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돌란의 그림자2 : 황제의 길

TRPG/제 13시대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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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시대 - 황제의 길 : 엘돌란의 그림자2

 

 

쇠뿔은 단 김(機會)이요, 호박 떡은 더운 김(熱氣)이라.

 



안장 구역으로 가기 위해 평민 구역의 북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호객 광장 부근에서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눈치를 채지 못했었는데, 외진 곳으로 들어갈수록 누군가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나스타샤, 추적자 발견, 기능 판정 : d20(13)+통찰(0)+레벨(1)+뒷전(4) vs 어려움(20) / 실패
코스모스, 추적자 발견, 기능 판정 : d20(9)+통찰(2)+레벨(1)+모험가(1) vs 어려움(20) / 실패
클라인, 추적자 발견, 기능 판정 : d20(16)+통찰(0)+레벨(1)+전쟁영웅(2) vs 어려움(20) / 실패

 

아나스타샤들은 자신들에게 미행이 붙은 걸 인지했다는 사실을 추적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굴려 위치를 확인했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덕분에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코스모스가 조용히 말했다.

"분명 누군가 저희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습격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겠습니다."


결국 뒤를 쫓던 자를 알아내지 못한채, 안장 구역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럼니의 친구

안장 구역에 들어서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자 곧 파자리우스가 운영하는 마굿간이 나왔다.

하지만 마굿간과 잡화점은 모든 문과 창문이 닫혀 있었다. 정문에는 '오늘 쉽니다'라는 팻말이 걸려 있기까지 했다.

 

오늘은 영업을 쉴만한 날도 아니었고, 보통 상점들이 문을 닫을만한 시간도 아니었다. 그러니 더더욱 수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팻말을 자세히 보니, '오늘 쉽니다' 아래에 나흘 정도 휴업한다고 덧붙여져 있었다.

말도 안 된다. 마굿간의 안쪽에는 말이나 노새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나흘이나 쉬면서 저 동물들을 그냥 두고 간다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였다. 잡화점 바깥쪽의 상자들에는 식품들이 들어있는 상자도 있었는데, 그냥 두었다간 썩어버릴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닐텐데 매입한 물건들을 팔지도 않고 썩혀서 손해를 볼 리가.

 

파자리우스는 분명 집 안에 있을 것이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에게 켕기는 무언가가 있으니 사람들을 피하는 걸 것이다. 더더욱 그를 만나야 할 이유가 생겼다.

아나스타샤, 문 두드리기, 기능 판정 : d20(20)+근력(0)+레벨(1)+뒷전(4) vs 보통(15) / 성공


아나스타샤는 뒷전에서 봤던 사채업자들이 문을 부술듯이 두드리던 방법을 떠올리곤, 손목 스냅을 이용해 잡화점 문을 마구 두드렸다.

 

쾅쾅!

"파자리우스! 가게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잠시만 나와보세요!"

 

온 동네의 그의 이름이 다 들릴 정도로 크게 말했다.


쾅쾅! 쾅쾅쾅!

 

이 정도면 쪽팔려서라도 나오겠지. 이웃한 상점이나 공방 사람들도 저 자식은 집에 있으면서 왜 안나와 시끄럽게 하는 거냐고 생각할 것이다.


"아, 그만 좀 두드려!"

역시나 문을 미친듯이 두드린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파자리우스가 위층 창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무슨 일이야? 휴업이라는 글 안보여?"
"럼니씨 소개로 왔어요.
호객 광장의 좀비 사건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는데 도움을 좀 주세요. 호박 수레가 당신 거라는거 다 알고 왔으니까 허튼 오해 사기 싫으면 조사에 응해주는게 좋을 거에요."

아나스타샤는 강하게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소문을 듣고 이미 겁을 먹어 숨어있는 상대다. 관련이 없다면 약간의 협박과 회유만으로도 금방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줄 것이다.

"끙………."

파자리우스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하더니, 예상대로 1층 밖으로 내려왔다.


그는 오른쪽 뺨에 오래 된 흉터가 있어 조금 위험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그의 인상이 무섭다는 뜻이기도 했고, 뭔가 위태로워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는 의미였다─ 하프엘프 남자 상인이었다.


"뭐가, 궁금한 건데. ……좀비가 든 수레라면 절대로 내가 갖다놓은게 아니야."

"역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네요. 수레에 좀비가 든 건 어떻게 알았대."

"………!! 그, 그거야 호객 광장에 갖다 온 상인 동료들에게 들었으니까! 네 마굿간에서 빌려주는 수레에 좀비가 들어있었다고…."

 

파자리우스는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손으로 마구 흐트리며 말했다.

 

"아…… 아아! 이럴줄 알았어, 젠장! 이봐들, 난 범인이 아냐! 어차피 조사하면 다 알테니 말하겠지만, 수레는 내 게 맞아. 하지만 거기까지 가져다 둔 적은 없어! 나에게 굳이 죄를 묻는다면, 수레를 판 죄밖에 없다고!"
"그렇다면 왜 숨어있던거죠?"
"지금처럼 나한테 불똥이 튈까봐 그런거였지!"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누구한테 팔았나요?"
"그게… 얼마 전에 농부 한 명이 농기구 값으로 호박을 주고 가는 바람에, 시장에 가서 팔 생각으로 수레에 담아놨어. 근데 바로 어제, 가게에 남자 하나가 들어와서 호박이 담긴 수레를 통째로 사겠다는 거야. 수레를 끌 노새까지! 근데 무려 35gp를 지불하겠대! 골칫덩이를 한 번에 해결해 주다니!"

파자리우스는 전 날 일을 회상하며 파란 눈을 반짝였다.

"음……. 너무 값이 좋지않나요? 노새나 수레를 다해봤자, 한 15gp할 것 같은데."
"그, 그건 그렇지…….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던건 아닌데, 그런 큰 돈 앞에서 그 사람을 의심할 수 있었겠어? 그랬다가 가버리기라도 한다면 내가 곤란하다고………. 35gp라면 하루에 노새 4마리를 팔거나 마차 대여를 20번 해줘야 되는 돈이라고. 그렇게 장사가 잘 됐으면 더 큰 도시로 진작에 이사갔지."

일반적인 상인들은 주로 은화를 사용한다. 파자리우스는 마굿간을 운영하다 보니 금화를 만질 일이 꽤 되겠지만, 그런 그에게도 상당히 큰 액수일 것이다.

거기다 의심스럽기는 해도 대놓고 위험한 부탁도 아니고 고작 호박들과 수레를 비싼값에 치뤄주겠다는데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호박으로 할 수 있는 나쁜 짓이 뭐가 된다고.

