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연:이제 배지도 땄겠다 회색 시티 구경 좀 할까? 이렇게 넓은데 제대로 못 봤네.
은령:그러게, 아까 체육관 근처에도 엄청 큰 건물이 있었잖아. 거기에 한 번 가보자.
우리는 체육관 뒷 편에 있는, 도시에서 제일 큰 건물로 갔다. 가까이 가서 표지판을 보니 '회색 시티 과학 박물관' 이라고 써있었다.
하지만 과학 박물관이라고 해도… 구체적으로 뭘 전시하는건지 영 감이 안 잡혔다.
은령:과학이라……
아줌마:정말 야돈도 참! 왜 그러니...
박물관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 중에, 입구 근처에서 야돈과 실랑이를 벌이는 아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은령:저거……… 야돈?
보연:응? 야돈이네?
은령:야돈이… 특이하게 생겼네?
보연:야돈은 원래 저렇게 생기지 않았나?
은령:아니, 좀 더…… 노란빛이 돌지 않아?
보연:응?
은령:응?
나는 도감을 꺼내 야돈을 검색해 보여줬다.
은령:내가 아는 야돈의 모습이야.
보연:엥?! 진짜 특이하게 생겼다! 거기다 타입도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데... 우와, 똑같은 야돈이라도 지방마다 생긴게 다르구나~
은령:그럼 저건 관동 지방의 야돈?
우와~ 가까이서 보고 싶어! 우리 박물관보다 저 아줌마에게 야돈 구경 시켜달라고 하자!
보연:그래! 야돈은 귀여우니까 찬성~
은령:저기요~
아줌마:응? 무슨 일이니?
은령:실례가 안된다면 야돈 좀 구경해도 괜찮을까요? 진짜 귀여워요~
아줌마:상관은 없는데 야돈이 여기서 꼼짝도 안해서…… 어머, 그러고보니.. 너희 괜찮다면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겠니?
은령:네?
아줌마:회색 시티 박물관에 가려는데, 우리 야돈이 꼼짝도 안하는거 있지?
야돈:흐아아~암
아줌마:괜찮다면 잠깐 우리 야돈 좀 봐주지 않을래?
은령:그동안 야돈 관찰하면 되겠다, 그치?
보연:그러게~
저희가 야돈을 돌보고 있을게요!
아줌마:정말 고마워! 그럼 잠깐만 야돈을 부탁할게!
아주머니는 바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셨다.

야돈은 아주머니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만 있었다. 멍하니 정면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맹해서 너무 귀여웠다.
야돈
물/에스퍼 타입
얼간이 포켓몬
매우 맹하고 움직임도 둔하다.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느긋하게 살고 있다.
은령:야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보연:글쎄…… 듣기로는 아무 생각 없이 보이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해서 놀랍다고는 하던데.
은령:오.. 멍~ 한 거구나~ 머엉~~
나와 보연은 야돈을 따라 멍 때리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아줌마:우리 야돈을 돌봐줘서 고마워! 이건 보답이야. 받아주겠니?
어느새 돌아오신 아주머니에게 야돈을 돌봐준 보답으로 큰 진주를 하나씩 받았다. 차림새가 부자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정말 부자였나 보다.
은령:저희는 그저 야돈이랑 같이 멍만 때렸는데, 이건 좀 과한 것 같아요..
아줌마:호호, 이 정도는 내게 별 거 아냐. 그냥 용돈이다 생각하고 가지렴.
그나저나 너희는 박물관 견학 해봤니? 달맞이 산에서 발견한 화석이 전시됐는데 굉장했어! 안 가봤으면 꼭 가 봐.
은령:우와~
보연:달맞이 산~
아줌마:난 이만 가야겠다. 야돈~ 이제 움직일 생각이 생겼니?
야돈:야……………… 돈……….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박물관에 호기심이 생겼다. 우린 아주머니께 인사드리고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박물관은 견학료를 받고 있었고, 각각 50원씩 내고 전시실로 입장했다.
전시실은 총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1층은 주로 고대 포켓몬들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기해하며 화석을 하나하나 구경하며 1층 전시실의 안 쪽에 도달했을 때였다. 전시실 천장에 리자몽과 비슷한 거대한 포켓몬이 날개를 펼친 채 떠 있었다.
은령:우, 우와! 고대 포켓몬이 박물관에 있어! 멋지다!!
피카츄:피이카아!
피카츄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의 포켓몬에 깜짝 놀란 모양이였다.
보연:아니야, 자세히 봐 봐.
은령:……아.. 자세히 보니 모형이네. 하하, 착각해 버리고.. 부끄럽구만.
피카츄:피, 피카츄..
피카츄와 나는 쌍둥이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할아버지:감격스럽구만, 감격스러워! 용신님의 뼈를 보게될줄이야!
은령:용신님?
용이란 말에 나는 조건 반사처럼 움직였다. 할아버지가 보고 있는건 희귀한 고대 포켓몬 프테라의 화석이였다.
은령:분명 저 모형이 프테라였지? 이게 그 화석이구나. 우와...
할아버지:그래, 용신님이지!
은령:어째서 용신이에요?
