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시대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갈등1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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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갈등1

 

 


"안타의 16번째 생일을 위하여!"
""위하여!""
"지금 같은 날이 언젠가 또 올까?"
"너희들이 그때까지 살아만 있다면야."
"하하하! 이 중 몇이나 살아있는지 나중에 보자고."

 


 

첫번째 지령서

아도니스, 카스펜서 저택 출입, 기능판정 : d20(2)+매력(-1)+레벨(1) vs 보통(15) / 실패

이른 아침부터 저택 밖이 소란스러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니 대문 앞에 아도니스가 보였다.

"아도니스! 거기서 뭐해요?"


"아나스타샤!"

아도니스가 손을 흔들며 방방 뛰었다.

 

아나스타샤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때마침 클라인이 절도 있는 발걸음으로 내 방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게 보였다. 그는 오늘도 품 안에 꽃을 한아름송이 가지고 있었다. 그리곤 아나스타샤와 눈이 마주치자 안고 있는게 꽃인지 미소가 꽃인지 모를 정도로 화사하게 웃었다.


"클라인."


"편하게 주무셨습니까?"

아나스타샤는 흰색 메꽃을 건네받았다.

"그럼요, 근데 밖에 아도니스가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클라인의 미소는 잠깐이지만 금이 갔던 것 같다.

"…들어오게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클라인이 시킨 걸 거예요~"

아도니스는 방에 들어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었다.

 

아나스타샤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는 아도니스와 주인의 허락 후에 들여보낼 수 있다고 강경하게 맞서는 집사와의 신경전이 있었다고.

"아마 고의는 아니고, 클라인은 정원에 있어서 좀 오래 기다리게 한걸 거예요…."

아나스타샤는 화병에 꽂아 놓은 메꽃을 슬쩍 보며 말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숙녀의 방에서 남의 뒷담화는 적당히 하시지."

개인적인 업무를 마친 클라인이 돌아왔다.

"이제 앞에 있으니까 앞담화네. 됐지?"


"하하……. 그럼 다 모였으니 지령서 확인이랑 앞으로에 대해 얘기해보죠."


"네,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기 좋을만한 곳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클라인이 안내한 곳은 작은 회의실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모여서 이야기하기도 괜찮아 보였다. 무엇보다 뒤편의 책장에는 역사나 전술 자료도 많아 보였다.

클라인은 회의실 탁자의 상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 앉으시죠. 아나스타샤의 자리입니다."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코스모스는 각자의 자리에 레몬밤 티를 준비해 주었다. 내려진 차를 홀짝였다. 특유의 상큼한 향을 느끼며, 지령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하나, 주둔지 지구 내 소란을 잠재워라.
서로 붙어있는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 두 부대 사이의 갈등이 심각할 정도로 커져 유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두 부대를 중재해 액시스의 치안 강화에 힘써라.

하나, 엘돌란의 황토젤리를 처치해라.
황토젤리라는 것이 엘돌란의 하수구를 막고 있다고 한다.
거리의 미화에 보태어라.

하나, 재무부를 도와라.
최근 지출 부서로 옮겨진 제국의 재무대신 돈슨 트리스의 요청이 있다.



"굉장히 간략하네요…."


"이미 지령이 떨어진 걸 의뢰자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세부사항은 직접 움직여 조사하라는 의미겠죠."

클라인은 지령서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효율적인 순서로 움직여야 합니다. 주둔지 관련 임무와 재무부 요청을 우선 하는게 좋겠군요. 주둔지 지구의 상황은 직접 확인해야겠지만, 재무대신인 돈슨 트리스는 트리스 자작의 남동생이니 제가 추후에 저택으로 직접 부르겠습니다."

아도니스 역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다음은 엘돌란이 좋겠어요. 엘돌란호라이즌 근방에 있는 소도시거든요."


"그럼 정해졌네요. 돈슨 재무대신은 저택으로 불러 내일 보기로 하고, 그다음 엘돌란. 오늘은 주둔지 지구로 바로 가볼까요?

모두들 동의하고, 일행은 바로 남부 주둔지 지구로 향했다.


액시스의 주둔지 지구

주둔지 지구는 액시스에서 가장 넓은 지구답게 그 안에는 수많은 부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웅장한 건물부터 천막으로 이루어진 캠프까지. 외에도 각종 길드와 사무소, 주점이 즐비해 있었다.


이곳은 실제로 그렇게 나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북부와 남부 주둔지 지구를 구별해서 부르곤 했다.

그 이유로는 북부는 주로 투장 같은 표상들의 사절단, 고위 귀족의 사병, 도심을 순찰하는 제국의 3, 4 기사단 등이 자리했고, 남부는 주로 용병들이나 모험가 길드들이 주로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남부 주둔지 지구에도 유서 깊은 부대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주로 액시스에 갓 자리 잡은 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일반 부대로 생각되는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는 남쪽에 자리했을 거라 생각하고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주둔지 지구에 들어서자마자 아도니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에서 특정 부대를 찾는 것도 일이네요."


"이럴 때는 부대 사무소를 찾아가면 돼요."

용병 일을 하며 터득한 지혜였다.

"와, 역시 아나스타샤는 박식하시네요!"

아나스타샤는 부대 사무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근처의 표지판을 살폈다. 그러던 중, 그의 귀에 익숙한 단어가 들어왔다.


"하……. 일찍부터 줄 섰으니 이번에야말로 쾌검이랑 붉은 흙의 케스 표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암표를 사야 하나……."

쾌검과 붉은 흙. 그들이 찾던 부대의 이름이었다. 아나스타샤는 말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나스타샤?"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군중 속에 섞여 들려온 혼잣말을 들은 사람은 아나스타샤밖에 없는 것 같았다.

"잠시만요."

아나스타샤, 소리 진원지 탐색, 기능판정 : d20(16)+통찰(0)+레벨(1)+뒷전 출신(4) vs 보통(15) / 성공

아나스타샤는 근원지를 단숨에 찾아냈다. 뒷전에 전전하며 소매치기를 하든 소매치기를 잡든 했었던 수색 실력이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한다는 쾌검이랑 붉은 흙의 케스…… 어디서 하는지 알아요?"


"어? 으음… 그건 왜 물어?"

"아~ 사실 그 케스 경기 보는게 처음인데, 아무래도 첫 경기는 인기 있는 걸 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입소문 좀 탔길래~"

"처음? 하하, 이 아가씨 처음이라는 사람 치고 제대로 골랐네~ 그래그래, 지금 예정된 경기 중에는 굽은날에서 하는 쾌검붉은 흙의 대결이 가장 볼만할 걸!"


남자는 정말 귀한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좋아했다.

"투기 종목들은 말이지, 솔직히 대부분이 돈 벌려고 짜고 치는 수작질이지. 난 그런 '가짜' 에는 관심 없단 말씀이야. 하지만 쾌검 용병단붉은 흙 보병대? 얘넨 진짜지."

 

"진짜?"

 

'역시 쾌검과 붉은 흙이 용병단을 말하는 거였어. 좋아, 잘 찾았다!'


"요즘 그 녀석들 사이가 무시무시하거든. 아마 검투장에서 케스로 부대끼리 맞붙을 생각인가 봐. 이렇게 된 이상, 한 부대가 전멸할 때까지 싸울걸? 그러니까 '진짜'라는 거지. 뭐, 이제 표는 구하기 어렵겠지만. 나도 못 구했거든."


"그래요? 아쉽게 됐네."

 

남자는 신입처럼 보이는 아나스타샤에게 케스에 대해 마음껏 알은체 할 수 있어 기분 좋아 보였다. 투기라는게 늘 그렇듯이, 이쪽도 워낙 고인물이 많은 곳이니까.

 

아나스타샤는 이왕 잡은 기회, 놓치지 않고 마음껏 활용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우리 같은 구경꾼이야 그렇다 치지만, 그들은 그렇게 싸워서 얻는게 뭔데요? 돈과 자존심?"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 경기가 끝나면 더 얼굴 맞댈 일 없다는 점 때문 아닐까? 게네들, 부대만 붙어 있는게 아니라 같은 고용주 아래서 일한다고 들었거든."


"그렇구나. 뭐, 알려줘서 고마워요."


"헤헤, 한 명이라도 더 투기 종목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늘면 나야 좋거든. 특히 아가씨처럼 귀여운 엘프가 먼저 말 걸어 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겠어? 아, 내 이름은 글래디야. 혹시 내가 싸우는 졸에서 그 케스 표를 구해오면 같이 보러 갈래?"

글래디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갑작스럽게 작업을 걸어왔다.

그 광경을 멀리서 묵묵히 지켜보던 클라인과 아도니스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글래디를 쳐다봤다. 물론 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음, 평소였다면 심심하니까 한 번 정도는 같이 보러 갔을 텐데. 지금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니에요. 지금은 일행이 있어서."


"아아, 그런가. 아쉽네…."

 

정보를 얻을 만큼 얻었다고 생각한 아나스타샤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래도 보답은 하는게 좋겠지. 빚지고 사는 건 싫으니까.'


"당신도 아무리 그게 괜찮은 경기래도 굳이 암표까진 사지 마요. 암표는 환불도 못 받을 텐데, 취소되면 돈이 아깝잖아요?"

글래디는 뭔가 알고 있는게 있냐고 물어봤지만, 아나스타샤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


"쾌검 용병단붉은 흙 보병대요, 아무래도 케스 경기가 잡혀 있는 것 같아요."

 

"케스요?"

 

아도니스가 물음표를 띄웠다.

 

"케스(Khess)는, 쉽게 말하자면 진짜 사람이 말 역할을 맡은…… 체스(Chess) 같은 거예요. 우두머리의 전술 실력을 보기 위한 작은 전쟁이죠."

 

"흐음, 결국 두 용병단이 사이가 어떻건 검투장 내에서 싸우는 '경기'라는 거잖아요? 별문제 아닌 것 같은데 굳이 황실까지 나서서 중재해야 하나?"

 

"듣기로는 같은 고용주 밑에서 일한다고 하던데요. 제가 용병 일을 해봐서 아는데, 이런 경우엔 서로 공적을 가져가기 위해서 별의별 짓을 다 하거든요. 지금껏 사사로운 분쟁이 있었던 거겠죠. 결국 케스로 마지막 승부를 내기로 한 거겠고. 경기 전까지도 상대 인원을 한 명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암투 중일 거예요."


"검투장 밖에서까지 싸움이 연장되어 분란을 만드는게 문제라는 거군요."

설명을 들은 아도니스는 금세 납득했다. 그 사이, 부대 사무소에 도착했다.


사무소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사무소의 파티션 안쪽에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일하는 이, 책상에 앉아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이와 접수대의 직원에게 화를 내는 누군가와 연신 죄송합니다를 읊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깥쪽도 마찬가지였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각자의 용무를 처리하는 이들, 무언가 풀리지 않는 건지 연신 씩씩거리는 이도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접수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차례가 되었다.

아나스타샤는 책상 위 서류에 파묻힌 채로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적갈색 머리의 접수원에게 말을 걸었다.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병영 위치를 알고 싶은데요."

하지만 접수원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접수원의 가슴에 있는 명찰을 보았다.

"아비시니안 씨, 병영 위치 정도는 알려주실 수 있잖아요? 아니면 대략적인 위치가 기재된 최근 지도라도 주시면 좋겠는데."


"하……. 바빠 죽겠는데 여기서 그런 사소한 문제까지 신경 써 드려야 하나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갈 수도 있잖아요."

퉁명스러운 대답에 살짝 열이 올랐지만, 더 화가 난 아도니스를 말리느라 오히려 차분해졌다.

 

두 명이 접수원을 회유하기 어려워 보이자, 뒤에서 지켜보던 클라인이 나섰다.

"레이디, 바쁘시겠지만 실례가 안 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요? 물어가기에는 주둔지가 복잡하니, 아비시니안 양이 도와준다면 수월할 것 같습니다."

클라인, 접수원 설득, 기능판정 : d20(14)+매력(1)+레벨(1)+귀족(3) vs 보통(15) / 성공

클라인은 능숙한 예법으로 정중하게 말을 걸었다.


접수원은 아나스타샤가 그랬었듯, 웬 레이디 소리인가 싶었는지, 안경을 고쳐 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아비시니안은 놀랐다. 잘생겨서. 그의 취향이었다. 갑옷 입은 기사치고 깔끔하고 훤칠한 저 인상이. 다정한 목소리와 미소가. 아니, 저렇게 날카로운 인상을 가졌으면서 어떻게 저리 다정한 눈빛으로 웃을 수 있지?


접수원은 갑자기 목소리와 표정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그 정도야, 뭐... 주둔지에 낯선 사람을 안내하는 일도 접수원의 일이죠. 지도는, 여기 있어요."

아래쪽 서랍을 뒤적이는 듯싶더니 곧바로 지도가 나왔다. 확인하기 쉽도록 두 용병단의 표식(標識) 역시도 같이 주었다.

"그곳에 찾아가시는 거라면 조심하는게 좋을 거예요. 최근 가장 분쟁이 많은 용병단들이거든요. 싸움에 휘말릴지도 몰라요."


조언을 받고 부대 사무소를 나왔다.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에게 달라진 접수원의 태도에 대해 조용히 속삭였다.

"미인계가 효과적이네요."

클라인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아나스타샤에게도 통할까요."


"네? 어, 네???"

통한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 저런 녀석의 마수에 빠지면 안 돼요! 미인계라면…… 저도, 자신 있어요!"

 

아도니스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미인계라……. 클라인이 인상이 짙고 강렬한 미남이라면, 아도니스는 섬세하게 조각된 가련한 미남이지….'

"자기 주도적이고 활동적인 아가씨에게는 오히려 조신하고 내조를 잘하는 사람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말씀만 하신다면 언제든지 그런 사람을 찾아서 데려오겠습니다."

……라고 신성족다운 고고한 품새로, 전혀 고고하지 않은 말을 했다.

'조신하고 내조를 잘하는 사람은 코스모스…? 본인을 데려오겠다는 걸까.'

계속해서 세 명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결국 아나스타샤는 그들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려 등을 돌렸다.

"잘생기고 의지 되는 분들이 곁에 있으니 참 든든하네요! 하하! 빨리 용병단 부대로 가죠!"

아나스타샤는 어색하게 삐걱 거리며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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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흙 보병대와 쾌검 용병단

아나스타샤들은 제일 먼저 붉은 흙 보병대로 향했다. 병영에 도착할 즈음,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주변을 감쌌다. 여기저기 흐트러진 보급용 박스, 부서진 집기, 군데군데의 혈흔. 이곳에서 싸움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피요르를 날려 보내 주위를 살펴보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요르는 따라오라는 듯 빙빙 돌며 신호를 보냈다. 무언가 발견한 모양이었다. 아나스타샤들은 피요르를 따라 발을 옮겼다.

피요르를 따라간 골목엔 시체 두 구가 있었다. 죽고 시간이 꽤 흘렀는지 피가 바닥에 눌어붙어 있었다.

 

아나스타샤, 시체 조사, 기능판정 : d20(1)+통찰(0)+레벨(1)+뒷전(4) vs 보통(15) / 실패

 

"왠 시체지……."

 

아나스타샤는 눈살을 찌푸렸다.


클라인, 시체 조사, 기능판정 : d20(20)+통찰(0)+레벨(1)+사단장(2) vs 보통(15) / 성공

클라인은 제국 기사단으로서 각종 범죄의 수사에도 참여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현장을 둘러봤다.

