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갈등3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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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갈등3

 


"자, 싸구려 맥주 2cp, 통밀빵 10cp, 마지막으로 친절한 말투 5cp까지 총 17cp야."

 



"하암~ 진짜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었네."


아나스타샤는 밤 중에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 치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는 침대 옆의 사이드 테이블에, 하녀들이 새벽에 가져다 놓은 세숫물로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선 옷을 갈아입으려던 중 클라인이 자신의 옆자리에서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녀들도 클라인이 여기 있는 걸 봤을 거 아냐?! 미쳤다, 미쳤어.'

 

황급히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사라진 클라인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우선 옷부터 갈아입었다.

 

똑똑─

"아나스타샤, 제가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클라인이었다.

'언제 돌아갔대. 하긴, 클라인도 깼을 때 어지간히 당황했겠지. 거기다 불미스러운 소문이라도 퍼지면 클라인의 평판에도 좋지 못하니까…. 내가 너무 취해서 그런 생각을 못 했네.'

괜찮다고 대답하자, 클라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팔 안에는 붉은 패랭이꽃이 들려있었다.


 

재무부를 위해 봉사하기

아도니스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스펜서 저택에는 손님이 도착했다. 재무대신인 돈슨 트리스였다.

"하하, 이거 카스펜서 백작님께서 저를 도와주실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임무를 맡는 건 백작이 아니라 아나스타샤겠지."

아도니스는 돈슨이 아니꼬운 것 같았다. 하지만 돈슨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최근에 지출 부서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작위를 잇지 않았다 보니 다른 쪽으로 출세의 욕심이 있어서요."

그는 여러모로 솔직한 사람이었다. 출세에 관심 있으니,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후계자 후보보다는 '카스펜서 백작' 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거겠지.

"…때문에 부서를 옮긴 지금이 인상을 남기기 좋은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군용 곡물 공급에 추가분을 확보한다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곡물 생산량은 정해져 있으니, 억지로 군용 곡물을 늘였다간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텐데?"

클라인이 정확한 부분을 지적하자, 그는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손수건을 꺼내 닦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말인데, 옛날에 이니고 샤프라는 자와 인연이 있었습니다. 서로 적당히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였죠. 당시에 이니고가, 제분소의 밀가루 생산량을 최대 23%까지 늘일 수 있는 기계를 고안했다고 했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발명인데……."

클라인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렇죠!! 그래서 이니고 샤프에게 그 기계 제작을 의뢰할 생각이었습니다."


쇼파에 구겨져 앉아서 도끼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던 아도니스마저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이니고 샤프? 그자라면 제국 마법 부대 소속의 마법사 아냐? 내가 궁정 마법사로 있던 때, 부하 중에 그런 사람이 있던 것 같은데."


"아! 궁정마법사로 있으셨군요. 맞습니다. 이니고는 황궁에서 마법사로 일했었죠. 뛰어난 발명가이자 건축가로 황제 폐하께 스카웃되었었습니다."

마법 부대 출신이란 이야기에, 클라인도 뭔가 생각난 모양이었다.

"아, 나도 기억나는군. 오크두령의 침략군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값싼 마법 함정을 고안해 냈지. 하지만 이미 죽었지 않나? 1년 전, 오크들이 그의 요새를 침략하는 바람에……. 안타까운 일이었지."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서 말입니다."

봉인이 뜯긴 편지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피리긴이라는 순회(巡廻) 마법사가 황궁 구조물 건축가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바로 최근, 이니고 샤프를 신뢰할 수 있는 이로 소개한 내용이고요. 건축 비용에 관해 확인하다 보고서에 같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를 데려와 황궁에서 보호해야 합니다. 밀가루 생산량을 늘리는 기계도 기계지만, 그는 유능한 인재니까요."

아나스타샤는 의뢰 내용을 이해했다.

"그렇군요. 그럼 이니고 샤프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어디죠?"


