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갈등2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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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갈등2

 

 

刺客奸人(자객간인)
남을 몰래 찔러 죽이거나 이간질하는 사람.
마음씨가 몹시 모질고 악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미남은 죽었던 연애세포도 되살린다

우리는 아비시니안에게 클라인을 보냈다.

"목록은 여기 있어요. 신생 (新生) 용병단은 창립 6개월 이내로 정리했고, 아니스에게 접수한 용병단은 개인정보라 함부로 내어드리는게 아닌데……"

아비시니안은 수줍게 클라인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클라인 님은 황궁에서 일하시는 분이시잖아요. 당연히 드려야죠."

클라인이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감사합니다, 아비시니안 양."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아비시니안도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용병단의 부대 위치를 물어봤을 때 이 남자에게 넘어가긴 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었으니까 상관없었다.

하지만 아니스에게 제출된 고용 지원서 사본을 보여주는 것은 달랐다.
용병들의 개인 이력이야, 캐내면 금방 나오는 정보이니 상관없었다. 내가 유출한지도 모를 것이다. 지원자들 중에서 대단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고용주인 아니스는 상당한 자산가였다. 이 경우는 용병들만의 정보가 아니라 아니스의 정보이기도 했다. 이런 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위험했다.

아니스의 용병단 구인 글을 사무소 앞의 게시판에서 보고 경쟁자들을 파악하려 그런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아니스에게 지원한 용병단에 관해서도 물어왔을 때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클라인의 어두워진 표정에 마음이 아팠지만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였다.


그러다 잠시 고민하던 클라인은 갑옷 안쪽에서 표식 하나를 꺼냈다. 제국 기사단의 표식이었다.
그는 제국 기사단의 사단장 클라인 카스펜서라고 밝혔으며, 공무 중으로 협조 부탁한다 말했다.

아비시니안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 이 남자가 그 유명한 카스펜서 백작이라고? 백작이란게 보통 이렇게 젊은 사람이 하나?


그는 클라인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았다. 잘생겼다.

아비시니안은 서류를 준비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혹시라도 이 일로 무슨 문제가 생기거든, 제 이름을 대시면 됩니다. 사례는 사무소에 보내겠습니다."


"네에………."

사례라는 이름의 뇌물을 약속하고 클라인이 사무소를 나가려 하자, 그는 은색의 안경줄이 흔들릴 정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그 클라인 님! 잠시만요!"

아비시니안의 큰 소리에 이목이 쏠릴까 싶었는지, 클라인은 발걸음을 멈춰 접수대 쪽을 돌아보았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저와 다음에 차 한잔하실 수 있나요?"

수줍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그에게 클라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곤 그는 일행과 밖으로 나갔다.

아비시니안은 깔끔하게 차였지만 후회되진 않았다. 차일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내가 연애에는 통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자신이 연애에 관심 없는게 아니라 마음에 차는 사람이 지금껏 없었던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차 정도는 같이 마시지 그랬어요~"

"아나스타샤…."

"하하……. 뭐, 꼭 날 좋아한다고 해서 마음을 받아줘야 된다는 법은 없죠. 그냥 그런데 나가서 놀다 오는 거 재밌잖아요~ 저는 그런데…. 거기다 거절할 땐 거절하는 걸 보니, 사적인 감정을 앞세우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맞아. 그 사람, 널 엄청 좋아하던데."

 

옆에서 아도니스가 키득거리며 말하자, 곤란한 표정을 지었던 클라인의 눈빛은 순식간에 무섭게 바뀌었다.

 

'아앗……. 이 분위기를 만든 이번 원인은 난가. 이런…….'

 

머리를 긁적이며 클라인이 받아온 서류를 내려다 보았다.