"이 옷은… 표식을 봐서는 붉은 흙 보병대의 유니폼일 겁니다. 그리고 상처 부위에 찔린 검은
쾌검 용병단의 표식이 새겨져 있군요."


"관리소에서 두 용병단의 표식을 줬었죠. 정확히 일치하네요."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습격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이 검, 상처 위에 한 번 더 찌른 것 같습니다. 두 상처의 크기가 다른 거로 봐서 첫 습격은 이 검으로 한 게 아닐테지요."


"음, 확인 사살 차 한 번 더 찌른 걸까요?"


"그럴지도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죠."

아도니스, 시체 조사, 기능판정 : d20(14)+통찰(1)+레벨(1) vs 보통(15) / 성공

아도니스도 무언가 발견했는지 클라인의 옆에서 거들었다.

"미약하지만 시체에서 마력이 느껴져요. 첫 상처는 마법으로 인한 상처란 소리겠죠."


"범인은 마법사인가……."

그때,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시체와 같은 옷을 입은 하프오크 3명이었다.

"아까 입구 쪽 봤어? 또 침입자가 있던 모양인데."

 

"보나 마나 쾌검의 쥐새끼들이겠지. 아직 숨어있는 거 아냐? 그게 녀석들이 제일 잘하는 짓이잖아."


"어? 저 시체는…? 너희 뭐야!"

아나스타샤, 붉은 흙 보병대 설득, 기능판정 : d20(5)+매력(2)+레벨(1) vs 보통(15) / 실패

 

"아, 저희는……"

 

셋 중 하나가 아나스타샤의 말을 자르고 무기를 꺼내 들었다.

"설마 쾌검 용병단 녀석들이냐!? 이 녀석들, 우리들 앞에서 잘도…… 뻔뻔하군!"


클라인, 붉은 흙 보병대 설득, 기능판정 : d20(17)+매력(1)+레벨(1)+사단장(2) vs 보통(15) / 성공

"눈이 있다면 제대로 보는게 좋겠군. 나는 제국 기사단의 사단장이다."

클라인이 아나스타샤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갑옷을 본 그들은 저들끼리 쑥덕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황궁에서 쾌검 용병단을 처리해줄 사람을 보내준댔어."


"그랬었나?"


"맞아, 이 멍청아!"

 

하프오크치고 얍삽하게 생긴 남성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고 헤실거리며 다가왔다.

 

"황궁에서 오신 분들이셨군요, 하핫…. 대장님께 볼 일이 있으신 거라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만, 그 시체는 대체……"


"우리가 왔을 땐 이미 죽어있었어. 피를 보면 죽은 지 꽤 됐다는 것쯤은 너희도 알겠지? 조사 차 보고 있던 것뿐이야. 범인은 잡아야 하잖아?"

 

아나스타샤는 그가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든 말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무례한 사람에게  굳이 예의를 지키려 노력하진 않았다. 지금처럼.


"그렇군요. 그럼 저희는 동료의 시체를 묻어주러 가겠습니다."

 

아나스타샤들은 그들이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골목에서 나왔다.

"그럼 보병대 대장을 만나러 가보죠."


보병대의 대장은 아랫 송곳니가 눈에 띄는, 부라타라는 이름의 하프오크였다. 그는 부하 두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끝까지 화나 있는 상태였다.

"젠장!! 쾌검 용병단 자식들…. 하다 하다 내 부대 코앞에서 일을 벌여?!"


"쾌검 용병단 표식의 검이 있긴 했었죠. 이 일에 대해서는 저희가 가서 조사해보도록 할게요."


"조사는 무슨 조사? 이미 증거가 있잖아! 당장 때려 부숴도 시원찮을 판국에!"

아나스타샤는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그래서 저희가 가보겠다는 겁니다. 부라타 씨는 지금 너무 흥분해 있어요. 대외적으로는 붉은 흙 보병대가 과격하게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용병에게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대장인 부라타 씨가 더 잘 아실 거잖아요."

부라타는 여전히 씩씩거렸지만 더 이상 막무가내로 가겠다고 우기진 않았다.

그가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을 보이자, 아나스타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몇 가지 물어볼게요. 그들이 공격하는 사유에 대해 짐작 가는 거라도 있나요?"


"후………. 본래 한 고용주가 두 용병단을 고용하는 이유는 일종의 경쟁심을 부추겨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지. 근데 우린 싸울 일이 없어. 할당된 업무 자체가 다르거든. 그런데도 이런 짓을 벌인다는 건 우리가 아니꼽다는 의미일 거다. 우리가 하프오크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니까. 하프오크들이 인간인 자기들이랑 같이 일하는게 싫다는 거겠지. 빌어먹을 종족 차별자 자식들."

부라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제국은 여러 종족들을 수용하고 아우른다곤 하지만 실상은 달랐으니까. 드라켄할 같은 괴물들의 도시가 괜히 존재하는게 아니었다. 그나마 인간형 종족들에게나 조금 나은 정도일까.

 

하프오크는 괴물형 종족 중에 가장 인간들에게 호의적인 이들이지만, 그럼에도 껄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이유를 파악하려 한다면, 인간들이 주를 이루는 제국의 주적 중 하나인 오크두령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다.

하프오크와 달리 오크들은 오염된 땅에서 전염병 퍼지듯 자연 발생하는 종족이다. 그리고 오크두령은, 그 오크들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오크이자 수장이고.

 

오크들은 분명, 오크두령을 따르지만 하프오크들은 모두가 그를 따르지 않는다. 하프오크들은 엘프나 드워프처럼 신성한 곳에서 자연 발생하거나 그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태어난 이들이다. 그래서 각자의 신념과 사상에 따라, 큰드루이드를 섬기기도 하고 붉은 흙 보병대처럼 제국의 도시에 모여 황제의 휘하에서 용병 일이나 여러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프오크들과 오크들이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언제 인간들을 배신하고 오크 두령 휘하로 들어갈지도 모른다면서.

애초에 그들은 하프엘프가 엘프와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그런 의심을 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들은 황제나 대마도사, 대사제 같은 제국의 균형들 아래에 있지만은 않는다. 그림자 대공 아래에서 일하는 인간도 있고, 인류를 배신해 시체왕 같은 악의 표상 휘하에서 일하는 인간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 보는 인간을 보면서 언젠가 시체왕의 힘에 빠져 배신할 사람이라 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이종족(異種族)들에게 내리는 판단은, 너무 쉽게 진행되곤 한다.

……어쨌든 부라타가 차별을 근거로 삼는 이유는 충분했다.

"흠, 그런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라타는 아직도 뭐가 더 남았냐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죽은 부하들이요. 검에 찔리기 전에 마법적인 흔적이 남아있더라고요. 쾌검 용병단이 마법을 쓸 수 있나요?"


"하, 글쎄. 그 인간 녀석들이 마법을 쓰는 건 본 적이 없는데. 근데 세상에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야 많잖아? 걔네도 마법사 한 명 정도는 있겠지."


"그렇군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해결해서 다시 찾아올게요."


"……그래. 우리가 피해자라는걸 사람들에게 똑똑히 알려주라고."


붉은 흙 보병대 다음은 쾌검 용병단이었다. 한쪽의 의견과 정황만 확인할 수 없으니까. 아나스타샤들은 바로 쾌검 용병단 병영으로 향했다.

"지금까지의 얘기만 들어보면 확실히 쾌검 용병단이 수상하긴 하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렇다고 아나스타샤의 의심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었다.

'진짜 범인이라면, 과연 자신의 용병대 표식이 새겨진 검을 남겨두고 갈까? 일부러 잡으러 오라고 하는 것 같아.'

쾌검 용병단의 병영은 붉은 흙 보병대의 병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으니, 지나가며 얼마나 으르렁댔을지는 뻔한 일이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단원들의 안내를 받아, 단장인 갤러스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붉은 흙 보병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관련해서 조사 차 왔습니다."


"왜, 그 녀석들이 우리가 범인이랍니까? 하! 미치겠네. 누명 좀 작작 씌우라고 해주십쇼. 누구는 피해 안 본 줄 알겠네."

갤러스는 정말로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저게 가짜라면 완벽한 연기자일 거다.

"곤란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주변인들 조사는 필요하니까요. 바쁘시겠지만 협조해 주세요. 아니라고 판명되면 더 이상 소란에 휘말리지 않게 해 드리겠습니다."


"휴……. 뭡니까, 그래서."


"죽은 이들에게서 이 단도가 나왔거든요. 이걸로 두어 번 찔린 거 같은데, 본 적 있는 검인가요?"

이들이 범인이라고 단정 짓기엔 아직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혹시 모르니 이번 사건의 내용의 일부를 숨기기로 했다.

"허, 이거 우리 표식이네? 뭐야… 전혀 본 적 없는 검인데? 저희는 안 씁니다, 이런 검."


"위조품일까요?"


"그렇겠죠. 표식 정도야 병영 앞 깃발에도 그려진 거 아닙니까. 하지만 검은 저희의 설계도를 이용해 액시스의 대장간에 의뢰해 만들어 냅니다. 저희에게 검은 중요하니까, 이런 막검에 굳이 표식까지 박아서 쓰진 않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검 말고 다른 무기는 안 쓰나요? 활이라든가, 지팡이라든가."


"하하, 저희 용병단 이름이 왜 쾌검 용병단이겠습니까. 이곳의 인간들 전부 검을 쓰는 녀석들입니다. 마법을 쓰지 못해도! 신성력을 쓰지 못해도! 검 한 자루로 앞으로 나아가겠다!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

'정말 아무도 마법을 못 쓴다면 아도니스가 말해줬던 흔적은 뭐지? 역시 제 3자? 아니면…….'

"그럼 갤러스 씨 생각엔 누가 이 사건의 범인 같다고 생각하세요?"

아나스타샤는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했다.

"………그 녀석들이 우릴 쫓아내기 위해서 자작극을 벌인 거 같은데요.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 자식들, 벌써 몇 번째 피해를 봤다고 우겨대는지, 원."

지난 일들을 떠올리기라도 했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당신들을 쫓아내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저희 고용인이 아니스란 남자인 건 아십니까? 그 사람은 굉장한 부자로, 용병들에게 주는 보수도 짭짤하기로 유명하죠. 게다가 일도 쉬운 편이고…. 어떤 부대던 아니스 밑에서 일하고 싶어 한달까요."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붉은 흙 녀석들과 친한 부대 중에서 적벽 화격단이란 곳이 있습니다. 그 녀석들, 좋은 물주를 필요로 하던데… 분명 그 녀석들과 짜고 치는 걸거라고요."

아나스타샤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상관이죠? 아니스가 부대 하나를 잃었다고 해서 또 구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


"아뇨, 그 사람에겐 정확히 2부대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나가떨어지면, 붉은 흙 보병대가 아니스 님에게 입김을 불어넣어 적벽 화격대를 채용하리란 건 안 봐도 뻔한 일이죠. 하……. 그래요, 붉은 흙 녀석들이랑 분쟁 때문에 아니스 님이 새 용병단을 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시합에서 진다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데………."


"적벽 화격대인가……. 그럼 붉은 흙 보병대랑 적벽 화격대를 제외하고, 당신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 부대나 사람은요?"


"음, 글쎄요. 너무 많아서……."


"너무 많다?"

아나스타샤는 놀라 되물었다.

"아무래도 신생 부대들은 전부 기존의 부대들에게 불만이 있겠죠. 주둔지 지구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기존 부대들 때문에 병영이 조각조각 나 있는 곳도 있고, 아예 부지를 빌리지 못하는 곳도 있고 그럽니다. 그런 놈들은 저희가 아니라 누구든 나가면 얼씨구나 좋다 하겠지만요."

납득가는 내용이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됐어요."


"별말씀을. 아무튼 저희는 잘못 없으니까 누명만은 씌우지 말아 주십쇼! 저도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갤러스 씨 덕분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됐네요."


"그러게요, 자작극일 수도 있다니. 부라타란 오크, 그렇게 보이진 않았지만…."


"그들 말고도 다른 용의자도 있었지."

아나스타샤는 두 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정확한 목록을 수집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에 코스모스가 의견을 제시했다.

"신생 부대 목록을 얻으시려면, 다시 부대 사무소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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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아이디어/13시대 소재집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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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표상들이 이끌어가는 용 제국에서 벌어지는 서사시.

기본표상
황제,엘프여왕,드워프왕,오크두령,시체왕,악귀술사,투장,대사제,대마도사,큰드루이드,삼두회,황금거룡,그림자대공

추가표상
소드마스터,예언자,광대,마왕,도미니언,이단심문관,사교도교주

기본종족
인간,드워프,하프오크,하이엘프,우드엘프,다크엘프,하프엘프,노움,하플링,기계인,신성족,티플링,용인족

1시대 이전 공포스러운 황제의 시대
마도왕이 다스리고 흑마법이 기승을 부리던 시대. 왕의 힘이 강해졌으나, 그는 폭정을 일삼는 폭군이였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백왕은 마도왕에게 죽었으며, 각종 몬스터들이 창궐했고 그의 폭정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 반하는 이들 인간과 엘프와 드워프가 힘을 함쳐 쓰러트렸다.

1시대 개창의 시대
거인들의 선조가 살아가던 시대
사악한 마법사 표상인 마도왕을 최초의 용황제,엘프들,드워프들의 힘으로 패배시키며 시작되었다. 당시 마도왕의 수하였던 아케인 나이트들은 수장을 잃은채 떠돌거나, 부활을 기도하거나 교화했다.
당시 마법사들은 마도왕의 수하가 아니더라도 배척당했고 가장 마법의 힘이 약하던 때였다.
시대의 끝은, 수백년후 거인들이 드워프왕을 죽이고 액시스를 파괴시키며 끝났다고 모두들 동의한다.
표상들
가장 강한 표상

2시대 긴 수염들의 시대
지난 시대의 재로부터 일어나 자연은 더욱 더 번영했고 딱정벌레 거사처럼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벌레들과 지하의 동물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며, 거대한 숲을 이루었다.
거인들이 대부분의 세상을 지배했으며, 또한 큰 자연의 힘은 녹왕과 엘프여왕,큰드루이드를 강하게 만들었으나 그 자연의 주권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그 전쟁으로 인해 자연은 상당 수 파괴되었고 멸망했다.

3시대 발톱과 날개의 시대
전쟁 이후 엘프여왕이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며, 녹왕은 엘프여왕의 포로가 되었다.
바야흐로 엘프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신령 등장
멸망

4시대 신들의 시대
신들이 개입하던 시대. 신성의 힘이 강해졌고 사제들의 권능이 강해졌다.
당시, 암흑 신보다 빛의 신의 힘이 더 강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끝없이 반목했고 결국 신들의 전쟁이 일어나 멸망한다.

5시대 뼈 재단의 시대
흑마술의 도래. 암흑 신이 승기를 잡아, 빛의 신의 힘이 약해졌으며 언데드들이 주를 이루고 지배했다.
성기사와 사제들은 이들과 끝없이 싸웠으며, 사람들은 신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드디어 사람들의 시대가 돌아왔다.

6시대 불타는 유성의 시대
신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일어서고자 합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시대. 각종 에너지 펄스 기계부터 로봇들이 존재하던 때.
핵 폭발로 멸망.