파자리우스가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범인이 아니라면 상당히 억울하겠지. 불안해서 장사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수레를 사갔던 사람의 이름은 몰라요?"
"영수증을 작성하면서 이름을 들었는데…… 그레이슨이라고 했었어. 당시엔 몰랐는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지 생각해 보면… 모습도 이상했던 것 같아."

"어떻게요?"

"음, 옷은 노동자들이 입을 법한 낡은 갈색 튜닉이랑 바지를 입고 있었거든. 근데 돈을 받을 때 봤던 손에는 굳은 살이 하나도 없고 궂은 일과도 영 거리가 멀어보였어. 하긴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막일이나 할 것 같진 않은데……."

 

'옷은 그냥 신분을 숨기려고 입은 걸 수도 있겠네.'

 

"그러고보니 목에 특이한 모양의 놋쇠 목걸이를 걸고 있었어. 어디 노동자 길드에 소속 된 사람 아닐까? 거기서 사무업이라도 하는 거면 그럴 수 있을지도."

 

특이한 목걸이란 말에 아나스타샤가 크게 반응했다. 정말 그게 어딘가의 상징이라면, 그레이슨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거! 그 목걸이는 어떻게 생겼어요?"

"익숙한 모양이긴 했는데 기억이 잘……."
"정말 기억 안 나요?"
"기억 안 나, 정말로. 애초에 계산만 하면서 사람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실례기도 하고."
"하……. 다른 특징은요? 아니면 그 사람이 어디서 사는 사람인지 알 것 같다던가. 물건 살 때 주소 같은 것도 물어보잖아요."
"배달도 아닌데 주소는 안 물어봤지. 음, 인상이 흐려서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데. 흔한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이라……. 아! 그 남자, 일행이 있었어. 계산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서 누군가랑 대화하는 목소리를 들었거든."

"정말요?!"

"응, 그……… 수레를 옛 양조장에 보관한다고 했었나?"

클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호객 광장에 수레를 엎어놓은 사람은 두 명이었다. 파자리우스에게 수레를 산 인물과 범인이 동일 인물이란게 확실한 것 같았다.

"옛 양조장으로 간건가……."
"근데, 개인적으론 진짜 거기로 간 건지는 잘 모르겠어."
"무슨 소리예요? 얘기를 들었다면서요?"
"아니…… 들은 건 맞는데. 거기가 그거거든. 유령."
"엥?"

순간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파자리우스는 정말 진지해 보였다.

"양조장은 안장 구역 북쪽, 부두 구역 가는 길목에 있어. 지금은 쓰지 않으니까 옛 양조장이라고 불리는 거지. 거긴 엘돌란이 작은 마을일때부터 있던 곳이었는데, 안장 구역 중앙에 있는 '맥주의 달인들'이란 드워프들이 일하는 양조장의 전 건물이 거기 있었대. 당시에, 도시가 커지고 수요가 많아지니까 그 작은 양조장에서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건강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빨리빨리, 급하게 일했나 봐. 그래서 별의별 사고가 빈번했던 거지. 그래서 더 큰 건물로 옮기고 직원도 더 채용해서 지금의 맥주의 달인들이 된 건데……"

"그런데요? 옛 양조장의 역사, 이런 건 별로 안 궁금한데."

"끝까지 들어 봐! 아무튼 건물이 아까우니까 실험적인 술을 만드는 용도로 간간히 사용했나 봐. 하지만 급할 것도 없으니까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사용했는데도 계속 사고가 나서 완전히 폐쇄했대. 그 사고가 난 이유가, 양조장에서 죽은 사람들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서 그렇다는데……. 난 이렇게 죽었는데 아직도 이 양조장이 장사가 잘 되다니, 억울해…… 억울해……… 하고……."

아도니스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시 한복판에 유령?"
"아니, 진짜야! 거기서 노숙하려다 유령을 봤다던 노숙자나 부랑자들도 한둘이 아니라니까!"

 

아나스타샤도 마찬가지로 미심쩍은 눈빛이었으나,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뭐,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까요."

알아낼 건 전부 알아냈다고 생각한 아나스타샤들은 파자리우스에게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섰다.

"자, 잠깐! 지금 그 수레를 샀던 사람이 좀비 사건의 범인인거지?!"
"아마도요."
"젠장, 그런 녀석이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사서 이런 일에 이용한거라면 우리 가게의 평판도 떨어질거라고! 저기, 제발 이 일에서 내 얘기는 빼줄수 없을까, 응?! 그 녀석들이 수레를 산게 우리 가게라고 다른 곳에서 밝히지 말아줘!"
"……알았어요. 굳이 말은 안 하겠지만, 광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수레를 알아본 것까진 어떻게 못할 거에요."
"하………. 역시 소란이 가라앉을 동안은 소리소문 없이 숨죽여 있어야 하나……."

파자리우스는 어깨를 떨구고, 터덜터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양조장

도착한 '옛 양조장'은 버려진지 오래되었는지 굉장히 낡은 건물이었다. 아나스타샤들은 양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주변을 둘러보며 탐색 했다.

가운데 커다란 자물쇠로 잠긴 두 짝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문 하나, 안팍으로 못질이 되어있는 작은 문 하나가 있었다.

작은 문을 건드려 봤지만 어찌나 단단하게 막아놨는지 부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들은 자물쇠를 여는 쪽으로 결정했다.

아도니스, 잠금해제 소마법, 기능 판정 : d20(19)+지능(5)+레벨(1)+수석(3) vs 보통(15) / 성공

아도니스의 마법으로 자물쇠를 손쉽게 해제했다. 기뻐하기도 잠시,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자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암호를 대라."
"경비 마법…!"

아도니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허름한 차림새로 신분을 숨긴 거였네요. 마법사라면 대부분 학파나 길드에 소속되어 있을테니, 얼굴을 안다면 훨씬 신원 추적이 쉬울테니까."

암호를 대답하지 않고 제들끼리 떠들자, 비명소리같은 경보가 미친듯이 울려댔다.
아나스타샤는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싸우기 위해서 적들이 오기 전에 내부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찢어지는 소리에 귀를 막고 양조장 내부를 급히 훑어보았다.

 

아나스타샤들이 서 있는 곳은 마루 위였고, 바로 오른쪽엔 1층으로 향하는 난간 없는 낭떠러지였다. 아래층까지 높이가 10m 정도로, 꽤 위험해 보였지만 머리부터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1층에는 커다랗고 둥근 텅 빈 나무통 둘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술을 제조했었던 툰(Tun)일 것이다. 그리고 툰을 가로지르는 좁은 구름다리가 마루에 놓여 있었는데, 길이는 12m로 이 다리 역시 난간이 없어 아주 위험해 보였다. 건너편에는 문 하나와 1층으로 내려가는 나선 계단이 있었다.

