 복수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이지. 내가 설사 이니고를 찾는다 한 들 어쩔 수 있겠소? 그에게 내가 받았던 고통을 그대로 준다면 내가 편해질까? 아니지. 그 때에도 난 여전히 괴로울거요. 차라리 그를 용서하고, 더 이상 이전의 상처를 들쑤시지 않게 인연을 끊고 만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일테지. 거기다 그는 자신의 잘못으로 계속 도망치며 살고 있을테니, 오히려 죽는것보다 더 괴로운 상태일거요. 이미 자신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깨달았겠지. 나는 이젠 그 역시도 하루 빨리 마음의 안식을 찾길 바란다오. 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자가 아니라 보호해줄 수 있는 자에게 그를 구해달라 하고, 이 질긴 악연을 완전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지. 그래서 그가 소속되어 있던 황궁에 편지를 보내면 그를 찾아줄거라고 생각했소. 하지만 그게 여기저기 소문이 나 다른 녀석들까지 끌어들일거라곤……."
"확실히 이해했어요. …당신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 더 이상 괴롭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저희도 이니고를 안전하게 보호해서 당신이 더 이상 지난 날에 괴롭지 않도록 할게요"
"이해해줘서 고맙구려. 혹시 한가지 부탁을 들어줄 수 있소?"

아나스타샤가 말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피리긴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부탁은 이거요. 그를 만난다면, 이 말을 전해주시오. 나는 자네를 용서했으니, 자네도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다신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그 후로 피리긴에게 이니고를 찾는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피리긴은 이니고에게 가장 가까운 물길을 찾아갈 배를 가지고 있었다. 이니고와 같이 일을 할 적에 주인을 찾는 마법의 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연구를 응용해 이니고를 찾아가는 배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가 복수를 포기하면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날을 위해 그 배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배의 위치는 은색 만에서 수백야드 정도 떨어진 곳이였다. 그 곳의 뭍에 방수포를 덮은 채로 숨겨놨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장소는 아님에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피리긴에게 호의를 베풀며 도와준 노움 사제로부터 얻은 여러 주문으로 가려놨기 때문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챌 수 있었다고 했다.

피리긴은 배를 숨긴 주문을 푸는 방법을 알려줬다. 방법우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비밀 하나를 큰 소리로 선포하는것. 물론 농담같은게 아니라 진짜 비밀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주문을 풀게되면 그것이 끝이 아니라, 특정 노래를 불러야 배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톤걸의 발라드'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오래된 드워프의 노래 중 하나로 아나스타샤들 중에서는 자세히 아는 이가 없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리긴에게서 직접 배워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아나스타샤 노래 학습 기능판정 : d20 (19)+레벨 (1)+지능 (1)+가희 (1) vs 보통 (15) 성공

피리긴이 먼저 시범을 보였고, 아나스타샤는 한 번에 따라불렀다. 그가 부르는 발라드는 훨씬 서정적이고 감성적이였다. 마치 원래 그런 노래였던 것처럼 눈 앞에 드워프 소녀가 해질녘 하늘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구슬프게 그리워하는 모습이 자연히 그려졌다.

"스톤걸의 발라드를 처음 듣는게 맞는게요…?"
"응, 원래 이런 노래가 맞는지 잘 모르겠네. 분위기가 너무 애달픈가?"
"아니, 오히려 내가 잘못 부르고 있었던것 같은데……."

피리긴은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이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아나스타샤,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요…."
"마치 노래가 당신에게 불려지기 위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시인이 아니어서 이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지 못하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하. 과장이 심하네요, 다들."
"이렇게 잘 부르니 노래는 여기까지만 배워도 되겠구려. 밤이 늦었는데 바로 가실게요?"
"밤의 바다는 위험합니다. 왠만하면 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는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길 바랬다. 그의 말처럼 아나스타샤들 중에서는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가 없었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배를 타고, 또 다른 위험성을 질 필요는 없어보였다.

"괜찮다면 하루 정도는 묶게 해 줄 수 있소. 적적한데 늙은 마법사 말상대나 해주구려."

피리긴도 아나스타샤들이 하룻밤을 지내길 바랬다.
그 뜻대로 아나스타샤들은 그의 집에 짐을 풀었다.


다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내고 늦은 밤, 잠을 자기 위해 바닥에 침낭을 깔았다. 아도니스는 저녁동안 피리긴과 꽤 친해진건지 그의 침대 옆에 붙어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니까 이 마법 주문은……."
"오오, 그런 방법이! 이거 도학에는 제가 따라가지 못하겠구려."
"당신도 마법물품 개발 능력이 수준급이야. 이런 인재를 제국에서 몰랐다는게 아쉬울 정도야."

'아도니스가 저렇게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건 생소하네. 역시 마법사라서 그런가.'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보호자가 된 기분으로 그의 교우관계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니 관심사가 달라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을 뿐, 큰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자리에 누운 아나스타샤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아도니스와 피리긴의 작은 목소리만 오히려 또렷하게 들려왔다.

'스톤걸의 발라드 가사나 외워볼까?'

결국 스톤걸의 발라드의 가사를 속으로 몇 번이고 완곡한 뒤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덕분에 그가 가사를 잊어버리는 일은 없었다.


 

밀, 그리고 항해

피리긴의 조언에 따라 보트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근처에 도착하자 고급 마법 재료의 냄새가 강하게 진동했기 때문이였다. 아나스타샤들은 그 냄새를 알고 있었다. 페퍼민트의 냄새다.

"문제는 개인적인 비밀을 말해야 마법이 풀린다는거죠…."
"그,그거라면 제가 해볼게요!"