7시대 탑들의 시대
핵전쟁으로 황무지가 된 땅에서 살아갈 수 없던 이들은 수많은 탑을 건설해 탑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시대가 온다.
과학 기술로의 발전이 실패를 이륙한 이후, 마법의 권위가 점점 높아져 이 시대에 정점을 찍었으며 점성가이자 예언가인 표상의 힘이 강해졌다.
하지만 세계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지진으로 탑들이 무너지며 멸망.

8시대 벽을 두른 도시들의 시대
탑 밖으로 나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황무지였다. 전 시대에 남아 있는 방사능으로 인해 오염된 생물, 다양한 괴물과 식인귀가 창궐하고 반표상주의 노래를 부르는 디스토피아적 시대.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못하고 벽을 두르고 살아간다.

9시대 사략 해적의 시대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대륙에서의 희망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 곳은 철의 바다 너머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배를 타고 철의 바다 너머를 항해했으며, 그와 더불어 다양한 해적들도 등장합니다.
드넓은 철의 바다를 모험하던 시대. 이때가 가장 철의 바다의 다양한 괴물에 대해 잘 알려진 시기입니다.
하지만 바다에는 괴물 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원래의 대륙 반대편으로 돌아올 뿐이였습니다. 세상의 끝을 보게 된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며 바다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10시대 야생림의 시대
새 표상의 등장으로 지난 시대에 오염 된 땅은 점차 다시 재생되었으며, 자연 속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바다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이 전환점을 새 시대로 맞이하며, 자연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11시대 울부짖는 달의 시대
자연을 숭배하던 사람들은 자연과 강하게 동화가 되었다.
짐승인간들의 출현의로 새 시대가 열린다.
사람들은 짐승 인간들을 자연과 더불어 숭배했다.

12시대 절반만 기억되는 시대
별의 별 민간신앙과 토속신앙이 생기고 그것에 심취되어, 심각해진 사람들의 위생관념과 청결상태는 시궁쥐를 창궐시켰습니다.
자연속에서 쥐,벌레,오물들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시대였습니다.
결국 역병으로 시대가 끝났는데, 후세의 사람들은 차마 뒤로 도태한 이 시대의 문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시대의 문화를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 멸망의 원인인 역병을, 악귀술사의 탓이라고 주장합니다.

13시대
대사제가 처음으로 등장한 시대입니다. 오크두령의 재림 역시 전례가 없었던 일이며, 제국의 경계 내에 큰 드루이드가 자리잡은 것 역시 오랜만의 일입니다.
다양한 표상들이 등장하고, 또 그 표상들이 각각의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던 시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몇몇의 예언자들은 이 현상을 무언가 큰 일을 막기위해 일어나는 징조라고 해석합니다.
결국 황금 거룡의 임종으로 악귀들이 심연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륙은 악귀들의 세상이 되며 13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13시대 이후

용들의 시대
새로운 용들의 탄생
자룡,황룡이 모여 칠색룡이라 불렸다.
백룡의 복수로 시체왕을 죽임.

큰 들불의 시대

금속룡들은 자신들의 왕을 잃었고 금속룡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용들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습니다.
악귀들은 심연에서 올라와 온갖 혼돈을 가져왔습니다. 악귀술사의 힘이 가장 강했으며, 악귀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습니다.
삼두회는 황금 거룡이 사라지면 자신들이 실권을 쥐게 될거라 생각했지만 남은것은 몰락뿐이였습니다. 악귀들의 창궐으로 포로에서 풀려난 녹왕 역시도 긴 시간 잡혀있어 상당히 약해져 있었습니다.
1시대 이후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 힘을 합친건 오랜만입니다. 악귀들의 창궐로 각 종족들은 누구보다 연대심이 강한 때였습니다.
결국 황제와 대마도사,대사제는 힘을 합쳐 악귀들을 몰아내며 시대는 끝을 맞이합니다.

사라진 신비의 시대
아주 먼 미래 세상에는 신비가 사라졌습니다.


세계

물질계

1.제국
2.야생의 땅
3.철의 바다
4.수중계
5.천공계
6.지하계


내부 이세계

1.심연
악귀들의 세계
2.정령계
정령들의 세계

3.요정계

페이 등
4.천상계
5.마계

외부 이세계
제국 이외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1.소울포지가 말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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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4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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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Prologue4

 


당신의 15번째 열의.
꺼지지 않는 작은 희망.

 



용비늘 연회홀의 문지기는 아나스타샤의 초대장을 확인하곤 들여보내 주었다. 피요르도 데리고 갈 수 있나 궁금했는데 문지기들에겐 작은 새 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복도로 들어가 연회홀의 내문 !(內門) 근처로 가자, 황성의 시종장으로 보이는 귀족이 아나스타샤를 맞이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듯 귀족의 눈썹이 씰룩였다.

"반갑습니다. 다리오 비녹스입니다. 제가 식견이 짧사오니, 영애의 가문과 존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아나스타샤. 하이엘프 오델리 캄랜드의 딸이며, 밝힐만한 가문이나 작위는 없습니다."


귀족은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귀족도 아닌 자가 후계자 선발 대회에 초청받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다리오는 뛰어난 시종장이었다.  그는 큰 문제를 만들지 않으며 사교계에서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능수능란했다.

다리오는 자신의 뒤에 대기하고 있는 시종이 아닌 멀찍이 떨어져 있던 여자 한 명을 불렀다. 신성족이었다.

"이 사람은 네가 보필하며 안내해라."


"네, 반갑습니다. 아가씨. 황궁에서 일하는 하녀 코스모스 페레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는 미천한 신분이니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아…… 그래요, 아니, 알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는 이에게 하대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경험도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지. 이곳의 규칙에 따르자. 나는 선발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니까.'


아나스타샤는 잠자코 안내하는 코스모스를 따라갔다.


기대가 클수록

안내받은 곳은 홀의 가장 가장자리였다. 이곳에서는 황제와 황후가 앉을 것으로 추정되는 어좌(御座)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단순히 자신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인사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라 여겼다.


홀을 둘러보면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제각기 무리 지어 모여서 홀에 마련된 핑거푸드를 먹거나 샴페인을 마셨다.

대부분이 이런 곳이 익숙해 보이는 이들로, 쭈뼛거리며 서있는 아나스타샤와 대조되었다. 구석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아나스타샤는 제법 눈에 띄었는지, 간간히 사람들이 흘긋 쳐다봤다. 아나스타샤는 그럴 때마다 일행을 기다리는 척 입구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느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제 옷이라도 맞추길 잘한 것 같아. 옷마저도 평소처럼 주워 입었으면 더 눈에 띄었을지도.'

지금의 그는 화려한 귀족까지는 아니어도 궁전 지구에서 근무할 법한 병사나 기사처럼 보이기는 했다. 사실 아나스타샤의
얼굴은 차려입기까지 해서 그런지 눈에 확 띄는 외모였다. 즉, 아나스타샤가 시선을 받는 이유는 비단 낯선 사람이어서만은 아니란 소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입구 복도의 방향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그러더니 문이 열리고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가 팡파르 소리와 함께 등장하였다.

황제 부부가 한걸음 내디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였다. 아나스타샤도 황제가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눈치껏 인사를 표했다.


황제의 뒤에는 액시스 내에서 볼 수 있었던 제복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모양의 제복을 입은
이들이 몇 명 있었다. 근위기사대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앞서 말한 익숙한 제복을 입은 제국기사단이 있었다.

 

기사단의 맨 앞에는 아나스타샤가 잘 아는 얼굴이 있었다. 타는 듯한 붉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의 회청색 눈동자.

"클라인…?"

그가 왜 여기 있는지 의아했지만,
이내 클라인이 황궁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애초에 이곳까지 그와 같이 왔었다.

많은 기사들을 이끌고 어좌에 도착한 황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모여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전부 차기 후계자에 맞는 자격이 있으며, 또한 그 자리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겠지."

다들 숨죽이고 울려 퍼지는 말에 집중했다.

"후계자 선발은 짐뿐만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건으로 뽑을 생각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원이 많아서야 오늘 안으로 한 명을 가려낸다는 건 불가능할 테지. 오늘 모여달라고한것은 참가를 희망하는 후보들 중에서 일부를 가려내기 위함이다."

그 말에 갑자기 연회홀 안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시작도 전에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조용히 하시오!!"

황제 옆,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늙은 남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주변의 반응으로 보아 저 인물이 황궁의 궁내경인듯했다.


연회홀이 잠잠해지자 황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진정이 되었다면, 한 명씩 나와 내 앞에 자신을 소개하라."

황제의 말이 끝나자 화려한 의상을 입은 금발의 남성이 제일 먼저 황제의 앞으로 나섰다.

"제국의
용이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본인은 바실리 스테판 타치야나 폐하와 다리아 슬라바 타치야나 폐하의 아들, 그레고리 슬라바 타치야나입니다. 소신, 폐하께서 내려주신 일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뛰어난 성과를 보여 제국의 이름을 영광에 떨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레고리 슬라바 타치야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황제와 황후 소생의 제국의 1황자였다.

정돈되고 겸손한 소개로 다들 역시 황태자의 재목이라며 소곤거렸다.

그가 인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 다음 황자가 뒤를 이었다. 아무래도 그들끼리의 암묵적인 순서가 있는 듯했다.

 

귀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아나스타샤는 그저 적당한 순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맨 마지막에 할지언정, 중간에 잘못 끼었다가는 흐름을 완전히 망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나스타샤를 제외한 후보들의 소개가 끝이 났다.
후보들은 서로의 순서가 끝나자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는 듯, 마무리 하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제국의 용이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앞선 귀족들의 말을 인용했다.

 

연회홀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들에겐 생판 처음 보는 존재가 후보랍시고 나선 것 같아 보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궁내경은 기사 한 명을 부르려 했다. 하지만 황제는 그를 저지했다.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건 궁정마법사가 확인 후 초대장을 보냈단 의미겠지. 우선 들어보고 판단해 보겠다. 말해 보아라."

황제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황제 폐하와 하이 엘프 오델리 캄랜드의 딸입니다. 밝힐만한 이름이 없는 집안입니다만, 폐하께서 주신 아나스타샤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황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간 것 같았다.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황제의 사생아는 황후에게 썩 달가운 소식은 아닐테니까.

"기회만 주신다면 저 역시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을 끝낸 아나스타샤에게 보내지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된 아버지란 존재와의 첫 대면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분명 저를, 아니 어머니를 기억해 주시겠죠? 황제라는 직책과 사정이 있어서 딸이 있는지 찾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뿐이겠죠?'

"아…… 그런 사람도 있었지. 오랜만에 들어보는군. 그 엘프에게 자식도 있었나? 그래, 자넬 보니 있었던 모양이지."

그리고는 살면서 엘프와도 만나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 라고 바로 옆의 황후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소곤거렸다. 황후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황제는 모를 것이다. 아나스타샤가 제법 귀가 밝다는 것을. 그 작은 소리조차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음을.

 

아나스타샤는 숙인 고개처럼 자신의 마음속 무언가도 같이 착 내려앉았음을 느꼈다.

"그래,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떨어지더라도 상심 말거라. 이곳에는 쟁쟁한 이들이 많으니."

큰 반응을 기대했던 것도 또 무언가 바랐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반응을 원한 것은 아녔을 것이다.

 

고개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아나스타샤의 뒤로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조소가 들려왔다.

'주제에 한몫이라도 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곧이곧대로 왔나 보지?'


'어미는 어디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엘프였을 거야. 타고난 얼굴만 적당히 반반한 그런……'


'문명도 모르는 미개한 종족.'

아나스타샤를 마지막으로 후보자들의 소개가 완전히 끝이 났다. 황제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각 기사단과 근위대에서 20명 정도의 인원을 데려왔다. 지원한 
자들과 직접 선발한 이들이지. 예외적으로 이리 많은 기사들을 데려온 사유는, 이들에게 대회 동안 자네들의 호위를 맡게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20명. 연회홀에 모인 후보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었다. 왜 20명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기사들은 자신이 충성할 후보에게 맹세를 하여라. 그리고 후보는 기사를 받아들일지 선택하여라."

황제의 명에 클라인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이 쪽 역시도 후보자들처럼 나름대로의 순서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대회가 진행되든 말든, 아나스타샤에게는 대회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뭘 기대한 거지…….'

그저 무기력함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신경 쓰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수군거림이 전부 맞는 말 같았다.


그렇게 수치심과 우울감,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 클라인이 아나스타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내밀었다.

"클라인……?"


"아나스타샤, 제가 당신의 기사가 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모두들 클라인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주목했었다. 그는 북부왕관의 영웅이며, 백작위를 계승한 사람이고, 제국의 제 1기사단 사단장이었다.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붙는 이 남자를 주목하지 않는게 더 이상했다. 거기다 사단장인 그가 선발 대회를 위해 선별되어 나올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 못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선택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나스타샤였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자가 뭐길래? 황제도 존재조차 잊은 사생아 아닌가?

 

당황스럽기는 아나스타샤도 마찬가지였다.

"클라인, 저는…… 저보다는 당신이 충성을 맹세할만한 고귀한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을까요?"


"제게는 당신이 그 사람입니다."

아나스타샤 눈 속의 그늘진 녹음이 다시 빛을 발하며 흔들거렸다. 하지만 클라인 눈의 말간 하늘빛보다 더 반짝일까? 그의 회청색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더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 눈빛에 기대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클라인은 아나스타샤의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 광경에 연회장이 크게 술렁였다. 놀라움, 궁금함, 다양한 감정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질투였다.

 

그중에서도 이 두 명을 제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가 있었다.

 

10황자 줄리엣 타치야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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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타치야나

줄리엣은 클라인 카스펜서가 백작위를 잇기 전부터 꽤 맘에 들었었다.

 

자신의 언니 질리엇은 언제나 우아했고 기품 있었다. 그런 언니는 언제나 모두의 선망을 받았으며, 결혼 뒤에는 더욱 날아올라 사교계의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다. 황제의 총애받는 후궁인 벨리타 타치야나의 딸이라 불릴만했다.
그의 또 다른 딸인 줄리엣도 그랬다. 한 송이 꽃과 같은 아름답고 가녀린 외모는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정원을 가볍게 통통 튀며 거닐면 온 주변을 화사하게 만들었고, 귀엽게 재잘거리면 듣는 이들을 달콤하게 녹였다. 그는 이미 주변의 모든 것들이 충분했고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언니를 보고 바뀌었다.

정략결혼이지만 프로소 공작과 결혼한 언니는 전보다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 단순히 성숙해져 한 층 무르익게 된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소 공작은 이미 그 작위와 재산, 인망만으로도 충분한데도, 그는 상냥했고 다정했고 무척이나 귀족다웠다. 그런 그와 함께하는 언니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그 행복 안에 존재하는 언니는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가졌다.


줄리엣은 그것을 동경했다. 자신 역시도 프로소 공작 같은 완벽에 가까운 사람과 만나,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존재함으로써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었다.

그런 줄리엣의 눈에 들어온 남자는 클라인 카스펜서였다.

 

그는 뭇 영애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손에 꼽히는 미남이었다.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켜주고 싶게 만드는 수심이 비치는 눈빛, 오랜 기사 생활로 만들어진 탄탄한 몸. 이렇듯 그의 외모야 더 말할 필요도 없었고, 무예 실력이라 함은 이미 10대 때부터 제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출중했다.

그리고 20세 때에는 북부왕관의 전쟁 영웅 중 하나로서 온 제국민들에게 칭송받았다. 그의 아버지가 전쟁 중에 돌아가시고 카스펜서 백작이 되었을때에도, 황제가 더 높은 작위를 하사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게다가 명문가인 카스펜서 출신답게 언변과 예의범절이 뛰어났다. 레이디들에게도 살갑진 않을지언정, 부드럽고 정중했다.