 

건너편 문이 열리면서 뼈가 굵은 키 작은 해골이 나타났다. 드워프 해골로 만든 스켈레톤(Dwarf Skeleton)이었다. 스켈레톤들은 구름다리로 올라가 그 앞을 막아섰다. 스켈레톤 뒤로는 남자 두 명이 따라 나왔다. 그 중 로브를 입은 자가 비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폐가 탐험이라도 하려고 했나 보지? 멍청한 것들. 너희는 여기 와서는 안 됐어. 유령이 나온다면 알아서 피해갈 것이지, 겁도 없는 놈들이 많다니까."

 

'갈색 머리에 갈색 눈. 평범한 외모의 로브를 입은 인간 남성. 사람들이 말했던 인상착의와 일치해. 저 자가 그레이슨인가.'


"이게 너희의 마지막 실수가 될 거다! 해골들아, 다리를 지켜! 잘렌, 너는 나와 해골들을 엄호하는 거다!"

드워프 스켈레톤은 아나스타샤들이 구름다리 위로 접근 하기만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듯, 살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잘렌이라 불린 남성도 반대편 마루에서 쇠뇌를 장전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시도하거나 회유해 볼 틈도 없이,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해골
"삐걱……. 삐걱…삐걱…."
보통 1레벨 수호자 [언데드]
행동순서 : +3
취약 : 신성
뼈 주먹 +6 vs 장갑 : 5피해
순수 짝수 명중_해골의 뼛조각이 상처에 박힙니다. 대상은 5지속피해를 입고, 드워프 해골은 1d6 피해를 입습니다.
끈질긴 적 : 드워프 해골보다 행동순서가 느린 적은 드워프 해골로부터 물러서는 판정에 -5 페널티를 받습니다.
무기저항 16+ : 드워프 해골은 무기 공격의 대상이 되었을 때 공격 판정이 16+가 아니면 피해를 절반만 입습니다.

숙련 된 가로막기 11+ : 라운드당 한 번, 접전중인 드워프 해골은 적으로부터 이탈하여 자기를 지나치려는 적을 가로막으려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보통 극복 판정에서 성공하면 가로막은 것이 됩니다.

체력 25 / 장갑 15 / 신방 14 / 정방 13

잘렌

"바보야, 이제 너도 구울 밥이다!"

1레벨 궁수 [인간형]

행동순서 : +4

단도 +5 vs 장갑 : 4피해

빗나감_2피해

원.쇠뇌 +6 vs 장갑 : 5피해

순수 짝수 명중_대상은 균형을 잃습니다. 위험한 곳 (구름다리나 마루 가장자리)에 있다가 난이도 15 기능 판정을 하여 실패하면 떨어집니다.

순수 18+_대상은 3피해 더 입습니다.
체력 25 / 장갑 17 / 신방 14 / 정방 12

그레이슨, 탐구회 마법사

"이게 네 마지막 실수다!"

2레벨 술사 [인간형]

행동순서 : +5

뼈 마법봉 +6 vs 장갑 : 6피해

원.마력의 화살 +7 vs 신방 : 7마력피해. 대상은 균형을 잃습니다. 위험한 곳 (구름다리나 마루 가장자리)에 있다가 난이도 15 기능 판정을 하여 실패하면 떨어집니다.

원.무덤의 파동 +7 vs 신방 (단거리에 있는 같은 집단의 적 1d3명) : 4음에너지피해

순수16+_대상은 취약해집니다.(극복가능)

접.유령의 손 +7 vs 정방 (그레이슨과 접전중인 적 모두) : 2음에너지피해. 대상은 유령 손에 당겨져 그레이슨으로부터 이탈합니다.

사용제한_전투마다 한 번. 짧은행동.

죽음을 향해 한 발짝 : 그레이슨이 비틀거리면 몸이 마치 유령처럼 변하고, 전투가 끝날 때까지 마력피해를 제외한 모든 피해에 대한 저항이 16+가 생깁니다.

체력 33 / 장갑 17 / 신방 13 / 정방 16


배치

 




행동순서 판정 : 드워프 해골 (23), 아나스타샤 (19), 클라인 (19), 아도니스 (12), 잘렌 (12),
그레이슨 (8), 코스모스 (6)

드워프해골, 이동행동, 다리 중앙으로 이동.
아나스타샤, 이동행동, 부숴진 수레 뒤로 숨기, 그레이슨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이동행동, 다리 중앙으로 이동, 드워프 해골과 접전, 드워프 해골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빈틈만들기 성공, 자유행동, 만회의 일격, 빗나감, 1피해.
아도니스, 드워프 해골, 냉기광선, 6냉기피해.
잘렌, 클라인에게 원거리공격, 5피해, 균형 유지 기능 판정, d20(9)+민첩(-1)+레벨(1)+영웅(2) vs 보통(15) / 실패, 다리 밑 나무통 속으로 떨어짐, 통이 썩어 지하까지 떨어짐, 4피해.
그레이슨, 짧은행동, 지하의 빗장을 푸는 마법장치 사용, 구울 4마리 지하에 등장, 아도니스에게 무덤의 파동, 4음에너지피해, 코스모스 휘말림, 4음에너지피해.
코스모스, 이동행동, 다리로 이동해 드워프 해골과 접전, 응징 선언, 17피해.
드워프 해골, 전투불능.


아나스타샤는 안전하게 활을 쏘기 위해서 엄폐물을 찾았다. 근처에는 수레 몇 대가 엎어져 있었다. 그는 수레 뒤쪽으로 몸을 숨겨 그레이슨에게 화살을 쏘았다. 그레이슨은 화살에 스치고선 아나스타샤를 노려봤다.

 

"이봐, 한 놈은 저 하프엘프를 공격해!"

 

스켈레톤들은 아나스타샤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왔다. 그것들을 클라인이 가로막았다. 그는 좁은 다리 위에서 움직이기도 힘들텐데, 그저 힘만으로 스켈레톤 하나를 부쉈다.

잘렌은 자기편의 스켈레톤이 당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았다. 클라인을 추락시킬 목적으로 쇠뇌를 클라인의 다리에 쏘아댔다. 클라인은 쇠뇌살(Bolt)을 가뿐히 피했지만, 남은 드워프 스켈레톤의 공격과 그레이슨의 마법으로 인해 다리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클라인!"

 

우지끈! 쾅!!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구름다리 밑에 있던 툰의 바닥은 아주 낡아서, 그대로 뚫고 더 깊이까지 떨어졌다. 툰의 속은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부숴지는 소리가 완전히 멈추자, 클라인의 대답이 들려왔다.

 

"저는 괜찮습니다!"

