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4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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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Prologue4

 


당신의 15번째 열의.
꺼지지 않는 작은 희망.

 



용비늘 연회홀의 문지기는 아나스타샤의 초대장을 확인하곤 들여보내 주었다. 피요르도 데리고 갈 수 있나 궁금했는데 문지기들에겐 작은 새 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복도로 들어가 연회홀의 내문 !(內門) 근처로 가자, 황성의 시종장으로 보이는 귀족이 아나스타샤를 맞이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듯 귀족의 눈썹이 씰룩였다.

"반갑습니다. 다리오 비녹스입니다. 제가 식견이 짧사오니, 영애의 가문과 존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아나스타샤. 하이엘프 오델리 캄랜드의 딸이며, 밝힐만한 가문이나 작위는 없습니다."


귀족은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귀족도 아닌 자가 후계자 선발 대회에 초청받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다리오는 뛰어난 시종장이었다.  그는 큰 문제를 만들지 않으며 사교계에서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능수능란했다.

다리오는 자신의 뒤에 대기하고 있는 시종이 아닌 멀찍이 떨어져 있던 여자 한 명을 불렀다. 신성족이었다.

"이 사람은 네가 보필하며 안내해라."


"네, 반갑습니다. 아가씨. 황궁에서 일하는 하녀 코스모스 페레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는 미천한 신분이니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아…… 그래요, 아니, 알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는 이에게 하대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경험도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지. 이곳의 규칙에 따르자. 나는 선발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니까.'


아나스타샤는 잠자코 안내하는 코스모스를 따라갔다.


기대가 클수록

안내받은 곳은 홀의 가장 가장자리였다. 이곳에서는 황제와 황후가 앉을 것으로 추정되는 어좌(御座)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단순히 자신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인사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라 여겼다.


홀을 둘러보면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제각기 무리 지어 모여서 홀에 마련된 핑거푸드를 먹거나 샴페인을 마셨다.

대부분이 이런 곳이 익숙해 보이는 이들로, 쭈뼛거리며 서있는 아나스타샤와 대조되었다. 구석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아나스타샤는 제법 눈에 띄었는지, 간간히 사람들이 흘긋 쳐다봤다. 아나스타샤는 그럴 때마다 일행을 기다리는 척 입구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느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제 옷이라도 맞추길 잘한 것 같아. 옷마저도 평소처럼 주워 입었으면 더 눈에 띄었을지도.'

지금의 그는 화려한 귀족까지는 아니어도 궁전 지구에서 근무할 법한 병사나 기사처럼 보이기는 했다. 사실 아나스타샤의
얼굴은 차려입기까지 해서 그런지 눈에 확 띄는 외모였다. 즉, 아나스타샤가 시선을 받는 이유는 비단 낯선 사람이어서만은 아니란 소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입구 복도의 방향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그러더니 문이 열리고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가 팡파르 소리와 함께 등장하였다.

황제 부부가 한걸음 내디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였다. 아나스타샤도 황제가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눈치껏 인사를 표했다.


황제의 뒤에는 액시스 내에서 볼 수 있었던 제복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모양의 제복을 입은
이들이 몇 명 있었다. 근위기사대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앞서 말한 익숙한 제복을 입은 제국기사단이 있었다.

 

기사단의 맨 앞에는 아나스타샤가 잘 아는 얼굴이 있었다. 타는 듯한 붉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의 회청색 눈동자.

"클라인…?"

그가 왜 여기 있는지 의아했지만,
이내 클라인이 황궁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애초에 이곳까지 그와 같이 왔었다.

많은 기사들을 이끌고 어좌에 도착한 황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모여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전부 차기 후계자에 맞는 자격이 있으며, 또한 그 자리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겠지."

다들 숨죽이고 울려 퍼지는 말에 집중했다.

"후계자 선발은 짐뿐만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건으로 뽑을 생각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원이 많아서야 오늘 안으로 한 명을 가려낸다는 건 불가능할 테지. 오늘 모여달라고한것은 참가를 희망하는 후보들 중에서 일부를 가려내기 위함이다."

