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숲
벌레 포켓몬이 많이 발견되는 깊고 커다란 숲.
숲은 나무가 울창하고 빽빽하게 나 있어, 하늘의 태양빛을 가릴 정도였다. 때문에 상당히 어두침침하고 음산해 녹음의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밤이 되면 이 숲이 얼마나 더 무서워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진우가 이 곳에서 하룻밤을 어떻게 지낸건지 놀라울 따름이였다.
익수:어~이!
보연:으, 으아악~!
갑자기 나무 위에서 무언가 뚝 떨어졌다.
익수:승부다! 포켓몬 트레이너라면 승부는 거절할 수 없어!
벌레나 귀신 같은게 아닌, 트레이너였다. 어제 포켓몬 센터에서 본 신의라는 남자애와 비슷한 복장과 잠자리채를 든.
보연:아니, 엄청 깜짝 놀랬잖아!
익수:그거야 이렇게 나타나지 않으면 도망갈 수도 있잖아!
곤충 채집 소년 익수가 승부를 걸어왔다!
익수는 캐터피를 내보냈다!
보연:가라, 니드런! 그리고 바로 독침을 쏴!
익수:캐터피, 피해!
니드런이 독침을 쏘아대자 캐터피는 이리저리로 꿈틀대며 독침을 피했다.
보연:니드런, 이 때야! 캐터피가 독침에 정신팔린 사이, 물기!
캐터피는 보연의 니드런에게 물린 상태로 버둥거리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그대로 풀이 죽은 채 전투 의지를 잃어 버렸다.
익수:졌어! 캐터피로는 안 되는 건가! …아니면 나도 캐터피를 어깨에 태우고 다녀 볼까..
좋아, 캐터피! 훈련이다~
은령:캐터피를 어깨에 태우는거랑은 상관 없을 것 같은데...
익수:쉿…! 벌레가 도망가니까 나중에봐.
남자애는 캐터피를 어깨에 태우고 몸을 숙인채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보연:가버렸네….
은령:갑자기 와서 갑자기 사라졌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스럽긴 했지만 우린 우리대로 계속 길을 가기로 했다. 그러다 소년이 뛰어내린 근처의 작은 나무에서 익숙한 열매를 보게 됐다.
은령:어, 이거 라즈 열매 아냐?
보연:정말이네, 몇 개 따서 포켓몬들에게 주자!
신의:어?
은령:앗!!
라즈 열매를 따고 있다가 신의와 눈이 마주쳤다. 안 그래도 아까 전의 남자애보고 신의를 떠올리긴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줄은 몰랐다. 이 곳, 터가 안 좋은 모양이다….
신의:좋~아! 너 포켓몬 가지고 있었지? 눈이 마주쳤으니 승부다!
은령:말도 안 돼……….
그렇게 난 생에 첫 포켓몬 배틀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긴장되어 미칠 것 같았다. 나는 메타몽을 내보냈는데, 메타몽에게도 내 긴장이 전해졌는지 걱정스런 얼굴이였다.
은령:괘괘괘괜찮아! 메타몽, 할 수 있어!
메타몽:메타...
신의:뿔충이! 실 뿜기!
은령:메타몽, 너도 뿔충이로 변신해서 실 뿜기!
메타몽은 신의와 똑같은 기술을 펼치며, 사용하는 기술을 족족 막아냈다.
처음에 신의는 초조해 했지만, 서서히 승자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결국 장기전이 될 수록 기세가 밀리는건 은령 쪽이였기 때문이였다. 배틀 경험이 부족한 메타몽은 먼저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은령:으아아~ 괜찮아, 메타몽? 이제 쉬어...
나는 울먹이며 메타몽을 몬스터볼에 집어넣었다.
신의:내 뿔충이도 지쳤으니 쉬게 해줘야지. 너 아직 포켓몬이 남아 있지? 이번엔 캐터피, 나와라!
은령:아, 아직도 안 끝난거야…? 이제 싫어~
신의:한 번 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포켓몬들에게도 경험을 쌓아줘야 강해지고 성장하지. 언제까지 몬스터볼 안에 네 멋대로 가둬두기만 할거야!
은령:내 멋대로 가둬두는거라고……?
그 말에 마음이 요동쳤다. 멋대로 말한다고 화도 나지만 동시에 진짜로 그런게 아닐까 싶어서.
나는 방 안에만 가만히 박혀 있으면 좋지 않은 상황은 전부 피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나아지지도 해결되지는 않는다는걸 이제는 안다. 상처를 받더라도 밖으로 나와야 바뀔 수 있다는걸. 선생님도 그랬지. 사람은 계속 배워가야 하는 존재라고. 그러기 위해선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내 포켓몬들도 마찬가지일거다.
하지만 다른게 있다면… 나는 내가 원해서 스스로 방 안에 틀어박혔지만, 내 포켓몬들은 자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 같은 트레이너를 안 만났으면 좀 더 자유롭게 지냈을테니까.