아나스타샤들은 조금 한산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근처 벤치에 앉은 아나스타샤의 머리 위에 피요르가 올라앉아 같이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서류 내용에 따르면, 6개월 이내의 창단한 부대로 청갈기 용병단과 금사자단이 있네요. 부대 설명을 보면, 청갈기 용병단은 마법사들 위주로 편성된 곳인가 봐요. 이력은 신생 치고는 상당한데요? 새 용병단에게 이런 임무를 맡기는 곳도 있구나……."


"흠, 보통 지인이 있지 않고서야 얻기 힘든 임무들이군요."


"그리고 금사자단은 근접 전투원 위주로 인원이 편성된 부대네요. 대부분이 전사예요. 이력은…… 딱 창단된 지 6개월 차 정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청갈기뿐이려나?"


"아니요, 근접 마법도 있으니 금사자단도 마법사가 아예 없지는 않을 거예요."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서류를 보았다. 아니스에게 지원한 용병단들이 적힌 서류였다.

 

갤러스가 이번 일로 인해 아니스가 새 용병단을 구하려 했다고 했었던가? 마침 부대 사무소 게시판에도 구인 글이 있기에, 혹시나 해 가져왔다.

"그다음, 아니스에게 지원한 용병단인데요. 갤러스 씨가 말한 적벽 화격대랑 잿빛 기사대, 청갈기 용병단이 있네요. 이곳에 지원한 걸 보니 청갈기 용병단은 신생인데도 실력에 꽤 자신 있나 봐요. 아까 이력도 그렇고."


"처음부터 숙련된 자들만 모은 걸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화려한 이력도 이상하지 않군요. 용병 일을 하며 쌓아둔 인맥이 있을테니."


"그럴지도요. …적벽 화격대의 일부 구성원은 붉은 흙 보병대에서 일했던 이력이 있는 저격수들이네요. 전체적으로는 레인저 하프오크들이 많아요. 저격수라면, 꼭 활이 아니더라도 원거리 마법사가 있을 수 있겠죠?"

아도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잿빛 기사대. 이쪽은 경력이 특이한데, 근위대나 제국 기사단에서 일했다가 정년퇴임을 한 자들이 주를 이루네요. 연령대도 높아요. 이쪽도 마법을 쓸까요?"


"근위대나 기사단은 보통 마법을 쓰지 않습니다. 마법 부대가 별도로 있으니까요."


"맞아요."

클라인의 말에 아도니스가 동의했다.

"그럼 잿빛 기사단은 제외해도 되겠네요. 애초에, 황궁에서 일했던 기사씩이나 되는 분들이,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치졸한 짓을 했다고 믿고 싶지도 않고요."

아나스타샤는 그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나스타샤가 일어나자, 피요르 역시 날아올라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청갈기 용병단과 금사자단, 적벽 화격대. 일단 3곳인가. 음……. 현시점에서 쾌검이랑 붉은 흙을 공격할 법한 부대는 대강 추려냈지만, 이 서류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네요. 용의자를 더 좁혀야 하는데."

고민하는 아나스타샤에게 클라인이 말했다.

"검을 구입한 용병단을 조사하는 건 어떨까 싶군요. 갤러스가 이 검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검이랬죠, 액시스에서는 양산형 검을 취급하는 대장간은 없습니다. 무기점에 판매하는 것들은 타지에서 들어온 것이죠. 그렇다면 부두에서 무역으로 들어온 검일 겁니다. 부두에서 대량의 검을 주문해 받은 용병단을 조사하면,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네요. 그럼 부두 지구로 가요."


 

권력은 어려운 난관도 해결한다

액시스의 거대한 사화산 암벽은, 부두 지구에서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는 탁 트인 바다와 하늘만이 반겨줄 뿐이었다. 해는 벌써 지기 시작해, 점차 색이 변해가고 있었다.
부두 지구에는 여러 선박이 오고 가거나 정박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항구 외에도 많은 곳이 있었는데, 주점, 부두 길드, 낚시용품 상점, 소규모 주거지나 하숙집, 조선소 (造船所) , 물류 창고 등 다양한 건물들이 자리했다.