 

지하에 공간이 있던 모양이었다.

 

"아도니스, 클라인 쪽을 밝혀줄 수 있겠어요?"

"네!"

"남은 스켈레톤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클라인의 모습을 확인할 때까지 코스모스가 적들의 공격을 막기로 했다.

그동안 아도니스는 지팡이를 몇번 휘드르더니, 그 끝에서 밝은 빛 덩어리를 만들어 냈다. 마력의 성질을 발광물질로 변환 시키는 소마법이었다. 그리고 그 빛 덩어리를 클라인이 추락한 곳에 날려 보냈다.

 

아래에 클라인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도 다친 곳도 없어 보였다.

 

'그러고보니 처음 만났을 때도 절벽에서 추락했었지. 그런 높이에서 떨어졌는데도 무사한데, 다쳤을리가.'


그레이슨은 멀찍이서 아나스타샤들의 표정을 확인하고 혀를 찼다. 클라인이 무사하단 걸 눈치챈 것이다. 그는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하며 완드를 휘둘렀다.

 

"……! 아가씨, 그레이슨이 마법을 쓰는 것 같습니다. 조심하세요."

 

코스모스가 방패로 스켈레톤의 공격을 막으며 외쳤다.

아나스타샤도 그레이슨이 마법을 시전하는 걸 목격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어디선가 철장 열리는 소리가 났다.

"지하에 구울이 있습니다!"

클라인의 목소리에 아래를 내려다 봤다. 툰의 바닥에 난 구멍 사이로, 구울(Ghoul) 4마리가 보였다.

……그레이슨의 주문은 구울을 숨긴 방의 빗장을 여는 주문이였던 것이다.

 

클라인은 지하에서 혼자 구울과 싸우기 시작했다.

 

"바보들! 이제 곧 그 남자는 구울 밥이 될 거야! 너희도 똑같이 만들어 주지!"

 

아나스타샤는 잘렌을 노려봤다. 잘렌은 그 눈빛에 잠시 움찔했지만, 다시 삼류 악당이라도 된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저도 내려갈게요."

 

구울은 좀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의식과 지능이 없이 움직이며 피와 살점을 뜯는다, 란 명령만 입력된 시체인 좀비와는 달리, 구울은 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구울은 명확한 배고픔과 포식 본능에 의해서 사람을 뜯어 먹는 시체의 모습을 한 짐승이었다. 짐승답게 훨씬 민첩하고 지능적이었으니, 클라인을 혼자 두기 불안했다.

 

"구울 정도는 문제 없습니다. 게다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구울이군요."

 

클라인이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보다 위 층의 상황을 우선해 주시길."

 

클라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은 드워프 스켈레톤이 전부 쓰러졌다. 코스모스와 아도니스가 해치운 것이다.

 



갓 깨어난 구울
"우리 배가 고파아아."
2레벨 조무래기 [언데드]
행동순서 : +5
취약 : 신성
긁적이는 발톱 +7 vs 장갑 : 3피해.
순수16+_대상은 구울의 다음 차례가 끝날때까지 언데드의 공격에 취약해집니다. (대상에 대한 공격은 대성공 범위가 2만큼 확장됩니다.)
한 근의 살 : 갓 깨어난 구울의 발톱과 이빨 공격은 취약해진 대상에게 +2 피해를 줍니다.
체력 9 / 장갑 17 / 신방 15 / 정방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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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주사위1
아나스타샤, 이동행동, 코스모스 뒤 쪽으로 이동, 그레이슨에게 원거리공격, 5+1피해.
클라인, 이동행동, 구울4에게 접근, 구울4 근접공격, 치명타, 정밀공격, 16+1피해, 구울2도 피해입음.
구울4, 전투불능.
아도니스, 그레이슨에게 산성화살, 12+1산피해, 5지속부식피해.
그레이슨, 비틀거림, 죽음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감.
잘렌, 코스모스에게 원거리공격, 5피해.
그레이슨, 코스모스에게 무덤의 파동, 4음에너지피해, 아도니스도 피해.
코스모스, 취약해짐, 극복판정 성공, 짧은행동, 자신을 안수치료, 7회복, 이동행동, 잘렌에게 다가감, 잘렌 근접공격, 빗나감, 1피해.
구울1, 클라인 공격, 3피해.
구울2, 클라인 공격, 3피해.
구울3, 클라인 공격, 빗나감.


코스모스는 잘렌과 그레이슨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두 명은 자신들을 막아주던 스켈레톤이 전부 사라지자, 코스모스도 지하로 떨어트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공격을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와 같이 잘렌과 그레이슨을 활과 마법으로 공격하며, 주문 시전이나 쇠뇌 장전을 방해했다. 코스모스는 방패로 몸을 가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레이슨의 코 앞까지 도착해, 전투도끼로 그를 내리 찍었다.

 

"으아악!!"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그레이슨이 쓰러졌지만, 잘렌은 별로 겁먹지 않은 모양새였다.

 

'뭔가 숨기고 있는 거라도 있나?'


의심을 품기 무섭게, 그레이슨의 몸이 마치 유령처럼 반투명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코스모스, 조심해!"

 

반투명해진 그레이슨은 코스모스의 뒤를 습격했다.

다행히도 아나스타샤의 목소리에, 코스모스는 그레이슨의 검은 마법 광선을 피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그 질문에는 아도니스가 답했다.

"흑마법의 일종일 겁니다. 자신의 몸을 영체화 시킨 걸 거에요. 그렇다해도 상당히 어려운 주문일텐데……. 어쩌면 시체왕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본인이 강한 마법사가 아니라면, 표상급 인물의 힘을 빌려왔기에 쓸 수 있는 거겠죠."
"좀비, 구울, 유령………. 확실히 전부 시체왕과 연관이 있는 몬스터이긴 하네요."

아나스타샤는 어쩌면 옛 양조장에 유령 소문이 퍼진 건 영체화 마법을 쓴 그레이슨 때문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유령처럼 변한 그레이슨은 검은 연기와 파동을 뿜어내며 공격했다. 끔찍한 시체 썩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덤을 갓 파낸 것 같았다. 잘렌은 예상했던 바인지, 방독면 비슷한 걸 쓴 지 오래였다.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는 근원지에서 거리가 있어 피해가 적었지만, 코스모스는 상당히 괴로워 보였다. 코스모스는 한 손으로는 자기자신을 안수치료 하며, 한 손으로는 전투도끼를 휘두르며 버텼다.

하지만 코스모스의 도끼는 그레이슨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 영체화 되어서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듯 했다.

 

"그레이슨은 내가 상대할게! 코스모스, 너는 잘렌을 쓰러트려!"

