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3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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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Prologue3

 

 

비록 당신이 절 사랑하지 않는다 하여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 아네모네

 



"황태자? 하, 저 말이죠? 이름 모를 그쪽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아나스타샤는 황당해서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전직 궁정마법사를 사칭하는 사기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초면에 이런 말, 믿기 어렵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정말 진심이에요. 무슨 이득을 바라고 있거나, 다른 후보의 사주를 받았다던가,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사주라…… 아, 그렇구나.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네. 그래요, 오히려 방해 공작이라도 펼치려고 접근했다는 쪽이 좀 더 설득력이 있는데요."

 

"그런…!"


"거기다 그 쪽이 저에 대해 일방적으로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잔뜩 경계하는 아나스타샤를 남자는 아련하게 쳐다봤다.

"……아니에요. 당신도 분명 저를 알고 있었어요. 지금은 기억 못 하겠지만요. 저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어요."


"제가 그 쪽을?"


아나스타샤는 미심쩍었지만 말을 들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그래요. 그럼 저한테도 당신에 대해서 알려줄래요? 이름이 뭐예요, 마법사님?"

아나스타샤가 경계심을 푼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제 이름은 아도니스 밀러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아도니스의 조언을 받아, 붉은 금실과 휘장 같은 화려한 브로치가 장식된 짧은 감색 겉옷과 연한 회색빛이 감도는 흰색 바지가 세트인 예복을 골랐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옷이라 사이즈 확인을 위해 시착했지만 원래부터 아나스타샤의 옷인 마냥 몸에 꼭 맞았다. 그 위에 붉은색의 짧은 케이프를 걸치니 제법 궁중 연회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나스타샤가 옷을 입어보는 동안, 아도니스는 도망갔다 돌아온 피요르의 경계심을 풀어보려 애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말들은 믿기 어려운 것들 뿐이었다.

"마법사들은 다들 전생을 기억해요?"

아도니스는 자신의 모든 전생을 기억한다고 주장했으며, 자기가 생각하는 최초의 기억에서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을, 지금은 아나스타샤라고 불리는 자신을 좋아했다고 했다.

솔직히 사랑 고백도 이 정도로 맥락 없고 허무맹랑하면 남 얘기 듣듯이 들을 수 있었다. 전생이라니,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훨씬 현실적이고 납득 갈 정도 아닌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제 쪽이 특별한 거겠죠. 이 능력은 운명이에요. 당신을 매 생마다 만나기 위한 운명 같은 능력!"


"뭐…… 그래요. 마법사님이 전생을 기억한다 치자고요. 그래, 저도 환생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보는 거예요? 환생해도 얼굴이나 그런 게 안 바뀌나?"

그러자 아도니스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아나스타샤, 전 당신이 어떤 모습이어도 당신의 영혼만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요. 생각해보세요. 세상은 매번 빠르게 바뀌잖아요. 저희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 어떤 종족이냐, 심지어는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서 성격도 가치관도 평판도 달라지고요."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법사님이 알던 전생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같나요? 생긴 것도, 성격도, 상황도?"


"아니요…."

아니라는 말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거 봐요. 사람은 내적인 부분이든 외적인 부분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갈 가진 사람에게 호감이 가죠. 한 사람이 모두를 좋아하기 어려운 건 사람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전 매 생마다
성격도 외모도 취향도 모두 달랐을텐데 과연 그런 사람이 마법사님이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요? 좋아했던 부분이 아예 없어졌을 수도 있을텐데요."

아나스타샤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전생은 전생이고 현생은 현생이라는 거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도니스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건지 바로 대답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라고 했죠? 저에겐 그것이 아나스타샤, 당신의 영혼에 새겨진 성품이에요. 이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거죠."

성품이란 말에 아나스타샤는 더욱더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마법사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당신의 말대로 사람은 후천적인 환경이 사람을 바꿔놓아요. 하지만 타고나는 점이 있는 것도 경험한 사실이에요.
모든 사람이 같은 처지에 놓인다 해도 다 똑같지는 않잖아요. 쌍둥이마저도 다른 것처럼요. 아나스타샤, 당신은 근본적인 건 변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지금 삶이 어떻든 적어도 약자를 져버리지 않을 거잖아요. 그리고 정의라는게 상대적이긴 하지만… 결국 결단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개 중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정의로운 쪽을 선택할 거잖아요? 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래왔 듯."

아나스타샤는 애써 변명하듯 대답했다.

"그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누구든 웬만하면 좋은 쪽이 되고
싶을 거잖아요. 단지 그게 관철하기 어려워서…… 아니, 아니지. 본인 입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자화자찬이지 않나…. 하아, 묘하게 돌려서 칭찬을 잘하시네요."

하지만 아도니스는 그가 애써 둘러대려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후후, 그게 특별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아요. 금덩어리 하나를 그냥 얻는 선택과 가난한 농부의 1sp를 빼앗는 선택 중 후자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 맞아요. 하지만 전 마법사님이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가난하게, 또 좋은 꼴도 보지 못하고 살아왔어요. 제가 나쁜 짓은 또 얼마나 많이 했게요."

