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돌란의 그림자1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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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1

 

 


연고주의와 족벌주의가 만연해 있는 엘돌란의 사회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많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도시일지도 모른다.

 



하수구에서 나온 뒤 냄새가 빠지지 않아 얼마나 씻었는지 모르겠다. 아나스타샤들은 숙소에 돌아온 뒤에도, 잠들기 전에도,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도 씻었지만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첫번째 목욕 때는 목욕탕 안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밖으로 나가고, 여관 주인은 목욕탕 물을 갈 돈을 더 내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이왕 돈을 더 지불한김에 목욕탕에서 살 기라도 할 것처럼 씻어대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목욕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 임무인 이니고 샤프를 찾는 일을 하기 위해, 은색만으로 가기 전에 정비가 필요했다.

아나스타샤들은 각자 준비가 끝나면, 엘돌란의 정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평민 구역의 호객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흩어졌다.


클라인은 새 검과 건틀릿(Gauntlet)을 보러, 코스모스는 새 둔기와 방패를 보러 대장간에 갔다.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는 보고서의 작성 및 전달을 위해, 여관 의 방에 남아있었다. 작성이 끝난 보고서는 사본을 황궁에 편지로 부쳤다. 보고서가 중간에 분실되면 다시 보내야 하니까.
엘돌란에서의 우편서비스는 마법의 힘을 이용한 것으로, 가격을 지불하자마자 하늘에 날아다니는 편지 행렬에 섞여 높이 날아갔다.


좀비들의 습격

오후가 끝나가자 호객 광장을 두르고 있는 회색 삼층 석조 건물들의 그림자가 길어져 있었다. 상인들의 목소리도 걸인들의 목소리도 한 층 더 높아지는게 느껴졌다.
호객 광장의 중앙과 가장자리에는 온갖 상품과 음식을 파는 천막과 가건물이 서 있었고, 길 가에서 담요를 깔거나 책상을 놓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많았다. 게다가 광장에는 단순히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지나치는 사람들로도 가득했다.

그 많은 인파 속에서도 클라인의 붉은 머리는 눈에 띄었다. 광장의 중앙 즈음의 가판대에 있는 갑옷 입은 남성.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니,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클라인이었다. 그 옆에 그보다 머리 하나 작은 코스모스도 함께 있었다. 클라인에게 가려져 있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그들 쪽을 향해 나아갔다.

갑자기 시장 바닥의 얽히고설킨 목소리들 위로 큰 충돌음이 들렸다. 호박을 가득 싣고 광장 서쪽 출구에 세워져 있던 커다란 수레가 뒤로 넘어가, 길에 호박이 굴러다니기 시작해 들린 소란인 듯 했다.
어이없는 상황에 긴장했던 사람들은 피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음 소리를 뚫고, 여자의 비명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군중들이 물러서자, 누군가가 은방패대의 경비병 하나와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레에 막히지 않은 두 출구 중 북동쪽 출구의 근처였다. 그 곁에 있는 여자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비병과 싸우는 사람이 몸을 날려 경비병의 목을 물어뜯고 입가에 피가 흥건한 모습을 보자, 그 여자가 왜 소리를 질렀는지 알 것 같았다. 일반적인 주먹다짐이 아니었다.


소란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광장 중앙의 나선 계단에서는 사람 같은 것들이 나와 남은 은방패대 두명을 빠르게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광장에는 비명소리만 늘어갔다.

자세히 보니, 경비병을 습격한 것은 인간형 종족이었다. …그리고 한 때는 살아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아닌, 그런 것들이었다. 그것들 하나하나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있었고 내장이나 허파나 심장이나 눈이 없는 것이 보였다.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 근처에서도 빠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클라인과 코스모스가 어두운 그림자와 보라색 증기의 돌개 바람에 둘러싸인 것이 보였다.
이상하게도 정처없이 이리저리로 움직이던 좀비는 보라색 증기에 반응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에게로 일제히 몸을 돌리고 다가가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감히 그것들의 앞길을 막지 못하고 비켜서서, 마지막 남은 남서쪽 출구로 도망쳤다.


마지막으로 수레 안에서도 얼굴이 새겨진 호박을 머리에 뒤집어 쓴 좀비가 나타났다. 마치 만성절 전야제(萬聖節 前夜祭, Halloween)처럼.

모두가 도망치고 이제 좀비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나스타샤들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싸우는 수 밖에 없었다.

 



휘청대는 좀비
"으어어어…"
1레벨 조무래기 [언데드]
행동순서 : +0
취약 : 신성
썩어가는 주먹 +5 vs 장갑 : 3피해
순수 16+_좀비와 대상이 모두 1d4 피해를 입습니다!
머리에 한 방 : 휘청대는 좀비는 대성공으로 명중 당하면 2배가 아니라 3배 피해를 입습니다.
체력 10 / 장갑 14 / 신방 12 / 정방 8

썩어가는 인간 좀비
"긁적…긁적…… 쾅."
2레벨 병사 [언데드]
행동순서 : +1
취약 : 신성
썩어가는 주먹 +7 vs 장갑 : 6피해
순수 16+_좀비와 대상이 모두 1d6 피해를 입습니다!
머리에 한 방 : 좀비는 대성공에 맞으면 체력이 0이 됩니다.
체력 60 / 장갑 15 / 신방 13 / 정방 9

좀비 호박 투척수
"……퍽,철퍼덕."
2레벨 궁수 [언데드]
행동순서 : +3
취약 : 신성
근.양손 호박 내려찍기 +7 vs 장갑 : 6피해
순수 16+_대상은 머리에 호박을 맞은 충격으로, 또는 호박 속이 흘러서 얼굴을 덮는 바람에 자기의 다음 차례가 끝날 때까지 쇠약해 집니다.
원.호박투척 +7 vs 장갑 : 8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은 끈적거리는 호박 속에 덮여 다음 자기 차례가 끝날 때까지 장갑과 신방에 -2 패널티를 받습니다. 더불어 모든 민첩성 기능판정에 -2 누적 페널티를 받습니다.
머리에 한 방 : 좀비는 대성공에 맞으면 체력이 0이 됩니다.
체력 50 / 장갑 15 / 신방 14 / 정방 9