 

아도니스의 말에, 코스모스는 타겟을 변경했다. 아나스타샤도 잘렌을 향해 화살을 쏘며 코스모스를 도왔다.

고조주사위2
아나스타샤, 일반행동, 웰가에게 도움요청, 기능판정, d20(11)+매력(2)+레벨(1)+술꾼(3) vs 어려움(20) / 실패.
웰가, 아나스타샤를 붙잡음.
클라인, 구울3 근접공격, 정밀공격, 11+2피해, 구울1도 피해, 빈틈만들기 성공.
구울3, 전투불능.
아도니스, 구울2 냉기광선, 8+2냉기피해.
구울2, 전투불능.
구울1, 전투불능.
잘렌, 코스모스 근접공격, 4피해.
그레이슨, 5부식피해, 아나스타샤에게 마력의 화살, 7마력피해, 극복판정 성공.
코스모스, 잘렌 근접공격, 9+2피해.


그 무렵, 클라인은 지하에서 구울을 하나씩 쓰러트려 가고 있었다. 혼자서 여러 마리의 구울을 상대해야 하기에 피해도 적잖이 입었지만, 그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위층의 상황이 걱정되었다. 상대편에 마법사가 있기에 더더욱.
그러던 그의 눈에 구울들 뒤로 어떤 희끄무리한 형체가 보였다. 그 형체는 술에 취한 사람이 비틀거리는마냥 이리저리 움직이며 일렁거리더니 위층으로 천장을 뚫고 지나갔다.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클라인은 위층에 있을 아나스타샤에게 외쳤다.

"아나스타샤, 방금 뭔가가 위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네? 대체………"

아나스타샤는 잘렌에게 화살을 쏘며 고슴도치로 만들고 있는 와중에 눈 앞에 나타난 것을 보고 놀라 말을 멈췄다. 나타난 건 유령이었다. 더벅머리와 지저분한 수염을 가진 드워프 유령으로, 반투명한 몸체가 그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님을 증명했다.
유령은, 유령일텐데도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몸을 비틀거리며 소리쳤다.

"이봐, 뭐하는 짓이야! 댁들이 지금 양조장을 전부 부수고 있잖아! 장난해?!"

그리고 이번엔 구름다리 근처에서 그레이슨에게 냉기광선을 쏘고 있는 아도니스의 앞에 서서 시야를 가렸다.

"아이고, 아이고!! 너 그러다가 떨어진다! 그럼 안돼! 사람이 다치면 사장님이 화낸단 말이야!"

'사장님? 무슨 소리야.'

드워프 유령은 마치 자기가 이 양조장에서 일하는 사람인 양 굴었다. 이 곳이 아주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는 사실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유령은 아나스타샤와 아도니스 말고도, 양조장 이곳저곳을 휘적거리며 그만 싸우라고 소리쳤다.

그러는 도중, 여러 물건들과 사람들에게 몸을 부딪히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몸이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잡으면 정말 잡힐 것 같았다.

………아니, 정말 잡혔다. 아나스타샤 쪽이 유령을 잡은게 아니라, 유령이 아나스타샤를 잡은거긴 했지만.

 

"너 말이야. 화살 좀 픽픽 쏴대지마! 위험하잖아!"

유령이 활 시위를 당기는 아나스타샤의 손목을 잡았다.


"앗!"

"아나스타샤!"

 

그레이슨을 공격하던 아도니스가 드워프 유령을 노려봤다.

 

"잠깐만요. 일단 이 유령, 공격하지 말아봐요. 한 번 이용해 보자고요."

"이용이요……?"

"아, 쫑알쫑알 뭐라는 거야! 그만 시끄럽게 해!"

 

아나스타샤는 유령에게 대답했다.

 

"이봐요."
"이봐가 아니라 웰가야."
"그래요, 웰가 씨. 
저희가 이러고 있는 건, 저 사람들이 스켈레톤으로 싸움을 걸어서라고요. 저희도 가만히 있고 싶어요."

 

아나스타샤는 코스모스를 공격하는 그레이슨과 잘렌을 가리켰다.

 

'곧 쓰러질 것 같아보여. 치료하면서 싸우는 것도 한계가 있을테니……. 이 유령이 말을 들어야 하는데.'

고조주사위3
아나스타샤, 웰가에게 붙잡혀 있음, 일반행동, 웰가에게 다시 도움요청, 기능판정, d20(18)+매력(2)+레벨(1)+술꾼(3) vs 어려움(20) / 성공, 웰가에게서 벗어남.
웰가, 잘렌에게 가서 잘렌을 붙잡음.
잘렌, 웰가에게 붙잡힘.
클라인, 이동행동, 위층으로 올라옴.
아도니스, 그레이슨에게 냉기광선, 빗나감, 1피해.
잘렌, 웰가에게 붙잡혀 버둥거림.
그레이슨, 코스모스 근접공격, 6피해.
코스모스, 체력소모로 비틀거림, 잘렌에게 근접공격, 9+3피해.


"저기 저 남자들 안보이시나요? 저희가 가만히 있어도, 저 사람들이 이미 여길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잖아요?"

술에 취한 사람이 으레 그렇듯, 시야가 좁아 자기가 보고 싶은 것에만 집중해 그것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그가 신경을 쓰는게 자신들이 아니라 그레이슨 쪽이길 바랬다. 유령끼리라면─실제 그레이슨은 유령은 아니지만─서로의 공격이 먹혀 들어갈 것 같아서.

 

다행히도 웰가라는 이름의 유령은 그레이슨과 잘렌을 쳐다봤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양조장에서 싸우지 말라니까! 계속 난동부리네! 아이고, 다 무너진다!"

웰가는 순식간에 아나스타샤의 존재를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잘렌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레이슨을 밀치고 나아가 잘렌을 붙잡았다.

"이런 미친, 뭐하는 짓이야! 그레이슨 씨, 이 유령은 뭡니까!"
"나도 모르는 유령이야!"

그레이슨은 코스모스를 향해 공격을 하다말고, 유령을 쫓기 위해 지팡이를 마구 휘둘렀다.

 

"아야! 아야!! 이거 깡패들 아냐? 너희들 건넛길의 맥주 양조장에서 보낸 녀석들이냐?! 이 양조장을 망하게 할 속셈인 거지!"


웰가는 잘렌을 앞장세워 그레이슨의 지팡이를 막았다.

 

"악!! 악!! 아파요!"

 

그 사이, 코스모스는 지친 몸을 이끌고 웰가의 뒤편에서 전투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전투도끼는 웰가의 몸을 통과해, 그대로 잘렌의 머리를 두 쪽으로 만들었다.

"으아악!!!"