은령:아니야..! 그냥…… 그냥 첫 배틀이라 긴장했던 것 뿐이거든! 몬스터볼에 가둬두기만 하지도 않고, 그럴 생각도 없으니까! 워, 원한다면 보여줄게! 가라~ 과사삭벌레……!
신의:과사삭벌레? 뭐야? 처음 보는 벌레야! 내가 모르는 벌레 포켓몬도 있다니!
은령:벌레라니! 아니거든! 드래곤이야~!
신의:아무리 봐도 벌렌데…….
은령:드래곤이라니까~!
보연:저기…… 포켓몬 배틀은 안 하는거야?
신의:앗, 맞다~ 자, 캐터피! 몸통박치기!
은령:과사삭벌레, 껍질에 숨기!
과사삭벌레는 몸을 사과 속으로 숨겨 방어에 전념했다. 캐터피는 단단한 사과의 몸에 부딫히다 튕겨져 나갔다.
은령:이제 깜짝 놀래키기!
신의의 캐터피:캬!!!
캐터피는 갑자기 사과에서 튀어나온 과사삭벌레에게 놀라 뒤를 구르며 떨어졌다.
신의:캐터피, 괜찮아! 멀리서 공격하자. 실뿜기! 그리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
캐터피는 신의의 말처럼 과사삭벌레를 실로 칭칭 감은 다음 바닥에 떨어트렸다.
은령:으아, 과사삭벌레의 사과가 부숴지겠어……! 과사삭벌레 껍질에 숨기, 아, 아니.. 깜짝 놀래키기?!
안타깝게도 과사삭벌레의 기술들은 전부 현 상황에 도움되진 않았다.
은령:어쩜 좋아.. 가르친 기술이 없어서 과사삭벌레를 빠져나오게 할 수가 없어...
어쩌면 이게 배틀을 피하기만 한 결과일까? 과사삭벌레에게 미안한 감정만 들었다.
결국 나는 배틀에서 완전히 지고 말았다.
보연:괜찮아, 앞으로 더 강해지면 되지, 뭐!
은령:응……. 나도 열심히 해야겠어.. 배틀은 어려운거였구나.
신의:어, 내 캐터피……… 이상해!
신의의 말에 캐터피 쪽을 바라보니, 배틀이 끝났는데도 캐터피는 실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로 자신의 몸을 감싸더니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은령:이건… 진화야!
신의:………!! 진짜다! 단데기가 되었어! 야호~!
보연:우와! 나 포켓몬 진화는 처음 봐!! 너무 근사하다! 단데기라니…!
신의:이제 버터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지~!
우리는 단데기를 안고 만지고 사진 찍고 난리도 아니였다. 단데기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나서야 무안해하며 귀찮게 하는걸 멈췄다.
캐터피
벌레 타입
애벌레 포켓몬
푸른 피부로 감싸져 있다. 탈피하여 성장하면 실을 늘어뜨려 번데기로 바꾼다.
단데기
벌레 타입
번데기 포켓몬
몸의 껍질은 철판처럼 단단하다. 움직임이 적은 것은 껍질 안에서 부드러운 몸이 진화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은령:……근데 너 어제 상록숲에 간 거 아니였어? 왜 아직도 있는거야? 진짜……… 이렇게 갑자기 배틀하게 될 지 몰랐는데!
신의:친구들과 벌레 포켓몬을 잡다보니 정신이 팔려서 헤어졌는데 당최 어딨는지 모르겠어서 찾는 중이였거든.
은령:아직까지 여기 있을까? 이미 나간거 아냐?
신의:아니, 걔들도 나처럼 포켓몬 승부가 하고 싶어서 다들 근질근질한 모양인데 벌써 나갔을리 없지! 분명 숲 안에 있을거야! 이제 포켓몬들도 지쳤을테고 집에 돌아가야 할 거 같은데, 나랑 애들 좀 찾아줄래?
보연:아까 너랑 비슷한 복장을 한 남자애랑 배틀하긴 했는데.
신의:어디야?!
결국 우리는 신의의 친구들 찾기에 동행되었다.
POKESTAGRAM
bug_catcher.shin 외 42명이 좋아합니다.
lily_valley_jelly ★모두 주목★
캐터피가 단데기로 진화하는 모습!!!!
이걸 실제로 보게되다니!
#캐터피 #단데기 #진화 #순간포착 #상록숲
professor.o 이건 정말 귀한 사진이구나! 나에게도 보내줄 수 있겠니?
> lily_valley_jelly 당연하죠! 원본 사진들을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professor.magnolia 좋은 사진이구나. 괜찮다면 내게도 보내주렴.
> lily_valley_jelly 넵! 이메일로 보내드렸어요~
bug_catcher.shin 역시 내 단데기야! 진화하는 모습도 멋있어!
Game/포켓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