배치

 

 



행동순서 판정 : 아나스타샤 (25), 클라인 (20), 휘청대는 좀비 1.2.3.4.5 (14), 아도니스 (13), 코스모스 (9), 휘청대는 좀비 6.7.8.9.10 (8), 썩어가는 인간 좀비 (7), 좀비 호박 투척수 (4)

아나스타샤, 짧은행동, 활시위를 겨눔, 휘청8에게 원거리 공격, 7피해.
클라인, 이동행동, 휘청10에게 접근, 휘청10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정밀공격, 10피해.
휘청10, 전투불능.
클라인, 자유행동, 옆의 휘청9에게 이어베기, 10피해.
휘청9, 전투불능.
휘청1, 광장 중앙으로 이동.
휘청2, 광장 중앙으로 이동.
휘청3, 중앙 계단 앞으로 이동.
휘청4, 중앙 계단 앞으로 이동.
휘청5, 남서쪽으로 이동.
아도니스, 휘청5에게 냉기광선, 10냉기피해,
휘청5, 전투불능.
아도니스, 이동행동, 호박수레가 있는 서쪽 출구로 가기 위해 북쪽으로 향함.
코스모스, 이동행동, 한걸음 앞으로 이동, 휘청7에게 신앙의 투창, 취약공격, 8신성피해, 자유행동, 후광.
휘청6, 이동행동, 클라인에게 접근, 클라인을 공격, 3피해, 순수 16이상 명중, 3피해.
휘청7, 클라인 공격, 빗나감.
휘청8, 아나스타샤 공격, 빗나감.
인간좀비, 광장 중앙으로 이동.
투척수, 아도니스에게 호박투척, 8피해.


클라인과 코스모스는 수상쩍은 연기에 휩싸였지만 당황하지 않고 휘청대는 좀비무리들을 하나둘 쉽게 제거해 나갔다. 코스모스는 안수 치료 외에도 신성의 힘을 쓸 수있었는데, 특히 신앙의 투창이라는 신성으로 만든 화살은 언데드인 좀비(Zombie)들에게 효과만점이였다.

아나스타샤는 그 모습을 보고, 그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여기고, 자신 주변의 좀비들에게 집중했다.

 

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짧은행동, 무기를 교체, 휘청8에게 쌍수 근접공격, 치명타 10피해, 휘청3과 휘청7이 휘말림.
휘청8, 전투불능.
휘청7, 전투불능.
아나스타샤, 이동행동, 앞으로 한걸음 이동.
클라인, 이동행동, 휘청6에게 접근, 휘청6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10피해, 휘청4 휘말림.
휘청6, 전투불능.
휘청1, 서쪽의 아도니스쪽으로 향함.
휘청2, 클라인쪽으로 이동, 클라인 공격, 빗나감.
휘청3, 아나스타샤에게 접근, 아나스타샤 공격, 3피해, 순수 16이상 명중, 4피해.
휘청4, 클라인쪽으로 이동, 클라아 공격, 빗나감.
아도니스, 이동행동, 북쪽으로 이동, 이동하다 마주친 휘청1에게 냉기광선, 11냉기피해, 휘청3 휘말림.
휘청1, 전투불능.
휘청3, 전투불능.
코스모스, 이동행동, 클라인의 근처로 이동, 휘청2에게 신앙의 투창, 빗나감, 1피해.
인간좀비, 클라인쪽으로 이동, 클라인 공격, 6피해, 순수 16이상 명중, 3피해.
투척수, 아도니스에게 호박투척, 8피해, 순수 짝수 명중.
아도니스, 호박 투척 당함, 장갑과 신방과 민첩 기능판정에 -2 페널티.


아도니스는 쓰러진 수레 근처에서 단단한 늙은 호박을 던지며 공격하는 좀비 투척수가 성가셔 먼저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조준을 위해 조금씩 다가가던 도중, 좀비 투척수는 아도니스를 발견했다. 좀비의 수를 하나둘 줄여나가며 전진하던 아도니스는, 좀비 투척수의 호박을 직통으로 맞아 깨진 호박 속을 뒤집어 썼다.
호박에 맞아 아픈 것보다 몸이 더러워진게 아도니스에겐 더 큰 충격이었다.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휘청4에게 단검으로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이동행동, 아도니스쪽으로 이동, 짧은행동, 무기 교체.
클라인, 인간좀비에게 강타 선언, 빈틈만들기 성공, 정밀공격, 15피해, 강타, 5추가피해.
휘청2, 클라인 공격, 3피해.
휘청4, 클라인 공격, 3피해.
아도니스, 이동행동, 가판대에 몸을 숨기려 시도, 민첩 기능판정, d20(10)+민첩(0)+레벨(1)-패널티(2) vs 보통(15) / 실패, 가판대 뒤에 어정쩡하게 서게 됨, 투척수에게 냉기광선, 11냉기피해, 극복판정 실패.
코스모스, 휘청4에게 근접공격, 12피해, 휘청2 휘말림.
휘청4, 전투불능.
인간좀비, 클라인 공격, 빗나감.
투척수, 아나스타샤에게 호박투척, 8피해.

 

그 때문에 그는 끈적한 불쾌감에 신경쓰여 집중력이 흐트러져 뒤에서 습격하는 또 다른 좀비를 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아도니스가 좀비 밥이 되기 전에 아나스타샤가 좀비를 쓰러트렸다.

 

"고, 고마워요."

"어차피 저 이상한 연기때문에 좀비들은 전부 클라인과 코스모스에게로 향하고 있어요. 둘이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 같고요. 저희는 좀비 투척수들을 처리하죠. 저들이 싸우는데 방해되지 않게요."

"네!"

"………저 투척수들을 잡을 효과적인 방법은, 저것들이 있는 이 넓은 광장의 끄트머리로 직접 가는 것보단 아도니스의 원거리형 마법으로 처리하는 거겠죠?"

"하지만 거리가 있어서……. 50m 이상의 원거리 마법은 시전 시간이 필요해요."

