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스토리

리버우드 퀘스트 : 황금 발톱 (3) + 사랑스러운 편지

Game/스카이림

2021. 11. 25.

320x100
반응형

The Golden Claw

아벨을 쓰러뜨리고 황금 발톱 회수해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을 탐험했습니다. 이제 루칸에게 황금 발톱을 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어두운 숲 속을 강줄기를 이정표 삼아 얼마나 거닐었는지 모르겠다. 피곤해 죽겠는데 가죽 갑옷을 이불삼아 그냥 아무데나 널부러져 잘까 고민할 때 쯤 오두막 하나가 보였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두막까지 달려갔다. 하룻밤 정도는 묶게 해주지 않을까, 부뚜막 구석에서라도 자게 해달라고 해야지, 그런 프로 노숙자가 다 된 것 같은 생각을 가지고서.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푸른 로브를 뒤집어 쓴 노파가 나왔다.

아니세 : 이 늦은 시간에 불쌍한 노인네 혼자 사는 집에 무슨 일이요.
스텔라 : 마을로 돌아가던 중에 날이 저물어서요. 실례가 안된다면 하루만 묶을 수 있을까요?
아니세 : 그렇구먼. 난 언제나 방문객을 환영한다우.

노파는 불쾌해 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노인 혼자 사니까 더 방문객을 꺼릴줄 알았는데.

아니세 : 내 이름은 아니세 (Anise) 요. 내가 이런 외진 곳에 혼자 살다보니 참 외롭거든. 그래서 가끔 이렇게 누군가 와주면 기쁘다우. 괜찮다면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이라도 얘기해 주겠수?
스텔라 : 물론이죠. 제가 헬겐에서……

불 앞에서 몸을 녹이며 헬겐의 드래곤이나 고대무덤 같은 이야기를 해드렸다. 출출할 것 같다며 가져다 주신 직접 키운 감자를 구운 것도 꽤 맛있었다. 역시 감자는 소금이야.

이야기가 끝나고 문 가 근처의 침낭에 들어가며 아니세 할머니의 집에 종종 놀러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로는 이 곳에서 강이 흐르는 방향 -이 근처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고 했다- 으로 내려가다 보면 건너편에 리버우드가 보일거라고 했다. 마을 근처라면 말동무 하러 오기 좋을 것이다. 이렇게 착한 분이 혼자 외롭게 사시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다짐을 마치고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영 잠이 오지 않았다. 과하게 피곤할수록 잠이 안 온다더니, 그런걸까? 글자라도 읽으면 잠이 오겠지 싶어,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서 주웠던 도둑 (Theif) 이란 책을 꺼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나는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독자가 이슬라프 에롤 (Eslaf Erol) 의 생애에 관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 '거지' (Beggar) 를 읽는 즐거움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즉시 이 책을 닫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줄거리 요약을 별도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작 시리즈 문학이였다. 소설책을 중간부터 읽는다면 무슨 재미란 말인가? 1권을 찾은 다음에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그 때, 발 아래 쪽에서 문 소리가 들렸다. 안 쪽에는 아니세 할머니의 침대밖에 없을텐데. 창문 쪽으로 도둑이 들어온건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할머니가 무사한지 슬쩍 엿보기로 했다.

안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게 문제였다. 아니세 할머니도 없었기 때문이였다. 내가 문 앞에 자리 잡고 있는데 어디로 사라진거지?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다 바닥에 문이 하나 있는걸 눈치챘다. 방금 누군가 들어가기라도 한 듯이, 이 지하실 문을 가려놨었을 지푸라기들이 흩어져 있었고 문도 살짝 열려 있었다. 주인 허락 없이 들어가도 될까 고민했지만, 들어간게 강도고 할머니가 인질로 잡혀있다면 구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지하실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였다. 요상한 마법진과 실험대가 즐비했고, 위층에 있는 포션들이랑 달리 위험해 보이는 독극물이 많았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분위기가 깊은 숲 속에서 폐관 수련 하시는 마법사[각주:1]나 연금술사[각주:2] 같은 분위기이긴 했지만, 지금 이런 방 분위기는 마치 마귀할멈[각주:3]……. 아냐, 이 곳은 마법이 존재하는 세곈데 내가 모르는 어떤 의식이 있는걸지도 모르지. 괜히 오해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지하실의 안 쪽으로 더 들어갔다.
안 쪽에는 긴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도둑이 든 줄 알았는데 그냥 비밀 일기라도 적고 계셨나 보다. 오해했네.. 되돌아 나가야지. 그러다가 실수로 발 치에 있던 뭔가를 걷어차고 말았다. ………해골 머리였다.

아니세 : 누구냐!
스텔라 : 아니, 저 도둑이 든 줄 알고…….

아니세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절대 용서해 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였다.

 

아니세 : 내 비밀은 아무도 알아선 안 돼! 살아서 나갈 생각 따윈 하지마라!

아니, 갑자기 그런 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고요?
다시 한 번 죄송하다 말하려는 때 할머니가 불 마법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강도일까봐 무기를 챙겨온게 다행이였다. 방패로 불길을 어떻게든 막았지만 뜨거운 열기는 그대로 전해졌다.
날 죽일 생각인가? 어째서? 본인은 무언가를 들켰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 마법진이나 장식품들이 뭔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죽을 수 없었던 나는 아니세를 기절 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칼등치기로…… 근데 이 검 칼등이 있던가? 그럼 칼손잡이치기로!
아니세에게 다가가 검 손잡이로 강하게 머리를 내리쳤다. 아니세는 뒤로 쓰러지며 기절했다.

스텔라 : 하아.. 하아... 날 왜 공격한거야?

이유라도 알아야겠다 싶어 아니세가 쓰던걸 읽어보기로 했다.

 


아니세의 편지

Anise's Letter


마녀 집회에 관한 편지


헬기야, 뭘 망설이는거냐? 네 몸 속에 흐르는 힘을 느낄 수 있을텐데! 넌 그저 손을 뻗어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부디 그 남자를 버리고, 나와 숲에서 함께 살자꾸나. 내 언니도 곧 올거다. 함께하면 꽤 괜찮은 마녀집회를 만들 수 있을거고, 네 교육도 제대로 시작될거야.



마녀집회……. 어……… 그러니까, 지금 이 할머니가 마녀가 맞다고? 마귀할멈 같아보이는게 아니라 진짜 마귀할멈이라고? 어이가 없었다. 진짜 그려놓은 듯한 마귀할멈이 존재하는 세계라고? 굳이 마녀를 왜 해? 마법이 있는데… 아니지, 편지 내용을 보면 마녀들은 태생적으로 마녀인 것일수도 있다. …이것마저 정말 그려놓은 마녀 같잖아.. 이 세계는 마녀 사냥 같은 잔인한 일 벌여놓고, '인간으로 둔갑한 마녀일거라고!' 자기 합리화가 가능하다는거잖아. 진짜 너무하고 끔찍하다. 게임 속에서 빨리 탈출해야 될 명분만 하나 더 늘었다.
설정이 너무한건 둘째치고, 이 할머니… 어쩌지? 깨어나면 날 쫓아오는게 아닐까? 죽여야되나? 내가 어디로 갈 줄 알고?
아니세의 처분을 어찌할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리버우드에 관해 아니세에게 말했던게 생각났다. 나 뿐만 아니라 리버우드 사람들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역시 죽이는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전투 중 죽이는 것도 아니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검으로 찌르려니 두 배로 손이 떨려왔다. 다른 방법은 없나 고민하다 지하실의 맹독 포션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니세의 입을 벌려 독극물을 흘려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를 토해내더니 완전히 심장이 멈췄다.

나는 아니세의 오두막 (Anise's Cabin) 을 빠져 나왔다. 뭔가 기분이 찝찝하다. 그 마녀가 정말로 나쁜 짓을 하려 했는지는 모르지 않은가? 아니면 리버우드에 닥쳐올 좋지 않은 미래 -가장 가까운 마을이 리버우드이니 사람을 습격한다면 그 곳이 먼저일 것 같았다- 를 사전에 방지했으니 좋은건가? …잘 모르겠다. 외진 곳에서 살고 있어도 그런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죽어도 죽은지 모르는 이 세계에서 어서 빨리 나가고 싶을 뿐이다.