그 말에 갑자기 연회홀 안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시작도 전에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조용히 하시오!!"

황제 옆,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늙은 남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주변의 반응으로 보아 저 인물이 황궁의 궁내경인듯했다.


연회홀이 잠잠해지자 황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진정이 되었다면, 한 명씩 나와 내 앞에 자신을 소개하라."

황제의 말이 끝나자 화려한 의상을 입은 금발의 남성이 제일 먼저 황제의 앞으로 나섰다.

"제국의
용이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본인은 바실리 스테판 타치야나 폐하와 다리아 슬라바 타치야나 폐하의 아들, 그레고리 슬라바 타치야나입니다. 소신, 폐하께서 내려주신 일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뛰어난 성과를 보여 제국의 이름을 영광에 떨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레고리 슬라바 타치야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황제와 황후 소생의 제국의 1황자였다.

정돈되고 겸손한 소개로 다들 역시 황태자의 재목이라며 소곤거렸다.

그가 인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 다음 황자가 뒤를 이었다. 아무래도 그들끼리의 암묵적인 순서가 있는 듯했다.

 

귀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아나스타샤는 그저 적당한 순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맨 마지막에 할지언정, 중간에 잘못 끼었다가는 흐름을 완전히 망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나스타샤를 제외한 후보들의 소개가 끝이 났다.
후보들은 서로의 순서가 끝나자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는 듯, 마무리 하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제국의 용이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앞선 귀족들의 말을 인용했다.

 

연회홀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들에겐 생판 처음 보는 존재가 후보랍시고 나선 것 같아 보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궁내경은 기사 한 명을 부르려 했다. 하지만 황제는 그를 저지했다.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건 궁정마법사가 확인 후 초대장을 보냈단 의미겠지. 우선 들어보고 판단해 보겠다. 말해 보아라."

황제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황제 폐하와 하이 엘프 오델리 캄랜드의 딸입니다. 밝힐만한 이름이 없는 집안입니다만, 폐하께서 주신 아나스타샤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황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간 것 같았다.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황제의 사생아는 황후에게 썩 달가운 소식은 아닐테니까.

"기회만 주신다면 저 역시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을 끝낸 아나스타샤에게 보내지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된 아버지란 존재와의 첫 대면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분명 저를, 아니 어머니를 기억해 주시겠죠? 황제라는 직책과 사정이 있어서 딸이 있는지 찾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뿐이겠죠?'

"아…… 그런 사람도 있었지. 오랜만에 들어보는군. 그 엘프에게 자식도 있었나? 그래, 자넬 보니 있었던 모양이지."

그리고는 살면서 엘프와도 만나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 라고 바로 옆의 황후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소곤거렸다. 황후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황제는 모를 것이다. 아나스타샤가 제법 귀가 밝다는 것을. 그 작은 소리조차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음을.

 

아나스타샤는 숙인 고개처럼 자신의 마음속 무언가도 같이 착 내려앉았음을 느꼈다.

"그래,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떨어지더라도 상심 말거라. 이곳에는 쟁쟁한 이들이 많으니."

큰 반응을 기대했던 것도 또 무언가 바랐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반응을 원한 것은 아녔을 것이다.

 

고개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아나스타샤의 뒤로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조소가 들려왔다.

'주제에 한몫이라도 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곧이곧대로 왔나 보지?'


'어미는 어디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엘프였을 거야. 타고난 얼굴만 적당히 반반한 그런……'


'문명도 모르는 미개한 종족.'

아나스타샤를 마지막으로 후보자들의 소개가 완전히 끝이 났다. 황제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각 기사단과 근위대에서 20명 정도의 인원을 데려왔다. 지원한 
자들과 직접 선발한 이들이지. 예외적으로 이리 많은 기사들을 데려온 사유는, 이들에게 대회 동안 자네들의 호위를 맡게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20명. 연회홀에 모인 후보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었다. 왜 20명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기사들은 자신이 충성할 후보에게 맹세를 하여라. 그리고 후보는 기사를 받아들일지 선택하여라."