 

"나쁜 짓이라면?"

"…주로 도둑질……?"

아나스타샤는 스스로 말하면서도 부끄러웠다. 저질렀던 일들 중 가장 가벼운 일이고, 부자들조차 가난한 자의 재산을 도둑질하는, 그림자대공이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도둑이 판치는 세상이었지만 그럼에도 떠벌리고 다닐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아도니스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거리의 굶어가는 자들에게 관심 없는 세상이니, 그 사람들의 세계에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죠. 게다가 저는 아나스타샤가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에게서 물건을 훔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성품에 대해 확신할 수 있으세요? 그리고 이것마저도 언젠가 변하지 않을 거라고도?"

그는 진지하게 단언했다.

"저는 전생의 여러 모습의 당신을 수 없이 봐왔어요.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그런 변하지 않는 점을 좋아합니다."

저렇게까지 말을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아나스타샤는 뒷전을 전전하며 믿지 못할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이유 없이 수상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특히 아도니스라고 불린 저 마법사는 자신을 뒷조사하고 말하지 않은 개인사를 알고 있던 사람 아닌가. 실질적으로 자신이 도움을 줬던 클라인 때와는 다르게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 말들이 거짓말 같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호감을 내비치는 그가.

"……솔직히 이렇게까지 확신하며 절 믿어준다는게 조금 감동이기까지 하네요. 사실 아직까지도 잘 믿기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마법사님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네요. 계속 의심만 하는 것 같아 죄송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음, 마법사님은 그…… 말씀하신 것처럼 저를 좋아한다는게 진심이시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초면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머뭇거리는 아나스타샤의 모습에 아도니스는 금세 의중을 눈치챘다.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요. 지금의 아나스타샤가 저를 다시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번 생은 여기가 시작이니까요.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요, 우리."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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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이 끝나고, 아도니스가 배웅을 해주겠다며 아나스타샤 뒤를 따랐다.

"궁전 지구에 머물고 있나요? 머무는 곳이 없다면 윗전 지구의 저희 집에 초대해드리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제가 운 좋게 귀족 한 분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거든요."

아도니스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어야 됐는데……. 제가 아나스타샤보다 늦게 태어나는 바람에……… 사실 이번에는 찾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요?"


"네……. 그래서 궁정마법사가 된다면 정보 수집이 빨라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되려 일이 바빠서 시간내기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이러나 저러나 궁정마법사가 되었기 때문에 후계자 선발 대회에 간섭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찾았으니 다행이에요. 이번 생은 글렀나 싶었거든요."

 

"찾지 못한 적도 있는 모양이네요."

 

"부끄럽게도…… 네, 그렇습니다."

아도니스는 팔자 눈썹이 된 채로 입을 삐죽였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엽게 느껴졌다.

 

"매번 저를 찾는 것도 일이겠네요. 그래도 이젠 해결됐으니 본업에 집중하시겠네요?"


"아뇨, 그만뒀어요."


"네??"

그는 자신이 지금 무직 상태라고 했다.

"돈은요? 재산도 환생되나…?"

제일 먼저 돈 걱정이 들었다.

"걱정 마세요. 적당히 모아놓아서 먹고살 만큼은 있어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리고 이후에 수입이 들어올 곳이 있거든요."

아나스타샤가 궁금한 듯 쳐다보자, 그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발 대회를 하면 각종 임무를 하게 될 거예요. 제가 아나스타샤를 따라다니며 도와드릴 거고……"


"의뢰비를 나누자?"

아도니스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만든 마법 물품들을 의뢰인에게 팔 생각이었어요!"


"괜찮아요. 같이 동행하면 의뢰비도 나누는게 상도덕이지."


"정말 그런게 아닌데……."

얼마쯤 걸었을까, 카스펜서 저택에 도착했다.

 

"도착했어요. 이제 마법사님도 돌아가셔야죠."

하지만 아도니스는 카스펜서 저택을 보고 크게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곳에서 머무시는 건가요?"


"네, 왜요?"


"여기서 지내지 마세요!"

아도니스는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

깜짝 놀란 아나스타샤가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 때에 마침, 저택의 대문이 열리고 화려한 마차 한 대가 들어갔다. 그러다 중간에 무슨 신호를 받았는지 마차는 정원 한 복판에 멈추고는 문이 열렸다.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클라인이었다.

"아나스타샤, 돌아왔군요."

클라인은 마차를 마저 보내곤 아나스타샤에게 다가왔다. 그러다 그 옆의 아도니스를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이 쪽은……"

아도니스 역시 얼굴을 구겼다.

"궁정마법사군."


"전직이다. 보고가 느린 모양이야, 카스펜서 백작."


