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대

Prototype (3)

Game/포켓몬스터

2021.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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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뒤로 소니아와 같이 박사님의 일을 도왔다. 정리나 청소부터 간단한 포켓몬 조사까지 바쁜 나날의 연속이였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매그놀리아 박사:은령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니?

은령:네?!

매그놀리아:사실은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든가, 모험을 떠나고 싶다든가 하는 말 같은거 말이다. 소니아도 내 뒤를 이어줬으면 좋겠는데 기어코 고집을 부려서 챌린지에 참가했었거든. 결국 포기하고 다시 이렇게 돌아왔지만, 어쨌든 경험은 해봐야 깨닫는 것도 있는 법이지. 그런데 너는………

은령:경험을 해봤기에 더 하고 싶은 느낌이다, 그런 말씀을 하고 싶으신거죠?

매그놀리아 박사:그래. 네가 일을 돕는걸 보면 포켓몬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야. 오히려 좋아하지.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잖니?

은령:박사님 말씀이 맞아요. 그런데 저는 이제 트레이너가 되어서 챔피언이니 뭐니 그런 것보다는…… 다른걸 해보고 싶어요. 가령 단델의 리자몽이 처음 발견됐다는 관동 지방이나 명성이 자자한 드래곤 조련사 목호 같은 사람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할까요..

매그놀리아 박사:그렇구나. ………은령, 그렇다면 말이다. 네가 원한다면 관동 지방의 오 박사에게 추천장을 써줄 수도 있는데 거기서 오박사의 조수로 일해보는건 어떻겠니?

은령:정말요?! 가라르 지방을 벗어난다니.. 많이 떨리긴 하는데...
네! 갈래요. 가고 싶어요!


나는 추천장을 받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금랑:뭐야, 왜 짐을 싸고 있어?

은령:나 관동 지방에 오 박사님을 도와서 포켓몬 공부를 하려고.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서 포켓몬이 무섭고 싫다고 자신에게 거짓말 할 수는 없는거잖아.
너랑 여행하면서 많이 느꼈어.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난 역시 포켓몬이 좋아. 그리고 포켓몬에 대해 더 알고싶어. 나도 이제 더 멀리 나아가야지.

금랑:갑자기 이렇게 떠난다고? 소니아랑 같이 가는건가, 설마 혼자서 가려는건 아니지?

은령:혼자서 가는거야. 너무 무모한가?

금랑:그럼.. 그럼 나님도 데려가… 아니 갈래!!

은령:금랑, 나 들었어. 너 내년부터 너클 스타디움의 체육관 트레이너로 들어간다며. 듣기로는 차기 관장으로 꼽히고 있다던데.

금랑:으윽..그래도말야, 나는 네 오빠로서 걱정된다고.. 생전 여행이라곤 나와 같이 다닌 스타디움 챌린지밖에 없잖아.

은령:그러니까 도전하는거지. 물론 위험한곳에 가거나 그런일은 하지 않을거야. 음, 꼬박꼬박 연락도 하고. 약속할게.


그래도 금랑은 납득하지 못했다.


은령:금랑, 기억나? 예전에 내가 가라르 챔피언이 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사실 지금은 챔피언보다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상을 알아가는게 더 좋아졌어.
솔직히 관동 지방은 워낙 유명한 트레이너가 많은 곳이다보니, 다시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챔피언이 되어있을 금랑과 승부하고 싶어.
내가 바뀐 지금의 꿈을 계속 꿀 수 있도록, 또 어릴적 꿈을 다시 한 번 꿀 수 있게 되도록 지금 내 길을 응원해줄래?

금랑:은령……. 그렇게까지 말하면 더 이상 말릴수가 없잖아..
...그래, 꼭 챔피언이 되어서 그 자리에서 널 기다릴게. 이 몸이 챔피언이 되어서 지금 단델보다 더 인기 많아지더라도 아쉬워하지마~ 그 때 가면 시간 내서 만나기도 힘들어 진다구~


금랑은 평소처럼 허세를 부렸다. 그모습을 보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은령:그 런건 단델을 이기고 나서 말하시지! 네가 유명인사가 되면 실컷 자랑하고 다닐테니.