돈, 명예, 권력, 외모, 성격 중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그야말로 용 제국의 여성들이 탐하는 완벽 그 자체의 남자였다.

 

문제는, 그가 일반적인 귀족들의 결혼 적령기를 지났음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점에 있었다.

 

줄리엣은 그 점을 보고, 클라인이 자신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청혼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일 거라고 착각했다.

 

줄리엣은 클라인이 자신에게 관심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자신이 연 사교 모임이나 티 파티에 가끔이지만 참여한다는 점과 데뷔탕트 때 파트너였다는 점, 자신이 참가하는 연회에 그 역시 참석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실상은,
어린 줄리엣을 대신해 어머니 벨리타가 주최한 파티였으며, 명색이 황족이 연 모임이었기 때문에 예의상 간간히 얼굴을 비춘것이였다.

데뷔탕트의 경우는, 질리엇과 클라인이 동갑인지라 우연히 데뷔탕트의 시기가 맞아 서로의 파트너를 해주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것을 들은 줄리엣이 언니에게 부탁해 그 인연과 황제의 요청으로, 파트너로서 참가했던 것이었다.아이러니하게도 사교계에 회자됐던 건, 고작 스쳐가며 춤 한번 춘 예카테리나와의 염문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연회가 겹치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 클라인이 참여하는 연회나 무도회를 줄리엣이 사전에 조사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줄리엣을 사람들이 칭송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클라인은, 줄리엣을 칭송하는 사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분명했다.


줄리엣의 착각은 혼인이 가능한 16살이 훌쩍 넘어, 20살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어쩌면 클라인이 수줍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며.

줄리엣이 용기를 내어 단 한 번만이라도 클라인에게 관심 있다는 뉘앙스를 보였더라면, 확실하게 거절당했을텐데.

하지만 줄리엣은 사랑받을 줄만 알았지 먼저 사랑을 주는 쪽이 아니었다. 때문에 줄리엣의 짝사랑은 클라인 본인도 모른 채 계속되었다.

 



그것이 흐르고 흘러 현재에까지 도달했다.


그는 후계자 선발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기품 있고 뛰어난 면모를 온 귀족들에게 더 어필할 생각이었다. 그 대상에는 클라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딱히 황태자 자리에 관심 있던 것도 아니었다. 황후의 자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될 수도 없을테고.


그러던 중, 대회 전 날에 클라인이 선발 대회의 호위기사로 급하게 자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자신이라면 기사들이 앞다투어 호위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클라인이 있다면 그런 다툼은 벌어지지 않겠지. 왜냐하면 기사단의 서열 순서대로 기사의 맹세를 할테고, 1기사단의 사단장인 클라인이 첫 번째로 걸어 나와 자신이 충성을 맹세할 주군에게 갈 테니까. 자신은 그저 제일 먼저 다가온 기사의 맹세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클라인의 기사의 맹세를!

줄리엣은 클라인이 자신의 기사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면 클라인은 자신의 호위기사가 되기 위해 자원한 걸 테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패배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황후 폐하의 소생이며, 동갑내기인 예카테리나에게조차 일말의 열등감을 느껴본적 없는 줄리엣이었다.

예카테리나의 지위가 그보다 조금 더 뛰어난다 한 들, 자신이 더 예쁘고, 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용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자신의 오빠들에게 밀려서 되지도 못할 황제의 자리에 한심하게 시간을 쏟고 있으니까. 괴팍하게 힘만 세고 예민하며 날뛰기만 하는 얘 하고는 차원이 다른 나니까. 마지막으로 용 제국의 모두가 되고 싶어 하는 카스펜서 백작 부인은 내가 될 거니까.

그 정도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카테리나 정도는 출신이 좋으니 아주 조금이라면 자신의 라이벌로 인정은 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예카테리나도 아니고 뭔데 저 하프엘프는?

클라인은 금발의 하프엘프에게 지금껏 본 적 없었던 다정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줄리엣은 상황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나스타샤…… 가만두지 않을 거야. 꼭 클라인을 내 것으로 만들겠어."

 


 

새로운 목표

20명의 기사들이 모두 자신의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당연하게도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기사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기사의 맹세가 끝나고, 황제는 또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호위기사가 없는 후보자들은 이만 돌아가도 괜찮다."

선택받지 못한 후보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이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어필할 생각이었겠지만, 시작도 전에 떨어진 것이다.


대부분은 황제에게 입양된 자들이었고 권력의 위치에서 밀려난 친척들이나, 나이가 너무 많거나 어린 경우였다.

이런 이들은 기사들이 충성을 맹세할 만큼의 지위와 명성을 찾기 전에, 애초부터 일면식이 없던 이들이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였다. 후계자 선발 대회라는 이 정통성 있는 대회는 '공정성'을 표방하며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 모두 황태자가 될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황실 내에서 이미 권위와 입지가 있는 이들에게 유리한 대회나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나도 저들 중 하나였겠지. 이 황궁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으니. 클라인과 연이 닿은 것도 순전히 천운이었어. 여기 오기 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떨어진 후보자들이 결국 아쉬움과 실망감을 뒤로하고 연회홀을 나갔다. 참가하게 된 20명의 후보와 20명의 기사들만 남게 되자, 황제는 앞으로에 대해 설명했다.

"후계자 선발은, 임무를 지령하면 해당 임무를 최대한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될 것이다. 무릇 황제라면 자신이 다스리는 곳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할만한 힘도 갖추고 있어야 하지. 하지만 누구라도 혼자서는 힘든 법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에게 조력자를 붙여준 셈이니라.
"

궁내경은 20개의 지령서를 카트에 쌓은 채 끌고 왔다. 그리고 지령서를 하나씩 후보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안에는 3개의 임무가 있다. 반드시 전부 수행할 필요는 없지만, 완수한다면
전리품 및 보고서를 작성하여 내무부에 올리도록. 이 지령서를 수행할 기한은 한 달이다."

임무는 평소에도 용병일이나 길드 일을 하면서 종종 하는 것이지만, 확실히 이번만큼은 책임이 막중했다.

"그럼 조화의 달의 열다섯 번째 날에 보지."


"여러분의 앞 날에 선대들과 황금거룡의 축복이 깃들길."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황제와 황후는 근위대와 같이 돌아갔다. 연회홀에 남겨진 다른 후보자들도 더 이상의 볼 일은 없는지, 하나둘 자리를 떴다.


"이제 한동안은 같이 있을 수 있게 됐군요, 아나스타샤."

아나스타샤와 클라인, 그리고 코스모스는 연회홀 밖으로 나와 마차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그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얼굴을 바라보면, 평소와 같은 덤덤하고 온화한 미소가 거기 있었다.

"다 클라인 덕분이죠. 항상 저를 도와주시네요."


"제가 아나스타샤를 도와드린게 아니라 아나스타샤가 저를 선택해주신 겁니다. 지금껏 저에게는 거절당한다는 전제가 없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긴장되었습니다."


"하하, 이 사람 참. 자신감이 넘치시네."

마차 대기소에는 클라인과 타고 왔었던 마차가 보였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익숙한 인형(人形)이 있었다.

"아도니스!"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에게 달려갔다. 그에게 실망했던게 바로 어제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막상 그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피요르 역시 아도니스가 반가운지 곁을 맴돌았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나스타샤. 호위기사는……"

아도니스는 또다시 어제처럼 표정이 굳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사단장이라는 사람이 할 일도 없나?"


"내가 할 소리다. 궁정마법사를 관두더니 할 일도 없나 보군. 오늘은 내 마차에 수작을 부렸나 보지?"

그 말에 아나스타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도니스를 바라봤다.

"……진짜예요?"


"아, 아니에요! 여기에 있던 건 순전히 우연으로…… 사실 클라인이 호위기사가 될 줄 어느 정도 예상은 했긴 했는데……… 제발 빗나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고개를 숙인 아도니스는 울먹이는 것처럼 웅얼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클라인이 싫어도 다시는 그런 짓 안 할 거예요…. 아나스타샤가 슬퍼하니까."

아나스타샤는 미안한 표정으로 클라인을 바라봤다.

"다시는 안 그러겠대요. 클라인도 당한게 있으니까 아도니스를 용서해달라거나 사이좋게 지내라는 건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같이 있을 때만큼은 서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될까요? 아도니스는 후계자 선발 대회나 임무를 도와준다고 했었거든요."

클라인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아나스타샤, 제가 있다면 이 자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호오, 네가 마법도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나 봐? 후계자들은 곁에 기사나 시녀 외에도 마법사 한 두 명쯤 두는게 상식이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녔는지 클라인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마차의 문을 열어 아나스타샤를 마차에 태웠다. 그리고 아나스타샤의 맞은편에 클라인이, 옆에는 아도니스가 앉았다. 그 두 명은 애써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아도니스의 맞은편에는 코스모스가 올라탔다. 연회홀에 입장할 때 안내역 겸 시중을 들어주었던 사람이었다.

"코스모스라고 했죠? 당신도 따라오는 건가요?"


"저는 아가씨에게 붙여진 하녀입니다. 임무를 수행하실 때 동행하며 도와드리는 것이 제 일이죠."

아도니스가 거들었다.

"선발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시중을 드는 시종들은 후보자가 떨어지기 전까지 계속 보필하기로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전투 센스가 있는 시종들 위주로 선발해서 도움이 될 거예요. 아나스타샤는 대회 참가 자격을 받았으니까 동행하는게 맞아요."


출발 이후, 클라인이 코스모스에게 말을 걸었다.

"후보자들은 입양되지 않거나 작위가 내려지지 않았어도, 혈연관계라면 결국은 황족. 그렇다면 귀족이 보좌하는 것이 맞거늘, 방금 전 하녀라고 하지 않았나?"


"네, 저는 평민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성족인 것이 눈에 띄어 시녀분들을 보좌하는 황궁 하녀로 일하게 됐지요."


"……비녹스 남작 짓이군."


클라인뿐만 아니라 아도니스의 표정 역시 안 좋아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한데…."

 

"시녀면 어떻고 하녀면 뭐 어때요. 전 코스모스가 좋은걸요."

 

"아나스타샤가 괜찮으시다면 상관없겠지만, 보통의 하녀들은 후계자 선발 대회를 위해 선별된 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 능력이 없다시피 합니다. 분명 남작은 당신이 떨어질 것이라 넘겨짚고 황족에게 하녀를 붙이는 짓을 벌인 것이겠지요."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다행히도 저는 황궁 하녀로 일하기 전에는 빛의 사도로서 악과 싸웠던 경험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시종장님께서는 제 전투 능력에 대해 모르셨겠지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하지만 아도니스는 여전히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흥, 비녹스인지 뭔지, 맘에 안 들어……. 단순히 기사만 어떻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방금 뭐라고 했지?"


"아아~ 아나스타샤를 참가시키기 위해 기사 한 명을 매수했거든. 아나스타샤께 기사의 맹세를 해달라고."


"매수? 제국의 기사에게 무슨 짓을…… 그러지 않아도 어차피 내가 아나스타샤의 것이다."


"무슨 짓이긴. 매수당하는 쪽이 잘못한 거지. 사단장이 클라인 같은 녀석이니 기강이 해이해질만도~"

두 명이 말다툼을 할 때는 정말 죽을 맛이다. 특히 지금처럼 붙어있는 마차 안에서는 더더욱.


그 죽을 분위기를 잠재운 건 코스모스의 질문이었다.

"아가씨께서는 반드시 황제가 되실 것이죠?"


"당연하지! 난 아나스타샤를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으로 만들 거야. 그러려고 다방면에 손을 쓰는 거고."

그 질문에 먼저 답한 건 아도니스였다. 그는 아나스타샤를 반드시 황제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사실 그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당연한게, 전생을 전부 기억한다면 그 기억 속의 아나스타샤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에도 놓인 적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 던져두는 것보다는 최고의 자리를 안겨주는 쪽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후계자 선발 대회에 참가하려 했던 이유를 대충이나마 짐작하는 클라인은 별 말이 없었다. 다만 아나스타샤를 지긋이 쳐다볼 뿐이었다. 그 눈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이대로 포기하면 지금까지처럼 아무 일 없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모험하고, 싸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모험을 다니든 정착하든, 없으면 혼자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아주 좋지 않았던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현재의 아나스타샤에게 남겨진 삶은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삶은, 자신을 기억해 주어야 할 그 남자에게 기억받지 못한 채로 쭉 그렇게 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남자 외의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겠지.

그래선 안된다.

그와 어머니는 그렇게 잊혀져서는 안 되는 사람이며,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황제에게도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미 이런 삶에 익숙해졌지만, 사실은 더 이상 무시받기 싫었다. 그래. 썩 나쁘지 않은 삶이, 맘에 드는 좋은 삶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아직도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누리지 못하고 굶어가는 이들이 많다. 그런 가난은, 사람에게 선이냐 악이냐가 아닌, 기본적인 윤리마저 포기하느냐 마느냐를 선택하게 만든다.
아직도 세상은, 폭력에 노출된 약자들이 많다. 무력으로 이룬 이 세계는 무력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 살아갈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아직도 세상은, 태생적 한계로 능력을 제한시키고 있다. 평민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천대받으며 출세하지 못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결혼과 내조가 귀감이라고 여겨지며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인간 이외의 종족이기 때문에 무시받으며 사회에 떨어져 살고 있다.

 

이 밑바닥들은 잊혀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가 황제가 되어 그들을 잊혀지지 않게 만들 것이다.
이런 세상을 바꿀 것이다. 오늘의 황제가 아나스타샤가 가지고 있는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돼야죠. 황제."

잠깐의 침묵 후, 말을 이었다.

"정점을 노리는 밑바닥의 몸부림, 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세상에 불만이 많았는데 오늘 확실해졌어요.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전부 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낡은 가치관, 풍습, 제도. 그런 것들."

아도니스는 미소 지었다.

"어디 한번 제가 황제가 되면 정말로 세상이 바뀌긴 하는지 봐야죠. 근데 적어도 다른 이들보다 제가 다스리는 세상은 지금의 세상보단 재밌지 않을까요? 쭉 평민으로 살던 이가, 그것도 인간이 아닌 하프엘프가 황제가 됐는데 재미없을 리가."

클라인은 다정한 눈빛으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그곳에선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굶어가는 아이가 없도록 하고, 어린아이가 학대당하지 않으며, 신분, 성별, 귀 모양, 피부색, 몸의 크기로 조롱받지 않을 거예요."

코스모스의 무표정한 입에 미소가 살짝 걸리는 듯했다.

"…일단은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다 이루진 못해도 꿈은 크게 가지라니까."

 

아나스타샤는 누구에게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내일 다시 방문할게요! 이제 바빠질테니 푹 쉬세요!"

마차에서 내린 아도니스는 밝게 인사하곤, 카스펜서 저택을 떠났다.


윗전 지구에서 궁전 지구까지 왔다 갔다 할, 아도니스를 생각하니 측은감이 들었다. 이 저택에서 다 같이 머무른다면 좋을텐데.

하지만 이곳은 클라인의 집이었다. 거기다가 아나스타샤가 허락할 수 있는 처지고 아니고 간에, 두 명이 붙어 하루 종일 싸울 생각을 하면 역시 지금 상황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나스타샤는 저번에 지냈던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가 씻는 동안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의 몇 없는 짐을 풀어 정리하고는 차를 준비했다.

