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4(화) 서브 - 하교

Story/환생했더니 내가 로맨스 주인공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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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현재 8살의 몸을 하고 있지만 8살은 아니다. 지금 나이에 전생 나이까지 합하면 서른은 넘었을거라고.

...그렇게 말해도 남한테는 그냥 헛소리하는 조숙한 8살이겠지.

 

결국 어찌됐든 난 8살 아이들의 사회에서 '잘' 살아가야 한다. 8살의 사회에서 살아가는게 어떤거냐고? 어린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진심' 으로 대화가 통해야 한다는 소리다.

단순히 애들 놀아준다 생각하고 쉽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성인들과 생각하는게 별반 차이 없으면서도 동시에 차이가 있으니까. 

 

성인에 비해 한정된 아이들만의 문화 속에서도 나름대로 취향도 있고 장르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인형을 좋아한다 해도 누구는 공주 인형, 누구는 동물 인형, 누구는 공룡 인형. 공주 인형도 다 같은 공주가 아니다. 베이비 돌일수도 있고, 밥이 인형일수도, MIMI, 주주, 단순한 솜 인형, 제복 공주 아무튼 다양하다. 그리고 좋아하려면 진심을 다해서 좋아해야 한다. 밥이를 좋아한다고 둘러댔는데 갑자기 밥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밥이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면 심각하게 당황스럽다.

취향뿐만이 아니다. 행동하는 것도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어렵다.

행동이나 생각 수준이 너무 어른스러우면-아이면서 어른의 대변자가 되어버리면-어른들에겐 좋게 보일 수 있어도 또래 아이들 사이에선 말이 안 통해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할거다. 내가 성인이라면 혼자 다녀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어린아이가 늘상 혼자 다니면 주변 어른도 아이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걱정 할테니까.

그렇다고 일반적으로 성인들이 생각하는 '아이' 처럼 행동하면 안된다.

아이들은 늘상 귀여운 척을 하지 않는다. 혀 짧은 소리도 내지 않는다. 단지 혀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서 성인보다 약간 어눌할 뿐이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동할 뿐인데 그게 단지 성인의 입장에서 귀엽게 과장되어 보일 뿐이다. 작은 애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 안 귀엽겠어? 물론 일부러 성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아이의 행동인 애교를 부리는 아이도 있지만 그것은 특정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준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는 '척' 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학교 생활 같은 또래 아이들과의 단체 생활은 이런 부분을 배우게 해준다. 이 나이의 어린이는 그 경계에 있기 때문에 행동하기가 더 어렵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빨리 나이가 차, 보호자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있고 싶어한다.

사실 의외로 이 부분이 제일 문젠데, 어른이 되어서 뭐가 제일 하고싶어? 라는 질문말이다. 이들이 말하는 어른은 정신적인 의미의 어른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의 '법적 성인' 을 말하는 것일텐데, 이미 법적 성인으로서 할 수 있는 왠만한 건-술을 마신다던가 어린이 출입 불가 지역에 간다던가 연인과의 깊은 교제라던가- 전생에 해봐서 감흥이 없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 대꾸하기 힘들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나, 어른이 되길 두려워 하는 아이도 있지 않냐고? 나는 그정도로 천진하거나 일찍 조숙해져버린 진짜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도 그 아이들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 하는걸텐데, 그러기엔 나는 오히려 전생에서 즐기지 못한 어린 시절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 하면서도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고 싶은데 대답을 하지 못하니 힘든거다.

내 생각의 어른이 된다는건 정신적인 의미의 어른이다. 어른이 된다는건, 성인이 되어 주어지는 자유에 따르는 책임은 스스로가 져야 되는 일이다. 또한 실수를 하더라도 과거의 미숙했던 부분이나 행동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 완전히 완성되기란 어려우며 자신이 아직 미숙한 사람임을 깨닫는 것이 어른이라고 할 수있다. 또한 '아이'가 신체가 성장을 마치고 인륜적으로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으며, 자신을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야하는것이 어른의 의무다.

그래서 전생의 나도 나이로는 열 여섯을 훨씬 넘은 성인이였지만 어른이였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되고 싶다.

이런 이야기는 진짜 성인도 싫어한다. 근데 그걸 진지하게 생각하는 나는 어른이 된다는 말을 적당히 둘러댈 수가 없는거다.

이래서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진짜 아이들처럼 될 수 없다. 노력 하겠지만, 잘 지내려면 이런 '특이한 아이' 인 나라도 완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된다.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친구' 말이다.

전생에서도 만들 수 없었던 진짜 친구라는걸 내가 만들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노력해야지.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거다. 애들이랑 같이 하교를 하자..

하지만 내가 아는 애는 정민이와 민준이 뿐인데..., 둘 다 같은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으니 같이 하교하면 되겠다.

 

누구한테 같이 집에 가자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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