아나스타샤들에게 각 항구의 화물들을 일일이 검사할 시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바로 부두 관리소로 향했다.

 

부두 관리소의 사람들도 주둔지 지구의 부대 사무소처럼, 다들 바빠 보였고, 인부들 역시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게 있다면 부대 사무소보다 훨씬 너저분하다는 점일까.


아나스타샤는 접수대로 갔다.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특정 용병단들의 수입 명세를 알고 싶은데요."

접수대에 앉아있던 무뚝뚝한 인상의 하프엘프 남자는, 아나스타샤를 올려다보았다.

"그 부대의 단원이 아니라면 알려드릴 수 없는데요."

아나스타샤, 접수원 설득, 기능판정 : d20(18)+매력(2)+레벨(1) vs 보통(15) / 성공

"……지금 황실 임무 중에 있거든요. 주둔지 지구의 소란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해요. 다른 곳에 유출하지 않을테니 부디 한 번만 예외를 둬 주실 수 없을까요?"


"흠……."

접수원은 아나스타샤를 유심히 보았다.

"오늘 아침 기사에 이런 걸 봤거든요. '황궁에서 자라지 않은 황제의 하프엘프 사생아, 후계자 선발 대회의 참가 자격을 얻다!' 뭐, 이런 거."

'그게 뭐람. 벌써 소문이 났어? 연회홀에 기자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솔직히, 우리 같은 평민들은 누가 황태자가 되어도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별로 상관없긴 한데…… 이 경우는 조금 다르죠. 이제 그 사람은 평민들과 하프엘프들의, 일종의 빛 같은 존재예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당신이 아나스타샤 님인가요?"


"……맞아요."


"그랬군요…."

접수원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사실 무기 수입 명세 같은 것은, 그 부대의 전력이 드러날 수 있는 사항이다 보니 사본은 안 만들어요. 애초에 제가 도움을 주고 싶어도 못 드린다는 얘기죠."


"아………. 그럼 원본은요?"


"원본은 작성 후에 황궁에 보내져요. 하지만 서류가 아니어도 확인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 방법이 뭔가요?"


"화물 검사관 수크르스 씨를 찾아가 보세요. 그분이 입항하는 배의 화물들을 하나씩 확인하거든요. 꼼꼼하고 기억력이 좋으신 분이니 알고 계실 거예요. 음…… 이 시간이면, 2번 부두 쪽을 확인해 보세요."

아나스타샤는 정말 기쁜 표정으로 그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보면 아시겠지만, 저 역시 평민 하프엘프기 때문에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짐작이 가요. 응원하고 있습니다."

 

칠흑같이 새까만 눈동자가 미소 지었다.


아나스타샤들은 2번 부두로 찾아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선박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배에서 짐을 전부 내린 후인지, 항만 인부들은 아무 데나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그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서류철을 들고 있는 가장 덩치가 우람한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가 화물 검사관 수크르스일 것이라 추측했다.

"수크르스 씨 맞으시죠?"

항구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깐깐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였다. 그는 아나스타샤를 흘긋 보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지?"

아나스타샤, 검사관 설득, 기능판정 : d20(16)+매력(2)+레벨(1) vs 어려움(20) / 실패

 

"이 서류에 나온 용병단의 최근 무기 수입 명세를 알고 싶어서요. 어려운 일이란 건 알지만 기억나신다면 부탁드려요."


"흥, 그런 걸 알려줘서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결국 내 책임인데."

수크르스는 불쾌한 듯 고개를 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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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클라인이 앞으로 나서 신분을 밝혔다.

"제국 1기사단 사단장 클라인 카스펜서다. 공무 진행 중이니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수크르스의 눈이 커졌다.

"아니, 사단장님이 어찌 이런 곳에…… 흠흠, 뭐가 필요하다고요?"

그는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클라인을 바라봤다.

'일을 잘한다는 여부와는 별개로, 속이 너무 훤히 보이는 사람이네….'