금랑:응? 진짜지? 진짜 자랑하고 다닐거야? 은령이 그런걸 한다고?

은령:왜, 왜이러셔.. 나도 호들갑 정도는 떨 줄 아는 사람이야. 흥.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꼭 연락해야 돼? 연락 못하더라도 포케스타에 소식같은거 늦게라도 올려줘도 좋구.

금랑:....포케스타가 뭐야?

은령:어떻게 포켓스타그램을 몰라..?

금랑:너는 이 몸이랑 안 놀고 집에서 매일 폰만 보니까 잘 알겠지!

은령:흠흠..


정곡을 찔린 나는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게도 한동안 나는 방구석 외톨이 상태였으니.


은령:그럼 네 포케스타 계정이나 만들어볼까나~? 자, 여기에 배틀 사진이나 일상 사진 같은 그런거 올리는거야. 친구들 팔로우 해놓으면 타임라인에 친구들 시진도 올라올거고.. 쉽지??

금랑:이게 재밌나…….

은령:하... 너 사진 찍는거 좋아하잖아. 앞으로 나한테 일일히 톡으로 보내서 귀찮게 하지말고, 여기에 올려서 팔로워들에게나 자랑해!

금랑:이 몸이 보낸 사진들이 귀찮았어? 정말 충격이다. 앞으로도 귀찮게 해야지.

은령:그래~ 계속 귀찮게 해보던가 하고, 그럼 정말 갈게! 늦더라도 꼭 집으로 돌아올게.

금랑:응... 잘 가, 아니, 잘 다녀와!!


금랑이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를 타기 위해 바우 마을로 향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을 위해 드디어 한 발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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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otype (2)

Game/포켓몬스터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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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있을 포켓몬리그에 참가해 챔피언이 되기위해 금랑은 매그놀리아 박사님께 스타팅 포켓몬으로 미끄메라를 받고 더불어 톱치까지 다함께 스타디움 챌린지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배지를 모으기위해 가라르지방 곳곳을 여행하며 포켓몬들을 잡고 수련을 거듭했다. 여행의 도중에 금랑이 설산에서 조난을 당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도 무사히 구조되어 돌아왔지만, 혼자가 아닌 두랄루돈과 함께였었다. 정말이지, 두랄루돈을 코 앞에서 보고 기절하는줄 알았다. 내 트라우마의 원인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금랑이 위기에 처했을때 목숨을 구해준 포켓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나는 마음을 열어 결국 트라우마에서 벗어날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슛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세미파이널 토너먼트. 이번 세미파이널에 도전하게 된 참가자는 금랑과 단델, 소니아와 두송이였다. 전부 토너먼트 챌린지 도중 지나가며 만났던 사람들이였다.
금랑은 1차전에 단델이라는 내 또래의 아이를 상대하게 되었다. 단델과의 승부는 호각을 이루었지만, 결국 금랑쪽이 아쉽게 지고 말았다.
객석에서 금랑의 고개숙이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에, 크게 상심한줄 알고 걱정했다. 하지만 금랑은 바로 고개를 들고 씨익 웃으면서 다음번에 만나면 꼭 이기겠다고 외쳤다. 나는 평소의 금랑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대기실에 먼저 나와 금랑을 기다렸다. 금랑은 양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파쪼옥처럼 웃었다.


금랑:져버렸네.

은령:잘했어, 다음번엔 꼭 이길수 있을거야.


금랑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생각보다 우울해 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였나보다. 품에 안긴 금랑은 애써 짓던 미소를 거두었다. 그리곤 눈물을 참고 분한 기색을 드러냈다. 내가 해줄수 있는건 위로밖에 없었다.


금랑:사실 너무 분해.. 이 몸의 실력이 이것밖에 되지않았다니..
나 지금 꼴사납지..? 챔피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지키지 못했네.