 

아니세의 오두막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맞은 편에서 인영이 보였다. 이 시간에 나처럼 길을 헤메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외딴 오두막을 도둑질하려는 녀석일 수도 있다. 나는 먼저 공격하진 않고 경계 태세를 취하며 다가갔다. 그러자 나를 눈치챈 그들은 큰 기합 소리를 내며 공격해 왔다. 고대무덤에 있던 산적들과 입은 옷이 비슷한걸로 봐서는 이들도 산적일 것이다. 나는 두 명의 공격을 카운터로 흘려보내 쓰러트렸다. 더 이상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난 산적들이 튀어나온 곳으로 걸어갔다.

스텔라 : 응?

누군가 쓰러져 있다. 자리에 쭈그려 앉아 자세히 확인했다. 아니… 쓰러진게 아니라 죽은거였다. 입은 옷을 보면 농부 같은데. 주변에 메모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시체의 메모

cropse note


마지막 결의가 담긴 메모


누군가가 이것을 읽고 있다면, 난 아마 죽어버렸다는 의미겠죠.
산적들이 내 집을 샅샅이 뒤지고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 중 최악인건, 그들이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펜던트를 가져갔다는 겁니다. 가족들은 대부분이 죽었기 때문에, 펜던트가 가족들과 연결된 마지막 물건이였습니다. 나는 그 악당들을 쫓아 반드시 내 펜던트를 되찾을 것입니다. 설령 돌아오는 것이 내 죽음이더라도.



설마 팬던트를 훔쳐갔다는 산적들이 저 녀석들인가?
나는 방금 쓰러트린 산적의 품을 조사해 봤다. 메모에서처럼 그들 중 하나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장식의 순금 팬던트를 가지고 있었다. 팬던트 뒤에는 오래 전에 새긴 것 같은 이름도 적혀 있었다.
안타깝게도.. 훔친 이는 찾았지만 결국 되찾으려다 죽임을 당한거구나. 스카이림에서는 이런 산적들이 많겠지. 정말이지 흉흉한 세상이다.
나는 그녀를 팬던트와 함께 그 근처에 묻어주었다.

점점 밤이 저물어 가는게 느껴졌다. 동시에 강 건너편에 리버우드가 보였다. 빨리 가자.

마을에 도착하긴 했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마을 밖을 돌아다니는건, 이르게 깨버린 닭 한 마리 밖에 없었다. 알보어와 시그리드의 집에 들어간다해도 이런 늦은 시간에 기어들어가면 도둑으로 오해받기 딱 좋을거다. 나는 깨우기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 다른 곳에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들어온 마을 입구 쪽을 둘러보니 잠자는 거인 여관 (Sleeping Giant Inn) 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여관에서 잠깐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어 그 곳으로 들어갔다.

 

델핀 : 오그너. (Orgnar) 오그너! 듣고 있어?
오그너 : 듣고 있습니다.
델핀 : 맥주 (Ale) 의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 배치를 새로 해야 해. 내 말 들었어?
오그너 : 네. 맥주 (Ale) 의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요.
델핀 : 어쨌든 귀가 먹은건 아닌 것 같군. 빨리 새로 배치하도록 해.

들어간 여관은 소란스러웠다. 여관과 관련 된 사업적인 일로 싸우는 것 같은데.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 나는 곧장 카운터로 갔다.

스텔라 : 방을 좀 빌리고 싶은데요.
오그너 : 여기엔 식사와 음료들이 있지. 요리는 내가 하고.. 그외에 해줄말이 없군. 난 그저 직원이니 방이 필요하면 주인인 델핀 (Delphine) 에게 말하라고.

자신이 종업원임을 강조한 남자는 그 말만 남기고 내게 관심을 껐다.
직원 맞으세요? 순간 제가 여기 직원인줄 알았잖아요. 어쨌든 아까 말싸움하던 사람이 주인인가 보다. 그 사람에게 가자.

스텔라 : 저기요, 방 하나 빌릴게요.
델핀 : 여기저기둘러본다던 그방문자로군. 방은 하루에 10골드야.

나는 돈을 건네고, 그녀가 가리킨 방으로 들어갔다. 방의 침대는 알보어와 시그리드의 집에 있던 침대처럼 평범했다. 삐걱대는 나무로 된 틀에 짚더미를 얹고 동물의 털가죽을 얹어 놓은 그 침대. 이런 침대가 스카이림의 표준 규격인 것 같았다. 불만스럽지만 이 침대 말고는 다른게 더 없으니…. 침대에 누운 나는 푹신푹신한 솜 이불을 그리워 하며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방에 창문이 없어 해가 어느정도 뜬 건지는 모르겠지만 밖이 소란스러운걸 보니 아침이긴 한 것 같았다.
나가보니, 들려오던 소리는 류트 연주였다. 사실 켈트 신화를 배경으로한 모 게임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악기였는데, 그 때 처음 알게 된 지라 실물은 처음이였다. 신기하네. 나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종업원에게 스위트 롤 (Sweet Roll) 하나 주문한 다음 근처 의자에 앉아 연주를 구경했다. 류트의 선율은 아름다웠다. 내가 알고 있는 악기로 비유하자면 클래식 기타와 음색이 가장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스텔라 : 연주를 굉장히 잘하시네요. 그런 연주는 어디서 배우는거에요?
스벤 : 솔리튜드의 바드 대학 (Bards College) 에서 배웠습니다. 거기선 저나 스칼드 (Skald) 같은 음유시인이 될 수 있게 훈련시켜주죠. 입학하고 싶다면 교장인 비아르모 (Viarmo) 에게 말하시면 됩니다.

이 곳에도 대학이란게 있구나. 재밌겠네. 어짜피 솔리튜드에 갈 예정인데 한 번 구경해 봐야지.

스텔라 : 솔리튜드에 갈 예정인데 한 번 가봐야겠네요.
스벤 : 아, 당신은 헬겐에서 온 여행자였죠? 먼 곳을 여행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었을테니, 재미있겠네요.
스텔라 : 아무래도 그렇죠……. 안 그래도 저 산 위의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도 갔다오는 길이에요.

나는 그와 모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통성명도 하고 친해졌다. 꽤 말주변도 좋고 나쁘지 않은 사람 같았다.
리버우드는 좋은 사람들이 많네.

 

더 이상 여관에서 밍기적거릴 수는 없어서 스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황금발톱을 어서 전해주고, 보수로 받은 돈으로 갑옷을 준비하자.

파엔달 : 네가 스벤 (Sven) 과 이야기하는 것을 봤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당신이라면 그 녀석을 가까이 하진 않을거야.

내가 여관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엘프 남성이 말을 건네왔다. 남자는 헬겐에서 본 탈모어의 엘프와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서 본 다크 엘프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스텔라 : 응? 왜, 뭔 문제라도 있나요?
파엔달 : …여기엔 스카이림 전체를 통틀어 아름다운 미인이 있거든. 카밀라 발레리우스라고.

갑자기 왠 미인 얘기.. 아, 설마 둘의 사랑 싸움인가?

파엔달 : 아무튼 그 가벼운 음유시인[각주:4] 놈은 자신의 발라드와 소네트로 카밀라 발레리우스를 유혹해 결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더군. 마치 그녀가 이미 '예'라고 말한 것처럼. 현명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그런 헛소리에 넘어가지 않겠지만... 아마도.

오.. 카밀라 인기 많네... 스카이림에선 카밀라 같은 인상이 미인상인가 보다. 스벤도 경쟁 상대라고 느낄 정도면 꽤 매력적인 편이란거 아냐? 하긴 음유시인은 노래나 연주말고도 말빨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스텔라 : 그 쪽 말대로 언제 단어 몇 마디가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긴 한가요? 하지만 아마도라고 한 걸 보면 당신도 별로 확신은 없나보네요.
파엔달 : …그래, 맞아.... 생각해보니 카밀라에겐 스벤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는 힌트가 필요할지도 몰라. 그 음유시인은 영악하니까 말이야.

그는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파엔달 : 이 편지를 그녀에게 갖다줘... 그리고 스벤이 보낸 편지라고 말해 주시겠어? 이게 노드들의 수준에 딱 맞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파엔달은 편지를 맡기고 강가쪽으로 사라졌다.
노드라면 스벤 말하는거겠지? 카밀라네는 제국에서 왔다니 임페리얼일테고.
사실 엘더스크롤에 나오는 종족은 생김새나 유래를 모를 뿐, 대강 알긴 한다. 모로윈드 때 캐릭터 생성은 해봤으니까. 인간에 임페리얼, 노드, 브레튼, 레드가드, 엘프에 하이 엘프, 우드 엘프, 다크 엘프, 오크, 수인에 카짓과 아르고니안. 이렇게 10종족이 있었다. 그 때 노드로 캐릭터를 만들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파엔달은 노드를 안 좋아하는거야, 그냥 스벤을 안 좋아하는데 노드여서 그러는거야? 헬겐에서 나 역시 노드라고 불렸기 때문에 그런가,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 노드의 수준에 맞는 내용이라니 확인해 볼까? 따로 봉투에 봉해져 있지도 않은걸.