 

잘렌의 머리에서 검은 피가 꿀럭이며 흘러 내렸다. 보통 인간이라면 그만한 상처에 바로 쇼크사 했겠지만, 놀랍게도 잘렌은 숨이 붙은 채 고통 속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고조주사위4
웰가, 잘렌을 풀어줌.
아나스타샤, 이동행동, 구름다리 접근, 그레이슨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클라인, 이동행동, 나선계단 타고 올라감.
아도니스, 잘렌에게 냉기광선, 대실패, 코스모스가 1냉기피해.
잘렌, 코스모스에게 근접공격, 4피해.
그레이슨, 자유행동, 다리의 룬을 작동시켜 파괴함.
아나스타샤, 다리근처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아도니스 손을 잡음, 극복판정 성공.
코스모스, 잘렌 근접공격, 5+4피해.
잘렌, 전투불능.


잘렌의 끔칙한 비명에, 웰가는 유령 주제에 깜짝 놀라 사라져 버렸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그의 영체가 흩어졌다고 보는게 타당할지도. 완전히 사라진 건지, 잠시 사라진 건지는 모를 일이었다.

"으윽, 빌어먹을 유령 자식……. 구울 밥이 되는 건, 내가 아니라 저 녀석들이어야 하는데………."

 

그 말을 끝으로, 잘렌은 피를 철철 흘리며 비틀거리다가 지하로 떨어졌다.

 

"쇠뇌를 쓰던 인간이 죽은 겁니까?"

 

클라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나스타샤가 답했다.

 

"네! 거기 상황은 어때요?"

"구울들이 지금 떨어진 시체를 포식하려 한 눈 판 사이, 전부 처리했습니다. 이제 올라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군요."

 

더 이상 클라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설사 혼자 올라올 방법을 못 찾더라도 우리가 위층에 있는 한, 이 전투가 끝난 뒤에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되니까.

 

혼자 남은 그레이슨은 분노에 잡아먹혔다. 그는 영체화된 몸을 공중에 띄우더니, 구울을 꺼낸 마법장치의 시동(始動)어를 외던 것처럼 또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그가 또 구울이라도 숨겨놓은 건가 싶어 클라인에게 조심하라고 외쳤다. 코스모스가 소리친 건 그와 동시였다. 

"아나스타샤, 다리 쪽에서 떨어지세요!"

구름다리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 근처에 있던 아나스타샤의 몸이 다리 아래로 기울었다.

"아나스타샤!"

아도니스가 빠르게 다가와 아나스타샤를 붙잡았다. 하지만 아도니스의 힘만으로는 아나스타샤를 끌어 올릴 수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를 안심시키고 몸을 윗 쪽으로 휙 꺽어 마루 바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제가 도울 필요가 없었나 봐요."

"아니에요. 덕분에 쉽게 올라왔어요. 고마워요, 아도니스."
"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아나스타샤들이 서 있던 마루 바닥 밑에 폭파의 룬(Run)을 새겨 놓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아래로 떨어져도 조금 다치는 정도일텐데. 저 흑마법사는 구울이 전부 쓰러졌단 걸 모르나 보네.'


아나스타샤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코스모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그레이슨을 경계했다.

"말도 안돼! 이제 이 마법도 곧 끝날텐데!"

그레이슨이 머리를 쥐어싸자마자, 그의 몸이 점점 색을 되찾고 실체가 나타났다.


고조주사위5
아나스타샤, 그레이슨에게 원거리공격, 빗나감, 1피해.
그레이슨, 전투불능.


그리고 코스모스는 그레이슨을 간단히 제압했다. 그도 더 이상 마법을 쓸 마력이 남아있지 않은지, 맥없이 붙잡혔다.

클라인이 계단을 타고 올라온 것도 그때 쯤이었다.

 

"지하에 구울을 가두려면 반드시 위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통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구석에 위층으로 뚫린 구멍으로 올라가기 좋게 만들어진 흙더미가 있더군요."

"다행이네요. 저희는 보다시피 그레이슨을 붙잡았어요."

 

'붙잡았다' 그 소리에 그레이슨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하, 하하, 하하하하!"

 

아나스타샤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레이슨에게 말을 걸었다.


"호객 광장의 좀비의 원인이 당신이야?"
"……평범한 거리의 부랑자가 아니었군. 그래! 내가 이 도시에 좀비를 풀었다!"
"아닐텐데. 아까도, 지금도 너는 우리가 누군지 모르고 있어. 하지만 호객 광장의 좀비는 마치 우리를 노리는 것 같았지."
"……?!"
"거기다 시체는 한 두 구가 아니었어. 저런 조수 한 명 데리고서 너 혼자 저지를만한 규모가 아니란 소리겠지. 뒤에 누군가 더 있지? 네 조수 꼴 나기 싫다면 말하는게 좋을텐데."

 

아나스타샤의 말에 그레이슨을 바닥에 눕혀 제압 중이던 코스모스가 그를 더 강하게 옥죄었다.


"왜, 날 죽이려고? 하! 그럴테면 어디 그래 봐라!"

아나스타샤는 단검을 꺼내 그의 어깨와 쇄골 사이에 꽃았다.

"으아아아아악!"
"사람을 죽이지 않고 고통스럽게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아나스타샤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광장에서도, 지금도, 너 때문에 몇 번이고 고생한 걸 생각하면……"

 

그레이슨의 표정이 고통으로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어짜피 죽을 목숨이라면, 차라리 여기서……! 어차피 '그 분'께서 성공하신다면 날 다시 죽음에서 되살려 주실 거다!"

그레이슨은 갑자기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숨을 쉬지 못 하는 사람처럼 켁켁대며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벌려진 그의 입 속에는 혀가 사라져 있었다. 그의 타액에는, 아마 직전까지 혀였을 것이라 추측되는 재가 섞여 나왔다. 그는 완전히 눈이 뒤집힌 채로 숨을 거두었다.

"………죽었습니다."

그의 맥을 짚어보던 코스모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그레이슨의 시체를 뒤졌지만 건진 건 없었다. 마법 재료로 쓰일 법한 말린 로즈힙 주머니와 25gp, 룬 문자가 새겨진 은 반지와 해골 모양 흑마노(黑碼瑙, Black Agate) 반지 뿐이었다.

전리품 : 25gp,로즈힙 주머니,20gp 상당의 해골 흑마노반지, 10gp 가치의 위험과 죽음을 뜻하는 룬문자가 새겨진 은반지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었다.

 

"별게 없네요."

 

반지의 룬 문자를 해석하던 아도니스도 같이 한숨을 쉬었다.


"네, 이 반지도 죽음을 뜻하는 룬 문자가 새겨져 있을 뿐이에요. 아마 이 반지의 룬을 발동시켜 자결한 것 같아요."
"이 자가 죽기 전에 말했던 '그 분'은 시체왕을 말했던 걸까요?"