"……편지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편지를 썼던 피리긴이라는 자가 이니고의 소식을 알고 있으니, 그를 찾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뉴 포트와 상어이빨 협만(峽灣) 사이에 있는 은색만(銀色彎)이라는 외딴곳에 살고 있습니다. 방문해 본 자의 말에 의하면, 전체적으로 흰색에 매우 둥근 집이라고 했는데요. 아무튼 은색만에 가면 눈에 띄기 때문에 찾기 쉬울 거랍니다."


"은색만인가……. 액시스에서 거리가 좀 되는데. 당장은 해결할 일이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네요."


"괜찮습니다. 저도 바로 해결될 문제라 생각은 안 했습니다. 그래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이 임무는 동선상으로 생각했을 때, 엘돌란에 들렸다 가는게 좋겠어.'

아나스타샤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돈슨은 방문했을 때 들고 온 가방을 열었다.

"이건 제 작은 성의입니다."

 

가방 안에는 목걸이 하나가 들어있었다. 아도니스는 그 물건을 알아본 것 같았다.

"생명석의 목걸이……. 마법 물품이네."


"역시, 전 궁정마법사님은 알아보시는군요!"

생명석의 목걸이는 착용자를 쉽게 죽음에 빠트리지 않게 하는 마법이 걸린 물품이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그 '뇌물'에 가까운 선물이 반갑지 않았다.

"이렇게 주고서 임무가 잘 안 되면 뭘 어쩌려고……."

그런 아나스타샤 대신, 클라인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보수는 황궁에 전달했을 거 아닌가?"


"하하, 이건 의뢰와 별도로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 받아주십시오."

 

'그렇구만. 그에게 클라인과 마주할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 이참에 얼굴도장 찍고 싶다는 거였구만.'


"알겠어요. 어쨌든 이니고 샤프를 찾게 되면, 보고 전에 당신께 먼저 별도로 연락드리죠."

돈슨은 고개를 꾸벅이곤 응접실을 나갔다.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며, 돈슨이 두고 간 생명석 목걸이 상자를 들어 올렸다.

"이 목걸이…… 어쩔까요?"

아도니스는 목걸이를 집어 아나스타샤에게 걸어주었다.

"생명석 목걸이는 착용자의 생명의 위기 때마다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이 목걸이는 아나스타샤가 착용하고 있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동의합니다."

결국 생명석 목걸이는 아나스타샤가 걸게 되었다.


암표상을 찾아라

아나스타샤들은 암표상 조사를 위해 글래디 만나러 검투장 지구로 갔다.

 

"검투장 지구에 오긴 했는데, 아무리 검투 경기 마니아라고 해도 늘 죽치고 있지는 않겠죠…?"

 

"그 남자가 갈 법한 곳에 대해 생각나는게 더 없으신가요?"

 

클라인의 물음에, 갤러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혹시 내가 싸우는 졸에서 그 케스 표를 구해오면 같이 보러 갈래?'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고 보니 '싸우는 졸'에서 암표를 구한다고 했던 것 같아요."

 

"싸우는 졸인가요."

 

의외로 클라인이 아닌, 코스모스가 그곳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검투장 지구에 있는 주점입니다. 케스의 관객이나 선수들이 많이 모이며, 이름도 케스의 졸(卒)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곳은 종목 특성상 투기와 도박판이 많이 열려서 건달들이 많긴 하지만, …그만큼 암표상 같은 사람들도 많이 드나들 것 같습니다."

 

"들어보니 확실히 그렇겠네요. 코스모스도 검투 경기에 관심 많나 봐요."

그는 살짝 미소 지었다.


"경기보다는 베팅(Betting)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아나스타샤는 곧 이해하고는 말을 아꼈다.

'이 바닥에서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려면 이것저것 해야 되니까'.


싸우는 졸은 생각한 것보다 평범한 분위기에 가게가 무척 넓었다. 경기의 열기가 식지 않은 관객들과 훌리건(Hooligan)이 넘치기 때문에 사람은 무척 많고 소란스러웠지만,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진 않았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구석의 가장 소란스러운 테이블로 눈을 돌려보면, 불량해 보이는 인간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주점에는 그들이 찾던 글래디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아나스타샤의 충고에 암표를 구할 생각이 없어져 오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글래디 말고도 케스에 관심 있어 보이는 사람은 충분히 많았다. 아나스타샤들은 효율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일행이 아닌 것처럼 각각 나뉘어 앉기로 했다.