아나스타샤는 신생 용병단 부대와 아니스에게 지원한 부대가 적힌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 적힌 부대와 추가로, 쾌검 용병단과 붉은 흙 보병대의 최근 한 달 무기 수입 여부 좀 알려주세요."


"음… 청갈기 용병단이랑 적벽 화격대랑 잿빛 기사대, 그리고 붉은 흙 보병대 정도입니다. 아, 적벽 화격대랑 잿빛 기사대는 무기가 확실할 거고요. 게네들, 어디에 지원한댔는데…… 뭐, 그래서 적당한 새 무기를 대량으로 주문한 거겠죠."


"무슨 무기인지는 모르죠?"


"내용물을 하나하나 열어보진 않으니까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의심스러운 것 몇몇만 확인하죠."

수크르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청갈기랑 붉은 흙은요?"


"거기까진 모르겠군요. 아무튼 뭔가를 수입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무기는 아닌가요?"


"글쎄요, 용병단들에게 필요한게 꼭 무기뿐만은 아니니까…… 갑옷일 수도 있고, 식료품일 수도 있고, 암튼 그렇죠."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하하, 별말씀을……."

대화가 끝났음에도 수크루스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지, 클라인 쪽을 힐끗거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뇨, 아뇨!! 그저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일을 꽤 잘한다는 소리를 듣거든요. 제가 아주 물류 관리나 직원 관리에 빠삭합니다, 헤헤…."

 

'뭐, 접수원도 그랬으니까 일을 잘한다는 건 사실이겠지…….'

 

"하지만 행정이라든가 다른 중요한 일도 잘할 수…… 아, 이거 저도 모르게 말이 길어졌군요. 아무튼, 필요한게 있으면 앞으로 저, 수크루스를 찾아주십시오!"

'내무부에서 일하고 싶으니, 말을 잘해달라는 소리군.'

실실 웃는 수크르스를 뒤로 하고, 아나스타샤들은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할 겸, 2번 부두 근처의 주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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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지 않은 피쉬 파이도 있다

들어간 주점은 '피쉬 파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부두의 주점답게 가게 안에는 부두의 인부와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의외로 술을 마시는 사람보다는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많아 런치 메뉴를 파는 식당으로 보일 정도였다. 너무 조용하지도 시끄럽지도 않은 그런 밝은 분위기. 주점의 조명 역시 그렇고.


아나스타샤들은 구석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아가씨, 지금껏 식사를 못하셨는데 드셔야지요. 아무래도 이곳은, 이름처럼 피쉬 파이(Fish Pie)가 명물인 듯합니다."


"그래? 얼마나 맛있고 자신 있으면 주점 이름이 피쉬 파이일까? 한번 먹어보자. 클라인과 아도니스는 드실 거세요?"


"아나스타가 드신다면."


"저도 피쉬 파이를 먹을게요!"


"코스모스는?"


"네, 아가씨. 그럼 제가 피쉬 파이 4개,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이렇게 시켜서 미안하지만, 거기에 피요르가 먹을 야채 스틱이랑 맥주도 추가해줄래? 맥주는 피쳐(Pitcher)
로."

 

"괜찮습니다. 제가 할 일인 걸요."

 

코스모스는 싱긋, 미소를 보이고는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갔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려구요?"


"엑, 맥주가 술이에요?"

 

아나스타샤의 반문에 아도니스는 당황했다.


"그, 그럼요. 저는 맥주도 못 마시는걸요…."


"그렇구나…. 괜찮아요, 못 마실 수도 있죠. 그리고 저 역시, 못 마시는 사람에게 억지로 마시게 하는 취미는 없어서."

갑자기 전생을 기억하는 마법사인 아도니스를 보니, 흥미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갑자기 궁금한데, 저는 전…… 에도 술을 잘 마셨어요? 지금은 완전 주당인데."