황제의 명에 클라인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이 쪽 역시도 후보자들처럼 나름대로의 순서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대회가 진행되든 말든, 아나스타샤에게는 대회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뭘 기대한 거지…….'

그저 무기력함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신경 쓰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수군거림이 전부 맞는 말 같았다.


그렇게 수치심과 우울감,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 클라인이 아나스타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내밀었다.

"클라인……?"


"아나스타샤, 제가 당신의 기사가 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모두들 클라인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주목했었다. 그는 북부왕관의 영웅이며, 백작위를 계승한 사람이고, 제국의 제 1기사단 사단장이었다.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붙는 이 남자를 주목하지 않는게 더 이상했다. 거기다 사단장인 그가 선발 대회를 위해 선별되어 나올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 못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선택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나스타샤였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자가 뭐길래? 황제도 존재조차 잊은 사생아 아닌가?

 

당황스럽기는 아나스타샤도 마찬가지였다.

"클라인, 저는…… 저보다는 당신이 충성을 맹세할만한 고귀한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을까요?"


"제게는 당신이 그 사람입니다."

아나스타샤 눈 속의 그늘진 녹음이 다시 빛을 발하며 흔들거렸다. 하지만 클라인 눈의 말간 하늘빛보다 더 반짝일까? 그의 회청색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더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 눈빛에 기대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클라인은 아나스타샤의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 광경에 연회장이 크게 술렁였다. 놀라움, 궁금함, 다양한 감정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질투였다.

 

그중에서도 이 두 명을 제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가 있었다.

 

10황자 줄리엣 타치야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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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타치야나

줄리엣은 클라인 카스펜서가 백작위를 잇기 전부터 꽤 맘에 들었었다.

 

자신의 언니 질리엇은 언제나 우아했고 기품 있었다. 그런 언니는 언제나 모두의 선망을 받았으며, 결혼 뒤에는 더욱 날아올라 사교계의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다. 황제의 총애받는 후궁인 벨리타 타치야나의 딸이라 불릴만했다.
그의 또 다른 딸인 줄리엣도 그랬다. 한 송이 꽃과 같은 아름답고 가녀린 외모는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정원을 가볍게 통통 튀며 거닐면 온 주변을 화사하게 만들었고, 귀엽게 재잘거리면 듣는 이들을 달콤하게 녹였다. 그는 이미 주변의 모든 것들이 충분했고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언니를 보고 바뀌었다.

정략결혼이지만 프로소 공작과 결혼한 언니는 전보다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 단순히 성숙해져 한 층 무르익게 된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소 공작은 이미 그 작위와 재산, 인망만으로도 충분한데도, 그는 상냥했고 다정했고 무척이나 귀족다웠다. 그런 그와 함께하는 언니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그 행복 안에 존재하는 언니는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가졌다.


줄리엣은 그것을 동경했다. 자신 역시도 프로소 공작 같은 완벽에 가까운 사람과 만나,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존재함으로써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었다.

그런 줄리엣의 눈에 들어온 남자는 클라인 카스펜서였다.

 

그는 뭇 영애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손에 꼽히는 미남이었다.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켜주고 싶게 만드는 수심이 비치는 눈빛, 오랜 기사 생활로 만들어진 탄탄한 몸. 이렇듯 그의 외모야 더 말할 필요도 없었고, 무예 실력이라 함은 이미 10대 때부터 제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출중했다.

그리고 20세 때에는 북부왕관의 전쟁 영웅 중 하나로서 온 제국민들에게 칭송받았다. 그의 아버지가 전쟁 중에 돌아가시고 카스펜서 백작이 되었을때에도, 황제가 더 높은 작위를 하사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게다가 명문가인 카스펜서 출신답게 언변과 예의범절이 뛰어났다. 레이디들에게도 살갑진 않을지언정, 부드럽고 정중했다.

돈, 명예, 권력, 외모, 성격 중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그야말로 용 제국의 여성들이 탐하는 완벽 그 자체의 남자였다.