 

클라인은 불량해 보이는 이들의 근처 테이블에 혼자 앉았고, 아도니스와 코스모스는 단순히 술을 마시러 온 사람들처럼 연기하며 출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아나스타샤는 바(Bar) 테이블에 가서 케스 시합에 대해 신나게 떠들고 있는 두 남자 근처에 앉기로 했다.

 


 

아도니스와 코스모스는 자리에 앉아, 포도주 한 잔과 아이스티 한 잔, 그리고 치즈 크래커 한 접시를 주문했다.
하플링 종업원은 좋은 옷을 곱게 차려입은 주제에 주점에서 꼴랑 아이스티 한 잔만 주문한 아도니스를 못마땅하게 쳐다봤지만, 별다른 말 없이 순순히 주문한 것을 내왔다.

"그렇게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네."


"자기가 암표상이라고 하면서 다니진 않을테니, 출입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해 놔야 할 거예요."

아도니스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런 것 정도야 별거 아니지."

애초에 마법사를 하려면 웬만큼 머리가 좋아야 하는게 아니니까, 라고 덧붙이며 코스모스의 크래커를 집어 먹었다.

"음…… 코스모스, 궁금한게 있는데……."


"편히 말씀하시죠."


"그, 저택에 있을 때 아나스타샤랑 클라인 사이 어때? 좋아 보여?"


"네."

코스모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도니스는 그 반응속도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역시……… 아나스타샤를 거기 머물게 해선 안 됐는데!"

코스모스는 아도니스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러면 번거롭지 않게 아도니스 님께서도 카스펜서 저택에 머물면 되지 않습니까."


"내가 왜 그 자식 집에…!"

아도니스는 코스모스에게 화낼 이유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차분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클라인 녀석도 안 받아줄걸."


"아나스타샤 님의 부탁이라면 들어주실 겁니다."

아도니스는 눈썹을 찌푸리며 별다른 대답 없이 아이스티로 목을 축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출입구를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그때, 남자 한 명이 바 근처로 향하는 걸 목격했다.

 


 

클라인은 싸구려 맥주를 마시며, 뒷자리 남자들의 말에 집중했다.


자신의 외모가 눈에 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검투 경기를 보러 온 떠돌이 용병인 척하고 있었다. 저택을 나설 때 가져온 누덕누덕한 로브를 몸에 걸치고서. 그는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수배지를 보며 대화를 엿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인의 얼굴을 힐끗힐끗 보는 사람은 존재했다. 그는 애써 그 시선들을 무시했다.

주변 테이블에 앉은 남자들은 별말이 없었다. 이런 자들이 할 법한 도박, 여자, 술, 투기 종목, 딱 그 정도 주제였다.


그러다 누군가 익숙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 클라인은 그 소리에 집중했다.

"아, 역시 열심히 사는 건 멍청한 놈들이나 하는 거라니까."


"새삼스럽게 왜?"


"걔 있잖아. 저번에 용병단 하나 만든다고 설치던 녀석. 용병단 이름이 청갈기랬나? 걔네 용병단이 아니스인지 예스인지 하는 부자 밑에 들어가서 일한다잖아."


"캬, 막살아도 출셋길이 탄탄대로구만!"


"청갈기? 걔네 나름 실력 있는 애들 아니었어?"


"실력? 야,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마라. 거기 단장이 마법 조금 쓸 줄 알았지, 순 양아치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뒷전 지구 왈패(曰牌) 중 하나였는데, 뭘. 그게 다 남의 공적 가로채거나 안 좋은 건 떠넘기고, 남이 차려놓은 밥상 주워 먹어서 그런 거지. 저번엔 부자들 탈세도 도와준다고 하던데? 역시 입 좀 잘 나불대니까 가만있어도 아주~"


"히야……. 나도 거기 한 번 꽃아 달라고 해봐?"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아니스, 청갈기, 공적 가로채기……….