"그럼 저번에 청갈기 용병단과 싸울 때의 클라인처럼, 이번엔 제가 몸빵할테니 아도니스는 마법을 준비해요!"

"몸빵이요?!"

"아……… 미끼 역할……?"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아나스타샤에게 그런 걸 맡길 순……"

 

좀비 투척수들이 날린 호박이 코스모스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클라인은 그 호박을 손으로 쳐내고, 마저 좀비와 대치했다.

 

"빨리!"

 

아나스타샤는 달려나가며 좀비 투척수들에게 화살을 쏘아 그들의 주위를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아도니스는 그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투척수에게 원거리공격, 11피해, 자유행동, 아도니스에게 원호 부탁, 이동행동, 투척수 방향으로 이동.
클라인, 인간좀비에게 근접공격, 빈틈만들기 성공, 16피해.
휘청2, 코스모스 공격, 빗나감.
아도니스, 이동행동, 뒤로 한걸음 물러남, 투척수에게 냉기광선, 8냉기피해, 극복판정 성공.
코스모스, 이동행동, 휘청2와 접전중에 왼쪽으로 이동, 휘청2에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인간좀비, 클라인 공격, 6피해, 순수 16 이상, 1피해.
투척수, 아나스타샤에게 호박투척, 8피해.


고조주사위4
아나스타샤, 투척수 원거리공격, 13피해, 이동행동, 투척수에게 접근, 짧은행동, 무기 교체.
클라인, 인간좀비에게 근접공격, 치명타, 정밀공격, 18피해.
휘청2, 코스모스 공격, 빗나감.
아도니스, 투척수에게 냉기광선, 11냉기피해, 이동행동, 인간좀비 뒤쪽으로 이동.
투척수, 전투불능.
코스모스, 휘청2에게 근접공격, 13피해, 이동행동, 좀비인간에게 접근.
휘청2, 전투불능.
인간좀비, 클라인 공격, 빗나감.


아나스타샤는 날아오는 호박을 주먹이나 팔꿈치로 부쉈다. 어느새 온몸이 호박씨로 끈적하게 변했다. 아나스타샤는 끈적함에 무기를 휘두르는게 거슬릴 뿐, 아도니스처럼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그렇게 겸사겸사 좀비 몇 마리를 해치우며 호박 너덧을 부쉈을 때, 아도니스의 마법이 옆을 스쳐 좀비 투척수들에게 연달아 명중했다.

고조주사위5
아나스타샤, 이동행동, 광장 중앙으로 이동, 짧은 행동, 무기 교체, 클라인과 접전중인 인간좀비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인간좀비에게 근접공격, 12피해.
인간좀비, 전투불능.


클라인과 코스모스 쪽 좀비들도 전부 쓰러진 것도 그 때쯤이었다.

 



"하아, 하아……."

전투가 끝나자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감싸던 돌개 바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좀비들은 전부 정리되었지만, 30구라는 상당한 수였기 때문에 호객 광장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아나스타샤들은 좀비가 나왔던 광장 중앙의 나선 계단쪽으로 모였다. 이 나선계단은 하수구로 통하는 입구로, 바로 전 날에 아나스타샤들이 황토 젤리 퇴치를 위해 들어갔다 나온 곳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좀비는 고사하고 시체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숨을 고르며 피와 호박으로 더러워진 몸을 소매로 훔치고 있을 때, 북동쪽 출구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출구 쪽의 은방패대가 그 쪽에 있던 좀비들을 완전히 처리한 모양이었다.

 

"좀비가 광장 중앙에만 있는게 아니었나 봐요."

 

여덟명의 은방패대들은 이 곳의 상황을 보기 위해 광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출구 쪽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좀비 사체와 피투성이가 된 현장에 놀라면서도, 아나스타샤들과 남동쪽 출구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숨어있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라며 취조를 개시했다. 그와 동시에, 좀비가 또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광장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 부대를 지휘하는 파렐레스 경비관이 나타나, 병사들에게 부상자를 치료소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치료소로 옮겨질 대상에는 아나스타샤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들 것에 실려 나가면서 본 호객 광장은, 엘돌란의 마법사들과 관리들이 도착하며 더욱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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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할 일

아나스타샤들은 평민 구역에 임시로 만들어진 치료소에서 사제들을 통해 말끔하게 치료 받았다.
치료를 받으며 사제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 습격에 의해 사람들 사이에 걱정과 불안감이 퍼지는 중인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사원과 예배당을 찾는 평민들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고. 물론 모두가 공포에 떠는 건 아니었다. 사상자가 나왔음에도, 치료소를 찾은 가벼운 경상에 그친 부상자의 보호자들 중에는, 좀비가 호박을 쓰고 호박 수레에서 나왔다던가 호박을 던졌다는 소리에 약간의 웃음이 섞이기도 했다. 직접 겪지 못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며, 이번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번 공격, 누군가 계획적으로 꾸민 일이 분명해요. 바로 전 날, 정오 전까지만 해도 하수구에 아무것도 없었잖아요. 쥐 몇 마리랑 황토 젤리 빼고. 그런데 갑자기 좀비라니."
"맞습니다. 마을 한 복판에 다른 몬스터도 아니고 좀비라니, 누군가 고의적으로 일을 벌인 느낌이였죠."
"거기다가 아까 그 수상한 연기……. 왜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감싼걸까요?"

코스모스는 잠시 고민하곤 입을 열었다.

"어쩌면 저희가 황실 관계자라는 것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어제 학교 구역에 다녀오며 엘돌란에 황실에서 파견 된 사람이 왔다는 건 알음알음 퍼졌을테니까 말입니다."

그 말에 아도니스는 표정이 굳었다.

"황제에게 적대하는 누군가가 엘돌란에 있다는 걸까? 이건 황실에 대한 도전이겠네."

"우리 얘기를 도시 경비대에게 얘기해 주면, 그들이 습격의 주모자를 찾을 때 수사망이 좁혀져서 도움되지 않을까요?"