 

클라인이 있어, 전생에 관해서는 말을 흐렸다. 하지만 아도니스는 딱히 숨길 의지가 없어 보였다.


"글쎄요. 사실 제가 술을 못 마시니까 같이 술을 마셨던 일이 없었어요. 저는 항상 주류(酒類)에 약했거든요. 그래도 아나스타샤가 취한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어쩌면 영혼 속까지 새겨진 주당일 수도 있다는 건가, 히히.
클라인은? 클라인은 잘 마셔요?"


"잘 마십니다."


"자신감이 넘치네.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왠지 클라인의 취한 모습이 꼭 보고 싶네요."

클라인은 당황하기는커녕, 씨익 웃었다.

"아가씨,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코스모스가 맥주와 야채스틱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주점의 종업원으로 보이는 남빛 머리의 남자가 큰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우리들의 앞에 그릇이 하나씩 놓여졌고, 접시에는 커다란 피쉬 파이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와……. 진짜 맛있네요. 이렇게 맛있는데 왜 별로 안 유명하지?"


"음, 부두 지구 사람들은 생선을 지겹게 보다 보니, 피쉬 파이란 이름 때문에 잘 안 오는 거 아닐까요?"


"오……. 설득력 있는데요?"

아도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마친 뒤, 아나스타샤는 남은 맥주를 마저 마시며 말을 꺼냈다.

"적벽이 사유도 충분하고 무기 수입도 했고… 역시 수상하지 않나요?"

 

아도니스가 거기에 동조했다.

"거기다 붉은 흙 보병대도 수입 이력이 있는 걸로 봐서는 더 의심스럽고요. 정말 두 부대가 연합한 걸 수도요."

하지만 클라인이 바로 반박했다.

"붉은 흙 보병대는 수입 목록이 검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흥, 그건 다른 부대들도 마찬가지야."

코스모스 역시 의견을 냈다.

"저는 식견이 짧아서 마땅한 이유는 대기 어렵지만, 이런 분쟁이 있는 때에 청갈기 용병단이 세 서류에 모두 포함이 되어 있는게 수상해 보입니다."


"현재까지론…… 붉은 흙 보병대, 적벽 화격대, 청갈기 용병단이 가장 수상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미 조사한 붉은 흙은 뒤로하면 적벽 화격대와 청갈기 용병단에 조사를 나가면 되겠네요. …하지만 대뜸 '너희가 원한이 있으니 범인이지?'라고 해봤자 아니라고 잡아뗄 텐데, 정황 증거 말고 확실한 물증 없으려나……."

 

증거 부족으로 고민하던 차에, 클라인이 입을 열었다.

"오전에 아나스타샤께서 말씀 나누던 남자 말 입니다만……."

아나스타샤는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쾌검과 붉은 흙의 케스 시합 표를 구하지 못했던 이 말입니다."


"아아, 글래디요? 그 사람이 왜요?"


"그가 표를 구하지 못해서 암표를 구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암표라는게, 팔기가 쉽지 않습니다. 판매하려면 표의 물량을 구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거든요."

 

"그래요? 그냥 줄을 좀 일찍 선 게 아닌가요?"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투기장의 매니저들이 검투 일정과 선수를 관리하기 때문에, 그들과 유착관계가 있는 이들이 표를 빼돌려서 고가에 판매하는게 암표입니다. 한 마디로 암표 역시, 투기장의 직원이 관여되어 있다는 거지요."

 

아도니스가 턱을 괸 채 짜증을 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안 그래도 조사할 것도 많은데 투기장까지 조사를 나가자는 건가?"

 

"말은 끝까지 좀 듣지, 마법사."

 

"클라인이 뜬금없이 암표 얘기를 꺼냈을 리 없잖아요, 계속 얘기해 보세요."

 

타박을 들은 아도니스는 뾰로통 해져서는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렸다.