 

그는 그들의 대화에 계속 집중하며 맥주를 마셨다.

그런 그의 앞에 갑자기 맥주 한 잔이 내려놓아 졌다. 의아한 표정으로 종업원을 쳐다보자, 그는 흘러내리는 긴 녹색 머리칼을 쓸어 올리곤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 쪽 신사 분이 보낸 드워프제 맥주입니다."

종업원의 손 끝을 따라가자 남자 한 명이 수줍게 클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심 아나스타샤이길 기대했던 클라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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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무 아쉽다니까요!"

 

탕—


아나스타샤는 맥주잔을 바에 강하게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그 곁에 있는 건, 최근 예정된 케스 시합에 대해 한참 떠들고 있던 남자들이었다. 아나스타샤는 어느새 그들의 대화에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그들은 투기 종목에 관심 있는 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인 사람들이었다. 특히 아나스타샤같이 곱상하게 생긴 금발의 엘프라면 더더욱.

 

아나스타샤는 그들에게 일종의 하소연을 하는 중이었다. 투기 종목에 관심 가지게 되었는데 붉은 흙과 쾌검의 케스 시합 표를 구하지 못해 짜증 난다는 그런 이야기.

"조금 더 일찍 관심이 생겼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아쉽게 됐어, 아가씨!"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성이 아나스타샤를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이어, 그 옆의 드워프 남성이 호쾌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케스 시합 말고, 터스크(
Tusk)는 어때? 1대 다수로 싸우는 거라 호쾌하고 볼 만하다고!"


"터스크요?"


"어이, 이 사람 좀 보게! 여기 와서 웬 터스크야! 아가씨, 터스크는 그냥 연극이나 마찬가지라고. 실감 나는 투기 종목과는 거리가 멀어. 차라리 극장이나 가게."


"뭐라고? 연기라니! 당장 따라 나오게. 내 오늘 터스크 경기 보여주지!"

아무리 그들이 여자에 관심이 있다 한들, 검투 경기만큼은 아니었다. 두 남자는 금세 터스크 얘기에 빠져, 투덕거리며 주점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까지 같이 웃고 떠들던 아나스타샤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쏟은 기운에 비해 건진게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고 맥주나 홀짝였다.

"거기, '진짜' 케스 시합에 관심 있나?"

갑작스럽게 속삭이듯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검은색의 카스케트(casquette)를 푹 눌러쓴 남자가 헤실헤실 웃으며 아나스타샤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다시 붙임성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띄웠다.

"당연하죠. 처음 보는 시합인데, 시시한 것 따위를 볼 순 없잖아요? 웃돈이라도 얹어서 최대한 좋은 걸 봐야죠."


"지금 예정된 경기 중에 가장 인기 있는게 뭔지는 아나?"


"이 주점에 있는 사람 중에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붉은 흙과 쾌검의 경기잖아요. 하……. 필요 없는 표를 양도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허탕이네요."

그 말에 남자는 더더욱 기분 나쁘게 헤실거렸다.

"뭐, 열심히 찾아보면 있겠지. 힘내라고.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돈도 꽤 있어 보이는데."


"네네, 감사해요."

그 남자는 자신의 맥주를 한 입에 꿀꺽꿀꺽 삼키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점을 나갔다.

'의미심장하게 운을 떼어 놓고선 별말도 안 했네. 그럴 거면 왜 말 건 거지…….'

아나스타샤는 남자가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다 그 남자가 앉아 있던 의자에 쪽지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남자가 놓고 간 건가?'

쪽지를 돌려주고 싶어도 남자는 이미 나간 뒤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엔 내용이 궁금했던 터라 쪽지를 주워 펼쳐보았다.

 


 

billet, 싸우는 졸, back

 



공용어와 고대 인간어가 섞어진 막연한 단어 3개가 쓰여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누가 봐도 수상한 그 쪽지를 가지고 주점 밖으로 나갔다.

 


 

아나스타샤가 주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 세 명은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주점 밖으로 나갔다.