 

찻주전자에 라벤더 꽃잎이 떠올랐다.

 

아나스타샤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엘프들은 본능적으로 꽃과 나무에 끌린다고 했다. 게다가 심신의 안정을 위해선 허브 종류만한게 없었다.

 

아직 그에 대해 모르는게 많지만,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그의 곁에 있을 시간을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는 찰나나 마찬가지니까.

코스모스는 아주 오랫동안 아나스타샤를 보필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 생각으로 황제에 어울리는 사람은 그였으니까. 

 

그는 좀처럼 웃는 일이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코스모스의 입가에는 만연한 미소가 띄워졌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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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3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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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Prologue3

 

 

비록 당신이 절 사랑하지 않는다 하여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 아네모네

 



"황태자? 하, 저 말이죠? 이름 모를 그쪽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아나스타샤는 황당해서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전직 궁정마법사를 사칭하는 사기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초면에 이런 말, 믿기 어렵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정말 진심이에요. 무슨 이득을 바라고 있거나, 다른 후보의 사주를 받았다던가,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사주라…… 아, 그렇구나.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네. 그래요, 오히려 방해 공작이라도 펼치려고 접근했다는 쪽이 좀 더 설득력이 있는데요."

 

"그런…!"


"거기다 그 쪽이 저에 대해 일방적으로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잔뜩 경계하는 아나스타샤를 남자는 아련하게 쳐다봤다.

"……아니에요. 당신도 분명 저를 알고 있었어요. 지금은 기억 못 하겠지만요. 저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어요."


"제가 그 쪽을?"


아나스타샤는 미심쩍었지만 말을 들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그래요. 그럼 저한테도 당신에 대해서 알려줄래요? 이름이 뭐예요, 마법사님?"

아나스타샤가 경계심을 푼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제 이름은 아도니스 밀러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아도니스의 조언을 받아, 붉은 금실과 휘장 같은 화려한 브로치가 장식된 짧은 감색 겉옷과 연한 회색빛이 감도는 흰색 바지가 세트인 예복을 골랐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옷이라 사이즈 확인을 위해 시착했지만 원래부터 아나스타샤의 옷인 마냥 몸에 꼭 맞았다. 그 위에 붉은색의 짧은 케이프를 걸치니 제법 궁중 연회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나스타샤가 옷을 입어보는 동안, 아도니스는 도망갔다 돌아온 피요르의 경계심을 풀어보려 애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말들은 믿기 어려운 것들 뿐이었다.

"마법사들은 다들 전생을 기억해요?"

아도니스는 자신의 모든 전생을 기억한다고 주장했으며, 자기가 생각하는 최초의 기억에서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을, 지금은 아나스타샤라고 불리는 자신을 좋아했다고 했다.

솔직히 사랑 고백도 이 정도로 맥락 없고 허무맹랑하면 남 얘기 듣듯이 들을 수 있었다. 전생이라니,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훨씬 현실적이고 납득 갈 정도 아닌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제 쪽이 특별한 거겠죠. 이 능력은 운명이에요. 당신을 매 생마다 만나기 위한 운명 같은 능력!"


"뭐…… 그래요. 마법사님이 전생을 기억한다 치자고요. 그래, 저도 환생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보는 거예요? 환생해도 얼굴이나 그런 게 안 바뀌나?"

그러자 아도니스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아나스타샤, 전 당신이 어떤 모습이어도 당신의 영혼만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요. 생각해보세요. 세상은 매번 빠르게 바뀌잖아요. 저희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 어떤 종족이냐, 심지어는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서 성격도 가치관도 평판도 달라지고요."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법사님이 알던 전생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같나요? 생긴 것도, 성격도, 상황도?"


"아니요…."

아니라는 말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거 봐요. 사람은 내적인 부분이든 외적인 부분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갈 가진 사람에게 호감이 가죠. 한 사람이 모두를 좋아하기 어려운 건 사람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전 매 생마다
성격도 외모도 취향도 모두 달랐을텐데 과연 그런 사람이 마법사님이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요? 좋아했던 부분이 아예 없어졌을 수도 있을텐데요."

아나스타샤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전생은 전생이고 현생은 현생이라는 거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도니스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건지 바로 대답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라고 했죠? 저에겐 그것이 아나스타샤, 당신의 영혼에 새겨진 성품이에요. 이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거죠."

성품이란 말에 아나스타샤는 더욱더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마법사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당신의 말대로 사람은 후천적인 환경이 사람을 바꿔놓아요. 하지만 타고나는 점이 있는 것도 경험한 사실이에요.
모든 사람이 같은 처지에 놓인다 해도 다 똑같지는 않잖아요. 쌍둥이마저도 다른 것처럼요. 아나스타샤, 당신은 근본적인 건 변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지금 삶이 어떻든 적어도 약자를 져버리지 않을 거잖아요. 그리고 정의라는게 상대적이긴 하지만… 결국 결단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개 중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정의로운 쪽을 선택할 거잖아요? 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래왔 듯."

아나스타샤는 애써 변명하듯 대답했다.

"그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누구든 웬만하면 좋은 쪽이 되고
싶을 거잖아요. 단지 그게 관철하기 어려워서…… 아니, 아니지. 본인 입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자화자찬이지 않나…. 하아, 묘하게 돌려서 칭찬을 잘하시네요."

하지만 아도니스는 그가 애써 둘러대려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후후, 그게 특별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아요. 금덩어리 하나를 그냥 얻는 선택과 가난한 농부의 1sp를 빼앗는 선택 중 후자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 맞아요. 하지만 전 마법사님이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가난하게, 또 좋은 꼴도 보지 못하고 살아왔어요. 제가 나쁜 짓은 또 얼마나 많이 했게요."

 

"나쁜 짓이라면?"

"…주로 도둑질……?"

아나스타샤는 스스로 말하면서도 부끄러웠다. 저질렀던 일들 중 가장 가벼운 일이고, 부자들조차 가난한 자의 재산을 도둑질하는, 그림자대공이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도둑이 판치는 세상이었지만 그럼에도 떠벌리고 다닐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아도니스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거리의 굶어가는 자들에게 관심 없는 세상이니, 그 사람들의 세계에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죠. 게다가 저는 아나스타샤가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에게서 물건을 훔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성품에 대해 확신할 수 있으세요? 그리고 이것마저도 언젠가 변하지 않을 거라고도?"

그는 진지하게 단언했다.

"저는 전생의 여러 모습의 당신을 수 없이 봐왔어요.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그런 변하지 않는 점을 좋아합니다."

저렇게까지 말을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아나스타샤는 뒷전을 전전하며 믿지 못할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이유 없이 수상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특히 아도니스라고 불린 저 마법사는 자신을 뒷조사하고 말하지 않은 개인사를 알고 있던 사람 아닌가. 실질적으로 자신이 도움을 줬던 클라인 때와는 다르게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 말들이 거짓말 같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호감을 내비치는 그가.

"……솔직히 이렇게까지 확신하며 절 믿어준다는게 조금 감동이기까지 하네요. 사실 아직까지도 잘 믿기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마법사님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네요. 계속 의심만 하는 것 같아 죄송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음, 마법사님은 그…… 말씀하신 것처럼 저를 좋아한다는게 진심이시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초면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머뭇거리는 아나스타샤의 모습에 아도니스는 금세 의중을 눈치챘다.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요. 지금의 아나스타샤가 저를 다시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번 생은 여기가 시작이니까요.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요, 우리."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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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이 끝나고, 아도니스가 배웅을 해주겠다며 아나스타샤 뒤를 따랐다.

"궁전 지구에 머물고 있나요? 머무는 곳이 없다면 윗전 지구의 저희 집에 초대해드리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제가 운 좋게 귀족 한 분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거든요."

아도니스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어야 됐는데……. 제가 아나스타샤보다 늦게 태어나는 바람에……… 사실 이번에는 찾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요?"


"네……. 그래서 궁정마법사가 된다면 정보 수집이 빨라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되려 일이 바빠서 시간내기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이러나 저러나 궁정마법사가 되었기 때문에 후계자 선발 대회에 간섭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찾았으니 다행이에요. 이번 생은 글렀나 싶었거든요."

 

"찾지 못한 적도 있는 모양이네요."

 

"부끄럽게도…… 네, 그렇습니다."

아도니스는 팔자 눈썹이 된 채로 입을 삐죽였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엽게 느껴졌다.

 

"매번 저를 찾는 것도 일이겠네요. 그래도 이젠 해결됐으니 본업에 집중하시겠네요?"


"아뇨, 그만뒀어요."


"네??"

그는 자신이 지금 무직 상태라고 했다.

"돈은요? 재산도 환생되나…?"

제일 먼저 돈 걱정이 들었다.

"걱정 마세요. 적당히 모아놓아서 먹고살 만큼은 있어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리고 이후에 수입이 들어올 곳이 있거든요."

아나스타샤가 궁금한 듯 쳐다보자, 그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발 대회를 하면 각종 임무를 하게 될 거예요. 제가 아나스타샤를 따라다니며 도와드릴 거고……"


"의뢰비를 나누자?"

아도니스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만든 마법 물품들을 의뢰인에게 팔 생각이었어요!"


"괜찮아요. 같이 동행하면 의뢰비도 나누는게 상도덕이지."


"정말 그런게 아닌데……."

얼마쯤 걸었을까, 카스펜서 저택에 도착했다.

 

"도착했어요. 이제 마법사님도 돌아가셔야죠."

하지만 아도니스는 카스펜서 저택을 보고 크게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곳에서 머무시는 건가요?"


"네, 왜요?"


"여기서 지내지 마세요!"

아도니스는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

깜짝 놀란 아나스타샤가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 때에 마침, 저택의 대문이 열리고 화려한 마차 한 대가 들어갔다. 그러다 중간에 무슨 신호를 받았는지 마차는 정원 한 복판에 멈추고는 문이 열렸다.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클라인이었다.

"아나스타샤, 돌아왔군요."

클라인은 마차를 마저 보내곤 아나스타샤에게 다가왔다. 그러다 그 옆의 아도니스를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이 쪽은……"

아도니스 역시 얼굴을 구겼다.

"궁정마법사군."


"전직이다. 보고가 느린 모양이야, 카스펜서 백작."


"아, 그래? 그럼 네가 저지른 짓에 대해 지금 당장 황실 법정으로 회부해도 상관없겠군?"


"잠깐, 잠깐만요! 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그리고 두 분 아는 사이세요?"

클라인은 살벌한 표정으로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악연이죠."


"너와 내가 언제부터 연(緣)이라는게 붙는 사이였다고."


"너에겐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가 보겠지만, 난 아냐."

아나스타샤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어쨌든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어차피 멀쩡하잖아? 크게 다칠 거라곤 기대도 안 했지만 낙마해서 다리라도 부러지는 정도는 기대했는데."


"하,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난 너 때문에 아끼는 종마를 잃었는데."


"아도니스, 이 말이 사실이에요?"

비아냥거리던 아도니스는 내 가라앉은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는 옷자락을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네, 맞아요.
저 녀석의 말에 혼란을 걸어놓았어요. 하지만 다 이유가……"


"아도니스."

아도니스는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


"아도니스, 정말 죽을 뻔했어요."

그를 타박하는 아나스타샤를 지켜보던 클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나스타샤, 전 괜찮으니 들어가죠."


"……제가, 잘못했어요. 아나스타샤, 용서해주시겠어요?"


"용서할 사람은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아나스타샤, 정말로 저 녀석은 나쁜 녀석이에요. 같이 있으면 아나스타샤까지 불행해질 거예요. 절대로 믿지 마세요."

그가 악담을 퍼붓자, 클라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더 이상 헛소리는 그만해."

 

아도니스는 클라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저는 용비늘 연회홀에서 기다릴게요. 오늘 일은 정말 죄송했어요."

그 말만을 남기고 얼굴에 원망보단 슬픔을 머금은 마법사가 자리를 떠났다.

오늘 그와 같이 다니며 느낀 점은, 그가 수많은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 치고는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지만 그만큼 순수한 사람이며, 선의를 가잔 영혼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악의와도 거리가 먼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나스타샤는 그가 이런 짓을 했다는게 의외였다. 동시에 클라인에게 왜 그런 말을 한건 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큰 사정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저 어디에나 있는 선의도 악의도 가진 그런 사람을,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단 이유로 애써 좋게 보려는 것일 수도 있고.

 

고민해봤자 현재로써는 알 방도가 없었다. 어차피 밝혀질 일이라면 언젠가 자신도 그 이유에 대해 알게 되겠지.

 


 

후계자 선발 대회

아나스타샤는 카스펜서 저택을 떠나기 위해 풀어놓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대회에 입을 의상, 갑옷과 무기, 모험 도구들, 피요르의 모이. 며칠간 이곳에 있었지만 나의 짐은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들고 온 것이 없었으니까. 방도 거의 그대로야. 내 흔적이 금방 사라져 버리네….'

한창 부산스럽게 방 안을 돌아다니다 잠시 감상에 빠졌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클라인이었다.

"오늘은 물망초네요."

아나스타샤는 흰색 물망초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클라인은 흰색을 좋아하나 봐.'

"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짐을 싸시는 건가요?"


"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동안 머물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뇨, 별 일 아닌데요. 떠난다니 아쉽군요……."


"언제까지고 신세 질 수 없으니까요."

클라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아나스타샤는 그 표정에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음, 그리고 사실 황궁의… 후계자 선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거든요."


"그렇군요…."


"별로 안 놀라시네요?"


"사실 이름을 들었을 때, 어렴풋이 짐작했습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름이니까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만… 네, 황제 폐하의 소생이시군요."

아나스타샤(Анастасия)의 이름은 용들이 지을 법한 이름으로 황족이나 용인족이 아니고서야 드문 이름이었다. 이 이름 때문에 비웃음도 많이 받았었지.

"섭섭하세요? 이후에도 자주 놀러 올게요. 아, 대회에서 떨어지고 나면 일하느라 바쁠테니까 자주는 힘드려나."


"될 수도 있습니다."

단언하는 그는 상당히 진지해 보였다.

"하하, 클라인, 농담도. 거기다 아직까진 후계자 자리에 욕심도 없는걸요. 그냥 아버지를 한 번도 뵌 적 없으니까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언제든 도울 의향이 있습니다."

그냥 격려였겠지만 덕분에 힘이 되는 것 같았다.

 



선발 대회 아침, 옷을 갖춰 입은 아나스타샤는 카스펜서 저택을 나섰다.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별말씀을 다……. 하, 하하…."

오늘도 황궁 근무를 하는 클라인과 같이 마차를 탔다. 마차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연회홀의 근방에 멈춘 마차에서 내린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에게 작별의 말을 고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클라인."


"네, 그럼 또 보도록 하죠."

'또? 단순히 다음에 보자는 인사치레겠지?'

손을 흔들자 클라인을 태운 마차는 멀리 떠나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뒤를 돌아 연회홀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아나스타샤는 용비늘 연회홀의 계단에 드디어 한 걸음 내디뎠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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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2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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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Prologue2

 

 

새싹가지가 움트는 13번째 아침.

새로운 생명이 알에서 태어나는 날.

 


 

첫인상은 중요한 법

선발대회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아나스타샤는 긴장했다.

후계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겨루는 걸까? 검술? 지식? 교양?