아도니스가 얼굴을 붉힌채 앞으로 나섰다.

"보나마나 누님을 좋아한다던가 그런거 아닌가요?"
"……!…!!!"

아도니스는 돌처럼 굳은채 삐걱거렸다.

"아나스타샤 말고는 말한적 없는데!"
"누가 봐도…, 아니 그 전에 누님에게 말한 순간 이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아니잖아요."

바를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도니스는 할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니였기 때문에 입을 다물은채로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으음, 내 비밀은 딱히… 없는데. 물어보면 얼마든지 얘기해줄 수 있는 정도…?"

아나스타샤는 되려 비밀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어 문제였다. 본인조차 몰랐던 출생의 비밀조차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으니 숨길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클라인밖에 없네. 뭐, 군사비밀이라도 말해보시지?"
"아니, 군사비밀은 좀 그렇잖아요…?"

클라인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나스타샤가 서둘러 막았다.

"뭐 어때요. 우리끼린데. 듣고 잊어줄테니까 뭐든 말해봐."
"흠, 다른 사람은 믿어도 넌 못믿겠는데. 적어도 어떻게든 이용해서 날 곤란하게 만들 것 같거든. 그러는 네가 마법청이나 호라이즌 정부의 기밀이라도 하나 말해보는건 어때?"

아도니스는 특별히 부정하지도 않고 조용히 혀를 찼다. 아무래도 클라인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리고 본인 역시 정부 기밀을 말하기 곤란한 것 역시 클라인과 같은 입장이였다.

"……그럼 제 비밀,"
"크, 어쩔 수 없죠. 제 비밀을 말하겠습니다. 군사 기밀이니 정부 기밀이니 그런 무시무시한걸 외치라고 할 순 없잖아요? 참…, 여러분들에겐 말하기 싫었는데…."

바를로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제 성은 울손입니다!"

그가 큰 소리로 자신의 성을 외치자 민트향이 한꺼풀 벗겨지듯 사라지더니 방수포로 덮인 배 한 척이 나타났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바를로의 외침과 그에 따라온 마법 해제 효과와는 다르게 아나스타샤들, 특히 아나스타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네 성은… 뚜껑따개 아녔어?"
"마법사님…. 그건 제 별명이에요."

바를로는 아도니스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클라인을 흘끗 쳐다봤다.

"……? 왜 쳐다보지?"
"아니, 그…… 모르시겠어요?"
"뭘 말인가."
"그러니까, 제 성이요…."

반응이 영 시원찮은걸 이제야 느꼈는지, 기세 좋던 전과 다르게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모르겠는데."
"하……. 이거 참…. 그, 제가 귀족이거든요. 하하. 작위는 없지만."
"어?? 네가? 왜???"

귀족이란 말에 아나스타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 반응은 예상했지만, 거 너무 놀라시네요. 엘돌란의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귀족인거 아시죠? 반대로 귀족들도 대부분 마법사고."
"그랬지. 근데 넌 마법사가 아니잖아?"
"그렇죠. 하지만 저희 가문이 엘돌란에서 꽤 유명한 가문인지라…. 엘돌란의 세 학파 중 미스릴 학파의 석좌교수 코니가르 울손이 저희 조부님이십니다. 사실 클라인님은 귀족이니까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기고만장했나봅니다. 하하…."
"미안하게 됐군. 사교계엔 관심없어서."

클라인은 바를로에게 내력을 들은 후에도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흠……. 사실 그가 누군진 모르겠는데, 석좌교수는 알겠어. 그 파란머리 하이엘프처럼 학교구역에서 명령하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잖아."

아나스타샤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멸었다.

"샤리사 다크볼트님 말이군요. 확실히 자존감이 높으신 분이죠. 저희 가문과 사이는 안좋지만."
"그럼 대체 평민구역 뒷골목에서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는 이유가 뭐야? 아쉬울게 뭐가 있다고."
"음, 쫓겨났다고 해야할까요…. 하하, 제가 마법에 영 소질이 없어서."
"흐음…."

바를로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들에게 지금은 그런 사적인 일을 캐물어야 할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대충 대화를 마무리 짓고 방수포를 걷어, 배를 물가로 밀었다. 여덟, 아홉명 정도 태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배는 아나스타샤 일행이 전부 타도 넉넉할 것 같은 돛이 없는 조각배였다.
아나스타샤는 배 앞에서 스톤걸의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는 승객을 태울 준비를 마친 선원처럼 편안한 고조파 진동을 울리며 아나스타샤들을 반겼다.
모든 사람들이 승선하고나니 배는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돛과 노, 어느것 하나 없는데도 배는 바다로 나가 안개 속으로 꾸준히 나아갈 뿐이였다.

단지 아도니스만이 뱃멀미가 있는 모양인지 널브러진 상태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런, 마법사님께서 배를 못 탈거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순회다니시기 힘들겠군요."
"닥쳐……."

아도니스는 말싸움할 기력도 없는 것인지 짧게 욕을 읊조리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나저나 바를로가 비밀을 말할 때, 코스모스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나스타샤는 코스모스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저 앞만을 바라볼 뿐이였다. 코스모스도 아나스타샤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가씨, 필요하신게 있으신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고개를 저었다.

'괜히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일리 없잖아. 굳이 알려달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아나스타샤는 더 이상 코스모스의 비밀에 관해 생각하기를 관두었다. 대신에 배가 향하는 쪽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과 목적지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배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정말 이니고 샤프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 것인가? 그들 중 누구도 그 사실에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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