 

문제는, 그가 일반적인 귀족들의 결혼 적령기를 지났음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점에 있었다.

 

줄리엣은 그 점을 보고, 클라인이 자신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청혼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일 거라고 착각했다.

 

줄리엣은 클라인이 자신에게 관심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자신이 연 사교 모임이나 티 파티에 가끔이지만 참여한다는 점과 데뷔탕트 때 파트너였다는 점, 자신이 참가하는 연회에 그 역시 참석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실상은,
어린 줄리엣을 대신해 어머니 벨리타가 주최한 파티였으며, 명색이 황족이 연 모임이었기 때문에 예의상 간간히 얼굴을 비춘것이였다.

데뷔탕트의 경우는, 질리엇과 클라인이 동갑인지라 우연히 데뷔탕트의 시기가 맞아 서로의 파트너를 해주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것을 들은 줄리엣이 언니에게 부탁해 그 인연과 황제의 요청으로, 파트너로서 참가했던 것이었다.아이러니하게도 사교계에 회자됐던 건, 고작 스쳐가며 춤 한번 춘 예카테리나와의 염문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연회가 겹치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 클라인이 참여하는 연회나 무도회를 줄리엣이 사전에 조사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줄리엣을 사람들이 칭송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클라인은, 줄리엣을 칭송하는 사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분명했다.


줄리엣의 착각은 혼인이 가능한 16살이 훌쩍 넘어, 20살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어쩌면 클라인이 수줍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며.

줄리엣이 용기를 내어 단 한 번만이라도 클라인에게 관심 있다는 뉘앙스를 보였더라면, 확실하게 거절당했을텐데.

하지만 줄리엣은 사랑받을 줄만 알았지 먼저 사랑을 주는 쪽이 아니었다. 때문에 줄리엣의 짝사랑은 클라인 본인도 모른 채 계속되었다.

 



그것이 흐르고 흘러 현재에까지 도달했다.


그는 후계자 선발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기품 있고 뛰어난 면모를 온 귀족들에게 더 어필할 생각이었다. 그 대상에는 클라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딱히 황태자 자리에 관심 있던 것도 아니었다. 황후의 자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될 수도 없을테고.


그러던 중, 대회 전 날에 클라인이 선발 대회의 호위기사로 급하게 자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자신이라면 기사들이 앞다투어 호위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클라인이 있다면 그런 다툼은 벌어지지 않겠지. 왜냐하면 기사단의 서열 순서대로 기사의 맹세를 할테고, 1기사단의 사단장인 클라인이 첫 번째로 걸어 나와 자신이 충성을 맹세할 주군에게 갈 테니까. 자신은 그저 제일 먼저 다가온 기사의 맹세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클라인의 기사의 맹세를!

줄리엣은 클라인이 자신의 기사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면 클라인은 자신의 호위기사가 되기 위해 자원한 걸 테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패배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황후 폐하의 소생이며, 동갑내기인 예카테리나에게조차 일말의 열등감을 느껴본적 없는 줄리엣이었다.

예카테리나의 지위가 그보다 조금 더 뛰어난다 한 들, 자신이 더 예쁘고, 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용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자신의 오빠들에게 밀려서 되지도 못할 황제의 자리에 한심하게 시간을 쏟고 있으니까. 괴팍하게 힘만 세고 예민하며 날뛰기만 하는 얘 하고는 차원이 다른 나니까. 마지막으로 용 제국의 모두가 되고 싶어 하는 카스펜서 백작 부인은 내가 될 거니까.

그 정도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카테리나 정도는 출신이 좋으니 아주 조금이라면 자신의 라이벌로 인정은 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예카테리나도 아니고 뭔데 저 하프엘프는?

클라인은 금발의 하프엘프에게 지금껏 본 적 없었던 다정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줄리엣은 상황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나스타샤…… 가만두지 않을 거야. 꼭 클라인을 내 것으로 만들겠어."

 


 

새로운 목표

20명의 기사들이 모두 자신의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당연하게도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기사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기사의 맹세가 끝나고, 황제는 또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호위기사가 없는 후보자들은 이만 돌아가도 괜찮다."