 


파엔달의 가짜 편지

Faendal's Fake Letter


파엔달이 스벤인 척 쓴 위조 메모


내 소중한 카밀라에게

난 당신을 내 소유로 삼아,
내 옷을 세탁하고,
내 고운 금발을 만지며,
내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요리하고,
내 집을 돌봐주는 것을 갈망해.

당신을 진심으로 원하는, 스벤



오.. 진짜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정나미 떨어지겠는데? 편지만 보면 어떤 가부장적인 성차별주의자가 추잡한 추파를 던지는 것 같잖아. 이런 편지를 스벤이 보냈다고 거짓말해도 되는건가?
난 어이없어하며 주머니에 편지를 쑤셔 넣었다. 일단 황금 발톱이나 먼저 갖다주자며.

 

리버우드의 상인에 들어가면, 두 명이 어제처럼 가게에 있었다.

카밀라 : 황금 발톱을 찾아오신건가요? 어서 루칸에게 그 발톱을 보여주세요! 기뻐할테니.

나는 카운터 앞의 루칸에게 다가갔다.

스텔라 : 자, 찾아왔어요.
루칸 : 찾았단 말입니까? 하하하, 정말 여기에 있군. 이상하죠, 내 기억보다 크기가 작아보이는데. 아무튼 고맙습니다. 이 발톱은 원래자리에 둬야겠네요. 저와 제 여동생에게 굉장한 일을 해주셨으니, 이 일은 두고두고 기억하죠.

루칸은 받은 발톱을 바로 카운터에 장식하고선 보수를 챙겨줬다. 400골드나 챙겨줬다.

스텔라 : 별 말씀을.
그보다 혹시 여기에서 스펠북이나 마법스크롤 같은 것도 파나요?
루칸 : 낡은 스펠북 몇 권은 있을텐데.. 아무래도 마법에 관해선 윈터홀드의 마법 대학에 가는게 좋지요.
자, 여기 있는게 답니다.

루칸은 상자 안에서 책들을 꺼내 올려놓았다.
내가 찾는 건 드로거를 잡을 때 썼던 폭풍 정령 소환 마법이였는데, 이 중에선 비슷해 보이는 마법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포기하자. 나중이라면 모를까 그거 배우겠다고 당장에 마법 대학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제국군 갑옷을 포함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죄다 팔았다.

어느 정도 주머니도 두둑해 졌겠다 이제 대장간으로 향하려던 찰나, 파엔달이 준 편지가 생각났다.

스텔라 : 저, 카밀라. 파엔달이 이 편지를 스벤이 쓴 거라고 하면서 전해주라고 하던데요.

나는 파엔달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카밀라 : 뭐라고요, 무슨말을 하는거죠? 질투심에 가득찬 바보같으니. 날 속인다면 스벤과는 만나지 않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 사실을 말해줘서 고마워요. 스벤에게도 말해주세요. 그의 명예를 지켜준 당신에게 고마워 할 거에요.

그 말처럼 난 바로 스벤을 찾아갔다.

스벤 : 파엔달 녀석, 내게 카밀라를 떼놓으려 별 짓을 다하는군. 카밀라는 이제 페인달을 만나주지 않을것 같네요. 고맙군요. 감사의 의미로 술이라도 한 잔 사드리죠!
스텔라 : 아, 괜찮은데………

하지만 결국 성화에 못 이기고 같이 술잔을 나눴다. 같이 술 마시며 떠드는 사이, 우린 서로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해졌다.

스벤 : 하하, 솔리튜드로 가는거라면 화이트런에서 마차를 타는게 가장 빠를거야. 내가 거기까지 길을 안내해 주지. 오랜만에 마을 밖에도 나가봐야지!

  1. 신화나 동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이를 칭하며 이집트 신화의 토트, 아서 왕 전설의 멀린처럼 여러 학문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선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마녀와 같이 점을 봐주거나 종교적 의식을 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즉, 서양식 무당이다. 서브컬쳐에 와서는 불을 만들거나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을 벌이는 등의 이미지가 생산되었다. [본문으로]
  2. 연금술 (鍊金術) 은 서구권과 이슬람 문화권에서 유행했던 학문으로, 흔히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연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속이나 물질의 제련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더 높은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금을 만드는 것 역시 금이 완벽한 금속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흔해빠진 금속 (납, 철, 구리 등) 을 완벽한 금속인 금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영혼도 같이 완벽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행해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달라서 자기수행 대신 금 제작만을 목적으로 한 사람도 많았다. 서브컬쳐에서는 마법사의 아류나 약제사, 중세의 과학자 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본문으로]
  3. 마녀는 마법을 사용하며, 저주와 약물 제조 및 사용에 능한 신화나 전설, 동화 속의 여성을 말한다. 중세에는 마법사라 불린 선지자들이 주로 남성이였고, 때문에 당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이나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각종 미신으로 사람을 음해했다. 마녀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마녀, 즉, 위치 (Witch) 는 여성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였는데 좋지 않은 일이 있다면 탓할 원흉에 마을의 거지나 정신병자를 따돌리는 핑계로 위치라고 불렀다. 하지만 미친 사람이 흔한게 아니였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주로 위치라고 불렀고, 실제 있었던 대대적인 마녀사냥 때문에 현대에 와서는 위치가 여성을 뜻하는 마녀라고 인식되게 된다. 마귀할멈은 마녀 중 여성 노인을 지칭한다. [본문으로]
  4. 음유시인은 고대 혹은 중세 유럽에서 시와 노래를 짓는 이들을 일컫는 낱말이다. 활동한 지역, 시대, 신분 등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판타지물에서는 십중팔구 바드를 번역한 단어라고 보면 된다. 던전 앤 드래곤의 영향이다. 현대에서는 가객과 함께 읊조리듯 노래하거나 잔잔한 미성으로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주로 붙는다. 스카이림의 바드는 고대 그리스의 영향이 큰데, 당시의 음유시인들은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았고, 심지어 전쟁이 벌어지던 살벌한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각 도시국가들을 들락날락거리며 성대한 대접을 받았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통한 영웅담을 듣기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리버우드 퀘스트 : 황금 발톱 (2) + 거침없는 힘 (1)

Game/스카이림

2021. 11. 23.

320x100
반응형

The Golden Claw

리버우드에 있는 루칸 발레리우스는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 야영을 하고 있는 도적들이 훔친 골동품 황금 발톱을 회수해주면 금화로 보상을 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한 숨을 돌리고 바로 비명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갔다. 거기엔 갑옷을 입은 미라 같은게 서성이고 있었다. 그 괴물은 날 보더니 느린 걸음으로 뒤뚱뒤뚱 걸어왔고, 난 소릴 지르며 검으로 찔렀다. 내 비명을 들었는지 두 마리 정도가 더 나타났고 그 괴물들을 어떻게든 쓰러트렸다.
말도 안 돼. 무기를 다루는 시체라니. 좀비도 미라도 아니고 이게 뭐야! 무덤의 저주라도 돼? 지금 상황이 도굴꾼이 된 기분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정말 저주받은 도굴꾼이 되어버렸잖아! 해드바가 이 곳만 보면 드로거[각주:1]가 창문을 기어오르는 느낌이라더니, 진짜 있었어! 드로거 (draugr) 가!

황금 발톱을 얼른 찾아 나가야겠단 생각만 들었다. 안 쪽으로 더 들어가니 아벨은 죽어있었다. 아마 그 괴물에게 당한거겠지. 나는 그의 소지품을 뒤져 일기로 보이는 노트 한 권 (Averl's Journal) 과 황금색의 발톱 장신구 (Golden claw) 를 찾아냈다.

스텔라 : 이게 황금 발톱..

주머니에 발톱을 넣다가, 아벨이 황금 발톱 사용법을 안다고 했던게 생각났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건가? 그의 기록을 보면 뭔가를 알 수 있을거란 생각에 일기를 펼쳤다.