제일 먼저 나온 아도니스가 아나스타샤에게 말을 걸었다.

"아나스타샤, 무언가 알아냈나요?"


"그런 것 같아요."

뒤이어, 클라인까지 전부 밖으로 나왔다.

 

클라인의 얼굴을 마주한 아도니스는 갑자기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아~ 나 다 봤어. 너 인기 많던데? 웬 남자도 윙크하지 않나. 큭큭."

 

"…………."

 

"응? 뭐예요??"

 

"아니 글쎄, 아까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클라인에게 술 한 잔 사는 거 있죠? 거기다가 막 윙크까지, 킥, 하고, 푸하하!"

 

"오, 역시 마성의 남자."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랑 달리 정말 순수하게 감탄하는 거였다.

 

"큭큭, 마성의 남자!"

 

"그만하지, 마법사."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계속 웃는 아도니스를 뒤로하고, 아나스타샤는 다른 이들에게 뭔가 수확이 있었는지 물었다.

코스모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클라인은 용병단의 평판에 대해 들은게 있다고 했다.

 

"청갈기 용병단이 건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가 보더군요. 주로 공적 가로채기나 탈세 브로커(broker) 일 위주로 실적을 쌓는다고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라는 건가."

 

아나스타샤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그 용병단이 질이 안 좋은게 이 사건과 관련 있는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고, 우선 이 쪽지 좀 보실래요?"

주점에서 주운 쪽지를 세 명에게 보여줬다.

"제 왼편에 앉았던 카스케트를 쓴 남성이 떨어트리고 간 거예요."

 

콜록대느라 말하지 못하는 아도니스를 대신해, 코스모스가 대답했다.


"들어오자마자 곧장 아가씨 옆으로 갔다가, 금방 나갔던 사람 말씀이군요."

 

"맞아요. 근데 이 쪽지, 간단한 단어이긴 한데 두 언어를 섞어 썼어요. 한눈에 바로 읽히지 않게."

 

아도니스가 드디어 진정하고 쪽지를 읽었다.

 

"싸우는 졸, back은 뒤쪽이나 되돌아가다. 은어로는 연줄도 될 테고, billet은 임시 막사(幕舍)? 아니면 철 봉?"

 

"싸우는 졸 임시 막사의 연줄?"

 

"싸우는 졸 뒤쪽 임시 막사군요."

 

"싸우는 졸 철 봉 쪽으로 되돌아가다……."

 

아도니스는 클라인이 내놓은 단어 조합을 비웃었다.

 

"허, 정말 싸우는 졸 뒤쪽 임시 막사라고 생각하는 거야? 주점 뒤에 임시 막사가 왜 있어?"

 

"……그럼 임시 막사의 연줄도 아니겠네요."

 

공격이 먹힌 건 아나스타샤 쪽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철 봉은…… 이 주변에 그런 자재는 없어 보이는데. 주점 뒤에 있는 건 뒷골목 정도?"

 

"어쩌면 저희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저 골목을 말하는 걸지도요."

 

코스모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담 billet이 뭐냐는 건데……."

 

불현듯,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배웠던 엘프어가 생각났다.

 

"어…? 어쩌면 이거, 인간어가 아닐지도 몰라요. 사실 그 남자와 대화하기 전에, 아저씨 두 명이랑 케스 티켓에 관한 얘기를 했거든요. billet이 티켓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엘프어로 표나 티켓, 짧은 편지…… 이런 의미가 있거든요."

 

"처음부터 아나스타샤를 위한 쪽지였군요."

 

"그럼 이 쪽지는, 제가 티켓을 사고 싶다면 싸우는 졸 뒤에서 만나자는 내용이겠네요."


"어쩌시겠습니까, 아나스타샤. 혼자는 위험할 것 같습니다."

클라인의 걱정에 아나스타샤는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 그런 성격이기도 했지만, 착용하고 있는 생명석 목걸이가 그의 기질을 더 그렇게 만들었다.

모든 마법 물품에는 일종의 기벽이 있는데, 생명석 목걸이는 자기보다 마법적 보호 수단이 적은 사람이 위험한 일을 하려 하면 나무라는 성격이었다.