"글쎄요. 그렇다 하더라도 시체왕이 직접 움직였을 리는 없어요. 그는 네크로 폴리스에 갇혀 있을테니."

"그렇담 시체왕의 명령을 이행한 주모자가 따로 있다는 소리겠네요."

 

시체왕의 추종자가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에 코스모스가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말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황실에 적대하는 자의 소행인줄 알았습니다만…… 시체왕의 추종자들이 벌인 일이라면, 그들이 왜 저희를 노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시체왕의 목표는 용 제국에 시체왕의 공포를 퍼트리는 것.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을 공격하는게 나을 건데, 아무리 황제와 연이 닿는 자라고 해서 특별히 저희를 공격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시체왕은 황제 뿐 아니라, 오크 두령과 투장 등 모두와도 적대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클라인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어쩌면…… 이번 일을 벌인 시체왕의 추종자가 우리와 아는 사이일지도 모르지. 원한을 가졌다던가 말이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 법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으음, 원한을 가진 사람………. 너무 많지 않나…. 아니, 원한을 가졌다해도 그게 좀비를 이용해 죽일 정도인가?"

"어차피 범인을 잡게 되면 이유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그럼 양조장을 계속 둘러봐요."

 

아나스타샤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저 자의 로브는 엘돌란의 세 학파 중, 숨겨진 장막의 도학자들이라는 학파의 로브에요."
"그레이슨이 이 학파의 사람인 걸까요?"
"로브 정도야 원한다면 얼마든지 비슷하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 학파에 이 인물이 존재하는지 직접 확인 전까진 모를거에요."
"그렇군요. 그럼 저 문 안쪽까지 살펴보고, 별다른게 없으면 숨겨진 장막의 도학자들에 가서 한 번 확인해 봐요."

아나스타샤는 아도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레이슨과 잘렌이 나왔던 방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양조장이 운영되던 시절에 사무실로 쓰였을 법한 공간이 나타났다. 안쪽에는 방이 2개 있었는데, 방 하나는 쇠뇌의 화살들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잘렌의 방으로 추측되었고, 남은 하나가 그레이슨의 방으로 추측되었다.

 

잘렌의 방은 쇠뇌 이외에 별다른게 없었다. 애초에 그는 마법사도 아니고, 그저 용병 겸 조수였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바로 방을 나와 그레이슨의 방에 들어갔다. 그레이슨의 방에는 쓰다만 마법 재료와 여분의 옷이 놓여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 중에서 자주색 로브 하나를 집었다.

 

"흠……. 마법사들은 로브를 정말 좋아하네요. 자주색 로브도있네."

 

아도니스가 웃으며 말했다.

 

"로브 같은 천 옷이 마법을 부여하기 무난하거든요. 아, 그건 엘돌란의 점등사 길드 로브네요."

"점등사 길드? 방금 전에는 그레이스가 숨겨진 장막의…… 암튼 뭔 학파라고 하지 않았어요?"

"학파는 소속하는 곳이고 길드는 일하는 곳이니까요. 두 군데에 동시에 속할 수 있겠죠. 음, 마법사가 아닌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학파는 종족 무리이고 길드는 살고 있는 도시이다. 이렇게 비유하면 되겠네요. 종족은 바뀔 수 없지만 살고 있는 도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런 거죠."

"아하……. 그렇담 학파에서 쫓겨난다는 건, 무리에서 쫓겨난 것이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회 활동이 어렵다는 소리이기도 하겠네요…."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학파에서 쫓겨난, 이라는 비유가 마치 하프엘프를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구나. 그럼 그레이슨이 이 로브를 가지고 있는 건, 점등사 길드 소속이기도 하단 소리네요?"

 

아나스타샤는 더 찾을 건 없는지, 로브의 주머니도 뒤적거렸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가로등 모양의 장식이 달린 놋쇠 목걸이가 나왔다.

"이 목걸이는 뭐죠? 그러고보니 파자리우스가 그레이슨이 놋쇠로 된 목걸이를 하고 있었댔는데. 이게 그건가?"
"아, 이 가로등 모양…… 점등사 길드의 상징이에요! 길드의 상징은 옷이랑 달리, 쉽게 위조할 수 없으니까 본인 것이 확실할거에요."
"잘 됐네요. 그럼 바로 점등사 길드에 가서 확인해 봐요. 그레이슨의 배후가 거기 있는지."

전리품 : 점등사길드 로브, 점등사 길드 놋쇠 목걸이.


"점등사 길드원들은 등잔 공방이 근거지일 거에요. 점등사 길드가 하는 일이 그런 것들이거든요. 등잔을 만들고, 가로등을 수리하고, 거리의 불을 켜고."

 

아도니스의 말에 따르면 등잔 공방은 안장 구역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옛 양조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게 증거 수집을 끝내고, 옛 양조장에서 나가기 위해 못질 된 문을 발로 걷어차고 있을 때였다.

"이제야 가는 건가?"
"으아악!!"

아나스타샤는 갑작스런 웰가의 등장에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귀청 떨어지겠네!!"
"뭐에요! 저야말로 깜짝 놀랐거든요?! 갑자기 나타나지 마세요!"
"나름 기척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양조장에서 소란피우면 안 된다고. 다음 견학은 조용히 해라. 난 그럼 일하러 가야 돼서."

 

웰가는 술이 깬 모습─애초에 유령이 술에 취하거나 깨거나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터덜터덜 사무실을 나갔다.

 

"그나저나 다들 일하다말고 어디로 사라진건지……."

아나스타샤는 웰가의 마지막 말이 괜히 신경쓰였다. 정말이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이상한 유령이었다. 그냥 전투를 방해한 녀석인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건지.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저 유령…… 자신이 죽은걸 모르나보네요."

 

하지만 오지랖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려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굳이 나서서 알려줄 필요는 없겠죠."

 

유령은 단순히 저승에 가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일 뿐이다. 성불하게 되면 자연히 사라질.

하지만 이 유령들은 때에 따라, 악령이 될 수도 망령이 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을 저주하고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고, 현세에 원한이 많아 악에 받힌 유령은 일부러 저승에 가지 않고 남아서 악령이 된다. 그리고 그 악령에게 당하거나 저주를 받아 죽은 영혼은 가고 싶다해도 자의적으로는 절대 저승에 갈 수 없는 망령이 되어 그 억울함을 사람들에게 푼다.