"아, 그래? 그럼 네가 저지른 짓에 대해 지금 당장 황실 법정으로 회부해도 상관없겠군?"


"잠깐, 잠깐만요! 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그리고 두 분 아는 사이세요?"

클라인은 살벌한 표정으로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악연이죠."


"너와 내가 언제부터 연(緣)이라는게 붙는 사이였다고."


"너에겐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가 보겠지만, 난 아냐."

아나스타샤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어쨌든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어차피 멀쩡하잖아? 크게 다칠 거라곤 기대도 안 했지만 낙마해서 다리라도 부러지는 정도는 기대했는데."


"하,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난 너 때문에 아끼는 종마를 잃었는데."


"아도니스, 이 말이 사실이에요?"

비아냥거리던 아도니스는 내 가라앉은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는 옷자락을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네, 맞아요.
저 녀석의 말에 혼란을 걸어놓았어요. 하지만 다 이유가……"


"아도니스."

아도니스는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


"아도니스, 정말 죽을 뻔했어요."

그를 타박하는 아나스타샤를 지켜보던 클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나스타샤, 전 괜찮으니 들어가죠."


"……제가, 잘못했어요. 아나스타샤, 용서해주시겠어요?"


"용서할 사람은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아나스타샤, 정말로 저 녀석은 나쁜 녀석이에요. 같이 있으면 아나스타샤까지 불행해질 거예요. 절대로 믿지 마세요."

그가 악담을 퍼붓자, 클라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더 이상 헛소리는 그만해."

 

아도니스는 클라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저는 용비늘 연회홀에서 기다릴게요. 오늘 일은 정말 죄송했어요."

그 말만을 남기고 얼굴에 원망보단 슬픔을 머금은 마법사가 자리를 떠났다.

오늘 그와 같이 다니며 느낀 점은, 그가 수많은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 치고는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지만 그만큼 순수한 사람이며, 선의를 가잔 영혼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악의와도 거리가 먼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나스타샤는 그가 이런 짓을 했다는게 의외였다. 동시에 클라인에게 왜 그런 말을 한건 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큰 사정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저 어디에나 있는 선의도 악의도 가진 그런 사람을,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단 이유로 애써 좋게 보려는 것일 수도 있고.

 

고민해봤자 현재로써는 알 방도가 없었다. 어차피 밝혀질 일이라면 언젠가 자신도 그 이유에 대해 알게 되겠지.

 


 

후계자 선발 대회

아나스타샤는 카스펜서 저택을 떠나기 위해 풀어놓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대회에 입을 의상, 갑옷과 무기, 모험 도구들, 피요르의 모이. 며칠간 이곳에 있었지만 나의 짐은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들고 온 것이 없었으니까. 방도 거의 그대로야. 내 흔적이 금방 사라져 버리네….'

한창 부산스럽게 방 안을 돌아다니다 잠시 감상에 빠졌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클라인이었다.

"오늘은 물망초네요."

아나스타샤는 흰색 물망초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클라인은 흰색을 좋아하나 봐.'

"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짐을 싸시는 건가요?"


"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동안 머물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뇨, 별 일 아닌데요. 떠난다니 아쉽군요……."


"언제까지고 신세 질 수 없으니까요."

클라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아나스타샤는 그 표정에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음, 그리고 사실 황궁의… 후계자 선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거든요."


"그렇군요…."


"별로 안 놀라시네요?"


"사실 이름을 들었을 때, 어렴풋이 짐작했습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름이니까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만… 네, 황제 폐하의 소생이시군요."

아나스타샤(Анастасия)의 이름은 용들이 지을 법한 이름으로 황족이나 용인족이 아니고서야 드문 이름이었다. 이 이름 때문에 비웃음도 많이 받았었지.

"섭섭하세요? 이후에도 자주 놀러 올게요. 아, 대회에서 떨어지고 나면 일하느라 바쁠테니까 자주는 힘드려나."


"될 수도 있습니다."

단언하는 그는 상당히 진지해 보였다.

"하하, 클라인, 농담도. 거기다 아직까진 후계자 자리에 욕심도 없는걸요. 그냥 아버지를 한 번도 뵌 적 없으니까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언제든 도울 의향이 있습니다."

그냥 격려였겠지만 덕분에 힘이 되는 것 같았다.

 



선발 대회 아침, 옷을 갖춰 입은 아나스타샤는 카스펜서 저택을 나섰다.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별말씀을 다……. 하, 하하…."

오늘도 황궁 근무를 하는 클라인과 같이 마차를 탔다. 마차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연회홀의 근방에 멈춘 마차에서 내린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에게 작별의 말을 고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클라인."


"네, 그럼 또 보도록 하죠."

'또? 단순히 다음에 보자는 인사치레겠지?'

손을 흔들자 클라인을 태운 마차는 멀리 떠나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뒤를 돌아 연회홀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아나스타샤는 용비늘 연회홀의 계단에 드디어 한 걸음 내디뎠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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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