"적어도 제 몸은 스스로 지킬 수 있어요. 그래도 위험하다 싶으면 피요르를 날려 보낼게요."

 

"근처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부당 이득

아나스타샤는 곧바로 싸우는 졸의 뒷골목으로 향했다. 그곳은 건물들의 지붕이 서로 달라붙어 하늘을 거의 가리고 있었기에, 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흐흐……. 역시 나올 줄 알았어."

카스케트를 쓴 남자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마치 마약이라도 팔 것처럼 구시네요."


"오, 아냐 아냐. 이건 고작 표를 '양도' 하는 것뿐이라고. 약간의 수고비만 받고 말이지. 마약 판매라니, 너무하네."


"그래서 표는 진짜 가지고 있죠?"

남자는 뒷주머니에서 표를 꺼내 살랑살랑 흔들었다.

"돈을 드리기 전에……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 표, 구하기 어렵잖아요. 어떻게 구한 거예요?"


"다 내 능력이지. 영업비밀이야."

아나스타샤, 암표상 떠보기, 기능 판정 : d20(17)+통찰(0)+레벨(1)+뒷전출신(4) vs 어려움(20) / 성공

"당신이 투기장에 고용된 직원이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허? 아, 그래그래. 좀 암표에 빠삭한가 봐? 근데 그걸 알아서 뭘 어쩔 건데? 뭐, 투기장 매니저에게 꼬지르려고? 크크, 별 의미 없을텐데."

'뭘 언급해야 반응할까? 적벽? 청갈기?'

 

클라인이 말해줬던게 떠올랐다.

 

'청갈기 용병단이 건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가 보더군요.'

"예를 들자면, 청갈기 용병단이라던가."


"………!!!"

카스케트를 쓴 암표상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너 뭐야? 그냥 표 사려는게 맞긴 해? 설마 짭새냐?!"

그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 사람 한 명이라면 나 혼자서 충분히 제압 가능하겠어.'

안이한 생각이었다. 암표상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자의 등 뒤 너머, 반대쪽 골목 끝에서 남자 3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눈살을 찌푸리며 피요르를 날려 보냈다.

 

"어이 아가씨,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는 거 아냐?"


"우리 뒤를 캐고 다니는 거지? 여기서 처리해, 후환을 남겨두지 않겠어."


암표상을 포함한 건달들은 4명이서 아나스타샤의 주위를 포위했다. 좁은 골목을 앞 뒤로 막고 있었기에 꼼짝없이 갇힌 꼴이 되었다.


하지만 피요르의 신호를 받은 클라인과 아도니스, 코스모스가 금세 달려와 주었다.
아나스타샤의 등 뒤에는 적 2명과 동료 3명. 눈앞에는 적 2명. 그는 등 뒤를 동료들에게 맡기고 눈앞의 적
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암표상
암표상을 하는 자 입니다. 청갈기 용병단과 관계가 있어보입니다.
보통 1레벨 병사 [인간형]
행동순서 : +3

미약한 마력의 완드 +5 vs 장갑 : 5 피해
- 순수짝수 명중 또는 빗나감 _ 이 전투에서 가하는 다음공격은 +6 피해를 줍니다.
체력 25 / 장갑 17 / 신방 14 / 정방 13


배치

| 암1 암2  |

|   아나    |
| 암3 암4  |
|              |
|
아도 |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23), 아도니스(21), 암표상4(19), 암표상1(13), 암표상2(13), 클라인(9), 암표상3(8), 코스모스(1)


아나스타샤, 암표상1에게 쌍수공격, 빗나감, 2피해
.

 

아나스타샤는 곧바로 단검을 꺼내 들어 양손에 각각 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카스케트를 쓴 암표상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적은 그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아나스타샤가 공격하는 순간을 노려, 뒤에 있던 수염 난 암표상은 마력으로 강화한 완드로 습격했다.

 

아도니스, 창성학, 암표상4에게 냉기광선, 18냉기피해.