 


아벨의 일지

Arvel's Journal


저자

아벨 스위프트


황금 발톱의 용도와 목적에 대해 아벨이 적은 일지


손이 떨린다.
황금 발톱이 마침내 내 손에 들어왔다. 이것만 있으면 노드 영웅들의 고대의 힘이 내게 들어올 것이다.
그 멍청한 루칸 발레리우스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던 가게 장식물이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의 열쇠라는걸 전혀 모른다.

이제 이야기의 회랑 (Hall of Stories) 으로 가서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전설에 따르면 자격이 없는 자들을 거르기 위한 시험이 있다고 하지만, "황금 발톱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손바닥에 그 해답이 있을 것"이라고 하니 걱정 없겠지.



황금 발톱이 이 곳의 열쇠라고? 갑자기 호기심이 샘솟는다. 어짜피 루칸에게 가져다주면 돌려받을 수 없을테니, 들어온김에 이 무덤을 끝까지 탐험해볼까? ……드로거가 나오긴 하겠지만.
결정했다. 어짜피 이 세계에 살다보면 몬스터는 계속 마주쳐야 한다. 맞서서 익숙해지기로.

 

나는 통로로 발을 옮겼다. 그러자 통로의 입구 부분에 아주 수상한 돌이 하나 튀어나와 있는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돌 옆엔 가시가 잔뜩 붙어 있는 벽이 있었고.
함정이구나. 나는 돌을 밟지 않으려 노력하며 돌아갔다.

다음 방에서도 예상대로 드로거가 나왔고, 그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온건지도 알게 됐다. 이 벽에 있는 기다란 구멍들이 시신을 놓는 장소였고, 이 시신들 중에서 일부가 깨어나 덮쳐온다는걸. 정말 언데드[각주:2]시군요….

이번 방을 빠져나가는 통로에도 함정이 있었다. 아까의 가시 벽 함정과는 차원이 다르게 위험한 함정이였다. 거대한 칼날 3개가 시계추 마냥 반복적으로 왔다갔다하며 통로를 막고 있는 칼날 함정. 주변엔 함정 작동을 멈추는 장치도 없어 보였고,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이번에도 돌아갈까 생각이 드는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호기심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 못들어봤니![각주:3] 하지만 앞으로 메인 퀘스트 중에 이런 함정이 또 나온다면 어쩌려고! 이 정도 속도라면 죽을 듯이 달려서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너 미쳤니? 나는 두 개의 자아와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 그리고 무덤을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자, 다음 번 칼날 올라가는 타이밍에 뛰는거야. 하나 둘, ………건넜다! 건넜어! 나 안 다쳤어! 이 함정 멈추는 레버도 건너편에 있잖아? 이게 올바른 진행방법이란거네? 미쳤다, 미쳤어.

그런 흥분도 잠시, 통로의 벽에 장식되듯 서 있던 드로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였다.
지쳐있던 나에게 함정에 이어 몬스터들의 연속 공격은 목숨을 위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몇 번이고 검이 엇나가 큰 일 날 뻔했었다. 가까스로 드로거 전부를 해치우긴 했지만, 군데군데 상처가 나 피가 흘렀고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난 드로거들의 시체 -움직일 때도 이미 시체 상태인데 이게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가 옆에 있든 말든 근처에 쭈그려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 보니 헬겐에서 가져온 포션, 한 번도 안 먹어 봤지? 지금 먹어봐야 겠다.
나는 삼각뿔 모양 병에 담긴 빨간 액체를 들이켰다. 그리고 포션의 성능은 굉장했다. 상처도 순식간에 치료 됐을 뿐더러 저린 팔과 다리도 괜찮아졌다. 포션의 힘을 느끼고 나니, 이 세계가 점점더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스텔라 : ……포션이 더 있으니 괜찮겠어. 계속 가야지..

나중에, 이 세계에 적응을 너무 해버린 나머지, 원래 세계에 돌아가서도 현실감 없는 행동을 해버리면 어쩌지?

 

나에겐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할 시간따윈 없었다. 복도를 나오니 냇물이 흐르는 넓은 방이 나왔는데, 구석의 석관에서 또 드로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저 징그러운 얼굴도 이젠 익숙해져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드로거를 베어넘겨 석관 옆의 상자에서 돈 주머니화살을 챙겼다. 그리곤 철창 문 옆의 사슬을 당겨 방 안 쪽의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면 막다른 절벽과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상자 안에서 파이어볼 주문서를 챙기고, 절벽 아래를 내려다 봤다. 상당한 높이였다. 여기로 떨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겠어. 그 때, 절벽 아래로 드로거 하나가 어슬렁 대는걸 보았다. 드로거가 벽을 타고 기어올라올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환을 남겨둬봤자 좋을건 없겠지 싶어 활을 사용해 처리했다. 그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다 오른쪽에 내리막길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가 계속 나아가다 커다란 나무문과 그 문을 지키는 경비 드로거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드로거는 지금까지의 녀석들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였다. 형형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기분까지 받았다. 여러번 검을 맞댄 후에야 가까스로 쓰러트릴 수 있었다.

나무 문은 강철을 덧대기하도 한건지 아주 두껍고 무거웠다. 때문에 온 몸으로 힘껏 밀어 열 수밖에 없었다. 문 너머는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지하임에도 되려 따뜻하고 밝은 느낌이였다. 굳이 이 구역에 이름을 붙인다면 황량한 폭포의 신성한 장소 (Bleak falls sanctum) 라고 할 것 같았다.

아래층에 도착했다. 방의 중앙에는 거대한 화로가 켜져 있었고, 왜 온기가 느껴졌는지도 알게 됐다.
나는 이 따뜻한 곳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스텔라 : 하아……….

이 무덤 탐색을 계속하기로 정한건 나지만, 이렇게 깊을거라곤 생각 못했다. 거기다가 '무덤'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생각보다 더 외롭기도하고……. 이젠 무서울 시기도 지났지. 하지만 심심한건 어쩔 수 없었다.
무덤을 나가서도 앞으로 화이트런이나 솔리튜드까지 혼자서 행동할 생각에 벌써 피곤해졌다. 누군가 같이 동행해 주면 좋을텐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휴식을 끝냈다.

화로방을 지나면 또 긴 복도와 칼날 함정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쉬고 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니 이 함정의 칼날 소리였나보다. 나는 이번에도 타이밍에 맞춰 달려나갔고, 무사히 함정을 통과했다.
혹시 모르니 안쪽 방에 있는 사슬을 당겨 칼날을 멈추었다. 그리고 함정이 해제됨과 동시에 방 안의 석관에서 또 드로거들이 깨어났다.
드로거, 드로거, 드로거………. 이러다 나도 여기서 드로거가 되는거 아냐? 무섭다, 진짜.

 

드로거를 전부 처리하고 방 안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번 방은 지금까지 거쳐왔던 복도, 동굴, 시체보관실과는 달리 아주 넓은 방이였다. 한 쪽에는 작업실 같아보이는 공간과 작업대도 있고, 2층으로도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층에서 찾을 수 있었던건 작업대 위의 냉기 저항 포션 (Resist Frost) -청록색의 액체가 둥근병에 들은 채 정직하게 라벨이 붙어있었다- 말고는 없었기에,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부숴질랑 말랑한 외돌다리가 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가면 또 다시 나무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문은 쉽게 열렸다.

들어가면 그야말로 고대 유적지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였다. 넓은 아치형의 방은 모조리 검은 석재로 이루어져 있었고 뜻을 분명히 알 수 없는 벽화가 정성스레 조각되어 있었다.
이 곳이 아벨의 일지에 나와 있던 이야기의 회랑 (Hall of Stories) 일까? 나는 무언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싶어 벽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 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이외에 특별한건 없었다. 정면 벽이 양 옆의 벽과는 다르게 동심원 4개와 익숙하게 느껴지는 동물이 새겨져 있다는 것 말고는.
잠깐, 이거 돌아가네? 이것도 퍼즐인건가? 그러고 보니 아벨의 일지에 이런 말이 있었지. "황금 발톱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손바닥에 그 해답이 있을 것" 이라고.
나는 황금 발톱을 꺼내서 살펴봤다. 그러다 발톱 장신구의 발바닥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뭔가 새겨져 있는걸 알게 됐다. 지금 이 벽에 새겨진 동물들과 비슷한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곰-나방-올빼미' , 나는 돌아가는 벽도 똑같은 그림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지? 이게 아닌가? 그러고보니 화살 세례가 쏟아졌던 퍼즐방도 퍼즐을 맞춘 뒤 레버를 당겼었지. 무슨 레버나 사슬이 있는게 틀림없어. 그러고보니 이 동심원 중 가장 중앙의 원은 구멍만 뚫려있고 좀 수상한데..
나는 뚫린 구멍에 겁도 없이 손가락을 쑤셔봤다. 다행히도 들어간 손가락이 잘리는 일[각주:4]은 없었다. 그래도 하나 얻은게 있다면, 저 작은 구멍 너머에 뭔가 맞물려 눌려야하는 버튼이 있다는건 알게 됐다. 일종의 '열쇠'가 필요한거겠지. 하지만 나한테 그런게 있을리 없었다. 오면서 보지도 못했고. 남은건…… 황금 발톱 뿐이였다. 그러고보면 이 발톱, 저 구멍과 사이즈가 잘 맞아 보이지 않나? 나는 황금 발톱을 끼워 넣었다.