황궁은커녕 귀족 사회의 문턱도 밟아 본 적 없으니 알 턱이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귀족인 클라인의 도움을 받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선 자신의 일이니 스스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반드시 후계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황제에게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인정받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대외적으로 하프엘프는 제국과 엘프의 화합의 증표라곤 하지만, 실상은 아나스타샤처럼 인간 사회에서도 엘프 사회에서도 배척받으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때문에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하프엘프인 자신을 낳게 되어 반강제로 여왕의 숲을 떠나게 되었다. 어머니는 남편을 찾아 액시스로 왔지만, 가진게 아무것도 없고 검조차 들지 못했던 연약했던 엘프에게 인간세상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결국 어린 아나스타샤를 어떻게든 먹여 살리기 위해, 그 고고한 하이엘프가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선 구걸하고 몸을 팔며 연명했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자란 아나스타샤는 용 제국의 밑바닥 인생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돈 이전에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머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같은 삶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곁눈질로 용병들의 무예를
익혀왔다.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지켜야 할 그의 어머니는 결국 병으로 일찍 죽고 말았다.


아나스타샤는 14살에 세상에 혼자 던져지게 되었다. 하지만 근 10년간 용병이나 모험가
생활을 하며 적당하게 잘 살 수 있었다. 애초에 이렇게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배운 힘이었으니까.

 

목표랄 것도 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던 아나스타샤는, 평생을 자신이 의미 없고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와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황제의 그 말 한마디라면, 지금까지의 삶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무런 의미 없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분명 부모가 자신을 원했기 때문에 태어난 것이라고.

 

어차피 후계자는 다른 더 뛰어난 이가 될 것이다. 가령, 황제의 적자라던가. 황제에게는 황후가 있을테니 말이다.

그것이 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은 안타까운 점이지만 어쩌겠는가, 황후의 자리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긴장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그래, 나는 후계자 욕심은 없어. 난 그저 확인만 하면 돼.'

하지만 제 아무리 욕심이 없더래도 누구나 첫인상은 괜찮게 보이고 싶은 법이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현재 복장을 확인하고, 클라인과 이 저택의 고용인들이 입었던 옷을 생각해냈다. 지금
자신의 차림새는 저택의 고용인들보다 나을까, 싶은 차림새였다.


대체 무슨 옷을 입어야 되는
걸까? 귀족들은 옷을 어디서 맞추는 거지?

곰곰이 생각하던 아나스타샤는, 평생 경험한 적 없던 일이니 혼자 상상해 내기란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이 일만은 클라인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나스타샤는 방 밖으로 나와 문 앞에 서 있던 하녀에게 물었다.

"클라인은 어디 있죠?
"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의 집무실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그 앞에 서있던 하인이  문을 두드리니, 들어오라는 클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인이 열어준 문을 지나 집무실에 들어가자 서류를 보는 클라인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부터 일하고 있구나.'

클라인은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그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용건을 물어왔다. 아나스타샤는 하인이 대답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익을 열었다.

 

"바쁘다면 나중에 찾아올게요."

 

아나스타샤의 목소리에 클라인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고개를 든 그는 꽤 당황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나스타샤. 아침에 먼저 찾아와 주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나중에 올 걸 그랬네요. 별로 급한 것도 아니었는데."


"아나스타샤의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저에겐 우선순위입니다. 부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아나스타샤는 진지하게 경청하려는 그의 모습에 머뭇거리며 말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음…… 그러니까 클라인, 지금 제 차림새가 어떻나요?"


"………? 무척 편하고 익숙해 보이십니다. 많은 기사나 전사들이 간편하게 입는 복장이기도 하니까요. 저 역시 휴식할 땐 종종 입는 스타일입니다."

그 말에 아나스타샤는 힘이 빠졌다.

"너무… 편해 보인단 말씀이시죠?"

 

'연회에 입고 갈 차림은 아니라는 거지.'

클라인은 금세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아……. 제 생각이 짧았군요. 저는 아나스타샤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게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옷이 입고 싶을 수도 있었을텐데…… 단순한 기성복만 준비해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곤 고용인을 부르려는 듯 책상 위의 종에 손을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디자이너를 부를테니 원하시는 예복이나 드레스가 있다면 맞춰드리겠습니다. "


"아, 아니에요! 예복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냥 그, 백작님 같은 분들은 어디서 옷을 사 입으시는 걸까 궁금했어요."

아나스타샤가 황급히 클라인의 손을 잡아 말렸다.

"저는 보통 디자이너를 자택으로 부릅니다만……. 금테 지구의 의상실에 직접 가서 맞춤으로 제작하거나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필요하신 거라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하지만 맞춤 의상을 입기엔 당장에 필요한 거라서요. 또 첫 예복이니까 제 돈으로 사고 싶고요. 서, 설마 제게 옷 한 벌 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시진 않겠죠?!"

 

솔직히 말하자면 없었다. 금테 지구의 의상들은 얼마나 비쌀지 감도 안 잡혔다.

 

하지만 갚지도 못할, 계속되는 남의 호의를 무작정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옛 말에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고 했던가? 그는 빚을 지는게 싫었다.


아나스타샤의 철벽 같은 거절에 그는 중얼거리듯 그렇군요, 라고 대답하며 풀이 죽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안함이 절로 올라오게 만드는 외모와 표정이었다. 아나스타샤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 다른 부탁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면 제가 괜찮은 곳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이게 웬 걸? 클라인의 표정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상관은 없는데 왜 그러시나요?"


"……제가 10시부터 황궁에 근무를 해서 잠시 휴가를 낸다고…"


"아니요! 괜찮아요!"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의 말을 자르면서까지 다급하게 말했다.

"일이 우선이죠. 저 때문에 휴가까지 낼 필요는 없어요. 아! 생각해보니까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아요! 뭐, 낯선 곳도 아니고 어차피 액시스인데."

클라인은 포기하지 않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클라인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저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들었던 아나스타샤는 눈을 피해 고개를 꾸벅이곤 집무실을 나왔다.

아직도 눈앞에 클라인의 표정이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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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테 지구로 나온 아나스타샤는 괜찮아 보이는 의상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사실 어디든 전부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금테 지구의 의상실은 땀쟁이 지구나 뒷전의 상점과는 수준이 달랐다. 그곳에서의 옷 판매란, 잡화점에서 곁들어 파는 물건 중 하나였고, 작은 재봉실이나 세탁소에서 주인 없는 옷들을 파는 것이었다. 아니면 고물상에 아무도 입지 않을 법한 옷가지 사이에 가끔 괜찮은 옷이 올라오는 정도. 그 외엔 굳이 의상실이라 할만한 것은 매음굴 사람들이 주로 찾는 홀복 전문 의상실 정도였다.

때문에 의상실에 대해 들어는 봤어도 가본 적은 없어서,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때, 아나스타샤의 눈에 한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의상실의 유리창 너머에 진열되어 있는 푸른색의 드레스. 그 드레스는 마치 밤하늘의 모습을 닮아있었는데, 특히 가슴선에서 떨어지는 하늘하늘한 치맛단은 은하수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저런 종류의 옷은 입어본 적 없는데. 과연 나한테 잘 어울릴까?'


"이 드레스도 물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후계자 선발 대회에 입고 갈 옷이라면 바지 예복이 더 나을 거예요. 황제는 그런 의상을 좋아하거든요."

아나스타샤의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피요르는 놀랐는지 어깨 위에서 펄쩍 날아갔다.


말을 건 이는 금빛으로 수가 새겨진 - 금실로 수를 놓은게 아니었다. 아나스타샤는 어쩌면 마법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흰색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었다. 로브를 벗으니 길고 부드러운 백금발과 진한 보라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 찬란한 남자는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가득했다.

"죄송하지만 누구세요?"

아나스타샤는 잠시 그 남자를 넋 놓고 봤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무던한 말투로 질문했다.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던 사람입니다."


"아~ 혹시 황궁에서 일하시는…"


"네, 궁정마법사입니다. 지금은 전직이지만."


"그런 분이 저에게 무슨 볼일이죠?"

자신을 궁정마법사라고 소개한 이는 로브 안쪽을 뒤적이더니 편지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이 편지, 10년 동안 기록 보관실에 묻혀 있었더라구요."

 

아나스타샤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편지를 받아 들었다.

'배달부도 아니고, 고작 이걸 주려고 나타난 건 아닌 것 같은데.'

 


경애하는 황제 폐하,
어쩌면 이 편지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이 편지 역시도 전달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희망을 가져보겠습니다.


낳은 아이는 떠날 당시 남겨주셨던 아나스타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폐하의 아이를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어린 자식에게 한 줌의 자비라도 내어주시길.


- 오델리 캄랜드-



오델리 캄랜드.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이 편지와 안에 든 사진을 보고 당신에게도 선발 대회 초대장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직접 대화해 보고도 싶었구요."


"……이런 거 누군가 사기 치는걸 수도 있잖아요. 뭐, 인생 역전의 기회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실제로 그런 기회를 잡게 됐으니 실패하진 않았네요."

자신을 최대한 삼류 속물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상대방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게 거리를 두는 방식이 아나스타샤식 자기 방어였다.

 

어머니가 거짓 편지를 보낼 리 없지만, 동시에 의심이 떨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가 자신의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혼자 남겨질 자신을 위해 편지를 보낸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정말
아버지가 황제라던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고, 편지 역시 거짓이라면? 내가 초대장을 받고 너무 들떠 있었나 봐. 주제도 모르고 황제의 자식이라니 좋았던 거지. 아, 전부 거짓이라면 차라리 뻔뻔해지자.'

남자는 작게 미소 지었다. 아나스타샤의 기고만장한 태도와는 다른, 고민과 불안에 휩싸인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걱정 말아요. 초대장을 보내기 전에 후보들의 간단한 호구조사는 물론, 후보가 황제의 자녀라면 친자 검사 정도는 하거든요. 아, 물론 몰래 머리카락을 가져가기 위해 좀 힘들긴 했었죠."


"……그래요?"

고민과 불안을 싹 가시게 하는 명쾌한 대답이었다. 몰래 머리카락을 가져갔다는 부분이 신경 쓰이지만.

"저에게 초대장을 보내주신 것도, 제가 황제의 자식이라고 확신을 주신 것도 고맙긴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 저를 도와주시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방금도 의상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고."

남자는 숨을 고르고선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이 후계자, 그러니까 황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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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1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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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Prologue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10일.

용제국의 황제, 바실리 스테판 타치야나의 재위 30년이었다.

 



제국은 지금 황제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대회에 이목이 쏠려있다.
황자와 황녀, 후궁의 자식들인 서자들, 황실의 계보(系譜)에 오른 친척들과 입양 자식들. 대회에 참가하려는 자들은 무척 다양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공통점은 혈통. 그것만은 분명했다.


 

황궁으로부터의 초대장

이곳은 칼끝 반도 어딘가의 드높은 절벽 아래.
흰 새가 날아다니는 청명한 하늘 아래에, 에메랄드빛 눈을 가진 금발의 하프엘프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거친 내륙해의 바다는 오늘따라 잠잠하기 그지없었고, 덕분인지 수확도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 낚싯줄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일은, 낚시에 익숙한 그에게도 고역이었다.


그는 졸음을 쫓기 위해 받침대에 낚싯대를 세워둔 채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달아날 잠이 아니었다. 그는 몇 번이나 뺨을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액시스에 들렸을 때 받아온 편지가 생각이 났다. 늘상 받던 시시껄렁한 익명의 러브레터나 용병 구인(求人) 글이라고 생각해 무시하고 있던 편지였다. 지금은 그런 편지라도 읽는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가 편지를 펼치자, 머리 위를 맴돌던 흰 새가 머리 위에 앉았다.

"응, 피요르. 너도 같이 보고 싶구나?"

 


초대


아나스타샤 캄랜드, 해당 초대장을 지니고 황제의 후계자 선발대회에 참가 바람.
본 초대장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검증된 후보에게 보내는 것임을 알리는 바이다.


참가 장소 : 황궁 용비늘 연회홀
참가 일자 : 430년 열의의 달 15일
10:00


 

"이게 무슨…… 장난이라기엔 내지의 종이가 너무 고급스러운데. 거기다 이거, 진짜 금박인가?"

고작 한 번의 장난을 위해 이 정도 돈과 정성을 들이는 미친 자는 없을 것 같았다.

"황제의 핏줄이라……."

어렸을 적,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너는 왕의 딸이라든가 공주님이라든가. 아나스타샤도 마찬가지였다. 용 제국 용 황제의 딸이라든가 황자라든가.
그냥 그런 얘기였다.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부모님이 자신을 그 정도로 귀하게 여긴다는, 일종의 비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그의 어머니가 한 말들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비 없이 크는 딸이 안쓰러워, 황제의 사생아로라도 포장하는 이야기.

하지만 그 농담 같던 말이 사실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황족이 된다는 건 모든 이들이 바라는 꿈과 같은 일일 것이다. 그 역시 그랬다.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금까지처럼 떠돌이 용병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며, 인간들에겐 엘프라고 엘프들에겐 인간이라고 배척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아나스타샤가 대회 초대에 응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콰앙——!!

엄청난 소리를 내며 무언가 절벽 위에서 떨어졌다.
굉음에 깜짝 놀랐지만 우선 떨어진게 무엇인지 확인해야 했다. 몬스터라면 곤란하니까. 아나스타샤는 연기를 헤치고 다가갔다.

말이 죽어있었다.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산산조각 나 죽어있었다.


절벽은 500m는 족히 넘을 거라 예상되는, 산맥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높이였다. 저런 꼴이 되지 않는 쪽이 더 신기하다고 할 수 있겠지

'바보같이 앞만 보고 달리다 추락하기라도 한 모양이지.'

아나스타샤는 말의 머리였을 조각에 고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말의 위에 누군가 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요즘같이 언데드가 창궐하는 때에는 화장을 해야 뒤에 탈이 없다지. 불쌍하니까 나라도 시체를 수습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자.'

시간이 지나 연기가 개이며, 다른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붉은색. 흐르는 피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사람의 머리카락이었다.

"이게 무슨…
"

절벽 위에서 떨어진 것이라곤 생각 못할 정도로 시체는 깨끗했다. 잠들어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아나스타샤는 시체로 추정되는 것의 상체를 들어 올렸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어 따뜻했고, 심장이 뛰었고, 그리고………

"아직 살아있어!"

살아있었다.


아나스타샤는 절벽 아래의 은신처에 붉은 머리의 사람을 뉘였다. 그리곤 옷의 흙을 털어내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사람은 평범한 셔츠와 승마용 가죽 바지를 입은 남자였는데, 흔하게 볼 수 없는 외모였다. 잘 정돈된 짧은 머리에 깨끗한 피부, 짙은 눈썹과 속눈썹, 높은 콧대, 겉으로 얼핏 보아도 탄탄해 보이는 근육……. 인간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미남이었다.
아나스타샤는 남자를 머리부터 쓱 훑어보다가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히곤 고개를 휘저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훑는 거야!'

아나스타샤가 자신의 뺨을 치며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 달아났던 피요르가 은신처로 돌아왔다. 피요르는 남자의 머리 위에 올라가 볼을 부리로 쪼기 시작했다.

"하지마, 피요르."

그 자극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자의 손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의 신음 끝에 눈을 뜬 그는, 머리 위의 피요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피요르는 경계하지 않고 그의 손 위로 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아나스타샤는 남자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깨어나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아나스타샤의 목소리에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찌나 강렬하게 쳐다보던지 아나스타샤는 말하다 머쓱해져 눈을 피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남자는 아나스타샤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눈치챈 것 같았다.