 

만약 웰가처럼 자신이 죽었는지 모르는 유령에게 사실을 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알려줘서 고맙다고 쉽게 납득하고 성불하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 애초에 죽음을 부정하는 이들은 대부분 삶에 대한 열망이 강한 자들이다. 이런 자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크게 분노하고, 그 분노의 방향을 사실을 알려준 자에게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왜 알려준 거냐면서. 가장 최악의 경우는 몸을 뺏으려 하는 경우까지 있다.

선의로 한 행동이 반드시 선의로 받아들여지지만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어쩌면 그냥 착각하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도 있었다.


다른 이들도 아나스타샤와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웰가가 안타깝기는 하나, 굳이 현실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그에겐 성불하는 것보다, 계속 양조장의 노동자로 살아가는게 나을 수도 있었다.


아나스타샤들은 더 머무르지 않고 옛 양조장에서 떠났다.


적자

등잔 공방의 방향으로 향하는 등 뒤로, 또 어떤 기척이 느껴졌다.

"다들 느껴져요?"
"또 누군가 따라 붙었군요."

 

클라인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양조장에서 나오자마자 인기척이 느껴지다니,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본데요."


아나스타샤, 추적자 발견, 기능 판정 : d20(16)+통찰(0)+레벨(1)+뒷전(4) vs 어려움(20) / 성공

아나스타샤들은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람이 없어지자, 추적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몸을 틀지 않고, 단검만 빼내어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던졌다.

 

"으악!!!"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나스타샤를 제외한 세 명은 비명 소리가 났던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 남자를 붙잡았다.

아나스타샤는 붙잡힌 남자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누구야? 우릴 왜 따라오는 거지?"
"으, 아, 아……."
"너도 그레이슨과 한 패거리냐?"

갈색 피부에 짧은 밀색 머리를 가진 하플링 남성이였다. 그는 오른쪽 어깨에 단검이 꽃힌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이렇게 겁 많은 놈이 시체왕의 추종자? 아니, 그냥 건달 따까리 정도 되보이는데.'

"좀비라니! 나, 난 그저 너희를 감시하라는 의뢰를 받았을 뿐이야……!"
"의뢰?"
"그래! 그냥, 그냥 돈을 좀 준다고 하길래……! 너희 행적만 보고하면 된다고 해서…! 부디 목숨만은 살려줘!"

 

그는 자신이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할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젠장할……. 난 그저 집 나간 아들래미를 미행하거나 바람난 남편 뒷조사나 하던 놈이라고…. 가, 가끔은 물건을 빼돌리기도 하는데…… 대부분 합법적인, 아니, 정의구현에 사용되는……… 이게 이렇게 위험한 일일줄은……. 으으, 너무 아파………."

 

남자의 중얼거림도 무색하게, 클라인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나스타샤, 어찌하실 겁니까? 저희 행적이 노출될 수도 있는데, 후환을 남기지 않도록 처리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히이익………!!"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을 만류했다.

"이 자가 저희를 미행한 건 꽤 됐어요. 어차피 정보는 어느정도 넘어갔겠죠. 죽여봤자 의미 없어요. 대신 역으로 정보를 캐내보죠."

클라인은 검에서 손을 떼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아나스타샤는 하플링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정보를 캐낸만큼, 너도 네가 가진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면 살려보내주겠어. 우선 네 이름이 뭐지?"
"맵스……! 맵스라고 해! 프리랜서로 의뢰를 받아 정보 수집을 하고 있어! 그, 일종의 사립 탐정……"

 

아나스타샤는 쓸데없는 사족은 잘랐다.


"그래, 맵스. 널 고용한 이가 누구지?"

"그, 그건 나도 잘 몰라."

맵스의 어이없는 대답에, 맵스의 어깨에 박힌 단검을 살짝 건들였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그는 고통에 몸부림 쳤다.

"으아아아악!! 정말 몰라! 로브를 입고 있었다고! 돈은 선불로 지불하고 정보를 가져다 줄 때마다 돈을 더 줬어! 그때도 로브를 쓰고 있었고! 정말 모른다고!"

'뭐, 그 정도 위장이야 당연히 했으려나…….'


"그래, 그럼 무슨 로브를 입었지?"
"잘 기억이………"
"다시 기억이 나게 해줄까?"

 

아나스타샤는 가볍게 손을 풀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시간을 줘!! 회색이였나 은색이였나…… 그, 그래! 은색인 것 같아. 미스릴, 미스릴이 분명해!"
"그래? 그들한테 지금까지 어떤 정보를 전달했지?"
"숙소와 너희들이 향하는 장소, 사용하는 무기, 싸움 실력, 그런 것들. 그게 전부야…."
"우리 정보에 대해 거의 전달했다고 봐도 되겠네.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했지?"

"주로 직접 만나서인데, 오늘은 전서구로……. 아까 너희가 양조장에서 싸울 때 딱 한 번 보냈어."

 

'쯧. 이럴줄 알았다면 피요르를 밖에 감시로 세워뒀어야 했는데. 다음부턴 조심해야지.'


"흑흑………. 이젠 아는 것도 더는 없어…. 더 이상 미행도 안할거고 그냥 숨어만 있을게. 제발 살려보내줘, 부탁이야……. 아까 너희가 양조장에서 싸우는 걸 봤단 말이야. 난 그렇게 만신창이로 죽기 싫어……."

아나스타샤는 맵스의 어깨에서 단검을 빼내곤 가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맵스는 피가 흐르는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은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아도니스는 아나스타샤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클라인 녀석의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저렇게 보내도 괜찮을까요?"

"저 정도 겁 많은 사람이면 굳이 더 위험을 감수할 것 같지 않은데요. 게다가 이젠 더 넘어갈 정보도 없잖아요. 굳이 따지자면…… 미행이 들켰다?"
"그렇긴 하지만……."

 

아도니스는 맵스를 놓아준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에 반해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의 결정을 옹호했다.

 

"이미 놓아줘 버린 이상 별 수 없지요. 쓸모 없는 살생은 화를 부릅니다. 그보다 오늘 지낼 숙소에 대해 생각해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의 행적이나 숙소 위치가 노출된 이상, 에 계속 머무르다간 암살자를 마주칠지도 모를테니까 말입니다. 아무래도 숙소를 바꾸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나중에 안장 구역 쪽에서 숙소를 하나 알아봐요. 고급 상점가이니만큼 적어도 평민구역보단 안전하겠죠."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미스릴 학파의 로브라니. 아까 그레이슨이 입고 있던 로브는 다른 학파의 로브였죠? 그 학파들이 공모한게 아니라면, 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건데……."

 

코스모스는 아나스타샤의 기운을 북돋웠다.


"어찌 되었든 모든 일은 꼬리를 완전히 숨기기 힘든 법입니다. 계속 조사하다 보면 언젠가 진상에 다다를 겁니다."



 

다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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