 

갑자기 퍼즐이 자기 멋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발톱을 빼냈다. 문은 계속 돌아가더니 올빼미 세 마리로 정렬되고선, 바닥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껏 퍼즐이라 생각했던 건 일종의 문이였던 것이다. 엄청난 소리와 먼지를 내며 문은 완전히 내려갔고, 계단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계단을 조심스레 올랐다.
와중에 여기에 갇히는건 아닐까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지만 문이 다시 닫히는 일은 없었다. 다행이다.

 

계단을 전부 오르면 박쥐 떼가 날 맞이했다. 검을 휘둘러 쫓아버리고는 앞을 바라봤다. 날 맞이한건 동굴이라 믿을 수 없는 광활한 공간이였다. 안에선 폭포 몇 개가 흐르고 있었고 어디서 들어오는건지 모를 빛으로 동굴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공간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워 평소였다면 그 장관에 넋을 잃었겠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건 그게 아니였다.
중앙의 석조 벽.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왜일까? 직전까지 봐왔던 고대인들의 벽화나 장식물들에 비하면 거대하기만 할 뿐 투박하기 그지 없는데. 마치 나에게 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난 홀린 듯이 그 벽에 다가갔다. 벽에는 이상한 문자가 써있었다.

 


HET NOK FaaL VahLOK
DeiNMaaR DO DOVahGOLZ
ahRK aaN FUS DO UNSLaaD
RahGOL ahRK VULOM


여기에 수호자가 누워있다
드래곤스톤 (Dragonstone) 을 지키며
끝없는 분노의
그리고 어둠이



벽의 지식이 나에게 들어오는게 느껴졌고, 동시에 처음보는 문자임에도 바로 해석할 수 있었다.
스펠북과 같은 원리인건가…? 그런데 무슨 의미지? 드래곤스톤 (Dragonstone) 이란건 이 벽을 말하는건가?

드로거 대군주 : 그르르..

드로거 소리에 황급히 무기를 꺼내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석판 맞은편에는 관짝이 있었고, 장식이 멋진 투구를 쓴 드로거가 일어나고 있었다. 선공필승. 일어나는 드로거를 향해 칼을 찔러넣었지만 가볍게 막혀버렸다.
이 드로거, 정말 강하다. 거기다 들고 있는 도끼에서 한기가 느껴지는게… 마법무기 같은건가? 마법도 포션도 있다면 그런게 존재할 수도 있을법해.
직감적으로 저 드로거에게 나는 상대도 되지 않을거란게 느껴졌다. 저 강한 드로거에게 헛점이란게 있을까, 어떻게 파고들면 좋을까 머리를 굴리다, 던전 진행 중 얻었던 폭풍의 정령을 소환한다는 마법스크롤이 생각났다. 나는 서둘러 스크롤을 사용했고 내 앞엔 플라즈마 볼처럼 전기를 뿜어내는 돌무더기가 나타났다.
돌무더기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았다. 저 큰 돌은 몸이고 둥근 돌은 머리, 가느다란 조각들은 팔 다리를 표현한걸까? 제법 귀여울지도.
하지만 파괴력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정령이 쏘아대는 벼락은 한 발 한 발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고 드로거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정령의 가호에 힘 입어 나는 막타를 날렸고, 드로거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또 강해진 느낌 든다. 체력도 좋아지고 경갑 이해도도 높아진 것 같아.

스텔라 :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고마워.
폭풍의 정령 : ……….

정령은 말 없이 사라졌다.
이 정령 소환 마법, 스펠북을 찾아서 꼭 배워야지.

나가기 전, 나는 드로거가 쓰던 무기를 가져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끔찍한 시체를 뒤적거렸다. 그 드로거의 품에는 냉기 도끼 외에도 석판 같은 것도 하나 있었다. 석판의 앞면에는 무슨 지도 같은게 그려져 있었고, 뒷면엔 글귀가 써 있었다.

 


HET NOK UN
MAHLaaN DROGGE
ERei SULeyK SE
ALDUIN VOKRii


알두인 (ALDUIN) 의 힘이
회복 될 때까지
우리의 몰락한 군주가
여기 누워 있다



알두인? 저 석조 벽에서 말하던 드래곤스톤을 지키는 수호자도, 이 석판에서 말하는 몰락한 군주도 지금 쓰러트린 강한 드로거를 지칭한다는건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알두인이 뭘 가리키는건지 힌트가 없어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이렇게 특이한 유물 아이템은 왠지 팔면 돈도 될 것 같고 알두인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게임을 완벽하게 클리어 하려면 어느정도 세계관 이해는 필수니까.
하지만 이 석판…… 결국 일종의 왕릉비 같은데 가져가도 되는건가. 이걸 가져가는 순간 결국 진짜 도굴꾼이 되어버리는거 아닐까. 어쩌면 피라미드 무덤을 헤집다 저주받은 고고학자처럼 될지도. 하지만 이미 무덤을 헤집으며 죽은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죽인 순간부터 저주는 예견된 수순일거 같은데. 그렇다면 이 앞에도 이렇게 큰 비석이 있는데 이거 하나쯤 가져가도 괜찮을지도 몰라. 어짜피 모든 게임 아이템은 원래 플레이어를 위해 있는거 아냐? 그냥 나중에 해가 되는 물건 같으면 여기 다시 돌아와서 조용히 돌려놓자.
나는 자기 합리화를 끝내고 도굴꾼이 되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드로거 군주님이 나왔던 석관 옆에는 보물 상자도 있었다. 상자에는 멋드러진 가죽갑옷 (Laether armor) 과 약간의 빛이 감도는 써클렛 (circlet) 이 들어있었다.
써클렛은 머리에 슬쩍 써보니 갑자기 고품질 포션을 직접 만들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샘솟았다. 뭐지, 자신감 써클렛인가? 벗으니까 포션 생각 같은건 안 나긴 하는데. 둘 다 먼지만 약간 쌓였을 뿐 입은 흔적 없는 새 것이였다. 나는 갑옷 살 돈이 굳었다는 생각에 신이나서 가방에 옮겨담았다.
근데 이런게 무덤 안에 널려 있는걸까. 아마 왕릉에 같이 묻힌다는 금관이나 장식품 같은 그런거…… 잠깐, 석판이 아니여도 이걸 가져가는 것 자체가 도굴이잖아! 이미 난 프로 도굴러였네! 이미 나도 모르게 양심을 버렸었구나.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버린거 계속 버리지, 뭐. 원래 던전 파밍과 도굴은 한 끗 차이다. 판타지물에서 드래곤 레어를 터는 것도 결국 다 도둑질이야. 드래곤이 훔친 장물을 또 훔치는거잖아. 판타지물 용사란건 합법적인 범죄자, 그런거다. 응응.

물건을 전부 챙긴 나는 출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석관 옆 계단 위에 통로가 하나 있다는걸 발견했다. 동굴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였다. 다시 돌아가기엔 수상한 손잡이 달린 기둥이 있어 신경 쓰였다. 잡아당기는 순간, 함정이 발동되는게 아닐까 몇 번이고 주변의 벽을 살펴봤는지 모른다. 한참 후에 아무런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각오를 다지고 손잡이를 당겼다. 다행히도 정면의 막힌 벽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 외에는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숨겨진 돌 문을 지나자 저 멀리에 빛이 들어오는 틈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탈출구다! 드로거 군주가 보스였구나! 이제 더 이상 괴물들은 안 나오는거지?
출구는 낮은 턱 아래에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계단 같은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뛰어내려 달려나갔다.

 

스텔라 : 이게 무슨 출구야..