은령:아냐,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있었어.
그리고 챔피언이 되지 못해도 상관없어. 네 시합을 보면 내 가슴까지 뜨거워지는것 같았거든! 나도 너처럼 다시한번 챔피언의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싶더라.

금랑:……멋있었어?

은령:…응,멋있었어.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은령:흠흠! 여러번 말하게 하지마.


금랑은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금랑:헷, 고마워. 덕분에 기분이 상쾌해졌어. 사실 승부에서 졌다고 분해하는게 더 꼴사나운데.. 이런 모습 보여줘서 부끄럽네.
그래! 여기서 졌다고 이 금랑님이 약하다는건 아니지! 네 말대로 다시 실력을 갈고 닦겠어. 단델과의 리벤지를 위해서!!

은령:예~ 복수전이다~
아, 맞다. 나 너 시합하는거 사진 찍어놨어. 한 번 볼래?

금랑:정말? 오, 진짜 잘 찍었네. 나 시합중엔 이런 표정 짓는구나.
나한테도 보내줄래? 이 기분,이 다짐 잊고 싶지 않거든. 언제라도 지금을 떠올리게.


나는 금랑의 부탁대로 사진을 바로 전송해줬다.


금랑:어때? 이번엔 너도 같이 찍자.

은령:아…… 응!

금랑:하나…둘……

소니아 : 아~뭐야, 너희들! 둘이서만 기념 사진이야? 우리도 같이 찍자!


대기실 쪽에서 소니아라는 여자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단델과 같이 다니던 여자아이였다. 세미파이널 토너먼트에서누 1차전에 두송에게 이기고 결승까지 가서 단델과 맞붙었었다. 패배하고 엉엉울며 퇴장하긴 했지만 꽤 멋진 승부를 보여줘서 기억하고 있었다.


소니아 : 기념사진은 다 같이 찍어야지. 아, 두송도 이리와.


소니아는 이번 새로운 챔피언이 된 단델과 멀찍이 서있던 두송을 데리고 왔다.


단델: 나 무슨 인터뷰 해야 된다 그러셔서 오래는 못있어.

소니아:잠깐정도는 괜찮잖아? 설마 친구끼리 기념 사진도 못 찍는거야?

단델:그건 아니지만…….


단델은 금랑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델:……아까는 좋은 승부였어. 지금까지 중에 가장 아슬아슬하고 재미있었어.

금랑:아, 나도다.


금랑은 씨익 웃으며 건네오는 손을 잡아주었다. 단델은 지금껏 금랑을 신경썼던건지 금랑이 흔쾌히 인사를 받아주자 표정이 한껏 풀어졌다.

찰칵-

그렇게 토너먼트는 끝이 났고 너클씨티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경기장의 뒤, 방금까지 같이 있던 소니아가 우울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같이 있는걸 발견했다.


은령:금랑, 나 잠깐만!

금랑:응? 어디가!


나는 소니아에게 달려갔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친해진 친구다. 그 친구가 우울해 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었다.


은령:소니아!

소니아:은령? 여긴 왜…….

은령:무슨 일이라도 있어? 걱정되어서.

소니아:역시 은령이는 누구랑 달리 섬세하네…. 아니, 별 건 아니야. 그냥 나 트레이너는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 관두려고.

은령:뭐……? 어째서? 오늘 시합도 멋있었는데!

소니아:아니야.. 나 같은거보다 단델이나 금랑 같이… 잘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하는게 맞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난 그 정도 열정은 없는 것 같아.

은령:소니아...

소니아:근데…… 트레이너가 아니면 뭘 하지 싶어서 고민이 되어서.. 포켓몬은 여전히 좋은데..


소니아는 나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도 트레이너의 꿈을 포기하고 뭘 해야될지 모르겠었으니까.


소니아:그래서 나 일단은 할머니의 일을 도와드리려고. 사실 우리 할머니가 가라르 지방 박사님이거든! 매그놀리아 박사님, 이미 한 번 뵀었지?