 

"……투기장들은 국립 검투장인 제국 콜리세움을 제외하고는 각자 용병단들을 고용해 경호를 맡기고는 합니다. 그들이 표를 빼돌리기도 하지요. 만약, 현재 용의 선상에 있는 부대 중 하나라면………"

 

"그 용병단이 범인일 확률이 높겠네요."

 

"맞습니다. 그 암표만으로도, 단순한 감정적 증거가 아니라 두 부대 사이를 이간질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관한 충분한 물적 증거가 될 테니까요."

 

"더불어서 위조 검까지 찾으면 더 좋을테고요."


'내일 글래디를 한 번 찾아봐야겠어.'


"음,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해산하고, 내일은 암표상을 찾는 걸 목표로 해요."


미남과 브랜디, 그리고

늦은 밤, 아나스타샤는 자기 전에 피요르의 깃을 골라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피요르, 나 오늘 정말 크게 느꼈어. 내 말재주나 설득 실력이 아직 부족하구나… 하고. 지금껏 토벌이나 탐험만 하다가 이런 의뢰를 하니까 힘든 거 있지? 다른 후보자들은 이런 의뢰들쯤은 쉽게 해결하고 있을텐데……. 역시 황제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싶더라. 대체로 클라인이 신분을 앞세워줬기에 해결된게 많았어. 하지만 그것도 용 황제의 손 밖인 곳으로 나가면 통하지 않을테니, 정말 후계자가 되고 싶다면 노력해야겠지?"

피요르는 좋은 음색의 울음소리를 내며, 우울해 보이는 아나스타샤를 위로했다.

똑똑─

노크 소리에 문 쪽을 보았다. 코스모스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가씨, 클라인 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 할까요?"


"응응."

코스모스가 물러나고 클라인이 들어왔다.

"레이디의 방에 늦은 시간 찾아온 무례를 용서 부탁드립니다."


"아, 하, 하…. 괜찮아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레이디란 단어에, 어색하게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클라인의 손을 보았다.

"음……. 오늘은 꽃이 없네요."


"아… 죄송합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아, 아니에요! 그냥, 그냥 궁금했던 거예요."

아나스타샤는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했다. 어느새 자신은 클라인의 꽃에 익숙해졌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아쉽긴 하네요."


"그럼 다음부턴 빠지지 않고 꼭, 챙겨 오겠습니다."

왜인지, 그는 기뻐 보였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그 말에 클라인은 문 쪽을 돌아보며 시중인들을 불렀다. 그러자, 평소에 나와 코스모스의 보조를 해주는 갈색머리 하녀가 서빙 카트를 끌고 들어왔다. 그 카트에는 브랜디
(Brandy)와 과일이 놓여있었다.

"브랜디네요? 병이 처음 보는 건데."


"저희 가문의 브랜디입니다. 엘프의 것보다는 떨어지겠지만 나름대로 자부하는 술입니다. 아나스타샤가 술을 좋아하시는 것 같기에 선물로 드리고자 준비해 왔습니다."


"와………. 백작가에서 증류한 술이면 확실히 기대되네요. 고마워요."


"원하신다면 몇 병 더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시중인들은 카트의 내용물을 방 안의 테이블에 옮기고서 밖으로 나갔다. 클라인 역시, 용건은 그게 전부였는지 뒤로 돌아섰다.

"그냥 가시게요?"


"제가 이런 시간, 방에 오래 머물면 불편해하실까 싶어…."


"아니에요."

아나스타샤는 씨익 웃으며 브랜디 병을 흔들었다.

"주셨으니 같이 맛보고 가셔야죠."

클라인은 곤란한 듯 짧은 신음을 내었지만 거절하진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선반에 비치된 술잔을 2개 챙겨 와 클라인과 마주 앉았다. 그는 아나스타샤에게 술잔 두 개를 건네받은 뒤, 병을 집어 능숙하게 따랐다.

"짠해요, 짠."

클라인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 클라인은 이런 거 모르려나. 평민들은 다 같이 술을 마실 때 첫 잔에 이런 거 하거든요. 건배라고, 이렇게 잔을 부딪히는 거예요."