 

아나스타샤의 말에 클라인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그 건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아무래도 은방패대는 이 건에 대해 깊이 파고들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네?! 어째서요? 도시에 사상자가 이렇게 많이 나왔잖아요. 이 치료소에만 해도……."
"물론 액시스에선 이런 일은 절대 눈감고 넘어갈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듣자하니 이곳의 경비대는 인원이 모자라 다른 일에 투입되기 어렵다고 하고, 도시를 이끄는 마법 학파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빠 해결 의지가 없는 모양이더군요. 일종의 정치 싸움에 바빠, 도시의 일은 나몰라라 하는거죠."
"허!"

엘돌란의 무책임함에 아나스타샤는 할 말을 잃었다.
샤리사 때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으니, 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아요."
"당연하죠! 황제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 황제가 될 아나스타샤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구요!"

아도니스는 상당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네. 그것도 그렇지만, 제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것도 용서못해요. 클라인과 코스모스를 노렸잖아요."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미소를 보이며, 제안을 했다.


"그럼 사건이 일어났던 호객 광장에 다시 돌아가서 좀비의 경위에 대해 조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날 오후부터 오늘 오전 사이동안 좀비가 옮겨진 거라면, 분명 본 사람이 있을테니까요."


호객광장을 차지했던 좀비들의 시체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경비대인 은방패대가 처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시체만 없다뿐이지, 여전히 난장판이였던 광장은 상인들이 돌아와서 다시 장사를 재개하기 위해 청소 중이었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와중에도 평민 구역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들 살아가기 위해 다시 이 곳에서 일을 해야 했다. 고통에 아파할 시간도 슬퍼할 시간도 없으며, 공포에 불안할지언정 계속 무서워할 수 없었다.

빠른 조사를 위해, 4명은 각자 흩어져서 탐문을 하기로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아나스타샤들은 상인들에게 좀비가 나오기 전 특이한 일은 없었는지 묻고 다녔다. 광장에 계속 자리를 지키며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라면 무언가를 봤을 확률이 클 테니까.

 

 


 

단서 추적

클라인이 조사를 시작한 곳은 좀비가 기어나왔던 곳 중 하나인 호박 수레가 있던 곳이었다. 수레는 서쪽 출구를 완전히 막고 있어, 이 곳으로의 통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사람이 많았던 광장이니만큼 이렇게 거추장스러운 것일수록, 주목을 받기 쉽다. 분명 수레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근처 가판대 상인들이 보았을 것 같았다.

 

클라인, 길거리 교섭, 기능 판정 : d20(19)+매력(1)+레벨(1) vs 보통(15) / 성공

 

클라인은 서쪽 출구에 인접한 상점들 중에, 바로 수레를 마주보고 있는 위치의 가판대에 들렀다.

"말 좀 묻겠다."
"어쩐일이오?"

가판대의 주인은 드워프 장인으로, 돌 조각상을 판매하고 있었다. 검은 수염에는 옥구슬 같은 작은 돌이 엮어져 장식되어 있었다. 그의 말투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반경어체였지만, 공용어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짧은 대답에서도 강하고 딱딱한 드워프 억양이 느껴졌다.

"좀비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저 호박 수레가 언제 여기로 왔는지 알고있나?"
"아~ 알다마다! 내 저 놈의 수레때문에 이쪽의 손님 통행이 확 줄어드는 통에 아주~!!"

드워프 장인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듯 주먹을 꽉 쥐고 목소리가 커졌다.

"하………. 됐소. 지금와서 화내서 뭐하겠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상당히 화가 났기에, 묻지 않아도 알아서 상황에 대해 말할줄 알고 기대했으나, 빠르게 흥분을 가라앉히더니 조용해 졌다. 결국 직접 대답을 재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수레는 언제부터 있었지?"
"좀비가 공격하기 직전이오."

그의 말대로라면 좀비가 담겨있던 호박 수레는 이곳에 놓여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얼마되지 않은 증거일수록, 범인을 추적하기가 더 좋아진다.

"누가 여기로 옮겼는지는 보았나?"
"보았지."
"………."
"…………."
"누구였는지 자세히 설명해보게."

절대 스스로는 입을 열지 않는 이였다. 귀찮은 건지, 천성이 무뚝뚝한 건지, 둘 다인 건지,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래도 물으면 묻는대로 대답하기는 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드워프 장인은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 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음, 로브를 입은 사람 둘이 여기로 수레를 몰고 왔소."
"얼굴은 봤나?"
"후드를 쓰고 있어서 보지 못했소."
"……………."

……전혀 다행이 아니었다. 물어도 대답이 영 시원찮고 영양가 없는 대답이었으니. 이래선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다.

클라인은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일단 질문에 응하고는 있는 그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말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는 이이긴 해도.


클라인은 원만한 조사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보았다. 1차적으로 생각하자면, 상인이니까 물건을 팔아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임에도 나쁘진 않았다. 그는 항상 남아도는게 돈이었으니까.


그는 가판대의 물건 중 하나를 가리켰다. 새가 날개짓하는 흰색 조각이였다. 실제 새의 사이즈와 비슷하게 조각 되어, 돌 받침대에 올려진 조각상은 아나스타샤의 피요르를 떠오르게 했다.

"이 조각 하나, 액시스로 보내주게."
"구입하시는 거요? 이 조각은 요 날개에 온 정성을 들인 작품이라오. 가격은 5gp."

클라인은 즉석에서 금화 5개를 건넸다.

"허허, 고맙소. 액시스 어디로 보내면 되겠소? 주소를 불러주시오."
"액시스에 카스펜서 저택이라고 쓰면 알 거다."

돌조각처럼 딱딱한 표정을 가진 드워프 장인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쓸데 없는 말이 많지 않아 일일이 귀찮게 굴지 않으니, 좋은 점도 있었다.

그는 카스펜서 저택이라고 소포 영수증을 적었다. 클라인은 그 영수증에 싸인을 하고, 수레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로브를 입은 자들이 수레를 여기에 가져다 놓기만 했나?"