선택받지 못한 후보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이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어필할 생각이었겠지만, 시작도 전에 떨어진 것이다.


대부분은 황제에게 입양된 자들이었고 권력의 위치에서 밀려난 친척들이나, 나이가 너무 많거나 어린 경우였다.

이런 이들은 기사들이 충성을 맹세할 만큼의 지위와 명성을 찾기 전에, 애초부터 일면식이 없던 이들이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였다. 후계자 선발 대회라는 이 정통성 있는 대회는 '공정성'을 표방하며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 모두 황태자가 될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황실 내에서 이미 권위와 입지가 있는 이들에게 유리한 대회나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나도 저들 중 하나였겠지. 이 황궁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으니. 클라인과 연이 닿은 것도 순전히 천운이었어. 여기 오기 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떨어진 후보자들이 결국 아쉬움과 실망감을 뒤로하고 연회홀을 나갔다. 참가하게 된 20명의 후보와 20명의 기사들만 남게 되자, 황제는 앞으로에 대해 설명했다.

"후계자 선발은, 임무를 지령하면 해당 임무를 최대한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될 것이다. 무릇 황제라면 자신이 다스리는 곳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할만한 힘도 갖추고 있어야 하지. 하지만 누구라도 혼자서는 힘든 법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에게 조력자를 붙여준 셈이니라.
"

궁내경은 20개의 지령서를 카트에 쌓은 채 끌고 왔다. 그리고 지령서를 하나씩 후보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안에는 3개의 임무가 있다. 반드시 전부 수행할 필요는 없지만, 완수한다면
전리품 및 보고서를 작성하여 내무부에 올리도록. 이 지령서를 수행할 기한은 한 달이다."

임무는 평소에도 용병일이나 길드 일을 하면서 종종 하는 것이지만, 확실히 이번만큼은 책임이 막중했다.

"그럼 조화의 달의 열다섯 번째 날에 보지."


"여러분의 앞 날에 선대들과 황금거룡의 축복이 깃들길."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황제와 황후는 근위대와 같이 돌아갔다. 연회홀에 남겨진 다른 후보자들도 더 이상의 볼 일은 없는지, 하나둘 자리를 떴다.


"이제 한동안은 같이 있을 수 있게 됐군요, 아나스타샤."

아나스타샤와 클라인, 그리고 코스모스는 연회홀 밖으로 나와 마차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그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얼굴을 바라보면, 평소와 같은 덤덤하고 온화한 미소가 거기 있었다.

"다 클라인 덕분이죠. 항상 저를 도와주시네요."


"제가 아나스타샤를 도와드린게 아니라 아나스타샤가 저를 선택해주신 겁니다. 지금껏 저에게는 거절당한다는 전제가 없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긴장되었습니다."


"하하, 이 사람 참. 자신감이 넘치시네."

마차 대기소에는 클라인과 타고 왔었던 마차가 보였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익숙한 인형(人形)이 있었다.

"아도니스!"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에게 달려갔다. 그에게 실망했던게 바로 어제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막상 그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피요르 역시 아도니스가 반가운지 곁을 맴돌았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나스타샤. 호위기사는……"

아도니스는 또다시 어제처럼 표정이 굳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사단장이라는 사람이 할 일도 없나?"


"내가 할 소리다. 궁정마법사를 관두더니 할 일도 없나 보군. 오늘은 내 마차에 수작을 부렸나 보지?"

그 말에 아나스타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도니스를 바라봤다.

"……진짜예요?"


"아, 아니에요! 여기에 있던 건 순전히 우연으로…… 사실 클라인이 호위기사가 될 줄 어느 정도 예상은 했긴 했는데……… 제발 빗나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고개를 숙인 아도니스는 울먹이는 것처럼 웅얼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클라인이 싫어도 다시는 그런 짓 안 할 거예요…. 아나스타샤가 슬퍼하니까."

아나스타샤는 미안한 표정으로 클라인을 바라봤다.