할아버지:용신님은 과거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그 곳을 완전히 지배했다고 알려져 있다. 성질은 포악하기 그지 없어 그 누구도 상대하지 못했단다! 그야말로 용의 모습을 한 고대의 신이지!
은령:오오………. 잘 모르겠지만 엄청 강하다니 멋있다.. 실제로 보면 무섭겠지~?
보연:무섭다는 사람 치고는 표정이 반짝거리는데?
은령:하지만... 드래곤이라니, 너무 멋있잖아! 무서운데, 그래도 멋있어!! 뾰족한 이빨도 튼튼한 비늘도 커다랗고 매끈한 날개도! 전부 멋있어……!
보연:우와…… 너 진짜 드래곤 포켓몬을 좋아하는구나!
은령:응!! 그래도 드래곤 포켓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된 후로 진짜 드래곤을 본다고 막 달려들진 않겠지만..
나는 다시 프테라 모형을 올려다 보았다. 처음에는 진짜 살아있는줄 알고 놀라긴 했지만…… 저 모습, 정말 드래곤 그 자체였다. 프테라라는 포켓몬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박물관에 들어오길 잘 한 것 같았다.
1층을 전부 관람한 우리는 이번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분위기가 격변해 밤하늘을 걷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큐레이터:이번 달은 우주 박람회를 열고 있습니다.
전시실의 한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큐레이터가 전시물의 설명을 하는 모양이였다. 우리도 그 무리에 합류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큐레이터:이 돌은 달의 돌입니다. 달의 표면이 풍화되어 떨어진 조각이 우리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게 되었죠. 해마다 달의 돌이 달맞이 산에 떨어지곤 하는데, 달맞이 산의 자력이 성분이 특이한 달의 돌을 이끌어……
보연:달의 돌이라……. 평범한 돌맹이랑 어디가 다른 걸까? 흐음...
은령:듣기로는 성분? 그런게 다르다고 하던데.
보연:겉보기에는 그냥 돌 같아 보이는데….
은령:돌이라도 금이나 다이아 같은거라면 보석이라 하잖아. 그런게 아닐까? 달에는 특이한 보석이 들어 있다던지..
보연:오오! 그럼 되게 신기하겠다. 달의 밑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묻혀져 있는거야!
은령:우와…… 달에서 살면 부자가 될지도 모르겠네.
보연:우주 비행사가 달에도 갔다왔는데, 나중엔 거기서 살 수도 있겠지? 그럼 우리 둘이 제일 먼저 다이아몬드를 찾아서 부자가 되자!
은령:좋아!!
큐레이터는 달의 돌과 운석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3D 홀로그램 앞으로 갔다.
보연:홀로그램 완전 신기하다~ 진짜 눈 앞에 뭐가 있는 것 같애. 근데 저게 그냥 빛이라니..
큐레이터:이건 우주의 지도입니다. 군데군데 운석들과 여러 행성들이 보이시죠? 하지만 그 중앙엔 지구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구입니다.
사람들:오오오~
큐레이터:지구를 중심으로 반경………
내가 홀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있을 때, 보연이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은령:응? 왜?
보연:저것도 우주의 지도지?
보연이 가리킨건 가로로 긴, 커다란 포스터였다. 포스터에는 오른쪽 끝에 지구가 있고, 왼쪽 끝에는 붉은 별이 있었으며, 그 사이에 있는 행성과 운석들이 그려져 있었다.
은령:그런 것 같네. 정확히는 지구에서 붉은 별까지의 지도인 것 같아.
보연:신기하다.. 사이에 지구가 5개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머네. 나중엔 우주의 포켓몬을 잡고 붉은별에 있는 포켓몬 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은령:하하, 진짜 그런 날이 오면 정말 재밌겠다!
우주 지도 포스터를 보다, 다시 큐레이터를 보니 운석의 조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운석의 조각 옆에는 현미경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들여다보면 예쁜 결정이 보였다. 이 예쁜 결정이 운석을 이루는 성분이라고. 우주에만 있는 희귀한 광물로, 유해하지 않으니 양이 많으면 보석으로 제련할 수 있을거라고 했다.
달에 다이아가 묻혀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했던 나와 보연은, 그 이야기에 우주에 푹 빠져버렸다.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우니까.
큐레이터:이건 우주 왕복선 모형입니다. 실제 크기의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으로, 내부까지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은령,보연:우와~~
우주 왕복선은 상상 이상으로 정말 멋있게 생겼다. 지금 크기도 충분히 큰데, 이 크기의 50배라니.. 실제 왕복선은 얼마나 클 지 가늠이 안됐다.
보연:아~ 난 챔피언이 되어야 하는데 우주 비행사도 되고 싶어졌어~
은령:나도~ 오 박사님은 우주 포켓몬에 대해서는 연구 안하시려나~?
우리는 큐레이터의 설명이 끝난 이후에도 2층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종일 우주 전시실을 구경했다. 정말 꿈만 같은 공간이였다.
그렇게 하루가 다 가고 나서야 박물관에서 나와 잠을 자러 포켓센으로 돌아갔다. 그 정도로 재밌는 견학이였다.
Game/포켓몬스터