"……사실 가져다 놓은 것도 짜증나는데, 그것보다 더 어이없는 행동을 하긴 했소. 아니, 갑자기 노새에서 수레를 풀더니 바닥에 뒤집어 버리는게 아닌가? 나도 처음엔 화가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행동을 하는게 미친 놈들이 아니고선 안 할 것 같아서 쫓아가 뭐라하진 않았소. 괜히 해꼬지를 당할 것 같아서."

 

장인은 아까랑 달리, 묻지도 않은 부분에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 짓을 하더니 바로 수레만 두고 자리를 떴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들이 나타났고, 그 넘어진 수레에서도 좀비가 기어나왔다오. 그 뒤의 일은 보시는대로, 난장판이 났지. 지금 생각하면 그냥 미친 놈도 아니고 엄청 수상한 미친 놈이긴 하네만…… 어쨌든 그들은 얼굴은 모르지만, 체격으로 봐선 분명 인간 남자였소."

"엘프일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인간 남성이라고 추측하는 거지?"

"추측하는게 아니오.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엘프나 드워프라면 있어야할 그게 없잖소."

"……? 아, 귀말인가."

"그렇소."

 

엘프나 드워프의 귀는 뾰족하게 솟아있다. 특히 엘프의 귀는 드워프보다 훨씬 길고 크다. 그런 큰 귀가 후드를 쓴다고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엘프라면 모자가 가로로 툭 튀어나온 모양새가 되겠지.

 

이 도시에 널린게 인간과 엘프이니, 범인이 인간이라면 체격과 종족만으로 추측하는건 어려웠다.

드워프 장인은 조각상을 구입하기 전보다 말이 많아졌긴 하지만, 사실상 도움이 될 만한 단서는 아까와 똑같았다. 범인들이 사건 현장에 직전까지 있었다는 것.

게다가 로브라는 것도, 엘돌란은 마법사들의 도시 아니랄까봐  로브를 안 입는 사람이 더 드물 정도였다. 결국 범인을 추측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정보였다.

 

"흠…. 알겠다. 시간 내줘서 고맙군."

 

클라인은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렸다. 그런 그의 등 뒤로 드워프 상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파자리우스 녀석……. 수레를 빌려줘도 참………."

"방금 그 수레가 어쨌다고 했지?"

"아? 파자리우스요. 저 부숴진 수레가 파자리우스의 것이거든."

 

파자리우스. 수래와 노새는 당연히 범인의 것일테고, 저 드워프 장인은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눈치였으니, 굳이 주인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런데 수레의 주인을 알고 있다니?

 

"파자리우스 레인이라고 그 녀석이 안장 구역에서 수레랑 노새를 빌려주는 일을 한다오. 내가 그 녀석 노새에 손을 물린 적이 있어서 알아 봤지. 저 수레의 노새를 봤을 때 나를 보는 노새의 눈빛이 영 좋지 않은게, 그 녀석의 노새라고 말이야. 수레랑 노새, 둘 다 파자리우스 것일 거라오. 흠……. 하필 이런 일에 연루되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구만……."

 

실마리를 잡은 클라인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 남자는 자신의 친구인 파자리우스를 전혀 의심하고 있진 않았다. 당연히 로브를 쓴 남자와 노새를 가져다 놓은 사람이 다른 사람일 거라 생각해,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거겠지.

보통 범인들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제 3자의 물건을 범행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종종 안이하게 자신의 물건을 사용해 현장에 증거로 남겨놓기도 한다.

어쩌면 로브를 쓴 남자는 파자리우스 본인이거나, 그와 관련 된 사람일 가능성도 있었다. 설사 연관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수레를 빌려간게 누구인지 찾는데 도움은 될 것이다.

 

"그 파자리우스라는 자는 어디서 만날 수 있지? 수레를 누구에게 빌려줬는지 묻고 싶은데."

"안장 구역에 있는 내 공방 근처에서 마굿간과 잡화점을 경영하는 하프엘프라오. 럼니 투실버스의 소개로 왔다고 하면 그 녀석도 조사에 순순히 응해줄 거라오. 쓸데없는 오해는 빨리 풀고 장사나 계속 하는게 낫지."

"고맙네. 아, 조각품들이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던데 나중에 하인들을 보내서 더 구입하도록 하지."

"아~ 이거, 매일 누름돌이나 찾는 손님들과는 다르게 예술을 알아보는 분이시군!"

 

럼니는 크게 웃으며, 잘가라고 손짓까지 했다.

 


 

아도니스는 호객 광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탐문을 하기로 했다.

 

아도니스, 길거리 교섭, 기능 판정 : d20(17)+매력(-1)+레벨(1) vs 보통(15) / 성공

 

그러다 행인 한 명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아도니스는 엘돌란에 사는 평민 마법사처럼 굴며 말을 붙였다.

 

"오늘 이 광장에서 좀비 사건이 있던거 알지? 당신은 좀 괜찮아? 난 여기 지나가다가 당할 뻔했지 뭐야. 휴……."

"아, 그쪽도 그랬나? 하……. 나도 잠깐 장 좀 보려다가 봉변 당할 뻔 했다니까. 장이고 뭐고 겨우 도망쳐 집으로 갔더니, 마누라가 왜 아무것도 안 사왔냐며 다시 다녀오라고 성화를 부려서……. 에휴, 여기에 다시 오기 싫었는데."

"고생이 많겠네. 직접 안 본 사람들은 모른다니까? 좀비가 호박을 쓰고 나왔다니 뭐니 하면서, 만성절 전야제의 예행연습 아니냐고 하는데 정말……"

"내 말이!! 하…. 여기서 같은 피해자를 만나 다행이군. 안 그랬으면 억울해 죽을 뻔 했어."

 

남자는 아도니스의 반응에 만족스러워 보였다. 대화가 쉽게 흘러갈 것 같자, 질문을 시작하기로 했다.

 

"근데 말이야, 그 좀비들…… 어디서 나온걸까? 내가 마법을 조금 배워보려다 말아서 잘은 모르지만, 듣기로는 좀비를 만드려면 시체가 있어야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 생각엔, 납치를 해서 사람을 죽인 다음에 그 시체로 좀비를 만든 것 같아."

