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otype (1)

Game/포켓몬스터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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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무렵의 나는 포켓몬을 좋아하고 챔피언을 꿈꾸는 평범한 어린아이였다. 특히나 드래곤 포켓몬이 좋았다. 너클 씨티의 사람들이 유달리 드래곤 포켓몬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나중에 커서 드래곤 조련사가 되고 싶다고 할정도로 더더욱 그랬다. 악당 드래곤을 무찌르는 기사의 영웅담을 봐도 드래곤을 응원할정도로. 하지만 나는 어느날을 계기로 포켓몬을 싫어하게 됐다. 사실 싫어하게 됐다기 보다는 무서워하는 쪽이였지만.
그 날을 회상하자면, 내 부모님이 등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당시 너클 시티의 이웃인 금랑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은 친한 사이였고, 그러다보니 우리들도 자연히 친해지게 되었다. 부모님들은 산악동호회에 들어 한달에 한두번 주말에 산행을 즐기셨는데, 그날도 다름 없었다.


금랑:은령이는 오빠인 이 금랑님이 잘 돌볼테니까 걱정말라구!

은령:누가 누굴 돌본다고 그래.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금랑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전화가 울려퍼졌다. 전화를 받은 금랑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 있었고, 나는 손이 이끌려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병원에는 왜이리 사람이 많은걸까. 다들 뛰어다니고, 들것에 사람이 실려가고…… 로비의 티비에는 뉴스가 지나갔다. 급작스럽게 다이맥스된 야생의 두랄루돈이 폭주해 산길의 버스 한 대가 전복되었다고 했다. 부상자와 함께 일부 사상자도 나온 모양이였다.
본능적으로 저 뉴스에 나오는 버스가 부모님이 타고 있는 버스일 것 같았다.

예상대로 더이상 엄마와 아빠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그 뒤로 친척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마땅한 친척이 없던 금랑은, 친절하신 친척 어른의 허락으로 같이 살게 됐다. 항상 웃는 소리가 가득했던 예전과는 달랐지만 금랑은 점차 극복해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한동안은 밖에 나가는것조차 발작일으키며 거부해서 보육원 등원을 그만두었을 정도였다.
금랑은 내가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걱정이라도 한건지, 그렇게 방구석에 틀어박힌 나를 절대 혼자 두지 않았다. 언제나 바깥의 재밌는 이야기, 귀여운 포켓몬 사진과 챔피언 굿즈들을 한가득 가지고 왔다.


은령:아무리 그래도 난 포켓몬이 싫어! 이젠 챔피언 같은것도 싫다구! 대체 나한테 이렇게하는 이유가 뭐야! 흑..

금랑:그래도.. 그래도 널 그냥 내버려 둘수 없잖아! 너는 내 유일한 가족이고, 난 더이상 가족을 잃어버리기 싫다고!

은령:훌쩍..내가 미안해... 금랑도 나와 마찬가지인데…


10살 봄. 나는 그뒤로 전보다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밖은 나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전처럼 포켓몬이 마냥 무섭진 않았다.
하지만 트레이너만은 달랐다. 학교가 입학할 나이가 되어서도 트레이너가 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이제는 과거를 훌훌 털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어린 나에겐 아직 무리였다.
금랑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 날 포켓몬 알을 하나 가지고 왔다. 무모하게 풀숲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물론 금랑은 크게 혼났다.
금랑은 포켓몬을 직접 키우다보면 분명 공포를 극복하고 다시 트레이너가 되고 싶을수도 있지 않냐며 밝게 웃었다.

우리는 알을 정성들여 돌봤다. 매일같이 수건으로 깨끗이 닦고 따뜻하게 품 안에 넣고 품어보기도 했다. 밥 먹을 때도 옆에서 같이 먹기도 했고, 금랑이 알도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기에 어쩌다보니 마당까지이지만 바깥에 오랜만에 발 디디기도 했다. 이전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변화였다.
알은 얼마 되지않아 깨어났다. 우리는 서로 놀라 쳐다보았고, 알에선 빛이 번쩍번쩍 나오더니 톱치가 태어났다. 지금도 금랑의 기뻐하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은령:금랑도 포켓몬 트레이너가 될거야? 이제 톱치도 생겼잖아. 챌린지에 도전하겠네~?

금랑:아…음.. 뭐~ 이몸은 챌린지 같은거 안해도 충분히 강하니까 말이야! 아직 돌봐줘야 할 사람도 있고~
그리고 톱치는 내 포켓몬이 아니라 우리 포켓몬이지.

은령:흐음~


우리는 포켓몬시합을 종종 같이 보았는데, 티비를 보는 금랑의 눈은 무척이나 생기가 넘쳤다. 그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금랑이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고 싶어한다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금랑이 스타디움 챌린지에 도전하지 못하는게 나때문인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큰 결심을 했다. 금랑을 챌린지에 내보내기로. 금랑은 승부욕이 강하니 도발하면 넘어올거라 생각했다. 나는 챔피언 마스터드 시합을 보며, 역시 챔피언은 뭔가 다르다고 너무 멋있지 않냐고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아까까지 단델을 응원하던 금랑은 자신이 챔피언이되면 더 멋질거라는 둥, 자신과 비교하면 저 할아버지는 별거 아니라는 식의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은령:그럼 나가자. 나가서 보여줘. 여기 톱치도 챔피언과 싸우고 싶은 모양인데?

톱치:톱-치!

금랑:하하.. 내가 말했잖아. 굳이 트레이너가 될 필요 없는데? 이 몸은 이미 충분히 강하고…

은령:역시 거짓말이지? 마스터드 할아버지를 이길 수 있다는거.

금랑:무슨……!
..그래. 그냥 그런걸로 해 둬.


의외였다. 이번에야말로 넘어올줄 알았는데 평소의 금랑답지 않았다.
나는 몇 번 더 금랑을 도발했다. 결국 금랑은 못 참겠다는 듯 소리쳤다.


금랑:챔피언은!! ……나뿐만 아니라 네 꿈이기도 했잖아! 나혼자서 나아가기 위해 널 내버려둘수 없어!

은령:금랑…… 난..


그랬다. 그렇게 불처럼 끓어오르는 성정에 승부욕도 만만찮은 금랑이 쭉 참고 있었던건 나 때문이였다. 내가 챌린지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아니, 챌린지는 커녕 바깥에도 최근에야 가까스로 나갈 수 있게 된 나때문에. 나는 금랑이 나를 생각해주는만큼 나 역시도 금랑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톱치가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나의 내면의 알을 깨고 나갈 차례일지도 모르겠다.


은령:나도 같이 가줄게. 챌린지에 참가는 아직 못하겠지만, 여행을 따라다니며 곁에서 응원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금랑:응? 하지만… 나님 때문에 억지로 안그래도 돼는데.

은령:너, 너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거든! 그리고… 억지로도 아니고! 어쩌면, 지금이,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전환점일지도 몰라..

금랑:………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가자! 미래의 챔피언이 될 이 금랑님만 따라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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