짠─

그는 자신의 잔을 클라인의 잔에 살짝 부딪혔다.

"이러면 짠 소리가 나서……. 하하, 뭐…… 그냥 마셔요. 습관이 되어서 무의식 중에 그런 거라."


"재미있네요. 건배에는 의미가 있습니까?"

 

"예?! 유래요……? 아니,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누가 귀족 아니랄까 봐, 세상에……. 나와 교양의 수준이 용 제국의 동서(東西)의 끝 마냥 차이 나네……. 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그냥 건배라서 건배를 했던 건데 제게 건배는 왜 건배라 물으시면 어쩌시나요.'

 

"아,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이런 자리는 익숙지 않아서 대화 주제가 잘못됐던 것 같네요."

 

"정말요? 친구들이랑도 같이 술을 마신 적 있을 거 아니에요."

 

"네, 하지만…… 그들도 귀족인지라 대화 주제라 해봤자, 업무적인 내용을 말하거나 자신의 양조장 자랑을 듣거나 하는 겁니다. 솔직히 격을 차리지 않을 만한 상황을 만났던게 적었던 것 같군요."

 

"하하, 어쩐지……. 방금 그 질문, 굉장히 소믈리에(Sommelier)랑 대화하는 귀족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와인은 몇 년산입니까.', '24년산입니다.', 이런 느낌."

 

"그랬군요……."

 

클라인은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사람이었나?'

 

"하하, 제멋대로인 제 부탁을 들어줘서 술자리를 갖게 된 거니까, 오늘만큼은 클라인 스타일대로 맞춰볼게요. 음, 건배의 유래에 대해… 물어보셨죠?"

 

아나스타샤는 곤란한 표정을 하고선 말을 이었다.

"어…… 굳이 유래를 따지자면, 오감으로 술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누가 그랬는데, 색을 보고 향을 맡고 맛을 보고 소리를 듣는다고 했었나…. 술의 청각화?
동방의 도시, 그러니까 경성이나 뉴 포트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드워프들의 문화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어요."


"청각적으로도 즐기기 위해서라니, 운치 있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나름대로의 궤변이 꽤 설득력 있던 모양이었다. 아나스타샤가 멋쩍게 웃자, 그도 따라 미소 지었다. 두 명은 술잔을 금세 비워냈다.

"제가 아까 저녁 식사 때, 클라인이 취한 모습이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렇죠."


"한 번 마셔볼까요, 클라인이 취할 때까지?"

클라인이 곤란해했다.

"내일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겁니다."


"클라인이 술에서 깰 때까지 기다릴 시간 정도는 있어요."


"저도 그렇지만…… 아나스타샤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것 참. 제가 또, 술을 기깔나게 잘 마셔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나스타샤는 모처럼의 술 대결에 흥이 올랐다.

아나스타샤 vs 클라인, 술 대결, 대항판정 : d20(11)+건강(4)+레벨(1)+술꾼(3) vs d20(5)+건강(3)+레벨(1) / 아나스타샤 성공

두 명은 술을 주거니 받거니 비워내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술을 마시며 클라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새삼 그의 외모가 실감 났다.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보니 잘생겼네요. 인기 많은 이유가 있네."

그 말에 클라인의 귀 끝이 붉어졌다.

"음, 그 말을 들으니 좀 빨리 취하는 기분이군요."

'클라인은 칭찬에 약한 편일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뛰어난데, 의외네.'

두 명은 계속해서 잔을 비워나가, 결국 가져온 병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술이 일반 브랜디보다 더 독하지만, 향도 좋고 상당히 맛있었어요. 특히 이건 포도가 아니라 다른 거 같은데."


"살구로 만들었습니다."


"아아, 살구구나~ 어쩐지 술술 들어가네요."

 

"더 가져오라 지시할까요?"