"납치?"

"아니, 요 근래에 실종이 많이 늘었지 않은가. 쉬쉬한다 해도 실종 된 사람이 한 두명도 아니여야지. 이젠 공공연한 비밀이나 마찬가지야."

"아아………. 나도 들은 것 같아. 무서운 세상이지. 오늘 일도 그렇고 더 조심해야겠어."

"자네도 이 구역에 사나?"

"그렇지."

"에휴……. 그래, 평민구역 사는 동지끼리 힘내자구. 자네도 혹시 자식이라도 있다면, 혼자 집에서 반경 100m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말이야. 이 구역이 실종자가 제일 많으니까 몸 좀 사려야지."

 

행인은 그 말을 끝으로, 장을 보기 위해 떠나갔다.

 

과연 평민구역의 실종 사건이 이 좀비 사건과 연관이 있을까?

 


 

코스모스는 광장의 북동쪽 출구 쪽에서 아직도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파렐레스 경비관과 대화를 시도했다.

모두들 사건을 대충 수습하고 돌아갔지만, 그래도 그 만큼은 광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는 사람이니 괜찮은 정보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코스모스, 길거리 교섭, 기능 판정 : d20(5)+매력(1)+레벨(1)+하녀(5) vs 보통(15) / 실패

 

코스모스는 조심히 다가가 말을 붙였다.

 

"호객 광장의 좀비에 관해 말씀 좀 묻겠습니다."

 

하지만 경비관은 코스모스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했다.

 

표상 관계 판정 (황제) : 5 (어려움 : 미행하는 자가 붙음.)

 

코스모스는 굴하지 않고, 황실의 이름을 빌리기로 했다. 실제로 자신은 아나스타샤의 하녀이니, 상관 없었다.

 

"액시스의 황실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지나가다가 좀비 사건에 휘말려서 정확한 사항을 보고하고 싶은데, 도움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경비관은 그제서야 코스모스를 쳐다보았다.

 

"황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흐음……."

 

일개 소도시의 중간 관리자에게 황실 사람과의 연줄이란, 잡고 싶은 동앗줄일 것이다. 그 연줄이 필요 없더라도 굳이 척을 질 필요도 없을테니, 관심을 끌기에 좋았다.  역시나 파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궁금한데 그러시오?"

"좀비들이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그냥 솟았을 것 같진 않고 누군가의 시체를 사용했을텐데, 그들의 신원을 알고 싶어 여쭤봤습니다."

"정확한 신원은 그들의 개인정보라 함부로 알려드리기 곤란하오. 다만 그들이 이 곳의 주민이였던 건 사실이지."

 

개인정보라 함부로 알려주기 어렵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제국은 지금까지 일부 귀족을 제외하곤 남의 정보 관리에 신중했던 적이 없으니. 단지 이 사건이 엘돌란 밖으로 누설되어 이미지가 실추 될 걸 걱정하는 것이다. 아니면 그가 좀비들의 신원을 모를수도 있고.

 

"이곳의 주민이라 하면……?"

"평민구역의 주민들말이오. 평민 구역엔 거주하는 자가 원체 많으니 나는 누가 누군지 모르겠던데, 엘사님은 한 눈에 척척 알아보시니 신기할 따름이였지."

"엘사?"

"아, 액시스에서 왔다고 했었지, 엘사 화이트로즈님은 엘돌란의 천사라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빈민들을 거두어 먹여 살리는 분이지. 그 분 덕분에 개과천선한 놈들도 한 둘이 아니고."

 

코스모스는 파렐레스가 말한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 좀비들의 신원을 찾을 때, 이 사람보다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공무 중 바쁘실텐데 어울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고 있다면 다행이고."

 

코스모스는 꾸벅 인사를 하고선 뒤를 돌았다.

자신의 대화를 누군가 엿듣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아나스타샤는 광장의 남쪽에서 상인들 상대로 하나하나 말을 붙였다. 하지만 그럴듯한 수확은 없었다.

 

아나스타샤, 길거리 교섭, 기능 판정 : d20(15)+매력(2)+레벨(1)+뒷전(4) vs 보통(15) / 성공

 

이번에는 이미 가판대의 수리와 청소가 끝나, 장사를 재개한 키가 큰 하플링 상인에게 말을 붙였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도였지만 늘 그렇듯, 아나스타샤는 몇 번을 실패해도 사람들과의 대화를 시작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이번엔 뭐라도 걸려라~'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쇼~ 무엇을 찾으십니까? 파이프? 담뱃잎? 사장님은 담배를 안 피실 것 같은 분위기인데, 선물이신가?"

"사실 좀비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어서요. 여기는 다행히 좀비에게 피해를 적게 입었나 봐요."

"아……. 아닙니다~ 저도 피해가 장난 아니라구요~ 제가 손이 빨라 매대를 이렇게 저렇게 금새 정리한거죠."

 

하플링 상인은 그의 빠른 말 속도처럼, 현란한 손동작을 보여주었다.

 

"하하, 정말 손이 빠르시네요. 그럼 좀비 사태의 전후로 계속 이 곳에 있으셨겠네요? 혹시 여기서 뭐 본 거 없으세요?"

"네네, 여기 있었죠. 어? 거기 모자 쓰신 남자 분! 여기 이 담배 어떠십니까? 트위스프(twisp) 지방에서 직접 공구해온 상품입니다!"

 

그는 아나스타와 대화하면서도 자신의 상품이 팔릴 것 같은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말을 걸며 정신이 없었다.

 

"아……. 그냥 가시네. 그래서 뭐라고 했죠?"

"여기서 누가 수상한 물건 옮기는거 본 적 없으세요? 좀비 시체를 담을만한 거나 호박 수레라던가."

"그런 건 본 적 없어서 모르겠고…. 여기 돌아왔을 때 좀비 시체를 얼핏 봤는데 그 중 낯익은 얼굴이 있긴 했읍죠, 네."

 

무덤덤하게 말한 것 치고는 엄청난 정보였다.

 

"정말인가요?  그게 누군데요?"