그래도 경치는 절경이네. 해가 진 스카이림의 야생은 아름답구나. 하늘에 오로라도 있고. 나 오로라 처음 봐.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앞에 펼쳐진건 벼랑 끝이였다. 출구의 코 앞이 낭떠러지였기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바로 추락했을거다. 나는 벽 -실제로는 산이겠지만 경사가 90°에 가까운 거대한 돌에겐 벽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을 붙잡고 사람의 발하나가 겨우 들어갈 절벽길을 타고 겨우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밤 중이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발을 몇 번이고 헛디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나침반 같은게 없으니 리버우드의 위치를 모른다는게 문제였다. 여기가 어딘줄 알고 이 출구를 중심으로 길을 찾는단 말인가? 막말로 내가 지금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이 있던 산을 가로질러 정반대에서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럴줄 알았나면 루칸에게 나침반 같은것도 파냐고 물어볼걸 그랬다. 해드바나 카밀라가 방위를 구체적으로 말했던걸 보면 분명 나침반이란게 있는걸텐데.
그나저나 보통 나침반이 없을 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알아봤더라.. 하늘을 보고 북극성의 위치를… 여긴 게임 속인데 북극성이 있을리가 없구나. 에휴.. 하늘에 별이 저렇게 많은데 내 우주에는 내가 원하는 별자리는 하나도 없다니. 또 다른 방법은 해가 떴을 때 쓸 방법이라서 지금하긴 곤란한데.. 해의 방향과 시계의 시침을… 나 시계도 없잖아? 그래서 지금 몇 신데?
아무리 방향을 모른다고 해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보기라도 하자. 보통 물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누군가 만날 수 있겠지.

  1.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언데드의 일종. 어느정도 지능이 있는 산송장. [본문으로]
  2. 움직이는 시체나 죽은 자의 유령 등 이미 죽음을 경험했음에도 다시 움직이는 초자연적인 존재. 온전히 살아있는 존재로 부활한 것이 아니라 죽은 상태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죽지 않은 (그러나 살아있는 것도 아닌) 이라는 뉘앙스의 형용사지만 종종 그렇듯, 집단을 가리키는 명사로 불리게 되었다. [본문으로]
  3. 원문 격언은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Curiosity killed the cat.)' 이다. 뭔가에 지나친 호기심을 가지다가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뜻. 이에 대한 반박으로 '하지만 만족감에 고양이가 되살아난다. (but satisfaction brought it back.)' 가 있다. [본문으로]
  4. 진실의 입.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코스메딘 산타마리아델라 교회 입구의 벽면에 있는 대리석 가면으로,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얼굴 조각상.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 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리버우드 퀘스트 : 황금 발톱 (1)

Game/스카이림

2021. 11. 22.

320x100
반응형

The Golden Claw

해드바는 근처에 있는 리버우드 마을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의 삼촌은 그곳의 대장장이이며 나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지나있었고, 해가 중천에 뜬 다음이였다.

시그리드 : 어머, 일어났나요? 피곤해 보이길래 깨우지 않고 뒀어요.
스텔라 : 아, 감사합니다. 혹시 해드바는 어디있나요?
시그리드 : 그는 위층에 있어요.
그나저나 군복을 입은 당신들을 보니, 새삼 전쟁 중이라는게 실감나네요. 전쟁이 리버우드에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스톰클록이 없어도 세상에는 문제가 충분히 많으니까요.

전쟁을 끝내는게 메인 퀘스트가 아니라면 이렇게 npc들이 내전 얘기를 입에 달고 살리 없겠지. 마을의 npc가 세계가 직면한 큰 문제를 늘상 입에 담고 사는건 당연한거니까.
휴식도 취했겠다, 빠른 진행을 위해 해드바를 찾아가자.

해드바 : 익숙한 곳으로 다시 오니 좋군.
스텔라 : 해드바, 제국군에 가입하려면 솔리튜드라는 도시로 가야한다 했잖아요. 당신도 보고하러 돌아가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동행하겠어요!
해드바 : 응? 미안하군. 난 잠시 여기 누워 있을거라서. 큰 일이 있고 고향에 돌아왔으니 좀 쉬다 가고 싶거든.
솔리튜드에 빨리 가고 싶다면 직접 찾아가 보는건 어떤가?

틀렸어. 이 녀석 자기 집에 오더니 갑자기 사람이 늘어져 버렸잖아. 하긴, 나였어도 전쟁 중의 군대에서 구르다 예외적인 휴가 비슷한게 생겼다면 바로 복귀하진 않겠지.

해드바 : 솔리튜드로 가는 길을 조심해라. 빌어먹을 스톰클록은 어디든지 있을 수 있거든.

제국군을 피하고 스톰클록을 조심해야 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제국군 경갑도 해드바가 없는 상태에서는 입고 다니는 것도 위험한거 아닌가? 새 방어구라면 여기가 대장간이라 여기서 구하면 되겠지만..
알보어가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만 숙식을 신세지는 마당에 값비싼 방어구까지 달라고 하기엔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전 날 밤, 마을 주민이 '리버우드의 상인'이라는 곳에서 물건 매입을 해준단 소리를 했던게 기억이 났다.

나는 헬겐에서 얻은 곰 가죽과 몇 개의 장비, 제국군 경갑을 팔면 돈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맞은 편 건물에 리버우드의 상인이란 간판이 달려 있는걸 확인했다.

 

스텔라 : 실례합니다.

카밀라 : 우리 둘 중 하나가 뭔갈 해야해!
루칸 : 얘기는 끝났어.
카밀라 : 그럼 어떻게 할건데, 응? 들어나 보자!
루칸 : 안 된다고 했지! 난 모험도, 연극도, 도둑을 쫓는 것도 안 해!

상점에 들어가니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남자 쪽이 내가 들어온걸 확인하고는 웃으며 사과했다.

루칸 : 오, 손님. 그런 말을 듣게 되어 죄송합니다.
찾으시는거라도 있나요?
스텔라 : 여기가 매입도 한다길래 왔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루칸 : 예, 우리 상점에 잠깐... 도둑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도둑맞은 물건 아니여도 우리에겐 여전히 팔게 많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둑은 딱 한가지만 훔쳤거든요. 용의 발톱 모양인 순금 장식품이요.

서브 퀘스트의 느낌이 든다. 퀘스트를 진행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스텔라 : 그 장식품, 제가 찾아드릴까요?
루칸 : 그래주신다면야 고맙죠. 회수해 오신다면 보수도 챙겨드리겠습니다.

좋아, 보수를 받는다면 바로 갑옷을 살 수 있겠지. 무기도 더 좋은걸로 바꿀 수 있을지도. 엘더스크롤은 레벨링보다 스킬 숙련도 올리는게 더 중요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것들도 올릴 수 있을거야. 좀 더 검술과 방패술을 연마해야지.

루칸 : 그 도둑들을 쫓으시려면 마을 북동쪽에 있는 황폐한 폭포 고대무덤으로 가면 됩니다.

카밀라 : 그래서 이게 네 계획이야, 루칸?
루칸 : 그래. 그럼 이제 가겠다고 떼쓰지 않겠지?
카밀라 : 오, 하지만 여기 이 분은 이 근방이 처음일 것 같은데 안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루칸 : 어- 아니... 그.... 오, 8시까지, 아니지. 알았어, 마을 가장자리까지만이야!

동굴 안에서 괴물 거미나 곰을 보긴 했는데, 바깥도 마찬가지라면 위험하긴 위험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여자 쪽이 찾으러 간다는걸 말리는거겠지? 거기다 드래곤까지 돌아다니는 지금은 -이들은 드래곤의 소식은 아직 모르겠지만- 더더욱. 나도 제국군 경갑을 지금 팔지 말고 다시 걸쳐야겠다.

카밀라 :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여자를 따라갔다. 그녀는 밖에 나오자마자 대장간 너머를 가리켰다.

카밀라 :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에 가려면 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야 해요. 여기에서도 볼 수 있을거에요. 대장간 건물 바로 위에 산이 보이죠? 바로 저기에요.

리버우드에 오는 도중 해드바가 말했던 무덤이였다.

카밀라 : 그 도둑들은 미친 게 틀림없어요. 그런 곳에 숨을 생각을 하다니. 그 오래된 무덤에는 트롤, (Troll) 그리고 뭔지 모를 것들이 가득할텐데!
스텔라 : 트롤[각주:1]이라고요?