"다시는 안 그러겠대요. 클라인도 당한게 있으니까 아도니스를 용서해달라거나 사이좋게 지내라는 건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같이 있을 때만큼은 서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될까요? 아도니스는 후계자 선발 대회나 임무를 도와준다고 했었거든요."

클라인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아나스타샤, 제가 있다면 이 자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호오, 네가 마법도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나 봐? 후계자들은 곁에 기사나 시녀 외에도 마법사 한 두 명쯤 두는게 상식이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녔는지 클라인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마차의 문을 열어 아나스타샤를 마차에 태웠다. 그리고 아나스타샤의 맞은편에 클라인이, 옆에는 아도니스가 앉았다. 그 두 명은 애써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아도니스의 맞은편에는 코스모스가 올라탔다. 연회홀에 입장할 때 안내역 겸 시중을 들어주었던 사람이었다.

"코스모스라고 했죠? 당신도 따라오는 건가요?"


"저는 아가씨에게 붙여진 하녀입니다. 임무를 수행하실 때 동행하며 도와드리는 것이 제 일이죠."

아도니스가 거들었다.

"선발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시중을 드는 시종들은 후보자가 떨어지기 전까지 계속 보필하기로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전투 센스가 있는 시종들 위주로 선발해서 도움이 될 거예요. 아나스타샤는 대회 참가 자격을 받았으니까 동행하는게 맞아요."


출발 이후, 클라인이 코스모스에게 말을 걸었다.

"후보자들은 입양되지 않거나 작위가 내려지지 않았어도, 혈연관계라면 결국은 황족. 그렇다면 귀족이 보좌하는 것이 맞거늘, 방금 전 하녀라고 하지 않았나?"


"네, 저는 평민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성족인 것이 눈에 띄어 시녀분들을 보좌하는 황궁 하녀로 일하게 됐지요."


"……비녹스 남작 짓이군."


클라인뿐만 아니라 아도니스의 표정 역시 안 좋아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한데…."

 

"시녀면 어떻고 하녀면 뭐 어때요. 전 코스모스가 좋은걸요."

 

"아나스타샤가 괜찮으시다면 상관없겠지만, 보통의 하녀들은 후계자 선발 대회를 위해 선별된 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 능력이 없다시피 합니다. 분명 남작은 당신이 떨어질 것이라 넘겨짚고 황족에게 하녀를 붙이는 짓을 벌인 것이겠지요."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다행히도 저는 황궁 하녀로 일하기 전에는 빛의 사도로서 악과 싸웠던 경험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시종장님께서는 제 전투 능력에 대해 모르셨겠지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하지만 아도니스는 여전히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흥, 비녹스인지 뭔지, 맘에 안 들어……. 단순히 기사만 어떻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방금 뭐라고 했지?"


"아아~ 아나스타샤를 참가시키기 위해 기사 한 명을 매수했거든. 아나스타샤께 기사의 맹세를 해달라고."


"매수? 제국의 기사에게 무슨 짓을…… 그러지 않아도 어차피 내가 아나스타샤의 것이다."


"무슨 짓이긴. 매수당하는 쪽이 잘못한 거지. 사단장이 클라인 같은 녀석이니 기강이 해이해질만도~"

두 명이 말다툼을 할 때는 정말 죽을 맛이다. 특히 지금처럼 붙어있는 마차 안에서는 더더욱.


그 죽을 분위기를 잠재운 건 코스모스의 질문이었다.

"아가씨께서는 반드시 황제가 되실 것이죠?"


"당연하지! 난 아나스타샤를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으로 만들 거야. 그러려고 다방면에 손을 쓰는 거고."

그 질문에 먼저 답한 건 아도니스였다. 그는 아나스타샤를 반드시 황제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사실 그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당연한게, 전생을 전부 기억한다면 그 기억 속의 아나스타샤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에도 놓인 적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 던져두는 것보다는 최고의 자리를 안겨주는 쪽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후계자 선발 대회에 참가하려 했던 이유를 대충이나마 짐작하는 클라인은 별 말이 없었다. 다만 아나스타샤를 지긋이 쳐다볼 뿐이었다. 그 눈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이대로 포기하면 지금까지처럼 아무 일 없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모험하고, 싸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모험을 다니든 정착하든, 없으면 혼자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아주 좋지 않았던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현재의 아나스타샤에게 남겨진 삶은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삶은, 자신을 기억해 주어야 할 그 남자에게 기억받지 못한 채로 쭉 그렇게 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남자 외의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겠지.