"저를 구해주신 분께 결례를 범했습니다. 레이디가 무척이나 아름답기에."

아나스타샤는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아름다워? 레이디?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뭐하는 인간이람!'

그 남자는 아나스타샤를 다시 한 번 '레이디'라고 불렀고, 아나스타샤는 더 이상 그렇게 불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는 자신의 소개를 미처 생각 못했다는 듯 눈이 커지더니, 서둘러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클라인 카스펜서입니다. 아나스타샤, 제가 당신을 식사에 초대해도 괜찮을까요? 은인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클라인의 집은 액시스(Axis)에 있다고 했다. 칼끝 반도에서 액시스까지는, 빠르게 걸어간다 해도 꼬박 하루는 걸렸다.

 

마침 선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액시스에 가야 했던 아나스타샤는 그의 초대를 승낙했다.

 


 

클라인 카스펜서

클라인은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아나스타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격식을 갖추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은인이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평범한 행색에 비해 흘러넘치는 기품이 예사롭지 않았다.

왠지 그에게는 액시스 뒷전의 술집에서 하는 농담 따먹기나 욕지거리를 할 수 없었다.

 

고지식하거나 나쁜 사람이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불량한 쪽은 아나스타샤일 것이다. 그가 지금껏 친하게 지내 왔던 사람들은, 액시스의 시정잡배들이나 용병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클라인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교양 있고 친절해지기가 낯설고 어려워서 그렇지, 그것이 싫은 건 아니었으니까.


아마 아나스타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남쪽 주둔지로 이어진 관문을 지나서며 클라인의 얼굴을 보고선 통행증을 보지도 않고 제일 먼저 통과시켜주는 문지기─심지어 경례까지 하더라!─와 기사단, 사신(使臣)들이 거주하는 북쪽 주둔지를 가로지르는 통행, 그리고 도착한 곳은……

"궁전… 지구에 사시나 봐요?"

떨떠름해하는 아나스타샤의 질문은, 요컨대 그거였다. 궁전 지구에 살 만큼의 부자였냐는 의미.

 

액시스의 궁전 지구는 그냥 부자가 아니라 귀족이나 귀족쯤 되는 부자여야지 살 수 있는 구역이다.

 

최하층민들이 모여 사는 뒷전 지구에서 평생을 전전하며 살아온 아나스타샤는, 기득권의 착취에 대해 늘 분노했다. 그들을 경멸하고 질투해 왔다.

 

어쩌면 그 질문에는 순수한 궁금증뿐 아니라, 그런 감정이 조금이나마 섞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클라인은 아나스타샤의 싱숭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쾌하리만큼 빠르고 깔끔하게 긍정했다.

 

오히려 당황한 건 아나스타샤였다.

 

그가 부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노동자 계급을 착취해서 번 돈으로 쓸데없이 젠 채 하고, 불결하단 이유로 시궁쥐 둥지에 불을 질러 새끼까지 태워 죽이듯이 뒷전을 밀어버리고,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자원을 낭비하는……….

 

클라인이 그럴 사람인가? 솔직히 모른다. 베푸는 사람인지도 착취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게 당연하다. 아직 만난지 하루밖에 안 됐으니까.

 

아나스타샤는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떨쳐버리고 모처럼 오게 된 궁전 지구를 구경하기로 했다. 이런 상류층 거주지는 함부로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액시스에 지내면서도 와본 건 처음이었으니까.

번쩍번쩍한 거리와 저택들을 둘러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어쩌면 클라인의 집도 저런 저택일지도 모르겠다.

고작 저택일 뿐인데도 어찌나 볼거리가 많았는지, 그는 클라인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며 걷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녀오셨습니까, 백작님."

백작님?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저택의 고용인들이 백작님이라고 한 건가?'


하지만 아나스타샤와는 달리 클라인의 행동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내 손님이다. 이 분은 내 은인이니 극진히 모시도록."

클라인은 아나스타샤에게 피곤할테니 식사 때까지 편히 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신을 불러달라고 말했다. 아나스타샤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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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펜서 가문의 하녀들은 아나스타샤를 방으로 안내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고급스러운 욕조에 향기로운 입욕제를 풀어 그를 목욕시키는 일이었다.

목욕에는 아나스타샤의 반려 새인 피요르와 함께 했다. 하지만 피요르는 입욕제가 풀어진 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깃털을 부풀려 털어내고는 욕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목욕 후에는 원래 그의 옷보다 좋아 보이는 목욕가운을 하녀들이 직접 입혀주었다.

그리고 방 안에는 아나스타샤가 입고 있던 얇은 가죽 갑옷이 개켜져 있었고, 새 셔츠와 바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원래 그가 입고 있던 뻣뻣한 저가 린넨(Linen) 과는 다른 부드러운 실크 셔츠였다.


하녀들이 물러나고 아나스타샤는 가운 채로 침대 위에 누웠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푹신함이다. 기분 좋은 느낌과 새 이불의 냄새…. 오랜만에 찾아온 안정감에 눈꺼풀이 절로 감겨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문 밖에서 들리는 하녀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안내받은 곳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다양하게 차려진 큰 테이블이 있는 식당이었다.

 

평소엔 통밀빵, 가끔 잘 먹어봐야 돼지고기를 넣은 통밀빵 정도가 주식이었는데, 지금 이 식탁은 지금껏 먹었던 음식들은 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비교도 안되게 화려했다.

 

음식이 도망가는 것도 아닐텐데도 왠지 모르게 조급해진 아나스타샤는 의자에 서둘러 앉았다.


의자에 앉고 나서야 클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의 간편한 복장과는 달리 소매 끝이 금실로 수놓아진 셔츠와 쪽빛 색의 섬세한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귀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저게 클라인의 원래 모습이겠지.

"식사 초대를 해주셨을 때 이렇게 대접받으리란 건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드린 도움에 비하면 과한 선물이에요. 음… 감사합니다."

아나스타샤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자신이 차릴 수 있는 격식을 다해 말했다.

"아뇨, 저야말로 이런 것 밖에 해드리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그러니 꼭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냥 제 친구인 피요르가 먹을 채소 좀 챙겨주세요. 그 외엔 괜찮……"

괜찮다고 말하려는 찰나, 선발 대회 직전까지 머무를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며칠간 더 머물러도 될까요?"


"네, 며칠뿐 아니라 앞으로도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머무셔도 괜찮습니다. 지금 쓰시는 방은 아나스타샤를 위해 항상 비워놓고 있겠습니다."

더 머무른다는 말에 클라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괜히 기분이 묘해졌다.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용히 감사하다고 읊조렸다.

 



아나스타샤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깨끗하게 세탁된 옷으로 갈아입고 활을 손질했다. 나무인지라 관리를 하지 않으면 금방 건조해져 금이 가거나 부서질테니까. 그게 떠돌이 용병으로서의 일과였다면, 용병의 동료이자 친구인 반려 새 피요르의 일과는 날개를 고르고 부리를 날카롭게 가다듬는 일이었다.

'응, 새에게 날개와 부리는 중요하지.'

서로 나름대로의 일과를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될까요?"

클라인의 목소리였다.
아나스타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와도 괜찮다고 말하며,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흰색 꽃을 한 아름 안고 있는 클라인이 나타났다.

 

"히아신스네요."


"이 꽃을 보니 아나스타샤가 떠올라서. 받아주시겠습니까?"

아나스타샤는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그러자 클라인의 품에서 히아신스의 향이 짙게 올라왔다.

"꽃을 주시려고 직접 걸음해 주신 건가요?"

클라인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아나스타샤를 한 번 더 뵙고 싶었습니다."

 

"네, 네?!"

 

당황해하는 아나스타샤와는 달리 클라인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어 보였다.

 

"같이 정원 산책은 괜찮으신지요."

 

"아, 아…… 정원 산책이요?"

 

'분명 아침 산책을 같이 하고 싶어서 보고 싶다고 한 걸 거야. 이게 전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오해 살만하게 생긴 미모라 그래…….'

 

정신을 가다듬고 저택의 정원을 떠올렸다. 카스펜서 저택의 정원이라면 어제 저녁 식사 후 복도의 창 밖으로 얼핏 봤다. 저택의 뒤 편에 꽃이 만발한 정원 아니었나.
자신에게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쨌든 녹음이 짙은 꽃밭은 퍽 아나스타샤의 취향에 맞았다.


아나스타샤가 산책을 승낙하자 클라인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잠깐 머뭇댔지만, 곧장 의도를 파악하고 재빨리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피요르는 정원이 마음에 들었는지, 정원의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녔다. 정원은 건물 안에서 볼 때보다 더 웅장했다.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낮은 나무와 꽃만 있는 것이 아닌, 거대한 나무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원이 더 맘에 들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네. 특히 이 나무가 맘에 드네요."

아나스타샤가 가리킨 건 정원 구석에 있는 작은 유칼립투스였다.

정원 하늘을 날아다니던 피요르는 아나스타샤의 손짓에 그 나무 위에 내려앉았다.

"이 나무, '아나스타샤'라고 부를까 봐요."

그 말에 클라인이 쿡쿡 웃었다.

"꼭 이 나무여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정원을 둘러봤는데, 대부분 사과나무 아니면 참나무 종류더라고요. 이 친구 혼자서 독특한 나무던데."


"이 주변에서 자생하는 나무가 아닌 거친 숲에서 가져온 나무로 알고 있습니다."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렇구나…. 이 나무, 거친 숲처럼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에 옮겨심으면 나중엔 이 정원의 나무들 중 가장 크고 아름답게 자랄 거예요. 지금은 작지만 제일 성장 가능성이 큰 친구죠.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클라인은 온화하게 웃으며 나무를 바라봤다.

"그래, 아나스타샤. 멋지게 성장할 때까지 내가 곁에서 잘 돌봐주마."

그 말에, 누가 봐도 홍당무가 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나스타샤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저, 저 혼자서 부르는 애칭이거든요……! 클라인은 다른 이름으로 불러요!"

 

"저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클라인은 유칼립투스 나무를 계속 '아나스타샤'라고 불러댔다. 결국 아나스타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감싼 채로 정원 안쪽으로 도망쳤고, 클라인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그 뒤를 쫓았다.

 

후일이지만, '아나스타샤'의 위치는 클라인의 지시로, 그의 집무실에서 잘 보이면서 햇살이 잘 드는 쪽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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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 아도니스 밀러

TRPG/제 13시대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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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아도니스 밀러 (아도니스 :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한 미소년)

성별 남성

나이 20

종족 인간

클래스 마법사

외형 허리까지 오는 긴 백금발에 자색 눈동자가 반짝이는 화려한 외형. 그의 얼굴은 한번 보면 잘 잊혀지기 힘들다.

 

 

특성치

  근력 건강 민첩 지능 통찰 매력
특성치 8+2 14 10 18+2 12 8
수정치 0 2 0 5 1 -1
수정치+레벨 1 3 1 6 2 0

행동순서 : d20+0+1

 

전투 수치

장갑 10+1+1=12
신방 10+0+1=11
정방 12+1+1=14
  현재치 최대치
체력 24 3(6+2)=24
원기 8 8

회복량 : 1d6+2

 

공격 판정

상시, 적 하나

  판정 명중 빗나감
근접 d20+0+1vs상대 장갑 1d6+0 피해 0 피해
원거리 d20+0+1vs상대 장갑 1d4+0 피해 0 피해

특성피해보너스 ×1

 

기능 판정

d20+특성 수정치+1+출신점수vs환경 난이도

 

 

표상관계

  • 모호한 황제 : 양가적 1
  • 선한 대마도사 : 긍정적 2

한가지 특별한 것

자신의 모든 전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출신

  • 전직 궁정마법사 3
  • 제국 마법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 3
  • 역사 전문가 2

종족능력

추가특기 : 1레벨에서 인간PC들은 특기를 2개 가지고 시작합니다.

선수필승 : 전투가 시작될 때 순서판정을 2번하고 원하는 결과를 고릅니다.

 

특기

  • 기능성주문(모) : 기능성주문칸 하나로 주문 두번 사용 가능
  • 강인함(모) : 자기 클래스 기본체력의 절반 (소수점 이하 버림)을 체력에 추가로 받습니다.

 

 

클래스 특징

소마법 : 마법사는 매일 작은 마법을 몇가지씩 걸 수 있습니다. 이런 소마법은 고를 필요 없이 즉석에서 사용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한 전투에서 지능수정치만큼 소마법을 걸 수 있습니다. 비전투 상황에서는 5분마다 3~6개정도 걸 수 있는게 됩니다.

소마법은 일반행동으로 사용하는 원거리 주문입니다. 또한 모험가급에선 표준 지속시간이 10(d6)분+10(마법사의레벨)분 입니다. 용사급은 1~6시간이며, 전설급은 2~12시간 지속됩니다.

소마법으로는 경보/마법사의손/마법사의표지/빛/소환상/수리/점화/해제/환청이 있습니다. (코어북 p.96)

순환주문 : 순환주문은 전투마다 적어도 1번은 걸 수 있고, 고조주사위가 0이거나 홀수일때 쓰면 그 전투에서 더 이상 사용 할 수 없습니다.

의식주문 : 마법사는 누구나 주문을 의식적으로 걸 수 있습니다. (코어북 p.192)

천공계의 마력 : 마법사의 마법은 천공계의 힘을 빌려옵니다. 마법사가 천공계에 있을 때는 일일 주문이 전투 후 판정에서 16 이상일때 재충전 됩니다.

 

클래스 재능

고등마법 : 고등한 마법을 연구했기 때문에 저급한 마법사들이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 암기 : 다른 마법사들은 주문을 준비할때 한 주문을 한번만 준비할 수 있지만, 고등마법 숙지자는 일일 주문을 각각 두번씩 준비할 수 있습니다.
  • 마법차단 : 접전주문 / 전투마다 한번 / 자유행동으로 사용 / 발동조건 시야에 있는 단거리 내의 존재가 주문을 사용 / 대상 주문을 사용한 존재 / 공격판정 d20+5+1vs정방 / 명중 대상의 주문이 취소되고 주문에 사용한 행동을 잃습니다.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는 주문이고 공격판정이 순수 짝수라면 그 횟수는 소진됩니다.

창성학 : 전투마다 한번, 신체방어를 대상으로한 주문을 사용했을때, 대상의 수를 정하거나 주문의 공격 판정을 하기 전 짧은 행동을 써서 주문을 증폭할 수 있습니다. 명중하건 빗나가건 주문의 피해주사위가 모두 최대치가 됩니다.

단, 공격판정이 순수 1이 나오면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수호학 : 일일주문을 사용할 때마다, 다음 차례가 끝날때까지 +4의 장갑보너스를 받습니다.