"아앗~! 어서오십쇼! 이 파이프를 사신다고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이 파이프로 말할 것 같으면 하플링 장인이 한 땀 한 땀 섬세하게 만든 것으로……… 아무튼! 같은 하플링으로서 이 파이프 장인의 솜씨는 보장해 드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순간, 갑작스럽게 손님이 등장했다. 그리고 상인은 주위는 온통 그 곳으로 쏠렸다.

아무리 급해도 그의 생계수단을 방해 할 수는 없어, 아나스타샤는 손님이 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한 명의 손님이 가자마자 무섭게 또 다른 손님이 왔고, 그 손님이 가자 또 다른 손님이 왔다.

 

"아~ 오늘따라 장사가 너무 잘 되네. 손님이 알아서 뚝딱뚝딱. 어? 아직도 거기 계셨쇼?"

"……바쁘신 것 같아서. 이제 말씀해 주실 수 있죠?"

"네? 뭘 말입니까?"

"………좀비 중에서 아는 얼굴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아니 글쎄 좀비 중 하나가 제 친구…… 아니아니, 사장님 어떻게 딱 그렇게 좋은 물품을 알아보시고 집으십니까? 허, 보는 눈이 장난 아니시네~"

 

또 손님이 왔다. 이래서야 이야기에 진전이 없을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는 몇 년 전 끊었던 담배 생각이 났다. 건강에 좋지 않다며 끊을 것을 권유했던 남자도 생각이 났다. 일이 자꾸 늘어지기만 하니, 가만히 기다리는 동안 오만 별 잡생각이 들었다.

 

'젠장, 그 자식……. 그냥 지 친구들에게 예쁘고 고상하고 우아한 엘프 여자친구를 보여줘야 하는데, 길거리 시정잡배 마냥 거리에 쭈그려서 담배 피는 모습이 아니꼬와 그랬던 거였지. 내 건강은 개뿔. 그 전까지는 나랑 좋다고 같이 피웠으면서. 아주 지가 엘프를 꼬신 능력자라며 기고만장해 졌을 때가 진짜 꼴보기 싫었는데. 지가 능력자인게 아니라 내가 사귀어 준 거겠지. 아니, 그런 놈이랑 사귀어 주다니. 옛날의 나도 어지간히 정신이 나갔었구만? 아~ 엘프들이 그런 놈들의 판타지 속에 있는게 싫다, 정말.'

 

"트위스프 산(産) 말은 담배 한 개피."

"아이고, 여기 있습니다. 바로 피우실거죠? 불도 여기여기."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껏 만났던 남자들은 다 그랬지. 뭔가 나 자신보단 내 외모나 종족에 더 관심있는 느낌. 어짜피 그런 놈들만 만날거라면, 나도 조금 더 외모를 볼걸 그랬나. ………외모?'

 

아나스타샤의 머릿 속에 갑자기 클라인이 스쳐지나갔다.

 

'클라인도… 잘 생겼지. 아니, 잘 생겼다고 끝내기엔 뭔가 아쉬운데. 그러고보면 처음에 귀족이란답시고 체면 차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다정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야. 내가 변덕스럽게 마음이 금방 식었던 건,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이 그저 그런 놈들이여서 그런거 아니었을까? 합리적인 의심이야. 솔직히 그래. 누가 클라인에게 질리겠어? …………나?'

 

"헤헤, 한 개피 더 드릴까요?"

 

하플링 상인은 내 담배가 짧아진 것을 보더니, 재빠르게 담배 하나를 더 내밀었다. 아나스타샤는 말 없이 1sp을 지불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아까 저에게 뭐 물어보시지 않았나요?"

"………?"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끊은 하플링 상인을 미간을 찡그리며 쳐다봤다.

 

"……아 맞다, 좀비!! 그래, 낯익은 좀비가 있었다면서요."

"아! 그런 질문이였죠! 아니 글쎄, 쓰러진 좀비 중 하나가 제 친구인 콜른과 쏙 빼닮아 있지 뭡니까! 그 피범벅이 되어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한 눈에 딱! 알아봤습죠. 그 사람과 알고 지낸게 한 두 해가 아니거든요."

"그 자는 죽은 사람인가요?"

"네 맞아요, 맞아요. 벽돌공으로 일하고 있던 친구인데, 딱 일주일 전에 일을 하던 중에 근처에서 날뛰는 말에 밟혔답니다. 참…… 안타까운 죽음이었죠."

"시체는 어떻게 처리했나요? 땅 속에?"

"에이, 요즘이 어떤 때인데 땅에 함부로 묻습니까? 엘돌란에는 납골당이 있거든요. 콜른의 가족들이 돈을 지불하고서 그 납골당에 안치했습니다. 거기서 간소하게 장례식도 치뤄졌는데, 저도 그의 장례식에 참여했고요."

"장례식에서 시신은 확인한거죠?"

"으음~ 그런 건 사제님들이 할 일 아닙니까? 애초에 저희같은 일반인들이 말에 밟힌 시체를 봤다간, 며칠동안은 밥도 못 먹죠. 그냥 화장한 유골함을 보긴 했는데…… 사제님들이 그게 콜른의 유골이라 했으니 맞지 않을까요?"

 

한 마디로 장례식 때 봤던 유골 가루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근데 그 녀석이 텅~ 빈 뱃 속을 드러내고 광장 한 복판에 널브러져 있으니, 제가 안 놀라겠습니까? 아니, 정식으로 화장되어 납골당에 들어간 사람도 저런 좀비 괴물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도무지 이해가 안가요."

 

그의 말처럼, 용 제국에선 가난한 사람들조차도 가족의 시신이든, 하물며 원수의 시신이든, 돈을 주고서 정식 장례를 치르는 이유 중 하나가 언데드 발생의 방지 때문이다. 시체왕이 살아있는 한, 죽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가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시체를 화장(火葬)한다면 아무리 시체왕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재가 된 유골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먼지를 일으키는 것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아나스타샤가 알기로는 이미 재가 된 시체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 같은건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그가 봤다던 유골함은 콜른이라는 사람의 유골 가루가 담긴게 아니며, 콜른의 시체는 화장되지 않은 거겠지.