아니 트롤이 왜 있어. 이 세계의 몬스터래도 끽해봤자 괴물 거미처럼 현실에 존재할 법한 생물이 괴물화 된 것만 있는 정도인줄 알았는데. 트롤이라고? 환장하겠네. 그건 드래곤처럼 정말 '몬스터'잖아!
돈 좀 벌어야겠다 생각해서 서브퀘스트를 수락하긴 했는데 잘못걸린거 같은데. 권장레벨 안 맞는 고레벨 퀘스트 아니야, 이거? 초보자 마을이라고 방심했네.

카밀라 : 저도 가본건 아니라 정확히는 몰라요. 하지만 저런 높은 설산이면 설원 트롤 한둘 있다해서 이상한건 아니죠.
스텔라 : 그렇군요..

그녀는 오른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계속했다.

카밀라 : 그나저나 제 소개를 했나요? 제 이름은 카밀라에요, 카밀라 발레리우스. (Camilla Valerius) 방금 전 남자는 제 오빠인 루칸 (Lucan Valerius) 이고요.
저희 오빠 루칸과 함께 일하기 위해 제국에서 왔어요.
스텔라 : 저는 스텔라에요. 일종의 모험가죠.
카밀라 : 모험가라,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알겠네요. 나중에 이야기 좀 해줘요.
스텔라 : 그러도록 하죠.

아직 얘기할 모험담은 하나도 없지만. 헬겐의 드래곤에게서 벗어난 이야기 정도?

카밀라 : 근데 왜 그들이 루칸의 황금 발톱 (Golden Claw) 만 훔쳤는지 궁금하네요. 제 말은, 저희 가게에는 그 외에도 값나가는 물건이 많기 때문에 궁금한거에요. 그건 사실 별로 가치가 없거든요.
스텔라 : 금 장식품인데도요?
카밀라 : 사실 황금 발톱이란 이름처럼 정말 장식품의 발톱 부분만 금이거든요.

금 함량이 적다는 소리군.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따로 있나보네.

카밀라 : 루칸은 가게를 연 지 약 1년정도 됐을 때 어디서 발톱을 가져왔어요. 어디서 얻었는지 아무리 물어봐도 안 알려주더라고요. 까다로운 사람 같으니.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과 황금 발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마을 입구 부근의 다리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카밀라 : 이건 마을 밖의 다리에요. 북서쪽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으로 이어져요.
저는 오빠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오래 걸리면 또 잔소리를 해대겠죠.

마을 근처도 못돌아다니게 하다니, 카밀라가 무모하기도 하지만 루칸의 과보호도 만만치 않네.

카밀라는 마을로 돌아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카밀라 : 행운을 빌어요! 루칸과 저는 가게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스텔라 : 이제 무를 수도 없네….

나는 카밀라가 말한대로 다리를 건너 산길을 올랐다. 산은 꽤 가파랐고 싸늘했다.


대장간에서 철로 된 갑옷도 봤었는데, 절대 그런 갑옷으로는 등산은 못하겠지. 지금도 짐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게임이라 그런지 이 짐짝의 무게를 견딜 수 있기는 했지만 아예 안 느껴지는건 아니니까. 이거 언제 한 번 무게 한도 초과할 것 같은데.

게임과 현실이 걸쳐진 것 같은 이 상황에 한탄하며 산을 오르던 중, 근처에서 늑대 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자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 녀석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나는 서둘러 방패로 이빨을 막았다. 그리고 늑대가 방패를 물어뜯는 사이, 다른 한 손으로 늑대를 내리쳤다.
어떻게 쓰러트리긴 했지만 조심해야겠어. 다른 MMORPG처럼 선공 적도 나 적이요, 하고 잘 보이게 서있는게 아니고 이런식으로 습격해오니까.

얼만큼 올랐을까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스카이림의 날씨는 서늘한 한대 기후에 속했다. 심지어 헬겐은 도시에 눈이 쌓여 있을 정도였었다. 그러니 고도가 높은 산이 변덕스럽게 날씨가 바뀌어 눈이 내려도 퍽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얼만큼 올라왔을까, 왼편을 바라보면 지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했다. 부디 근처에 고대무덤이 있기를 바라며 주변을 둘러보자 하얀 눈과 검은 바위 사이에 하나 보였다.
저 건물 외에는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데. 황량한 폭포 고대무덤의 입구 같은거 아닐까?

산적 : 거기 물러서.

저거 산적이지? 황금 발톱을 훔친 도둑이 쟤네인가? 사람을 죽이는건 아직 좀 무섭긴 하지만…… 어짜피 게임 속 적 AI잖아. 그래, 쟤네는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 이루어져 있다..

산적 :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는 무시하고 그들에게 무기를 준비하고 다가갔다.

산적 : 넌 여기 오지말았어야 했어!

우선 탑 밖에 서 있는 녀석부터 빠르게 처리하고, 유일한 입구인 외길 돌다리를 막아섰다. 그리곤 탑에서 나오는 산적들을 다리 밑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이야, 이 높이에 굴러떨어졌는데 무사하지 못하겠군.
탑 안에 산적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주변을 경계하며 탑을 올랐다.

다행히도 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무덤으로 향하는 문 같은 것도 없었다.
여기가 산 정상 같았는데. 그냥 산적들의 경계 초소탑이였나. 우선 상자부터 열어야 겠다.
상자 안에는 돈 주머니강철 검 (Steel sword) 이 들어있었다. 내가 쓰고 있는 검보다 튼튼해보여 바꿔들고는 탑 아래로 내려갔다.

스텔라 : 아…….

올라올 때는 길이 안 보였는데 초소탑 쪽에서 바라보니 올라왔던 길과 엇갈려 나 있는 길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등반을 시작했다.

 

올라갈수록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 추위에 얇은 옷 한벌에 경갑 하나만 걸쳤는데도 제법 참을만했다.
이상하지, 원래의 나는 이런 추위에 롱패딩을 꽁꽁 싸맸어도 견디지 못했을텐데. 이럴수록 아무리 사실감이 넘치는 세계라도 게임 속이라는게 느껴진다. 어쩌면 사람 -산적도 어찌되었든 외형은 사람이니까- 을 죽인다는 거부감도 곧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거대한 돌 구조물이 바로 옆에까지 와있었다. 눈보라가 시야를 가려 코 앞까지 와서야 눈치챈거다.
구조물의 드높은 계단 위에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활을 든 산적 2명에 전투망치를 든 산적 1명. 나는 옆의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활을 꺼냈다. 그리고 궁병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한 번에 명중했지만 바로 죽지는 않았다. 때문에 죽일 수 있던건 1명뿐이였다. 다시 활 시위를 겨누기엔 늦어버렸다. 망치를 든 산적이 코 앞까지 와버렸으니까. 난 재빨리 무기를 바꾸어 그를 상대했다. 망치맨을 상대하는동안 화살 몇 개가 스치긴 했지만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계단 위라는 좋은 고점을 선점하고 있는데도 한 발도 못맞추는건 눈보라 때문이겠지. 내려올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여기서 내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궁수를 향해 활을 쏘았다. 머리에 맞은건지 녀석은 뒤로 넘어가 버렸다. 죽은걸까? 계단에 조심히 올라가 시체를 확인했다. 더 이상 살아있는 산적은 없었다.

나는 안심하고 입구로 보이는 돌 문으로 다가갔다. 문은 아주 무거웠고, 온 몸으로 밀어 열었다. 드륵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몸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만큼 문이 열렸다. 그 틈으로 몸을 집어 넣은다음 문은 다시 닫았다.

 

내부는 정말 무덤스러웠다. 어릴적 봤던 왕릉의 내부도 이런식이였던 것 같은데. 일일히 무늬를 새겨넣은 돌로 아치형으로 쌓은 벽과 천장, 무덤답게 서늘하고 고독한 분위기가 나 무덤이요, 하고 있었다. 관리가 되지 않아 다 부숴져 가는데다가 먼지와 눈이 쌓인 것 말고는 내가 아는 무덤 안이랑 다를 것도 없었다.
……산적과 쥐의 시체도 있네. 정말 무덤 맞구나. 쥐는 또 뭐 이리 커. 하긴 거미도 그 사이즌데…

산적1 : 그럼 아벨 (Arvel) 이 그 황금 발톱을 가지고 도망가는 동안 우리는 여기 앉아만 있어야 한다는거야?
산적2 : 그 다크 엘프 (Dark elf) 는 그냥 냅둬. 우리가 이 곳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목을 매는 것보단 나아.
산적1 : 아벨이 돌아오지 않으면? 난 그 발톱에서 내 몫을 원한다고!
산적2 : 닥치고 지금의 문제에나 집중해.