 

"네, 끝을 봐야죠. ……아, 그런데 이런 술은 일 년에 몇 병 주조 안 하지 않아요?"


"네, 그렇긴 합니다."

 

"음………. 브랜디는 됐어요. 이러다 제가 하루 만에 백작가 양조장을 거덜 내겠네요."

클라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침대 밑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선 보드카(Vodka) 병이 꽉꽉 채워진 궤짝 하나가 나왔다.

"일전에 코스모스에게 부탁해 가져다 놨는데요……. 자기 전에 조금씩 마시려고요."

클라인은 궤짝을 처음 꺼냈을 때,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조금이 아닌데요."

 

"아무튼, 브랜디는 아껴서 마시기로 하고 이걸로 끝까지 가보죠."

클라인이 약간 망설이고 있는 것 같기에 말을 덧붙였다.

"섞어 마시는 건 자신이 없나요?"


"……아닙니다. 보드카로 마시죠."

도발이 먹혀든 건지, 그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이곤 병 하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보드카 10병째를 비워 낼 때였다.
클라인의 얼굴은 흐트러짐 없이 멀쩡했지만, 그래도 처음과 비교하면 볼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언제나 무결해 보이는 그가 취하는 모습은, 이런 사소한 것일지라도 무척 귀했다. 아나스타샤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민망한 듯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신기하게도 얼굴색이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나스타샤는 정말로 검투장에 가 본 적이 없으신가요?"


"네. 정말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액시스에서 평생 것 살아왔으면서요. 특이하죠? 근데 클라인은 검투장 암표에 대해서도 잘 알고, 투기 종목에 관심이 많나 봐요."


"암표상도 몇 번 잡아 본 적 있고, ……그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간간이 검투 경기를 관람하곤 합니다. 물론 투기는 하지 않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건 검투 경기지, 투기 종목이 아니니까요."


"오……."

클라인은 한 템포 정도 말을 쉬더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런데, 언제 한 번 저와 같이 보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아나스타샤의 빠른 대답에 살짝 놀랐지만, 어쨌든 그것이 수긍의 대답이었던지라 클라인은 만족했다. 그가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아나스타샤가 조금 더 빨랐다.

"…아도니스랑 코스모스랑 클라인이랑 다 같이 보러 가면 재밌을 것 같아요. 임무를 전부 마치고 시간이 남으면
보러 가는 거 어때요?"

'다 같이'. 클라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네, 재밌겠군요. 그때 보러 가죠."

그 말을 끝으로 남은 보드카를 계속해서 마셨다.

 

하지만 결국 궤짝으로 향한 아나스타샤의 손이 허공을 휘젓게 되는 순간이 왔다. 궤짝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어, 어…… 다 마셨네…."

나름 액시스의 술꾼으로 유명했던 아나스타샤는 취기가 상당히 올라온 상태였다. 클라인이 본인의 생각보다, 잘 마신 탓도 있으리라.


아나스타샤는 술을 가져다 더 마실 건지 묻기 위해 클라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살짝 꾸벅이며 졸고 있었다.

"취해서 잠들었나 보네. 제가 술 대결에선 이겼네요, 클라인. 하암…."

그 역시 잠이 오는지 하품이 절로 나왔다.

"근데 여기서 이렇게 자면 목 아플텐데……."

의자에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꾸벅이는 클라인을 들어 어깨에 들쳐 메어 침대에 조심히 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클라인은 꽤 깊게 잠든 건지, 잠에서 깨지 않았다.

 

"음…… 적당히 옆에 누워 자도 괜찮겠지."

 

전혀 괜찮을 리 없었으나, 그런 생각을 할 정신은 아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 옆에 몸을 던져 엎드린 채로 침대에 누웠다. 침대가 넓으니 두 사람이 누워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자리에 눕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감겨가는 눈꺼풀 사이로 클라인의 얼굴이 얼핏 보였다. 그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는 단순한 기분 탓 일거라 여기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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