 

"감사합니다. 친구가 죽어서까지 이런 모욕을 당해서 크게 상심 하셨겠지만,이 일은 제가 납골당에 가서 조사해 진상을 밝히도록 할게요."

"아이고~ 낯선 분이 감사합니다."

"납골당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저~기 이 구역 동쪽으로 가면 사원 구역으로 들어 갈 수 있는데, 그 곳에 망자의 금고라고 있을겁니다. 망자의 금고가 납골당이에요."


아나스타샤와 클라인과 아도니스, 코스모스는 각자 조사를 끝내고 호객 광장의 중앙에 모였다. 좀비가 나왔던 하수구 입구 근처였다.

 

먼저 입을 열은 건 아도니스였다.

 

"요새 엘돌란에서 실종 사건이 많은가봐요. 특히 평민 구역 사람들이 많이 실종된다고 하던데, 이번 사건으로 실종된 사람들이 좀비가 된게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까지 도는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그 납치범들의 실마리는 얻지 못했어요."

"아, 그 실종이라면 소문이 어느정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경비관 파렐레스가 좀비 시체들이 평민구역의 거주자들이라고 하더군요."

 

코스모스의 말에 아나스타샤가 반응했다.

 

"허, 아무나 죽인건 아니라는 거네? 하기사, 귀족들을 죽이면 꼬리를 금방 잡힐테니까."

"좀비들의 정확한 신원을 알고 싶으면 엘사 화이트로즈를 찾아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구역에서 빈민 구제소를 운영하고 있어, 평민 구역 사람들의 얼굴을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아나스타샤 역시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말했다.

 

"아마 납치만 한 건 아닌가 봐요. 일주일 전, 납골당에 안치하기 위해 화장한 시체도 좀비 중에 있었다던데. 아마 범인은 사원 구역쪽에 숨어있는게 아닐까요?"

 

코스모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경우랑 달리, 사제들은 제국에서의 입장이 공고하고 폐쇄적이기 때문에 구두적인 증거로 그들을 의심해서는 별로 좋은 꼴을 보지 못하게 될 겁니다. 빛의 신을 섬기는 자들인데, 시체왕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니……. 그들은 이 사건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할 겁니다. 이미 좀비 사체가 치워진지라 증거가 없으니, 바로 추궁하기는 어렵겠지요."

"음……. 사원 구역의 방문은 보다 더 정확한 증거를 가졌을 때 방문하는게  좋다는 거네요."

 

사원구역의 방문이 뒤로 밀어지자, 클라인이 입을 열었다.

 

"그럼 안장 구역에 방문해 보죠. 좀비가 나왔던 호박 수레의 주인을 찾았습니다. 안장구역의  파자리우스 레인이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를 찾아가면 좀비가 든 호박 수레를 가져다 놓은 범인을 찾을 수 있겠죠."

"좋아요. 그럼 제일 먼저 안장 구역으로 가죠. 범인을 잡을 가장 빠른 길일 것 같네요."

 

발걸음을 옮기던 때, 작고 앙증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도니스 님, 아도니스 님~ 배달이요, 배달~"

 

아도니스를 부른건 자두색의 아주 작은 빛무리였다. 그 빛무리는 작은 가방 비슷한걸 둘러 메고 있어, 마치 허공에 가방이 떠다니며 빛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응? 대마도사님의 정령 자두잖아."

"아도니스 님! 대마도사님이 아도니스 님에게 선물을 보냈어요!"

 

자두색의 빛무리는 가방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아도니스에게 떨궜다.

 

"음 에너지 저항 물약이네."

"아도니스 님께서 황제 폐하의 후계자 선발 대회를 돕는단 소식을 들으시고, 보내시는 선물이래요!"

"뭘 이런걸 다. 대마도사님은 날 너무 좋아한다니까."

 

대마도사는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온 현자이자 마법사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그는 아도니스가 조금 '특별한' 존재이고, 그 쌓아온 시간 덕분에 뛰어난 마법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직 대마도사에게 비견되기에는 한참 부족하겠지만, 자신 다음의 대마도사가 될 잠재력이 높은 아도니스를 호의적으로 바라봤다.

 

이번 선물도 선발 대회를 돕는다는 걸 격려한다는 명목을 구실삼아 보내고 싶은 선물 중 하나를 보낸 걸 것이다.

그렇다해도 이번처럼 대마도사 같은 표상의 선물이 갑작스럽게 오는 경우는 좀 특이하긴 했지만. 원래 도시의 출입은 제대로 된 신원 확인이 필요하고, 거물급 인물이나 그 사절단일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알리는게 보통이니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선물받거나 하사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엘돌란은 호라이즌에서 가까운 소도시니까 제국법을 따르고 황제의 통치를 받기는 해도 대마도사의 영향이 더 컸다. 그랬기에 자신의 대리인이나 다름 없는 정령을 비공식적으로도 마음대로 출입시킬 수 있었던 거겠지.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아직 맡기신 일이 많거든요."

 

빛무리는 아도니스의 머리 위를 빙빙 맴돌더니 그대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귀엽다……."

 

마법 정령을 처음 본 아나스타샤는 자두색 빛무리가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정령이라는게 원래 저렇게 다 귀엽나요?"

"아니요…."

 

아도니스는 고개를 저었다.

 

"자두가 유달리 귀여운 편이에요. 원하신다면 나중에 호라이즌에 갔을 때 대마도사님께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해 볼게요."

 

정말 대마도사의 호의를 등에 얹고 있는 자 다운 발언이었다.

 

"정말요? 아, 호라이즌이 코 앞인데 가지 못한다는게 아쉽네요. 빨리 지금 사건을 해결하고, 다른 임무들까지 완수해서 시간이 남으면 꼭 호라이즌에 놀러가요!"

 

호라이즌은 아도니스의 홈 그라운드였다. 언젠가 아나스타샤에게 그곳을 안내할 생각에, 아도니스는 그 어느때보다 신이 났다. 전생에 이미 여러 번 안내했던 곳이였음에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하는 건 언제나 좋았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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