 

암표상이 아나스타샤를 공격하는 모습을 본 아도니스는, 증폭 마법을 사용한 냉기 광선으로 수염 난 암표상을 맞췄다.

 

암표상4, 냉기광선에 느려져 행동순서가 늦춰짐.

 

냉기광선에 맞은 적은 큰 추위로 덜덜 떨며 공격하지 못했다.
아도니스의 마법에 적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마, 마법사……! 게다가 우리보다 실력이 좋아!"


암표상1,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쳇, 쫄지 말라고! 그래 봤자 마법사 한 명에 전사 한 명이야! 나머지는 계집애들이라고! 쪽수로 밀어붙여!"

 

카스케트를 쓴 암표상은 그렇게 말하며 아나스타샤에게 반격을 시도했지만, 공격은 빗나갔다.

 

"쳇, 쥐새끼 같긴!"


암표상2,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5피해.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피한 방향에는 다른 적이 지키고 서있었고, 약한 스파크에 감전되어 피해를 입었다.


클라인, 암표상3 뒤로 이동, 강타선언, 암표상3에게 근접공격, 14피해, 4추가피해.

암표상3, 클라인에게 공격, 5피해.
코스모스, 암표상4 뒤로 이동, 암표상4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과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 뒤를 지키던 암표상들에게 접근해 각자 한 명씩 도맡아 대치하고 있었다.

 

"젠장, 이 녀석들 뭐 이리 잘 싸워!"


암표상4,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순수짝수 명중, 5피해.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암표상1에게 쌍수공격, 빗나감, 2피해.

 

아나스타샤는 감전 마법으로 인한 고통에 비틀거렸다. 가까스로 힘을 짜내어 검을 휘둘러 보지만 힘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아도니스, 암표상4에게 냉기광선, 6냉기피해.

암표상4, 전투불능.

 

냉기에 고통받는 암표상은 덜덜 떨며, 감전된 아나스타샤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멀찍이 상황을 바라보던 아도니스는 다시 한번 똑같은 마법 주문을 걸었다. 결국 그는 완전히 얼어붙어 쓰러졌다.


암표상1,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가변공격, 6피해.

 

카스케트를 쓴 남자는 동료가 쓰러지자 여유가 사라졌다. 눈앞의 하프엘프를 빨리 쓰러트리고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덕분에 크게 조급해져 휘두른 지팡이는 아무에게도 맞지 않았다.


암표상2,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암표상3에게 공격, 묵직한 일격, 2피해.
암표상3, 클라인에게 공격, 5피해.
코스모스, 암표상3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뒤를 돌아봄, 암표상3에게 쌍수공격, 대성공, 7피해.

암표상3, 전투불능.

 

감전이 풀린 아나스타샤는 카스케트의 공격을 피하자마자, 빙글 돌아 뒤에 있던 적을 쓰러트렸다.

아도니스, 아나스타샤 옆으로 이동, 적1명에게 색채분사, 암표상2 맞음, 7정신피해.
암표상2, 정신피해로 뒤로 한걸음 이동.

 

아도니스는 왼편의 적이 전부 쓰러지자, 골목의 오른편으로 달려가 남은 암표상 2명에게 정신계열 마법인 색채분사 마법을 시전 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건지, 코 앞의 적 1명에게만 유효했다.

"젠장, 내가 이런 실수를…!"

적은 약간의 착란이 일어나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암표상1, 아나스타샤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가변공격, 6피해.

 

카스케트를 쓴 암표상은 자신의 동료가 두 명이나 당하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더 이상 전투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저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동료를 미끼로, 도망갈 생각만 가득해 보였다.

그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대로 다른 동료에게 돌아가게 둔다면 더 많은 지원군이 올 것이다.


암표상2, 아도니스에게 공격, 빗나감, 1피해, 가변공격, 6피해.
클라인, 아나스타샤 왼편으로 이동, 암표상1에게 공격, 묵직한일격, 3피해.