산적이다.. 바깥에 있었던 녀석들과 동료겠지. 얘기를 들어보니 황금 발톱을 가진 놈은 안 쪽으로 더 들어간 모양이다.

찾으러 갈 생각을 안하는건 다른 '문제'가 있어서인것 같은데… 여기저기 처럼 보이는 무언가의 사체와 산적들의 시체가 널려 있는걸로 봐서는 이게 그 문제인가? 괴물 쥐를 막기위해서? 무섭다, 괴물쥐.. 내려가면 더 많을까..


싫어도 퀘스트를 하려면 전진해야 한다. 저 통로 앞에서 경비를 서는 녀석들부터 처리하자.

나는 조용히 활을 겨눴다. 여자 산적 쪽을 맞춰 쓰러졌다. 옆에 있던 검을 든 남자 산적이 뒤늦게 눈치채고는 달려왔지만 나는 간단하게 쓰러트렸다.
산적이 이렇게 약해서야 산적질은 제대로 하는가 몰라. 응? 보물상자다. 이걸 괴물 쥐에게서 지키고 있던거구나.
나는 상자의 잠금장치를 열어 돈 주머니를 챙겼다. 이제 아래층으로 나아가자.

굽이굽이 아래로 이어진 통로를 지나면 끝에 방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방 중앙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는 중앙의 레버를 당겼고 방 여기저기에서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그는 어이없게 죽어버렸다.
뭐지? 왠 화살? 안에 사람이 더 있나?

 

나는 몸을 숙인 채 조심스럽게 방으로 접근했다. 다행히도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화살은 대체…… 아, 이게 카밀라가 말했던 함정인가. 퍼즐을 풀어야 나갈 수 있는걸거야.

나는 방을 둘러봤다. 동물이 양각으로 새겨진 기둥 세 개. 벽에도 동물 그림이 새겨져 있고……. 바닥에도 뱀 그림이 떨어져 있었다.
이 뱀 그림은 저 벽의 중앙에서 떨어진걸까? 그렇다면 원래는 뱀-뱀-고래 순으로 붙어있었던게 틀림없다. 이거 힌트라면 기둥을 똑같은 그림이 앞에오게 돌려야겠어.
나는 기둥을 오른쪽부터 '뱀-뱀-고래' 순으로 보이게 돌려놨다. 이제 레버를 당기면… 화살의 비는 쏟아지지 않았고 그저 눈 앞의 철창문이 열리기만 했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방 안에 석재 테이블 하나와 아래로 내려가는 나선 계단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도둑'이란 책 한 권과 스크롤 (scroll) 하나가 있었다. 스크롤의 내용은 폭풍의 정령을 소환 (Conjure Storm Atronach) 하는 것. 써 있는 내용을 읽어보면 스펠북이랑 다르게 배우는게 아니라 스크롤에 마법이 담겨져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굳이 스크롤을 써야 될 이유가 있나? 스펠북이 사실 엄청 구하기 힘든건가? 아직 모르는게 많아서 왜 그런건진 이해가 안 되네.

나는 챙길만한걸 전부 챙긴 후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서 세 마리의 괴물 쥐가 습격했지만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진짜 싫다, 쥐에게 물리면 병[각주:2]
 걸리는거 아닌가 걱정되네. 그, 중세의 쥐는 역병의 근원이라고 하잖아..

 

아래층에는 아까보다 더 먼지가 한 가득했다. 그 먼지 구덩이 테이블 한 가운데엔 또 마법 스크롤이 하나 더 있었다. 이번 내용은 화염구. (Fireball)
여느 게임에서처럼 불구덩이를 쏘는걸까? 이 무덤엔 신기하게 스크롤이 많네. 마법과 관련 된 사람이라도 매장되어 있나보다.

그 때,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벨 : 누구 거기 있나? 부디 도와줘! 제발!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방향에 있는 방은 거미줄로 두껍게 칭칭 감겨서 막혀 있었다.
이거 불안한데. 안 쪽에 뭐가 있을지 예상이 간다.

아벨 : 여기야, 여기! 날 여기서 내보내줘!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역시 모르는척 할 수는 없겠지..거기다 여기 말고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로도 없어보여.
난 한숨을 내쉬고는 검으로 거미줄을 잘라냈다.

방은 거미줄과 거미알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방의 끝에는 사람 하나가 거미줄에 묶인채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예상대로 거미도 있었다. 그것도 헬겐에서 봤던 거대 거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크기의 거대한 거미가.

아벨 : 죽여라, 죽여! 그걸 내게서 치워 버리라고!

저런거에 가까이 갔다간 잡아먹힐거야! 거미가 사람 고기를 먹던가? 저렇게 큰데 먹을수도 있겠지!
나는 주머니에서 방금 주운 파이어볼 스크롤을 꺼냈다. 불에 한 번에 태워 죽일 생각으로. 거미는 바닥에 내려오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난 서둘러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거미는 바로 코 앞에서 불에 타 죽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저 두꺼운 털 달린 다리에 찔려 죽었을 정도로 가까이.

거미를 죽인 후, 뭔가 강해진 느낌이 든다. 폐활량도 늘고 검도 더 잘 휘두를 수 있을거 같아. 하지만 저 수 개의 징그러운 눈은 꿈에서 또 나올 것만 같네..

 

어쨌든 어서 이 징그러운 거미 사체에서 떨어져야 겠어.
나는 불 탄 사체에서 빠져나와 거미줄에 묶여있는 이에게 다가갔다.
위 층의 산적들이 황금 발톱을 가져간게 아벨이라는 다크엘프랬는데, 이 녀석이 다크 엘프인가?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다크엘프처럼 피부가 회색빛이 돌고 귀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기는 하네.

아벨 : 다 끝났나? 죽은거야? 자네가 해냈군, 그 녀석을 죽였어! 자, 이제 다른게 또 나타나기 전에 날 풀어줘!
스텔라 : 그 전에, 황금 발톱은 네가 가지고 있지?
아벨 : 아아, 그래. 거기다 난 그 발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발톱의 표식과 이야기에 나오는 전당의 문같은 것의 위치도 말야! 날 도와주면 알려주도록 하지. 믿기지 않겠지만 노드들의 숨겨진 힘이 거기 있을거다!
스텔라 : 발톱을 먼저 주는건 어때? 풀어주는건 받고 나서 해줄게.
아벨 : 내가 지금 움직일 수 있어 보여? 먼저 날 풀어줘야지!
스텔라 : ………그래, 일단 풀어줘야 겠네..
아벨 : 정말 고맙군!

나는 검으로 아벨이 묶인 곳을 조심히 잘라냈다. 거미줄이 느슨해져 갈 때, 아벨은 스스로 바닥에 내려오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아벨 : 하하하! 멍청하긴, 내가 이걸 왜 줄 것 같나?

아벨이 묶여 있던 곳, 뒤 편은 안 쪽으로 통하는 길이 더 있었다. 그 녀석은 그 통로로 도망쳐 버렸다.

스텔라 : 젠장!

나는 서둘러 아벨을 쫓아갔다. 하지만 작고 재빠른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 엘프들은 원래 이렇게 빠른가? 아니면 내가 느린거야?

방 두 개를 지났을까, 점점 숨이 벅차 오르는 때에 아벨의 비명이 들려왔다. 또 거미에게 붙잡히기라도 한거냐. 이번엔 죽게 내버려 둬야지, 그렇게 다짐을 하며 달려갔다.

  1. 여러 서구 신화나 민담에 등장하는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체구가 거대하고 요술을 부리는 괴물. 북유럽 신화에서는 요툰헤임의 거인들이 전쟁에서 참패 후 무능한 트롤이 되어 동굴에서 근근히 살아가게 됐다고 전해진다. 스카이림에서는 자연치유가 가능하며 사람을 잡아먹는 유인원 비슷한 괴물로 묘사된다. [본문으로]
  2. 페스트.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 흔히 '흑사병'이라고도 부른다. 페스트 균은 숙주 동물인 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본문으로]
300x250
반응형

Info

황제의길 프롤로그1 13시대 1230년 열의의 달 3월 10~15일
붉은흙1~2 3월 16일, 붉은흙3 3월 17일
황토젤리 3월 18~19일
엘돌란1~3 20일, 엘돌란3~7 21일, 엘돌란8~10 22일
황금요새1~2 23~24일 황금요새3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