그래선 안된다.

그와 어머니는 그렇게 잊혀져서는 안 되는 사람이며,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황제에게도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미 이런 삶에 익숙해졌지만, 사실은 더 이상 무시받기 싫었다. 그래. 썩 나쁘지 않은 삶이, 맘에 드는 좋은 삶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아직도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누리지 못하고 굶어가는 이들이 많다. 그런 가난은, 사람에게 선이냐 악이냐가 아닌, 기본적인 윤리마저 포기하느냐 마느냐를 선택하게 만든다.
아직도 세상은, 폭력에 노출된 약자들이 많다. 무력으로 이룬 이 세계는 무력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 살아갈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아직도 세상은, 태생적 한계로 능력을 제한시키고 있다. 평민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천대받으며 출세하지 못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결혼과 내조가 귀감이라고 여겨지며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인간 이외의 종족이기 때문에 무시받으며 사회에 떨어져 살고 있다.

 

이 밑바닥들은 잊혀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가 황제가 되어 그들을 잊혀지지 않게 만들 것이다.
이런 세상을 바꿀 것이다. 오늘의 황제가 아나스타샤가 가지고 있는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돼야죠. 황제."

잠깐의 침묵 후, 말을 이었다.

"정점을 노리는 밑바닥의 몸부림, 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세상에 불만이 많았는데 오늘 확실해졌어요.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전부 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낡은 가치관, 풍습, 제도. 그런 것들."

아도니스는 미소 지었다.

"어디 한번 제가 황제가 되면 정말로 세상이 바뀌긴 하는지 봐야죠. 근데 적어도 다른 이들보다 제가 다스리는 세상은 지금의 세상보단 재밌지 않을까요? 쭉 평민으로 살던 이가, 그것도 인간이 아닌 하프엘프가 황제가 됐는데 재미없을 리가."

클라인은 다정한 눈빛으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그곳에선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굶어가는 아이가 없도록 하고, 어린아이가 학대당하지 않으며, 신분, 성별, 귀 모양, 피부색, 몸의 크기로 조롱받지 않을 거예요."

코스모스의 무표정한 입에 미소가 살짝 걸리는 듯했다.

"…일단은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다 이루진 못해도 꿈은 크게 가지라니까."

 

아나스타샤는 누구에게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내일 다시 방문할게요! 이제 바빠질테니 푹 쉬세요!"

마차에서 내린 아도니스는 밝게 인사하곤, 카스펜서 저택을 떠났다.


윗전 지구에서 궁전 지구까지 왔다 갔다 할, 아도니스를 생각하니 측은감이 들었다. 이 저택에서 다 같이 머무른다면 좋을텐데.

하지만 이곳은 클라인의 집이었다. 거기다가 아나스타샤가 허락할 수 있는 처지고 아니고 간에, 두 명이 붙어 하루 종일 싸울 생각을 하면 역시 지금 상황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나스타샤는 저번에 지냈던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가 씻는 동안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의 몇 없는 짐을 풀어 정리하고는 차를 준비했다.

 

찻주전자에 라벤더 꽃잎이 떠올랐다.

 

아나스타샤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엘프들은 본능적으로 꽃과 나무에 끌린다고 했다. 게다가 심신의 안정을 위해선 허브 종류만한게 없었다.

 

아직 그에 대해 모르는게 많지만,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그의 곁에 있을 시간을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는 찰나나 마찬가지니까.

코스모스는 아주 오랫동안 아나스타샤를 보필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 생각으로 황제에 어울리는 사람은 그였으니까. 

 

그는 좀처럼 웃는 일이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코스모스의 입가에는 만연한 미소가 띄워졌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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