소니아와 같이 있던 사람은 매그놀리아 박사님이였다.


은령:아…!! 안녕하세요!

매그놀리아 박사:안녕, 분명 은령이였지?

은령:네!

매그놀리아 박사:그때도 물어봤지만, 어째서 스타디움 챌린지에 도전하지 않은거니?

은령:저는……… 포켓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좋은 트레이너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매그놀리아 박사:정말?

은령:……….

매그놀리아 박사:포켓몬을 안 좋아한다는 사람이 자신이 좋은 트레이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은 안 할텐데. 뭐 됐다. 굳이 생각 없는 아이에게 강요는 하지 말아야지.
그보다 앞으로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 소니아와 같이 내 일을 도와주지 않으련?

소니아:와~ 잘 됐다! 은령과 함께라면 이 일도 재밌을 것 같아!

은령:네!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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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otype (1)

Game/포켓몬스터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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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무렵의 나는 포켓몬을 좋아하고 챔피언을 꿈꾸는 평범한 어린아이였다. 특히나 드래곤 포켓몬이 좋았다. 너클 씨티의 사람들이 유달리 드래곤 포켓몬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나중에 커서 드래곤 조련사가 되고 싶다고 할정도로 더더욱 그랬다. 악당 드래곤을 무찌르는 기사의 영웅담을 봐도 드래곤을 응원할정도로. 하지만 나는 어느날을 계기로 포켓몬을 싫어하게 됐다. 사실 싫어하게 됐다기 보다는 무서워하는 쪽이였지만.
그 날을 회상하자면, 내 부모님이 등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당시 너클 시티의 이웃인 금랑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은 친한 사이였고, 그러다보니 우리들도 자연히 친해지게 되었다. 부모님들은 산악동호회에 들어 한달에 한두번 주말에 산행을 즐기셨는데, 그날도 다름 없었다.


금랑:은령이는 오빠인 이 금랑님이 잘 돌볼테니까 걱정말라구!

은령:누가 누굴 돌본다고 그래.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금랑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전화가 울려퍼졌다. 전화를 받은 금랑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 있었고, 나는 손이 이끌려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병원에는 왜이리 사람이 많은걸까. 다들 뛰어다니고, 들것에 사람이 실려가고…… 로비의 티비에는 뉴스가 지나갔다. 급작스럽게 다이맥스된 야생의 두랄루돈이 폭주해 산길의 버스 한 대가 전복되었다고 했다. 부상자와 함께 일부 사상자도 나온 모양이였다.
본능적으로 저 뉴스에 나오는 버스가 부모님이 타고 있는 버스일 것 같았다.

예상대로 더이상 엄마와 아빠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그 뒤로 친척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마땅한 친척이 없던 금랑은, 친절하신 친척 어른의 허락으로 같이 살게 됐다. 항상 웃는 소리가 가득했던 예전과는 달랐지만 금랑은 점차 극복해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한동안은 밖에 나가는것조차 발작일으키며 거부해서 보육원 등원을 그만두었을 정도였다.
금랑은 내가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걱정이라도 한건지, 그렇게 방구석에 틀어박힌 나를 절대 혼자 두지 않았다. 언제나 바깥의 재밌는 이야기, 귀여운 포켓몬 사진과 챔피언 굿즈들을 한가득 가지고 왔다.


은령:아무리 그래도 난 포켓몬이 싫어! 이젠 챔피언 같은것도 싫다구! 대체 나한테 이렇게하는 이유가 뭐야! 흑..

금랑:그래도.. 그래도 널 그냥 내버려 둘수 없잖아! 너는 내 유일한 가족이고, 난 더이상 가족을 잃어버리기 싫다고!