 

클래스 주문

1레벨

  • 감전의 손길 : 접전 주문 / 상시 / 대상 접전 대상 하나 / 공격판정 d20+5+1vs신방 / 명중 1d4 벼락피해, 공격대상이 자신으로 부터 이탈 / 빗나감 공격대상의 레벨만큼 자신이 피해

 

  • 냉기광선 : 원거리주문 / 상시 / 대상 단거리의 적하나 / 공격판정 d20+5+1vs신방 / 명중 3d6 냉기피해 / 빗나감 1피해
  • 산성화살 : 원거리주문 / 일일 / 대상 단거리 또는 장거리 적 하나 / 공격판정 d20+5+1vs신방 / 명중 4d10 부식피해, 5 지속 부식피해 / 빗나감 5 지속 부식피해, 다음번 짧은 휴식때 주문을 돌려받습니다.
  • 색채분사 : 접전주문 / 순환 / 대상 단거리에 있는 같은 집단 내의 적 1d4명 / 공격판정 d20+5+1vs정방 / 명중 2d8 정신피해, 피해를 입은 후 대상의 체력이 10이하면 마법사의 다음 차례가 끝날때까지 쇠약해집니다.
  • 잔상 : 원거리주문 / 일일 / 대상 자신, 단거리의 우리편 하나 / 전투 내내 또는 5분간, 대상에 대한 공격은 20%확률로 빗나갑니다. 사용
  • 깃털낙하 : 접전주문 / 일일 / 자유행동으로 사용 / 이 주문을 걸면 자신의 추락 속도가 떨어져 1-2라운드 후에 안전하게 착지합니다. 아주 먼 거리를 떨어지고 있을 경우에는 바닥에 가까이 왔을때 걸 것을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좋은때에 주문의 효과가 끝날 수 있습니다.

 

  • 매료 : 원거리주문 / 일일 / 대상 체력이 40 이하인 단거리의 적 하나 / 특수 이 주문은 전투중에는 사용 할 수 없습니다. / 공격판정 d20+5+1vs정방 / 명중 대상은 마법사나 그 동료들이 자기를 적대하기 전까지 마법사가 자기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상을 공격하거나 동료들을 공격하라고 시키면 대상은 매 라운드 극복판정을 해 성공하면 매료에서 벗어납니다. / 빗나감 아무 효과 없으며, 들키지 않음. 하지만 순수 1의 경우 상대가 화를 냅니다.

 

 

장비

무기와 갑옷 : 버터나이프 1개,흰색 천 케이프 로브,작은 원목지팡이, 황금거룡 표식의 은제 지팡이

기타 : 의식용보석 1개, 마법재료 로즈힙, 싸구려 홍옥수 4개(20gp 카넬리안)

표준모험장비 : 돈주머니 소형, 물주머니, 여행가방, 부싯통, 여행용 건량 3일, 우비망토, 침낭

포션 :

모험가급 음에너지 저항물약

음에너지 공격판정이 16+로 나오지 않았으면 대상이 입는 피해는 절반이 됩니다.

모험가급 치유포션

원기회복량+1d8 회복 (회복상한 30)

 

마법물품 : 계몽된 육신의 서

근력, 건강, 민첩성에 관련된 모든 기능 판정에 +1 보너스를 받습니다.

(기벽: 자기의 신체 능력에 관해 더욱 만족합니다.)

 

325gp 8sp 9cp

뉴프 60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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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 클라인 카스펜서

TRPG/제 13시대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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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클라인 카스펜서

성별 남성

나이 28

종족 인간

클래스 전사

외형 밝고 진한 붉은 머리와 폭풍전야의 바닷하늘과도 같은색의 회청색 눈을 가졌다. 평소에는 무표정하고 차가운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온화하고 애절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특성치

  근력 건강 민첩 지능 통찰 매력
특성치 16+2 16 8 12 8+2 12
수정치 4 3 -1 1 0 1
수정치+레벨 5 4 0 2 1 2

행동순서 : d20-1+1

 

전투 수치

장갑 15+0+1=16
신방 10+3+1=14
정방 10+1+1=12
  현재치 최대치
체력 33 3(8+3)=33
원기 9 9

회복량 : 1d10+3

 

공격 판정

상시, 적 하나

  판정 명중 빗나감
근접 d20+4+1vs상대 장갑 1d10+4 피해 1 피해
원거리 d20-1+1vs상대 장갑 1d4-1 피해 0 피해

특성피해보너스 ×1

 

기능 판정

d20+특성 수정치+1+출신점수vs환경 난이도

 

 

표상관계

  • 모호한 황제 : 긍정적 1
  • 악한 시체왕 : 부정적 1
  • 악한 오크두령 : 부정적 1

한가지 특별한 것

용 제국 카스펜서 백작으로, 어머니가 황재와 재혼해 현 황후입니다.

 

출신

  • 제1기사단 사단장 2
  • 액시스의 귀족 (카펠라 백작가) 3
  • 북부왕관의 전쟁 영웅 2 (오크들과의 9월의 북부 전쟁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 독서 애호가 1

종족능력

추가특기 : 1레벨에서 인간PC들은 특기를 2개 가지고 시작합니다.

선수필승 : 전투가 시작될 때 순서판정을 2번하고 원하는 결과를 고릅니다.

 

특기

  • 강타(모) : 빗나가도 강타피해를 줌.
  • 만회의 일격(모) : -2 패널티 면제

클래스 특징

끈질김 : 원기가 통상적인 8점이 아니라 9점입니다.

위협적 : 적이 전사로부터 물러서기를 시도하면, 전사의 민첩수정치나 건강수정치 중 높은쪽이 물러서기 적의 판정에 패널티로 붙습니다.

전사가 기회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태(예컨데 멍해져 있거나, 붙잡혔거나)에서는 이 패널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클래스 재능

강타 : 전투마다 한번, 공격판정을 하기전에 강타를 쓰겠다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공격이 명중한 다음, 한손무기는 레벨당 +1d4, 양손무기는 레벨당 +1d6 과 같은 추가 피해를 줍니다.

만회의일격 : 전투마다 한번, 자기차례의 첫 전사 공격이 빗나갔다면 데미지에 -2 패널티를 받고 자유행동으로 한번 더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어베기 : 전투마다 한번, 근접공격으로 적의 체력을 0 이하로 만들었다면 즉시 전사 근접 공격을 자유행동으로 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 기술

  • 묵직한 일격 : 가변근접공격 / 발동조건 순수 짝수 빗나감 / 빗나감 피해에 고조 주사위 만큼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 빈틈 만들기 : 가변근접공격 / 발동조건 순수 홀수 / 근접공격의 대성공 범위가 +1 넓어집니다. 이 보너스는 근접공격이 대성공 할 때까지 누적되며, 대성공을 하면 대성공 범위는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 정밀 공격 : 가변근접공격 / 발동조건 순수 16 이상 명중 / 민첩성수정치 수치만큼 피해를 더 줍니다. 추가 피해는 5레벨에 민첩성수정치의 2배, 8레벨에 3배가 됩니다.

 

 

장비

무기와 갑옷 : 판금 갑옷,그레이트소드,단검 1개

기타 : 민담소설(황금거룡의 전설)

표준모험장비 :돈주머니 소형, 물주머니, 여행가방, 부싯통, 여행용 건량 3일, 우비망토, 침낭

포션 : 모험가급 치유물약

원기 회복량+1d8 회복 (회복상한 30)

모험가급 룬 1개

방어구엔 장갑 보너스 +1 / 무기,주문용품엔 공격,피해판정 보너스 +1 / 무작위 능력 1개 (코어북 p.284)

마법물품 : 곰발톰 목걸이 (재충전 11+)

체력이 일정량 이하이면 극복판정에 +1 보너스. 모험가급 10이하,용사급 25이하,전설급 50이하.

비틀거리는 상태에서 근접 공격에 맞으면 임시체력을 10 얻습니다. 용사급 임시체력 25, 전설급 임시체력 50.

(기벽: 상대가 자기보다 강해도 잘난 척을 합니다.)

 

408gp 8sp 4cp

뉴프 50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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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 코스모스 페레즈

TRPG/제 13시대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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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코스모스 페레즈 (코스모스 : 우주)

성별 여성

나이 25

종족 신성족

클래스 성기사

외형 백발에 깊은 심해의 푸른눈을 가지고 있다. 긴 머리는 정갈하게 올렸고, 표정 변화가 크지 않고 잔잔하다.

 

 

특성치

  근력 건강 민첩 지능 통찰 매력
특성치 16+2
8 8 16 14 10+2
수정치 4 -1 -1 3 2 1
수정치+레벨 5 0 0 4 3 2

행동순서 : d20-1+1

 

전투 수치

장갑 13-1+1=13
신방 10-1+1=10
정방 12+2+1=15
  현재치 최대치
체력 25 3(8-1)+4=25
원기 8 8

회복량 : 1d10-1

 

공격 판정

상시, 적 하나

  판정 명중 빗나감
근접 d20+4+1vs상대 장갑 1d8+4 피해 1 피해
원거리 d20-1+1vs상대 장갑 1d4-1 피해 0 피해

특성피해보너스 ×1

 

기능 판정

d20+특성 수정치+1+출신점수vs환경 난이도

 

 

표상관계

  • 모호한 황제 : 긍정적 1
  • 모호한 투장 : 부정적 1
  • 선한 대사제 : 긍정적 1

한가지 특별한 것

신성족으로 환생한 빛의 신. 신의 자리에서 완전히 내려왔기 때문에 더 이상 신의 힘은 쓸 수 없으며, 평범한 신성족처럼 보입니다.

 

출신

  • 하녀 5
  • 종교인 2
  • 모험가 1

종족능력

후광 : 전투마다 한 번, 자기 차례에 자유행동으로, 공격에 맞거나 전투가 끝날때까지 모든 방어에 +2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기

  • 강인함(모) : 자기 클래스 기본체력의 절반 (소수점 이하 버림)을 체력에 추가로 받습니다.

클래스 특징

응징 : 이 능력은  전투마다 한 번, 그리고 그와 별도로 하루에 자기의 매력 수정치만큼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기사 근접전투 판정을 하기 전에, 응징 공격을 하겠다고 자유행동으로 선언할 수 있습니다. 피해에 +1d12를 더하고, 빗나갈 경우 절반만 피해를 줍니다. 

 

클래스 재능

사제훈련 : 자기레벨 이하의 사제 주문을 선택합니다. 이 주문은 이제 자기 능력의 일부입니다.(이 주문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 신앙의 투창_원거리주문/상시/단거리 적 하나/공격판정 d20+통찰수정치+레벨vs신방/명중 1d6+통찰수정치 신성피해/빗나감 자기 레벨만큼 피해

안수치료 : 하루에 두번, 짧은행동으로 손을 대어 자기 자신이나 인접한 우리편 하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원기는 성기사가 소비하고, 대상은 마치 자기가 원기를 쓴 것처럼 치유받습니다. 

확고부동 : 자기차례가 끝날때가 아니라 시작될 때 극복판정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속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확고부동이 있으면 극복판정에 성공할 경우 그 차례에 지속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장비

무기와 갑옷 : 체인메일,전투도끼,철방패,단단한 식기용나이프 5개

기타 :

표준모험장비 : 돈주머니 소형, 물주머니, 여행가방, 부싯통, 여행용 건량 3일, 우비망토, 침낭

포션 :

 

모험가급 룬 1개

방어구엔 장갑 보너스 +1 / 무기,주문용품엔 공격,피해판정 보너스 +1 / 무작위 능력 1개 (코어북 p.284)

모험가급 음에너지 저항물약

음에너지 공격판정이 16+로 나오지 않았으면 대상이 입는 피해는 절반이 됩니다.

 

마법물품 : 모험가급 파괴의 성물 (재충전 11+)

신성 주문이나 공격의 공격 판정과 피해 판정에 +1.

신성 피해를 주는 공격을 명중시키면 그 공격이 1d10 신성 피해를 더 줍니다. 

(기벽: 세계가 곧 불에 휩싸여 끝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사제의 상징이 그려진 토기 목걸이

음에너지 저항 부적.

짧은행동으로 발동시키면, 그 전투내내 또는 5분간 음에너지 저항 16+를 받습니다.

(단점 : 1회용)

 

 

298gp 1sp 4cp

뉴프 50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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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 아나스타샤 캄랜드

TRPG/제 13시대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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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아나스타샤 캄랜드 (АНАСТАСИЯ kamland)

성별 여성

나이 23

종족 하프엘프

클래스 레인저

외형 금발,녹안을 가졌다. 큰 키에 날카롭지만 기품있는 인상이다. 왼쪽 옆머리는 작게 땋아 귀 뒤로 넘겼다.

 

특성치

  근력 건강 민첩 지능 통찰 매력
특성치 10 16+2 12+2 12 10 14
수정치 0 4 2 1 0 2
수정치+레벨 1 5 3 2 1 3

행동순서 :d20+2+1+4

 

전투 수치

장갑 14+2+1=17
신방 11+2+1=14
정방 10+1+1=12
  현재치 최대치
체력 32 3(7+4)=33
원기 8 8

회복량 : 1d8+4

 

공격 판정

상시, 적 하나

  판정 명중 빗나감
근접 d20+2+1vs상대 장갑 1d8+0 피해 1 피해
원거리 d20+2+1vs상대 장갑 1d8+2 피해 1 피해

특성피해보너스 ×1

 

기능 판정

d20+특성 수정치+1+출신점수vs환경 난이도

 

 

표상관계

  • 모호한 황제 : 양가적 2
  • 선한 엘프여왕 : 양가적 1

한가지 특별한 것

황제의 사생아 입니다. 황제에게 인정 받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출신

  • 액시스 빈민가 뒷전 출신 4
  • 액시스의 술꾼 3
  • 가희 1

종족능력

기지 : 전투마다 1번, 자기가 한 d20 판정의 순수 결과에서 -1을 할 수 있습니다.

 

특기

  • 행동순서향상(모) : 행동 순서 판정에 +4

클래스 재능

꼬마친구 : 모험에 자기를 따라다니는 작은 동물. 흰 새. 이름은 피요르.

  • 비행 _ 아주 똑똑한 매처럼 납니다.
  • 날램 _ 주인의 민첩 기능판정에 +2를 줍니다.

사냥감 : 짐승 유형의 적에 대해서 레인저 공격 대성공 범위가 +2 확장됩니다.

쌍수통달 : 한손 근접무기를 한손에 한자루씩 들고 싸울때 공격보너스 +1을 받습니다.

 

 

장비

무기와 갑옷 : 얇은 가죽 갑옷,나무 장궁,나무화살세트,쾌검용병단의 단검(가짜),단검 1개, 황금거룡 표식의 은제 롱소드 2개

기타 : 피요르의 모이(8회분)

표준모험장비 : 돈주머니 소형, 물주머니, 여행가방, 부싯통, 여행용 건량 3일, 우비망토, 침낭

포션

 

모험가급 룬 1개

방어구엔 장갑 보너스 +1 / 무기,주문용품엔 공격,피해판정 보너스 +1 / 무작위 능력 1개 (코어북 p.284)

할라티르의 거룩한 눈물 1병

엘돌란의 수호성(守護星) 할라티르의 조각으로 만든 성수.

일반행동으로 무기에 바르기 - 해당 무기가 신성피해를 주게 된다. 전투가 끝날때까지 효과가 지속된다.

일반행동으로 직접적으로 뿌리기 - 원.d20+민첩 또는 통찰 수정치 + 레벨 vs 신방 : 1d6 신성피해.

 

마법물품 : 생명석 목걸이

체력이 일정량 이하이면 극복판정에 +1 보너스. 모험가급 10이하,용사급 25이하,전설급 50이하.
목걸이의 보석이 아주 갸냘프게 숨을 쉽니다. 실패하면 죽게되는 마지막 죽음 극복판정에 +5 보너스를 받습니다. 필사적 저항 판정에도 +5를 받습니다.

(기벽:자기보다 마법적 보호수단이 적은 사람이 위험한 일을 하면 나무랍니다.)

 

242gp 5cp

뉴프 50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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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