코스모스, 아나스타샤 뒤편으로 접근, 아나스타샤 안수치료, 12회복, 암표상2에게 신앙의 투창, 5신성피해.
암표상2, 이상없음.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뒤쪽으로 이동, 활을 들어 시위를 겨눔, 암표상2에게 원거리공격, 9피해.
아도니스, 암표상1에게 냉기광선, 11냉기피해.
암표상1, 냉기로 느려져 행동순서 늦춰짐.
암표상2, 아도니스에게 접근, 공격 5피해, 가변공격 6피해.
클라인, 암표상1
에게 공격, 빈틈만들기, 대성공 범위19, 빗나감, 1피해.
코스모스, 아도니스 안수치료, 5회복, 암표상2 앞으로 이동, 암표상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암표상1, 클라인에게 공격, 순수짝수명중, 5피해, 가변공격, 6피해.


고조주사위4
아나스타샤, 암표상1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3명에게 색채분사, 12정신피해.
암표상1, 전투불능.
암표상2, 전투불능.


클라인도 그가 도망칠 거란 걸 눈치챘는지 재빨리 타겟을 변경해 카스케트를 쓴 암표상을 공격했다. 남자는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쓰러졌다.

마지막 남은 적은 코스모스가 쓰러트렸다. 아직까지도 아도니스가 걸어놓은 정신 마법에 휘청이고 있었으므로 어렵지 않았다.

 

"아, 이 녀석에게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 했었는데 쓰러트리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아도니스 님."

 

"별 수 없죠. 고마워요, 다들."

 

전리품 : 케스 암표

 



그렇게 아나스타샤들은 암표상 무리를 완전히 처치했다. 기절한 그들을 두고 4명은 숨을 돌렸다. 날아갔었던 피요르는 전투가 끝나자 돌아왔다.

 

"아가씨, 많이 다치셨습니다."

 

"뭐, 이 정도는 좀 쉬면 나아."

 

코스모스는 자신의 상처에 무신경하게 대하는게 계속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다.

 

"괜찮으시면 제가 상처를 보겠습니다."

 

"응? 그, 그래……."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의 상처부위를 확인하는게 아니라, 머리에 손을 얹더니 눈을 감은채 짧은 기도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약한 빛이 아나스타샤의 몸을 감싸더니 상처가 아물었다.


"이럴 수가, 상처가 나았어……."


아도니스도 살짝 놀라며 이리저리 둘러보며 상처를 확인했다.

 

"코스모스, 고마워요. 당신이 치유를 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전 신성족이니까요."

'신성족이 전부 치유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닐텐데…….'

코스모스는 황궁 하녀를 하기 전에 뭘 했던 걸까. 빛의 사도로서 악과 싸웠다고 했는데, 성기사였던 걸까?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코스모스의 과거보다 중요한게 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청갈기 용병단이란 이름에 반응했어요."


"결국 가장 의심스러운 건 청갈기 용병단이라는 소리겠네요."

 

"어쩔까요. 당초 목적이었던 범인을 특정할 물증은 얻었지만……. 이 암표를 증거로 청갈기 용병단을 조사할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불법적인 목적으로 개설된 부대이니만큼 조사에 쉽게 협력하지 않을 겁니다. 켕길게 이 암표 말고도 많을테니."


"그렇겠죠. 거기다 그들이 꼬리 자르기를 해버린다면, 어렵게 얻은 증거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질 테니까요. 그렇게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 버리면 두 번째 조사는 영영 어려워지겠죠."

아나스타샤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무모한 소리란 건 알지만, 우리 청갈기 용병단에 잠입해서 증거를 더 캐내 봐요!"

세 명은 잠입이란 소리에 눈이 커졌다.
코스모스는 잠입이란 방식에, 클라인은 아나스타샤가 위험에 처할까 봐, 아도니스는 미처 생각 못 했던 부분이라서, 각자 다른 부분에 놀랐다. 코스모스와 클라인은 반대했지만, 강경한 투는 아니었다. 이러나 저러나 그 이외의 마땅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아나스타샤의 방식에 동의하게 되었다.

 

짧은 휴식이 끝나고, 아나스타샤들은 청갈기 용병단의 병영으로 향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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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젤리 3월 18~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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