은령:훌쩍..내가 미안해... 금랑도 나와 마찬가지인데…


10살 봄. 나는 그뒤로 전보다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밖은 나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전처럼 포켓몬이 마냥 무섭진 않았다.
하지만 트레이너만은 달랐다. 학교가 입학할 나이가 되어서도 트레이너가 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이제는 과거를 훌훌 털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어린 나에겐 아직 무리였다.
금랑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 날 포켓몬 알을 하나 가지고 왔다. 무모하게 풀숲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물론 금랑은 크게 혼났다.
금랑은 포켓몬을 직접 키우다보면 분명 공포를 극복하고 다시 트레이너가 되고 싶을수도 있지 않냐며 밝게 웃었다.

우리는 알을 정성들여 돌봤다. 매일같이 수건으로 깨끗이 닦고 따뜻하게 품 안에 넣고 품어보기도 했다. 밥 먹을 때도 옆에서 같이 먹기도 했고, 금랑이 알도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기에 어쩌다보니 마당까지이지만 바깥에 오랜만에 발 디디기도 했다. 이전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변화였다.
알은 얼마 되지않아 깨어났다. 우리는 서로 놀라 쳐다보았고, 알에선 빛이 번쩍번쩍 나오더니 톱치가 태어났다. 지금도 금랑의 기뻐하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은령:금랑도 포켓몬 트레이너가 될거야? 이제 톱치도 생겼잖아. 챌린지에 도전하겠네~?

금랑:아…음.. 뭐~ 이몸은 챌린지 같은거 안해도 충분히 강하니까 말이야! 아직 돌봐줘야 할 사람도 있고~
그리고 톱치는 내 포켓몬이 아니라 우리 포켓몬이지.

은령:흐음~


우리는 포켓몬시합을 종종 같이 보았는데, 티비를 보는 금랑의 눈은 무척이나 생기가 넘쳤다. 그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금랑이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고 싶어한다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금랑이 스타디움 챌린지에 도전하지 못하는게 나때문인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큰 결심을 했다. 금랑을 챌린지에 내보내기로. 금랑은 승부욕이 강하니 도발하면 넘어올거라 생각했다. 나는 챔피언 마스터드 시합을 보며, 역시 챔피언은 뭔가 다르다고 너무 멋있지 않냐고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아까까지 단델을 응원하던 금랑은 자신이 챔피언이되면 더 멋질거라는 둥, 자신과 비교하면 저 할아버지는 별거 아니라는 식의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은령:그럼 나가자. 나가서 보여줘. 여기 톱치도 챔피언과 싸우고 싶은 모양인데?

톱치:톱-치!

금랑:하하.. 내가 말했잖아. 굳이 트레이너가 될 필요 없는데? 이 몸은 이미 충분히 강하고…

은령:역시 거짓말이지? 마스터드 할아버지를 이길 수 있다는거.

금랑:무슨……!
..그래. 그냥 그런걸로 해 둬.


의외였다. 이번에야말로 넘어올줄 알았는데 평소의 금랑답지 않았다.
나는 몇 번 더 금랑을 도발했다. 결국 금랑은 못 참겠다는 듯 소리쳤다.


금랑:챔피언은!! ……나뿐만 아니라 네 꿈이기도 했잖아! 나혼자서 나아가기 위해 널 내버려둘수 없어!

은령:금랑…… 난..


그랬다. 그렇게 불처럼 끓어오르는 성정에 승부욕도 만만찮은 금랑이 쭉 참고 있었던건 나 때문이였다. 내가 챌린지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아니, 챌린지는 커녕 바깥에도 최근에야 가까스로 나갈 수 있게 된 나때문에. 나는 금랑이 나를 생각해주는만큼 나 역시도 금랑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톱치가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나의 내면의 알을 깨고 나갈 차례일지도 모르겠다.


은령:나도 같이 가줄게. 챌린지에 참가는 아직 못하겠지만, 여행을 따라다니며 곁에서 응원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금랑:응? 하지만… 나님 때문에 억지로 안그래도 돼는데.

은령:너, 너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거든! 그리고… 억지로도 아니고! 어쩌면, 지금이,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전환점일지도 몰라..

금랑:………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가자! 미래의 챔피언이 될 이 금랑님만 따라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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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